[eBook] 행복의 기원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뇌과학과 진화론을 통해 행복을 논하는 책. 술술 잘 읽히는 문체와 간명한 내용 정리가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내용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 새롭지 않았다. 그건 이 책의 문제라기보다는 2014년에 나온 책이기에 여기 나온 연구 내용들이 지금은 널리 퍼져서 내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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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개그 센스?? 그냥 정보제공 책인 줄 알았는데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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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운 책이다.

팟캐스트 책읽아웃 삼천포책방을 듣다가 김하나 작가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언급하고 지나가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절판되었고 마침 도서관에 있어 빌려보게 되었다. 내용도 전혀 몰랐는데, 공교롭게도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직전에 읽은 <악의 해부>에서 다루고 있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다.

레오폴드 거스키는 나치를 피해 고향을 떠나 3년이나 없는 존재처럼 숨어 지낸다. 그는 사랑을 잃고, 혈육을 잃고, 고향을 잃고, 첫 작품을 잃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것 같은, 자신이 죽어도 누구도 알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또다른 화자 알마는 십대 소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의 유래가 된 <사랑의 역사> 속 주인공 알마가 실존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찾아나선다.
한편에서는 레오폴드가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분투하고, 한편에서는 알마가 죽은 아빠를 그리워하는 엄마를 위해 두사람의 사랑의 증거인 <사랑의 역사>에 대해 파헤친다. 접점에 이르러, 레오폴드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존재를 회복한다.

그냥 읽어도 좋은 소설이지만, 옮긴이의 말을 보면 나로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퍼즐 조각들이 많이 숨어 있는 모양이다. 많이 아는 이는 더 많이 즐길 수 있겠다.

다시 출간되면 사서 소장하고 싶은 책.

엄마는 아빠와 처음 만났던 여름만큼이나 생생하게 아빠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인생은 포기해 버렸다. 엄마는 복잡한 생명체로서는 유일하게, 며칠 동안 물과 공기만으로 버틸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딴 종(種)의 원조가 될 만도 했다. 조각가이자 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머리만 그리려면 전신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줄리언 외삼촌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파리 하나를 그리기 위해 모든 풍경을 포기해야 한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한정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하늘을 전부 가진 척하는 것보다는 어떤 것을 아주 조금만 갖는 편이 우주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엄마는 이파리나 머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를 선택했고, 아빠에 대한 그 하나의 감정에 기대고 싶어서 이 세상 전부를 희생했다.
-67쪽

죽음의 두려움은 1년이나 지속되었다. 나는 누가 유리잔을 떨어트리거나 접시를 깨도 울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도저히 벗겨낼 수 없는 슬픔에 빠졌다.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 건 아니다. 더 절망적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늘 나와 함께 있는 무언가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마치 발목에 돌멩이를 매단 것처럼 난 이 의식을 질질 끌고 다녔다. 어딜 가더라도 따라왔다. 머릿속으로 슬픈 노래를 만들곤 했다. 떨어지는 이파리를 애도하는 노래도 불렀다. 내 죽음을 백가지로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장례식은 늘 같았다. 내 상상력의 어딘가에서 붉은 양탄자가 깔렸다. 죽을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비밀스럽게 죽지만 나의 위대함은 늘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인생이 마감될 수도 있었을 텐데.
-177쪽

한 번은 내가 아무 데라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이민자였고, 그들이 나를 찾으러 오리라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살수를 저지르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하며 살았다. 표를 어디에서 사야 하냐고 묻지 못해서 기차를 여섯 대나 놓친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기차에 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은 그러지 못한다. 화장실 물을 내리는 걸 깜빡해도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편안해지고 싶었다. 자물쇠를 잠그고 여는 게 내 직업이다. 고국에서는 자물쇠를 여는 건 도둑의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 미국에서 나는 전문가였다.
-184쪽

고독할 때 세계의 문이 아무리 잠겨 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나에게는 잠긴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었다.
-186쪽

전쟁이 끝났다. 그는 누이 미리엄과 부모와 다른 네 명의 형제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큰형 안드레의 경우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염두에 두고 추측만 할 따름이었다.) 리트비노프는 진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같이 사는 것이다. 그건 코끼리와 함께 사는 것과도 같았다. 그의 방은 작았다. 아침마다 화장실에 가려면 진실 옆을 간신히 돌아가야 했다. 팬티를 입으러 옷장에 갈 때는 진실이 그의 얼굴에 주저앉지 말기를 기도하며 진실 아래로 기어가야 했다. 밤에 눈을 감을 때면 진실이 위에서 배회한다고 느꼈다.
-219쪽

3년 후에 어머니도 잃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보았을 때 어머니는 노란 앞치마를 입고 가방에 물건을 싸고 있었다. 집은 난장판이었다. 어머니는 숲으로 가라고 말했다. "가!" 나는 어머니의 말에 순종하기에는 이미 나이가 많았지만 아이처럼 따랐다. 어머니는 다음 날 오겠다고 했다. 우리 둘 다 아는 숲 속의 장소를 골라두었었다. 인간적인 면이 있다면서 아버지가 좋아했던 커다란 호두나무였다. 굳이 안녕이라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나는 더 쉬운 쪽을 믿기로 했다. 기다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끝내 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어머니가 스스로 짐이 되리라 생각했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깨닫고 그 죄의식에 억눌렸다. 빌뉴스에서 공부하던 프리치도 잃었다. 오, 하느님, 누군가를 아는 누군가가 말하기를 그가 기차에 탄 것을 본 게 마지막이라고 했다. 사리와 한나는 개들에게 잃었다. 헤르셸은 비에 잃었다. 요세프는 시간의 틈에 잃었다. 웃음소리를 잃었다. 신발을 잃었다. 헤르셸이 준 신발을 잠결에 벗었는데 일어나 보니 신발이 사라졌다. 며칠 동안 맨발로 다니다가 남의 것을 훔쳤다. 사랑하고 싶었던 유일한 여자를 잃었다. 시간을 잃었다. 책을 잃었다. 내가 태어난 집을 잃었다. 그리고 아이작을 잃었다. 그러니,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정신까지 잃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내 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를 알리는 표식이라고는 오직 나뿐 이었다.
-237-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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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한국대표소설’이라 하여 단편 한편씩 실린 이북을 권당 100원에 90일 대여를 하고 있다. 오! 그렇다면 1부터 쭉 읽어봐야지 하고 일단 1-5까지 대여해서 모두 읽었다. 휴대폰으로 틈틈이 읽을 수 있고 3-40쪽 정도라 부담없어 좋다.
그런데 참.. 어쩜 다섯 편에 나오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한심스럽고 여자들의 운명은 한숨 나오게 답답한지. 읽다보니 고등학생 때 다 읽었던 작품들인 것 같은데 지금 읽으니 또 느낌이 다르다.

<벙어리 삼룡이>의 삼룡이네 주인나리 아들은 버릇없고 못났으면서 그 탓을 아내에게 돌리며 폭력을 일삼은 개쓰레기다.

<술 권하는 사회>의 주인공은 공부한다고 아내를 몇년씩 독수공방 시켰으나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절망에 빠져 술만 마시는 사람,
<치숙>의 화자의 고모부는 아내 버려두고 첩이랑 바람피우고 사회주의 하다가 감옥 다녀와서 몸이 아프니 아내 수발이나 받으며 집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
아니 신념 다 좋은데 그럴 거면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지? 내가 아주 싫어하는 부류가 입으로만 정치 비판 사회 비판 진보가 어쩌고 하면서 술 퍼마시고 집에서 혼자 애보며 기다리는 아내는 생각 안 하는 인간들. 인권이니 평등이니 하면서 가정 내 평등에는 아무 개념도 없는 인간들이다.

<감자>의 복녀네 남편은 위에 두 사람처럼 무슨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게을러서 일을 안 한 채 복녀가 몸 팔아 버는 돈으로 희희낙락 하는 말종이다.

<깨뜨려지는 홍등>의 여인네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포주에게 피를 빨리며 살아간다.

사진 중 앞 2장은 <치숙>의 일부분, 뒤 2장은 <깨뜨려지는 홍등>의 일부분이다.

그래도 놀라운 건 이 시대 작가들이 여성이 받는 취급에 대해 상당히 부당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느껴지는 것.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조선의 페미니스트>를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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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만 바라보고 있어도 하루가 훌쩍 지나갈 것 같은 날이다.
이렇게 깨끗한 책들을 돈 한푼 안 내고 빌려볼 수 있다니! 좋은 세상이다.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책들을 도서관어플에서 검색해서 캡쳐해 두었다가 가서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이 재밌다. 당장 빌려둔 책도 있고, 낙태죄 헌법소원 헌재결정이 코앞이라는 소식에 <배틀 그라운드>를 급히 펴든 터라 금방 읽을 수 있는 책들로 골라왔다.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갈 시간, 기한 맞춰 책을 읽어낼 시간만 있다면! 예전에는 기한에 쫓기는 게 싫어서 도서관을 즐겨 찾지 않았는데, 지금은 회사일에 쫓기는 게 없어서 그런지 그 정도 쫓김은 감당할 수 있다...

<있으려나 서점> 중 사랑스러운 도서관 부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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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4-0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은 집에 가까울수록 좋아요. 책을 반납하기가 편해요. 집에서 거리가 먼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도서관에 반납해요. ^^

독서괭 2019-04-09 19:10   좋아요 0 | URL
네 요즘은 동네 도서관들이 연계되어 있어서 좋더라구요! 지하철역에 반납함이 있기도 하고요~^^

syo 2019-04-0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저거 읽고 빵빵 터지면 독서괭님도 독서 중독자 되시는 거예요 ㅎㅎㅎ 중독자 탐지기임.

독서괭 2019-04-09 21:58   좋아요 0 | URL
읽고 있는데 재밌네요 ㅎㅎ 하지만 전 중독자가 아니라서 그 정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