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메이드> 시리즈는 1권>2권>3권 순으로 좋다는 평이 많은 듯하다. 나 역시 1권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시리즈 첫권이라는 점에서의 신선함과 반전의 강렬함 때문일 것이다. 하우스메이드를 주인공으로 삼아 시리즈를 이어가려면, 같은 컨셉으로는 어려울테니 2권의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렇다면 3권은? 3권은, 시리즈의 끝맺음을 위해서 필요한 내용이었다는 생각이다. (설마 4권도 나오나요?)

(아래에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책 읽으실 분들은 실눈 뜨고 보셔요!)

1권에서의 밀리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녀는 살인죄로 10년을 복역한 전과자로서 좀처럼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으니, 니나가 얼마나 정신병자처럼 굴든 그 집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그 결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만, 전반적으로 밀리는 완전한 피해자다.

2권에서의 밀리에게는 다소나마 선택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여전히 가난하고 삶은 불안하지만, 그동안 도와준 여성들이 있고 부자남친도 있으니 한결 나을 것이고. 사실 그녀에게는 아주 편한 선택지가 주어졌다. 부자남친의 멋진 거주지에 들어가 동거하며 원하는 공부를 하는 것. 그러나 밀리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자신의 비밀을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그를 속이고 결혼까지 하지도 못하겠고, 비밀을 밝히지도 못하겠다. 2권의 밀리는 갈팡질팡해서 독자에게 답답함을 주지만,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다만, 밀리는 학대당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여성을 돕는 일만큼은 도저히,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밀리는 그 선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3권에서의 밀리는 엔조의 부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다. 그녀에게는 수많은 선택이 요구된다. 2권까지는 혼자 대가를 치르면 됐지만, 이제 그녀에게는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있다. 학군 좋은 지역에 대출을 잔뜩 얻어 주택을 산 밀리는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실수를 한 기분을 느낀다. 한밤중 들리는 이상한 소리, 자기 남편 놔두고 엔조에게 대놓고 플러팅을 시전하는 이웃집 여자, 갑작스런 공격성을 보이는 9살 아들, 급격히 상승한 혈압까지. 대체 이곳은 무엇이 문제일까?

3권은 메인스토리(스릴러적 측면)가 1권만큼 신선하지도, 2권만큼 긴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밀리가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라는 설정 때문에 나에게는 가장 흥미롭고 불편한 독서였다. 나까지 밀리처럼 혈압이 오르는 느낌이 들어 열심히 읽어서 빨리 끝을 봐버렸다.

스트레스 포인트
1. 아이 낳고 예전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나에 비해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는 옆집 여자가 내 남편을 더듬어.
- 이 부분은 뒤에 더 큰 문제가 되지만 … 그래도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인데,
2. 아이들을 위해서 결정한 이사가 아이들에게 해로운 일이 되었다.
3. 아이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시킨 일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더 끔찍한 일도 가능했다.

이 상황에서 과연 밀리는, “내가 일을 안 하고 집에 있었다면,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답없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는 자기 아이에게 끈을 매달아 다니는 앞집 여자처럼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밀리는 일을 포기하지도 않고 아이들을 억압하지도 않겠지만, 저 답없는 질문에 제법 괴로울 것이다.
이제 더이상 하우스메이드가 아니라 하우스메이드를 고용할 수 있는 밀리는, 이제 온전한 피해자일 수 없는 밀리는, 선택에 대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그건 슬프지만,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일이다. 젊고 아름다운 피해자가 정의를 실행하는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이상 젊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한 여성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시리즈를 3권까지 끌고 온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하우스메이드 후루룩 읽었는데, 다음 책인 잭 리처 어페어 왜 어려운가요. 미쳐버림. 그나마 5챕터 정도 되니까 좀 읽을만 한데, 잘 안 읽힌다.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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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0-27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페어 5챕터까지 가셨네요. 저도 곧 갈게요. 하필 이게 처음에 어렵게 시작하더라고요. 61시간 인가, 그걸로 선택했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도 그냥 어페어가 아닌 다른 모든 책들.. 하아- 제가 하필 그걸로 골라서... 힘내봅시다 ㅠㅠ

그런데 독서괭 님의 이 글을 읽으니 ‘더이상 젊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한 여성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의미에 저도 공감을 하게 되면서, 그렇지만 밀리가 아이셋 낳았다고 더이상 아름답지 않다는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은 생깁니다. 제가 아직 책을 안읽어서 그런데, 아름다웠던 여성은 나이 들어도 계속 아름다운거 아닌가요... 흠흠. 근데 엔조처럼 지독하게 섹시한 남자는 결혼하고나면 어떤가요? 좋은 남편이 되나요? 몹시 궁금합니다..

독서괭 2025-10-27 19:59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한데 누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ㅋㅋ 크 결혼 전에 많은 여자들의 접근에도 넘어가지 않 던 남자라면 결혼 후에도 괜찮을 거라 여길 수 있 지만 또 그건 아닐 수도 있다는(..!) 엔조같은 남자 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요? ㅋㅋㅋ
밀리 아이 둘 낳았는데.. 갑자기 왜 셋이 됐죠? ㅋ = 밀리 자신만의 아름다움은 간직하고 있었겠지 만 옆집여자가 너무 핫했던 거죠.. 아무리 남편을 믿어도 얼마나 꼴보기 싫을지 (부글부글

페넬로페 2025-10-27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께서는 이 책 다 원서로 읽으시는거죠!
대단하십니다^^
근데 옆집 여자는 왜 그런데요!

독서괭 2025-10-28 22:23   좋아요 1 | URL
네넵 하우스메이드 시리즈는 읽기 어렵지 않은 것이 아주 큰 장점입니다 ㅎㅎ
옆집여자 진짜 너무 시러요 ㅋ

단발머리 2025-10-27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독서괭님! 뽜야!!!
저는 프리다 책 읽으면서 ‘전형적인 피해자상‘에 대해 제가 얼마나 완고한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독서괭님이 위 페이퍼에서 밀리의 위치가 변해가는 과정을 서술해 주신 것과도 비슷한 면이 있고요. 스릴러라서 범인 찾는게 하나의 중요한 축인데, 맨날 범인을 못 맞춰요, 저는요ㅋㅋㅋㅋ스트레스 포인트 1, 2, 3은 모두 공감 사항입니다. 엔조 같은 남자는 나라 한 번 구한 걸로 안 되고, 두 번은 구해야 가능할 거 같고요ㅋㅋㅋ

저는 잭 리처 어페어 하도 진도가 안 나가서, 오더블 다시 회원가입(3개월간만 한 달에 0.9달러)하고 오디오북 샀어요. 성우랑 같이 읽으니 조금 더 빨리 읽히기도 하구요. 하긴 제가 하도 슬렁슬렁 읽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 모두 (급) 화이팅!!

다락방 2025-10-27 23:27   좋아요 2 | URL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
저는 3챕터까지 읽었는데 오늘 조금 더 읽다가 자도록 하겠습니다. 필! 승!
다음에 재미있는 책으로 구해올게요.. (그렁그렁)

독서괭 2025-10-28 22:25   좋아요 0 | URL
저도 범인 잘 못 맞힙니다 단발님..(동지여…!!)
엔조는 나라 두번 구해야 하는군요. 다음생에도 못 만나겠네 엔조야.. ㅋㅋㅋ 근데 저 정도로 인기가 좋으면 아무리 믿어도 짜증날 것 같아요.. ㅠ
단발님은 어디까지 읽으셨나요? 성우님과 함께 진도 쭉쭉 빼며 저희에게 희망을 주시길 바랍니다 ㅋㅋ

로제트50 2025-10-2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우스메이드 정말 재밌었어요. 하우스메이드2 를 샀는데 여러분들이 재미가 떨어진다고 해서
읽기를 고민하는데 독서괭님 평이라면 읽어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근데 제가 책을 잘못 읽고 있는 건가요? 어페어 챕터 20 읽는 중이에요.
어려운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폰으로 단어 찾으면서 보고 있어요,
재밌어서 100% 이해안돼도 그냥 쭉 책장 넘기고 있어요@@
추리하는 부분이 정말 쫄깃하네요^^::

다락방 2025-10-28 22:09   좋아요 1 | URL
오오 로제트50 님의 댓글이 정말이지 한줄기 빛이요 희망입니다. 재미있다고 하시니,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어봐야겠어요. 빠샤!! 추리부분 쫄깃하다니, 어쩐지 제가 잭 리처 쓴 것처럼 뿌듯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0-28 22:23   좋아요 1 | URL
네 확실히 앞부분이 장벽이었던 듯요 저 11챕터 읽는데 읽을만 합니다 ㅎㅎ
로제트님의 실력이 좋으실 가능성도 높아보입니다만 그래도 희망이 있어요 다락방님!!
로제트님도 하우스메이드 1권 재밌게 읽으셨군요. 2권을 사놓으셨다면 어서 시작하세요! 1권만큼은 아니더라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