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후 차차 갬 일공일삼 28
김선희 지음, 김종수 그림 / 비룡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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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외롭고 슬픈 생각에 잠겨 일기장가득 슬픈 말과 속상한 말을 주절거리다 보면 어느새 종이는 여러장 지나 있었지.

편지를 써도 자그마한 글씨인데 쓸 말이 너무 많았다.

주인공 미소처럼 엄마 아빠가 이혼 하지도 않았는데 난 그렇게 슬프고 속상하고 고민많고 미래가 두려웠다.

늘 내가 누군지 생각했고 어디서 왔으며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까 궁금해 했다.

친구를 만나며 친구의 우정에 온 맘을 다 바치고 친구를 위해서 라면 뭐든 아깝지 않았다.

책 속 현주처럼 세련되지 못했고(하긴 당시 내친구 현주는 세련되었었는데)

 상희처럼 순박하지도 못했고 지영이처럼 세력을 가지며 못되지도 못했고 딱 미소같았다.

그냥 모든 서툴고 말을 해도 맘과 달리 튀어 나왔다.

그러나 변명하지 않았고 표현하지 못했다. 죽음에 대해 생각했고 죽음을 두려워 했고

죄를 안지어도 불안하기도 했다,

산이 좋아서 간게 아니라 산이 있어서 갔고

개구리를 무서워 했고 나뭇잎을 신기해 했다.

그 모든 이야기가 마치 어릴 적 일기장을 만난듯 이 책속에 있었다.

똑같이 글을 잘써도 글을 비판하며 읽게 쓰는 작가가 있는 한편

주인공과 내가 동일시 되게 쓰는 작가가 있다

드라마를 너무 즐겨봐서인가?

이 한편의 동화로 판단하는것은 많은 무리가 있겠지만 이 작가가 그렇다.

가끔 이미 어른이 된 나는 다 아는 뻔한 교훈적인 혹 진부한 이야기가 나올땐

작가 역시 어른이라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그래도 패인곳에 물을 채우고 쓰라린 곳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이 책이 나온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찾아 읽은 내가 참으로 아쉽다.

주인공이 여자여서 그런지 초등학교를 다니는 조카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린드그랜의 삐삐롱스타킹처럼,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처럼 간직하고픈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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