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동네 통장님중에 한분이 고대구로병원에서 중이염으로 수술을 했다.
어제 수술을 했다고 오늘 문병을 가자고 해서 세명의 통장이 모여서 갔다왔다.
병원에서 집에 오다가 안양시내를 갔다.
가을산님과 '외출'을 보고 싶었으나 평일에 다녀오기엔 대전은 너무 멀었고..
B군을 보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꼭 보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을 했는데..바쁘다고 미루기만 했다.
수요일에 이번주 금요일 영화시간을 검색해보니 롯데시네마,안양CGV에서 영화상영표가 바뀌어 '외출'을
상영하지 않는거다. 수요일 2시 상영을 보았으면 좋았을것을..이미 시간은 2시가 다되어버려
그때 나온다 해도 영화를 보긴 틀렸고..교차상영이라 다음번 상영시간은 6시50분..
나혼자 나와서 영화를 본다면 아이들은 둘이서 집을 봐야하는건데..ㅠ.ㅠ
안양시내에서 더이상 이영화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약속을 못 지킨것 같아 꺼림찍하기도 하고..
마태님과 가시장미의 영화리뷰를 보니 마구마구 외출이 보고 싶어졌다.
안양에는 중앙시장 옆에 오래된 3관짜리 극장이 있다. 멀티플렉스영화관에 밀려 고전하다가
몇년전에 건물 리모델링하면서 수리를 했는데..난 그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적은 없다.
겉모습은 깨끗해졌고...개봉하는 인기영화를 상영해서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그곳에 '외출'의 간판이 있던것을 기억한것..
가봐서 외출을 상영하면 보는거고 아니면 그냥 집에 와야겠다고 생각..
같이 간 통장님들에겐 그냥 쇼핑간다고 했다.
(혼자 영화 보러 간다고 하기가 이상했고..두분은 영화 보러갈 상황이 아니었기에 말도 안꺼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상영표를 보니 11시가 1회고 (다른극장 갔다가 오는 사람들을 손님으로 잡으려고 하는걸까?) 1시가 2회상영이다. 핸폰의 시계를 보니 12시33분..앗싸!!!
근처 분식집에서 쫄면을 먹고 표를 산 후 극장을 들어갔다.
극장은 깨끗하고 아주 넓었다. 옆으로 20석정도의 좌석과 두개의 통로가 있으니 화면도 컸다.
문제는 1시 관객이 나 혼자라는것..ㅠ.ㅠ
영화는 시작했는데 소리가 안나왔다.
그것이 영화의 설정인가 싶어서 1분정도 기다리다가..밖으로 가서 이야기를 했다.
"소리가 안나와요" 그런데 말하러 계단 내려가다가 발을 삐끗해서 넘어질뻔했다.
다쳤어도 보상도 못 받을테고..참 영화 한번 보기 힘들다.
영화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난후에 두사람이 들어왔다.
어두워서 잘은 안보이지만 40대후반이나 50대 초반의 남녀..
혼자 영화보기가 편하면서도 조금은 무섭기도 했는데..(거 큰 영화관에서 혼자서 보려니..ㅠ.ㅠ)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허름하고 야릇한 행색의 두사람..
아저씨가 야간 근무라도 해서 점심 먹고 영화 보러 왔나 생각을 했었는데..
앞에 앉은 두사람이 찰싹 붙어서 껴안는것을 보고 '부부가 아닌가보군!!' 생각했다는...
그리고 또 5분이 지나자 두여자분이 들어왔다. 근처에서 시장 보다가 들어온듯..부스럭 거리는
쇼핑백 소리와 두아줌마의 수다..5분정도 떠들다가 미안했는지 소리를 죽여서 웅성웅성..
아~~~ 영화에 몰두해서 보고 싶다고요...
그리고서 또 10분후쯤 앞의 남녀중 아저씨가 뭐라고 이야기 시작..
내옆의 두아줌마가 앞에 좀 조용히 하라고 뭐라 뭐라 하고..
조금후에 그일이 일어났다.
극장 주인인듯한 아저씨가 들어와서 남녀앞에 서더니
"나가~~~~~~~~~~!!!!!!!!!!!!!!"
"나이도 쳐먹은 것들이 뭐하는 짓이야? 그러고 싶으면 여관이나 가서 그짓해라. 생긴것이나 멀쩡하면 몰라"
이러면서 나이먹은 두 남녀의 머리통을 때린것이다. ㅠ.ㅠ
뒷자리에 앉아도 영화만 보던 나는 무슨일인지 몰랐는데..
둘이서 껴안든 뽀뽀를 하던지 관심이 없었는데....그정도 이상이었나 보다..
두아줌마는 "안그래도 나가서 뭐라고 하려고 했어요. 아저씨 잘 들어오셨어요.
영화관에서 무얼하는건지.."라며 큰소리를 쳤다.
주인아저씨에게 몇대씩 얻어맞은 남녀는 주섬주섬 겉옷을 챙기며 나가면서 "죄송합니다"라고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 맨뒷자리에 앉은 나와 두아줌마는 아무말도 안했다.
영화표가 일인당 7,000원..두사람이면 14,000원인데 정말 그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여관을 가지
(여관비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낮이면 깍아주나??) 왜 영화관에 와서 이렇게 수모를 당하고 갈까?
그여자분은 영화보면서 데이트라도 하고 싶었을까?????????????
두사람이 나간후에 두아줌마는 자기집 안방에서 드라마 보며 수다 떠는 분위기로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봤다. 손예진의 속옷만 입은 장면에선 몸매 이쁘다. 처녀잖아? 처녀라고 다 이쁘냐?
저렇게 생긴것도 복 받은거다. 연예인이야 수술도 많이 하잖아??
베드신에선 00가(자신들이 아는 사람인듯) 바람 피는것 같다. 뭐 다들 알면서 모르면서 사는거다 등등...
옆에서 종알종알...나도 아줌마지만 참 너무했다. 그럴거면서 왜 영화보러 왔냐구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람들 사는 이야기..
악평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서인지 오히려 잔잔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마태님말처럼 멜로를 보면서 뭘 기대하는걸까?
난 결혼을 안한 사람들은 이영화를 다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한다.
간접경험으로 알수 있는것의 한계...연애와는 다른 결혼생활과 외도..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사람이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내가 손예진이라면...배용준이라면...
(미치겠다..ㅠ.ㅠ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부모님을 바꿔달란다. 누구세요? 물어보니 부동산입니다 라기에
안계세요하고 끊었다...내목소리가 아직은 탱탱??)
깨어난 아내가 배용준에게 하는말. "언제 물어볼꺼야?"
"처음엔 물어볼게 많았는데 이젠 없어"
왜 딴남자와 휴가를 간건지..그를 사랑하는건지? 얼마나 물어보고 싶었을까? 하지만 그도 이젠 알게 됐다. 그런 사랑이 있을수 있다는것..아내도 지금의 나와 같았을거라는 것을..
배우자들의 외도에 상처 받은 두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본인들도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아니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것이다. 이게 사랑일까? 우린 어떻게 될까?
내가 좋았던 장면은 깨어난 아내에게 미음을 먹여주는 배용준을 창너머에서 바라는 손예진과..
병실로 돌아와 의식불명의 남편 가슴에 얼굴을 올리고 누워있는 손예진을 창으로 바라보는 배용준..
둘 사이에 놓여진 창은 두사람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손예진이 짐을 챙겨서 서울로 가려고 터미널에 앉아 있다가 배용준과 처음 같이 차를 마신 카페에서
그를 추억하는 장면에서...둘이서 사랑하는구나 라고 느꼈다. 그시간에 배용준은 손예진이 떠난 여관방에서 그녀를 생각하고 있고..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것이 둘이서 마주보는 삼흥호텔에서(여관수준) 지내며 간호를 하는데,
둘이 섹스를 하는곳은 멋진 호텔로 가서다. 숙박비도 아낄겸 삼흥호텔에서 그냥 자면 될것을..
아니다. 한번은 배용준방에서 과일을 앞에두고 둘이서 묘한 눈빛이 오갈때 하필이면 배용준의 장인이
찾아와서 실패한다. 삼흥호텔은 그들이 각자 남편과 아내라는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손예진의 머리스타일..처음엔 질끈 꽁꽁 묶은 머리여서 나이가 들어보였다.
그런데 머리를 풀어서 헤어핀도 하고 마지막엔 치렁치렁 긴머리를 고수한다.
역시 여자는 사랑을하면 이뻐진다니깐..
영화에서 부족한것 한가지...오늘 내가 문병을 갔다온것 처럼.. 아는 사람이 다치거나 사고가 나면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가서 인사하게 된다. 영화에선 사고난 여자의 아버지만 나올뿐....양쪽집안 어른들이 하나도 안나온다. 손예진의 남편이 죽었을때도 잠들어있는 한사람빼곤 그녀옆엔 아무도 없다.
삼척이 아무리 멀어도 너무한것 아닐까?
영화에서 좋았던것...배용준이 손예진에게 "무슨일을 하세요?" 라고 묻는다.
전업주부라고 답하면서 무안해하자.."어려운일 하시네요" ㅋㅋ
손예진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한다.
남편이 바람핀 그녀에게 비해 초라해 보이는 자신의 위치..
"졸업하고 결혼하라는 아버지때문에 선봐서 결혼한 남편..."
손예진의 현재상황을 한마디로 말해준다.
일본에서 이영화의 제목이 '4월의 눈'이란다.
봄도 좋아하고 눈도 좋아하는 그녀를 다시 찾아가게 만든 4월에 내리는 눈..
이상기온으로 봄,가을 없이 겨울에서 여름 지나가는 요즘은 4월에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다.
요즘 보는 드라마 '슬픔이여 안녕'에서 부모님이 반대중인 여자 친구에게 김동완이 말한다.
'내일일은 누가 알겠어요. 하지만 난 오늘 서영씨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할겁니다." (맞나?)
영화속 그들도 내일일은 모른다. 하지만 오늘 같이 있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같이 길을 떠난다.
그것으로 충분한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