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합에서 유럽연합의 헌법을 제정할 때에는 특별히 중세와 근세 유럽 문화의 딸과 같은 각국의 고유 문화를 옹호하는 방법으로 공통 규범을 제공하도록 장려되었습니다. 이러한 통합 과정이 유럽연합의 헌법에 담겨 있는데, 그것이 바로 로마법의 전통과 게르만법, 보통법 Ius commune의 정신에서 유래합니다. 특히 로마법과 게르만법의 전통 외에도 보통법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개념에 주목할 만합니다.(p26) <법으로 읽는 유럽사> 中


 <법으로 읽은 유럽사>에서는 유럽연합(EU) 헌법의 정신을 로마법과 게르만법, 그리고 보통법에서 찾고 있는데, 본문에서는 각각의 법(法)의 기원과 법의 변천을 통해 유럽이 어떻게 규정되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과 같은 추천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로마 교황청의 대법원인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인 저자는 유럽법의 핵심에는 로마법과 교회법이 있으며, 이 두 요소가 중세에 보통법이라는 모습으로 통합되었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법으로 읽은 유럽사> 추천의 글 中


 로마법학은 당대에 구체적인 법 규범을 규정하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지성적인 학문, 즉 원칙과 이론의 총체로서의 '기록된 이성 ratio scipta'을 구성했습니다. 반면 교회법학은 그 원칙들을 현실에 확대 적용한 그 시대의 법 규범이었습니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중세 유럽에서 보통법이 태동하게 됩니다(p295) <법으로 읽는 유럽사> 中


  추천사에서처럼 <법으로 읽는 유럽사>에서는 학문으로서 정립된 '로마법'이 로마제국 멸망 후 게르만의 '관습법'을 만나 교회에 의해 '보통법'으로 종합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책 중간에 삽입된 라틴어 법률 조항은 비전문가들의 읽는 속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이번 페이퍼에서는 법률 조항에 관련된 사항은 걷어 내고 로마법과 게르만 관습법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를 움베르트 에코(Umberto Eco, 1932 ~ 2016)의 <중세> 시리즈를 통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로마법의 정리 : 유스티아누스 


[사진] 유스티아누스 1세(사진출처 : 위키백과)


 <법으로 읽는 유럽사>에서 저자는 로마법은 원칙과 이성 그리고 보편적인 가치와 이상을 담은 형이상학적 원리가 담겨진 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상 로마법은 동로마 황제 유스티아누스 대제(Flavius Petrus Sabbatius Iustinianus, AD 482 ~ AD 565)에 의해 〈칙법휘찬〉(Codex Constitutionum), 〈학설휘찬〉(Digesta, Pandectae), 〈법학제요〉(Institutiones)가 편찬될 때까지 통일된 법이 아니었다. 사고를 규정하던 로마법은 유스티아누스의 집대성 이후에야 오늘날 <로마법 대전(Corpus Juris Civilis)>이라 부르는 법전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로마가 법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법의 내용이 시대를 초월해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와 이상을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마사법과 로마민법은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보장하고 보호하면서, 역사의 계속성을 유지해왔고, 로마법은 인류 보편의 이상을 향해 발전해나갔기 때문에 시공을 초월한 법문화의 가치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p87) <법으로 읽는 유럽사> 中


 로마법은 늘 동일한 특성을 지니지 않았으며, 단 한 번도 법전으로 편찬된 적이 없었다. 5세기에 서로마 제국이 결정적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자, 동로마 제국에서는 로마 제국의 법률 자료를 편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콘스탄티누스 이후로 공표한 제국의 법률에 한정하기 때문에 지극히 일부만 편찬되었다. 그러나 6세기에 동로마 제국 황제인 유스티아누스는 법률뿐 아니라 로마의 판례까지 포함하여 많은 자료를 한데 모으면서, 매우 귀중한 법률 자산을 후세에 전해 주었다. 이것을 통해 유럽의 수많은 국가는 수백 년 동안 현행법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p114) <중세1 476 ~1000 : 야만인,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도의 시대> 中


2. 게르만 관습법


 동로마 제국에서 로마법이 정리되고 있을 때 서유럽에서는 게르만 민족에 의한 유럽의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결과 게르만 민족의 전통과 관습에 기반한 통치가 서유럽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게르만 관습법의 전통은 오늘날 영미법(英美法, Anglo-American law)에 남아 있는 불문법(不文法)적 요소가 된다. 이러한 대륙과 다른 법체계로 인해 생긴 대륙-영국의 차이가 지난 2016년 브렉시트(Brexit)가 이루어진 100가지 이유 중 하나의 이유는 되지 않을까...


 로마에서는 법학자들이 구체적인 사건 해결을 위해 형성한 법규를 그 근거로 삼았다면, 영국에서는 법원이 사건 해결을 한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영국의 판례법 case law이 법원의 판결들로 구성된 사례라면, 로마의 사례법은 대부분 법학자가 이론적 논술을 위해 만들어놓은 사례인 것입니다. 고유한 가치와 사유 체계는 삶의 자리 sitz im Leben에 따라 형성되고, 법학도 그러한 삶의 자리를 떠나서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p145) <법으로 읽는 유럽사> 中


 유럽의 보통법과는 달리 잉글랜드의 보통법은 학리상이 아닌 판례상의 모체를 공유하고 있었다. 유럽의 보통법과는 달리 잉글랜드의 보통법은 프랑스 혁명에 의해 생겨난 독점적인 입법의 사법체계에 대한 대안적인 본보기로서 근대성이 훼손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르렀다.(p251) <중세2 1000 ~ 1200 : 성당, 기사, 도시의 시대> 中


[그림] 봉건제도 (출처 : 위키백과)


 라틴족과 이민족이 설립한 왕국에서 카롤링거 왕조의 제국에 이르기까지, 중세 유럽의 권력자들은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동일하고 보편적인 규칙을 자신이 지배하는 영토 전체에 적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등장한 법적 다양성은 중세 법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p233)... 중세의 법적 전통이 다양성을 지닌다는 점은 단순히 국가가 다양한 법을 제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당대의 법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은 관습이 가장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는 점이며, 이는 법제가 지역적 전통과 결합해 발전하는 원인이 되었다.(p236) <중세1 476 ~1000 : 야만인,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도의 시대> 中


3.  교회에 의한 보통법(Common law) 등장 


  다른 한편으로, 게르만 민족에 의한 서유럽 지배는 성(聖)과 속(俗)의 분리를 가져왔다. 세속적으로는 여러 나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신앙으로 서유럽인들은 하나의 왕국(王國)에 속한 형제자매들이었으며, 그 중심에는 교회(敎會 Ecclesia)가 자리했다. 

 

 교회는 법의 세계에 단순히 도덕적이거나 문화적 헤게모니로서 제한된 영향만 끼쳤던 것이 아니었다. 교회는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독자적인 법질서를 구축했으며, 교회의 규범들은 성직 제도의 구성만큼이나 종교적/윤리적 관점에서 신자들의 공동체에 질서를 부여하는 고해성사와 연관되어 있었다.(p238) <중세1 476 ~ 1000 : 야만인,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도의 시대> 中


 교회법은 단순히 신앙공동체의 생활을 규정하는 도덕체계가 아니었다. 서유럽 전체가 거대한 신앙 공동체였던 중세에서 교회법은 제국의 법률과 같은 영향력을 가졌다.  교회의 이러한 영향력은 12세기에 동로마로부터 <유스티아누스 대법전>이 전파되면서 새롭게 변모하게 된다. 이 법전에 주석을 다는 것으로부터 유럽의 법학은 새롭게 태어났고 그 중심지는 이탈리아의 볼로냐(Bologna) 대학이 있었다. 


 교회법은 로마법, 게르만법과 함께 서구의 법 전통을 이루는 또다른 한 축으로, 교회법이 일반시민법에 끼친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방대합니다. 일례로 한국의 민사소송법도 교회법의 소송절차법에서 그 역사적 뿌리를 찾을 수 있지요.(p198)... 교회법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윤리신학에 바탕을 두다고 점차 법적 성격을 띠는 법제도로 발전했습니다. 그 가운데 원상회복, 무죄추정의 원칙, 기득권 보호, 다수결의 원리, 고리대금업의 금지, 계약 충실의 원칙, 소송 대리인 제도, 입법 사상의 형성, 불법 행위의 금지, 긴급 피난 등의 법제도는 오늘날의 법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p199) <법으로 읽는 유럽사> 中

 

 이론적인 전통의 정수가 집대성되어 있던 아쿠르시우스(Accursius, AD 1182 ~ AD 1260)의 위대한 작품에서 절정에 달한 주석학파는 그 규정과 원칙들을 글자 그대로 이해해야 하고, 그것들의 상관관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할 유효할 법률로 인식된 <로마법 대전>을 법학 교육과 연구의 중심에 두었다. <유스티아누스 대법전>의 여백에 작성된 주석들은 단어와 구문의 의미를 명확히 해 줄 뿐 아니라 주석, 즉 분석 중인 주제와 관련한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는 다른 저작물의 출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p248)... 교회법은 로마법과 동등하게 대학 교육 과목으로 등극했으며, 로마법과 더불어 보통법의 권위를 지닌 한층 강조된 법질서의 다원주의 속에 편입됨으로써 중세의 법체계에 골고루 스며들었다(p250) <중세2 1000 ~ 1200 : 성당, 기사, 도시의 시대> 中


4. 중세의 붕괴와 근대의 시작


  <법으로 읽는 유럽사>에서는 교회법이 후세에 미치는 영향으로 원상회복,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들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영향은 긍정적인 발전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비록 <법으로 읽는 유럽사>에는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 등 형사재판(刑事裁判)의 원칙등은 중세를 암흑으로 규정한 사건, 종교재판(宗敎裁判 Inquisitio)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反作用)이었다.


 

 정치 제도의 발전, 새로운 법학의 확립, 로마 교회의 활력적인 규정은 중세 후반의 사법 구조와 활동 변화에 기여하며 타성과 저항 사이에서 점진적으로 근대 유럽을 특징짓게 될 사법적 범례를 형성했다. 사법적 논쟁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신명 재판이 점차 사라지며 게르만족의 전형인 세계관 Weltanschauung의 위기가 명백히 드러났고, 새로운 이성이 등장했다... 중세 후반기의 문명은 증거에 기초하는 공적 재판 형태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 책임을 밝히려는 노력은 심판의 결투와 연옥의 맹세, 그리고 심판이 무시무시한 도전에 임한 자의 육신에 자연 요인이 미치는 결과를 통해 드러난다는 끓는 물과 불타는 석탄, 뜨겁게 달구어진 쇠의 신명 심판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p238)... 심문 수단으로서의 고문을 거부하고 고백의 증거적 가치를 비판하는 것은 이단 심문에 대한 논쟁의 주된 주제였다. 논쟁은 로마- 교회의 전형에 대치되는 처벌 절차에 대한 계몽주의적 관점을 통해 최고조에 이르게 될 것이었다. 즉 결백을 추정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양측의 형평성과 대립구도, 재판의 공개성과 구두 진행, 재판관의 제3자적 입장과 공평성에 근거하는 보장성 유형이었다.(p241) <중세3 1200 ~ 1400 : 성, 상인, 시인의 시대> 中 


[그림] 마녀사냥 (출처 : http://salem.wikia.com/wiki/Witch_Hunt_(Historical))


 '종교 재판'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마녀사냥(Witch Hunts)'일 것이다. 중세를 연상시키는 핵심적인 단어 중 하나인 '마녀(魔女)사냥'은 실상 1,000여년에 걸친 중세 기간 내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중세 후반기 알프스 이북의 게르만 민족의 세계관이 붕괴되었을 때, 사회 통제를 위해 이루어진 일련의 비합리적 행위는 중세(中世) 전체를 암흑의 시대로 규정하게 되었고, 이어지는 계몽시대(啓蒙時代 Siecle des Lumieres)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14세기 말에서 15세기 초반의 종교 재판 역사에서 크게 주목할 점은 종교 재판관과 세속 재판관이 악마의 축제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렇게 유럽의 역사에 가장 어두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마녀와 마법사의 비밀 결사는 문화 구조이고, 복합적인 신화이며, 알프스 산 양쪽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가 점차 유럽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마녀사냥은 종교적인 요인때문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고 사회적-정치적인 이유도 있었으며, 개인적인 복수와 공공질서 회복과도 관련이 있었다.(p238)... 결국 마술을 믿는 신앙이 성공한 것은 불행을 설명하기 위함이었으며, 집단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통제 수단이었을 것이다. 공동체는 마녀에게 타격을 가하면서 악의 원인을 막을 방법을 찾았다.(p239) <중세4 1400 ~ 1500 : 탐험, 무역, 유토피아의 시대> 中


 <법으로 읽는 유럽사>와 <중세>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오늘날 EU의 정신을 이루고 있는 EU 헌법의 근간에는 로마법, 게르만 관습법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보통법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오늘날 근대 시민법의 형성에는 중세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동시에 우리는 새로운 과제를 확인하게 된다. 위에서처럼 법(法)이 제도(制度)를 만들고, 제도가 사상(思想)을 만들고, 사상이 역사(歷史)를 만들고, 역사가 오늘의 우리를 만들고, 오놀의 우리가 다시 법을 만든다면, 미래(未來)를 위해서는 오늘의 우리가 우리의 모습이 담긴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모처럼 개헌(改憲)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최근 완간된 <중세4>를 통해 중세 1,000년의 기간에서 고대와 근세의 접점을 보다 면밀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얻은 작은 수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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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은 천체물리학, 지구과학, 생물학 등에 관해 빌 브라이슨(Bill Bryson, 1952 ~ )이 쓴 짧은 과학 역사 이야기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정말 매우 넓은 반면, 그 깊이는 매우 얇다. 때문에, 해당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반면, 해당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사람 이름만 기억에 남지 않을까 여겨진다. 아마도 다음의 노래를 듣고, 한국사에 대해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입문서(入門書)보다는 고시생들이 시험 10분전 전체 목차(index) 를 떠올릴 때 활용하는 책 수준이라 여겨진다.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 여겨져, 이번 페이퍼에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가장 눈이 갔던 주제를 골라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 ~ 1600)는 그의 저서 <무한자와 우주와 세계 Dell'infinito, universo e mondi De la causa, principio e uno>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고, 결국 화형(火刑)으로 삶을 마치게 되었다. 

 

 우주는 무한한 전체로서 중심과 주변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 안에 있는 것은 단지 모든 개별적 천체에 대한 관계들입니다. 이 관계들은 내가 반복해서 여러 번 설명한 것처럼 특히 일정한 중심점들, 말하자면 태양들, 중심불들이 존재한다고 우리가 제시한 그곳에 있습니다. 마치 우리들이 우리에게 인접한 태양 주위를 일곱 개의 유성이 회전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태양들과 중심불들의 둘레를 그것들의 모든 유성들, 지구들, 그리고 물로 된 천체들이 회전합니다.(p185) <무한자와 우주와 세계 외>中


 브루노는 비록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지만, <무한자와 우주와 세계 외> 곳곳에는 기존 정상과학(normal science)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제시된 마지막 문장의 '지구들', '물로 된 천체들'이라고 설명된 부분에서 우리는 고체상태의 지구형 행성(地球型行星, terrestrial planet)과 액체상태의 목성형 행성(木星型行星)을 연상할 수도 있다. 조금 엇나갔지만, 2003년에 쓰여진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는 과거 행성이었던 명왕성(冥王星, Pluto), 지금은 왜소행성 134340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어느 곳인가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우리 은하계에 몇 개의 별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1,000억에서 4,000억 개에 이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은하는 1,400억 개의 정도일 것으로 짐작되는 은하들 중의 하나이고, 그중에는 우리 은하보다 더 큰 것도 많이 있다... 우리는 그 수백만의 문명들 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p41)...  1999년 2월에 국제천문연합이 명왕성이 행성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것은 좋은 소식이다. 우주는 크고 외로운 곳이다. 가능하면 많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p42) <거의 모든 것의 역사> 中


 <거의 모든 것의 미래>에서는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이라고 받아지는 학설에 대해 위와 같이 '다다익선(多多益善, the more is the better)'의 개념으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명왕성은 이후 2006년 행성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었는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312243.html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명왕성이 행성에서 강등된 이후인 2008년에 쓰여졌기 때문에 왜소행성 134340에 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속에서 명왕성의 왜행성 강등에 대해 개인적인 아쉬움을 확인할 수 있다.


 명왕성이 실제로 행성인지, 아니면 은하의 잔해들이 남아 있는 카이퍼 띠(Kuiper Belt)라고 알려진 곳에 있는 비교적 큰 덩어리인지에 대해서 많은 천문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명왕성은 2006년에 투표를 통해서 행성 연맹에서 쫓겨났다. 명왕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행성'의 이름표를 얻는데 실패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명왕성은 '외행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70년 이상이나 행성으로 여겨졌고, NASA가 보낸 우주선이 2015년 7월 근처를 지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명왕성이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다시 달라질 수도 있다.(p17)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中


 명왕성은 193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2000년대 중반 카이퍼 벨트에서 많은 왜소행성의 확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결국, 2006년 태양계 행성에서 탈락하게 되지만, 이 시기 미국은 명왕성 탐사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련의 행보는 '명왕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각별한 애정 때문이라 여겨진다.

 

 2006년 1월에 나사의 뉴허라이즌스호는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이륙해 명왕성과 그 너머를 향해 나아갔다. 그 당시에는 명왕성이 실제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아무도 몰랐다. 그것은 카이퍼 대의 안쪽 테두리에 있는 작고 먼 천체였다... 명왕성 근접 탐사 계획은 2000년까지 보류된 상태로 있었는데, 스턴은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1930년에 발결한 가장 작고 가장 큰 행성인 명왕성에 탐사선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에 앨런 스턴(Allan Stern)의 뉴허라이즌스 계획은 승인을 받았고, 2006년에 발사된 우주선은 명왕성을 향해 9년간의 비행을 시작했다.(p315) <천문학의 책> 中


[사진] 뉴허라이즌스 호 경로(https://www.sciencenews.org/article/rendezvous-pluto)


 '치와와가 개이듯 얼음 왜행성들도 행성체다.' 앨런 스턴이 남긴 말 속에서 우리는 명왕성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행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국 과학계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토머스 S. 쿤(Thomas Samuel Kuhn, 1922 ~ 1996)은 그의 주저 <과학 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nce Revolution>에서 패러다임(paradigm)과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를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이미 경쟁하는 패러다임의 추종자들이 어째서 상대방의 관점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가에 대한 몇 가지 이유들을 살펴보았다. 그 이유들은 총괄적으로 혁명 이전과 이후의 정상과학 전통에서의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이라고 표현되었으며, 우리는 여기서 그것들을 간단히 요약하기만 하면 된다.(p258)... 서로 다른 세계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두 그룹의 과학자들은 같은 방향과 같은 관점에서 보면서도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기분 내키는 대로 어느 것을 본다는 뜻은 아니다. 양쪽이 모두 세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이 바라보는 대상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영역에서는 그들은 서로 다른 것들을 보며, 대상들이 서로 맺는 다른 관계 속에서 그것들을 본다.(p261)... 그들 사이에서 충분히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려면, 한 그룹 또는 다른 그룹이 우리가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불러온 개종(conversion)을 거쳐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경쟁적인 패러다임 사이의 이행은 공약불가능한 것들 사이의 이행이기 때문에, 논리가 가치중립적 경험에 의해서 추동되어서 한 번에 한 걸음씩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p262) <과학 혁명의 구조> 中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인식틀 속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아마도 이들은 다른 세계를 사는 것이라는 쿤의 주장속에서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이라는 말은 '객관적', '합리적', '논리적' 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과학'이라는 단어를 포장하는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과학'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천문학의 책> 안에서 우리는 '명왕성은 왜행성이다'라는 패러다임을 거부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학(科學, science) 역시 인간 인식 틀의 하나이며, 끊임없이 변화가 될 수 밖에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과학의 상대성을 새삼 확인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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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9-16 2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은 정말 알라딘의 호랑이세요.... 장르도 뭣도 가리지 않고 다 씹어드신다.

겨울호랑이 2018-09-16 21:44   좋아요 1 | URL
에고, 호랑이가 되고 싶은 고양이입니다. ^^:) syo님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8-09-16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길그레이트 책은 제가 소장하는 최애템인데도 이 책은 생소한 걸로 보아~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맞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9-16 22:34   좋아요 1 | URL
^^:) 한길 그레이트북은 종류가 워낙 많기도 하거니와, 제 독서가 워낙 구석을 찌르는 경향이 있어 북프리쿠키님께서 미처 확인하지 못하신 책이라 생각됩니다...ㅋ 감사합니다.

베텔게우스 2018-09-16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대해서 글 첫머리에 언급하신 부분에 대하여 격하게 공감합니다. 2주간 겨우 절반을 읽었는데, 나머지 절반을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특히 물리학에 관한 부분은 당최 무슨 말인지... 아무튼 저도 명왕성 부분을 읽으며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과 더불어 글쓴이의 다다익선식의 견해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글을 통해서 그 내용을 패러다임 전환의 측면에서까지 바라보게 되었네요~ 겨울호랑이님,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9-17 07:20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과학사에 대해 잘 정리된 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읽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책이 주는 ‘과학인물사‘ 느낌과 과거 국사 교과서를 읽는 느낌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네요. 그런 면에서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베텔게우스님 역시 명왕성을 인상 깊게 읽으셨다는 것을 보면, 분량은 많아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부분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베텔게우스님 감사합니다.^^:)

2018-09-17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7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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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복음서의 발견이 신학계에 일으킨 가장 커다란 파문은 뭐니뭐니 해도 Q복음서를 가설 아닌 실체로서 등장시킨 사건이다.... 마태, 누가 복음서 중에서 복음서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마가자료를 제외한 부분 중에서, 마태와 누가에 공통된 부분을 그냥 자료(Quelle)라는 의미로 Q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 가설적 문헌을 치밀하게 연구해본 결과, 그것은 단지 어록(로기온 자료) 형식의 모음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즉 예수의 말씀(가라사대 파편)만으로 구성된 자료라는 것이다.(p349)... 도마복음서는 꿈에 그리던 어록복음서(saying gospel)이었던 것이다.(p350)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1> 中


 이 <숫타니파타>는 수많은 불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다... 불교 경전은 원래 눈으로 읽는 문자로 쓰여지지 않고 부처의 가르침을 들은 제자들이 그 내용을 함께 암송해오다가 후기에 문자로 정착된 것이다... 부처에게는 자기 자신이 어떤 종교의 창시자라는 의식이 전혀 없었다. 단지 눈 뜬 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숫타니파타>를 보면 부처가 말한 그 가르침의 원형이 어떤 것인가를 자세히 알 수 있다.(p12) <숫타니파타 - 서문(법정)> 中 


[사진] 피할수 없는 죽음(출처 : http://aristeinhk.blogspot.com/2015/04/inevitable-death-sutta-nipata-574-581.html)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 별로 관련없어 보이는 두 문헌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도 불교와 기독교 가르침의 원형(原形)을 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길(道)은 통해서일까.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를 비교해서 읽다보면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도마복음한글역주>의 저자 도올 김용옥 교수는 그의 저서 여러 곳에서 <숫타니파타>를 통해 <도마복음>을 풀이하고 있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의 말씀을 통해서, 가르침의 원형을 거칠게나마 느껴보고자 한다.


[사진] 도마복음서( 출처 : https://www.alphawiki.org/w/%ED%86%A0%EB%A7%88%EC%8A%A4%20%EB%B3%B5%EC%9D%8C%EC%84%9C)

 

 <도마복음한글역주>의 저자는 복음서 속의 방랑하는 자의 모습 속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숫타니파타>의 말씀을 떠올리고 있다. 모든 것에 미련을 갖지말고 나가라는 두 말씀 사이에서 우리는 '고독함'이라는 공통된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버리고 떠나야 하는가? <숫타니파타>는 그 이유를 '집착'이라고 말한다.


제42장 1 예수께서 가라사대, "방랑하는 자들이 되어라."(p104) <도마복음한글역주 3> 中

 

 52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p30)... 16 우리들을 생존에 얽어매는 것은 집착이다. 그 집착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p19) <숫타니파타> 中


 <숫타니파타>에서는 집착을 버리기 위해 열심히 정진한 것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도마복음>에서 방랑하는 자는 구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그치지말고, 나아갈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을 찾기 위해서 이처럼 나가야 하는가?


 61 '이것은 집착이구나. 이곳에는 즐거움도 상쾌함도 적고 괴로움뿐이다. 이것은 고기를 낚는 낚시이구나.' 이와 같이 깨닫고, 지혜로운 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8 최고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의 안일함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p33) <숫타니파타> 中 

 

 제2장 예수께서 가라사대, "구하는 자는 찾을 때까지 구함을 그치지 말지어다. 찾았을 때 그는 고통스러우리라. 고통스러울 때 그는 경이로우리라. 그리하면 그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되리라."(p133)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숫타니파타>에서는 '마음의 통일'이라는 경지를 얻기 위한 정진을, 그리고 <도마복음>에서는 '(아버지의)나라가 너희 안과 밖에 있음'을 발견할 것을 강조한다.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음'에서 '마음의 통일'의 의미를 찾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224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그 어떤 부라 할지라도,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완전한 스승에게 견줄만한 것은 없다. 이 뛰어난 보배는 눈 뜬 사람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하라.(p86)... 225 마음의 통일을 얻은 스승은 번뇌와 욕망과 죽음이 없는 경지에 도달한다. 그 이치와 견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뛰어난 보배는 그 이치 속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하라.(p87) <숫타니파타> 中


 제3장 진실로, 나라는 너희 안에 있고, 너희 밖에 있다.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알 때 비로소 너희는 알려질 수 있으리라. 그리하면 너희는 너희가 곧 살아있는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그러나,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너희는 빈곤 속에 살게 되리라. 그리하면 너희 존재는 빈곤 그 자체이니라."(p157)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숫타니파타>에서 '마음의 통일'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음의 구절이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아(彼我)의 구별이 없는 통일된 상태에 이르렀을 때 모든 괴로움(苦)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마음의 통일 상태에서 무상(無常), 무아(無我)임을 깨닫는다면, 일체개고(一切皆苦)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도마복음>에서의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음'도 이러한 의미는 아닐런지.

 

734 "모든 괴로움은 식별 작용으로 인해 일어난다. 식별 작용이 없어지면 괴로움은 생길 수 없다. 735 괴로움은 식별 작용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알아 식별 작용을 고요히 가라앉힌 수행자는, 쾌락에서 벗어나 평안에 이르게 된다.(p255) <숫타니파타> 中


 그렇다면, 이러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숫타니파타>에서는 이를 윤회를 넘어선 자, '바라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하였고, <도마복음>에서는 이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순환적인 불교의 시간관과 직선적인 기독교의 시간관은 비록 다르지만, 끝까지 나아감을 통해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여겨진다.


 519 "사비야여, 모든 악을 물리치고 때묻지 않고, 마음을 잘 가라앉혀 스스로 안정시키며, 윤회를 넘어서 완전한 자가 되어 걸림이 없는 사람, 그를 '바라문'이라 합니다. 520 절대 평화의 세계에 들어가 선과 악을 버리고 때묻지 않으며,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알고 생과 사를 초월한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사문'입니다.(p184) <숫타니파타> 中


 제70장 1 예수께서 가라사대, "만약 너희가 너희 내면에 있는 것을 끊임없이 산출해낸다면, 너희가 가지고 있는 그것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2 만약 너희가 그것을 너희 내면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너희가 너희 내면에 가지고 있지 못한 그 상태가 너희를 죽이리라."(p214) <도마복음한글역주 3> 中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 속의 말씀을 이처럼 조합하다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별이 없는 상태에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중단없이 용맹정진하며, 미련을 가지지말고 혼자서 방랑하는 고독한 삶을 살아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분명 놓친 부분이 있을 것이고 비약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장 큰 종교의 가르침 속에서 공통 분모(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있다는 사실은, 종교간 대립이 심해지고 있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된다.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 속에서 옛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확인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PS. <도마복음>에서 말하고 있는 '비어있는 동이를 이고 간 여인'은 자신의 동이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제97장 1 예수께서 가라사대, "아버지의 나라는 밀가루를 가득 채운 동이를 이고 가는 한 여인과도 같다. 2 그녀가 먼 길을 걸어가는 동안, 이고 가는 동이의 손잡이가 깨져서, 밀가루가 새어나와 그녀가 가는 길가에 흩날려 뿌려졌다. 3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문제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4 그 여인이 집에 당도했을 때, 그녀는 그 동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p302) <도마복음한글역주 3> 中


766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욕망을 이루면, 그는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기 때문에 기뻐한다. 767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욕망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그는 화살에 맞은 사람처럼 괴로워하고 번민한다. 771 그래서 사람은 항상 바른 생각을 지키고 모든 욕망을 피해야 한다. 배에 스며든 물을 퍼내듯이, 욕망을 버리고 거센 강을 건너 피안에 도달한 사람이 되라.(p271) <숫타니파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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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9-16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천년 전의 기록이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 그리고 지금 읽어도 의미를 생각해야 할 내용이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시기보다 많이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들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호랑이님, 편안한 일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9-16 21:28   좋아요 1 | URL
시간이 흘러 옛날과 많은 것이 바뀌어도 근원적인 것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서니데이님 남은 일요일 밤 잘 마무리 하세요!^^:)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1
케이트 에번스 지음, 황승구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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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은 난민들이 영국에 가기 전 머물던 프랑스 칼레(Calais)의 난민촌 정글(jungle)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영국인인 저자는 자원봉사자로서 구호품을 배급과 그림 등을 통해 난민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을 깊이 이해하는데, 이는 단순한 인도주의에서 나오는 감정만은 아니다.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난민들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감과 속죄의식 또한 저자의 행동 동기가 되었음을 책 곳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이때문일까. 이 책은 난민에 의해 씌여진 책보다 오히려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지금부터 난민을 홍수에 비유해보자. 수백만  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칼레에 울타리를 치고 감시는 강화하는 일은 물이 흐르는 개수대를 마개로 틀어막는 일과 같다. 하지만 물은 계속 흘러들어온다. 영국으로. 왜 그럴까? 아마 영어를 쓰는 나라여서 소통이 쉽고, 영국이 공정하고 관대할 것이라는(아마도 잘못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난민들은 눈 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아픔이 있다. 그래서 영국에 사는 친인척과 재회하려는 마음이 더 간절한 것 같다.

 

 물은 왜 넘치게 되었을까? 영국이 그들 땅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총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 무기를 팔아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잿더미가 된 나라에서 극단적인 종교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와 탈레반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이들은 미친듯이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다닌다. 당신에게 어린아이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전 세계 난민의 절반이 아이들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전쟁이 터졌다. 정부가 도시에 폭탄을 투하하고, 내일이면 테러단이 마을을 덮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떠나지 않겠는가?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中

 

 칼레에 건설된 난민촌 '정글'은 결국 2016년 10월 프랑스 당국에 의해 폐쇄된다. 그리고, 동시에 약 1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은 고통과 절망에 빠진 채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책 속의 처참하게 묘사된 그림과 당시 사진 속에서 자연스럽게 로댕(François-Auguste-René Rodin, 1840 ~1917)의 유명한 조각 <칼레의 시민들 The Burghers of Calais>을 떠올리게 된다. 백년전쟁 당시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여섯 명의 시민들. 비록, 대의(大意)를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하지만, 이 조각상에서는 이들의 절망과 고통이 그대로 느껴진다. '칼레의 시민'의 진실은 극화(劇化)된 부분이 많다고 하나, 모든 것을 빼앗긴 난민들의 심정은 이 조각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진] 칼레의 시민들(출처: https://sites.google.com/site/adairarthistory/iv-later-europe-and-americas/119-the-burghers-of-calais-auguste-rodin)

 

 1347, 잉글랜드 도버와 가장 가까운 거리였던 프랑스의 해안도시 칼레는 다른 해안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거리상의 이점 덕분에 집중 공격을 받게 된다. 이들은 기근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1년여간 영국군에게 대항하나, 결국 항복을 선언하게 된다...에드워드 3세는 칼레의 시민들에게 다음의 조건을 내걸게 되었다.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그러나 시민들 중 6명을 뽑아와라. 그들을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하여 처형하겠다.” 모든 시민들은 한편으론 기뻤으나 다른 한편으론 6명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딱히 뽑기 힘드니 제비뽑기를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상위 부유층 중 한 사람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aint Pierre)'가 죽음을 자처하고 나서게 된다. 그 뒤로 고위관료, 상류층 등등이 직접 나서서 영국의 요구대로 목에 밧줄을 매고 자루옷을 입고 나오게 된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은 바로 이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출처 : 위키백과]

 

 결국, 칼레의 난민촌은 폐쇄되고, 거주하는 많은 난민들이 프랑스 당국에 의해 강제 등록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던 영국이민의 꿈은 사라지게 되었다. (EU에서는 1997년 더블린 조약에 의해 난민이 최초로 발을 들인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저자는 '봄의 씨앗'을 발견한다.

 

 2016년 3월 7일. 됭케르크 시장과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됭케르크에 엄청나게 개선된 새로운 캠프를 연다. 사생활이 보장된 가족 오두막집, 식료품이 잘 갖춰진 공동 부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난민 등록을 강요받지도 않는다. 진짜 보금자리도 아니고, 그들의 종착지도 아니지만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전보다 따뜻하고, 안전하며, 깨끗하다.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사진] 덩케르크 철수 (출처 : http://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113735)

 

 살고자 하는 난민들의 꿈이 '칼레의 시민들'처럼 무너졌다면, 1940년 5월 덩케르크 전투 (Battle of Dunkirk)가 벌어진 그곳에서 33만명의 연합군 병사들이 도버해협을 건넜을 때 가졌던 삶에 대한 간절함이 난민들을 통해 재현되고 있음을 책 속에서 발견하고 조금이나마 안도하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유럽 난민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결코 남의 일이라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얼마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예멘 난민 문제의 경우에서처럼 이제는 우리도 난민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난민이 영국에 들어오면 영국이 과연 어떻게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영국에서 일하며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도 난민들에게 밀려 의료보험 혜택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면 어떻겠는가? 난민은 그렇게 돕고 싶어하면서 왜 정작 자국민인 영국의 노숙자에게는 관심이 없는가?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여러 곳에서는 위와 같이 난민에 대해 적대적인 사람들의 목소리도 표현된다. 그리고, 난민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에 대한 답(答)을 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주장이기도 한 난민문제에 대해 잘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면을 봐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입장, 난민의 입장, 그리고 인류의 입장. 자칫 주관에 휩쓸려 판단을 그르칠 수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 이 책은 난민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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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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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을 말하다
장 지글러 지음, 이현웅 옮김 / 갈라파고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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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을 말하다 Chemins d'esperance>는 유엔(UN)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인 장 지글러(Jean Ziegler, 1934 ~ )이 내부에서 바라본 유엔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 문제점, 그리고 저자의 UN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관한 이야기다. 


 이 세계가 겪은 가장 끔찍한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났다. 그 결과 6년 동안 5,700만명의 시민과 군인이 사망했고, 부상자, 장애인, 실종자가 수십만 명에 달했다. 유엔이 창설된 건 이러한 살육 때문이었다.(p112) <유엔을 말하다> 中


 1951년 7월 28일, 전 세계의 국가들은 난민의 지위와 관련된 협정, 이른바 '제네바 협약'을 승인했다. 이 협약에 의해, 새로운 보편적 인권인 보호권이 생겨났다. 자국에서 정치, 종교, 인종차별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누구나 국경을 넘어 외국 정부에 보호와 피신처 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것은 박탈할 수 없는 권리다. 그런데 유럽연합은 지금 이 협약을 폐지하려 한다.(p57) <유엔을 말하다> 中


  2차 대전의 참상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유엔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하나는 과거보다 거대해진 금융자본의 힘이며, 다른 하나는 인권(人權)을 더이상 유엔이 지키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화와 거대화된 금융자본으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기아(飢兒)에 허덕이고 있음을 전작(前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유엔을 말하다>에서는 소득 불평등의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가 정치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인다.


 오늘날 번영을 누리는 벌처펀드는 부자는 힘이 세고 국가는 힘이 약하다는 사실을 왜곡된 방식으로 뚜렷이 보여준다. 세계화된 금융자본은 각국에 지지자와 하수인을 두고 있다.(p45)... 세계는 지옥 같은 악순환에 빠져 있다. 매우 부유한 사람과 극도로 가난한 익명의 대중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은 끊임없이 커지고 있다.(p52) <유엔을 말하다> 中


 세계화의 결과이자 소수 지배집단이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특권적 수단은 '역외회사'다. '조세회피처', 곧 재산이나 수입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은폐되고 비밀스런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에 등록된 이 기업은 대부분 불법적인 돈을 세탁하는 데 이용된다.(p350)... 탈세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재앙의 많은 부분에 책임이 있다.(p351) <유엔을 말하다> 中


 유엔은 미국의 재정과 협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제기구다. 공짜가 없는 국제 정치에서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엔을 원조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음은 더이상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문제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의 거주지에서 탄압받고 쫓겨가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유엔은 결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어두운 현실 모습이다.


 유엔이라는 조직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다자 외교와 헨리 키신저의 제국주의적 이론은 상반된다. 하지만 유엔은 미국의 지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앙 행정기관 예산의 26퍼센트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를 유엔에 매년 지원한다.(p153) <유엔을 말하다> 中


 미국은 이스라엘의 육해공군과 첩보 기관에 매년 약 30억 달러를 지원한다. 미국의 용병 국가인 이스라엘은 제국주의적 권력에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맡는다.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량의 25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놀라운 기계를 먹여 살리는 것은 석유다. 극히 최근까지 미국은 그중 60퍼센트 조금 넘는 양을 수입에 의존했다... 미국으로서는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 반도의 군주국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략을 따라야 했고, 이 지역에서 미국 중심의 질서를 보장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이스라엘이다.(p163) <유엔을 말하다> 中


 현재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거대 권력이 금융자본의 힘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결국 현재 유엔이 인권(人權)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과라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금융자본문제와 인권 보장 문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과제라 하겠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상임이사국의 전횡 속에서 유엔은 인류의 시급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그 대가는 남반구의 가난한 지역에 사는 이들이 지불해야 했다.


 오늘날, 실질적인 정의는 의심의 여지없이 사라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세계의 길 위에서 헤매는 피난민과 이주민의 수가 이토록 많았던 경우는 결코 없었다. 기아는 난민촌을 휩쓸고 있다. 사막과 건조한 초원이 경작 가능한 땅을 삼키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은 지금 건조한 땅으로 덮여 있다.(p117) <유엔을 말하다> 中


 금융자본에 의한 세계 지배와 약해진 국가 권력과 유엔.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아와 난민 문제.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저자 장 지글러는 유엔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저자의 어둠 속에서 빛을 희망하는 마음을 <유엔을 말하다>를 통해 발견하게 된다.


 현재 소수 지배집단이 전파하는 신자유주의의 거짓말 때문에 이 세계에서 공동의 의식은 소외당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의식에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권리를 지닌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다... 타인에 대한 공포, 부정, 경멸이 전 세계에 더욱더 맹위를 떨칠수록, 신비하게도 희망은 더욱더 커진다. 사람들의 의식이 반기를 들 때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다시 시작할 때다.(p18) <유엔을 말하다> 中


 현재 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든 사회적 계층인 종교단체, 국가, 민족, 정치단체의 사회운동가, 조합, 연합단체, 비정부기구, 개인은 지금과 같은 세계 질서에 근본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동력은 동일성에 대한 의식이다.(p352)... 확실히 시민사회에도 모순은 있다. 그리고 진행되는 저항이 많다면 해결책도 불확실해진다. 하지만 국제적인 시민사회, 무엇보다 어떤 변혁을 거듭한 유엔이라는 무기를 갖춘 시민사회는 마침내 인간적이 된 세계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p353) <유엔을 말하다> 中


 저자는 <유엔을 말하다>를 통해 인권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 문제의식이 현재의 어두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그는 책 속에서 현재의 유엔이 진정한 국제기구로 거듭나기 위한 코피 아난(Kofi Atta Annan, 1938 ~ 2018)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개혁안을 소개하고 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일종의 유언으로서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 개혁안은 두 가지 주요한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이제부터 반인도적 범죄와 관련되는 모든 갈등 상황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국의 지위는 모든 국가가 교대로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p339) <유엔을 말하다> 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국의 지위 독점과 거부권에 대한 코피 아난의 개혁안은 비록 현재 상임 이사국들에 의해 거부되었지만, 우리는 이로부터 현재 유엔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사진]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출처: 한계레 신문)


 장 지글러의 <유엔을 말하다>에서는 위와 같이 현재 유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우리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세계 평화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도 부가적으로 알게 된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PS. 이와 대조적으로 코피 아난 사무총장 후임인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냉혹하다. 미국의 조력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통렬히 비판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 역시 유엔에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선출된 일은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빈기문은 진지함과 냉소가 섞인 태도로 우리에게 말했다. "저는 미군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p156)... 미국으로서는 남한이라는 가신 家臣 같은 공화국 출신의 국민이라면 자신들에게 충성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p158)... 특히 나는 친구이기도 했던 두 명의 협력자를 잃었다. 사무총장을 맡은 사람은 코피 아난에서 생명력 없는 엑스트라 같은 인물로 대체되었다.(p329)  <유엔을 말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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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9-10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기문 전 사무총창 비판에 대해 한마디 거들면요... 그 오랜 기간 공적이 없는 것도 큰 공적이다...ㅎㅎ

겨울호랑이 2018-09-10 21:37   좋아요 3 | URL
그렇지요... 정말 공적이 없긴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503과 함께 아프리카에 새마을 운동을 전파시키려 노력했다는 점은 노력의 함정이겠지만요...ㅜㅜ

2018-09-10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0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09-1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예전에 사놓고 아직도 먼지만 가득합니다 겨울호랑이님 덕에 한번 읽어봤음 싶은데~잘될지 ㅋ글 잘 읽고 갑니다 오늘도 건강하십시오^^

겨울호랑이 2018-09-11 09:30   좋아요 2 | URL
카알벨루치님께서는 평소 책을 많이 읽으시는데, 아직 먼지 쌓인 책이 있다는 것을 보면 정말 많은 책을 보유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카알벨루치님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시면 금방 읽으시리라 여겨집니다. 감사합니다. 선선한 좋은 가을 날 보내세요!

카알벨루치 2018-09-11 09:34   좋아요 1 | URL
읽고픈 책은 많고 머리는 안 따라주고 조급함보다는 느긋하게 즐기면서 읽어야하는게 젤 중요한 것 같아요 인생은 짧고 죽기전에 우린 세상의 모든 텍스트를 다 못 읽고 죽을것이니 하루하루 내 맘의 여유를 발견하고 읽고 깨닫고 쓰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진다면 그게 젤 큰 하루의 소확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9-11 10:03   좋아요 2 | URL
^^:) 맞는 말씀입니다. 오늘도 여유있는 하루 보내세요!

나와같다면 2018-09-11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nowhere man 어디에도 없는 사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2014년 한해만 우려감(concerns)을 140번 나타냈다

제가 화가나는 부분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서 그에 합당한 일을 하지못했다는 점

겨울호랑이님 말씀대로 우리 역시 유엔에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겨울호랑이 2018-09-11 18:34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저는 그의 영향력을 임기직전 대선 출마 여부로 시끄러울 때 겨우 느낄정도였으니, 전 세계 분쟁국 사람들과 난민들이 느낀 배신감과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2018-09-11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1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4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9-16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끔 겨호 님 글 읽으면서 놀라곤 하는 부분은 호기심의 광역입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십니다... 진정한 독서계의 달인이시란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연의는 그 유명한 뽀통령의 옆자리에 있으니 출세했군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8-09-16 22: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곰곰발님. 제가 많이 몰라서 그저 이것저것 찾아보게 됩니다. 모르는 것이 많다보니, 더 찾아보게 되는 것은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네요. 자세히 보시면 사진에서 연의는 풍선껌을 불고 있습니다. 나름 뽀로로와 풍선껌 대결을 하는 진검승부(?)의 긴장감 넘치는 현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