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 지식인마을 16
최훈 지음 / 김영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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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 Immanuel Kant, 1724 ~ 1804)는 <실천이성비판 實踐理性批判,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에서 '정언명령 定言命令, Categorical Imperative'을 인간의 행동의 준칙으로 제시하는데, 이 '보편성'의 원칙은 이 책 <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의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칙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떠한 행위를 할 때 따르는 지침을 칸트는 준칙(maxim)이라고 불렀다... 칸트는 이 준칙이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준칙이 무조건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준칙에 어떤 조건이 붙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p50)... 무조건적인 명령을 정언명령이라고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마치 당신의 행동 준칙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 자연의 보편적 법칙인 것처럼 행위하라"이다.(p51) <벤담 & 싱어> 中


  <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는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인 벤담(Jeremy Bentham, 1748 ~ 1832)과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 ~ )의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윤리학(倫理學) 과제에 대한 답을 소개하고 있다. 공리주의자들은 인간 사회 내에서 인간 행동의 선택 기준에 대해 논의했다면, 실천 윤리학자인 피터 싱어는 주제 범위를 동물(animal)로 확대하고 있다. 먼저 공리주의자들의 입장을 살펴보자. 


 우리에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the 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으로 널리 알려진 공리주의자 벤담은 양(量)적 공리주의를 주장하는데, 이에 따르면 모든 행복(또는 효용 效用)은 측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경제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 이론의 효용함수(效用函數)와 무차별곡선(Indifference curve)가 공리주의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개념이다. 


 [그림] 기펜재의 무차별 곡선(출처 : 위키백과)

 

 어떤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결정할 때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이익, 곧 공공의 이익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공리주의(Utilitarianism)이다.(p61)... 공리주의의 주장은 명쾌하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행동이 옳으며,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해야만 한다. 이때  '모든 사람'에는 내가 아닌 사람만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공리주의의 창시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1748~ 1832)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은 하나로 계산되며 어느 누구도 하나 이상으로 계산되지 않는다."(p62) <벤담 & 싱어> 中


  많은 경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다수결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공리주의에서는 다수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소수의 이익도 고려하는 공리주의지만, 공리주의 원칙대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한계효용 체감법칙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함에 따라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는 점차 감소'하게 된다. 때문에, 공리주의 원칙에서 바라본다면, 우리가 치맥을 먹는 대신 아프리카 어린이가 굶주림을 벗어날 수 있도록 원조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는 공리주의의 현실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다수결의 원리에서는 단순히 사람들의 수에 따라서 결정을 내리지만 공리주의에서는 각 사람들의 선호하는 정도까지 고려한다. 그러므로 다수결의 원리에서 문제되는 소수 억압이 발생하지 않고, 발생하지 않더라도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의 <자유론 On Liberty>(1859)은 소수자 억압에 반대한 대표적인 책이다.(p64) <벤담 & 싱어> 中


 공리주의에서는 전체 행복이 증대된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의 재산을 훔쳐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도 용납될 수 있다. 공리주의는 이렇게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옹호한다. 그런 상황을 옹호한다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의무라는 뜻이기도 하다.(p82)... 공리주의는 지키기 너무나 힘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p84) <벤담 & 싱어> 中


 이처럼 공리주의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인류(人類) 보편적인 관점이다. 같은 종(種)에 속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도 이처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현실 속에서, 피터 싱어는 한 걸음 더 들어간 논의를 한다. 그의 저서 <동물 해방 Animal Liberation>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등의 원칙을 동물에도 적용한 것이다. '동물의 평등'에 대해 말하기 전 먼저 그의 관점에 대해 살펴보자.


 도덕 원리라면 보편화가능성(universalizability) 조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p100)... 싱어는 이성은 끝이 없는 에스컬레이터와 비슷하다는 비유를 자주 든다... 싱어가 생각하는 더 높은 곳은 어디를 말할까? 그것은 우주적인 관점을 말한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의 욕구와 선호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p106)... 나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유사한 이익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성적(합리적)인 사고다.(p110) <벤담 & 싱어> 中


 피터 싱어에 따르면 우리는 우주(宇宙)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인간과 동물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게 되고 보편성의 원칙을 동물에게 까지 확대될 수 있다.


 싱어는 자신의 이익에 대한 평등한 고려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여 동물 해방이라는 주장과 운동을 이끌어낸다. 사람의 피부색이나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이익을 다르게 고려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어떤 존재가 어느 동물 집단에 속하느냐를 따라 그 존재의 이익을 다르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p139) <벤담 & 싱어> 中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을 통해 동물에 대해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을 위해 사육되거나, 실험도구로 쓰이는 동물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배려의 출발점으로 피터 싱어는 '채식'을 권하고 있다.


 <벤담 & 싱어>에서는 이처럼 윤리학의 법칙을 보편적으로 적용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다만, 공리주의자들은 윤리학의 법칙을 인간으로 한정하여 적용한다면, 실천윤리학에서는 인간을 넘어서 동물로까지 보편적 법칙의 적용 범위가 확대됨을 확인하게 된다. 실천윤리학은 이처럼 형이상학적인 물음을 현실과제에 적용시키기 때문에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또한 많은 반론(反論)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 菜食主義, vegetarianism'에 대해 말을 해보자.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살생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터 싱어는 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 대해 '채식'에 대해 식물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아직 논의 중이긴 하지만, 만약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이 정설이 된다면 그 때 우리는 채식도 중단해야 할 것인가? 


관련기사 : 식물도 통증을 느끼는가 (출처 : 한겨레 21) http://legacy.h21.hani.co.kr/h21/data/L980824/1p3p8o29.html


 이러한 사실 이외에도 현재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시스템이 아니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동물해방>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벤담의 공리주의 또한 많은 비판을 받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타인(他人), 타자(他者)에 대한 고려를 해야한다는 공리주의와 실천윤리학의 관점은 자신만을 아는 요즘 우리에게 분명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여겨진다. 그리고, <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는 그 새로운 관점을 쉽게 잘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하며 오래 전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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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1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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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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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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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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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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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7-2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함수 같은 것을 이해하려면 다시 수학책을 보고 경제학으로 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래전에 찍은 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귀한 것이 되는 것 같아요.
그 때로 돌아가서 다시 찍을 수 없으니까요.
오늘도 더운 날씨 계속되고 있어요.
겨울호랑이님, 더위 조심하시고,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7-23 15:05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 요즘은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으면 정말 안될 것 같은 더위네요. 에어컨을 오래 틀고 있으면 몸에 별로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끼고 사는 요즘입니다.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하게 오늘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벤야민 & 아도르노 : 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 지식인마을 30
신혜경 지음 / 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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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야민 & 아도르노 : 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는 벤야민(Walter Bendix Schonflies Benjamin, 1892 ~ 1940)과 아도르노(Theodor Ludwig Wiesengrund Adorno, 1903 ~ 1969)을 다룬 입문(入門)서적이다. 프랑크푸르트 학파(Frankfurter Schule)인 두 사람은 대중문화에 대해서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대표되는 20세기을 대표하는 문화양식을 대중문화(大衆文化)라 했을 때, 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할 것인가? 

 


 먼저 아도르노의 관점부터 시작해 보자.  아도르노는 인간이 자기보존의 목적으로 계몽이 출발되었지만, 점차 자연, 사회, 내적 자연의 지배로 확대되어 가면서 인간 자체의 말살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 1895 ~ 1973)가 사용하는 '계몽 enlightenment'은 신화와 마법의 전제 專制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서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이성적으로 각성된 사유 양식"을 지칭한다.(p52) <벤야민 & 아도르노> 中


 애초에 계몽의 출발은 인간이 자연의 위협적인 힘에 맞서서 자신을 보존하고 자연을 지배하려는 데서 시작되었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자기보존'이라는 개념인데, 아도르노는 자기보존이야말로 모든 생명체의 진정한 법칙이라고 강조한다... 이성적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이다. 이제 인간은 자연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자연을 지배하는 길로 들어선다.(p53)... 인간은 대자연의 지배로부터 권력을 빼앗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성공이 귀결하는 바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와 억압이라는 또 다른 '야만'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도르노의 생각이었다.(p54) <벤야민 & 아도르노> 中 


 그 결과 인간의 이성은 주체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 지배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는데, 이를 호르크하이머는 '도구적 이성'이라 부른다. 최대 효율을 위해 동일성을 추구하는 도구적 이성에 의한 지배는 대중 문화에서도 이루어지고, 아도르노는 대중문화를 일종의 지배 수단으로 파악한다.


 이제 인간의 이성적 사유는 진정으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를 반성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버리고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만 몰두하는 도구적 이성  instrumental reason 이 되어버렸다.(p78)... 도구적 이성의 기저에 깔려 있는 정신적 원리가 바로 동일성 원리 the princilpe of identity 라는 것이다. 동일성 원리란 주체가 대상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서로 다른 대상들을 주체가 가지고 있는 동일한 하나의 형식으로 강제하는 지배 원리다.(p82) <벤야민 & 아도르노> 中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오늘날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일종의 비즈니스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문화산업이란 궁극적으로는 인간 주체의 내면적 자연, 그러니까 인간의 감정, 충동, 욕망, 본능, 상상력, 육체 등에 대해서 외적 자연에 가했던 것과 똑같은 폭력을 가함으로써 동일성 원리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지배의 수단이다.(p88) <벤야민 & 아도르노> 中


 이에 반해, 벤야민의 대중문화론은 긍정적이다. 벤야민에 따르면 대량생산로 대표되는 20세기의 기술 복제 시대에 대중문화는 일반 대중을 각성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조금 더 깊이 살펴보자.


 벤야민은 대중문화의 산물이 대중을 기만하고 불구로 만든다고 비판한 아도르노와는 달리,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로서 영화가 몽타주라는 형식 원리를 통해 대중의 충격과 각성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대중을 집단적 주체로 형성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았다. 한마디로 말해 아우라의 붕괴를 특징으로 하는 기술 복제 시대에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p217) <벤야민 & 아도르노> 中


 벤야민에 따르면 기술 복제 시대를 거치면서 종래 예술이 가지고 있던 권위(아우라)가 상실되었다. 종교예술로 대표되는 과거와 달리 기술복제시대에 들어, 대량생산이 되면서 예술작품은 희소성을 잃게 된 것이다. 그는 특히 사진과 영화에 주목하면서 '소외'를 통해 대중들은 종래 익숙했던 것들을 새롭게 보면서 새롭게 자각하게 된다고 대중문화를 해석한다. 


 벤야민이 대중문화의 산물을 보다 긍정적인 각도에서 평가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보다도 오늘날 기술 매체의 발전, 즉 복제 기술의 발전이 예술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에 주목했다.(p173)... 벤야민에 따르면 예술의 생산 방식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기술적 복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기술 복제 시대의 새로운 예술의 등장은 전통적인 예술에 어떠항 영향을 끼쳤는가? 벤야민은 그것을 한마디로 아우라 Aura의 상실이라고 설명한다.(p175) <벤야민 & 아도르노> 中


 보통 소외라는 개념은 부정적인 의미로 곧잘 이해되지만, 여기에서 벤야민이 사용하는 '소외 alienation' 개념은 브레히트의 '소격 Verfremdung' 개념에서 차용해 온 것으로, 긍정적이고 유익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p188) ... 소외는 우리가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낯설게 만들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을 다시 주목하고 세부까지 조명할 수 있도록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인간과 대상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p189)... 벤야민은 이러한 장이야말로 정치적으로 훈련된 시각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젖힌다고 보았다.(p191) <벤야민 & 아도르노> 中


  정리하면, 아도르노에게 대중문화는 도구적 이성의 결과로 일종의 프로파간다(propaganda) 수단이지만, 벤야민에게 대중문화는 복제를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대중이 새롭게 깨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수단이 된다. 그렇다면, 두 석학 중 누가 현실을 바르게 바라본 것일까.


[사진] 영화 <토이 스토리 Toystory> 中( 출처 : ttps://www.youtube.com/watch?v=y03qIQciuxQ)


 영화 <토이스토리 2> 에서 주인공 중 하나인 버즈(Buzz)는 자신을 유일한 우주전사로 생각하지만,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버즈'를 보면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다가 나중에는 다른 버즈를 도와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대중문화에 대한 상반된 관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외양이 같은 수많은 버즈에 집중하는가, 아니면 각성하는 버즈에 집중하는가가 아도르노와 벤야민 관점의 차이점이라 여겨진다. 


 20세기의 대중문화에는 이러한 양면이 모두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중문화에 대해 우리는 어떤 관점을 취해야할 것인가. 이에 대한 선택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상황이라 생각된다. 보다 현명하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벤야민 & 아도르노>는 대중문화에 대한 두 사상가에 대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 이름만 들어본 이들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입문서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에 대한 내용을 옮기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아도르노에게 "변증법이란 수미일관한 비동일성의 의식"이 된다. 아도르노는 헤겔 Georg Hegel, 1770 ~ 1831 의 변증법에 대해 부정의 부정을 통해 긍정을 산출하는 긍정적 변증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이에 반해 부정의 부정이 긍정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 즉 사회에서 부정적인 것이 지속되는 한 부정의 부정은 부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부정 변증법'을 주장한다. 한 마디로 말해 사유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부정 변증법은 비동일자의 구제를 목표로 한다.(p136) <벤야민 & 아도르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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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1 2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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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1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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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14: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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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14: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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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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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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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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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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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라이는 학문 자체는 경멸하고 학문에 조예가 깊은 이를 책 냄새에 취한 자라 불렀다. 이들에게는 많은 특권이 주어졌다(p583)... 그들은 엄격하고 영예로운 규범인 "무사도(武士道)"에 순응했다. 그 핵심 이론은 미덕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써 "도리에 따라 주저함 없이 행동을 결행하는 힘이며, 죽어야 할 때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것이다.(p584) <문명이야기 1-2 : 동양문명> 中


 미국 역사학자 윌 듀런트(Will Durant, 1885 ~ 1981)는 <문명 이야기 The story of Civilization>을 통해 일본의 사무라이에 대해 위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일본 사무라이들은 센고쿠 시대(戰國時代, 15C 중반 ~ 16 C 후반)에 전성기를 맞이하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 ~ 1616) 의 에도 막부(江戶 幕府)가 열린 이후 몰락의 시기를 걷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이 유명한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 1584 ? ~ 1645)다. 생전 60여명의 무사들과 대결하면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그는 생전 <오륜서 五輪書>를 남기게 된다. 유명한 이 무사를 소재로 한 소설과 만화가 있는데, <슬램덩크 Slam Dunk>의 저자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가 그린 <배가본드 Vagabond>는 그러한 작품 중 하나다.


  16세기 말부터 일본의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이 시작되었다면, 같은 시기 반대편 서양에서는 이미 기사(騎士)계급은 거의 사라지고,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 Age of Discovery, Age of Exploration)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돈키호테 Don Quijote de La Mancha>는 이 새로운 시대를 살면서, 과거 기사 시대를 그리워한 낭만주의자인 어느 시골 귀족의 모험을 다룬 소설이다.

 

 정말이지 그는 이제 분별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세상 어느 미치광이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명예를 드높이고 아울러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일로, 편력 기사가 되어 무장한 채 말을 타고 모험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읽은 편력 기사들이 행한 그 모든 것들을 스스로 실천해 보자는 것이었다.(p69)  <돈키호테 1> 中


 <돈키호테 1>, <돈키호테 2> 두 권의 책 속에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흥미진진하지만 어이없는 모험을 이어나간다. 이러한 처참한 모험의 실패를 잘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가 유명한 풍차와의 싸움일 것이다. 영어 숙어 "to tilt at windmills"  가상의 적과 싸우다( to fight imaginary enemies)의 유래가 되기도 한 아래의 이야기는 험난한 모험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그림] Tilting at windmills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Tilting_at_windmills)


 그는 둘시네아에게 이런 위기에 처한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온 마음을 다해 빌었다. 그는 장패로 몸을 가리고 옆구리에 창을 낀 채 전속력으로 로시난테를 몰아 맨 앞에 있는 풍차로 돌진하여 날개에 창을 꽂긴 했으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 날개가 돌아가자 그 창은 박살이 나고 사람과 말도 함께 딸려 가다가 들판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졌다. 산초 판사가 그를 구하려고 당나귀를 몰아 달려가 보니 주인은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였다.(p125) <돈키호테 1> 中


 <돈키호테 1>과 <돈키호테 2> 모두 돈키호테와 산초의 어이없는 모험이야기로 가득하지만, 1권과 2권은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시선은 차이가 있다. <돈키호테 1> 에서 기사 서품을 부탁받은 객줏집 주인에게 돈키호테는 쫓아내야할 미치광이에 불과했다.  


 객줏집 주인이 마부들을 향해, 이미 말했듯이 저자는 미치광이로 사람들을 모두 죽인다 하더라도 아무런 죄가 되지 않으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객줏집 주인은 이 손님의 장난이 예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불행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어서 빨리 재수 없는 그놈의 기사 서품식을 치러 주어 일을 매듭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p87)  <돈키호테 1> 中


 그렇지만, <돈키호테 2>에서는 돈키호테와 산초는 출판된 책의 주인공으로, 이미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마치 리얼버라이어티 쇼의 주인공과 같이 널리 알려진 그들은 더 이상 위험한 미치광이가 아니라 환영받는 연예인이었다. 

 

 "어젯밤에 바르톨로메 카라스코의 아들이 살라망카에서 공부해서 학사가 되어 돌아왔기에 제가 인사를 하러 갔었습니다요. 그런데 그 사람 말이 나리에 대한 이야기가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는 이름으로 이미 책이 되어 나돌고 있다는 겁니다요. 그리고 저에 관해서도 산초 판사라는 바로 제 본명으로 그 책에서 이야기 되고 있으며, 둘시네아 델 토보소 님에 대한 것이며 우리 둘만이 보냈던 다른 일들까지 몽땅 온다고했습니다요."(p82) <돈키호테 2> 中


 "말해 줘요, 종자 양반, 당신의 주인이라는 분이 지금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는 이야기로 출판되어 나돌고 있는 주인공,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분을 자기 마음의 주인으로 두신 그분이 아닌가요?... 나는 그 이야기 전부를 아주 좋아해요. 판사 양반, 가서 주인께 말씀드려요. 내 영지에 잘 오셨고 정말 환영한다고 말이에요. 이보다 더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도 전해 주세요."(p380) <돈키호테 2> 中


 이제는 가는 곳마다 자신을 알아보고 환영받는 존재가 되었지만, 돈키호테는 기사도(騎士道, chivalry)를 살릴 수 없었기에 끊임없이 방랑을 하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돈키호테 1>, <돈키호테 2>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을 다룬 연작 소설이지만,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이와 같이 크게 다르다. 가는 곳마다 배척당해서 좌절했던 것이 1권의 돈키호테였다면, 주변으로부터 환영받는 존재가 2권의 돈키호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권의 돈키호테 역시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그를 이해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광인을 제정신으로 돌리고자 모든 사람들에게 모욕을 가하다니 말이오. 돈키호테가 제정신으로 줄 수 있는 이득이 그가 미친 짓을 함으로써 주는 즐거움에 미칠 수 없다는 것을 당신을 모르시오?... 매정한 말 같지만, 난 돈키호테의 병이 절대로 고쳐지지 말았으면 하오. 그가 낫게 되면 그로 인한 재미를 잃을 뿐만 아니라 그의 종자 산초 판사의 재미까지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오."(p807) <돈키호테 2> 中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의 로망을 꿈꾸는 어느 낭만주의자의 꿈이 현실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무너지는 것을 보면, <돈키호테>가 유쾌한 모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 여겨진다. 거의 같은 시기 동양의 무사도와 서양의 기사도의 몰락이라는 상황에서, <돈키호테> 속에서 낭만주의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돈키호테가 추구했던 꿈(기사도)를 마지막으로 길었던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페르시아와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사라센인들의 영향을 받은 게르만식 군사 활동의 오랜 관습과, 헌신과 성례라는 그리스도교적 사상에서 비롯되어 불완전하지만 풍성한 기사도의 열매가 피어났다.(p1062)... 이론상 기사들은 영웅이자 신사이고 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야만적인 기질을 길들이기 위해 애쓰던 교회는 기사 제도를 종교적 형식과 서약으로 에워쌌다.(p1065)...  기사는 항상 진실을 말할 것과 교회를 방어할 것, 가난한 이들을 보호할 것, 자신의 지역을 평화로이 유지할 것, 그리고 이단들을 쫓을 것 등을 맹세했다. 모든 여자의 수호자가 되어 그녀들의 순결을 구해 주어야 했고, 모든 기사들의 형제가 되어 서로 돕고 예를 차려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사도 이론이었다.(p1066) <문명이야기 4-1 : 신앙의 시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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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7-21 0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 제 인생책인데! 고등학교 때 범우사 판으로 읽고 열린책들 이쁜 양장 종이책으로 새로 장만해 놓고 너무 읽기가 안 되어서 이북도 샀는데 이것도 계속 밀리고ㅜㅜ
그런데 켄신 안나와서 섭섭요ㅋㅋ!

겨울호랑이 2018-07-21 03:34   좋아요 1 | URL
^^:) AgalmA님은 CNN처럼 24시간 깨어계시는군요 ㅋ 높은 베개 수준의 두께를 보며 무협지를 보듯 빠르게 여러 번 읽으니 결국 읽게 되었네요 ㅋ 좋은 문장은 좀 더 음미해야겠지만요. 켄신이라 하시면 우에스기 켄신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저는 다케다 신겐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ㅋㅋ

페크(pek0501) 2018-07-21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키호테 성찰>을 읽기 시작했어요. ㅋ

겨울호랑이 2018-07-21 20:51   좋아요 1 | URL
페크님께서는 이미 <돈키호테>를 넘어 <돈키호테 성찰>을 읽으시는군요! 저도 페크님처럼 깊이있게 문학작품을 읽어야하는데, 아직 못 읽은 작품이 끝도 없습니다 ㅜㅜ

페크(pek0501) 2018-07-21 21:45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저야말로 읽지 않은 책이 끝도 없어요. 읽지 않고 이름만 아는 고전이 얼마나 많은데요.
돈키호테는 완역본을 읽은 게 아니라서 더 공부가 필요한듯해 돈키호테 성찰을 샀어요. 성찰이란 이름에 끌렸나 봐요. 제가 이런 스타일에 끌리는 편입니다. ㅋㅋ

겨울호랑이 2018-07-21 21:59   좋아요 1 | URL
<돈키호테>를 당대 사람들은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데,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즐기기 위해 공부를 해야하는 어려운 책이 되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쭉쭉 읽었습니다만, 다 읽고 난 후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되네요. 그런 면에서 페크님께서 알려주신 <돈키호테 성찰>은 깊이 있는 독서를 도와주는 좋은 친구라 여겨집니다. 페크님처럼 미리 OT 후에 완독을 했다면 더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드네요. 페크님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보내세요^^:)

2018-07-22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남석 2018-07-23 0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미치광이에서 연예인으로...어느 낭만주의자의 모험 이야기˝ 를 읽으면서 그 어릴적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새롭게 생각이 나는군요 ...정리를 참 잘 해주셔서 금방 책 두권을 읽은 느낌 입니다 감사 합니다...
대화 내용들을 읽으면서 제맘에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내면의 힘과 좀더 부더러운 인격을 가진 소유자가 되기 위해 독서를 해야 겠다는...

겨울호랑이 2018-07-23 06:52   좋아요 0 | URL
강남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이웃님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것에서 큰 기쁨을 얻게 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天地玄黃 宇宙洪荒(천지현황 우주홍황). 하늘과 땅은 검고 누렇다. 우주는 넓고 크다. 

 

 宇(우)는 공간을, 宙(주)는 시간을 의미하므로, 말 그대로 宇宙는 시공간(space-time)을 말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현대 천체 물리학의 이론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3개의 공간 차원과 1개의 시간 차원으로 이루어진 4차원의 시공간.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 배경 : 시공간


 어떤 시간간격에 걸쳐 있는 공간을 '시공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시공간상의 한 구역이란, 특정 시간 동안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공간, 즉 시간과 공간을 모두 고려한 4차원의 공간을 의미한다.(p98)...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간 자체가 가속운동을 판단하는 궁극적 기준임을 말해 주고 있다.(p110) <우주의 구조 The Fabric of the Cosmos> 中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3차원이지만, 시간이라는 개념 역시 공간상의 차원과 유사하기 때문에 4번째의 차원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는 뜻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정의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3개가 아니라 4개인 것이다. 이들 중 3개는 공간상의 위치를 지정하고, 나머지 하나는 시간을 지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한데 묶어서 '시공간 space-ti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p89) <엘러건트 유니버스 the elegant universe> 中


2. 우주의 시작 : 인플레이션 이론


 우주의 시작과 관련하여 최근 인정받고 있는 이론은 급팽창이론(急膨脹理論) 또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론으로 부른다. 우주가 초기 폭발로 이루어졌다는 빅뱅이론(big bang theory)과 우주가 평탄한 이유를 설명한 정상우주론(正常宇宙論, Steady State theory, Infinite Universe theory, continuous creation)을 인플레이션 이론은 종합한다. 인플레이션 이론의 핵심은 우주의 처음은 빅뱅이론과 같은 대폭발로 설명될 수 있다지만, 지금 관측되는 우주가 안정적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답으로 요약된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 초기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중력이 척력으로 작용하여 우주공간이 엄청난 빠르기로 팽창한 시절이 있었다.(p403)...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질량과 복사는 중력에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인플라톤장은 중력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한다.(p431)... 우주가 지금처럼 고-엔트로피 상태로 끊임없이 진행되고 시간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초기의 우주가 아무런 덩어리나 주름 없이 매우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구조> 中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이 우주상수의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한 우주의 안정성에 대해, 인플레이션 이론에서는 '힉스장' 또는 '인플라톤장'의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한다. 초기 우주의 높은 밀도 상태에서 고에너지 상태의 중심점(힉스장)으로 인해 발생한 척력(斥力)으로 우주는 매우 빠르게 팽창되었다는 것으로 우주의 시원(始原)과 과정(過程)이 설명된다. 그렇다면, 가장 초장기 상태의 우주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등장한 이론은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다. 그렇지만, 여기서 잠시 초끈이론과 관련한 두 개념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숨겨진 차원'과 '대칭'이 그것이다.


 우주공간에는 질량과 에너지에 의한 인력보다 음압에 의한 척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주상수가 가져온 놀라운 결과이다.(p390)... 아득한 옛날, 우주의 밀도가 매우 높았을 때 힉스장의 값은 에너지 그릇의 가장 낮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힉스장을 흔히 '인프라톤장 inflaton field'이라 부르는데, 이 장은 음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력적으로 엄청난 척력을 행사하여 공간 내의 모든 지점들이 서로 멀리 도망가도록 만들었다. 인플레이션은 우주를 확장시켰다. Inflation drove the universe to inflate."(p397)...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질량과 복사는 중력에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인플라톤장은 중력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한다.(p431)  <우주의 구조> 中


3. 숨겨진 차원 : 칼루자-클라인 이론 


 우주의 시공간이 4차원을 넘어선 다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은 낯설게 들린다.  신학(神學)의 세계에서는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자는 행복하다(요한 20 : 29)'고 넘어가겠지만, 과학(科學)의 세계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한 설명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칼루자-클라인 이론 Kaluza-Klein theory은  숨겨진 차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칼루자-클라인 이론 자체는 폐기된 상태로, 다차원에 대한 개념만 이해하도록 하자.) 차원의 연장선상에서 초끈이론에서는 9개 공간 차원을 사용하고, 통합이론인 M 이론에서는 10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4차원 세계의 모든 점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다섯 번째의 차원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왜 지금껏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한 가지 깔끔한 설명은 다섯째 차원이 극히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에 있을까? 이를 이해하는 한 방법은 우리의 4차원 우주를 좌우 양쪽으로 무한히 뻗은 1차원의 선으로 보는 것이다... 기하에서의 선은 본래 길이만 있고 두께는 없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상상하는 선은 배울이 매우 높은 돋보기로 보면 미세하지만 두께를 가진 선으로 생각한다. 이 선을 정원 호스로 여길 수 있다. 이 정원 호스를 잘랐을 때, 그 단면은 1차원의 기본적인 한 모양이다. 따라서 이 원은 4차원 시공의 각 점들마다 붙어 있는 여분의 5차원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다.(p17)... 다섯 번째의 차원은 프랑크 길이(Planck length)라고 부르는 약 10의 -30승 cm에 불과한데, 이토록 작은 크기로 존재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관측하기란 사실상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하겠다.(p19)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 The shape of inner space : theory and the Geometry of the Universe hidden Dimensions> 中


 끈이론으로 예견되는 공간의 차원이 우리가 알고 있는 3차원보다 훨씬 높은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주의 초기에는 현존하는 3차원도 아주 작은 영역 속에 갇혀 있었으므로 '기존의 3차원'이나 '여분의 차원'이라는 구분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들 중에서 여섯 개의 차원은 그대로 남아 있고 나머지 세 개는 팽창하는 공간과 함께 엄청난 규모로 커져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p511) <우주의 구조> 中


 중력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수행된 실험결과로 미루어볼 때, 만일 우리가 3-브레인(brane)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분차원의 크기는 거의 1/10mm 까지 허용된다. (p542) <우주의 구조> 中 


4. 대칭 


 초끈이론 중 많은 내용은 대칭(對稱 , symmetry)의 원리에 의해 설명된다. 사실 대칭은 물리학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개념이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역행렬((逆行列, inverse matrix), 통계학에서 베리맥스(Varimax)를 활용한 타당성 분석 역시 대칭을 활용한 예가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대칭의 개념은 매우 효과적인 연구 방법이다.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는 이런 방식으로 도출된 '칼라비-야우' 다양체를 통해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로 넘도록 하자.



[사진] 칼라비-야우 다양체(Calabi-Yau manifold)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VividSpecters/mathematics-calabi-yau-manifold/)


 대칭을 이용하면 온갖 종류의 문제들을 더 쉽게 풀 수 있다. 예를 들어 xy=4 라는 방정식의 모든 해들을 구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무한히 많은 해가 있으므로 한참 걸릴 것이다. 하지만 x=y라는 대칭성을 조건으로 부과하면 2와 -2라는 단 두가지의 해만 존재한다.(p190)...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에너지가 낮은 상태"라고 보며, 이런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가 높은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나타나 입자와 초입자가 동일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일정한 에너지보다 낮은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깨지면서 입자와 초입자는 질량등의 여러 성질들이 서로 달라진다.(p190)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 中


6.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


 이런 배경하에서 나온 이론이 초끈이론이며, 여기에 공간차원을 하나 확장시킨 이론이 M이론이다. 초끈이론과 관련하여 이미 다른 리뷰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끈의 특징과 초끈이론을 요약한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내용으로 대신한다. 


 끈은 두 가지의 매우 특별한 성질을 갖고 있다. 첫째로, 끈은 특정 크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의 범주 안에서 성공적으로 기술될 수 있다. 그리고 둘째로, 수많은 진동패턴들 중 하나가 중력자(중력의 매개인바)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끈이론은 중력까지도 자연스럽게 포함하는 '만물의 이론'으로서 다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p254) <엘러건트 유니버스> 中


 끈이론에 의하면 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최소단위는 끈이며, 끈의 진동패턴은 입자의 질량과 힘전하를 결정하는 가장 원초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끈이론은 아주 작은 영역 속에 여섯 개의 차원들이 똘똘 감겨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영역은 너무나 작아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지만, 끈 역시 만만치 않게 작기 때문에 숨겨진 차원으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진동하면서 앞으로 이동하고 있는 끈의 입장에서 볼 때, 숨겨진 차원들의 기하학적 특성은 끈의 진동패턴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끈의 진동패턴은 소립자의 질량이나 전하를 나타내기 때문에, 결국 이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특성은 숨겨진 차원의 기하학적 특성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p311) <엘러건트 유니버스> 中


 2000년대 이후 초끈이론. M이론과 관련한 많은 우주론 Cosmology 관련 책들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과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위의 개념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개념들을 연계시키는 몫은 온전히 독자들의 과제다. 예를 들면, 초끈이론의 끈을 통해서 우리는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개념을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지식은 더 단단한 끈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간다면 수학의 세계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는  최근 천제물리학의 개념에 대해 자연스럽게 독자를 안내하고 한 책이기에, 그러한 면에서 훌륭한 천체 물리학 입문서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여기에 머무르기에는 우리의 호기심이 크기에, 이제는 수학적 관점에서 우주의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는 기하와 위상수학을 활용하여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우주의 모양 The Shape of Space>과 함께 페이퍼로 정리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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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7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7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7-17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주 의미가 시공간이란 뜻이었네요. ㅎㅎ
물리학에서 대칭성이 너무 약방의 감초 느낌입니다. 아마 추측컨데 물리학이 대칭성 패러다임을 뛰어넘을 때 또다른 도약이 시작될거란 느낌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8-07-17 21:50   좋아요 2 | URL
우연인지 몰라도 ‘우주‘의 작명은 적절하다 여겨집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물리학 곳곳에서 ‘대칭성‘이 활용되다 보니, ‘대칭성‘이 없는 물리학은 생각하기 어렵네요. 반면, 대칭성을 뛰어넘는 이론이 나온다면 말 그대로 직접적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물리학의 혁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galmA 2018-07-18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차원 이론을 도킨스는 소설처럼 여겨서 좀 슬펐어요ㅡ.ㅜ).... 명석하고 객관적이라는 과학자들도 의견이 이렇게 갈리니 일반인 너무 힘듬😥

겨울호랑이 2018-07-18 07:36   좋아요 1 | URL
그만큼 과학도 세분화되고 기존 상식들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나타내는 일화인듯 하네요.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에는 쉽게 믿기 어려운...과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만능인들이 나오기는 더이상 어려울 듯 합니다. 덕분에, AglamA님도 저도 머리 아픈 세상에 살게 되었어요.ㅋ 혹시, 저만 그럴까요? ^^:) 그럴지도... ㅜㅜ

베텔게우스 2018-07-18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에도 여러 분과가 있건만, 개인적으로 최근 생명과학에 꽤 경도되어 지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많이 잊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말씀하신 천체물리학을 접하고 나니 지구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로서의 인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자유의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인간이 우주를 설명하는 과학 이론들은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소개해 주신 책들은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항상 객관성과 엄밀함을 잃지 않는 겨울호랑이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7-18 09:34   좋아요 1 | URL
제가 적은 글은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부족함이 많습니다. 베텔게우스님께서 직접 읽어보신다면, 훨씬 많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예 돌아보지 않으면 모를까, 조금만 들어가도 자신이 모르는 분야가 많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좋은 독서 되시길 바라면서, 아울러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8-07-22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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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고스 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로고테라피 Logotherapy' 혹은 다른 학자들에 의해 '빈 제3정신의학파'로 불리는 이 이론은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로고테라피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보고 있다.(p168)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는 빅터 플랭클(Viktor Emil Frankl, 1905 ~ 1997)박사가 아우슈비츠(Auschwitz)에서 강제수용되었던 당시의 경험과 자신의 경험에 바탕한 심리학 이론 로고테라피(Logotherapy)에 대한 개괄을 설명한 책이다. 죽음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저자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심리 변화를 날카롭게 포착해 나가고 있다. 


[사진]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출처 : http://lightandlife.org/wpll/?p=1174)


 아우슈비츠의 수감자들은 첫번째 단계에서 충격을 받은 나머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가스실조차도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된다. 오히려 가스실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살을 보류하게 만들었다.(p49)... 이런 반응들은 며칠이 지나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첫번째 단계에서 두번째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상대적인 무감각의 단계로 정신적으로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다음에는 혐오감이 찾아온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혐오감, 심지어 그저 생긴 모양에서도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p52)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강제수용소에 들어간 수감자들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게 되나, 곧 이어 그런 상황에 무감각해지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혐오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고된 수감 생활 속에서 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고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둘 죽어간다. 반면, 저자는 약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실제로 수형 기간은 불확실했으며, 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저명한 연구전문 심리학자는 강제수용소의 이런 삶을 '일시적인 삶 provisional existence'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일시적인 삶'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사람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세울 수가 없다. 그는 정상적인 삶을 누리는 사람과는 정반대로 미래를 대비한 삶을 포기한다. 따라서 내적인 삶의 구조 전체가 변하게 된다. (p128)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저자 빅터 플랭클는 인생의 목표는 사랑이며,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길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저자는 힘든 수용소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으며, 후에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관통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나는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자기 시를 통해서 노래하고, 그렇게 많은 사상가들이 최고의 지혜라고 외쳤던 하나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 진리란 바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었다.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p78)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p120)... 결국 최종적으로 분석을 해 보면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p121)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인간은 괴롭고 끔찍한 상황에서 이를 견디어 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 태도의 자유와 이에 따른 선택이 그것인데, 선택을 위해서 인간은 자신 삶의 의미를 먼저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닌, 자신이 갈 길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제안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p138)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이처럼,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는 자신의 수용소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한 로고테라피 이론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먼저 환자는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후 자기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찾기를 요청받고, 그 의미에 맞는 삶을 살아간다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할 수 있다. 


[사진] 기도 (출처 : http://bisporodovalho.saranossaterra.com.br/aonde-esta-sua-mente-e-o-que-ela-esta-pensando/)


 로고테라피에서 우리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영향을 확인하게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自由義志)'강조와  삶의 의미 발견(召命) 등의 요소가 이를 뒷받침한다. 로고테라피 속에서 다분히 종교(宗敎)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수용소 생활을 통한 저자의 실존(實存) 체험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죽음에 직면했을 때 우리 인간은 종교적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로고테라피에서는 종교적인 면을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로고테라피가 기독교 사상과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우리에게 널리 읽히는 것은 종교를 넘어선 인간 보편의 '종교적 체험'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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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3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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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3 2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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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18-07-14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학은 끊임없이 인간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고, 종교와 인문학적 영역에서는 의미 있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과연 과학이 말하는 객관성으로 진정한 객관적 진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학 또한 세상은 어떠어떠하다는 믿음에 불과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과학도 그저 새로운 사상에 불과한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겨울호랑이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7-14 10:40   좋아요 1 | URL
베텔게우스님 말씀처럼 과학의 세계에서는 생물학적으로는 개체 단위보다 유전자 단위로 생각을 하고, 물리학적으로는 양자역학적으로 이론을 전개하고 있기에, 예전과 달리 인간은 더 이상 독립된 대상이 아닌 일종의 ‘합‘에 불과한 듯합니다. 반면, 오랜 역사를 가진 학문에서는 여전히 개체 중심적인 이론을 전개하기에 이들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러한 학문간 충돌 속에서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조금 더 붙인다면,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빅터 플랭클은 높은 단계의 사상을 하위 단계의 사상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를 경계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입니다. 베텔게우스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2018-07-14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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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4 1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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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7 0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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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7 1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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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1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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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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