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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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면 겨울이 옵니다. 매서운 날씨가 찾아오는 계절이고, 머리에 혹이 나고 코피가 터질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를 놓칠 수 없는 계절이지요...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에 쓸 나무를 구하러 갈 때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밀 공상을 하며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면 또 얼마나 설레였는지요.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p97)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p275)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지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p275)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p202)

그림 그리는 일은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아주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여유를 갖고 꼼꼼하게 그림을 완성하는 걸 좋아합니다.(p254)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농장에서는 늘 그날이 그날 같고, 달라지는 거라곤 계절밖에 없지요.(p189)... 이렇게 한 해, 또 한 해가 흘러갔습니다.(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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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0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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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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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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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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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귀요미가 집에 온 지 벌써 2주일 정도 지났습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차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녀석 덕분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정신없게 지낸 시간들이었습니다. 고양이는 배변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화장실만 만들어 놓았다가, 다음 날 집 안 곳곳이 지뢰밭으로 변해, 현관 근처로 위리안치(圍籬安置)를 보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눈물어린 호소가 먹혔는지 같은 일이 발생하지는 않더군요.) . 아직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라 호기심도 강해 도무지 '얌체볼'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녀석을 보자면 몇 년 전 연의가 기어다닐 때로 강제 추억 소환 당하게 됩니다. 


 얼마 전 이웃분으로부터 고양이 육아서를 선물받았습니다. 처음 들일 때 준비부터 노령묘가 될 때가지 준비해야할 것들이 친절하게 설명된 책이었는데, 덕분에 많이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책으로 생긴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중 귀요미에게는 사냥놀이 장난감이 만들어진 것이 가장 좋은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장난감이 좋다는 말에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볼이 '고양이 샌드백'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진 상으로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표정이라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이 사진은 목욕 직후의 표정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녀석의 표정은 다음의 사진에 담겨있습니다.




 좋은 책을 보내 주셔서, 고양이 귀요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이웃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그래도 '서재'이니 아쉬움이 남기에,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두 가지 생각을 적어봅니다. 


 장자가 혜자와 더불어 호수 濠水 가 봇둑 위를 거닐고 있었다. 

 장자가 말하였다. "피라미가 나와 유유히 헤엄치고 있군. 물고기는 즐거울 거야." 

 혜자가 말하였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가 즐거운 것을 아는가?" 

 장자가 말하였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가?" 

 혜자가 말하였다. "나는 자네가 아니라서 본시 자네를 알지 못하네. 자네도 본시 물고기가 아니니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야." 

 장자가 말하였다. "얘기를 그 근본으로 되돌려 보세. 자네가 내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고 물었던 것은, 이미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네. 그래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이지. 나는 호수가에서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던 것이네."


莊子與惠子遊於濠梁之上(장자여혜자유어호량지상) 

莊子曰(장자왈) 儵魚出遊從容(숙어출유종용) 

是魚之樂也(시어지락야) 

惠子曰(혜자왈) 

子非魚(자비어) 安知魚之樂(안지어지락)

莊子曰(장자왈) 子非我(자비아) 

安知我不知魚之樂(안지아부지어지락)

惠子曰(혜자왈) 我非子(아비자) 固不知子矣(고부지자의) 

子固非魚也(자고비어야) 

子之不知魚之樂(자지부지어지락) 全矣(전의)

莊子曰(장자왈) 請循其本(청순기본)

子曰(자왈) 汝安知魚樂(여안지어락) 云者(운자)

旣已知吾知之而問我(기이지오지지이문아) 

我知之濠上也(아지지호상야) <장자 壯子> 외편 外篇 16 가을 물 秋水 (p420) 中


 옮긴이 김학주(金學主) 교수는 해설에서 '혜자는 내가 물고기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고 주장하는 반면, 장자는 원리란 모든 것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자기로부터 미루어 남에 관한 것도 알 수 있다'고 해설합니다. 저도, 그리고 책의 저자도 고양이가 아니니 고양이의 즐거움과 슬픔 그리고 다른 감정(感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의 처지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로 맞춰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삶의 과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또, <수의사와 함께하는 달콤살벌 고양이 수업> 중에는 고양이 양치질, 마사지 이야기도 나와 살짝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에게 해줄 것이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고양이 운동을 시켜줘야 하는 것만큼 연의와 잘 놀아주고 있는지, 고양이 마사지를 시켜주는 것 이상으로 하루종일 고생한 아내, 부모님 어깨를 주물러 준 적은 얼마나 자주였는지...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라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주위 사람에 대한 관심을 고양이 이상으로 가져가야할 것이라는 반성(反省)도 하게 됩니다. 고양이 귀요미 덕분에 여러 생각을 하는 일요일 오전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PS. 이 글을 다 쓴 지금도 무릎에서 잠든 귀요미를 보니, 제가 이 녀석을 고3 때 만났으면 엉덩이를 책상에서 뗄 수 없었을 것이고, 공부도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물론, 책상 앞에 앉는다고 다 공부하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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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8 1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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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8 1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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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1-18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ㅠㅠ좋아한다ㅜㅜㅜㅜ아 귀여워ㅠㅠ

겨울호랑이 2018-11-18 12:15   좋아요 0 | URL
워낙 표정이 다채로운 녀석이라 급변하기는 하지만, 잠시나마 만족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ㅋ 새끼 고양이라 그런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녀 로렌츠 박사의 오리실험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ㅜㅜ

syo 2018-11-18 13:38   좋아요 1 | URL
너무 이쁘네요ㅠㅠ 앞으로도 겨울호랑이님의 겨울고양이 사진이 올라올 걸 생각하면 알라딘 들락날락거릴 맛이나겠어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8-11-18 13:42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syo님 말씀처럼 겨울 고양이 귀요미를 겨울호랑이 서재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욱성시켜야겠습니다^^:)

꼬마요정 2018-11-18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 귀엽습니다. 저도 집에 냥이들이 살아요. 이젠 다 커서 요렇게 작은 냥이를 보면 옛날 생각이 막 나네요. 아유 너무 귀엽습니다. ㅎㅎ

저도 가끔 물어봅니다. 길에 있을 때보다 울 집에 오니 좋아? 라고 ㅎㅎ 꼭 그 질문은 바닥이 따뜻해서 냥이들이 몸 지지면서 눈을 느리게 깜박일 때 하지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8-11-18 12:57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감사합니다. 저도 물어본다면 그런 상황에서 물어봐야한다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집에서 지낸 시간이 짧아서 훗날로 미뤄봅니다.ㅋ

북프리쿠키 2018-11-18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해 보이네요~ 위리안치에서 벗어나서 더 성숙해졌나봅니다. 전에보다 살짝 커진 느낌이ㅎㅎ

겨울호랑이 2018-11-18 16:43   좋아요 2 | URL
네 많이 먹더니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나 새끼 고양이나 성장기에는 잘 먹어야함을 깨닫게 됩니다.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11-18 1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자의 저 구절은 제가 몇 년 전 제 서재에 쓴 글에 인용문으로 넣었던 것입니다. 다시 보니 반갑네요.
고양이 귀엽게 생겼네요. 앞으로 식구들의 사랑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장 그르니에의 <섬>에 그런 글이 나옵니다. 한 여름철 아침마다 고양이의 체취가 깃들여 있는 독서를 했다고. - 민음사 53쪽.

종종 고양이가 커 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 좋은 글도요...

겨울호랑이 2018-11-18 20:13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페크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많은 분들이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구절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처럼 커나가다 보면 지금처럼 귀엽지많은 않겠지요. 또는 사고도 치겟지요. 그럴 때에도 지금처럼 받아주는 마음이 제게 있을 것인지 자문해 봅니다. 물음에 제대로 답을 못한다면, 그만큼 제 자신을 성장시켜야겠지요.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2018-11-19 08: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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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9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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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9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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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9 2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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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지음, 오숙은.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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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걸어간 진화의 길이 전쟁을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싸움은 나중에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에야 등장한 것이고 따라서 인간에게 '부자연스러운' 것일까? (p22) <문명과 전쟁> 中


 <문명과 전쟁 War in human Civilization>에서 저자 아자 가트(Azar Gat)는 위와 같은 물음을 던진다. 이 질문을 요약하면 '전쟁'은 자연의 질서 속에서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사회의 질서의 영향으로 태어난 것인지로 정리될 것이다. 그리고, <문명과 전쟁>은 이 질문에 대한 답(答)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두 관점을 대조하면서 논의를 진행시키는데,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 ~ 1679)와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의 관점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년 4월 5일 ~ 1679년 12월 4일) (출처 : 위키백과)


[사진]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년 6월 28일 ~ 1778년 7월 2일) (출처 : 위키백과)


 이런 질문에 대해 17세기와 18세기에 상반되는 두 가지 고전적 대답이 제시되었다... 토머스 홉스 Thomas Hobbes와 장 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가 내놓은 답이었다. 홉스에게 인간의 '자연 상태'는 고질적인 '투쟁 warre'의 하나로서 이익과 안전, 명성을 위한 살인적 다툼이자 만인 대 만인의 전쟁이며 삶을 '가난하고 힘들고 잔인하고 단명하게'만드는 원인이었다... 반면에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Discours sur l'origine et les fonderments de l'inmegalite parmi les hommes>(1755)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자연 속에 드문드문 흩어져 자연의 풍부한 자원을 평화롭게 이용하면서 대체로 조화롭게 살았다. 그러다가 농업, 인구 성장, 사유 재산, 계급 분화, 국가의 강압이 드러나면서 비로소 전쟁이 등장했고 문명의 나머지 모든 병폐들도 함께 나타났다고 루소는 주장했다.(p22) <문명과 전쟁> 中


 <문명과 전쟁>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의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저자는 루소보다는 홉스의 손을 들어준다. 에덴(Eden)과 같은 지상낙원을 전제로 한 루소의 이론보다는 한정되고 냉혹한 자연을 전제로 한 홉스의 이론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치명적인 폭력과 전쟁은 사실 전혀 특별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말해 '전쟁 수수께끼'의 해답은 그런 수수께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폭력적 경쟁, 일명 분쟁은 자연 전체의 통칙이다. 유기체들은 언제나 자원이 극히 부족한 조건에서, 그들 자신의 증식 과정 탓에 더욱 힘겨워지는 조건에서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이다.(p855) <문명과 전쟁> 中


  저자는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일방적으로 논의를 진행시키지 않는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저자의 결론에 반(反)하는 주장 - 루소의 견해 - 역시 소개된다. 전쟁이 '문명'이 발달한 사회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이들의 주장 속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 Return to Nature'라는 루소의 말을 떠올리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자연 상태에서 전쟁은 근본적으로 비적응적인 특질이었으며 농업과 국가의 등장으로 비로소 이 특질이 '청산'되기 시작했다고 믿고 있다... 젊은 남자들의 공격적 성향, 지도자가 없는 사회에서의 효과적인 사회 통제 부재,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상호 의심, 복수, 사회체제의 자기 유지 성질, 중재 제도를 발전시키는 일의 애로점, 전쟁의 성공과 전반적인 활력의 종교적 연관성 등이 그런 요인들이다.(p165) <문명과 전쟁> 中


 기본적으로 생산성과 인구가 꾸준히 늘어 근대 직전까지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구 팽창과 생산성 증대 사이에는 얼마간 상관관계가 있었으므로 잉여 생산은 크게 늘지 않았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계속 식량생산자로서 최저 생활수준 근처에서 위태롭게 살아갔다.... 권력과 자원 축적이 선순환 매커니즘에 따라 서로를 강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사회적 권력 구조들이 출현했다.(p525) <문명과 전쟁> 中


 산업-기술의 도약은 인류 역사에서 혁명이 일어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 혁명은 부와 권력의 지속적이고도 기하급수적인 증대를 가져왔고, 이전 시대들을 지배했던 맬서스의 덫에서 사회를 구해주었다. 그렇지만 일단 강대국 간의 전쟁이 발발하고 나면 교전국들은 자원을 훨씬 많이 동원할 수 있었다.(p731)... 이 과정은 일부 강대국에서 근대 전체주의 체제의 등장을 촉진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세력권은 시장의 잠식 효과 못지않게 군사적 승리와 압력을 통해 확대되었다.(p733)  <문명과 전쟁> 中


 산업-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권력의 집중은 전쟁의 규모를 더 키웠고, 전쟁 양상은 총력전의 형태로 변모되어 왔다는 것이 루소파 학자들의 의견이다. 저자는 이러한 루소파 학자들의 의견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안에 '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Leviathan)의 모습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강화해 나간다. 


 정치적 합병이라는 부단한 과정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은 무력 사용과 위협이었다.(p528)... 국가 내부와 국가들 사이에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투쟁, 그리고 권력이 수반하는 이익을 차지하려는 투쟁은 동시에, 그리고 불가분하게 일어났다.(p528)... 이 모든 과정의 근간을 이룬 추세가 증대하는 규모였음에도, 국가가 성장하고 '홉스적 전쟁'에서 일반적인 전쟁으로 이행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폭력적 죽음의 비율은 분명히 낮아졌다.(p534) <문명과 전쟁> 中


 리바이어던이 가져다 주는 작은 안정이 자연 상태의 무질서보다 낮다는 근거를 저자는 역사 속에서 발견한다. 저자에 따르면 폭력적 사망의 비율은 문명화에 따라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연 상태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명화가 전쟁의 원인이라는 루소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게 된다.


 이 싸움에 '의례적' 측면은 전혀 없었고, 루소주의의 에덴동산 같은 풍요롭고 천진한 환경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도 아니었다. 진실에 한결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홉스였다... 부족한 자원과 여성을 둘러싼 생존 경쟁, 걸핏하면 폭력 사태로 변모한 경쟁이 인간의 삶을 지배했다... 폭력적 사망 비율은 국가사회보다 이런 수렵채집인 사회에서 훨씬 높은데, 국가사회에서의 비율은 가장 파괴적인 국가 간 전쟁을 치를 때에만 25퍼센트에 근접한다. 그러나 이 비율은 자연에서 동물들의 일반적인 종내 살해 비율과 일치한다.(p856) <문명과 전쟁> 中


 저자 아자 가트는 결국 전쟁이라는 현상이 '문명화 civilized'된 결과물이 아니라, 자연(nature)이 가지는 일반적인 특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인간 사회에서의 전쟁은 사회 발전에 따라 '개인간 다툼'에서 '국가간 다툼'이라는 양상으로 흘러갔고 이러한 점을 루소파 학자들은 간과했다고 비판한다.(전투가 전쟁이 되는 규모의 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 아자 가트는 루소, 존 로크(John Locke, 1632 ~ 1704)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계약론자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 


 인간 사회들의 크기와 복잡성이 극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인간 집단의 싸움도 덩달아 변화했다. 인간 집단 자체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집단 싸움의 규모도 커진 것이다. '전쟁'을 관습적으로 대규모 조직 폭력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인간 사회의 규모가 대폭 커지고 조직화된 사실을 반영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p857) <문명과 전쟁> 中


 사회 안에서 폭력적 죽음의 비율이 낮아진 까닭은 대개 폭력이 승리했기 때문이지 어떤 평화로운 합의 때문이 아니었다. '국내의 평화'를 강요하는 한편 사회에서 자원을 징수하고 흡사 마피아처럼 '보호'와 여타 서비스를 변덕스럽게 제공한 것은 승리한 통치자가 제도화를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독점한 폭력이었다.(p858) <문명과 전쟁> 中


 <문명과 전쟁>의 책 전반에서 저자가 말하는 주장은 위와 같이 요약된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최근 9.11 테러에까지 인류학, 고고학, 심리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분석한 책이기에 금방 읽히지는 않지만, 여러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면에서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미국 극우파의 주장을 떠올리는 아래의 글을 읽으면서 반발감이 생기게 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슬람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단속'이 문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대량살상무기 위협은 주로 급진적 이슬람과 연관되지만, 그 위협의 진짜 심각성은 어떤 '초강력 화난 사람'이나 집단이라도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현재로서는 대량살상을 초래하는 기술과 무기의 확산, 그런 기술과 무기를 사용할 법한 사람들을 전 세계에 걸쳐 엄중히 단속하는 것만이 그 위협에 맞서는 단 하나의 유효한 대응책이다.(p852) <문명과 전쟁> 中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교수이며 홉스주의자인 저자의 입장이 책 곳곳에 담겨있기 때문에, 미국 '매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이 그 한계점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말한 <문명의 전쟁>의 큰 줄기와 한계점을 한 번 짚은 후 책을 읽는다면 한결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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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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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15: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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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길냥이가 연의로부터 ‘귀요미‘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함께 지낸지 10일정도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 이웃분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을 받았기에 그동안 찍은 몇몇 사진을 올려봅니다.

귀요미가 오고 나서 처음에는 제가 ‘집사‘가 된 줄 알았는데 지금은 집사가 아니라 ‘횃대‘가 되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마치 낸시랭의 고양이처럼 제 어깨에 올라와 있기를 좋아하는 녀석 덕분에 고양이 꼬리에도 많이 맞아봤네요.

처음에는 고양이 발톱때문에 무서워하던 연의도 귀요미와 공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아빠로서 흐뭇해집니다. 둘이 노느라 생긴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생각하다 고른 책을 마지막으로 고양이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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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1-12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 귀엽네요. ^^ 우리집 강아지와 비슷^^
최근 집 근처 새로 생긴 “야옹아 멍멍해봐”란 펫샵 이름이 떠오릅니다. ㅋㅋ
그리고 무척 부지런하세요,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겨울호랑이 2018-11-13 10:26   좋아요 1 | URL
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아직 강아지스러운 면이 제법 많습니다. 움직이는 공을 보면 정신없이 쫓아가고 있지요. 조만간 공을 물어오는 훈련을 시킬까 고민중입니다.ㅋㅋ 날이 스산해지니 트리가 조금은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 일찍 꾸며놓았는데, 너무 이른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 감사합니다.

2018-11-12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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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3 06: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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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8-11-13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요미에게 인간 횃대가 든든한가 봅니다. ㅋㅋ
크리스마스 트리 벌써 장식하시는가 보군요.
식구가 늘어서 이번 겨울은 특히 더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11-13 10:26   좋아요 0 | URL
^^:) 네 예상하지 못한 식구가 늘어 정신없긴 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연의와 귀요미만의 시간이 늘어날 생각을 하면 지금의 혼란기는 짧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그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몸을 타고 올라올 때는 조금 아프긴 하네요.ㅜㅜ

오후즈음 2018-11-13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때 손톱으로 할퀴면 많이 아파요 ㅜㅜ 손톱 짤라주셔야 상처 안생기세요 ㅜㅜ 저도 저때 엄청 할큄 당해서 상처가 많이 났거든요. 추워지는데 따뜻한 집이 생겨서 귀요미는 행복한 녀석이네요

겨울호랑이 2018-11-13 10:3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직 새끼 고양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릴 때부터 손을 봐줘야 하는 군요... 여러모로 이웃분들께 많이 배우게 됩니다. 오후즈음님 감사합니다!^^:)

지그재그 2018-11-13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색여아군요ㅠ한창 깨발랄 뿌시래기ㅠ느무 이뻐요~

겨울호랑이 2018-11-13 12:27   좋아요 0 | URL
와! 지그재그님 대단하세요. 생긴 것만으로도 암수를 구별하시네요. 동물병원에서 70일 정도된 암컷이라고 하시더군요. 요즘 먹성이 좋아서 부쩍 크고 있다는 것을 변을 치우며 깊이 느끼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지그재그 2018-11-13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색이는 거의 암컷. 수컷삼색이는 유전적으로 거의 희박해서 일본에서 부르는게 값이래요ㅎㅎ하지만 대부분 삼색은 행운의 고양이니...겨울호랑이님 이제 봄날이 올겁니당~^^

겨울호랑이 2018-11-13 13:40   좋아요 0 | URL
^^:) 아 그렇군요! 지그재그님 덕분에 배워 갑니다. 삼색이가 행운의 고양이였군요. ^^:) 지금은 저는 다른 것보다 너무 졸졸 따라다녀 문에 낄까 걱정이라 좀 컸으면 합니다만, 행운을 가져다 준다니 잘 모셔야겠군요.ㅋ ㅋ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18-11-13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하고 신비롭고 그리고 무거운 것인가..

겨울호랑이 2018-11-13 18:30   좋아요 1 | URL
^^:) 뭐 그냥 같이 살아가는거지요. 이 녀석이 엄청 잘 먹어서 처음보다 많이 무거워지기는 했습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2018-11-13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3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5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11-16 2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댁 트리 사진을 보니,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날씨가 차가워져서 그런지 트리가 반짝거리면 따뜻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1-16 21:56   좋아요 2 | URL
벌써 11월도 중반을 넘어섰네요. 트리를 보니 연말이 다가옴을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서니데이님 건강에 유의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 전라도 강진 康津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이즈음이면 할머니 기일이 돌아오기에, 아버지를 모시고 산소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다른 어른들도 찾아뵙는 것이 연례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라오는 길에 강진의 명승을 돌아보는 것 또한 행사의 일정이 되었고, 올해에는 백운동 별서 정원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제가 둘러본 백운동 별서정원의 사진을 중심으로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의 설명과 함께 별서 정원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합니다.



 

 백운동 白雲洞 별서 別墅는 월출산 옥판봉 남쪽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행정구역 상으로는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안운마을에 자리잡은 전통 정원이다. 담양의 소쇄원 瀟灑園과 명옥헌 鳴玉軒, 강진의 다산초당 및 해암의 일지암 一枝庵 등과 더불어 호 전통 원림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은 입산조인 이담로 李聃老(1627 ~ ?)가 중년에 조성하여 만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 李彦吉(1684 ~ 1767)을 데리고 들어와 살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2대에에 걸쳐 이어져온 유서 깊은 생활공간이다.(p12)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백운동 별서는 강진 무위사 無爲寺를 지나 월출산 月出山을 타고 주변의 차밭을 지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으로 나무숲 아래를 지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도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나무와 바위 등으로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있어 이곳을 지나가면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앨리스 Alice가 이상한 나라를 갈 때 느낌이 이러한 느낌이었을까요. 이에 대해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별서는 살림집인 본제 本第에서 떨어져 인접한 경승에 은거를 목적으로 조성한 제2의 주거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취사와 기거가 가능한 소박한 형태의 별장이란 의미로 쓰인다. 입지적 특성에서 보면 우선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본제, 즉 살림집에과는 도보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며, 마을과는 대체로 차폐물이나 물리적 방법을 통해 격리되어 있다.(p27)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일반적으로 별서 정원은 입지 특성상 마을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격리된 공간에 자리잡는다. 격리는 대숲이나 동백림 등의 차폐림 혹은 하천에 의해 이루어진다... 백운동 별서는 차폐림 구실을 하는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등 상록수림과 집옆을 흐르는 계류에 의해 아래쪽 안운마을과는 이중으로 차단되어 있다.(p31)... 양옆의 대숲과 계류 주변의 차폐림은 담장 밖의 시선이 숲을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 별서 내부 공간은 그대로 분지의 형국을 띠면서 숲속에 폭 안긴 모양새다.(p35)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이러한 나무 울타리를 지나고 나면 별서 정원이 눈에 띱니다. 크지 않은 몇 채의 건물은 아담하면서도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 줍니다.





 별서 정원의 공간은 내원 內園과 외원 外園으로 나눈다. 때로 좀더 광범위한 영향권역을 따로 설정할 수도 있다. 별서 정원의 중심 공각인 내원은 울타리에 의해 물리적으로 구분된 내부 공간을 일컫는다. 외원은 내원에서 볼 때 시야에 들어오는 담장 둘레의 가시권역이다.(p30)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정원의 여러 곳이 정겹지만 그 중에서도 백운동 별서정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별서를 흐르는 곡수 曲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바깥으로부터 흐르는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면서 안에서 구비쳐 밖으로 나가는 구조로 형성된 정원은 절로 탄성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임을 <한국 정원 답사 수첩>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화계를 내려서면 대문으로 이어지는 아래 마당, 즉 전정 前庭이 나온다. 이곳의 대표적인 풍경점은 집 옆을 흐르는 계류를 끌어들여 구곡 九曲으로 돌려 조성한 제5경 유상곡수다... 민간 정원에 이렇듯 유상곡수의 자취가 온전하게 보전된 곳은 백운동이 유일하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백운동 별서의 존재는 특별하다. 유상곡수는 계류에서 물을 끌어다 바깥 담장 밑으로 난 수구 水溝를 따라 흐르다가 대문 옆의 작은 입수구를 통해 90도를 꺾여 내원의 마당으로 흘러든다.(p37)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자연을 끌어들이고, 자연으로 나가고, 자연과 어울려 합일되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성은 소쇄원 瀟灑園이나 독락당 獨樂堂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원리는 단지 소쇄원이나 독락당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별서정원에서 공통적으로 나는 것이다.(p32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계류 溪流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못과는 달리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관미를 연출하고 있다.(p393)... 영벽지 影碧池 주변은 자연 암벽들로 이루어져 있어 원생적인 자연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데, 시에서 읊은 것처럼 물이 흘러들어오는 북쪽 암반의 층단에 수로를 파고 물길을 모아 인공폭포를 조성했다... 아마도 이 공간에서 신선의 세계를 연출하고자 했던 모양이다.(p51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별서 밖으로 나가는 물을 따라 대문 밖으로 나가보니, 대문 밖에는 말라버린 계곡이 눈에 띱니다. 계곡물은 말랐는데, 건물쪽으로 흐르는 물은 끊임없이 흐르는 것을 보니 조금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서울에 흐르는 청계천처럼 인위적으로 지하수를 끌어다쓰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단순한 추측일 뿐입니다. 다만, 밖의 계곡에서도 많은 물이 흘러 물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면 정원 안과 밖이 일치된 물아일체 物我一體의 경지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크지 않은 몇 동의 건물 속에서 자연에 조그만 공간을 빌린 듯 만들어진 별서정원 속에서 자신을 크게 만들기 보다, 큰 자연 속에 어울어져 자연의 일부로 큰 자신을 만들어간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별서정원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됩니다. 늦은 시간 별서 정원을 방문하여 오랜 시간을 머무를 수 없었기에 다른 곳을 미처 볼 수 없었지만, 우리 정원의 아름다운 향기를 잠시나마 맡을 수 있었기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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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2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18-11-19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엇보다 백운동 10대 동주 이효천 옹에게 백운동 자료를 구하던 정민 교수가 필사본<강심(江心)>한 권을 건네 받았다가 그동안 문헌학에서 다산 정약용 저술로 알려진 <동다기> 진짜 저자가 이덕리였음을 밝혔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백운동에서 전달 받은 책 한 권으로 역사를 바꾼 대형사건이었잖아요.

늦가을 사진에서 고즈넉한 분위기가 흘러서 프로가 찍은 사진보다 정겹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1-19 19:15   좋아요 0 | URL
파란여우님께서는 그 부분이 인상 깊으셨군요. <동다기>의 저자 문제에서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상식으로 생각해왔던 것들이 후대의 다른 증거를 통해 바뀌는 사건들을 보면서, 역사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후대에 남겨진 파편으로 끊임없이 다시 맞추는 과정임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부족한 사진이지만, 별서 정원이 워낙 아름다워 파란 여우님 마음에 든 것이라 여겨지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