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는데, 자꾸만 한 해가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식 같은 것들이 문득 문득 들이닥쳐 깜짝 놀라곤 한다. 이를테면, 얼마 전 모 작가의 행사에서 사인을 받았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써주시는 걸 보고 화들짝. 보졸레 누보를 마신 적은 없지만, 보졸레 누보가 나온다는 소식도 나에게는 아, 올해가 가고 있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소식. 게다가 어제는 누군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려고 하는 걸 뜯어말리기까지 했다.

어제는 하이킥을 보는데, 겨울이 왜 싫으냐는 이순재의 물음에 김자옥의 대사.
나이든 여자가 겨울 좋아하는 거 봤어요? 이제 또 한살 먹는구나. 생각하는 거죠.

아. 내가 나이든 여자가 되어가고 있어서, 또또 (지난 해 숱하게 지적 받았던) 계절병, 나이먹는거 싫어병을 앓고 있구나. 라는 걸 깨닫는다. 


2

다음주에는 예전예전예전부터 계획만 잡아놓고 준비는 하나도 안하고 손놓고 있던 휴가를 떠난다. 준비된 건 비행기 티켓과 숙소 예약뿐이고, 그걸 이미 7월에 마쳐놓은 후, 나는 정말 속수무책으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우 솔직히 말하자면 교토에서 묵는 숙소는 H가 예약했으므로 어딘지 이름도 모른다. 비행기 출발 시간 및 도착 시간도 잘 기억도 안난다. 떠나기 3일 전인데 이런 상황. -_- 

H가 거의 모든 준비를 하고 마지막으로 스케줄 확정하고 예산을 짜자고 불렀을 때도 나는,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고, 마음 닿는대로 쓰자. 뭐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ㅋ 사실 예산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게, 너무 빡빡하게 짜서 가다 보면, 그대로 쓰려면 그대로 쓰는 일이 스트레스, 그대로 못쓰게 되면 그게 또 스트레스 아닌가. 그렇다고 돈이 많아 흥청망청 쓰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뼛속까지 좀 비굴한 나는 돈 앞에서도 비굴하기 때문에, 굳이 예산을 짜지 않아도 머리와 마음의 제동장치가 알아서 작동해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H도 마찬가지이다. ㅎㅎㅎ  환전은 니가 할래? 라는 말에도, 미안, 나 정말 여유가 없어, 니가 좀 해주라.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으니, 버럭하는 H앞에 나는 그저 '업어줄까?' 한마디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 미안해라. 가서 정말 잘해줘야지.

대신 내가 준비한 건, 홀가. (그런데 중형 필름을 깜빡잊고 안샀다. 화요일까지 안오면 직접 가서 사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전적으로 레와님의 영향이 매우 크다. 레와님 서재에 올려둔 홀가로 찍어낸 사진들이 내게 주었던 느낌들이 홀가를 사겠다고 결정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6*6으로 찍으면 필름 한롤당 12장밖에 못찍는 이 이기적인 카메라가, 빛조절도 잘 안되고, 어두운데서도 잘 안찍히고, 필름도 어두운데서 넣어달라는 이 까탈스러운 카메라는 그러므로 뭔가 매력적인 느낌이다. 하루에 1롤. 딱 12장씩만 찍어야지, 생각. 고르고 골라서, 정성을 다해 찍기. 그래도 절반은 안나올테니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아. 연습비가 너무 비싸지만, 노래연습장 가격보다는 싸니까 참아야지) 하하. 그러고보니 정말이지, 준비한게 이것밖에 없구나. 주중엔 또 시간이 없을테니. 오늘은 짐을 싸둬야할텐데. 아. 뭘 싸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뭐 사람 사는 데인데 다 있지 않을까 생각)

 
3

그나마 인생의 낙이 있다면 하이킥과 선덕여왕이었는데, 선덕여왕은 미실의난부터 골로가기 시작하더니, 고미실 퇴장 이후에는 시청의 의지를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역시나 하이킥이 좀 짱이다. 아. 김병욱 초천재. 최다니엘 초간지. 신세경 초미녀. 정해리 빵꾸똥꾸짱. 신애는 좀더 힘내라. (해리한테 밀려서 슬쩍 가슴이 아파요) 
 



이런 색감의 아가일니트를 찾아 헤매고 있다. 다니엘코디천재. (다니엘 몸이 천재인가)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09-11-2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행가시는군요. 가세요, 가세요. 무조건, 어디든 떠나세요.
아이때에는 새로운 자극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새로운 두뇌 신경망 구축에 최선의 방법이라면, 2, 30때에 자신을 위해서 투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안 가본 곳으로의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일인입니다. 그때의 그 느낌과 감성을 나이들어서 얼마나 써먹을 곳, 써먹을 때가 많은지 모른답니다. 그게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최다니엘은 멋지긴 한데, 좀, 뭐랄까, 어딘가 연출된 느낌이 나지 않나요? '선덕여왕을 한번도 시청한 적이 없는 저도 '지붕뚫고~' 는 종종 봅니다. 재미있더라고요 ^^)

아 참, 여행 잘 다녀오세요~

웽스북스 2009-11-22 01:46   좋아요 0 | URL
아. hnine님. 써주신 말이 어찌나 좋은지요. 그러게요. 써먹을 곳. 써먹을 때. 사실 벌써부터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어요. 이런 것들도 재산이 되는구나. 아. 이런 것들도 보물이 되는구나. 저보다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사신 hnine님도 그리 말씀하시는 거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 열심히 잘 놀다 와야겠어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것은 최다니엘의 스타일.입니다. 하하하. 연출이라도 좋아요. 흑.

Mephistopheles 2009-11-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재미있게 다녀오세요...
전 일단 한 숨 좀 돌리고 여행을 하던 잠을 자던 뒹굴거리던 정해봐야 할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9-11-22 01:46   좋아요 0 | URL
메피님 메피님 메피님
여행을 하던 잠을 자던 뒹굴거리던 하시면서 일단 이번 겨울 보내시더라도.

저랑 맛있는 것도 먹어주심 안될까요?
갑자기 막 우리 음식 리스트 나누며 놀던 때가 그리워집니다. 하하하. ㅜㅜ

이매지 2009-11-2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나라 가시는군요 ㅎㅎ
여행 즐겁게 다녀오세요~
저도 올해가 가기 전에 뜰까 싶었는데,
미친듯이 바빠서 휴가 쓸 엄두가 안나요 ㅠ_ㅠ

웽스북스 2009-11-22 01:47   좋아요 0 | URL
아. 이매지님.
저 이거 직장 옮기기 전에 잡아놓았던 거에요. 아마 그때 잡아두지 않았으면 절대 못갔을 것 같아요.

전 이전 직장 입사 첫해 때 휴가 5일 받았는데 그것도 다 못썼어요. 아. 신입들은 역시 좀 눈치가 보이죠 ㄷㄷㄷ

마노아 2009-11-2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여행 계획 잡으셨군요! 잘 다녀오세요~ 올 때 선물 사갖고 와요! (응?)

웽스북스 2009-11-22 01:48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올게요. 마노아님~
선물은..ㅎㅎㅎ 고민해볼게요.

다락방 2009-11-2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하이킥 고딩한테 푹 빠졌다가 거기서 헤어나오지도 못했으면서 요즘은 닥터한테 올인중이에요. 세경이 이마에 열 짚어줄때 내가 막 심장이 벌렁벌렁 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이마도 좀 짚어달라규~~

웽스북스 2009-11-22 01: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제가 다음에 만나서 이마 짚어드릴게요.
(필요 없다고요? 네. ㅜㅜ)

순오기 2009-11-2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토에서 묵는군요.
이젠 이틀 전~ 잘 다녀와요!
엑기스 사진도 기대할게요.^^

웽스북스 2009-12-13 17:31   좋아요 0 | URL
잘 다녀왔고. 엑기스 사진도 올렸고.
덧글은 완전 지각 흑

블리 2009-11-2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웬디처럼 다~ 맡기고 여행 가고 싶다~ 맘을 비우면 훨씬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너무 이 정보, 저 정보를 모았더니 욕심이 생겨서 원래 취지였던 여유가 강건너 가버렸어. ㅠㅠ 욕심을 덜어야지. 혹시 교토에서 스치면 보자구. 철학의 길이나 기요미즈데라, 기온은 모두 가는 코스니 혹 볼 수도 있겠지...참, H에게 은각사는 현재 공사중이란 정보를 알려주길.(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내년 2월까지 공사라네.)

웽스북스 2009-12-13 17:31   좋아요 0 | URL
우리는 엇갈렸을 뿐이고. 흙.

무해한모리군 2009-11-2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양님의 후기가 벌써 기대가 되요. 웬디양님 눈에 교토는 어떨까?

웽스북스 2009-12-13 17:31   좋아요 0 | URL
후기가 기대를 충족시켰는지 모르겠네요.
역시 남는 건 고기사진뿐? ㅋㅋㅋ

2009-11-23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9-12-13 17:32   좋아요 0 | URL
이렇게 전화번호를 따내고!
(하지만 임대폰이라 저장할 수 없을 뿐이고흑)

바밤바 2009-11-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신애가 좋던데~ 신신애 화이팅!ㅋ

웽스북스 2009-12-13 17:32   좋아요 0 | URL
저도 신애 좋아요. 신신애 화이팅!ㅋ
 

 

1

아침에 일어나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섰는데 앞에서 걸어오는 여자가 작년에 돌아가신 성집사님을 닮은 거다. 성집사님이 돌아가실 때도 그렇긴 했지만, 나는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그 시간을 잘 실감하지 못하고, 꼭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야 그 부재를 느끼고는 허망해하곤 하는데, 적절히 비가 내리고, 적절히 쌀쌀하던 오늘 아침이 딱 그랬던 것 같다. 지적인 집사님, 이라는 농담을 건넬 때의 새초롬한 표정, 같이 워십댄스팀에서 예배당 의자 밀어놓고 연습하던 기억, 주보에 내려고 집사님을 인터뷰하던 기억 같은 게 떠올라, 표정과 말투가 계속 생각나 조금 슬퍼졌다. 

다시 보니, 그 여자는 성집사님을 별로 닮지 않았었다.


2

재밌게도 J의 결혼식에 가려고 탄 KTX에 뉴스를 제공하는 곳이 J가 일하는 곳이었다. 일상이 사라진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터라 어느덧 계절도 사라져버린 듯했었는데 언뜻언뜻 고개를 들어 바라본 창밖은 내게 다양한 증거를 들어가며 '지금은 가을'이라는 걸 계속 입증해 주었고, 기자들보다 더 빠르게 뉴스를 전한다는 그 뉴스사는 역시나 내가 느끼고 있는 계절에 한 발 앞서, 오늘 설악산 대청봉에는 첫 눈이 5cm나 내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가을이건 겨울이건, 속속 오픈하는 다이어리샵 등과 같은, 어떤 물리적 여건에 의해서가 아니라 눈으로, 마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왕복 6시간의 여정을 아깝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3

예배 형식의 결혼식은 정말이지, 갈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예배형식으로 결혼식을 하게 된다면 그래도, 부를 찬송 정도는 내가 골라야지. 결혼식마다 부르는 '오늘모여 찬송함은' 이건 절대 부르지 말아야지. 말씀 본문도, 이는 내 뼈중의 뼈요 살중의 살이라, 이거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해야지. 결혼식을 볼 때마다, 그 천편일률성에 좀 질릴 때가 있다. 형식의 천편일률성이야 뭐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대한민국 교회 결혼에서 결혼하는 부부의 80%가 같은 찬양, 같은 말씀을 듣고 결혼생활을 시작한다는 게 나는 좀 끔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좀 다른 얘기지만, QT책 같은 걸 안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모두 같은 날짜에 할당된 같은 성경본문을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게 난 좀 끔찍하다) 아. 게다가 기도하는 목사님께서는 자녀의 축복을 기도하시면서 '요셉처럼, 다윗처럼, 바울처럼' 이라고 이야기하시는데 나는 그만 기도시간에 웃다가 기절. 응? 하필 왜 저 셋? 다윗만큼 자식복 없는 사람 또있을까. 게다가 바울은 자식복이 아니라 자식 자체가 없는데.

암튼, 본인의 결혼식임에도 본인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걸, 정말 결혼식은 부모님들의 행사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로 2009-10-1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웬디님 글에는 웬디님 말투가 팍팍 뭍어나네요^^

웽스북스 2009-10-18 13:18   좋아요 0 | URL
제가 막 읽어주는것 같죠?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0-2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식을 안해도 된다면 왠지 제가 백만년전에 유부녀가 되는데 성공했을거 같아요 --;;

웽스북스 2009-10-22 01: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역시~!

2009-10-21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2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09-10-2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것을 아시는 것은 아닐까? 뭐래....아침부터 미쳤대....ㅋㅋ

웽스북스 2009-10-22 02:09   좋아요 0 | URL
아. 역시 그런 지혜가...ㅋㅋ
 

 
1

스팽글이 주렁주렁 달린 자주색 가디건 (알라딘의 F님께서 화려하다해주셨던 하하) 을 입고 간 나에게 G언니는 니가 드디어 자주색을 입는구나 (자주색은 원래 좋아했지만) 니가 스팽글의 매력을 아는구나, 라며 감탄을 자아낸다. 하하하하 -_- 기뻐해야하는 상황인 것인가. 물론 아닌 것 같기는 하다. 사실 예전에는 스팽글이 주렁주렁달린 옷같은거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아. 물론 지금도 나름의 법칙은 있지만 (산발적으로 달려있는 스팽글은 싫달까 ㅋㅋ) 그 법칙을 준수하여 (공표하지도 않아놓고 준수래) 옷의 여밈 부분에 맞춰 달려 있는 스팽글 정도는 기꺼이 사랑해줄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의상이나 소품(목걸이, 귀걸이, 반지 등을 제외한)에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아이템이 있는데 그건 바로 큐빅이다. 하하. 그걸 비롯한 어떤 플라스틱 조형물(?) 같은 것이 옷에 달려 있는 것도 별로 안좋아하고. 얼마 전 고모들이 휴대폰에 튜닝 서비스를 받아 큐빅을 주렁주렁 달아놓은 걸 보고 난 거의 기절. 시계같은 걸 살 때도 큐빅은 가급적 없는 녀석으로다가 사는 편이다.  괜찮은 녀석들을 큐빅, 리본, 생뚱맞은 꽃 등이 망쳐놓은 것들을 발견하면 나는 또 괴로워지는 것이다. 
 
G언니말로는 한 50쯤 되면 큐빅이 좋아질 거라는데. 정말 그러려나.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누가 나에게 처음으로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날보다 더 슬플 것이다. 문제는 전자도 후자도 그 때가 되면 슬프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나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인데. 어쩜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세월을 견딜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는지도 모르겠다.


2

가끔 택시를 타고 퇴근을 하는 일이 생기는데, 강북으로 옮기니, 택시를 타며 이전에는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됐다. 아. 내가 택시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탈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돈으로 인해 시간 단축이 되는 것도 있지만, 그냥 무엇보다 그 밤에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택시에 앉아 한강의 야경을 보며 지친 몸을 의탁할 수 있는 그 자체가  매우 새삼스럽게도 감탄스러웠던 것이다. 물론 차창밖 야경 한강 불빛 위로 오늘의 택시비로 살 수 있는 옷들이 휙 휙 울면서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3

손가락에 모기를 물렸다. 마무리는 루나동생 일기로.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09-10-15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안고쳤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나. 그냥 두고 싶은 이 마음이라니.
그래. 어제 쓰다가 잤었다. ㅋㅋ

turnleft 2009-10-15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팸글이 주렁주렁 달린 자주색 가디..응?

웽스북스 2009-10-16 0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스팸이 먹고싶어지는 저는 뭡니까

다락방 2009-10-15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이 뜸하니까 저는 아예 루나도 잊고 살고 있었어요. 하핫

웽스북스 2009-10-16 0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루나로 이미지 바꿔놓을까봐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0-1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지 자본가가 모기같다고 한 사람이? 요즘 고유명사따위는 생각도 안나요 --;;
이봐이봐 난 벌써 큐빅이 좋다고 얼마전엔 귀가 다 덮힐 만큼 커다란 큐빅이 박힌 귀걸이도 산걸 --;;

웽스북스 2009-10-16 00:19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제가 알 리가 없잖아요 ㅎㅎ
아 저 악세사리는 반짝이는 거 괜찮은데
옷이나 어디 박혀있는걸 싫어해요.

이것도 나름 종류가 있는 선호인데 설명이 안되네 ㅋㅋ

순오기 2009-10-1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작년부터 줄창 초록색 웃옷만 사고 있다고요.ㅜㅜ
바바리, 반판, 긴팔~ 이젠 겨울옷을 초록으로 사야 될까?ㅋㅋ
모기녀석~ 걔네들도 요즘 추운 바깥이 싫대요.^^

웽스북스 2009-10-16 00:2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열혈 순오기여서
초록색으로 좀 균형을 맞춰줘야 하나봐요. ㅎㅎㅎ

레와 2009-10-1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짝반짝 하는 모든것에 환장을 하는데 말입니다. 흐흐~


웽스북스 2009-10-16 00:21   좋아요 0 | URL
가끔 눈돌아가는 반짝거림도 있지요 ㅎㅎㅎ
그나저나 레와님 찍으시는 사진들의 느낌과는 다른가보아요 ㅋㅋ

이매지 2009-10-1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옷이 없어서 옷 좀 사야하는데 도.무.지. 사러 갈 시간이 없어요 ㅠ_ㅠ
결국 인터넷 지름신 강림;;

웽스북스 2009-10-16 00:21   좋아요 0 | URL
전 이미 그런지 좀 되었다는 ㅋ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 안았다. 이 때 나루터는 읍내 갔다가 나룻배에서 내린 장연학이 둑길에서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모자와 두루마기는 어디다 벗어던졌는지 동저고리 바람으로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토지 21권 마지막 문장>

 
   



1년 조금 넘는 시간을 넘게 이끌어온 토지 읽기 모임이 끝났다. 조금 더 빨리 올 수도 있었는데, 한달에 두권 이상은 절대 못읽겠다며 버팅겨온 나 때문이다. 마지막 모임은 내 생일에 하자며 한달 더 미룰 것을 요청한 나의 이기적인 요구에도 말없이 응해준 동지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세상에나. 내가 토지 모임에서 이렇게 독재를 한 결과일까. 마지막으로 서로 비슷한 인물들을 이야기하는데 이니나와 향편님은 글쎄, 내가 윤씨부인이란다. 사실 나로서는 수긍하기 매우 어려운. 윤씨부인은 굉장히 개인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인데, 나는 그만큼의 존재감, 영향력,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토지모임 사람들이 편하다보니 내가 너무 막 군림했나, 싶기도한데, 응? 정말 그런가? 박블리언니는 '고맙게도' 유인실을 말해주었는데. 그 역시 나로서는 고맙고 제일 마음에 들지만, 역시나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창덕형님이 말해준 건 누구였더라? 잘 기억나지 않고, 누군가는 두만이 누나 선이를 얘기하기도 했었고. (그녀도 뭐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지) 알리샤가 써준 보연 정도만이 내 생각과 겹쳤다. 아. 나는 나의 여러 층위를 반영해 썼는데 어떤 면에서는 보연과도 비슷하고, 내면의 어떤 강박 같은 것은 환국의 것과도 비슷하다. (뭐 그렇게 말하자 일면 인정은 해주었지만, 어쨌든 서희든 윤씨부인이든 환국이든 너는 주인공 집안의 피가 흐른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놔 ㅋㅋㅋㅋ)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여옥도 내가 많이 공감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나조차도 비슷하다고 쓰지는 못했지만, (ㅋㅋㅋㅋ 너무 비슷한 박블리가 계셔서) 명희나 찬하와 같은 인물들도, 나와 비슷한 면이 많다. 오가다지로 역시. 나의 내면은 이럴진대, 비슷하다고 나온 인물이 윤씨부인과 유인실이라니. ㅋㅋㅋㅋ 나는 그런 인물이 되지 못한다. 김승옥의 60년대 식에서도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이 그 정열없음 아닌가, 그리하여 그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광장에 나오는 최인훈의 문장처럼 '힘껏 살았더니' 결국은 그렇게 기억되는 것이다. 그렇게 명희나 찬하, 환국이의 말에 밑줄을 그어서 읽어댔어도, 결국에는 1년 넘도록 모임이 진행되면서도 나의 표면적인 모습만 기억되는 것인가 싶어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결국에는 지난 번 그 '단순' 논란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그 역시 누구 말처럼, 실은 내 탓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기도 하지만, 역시나 본인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는 지점.

마지막 모임을 마치며 우리는 아무것도 기약하지 않았다. 다음엔 뭘 읽자, 라는 것도, 우리 언제 또 만나자, 라는 것도. 그것은 어쩌면 말하지 않아도 이것이 마침표가 아닌 쉼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굳이 무언가 우리를 매개하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스레 만나고, 또 함께 읽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그렇게 다시 나누게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요.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9-09-2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했어용. 저도 언젠가는 읽어야 할텐데...;;;

웽스북스 2009-10-04 12:43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젠가는 20권 갖다드려야 할텐데...;;;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09-09-2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내가 모르는 나가 있는 것도 있는듯... 다른 이들이 보기에 웬디양님에게 윤씨부인과 같은 카리스마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

웽스북스 2009-10-04 12:44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그렇다면 나한테 이렇게 막대할리가 없어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은 어떤 인물일지. 음. 갑자기 궁금한데요 ㅎㅎ

2009-09-28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3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4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8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9-2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토지를 다 읽었군요~~ 축하해요.
나는 10년 주기로 다시 봐야지 맘 먹었는데....

웽스북스 2009-10-04 12: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저는 이제 다시 완독은 안하려고요 ㅎㅎㅎ
세번째 읽었을 때도 새로우면 상처 받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

차좋아 2009-09-2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씨부인에 대한 일반의(작품 속 일반) 오해 중 하나는 카리스마라는 하나의 겉면에 가려서 인간적 따듯함과, 의도하지 않았지만 짊어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볼 수 없었기에 여장부로만 기억되진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좀 더 생각을 해보면, 카리스마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도망하지 않을 것 같다는 신뢰라 할까요 그런 믿음이 가는 분이지요. 어떤 상황에서 도망 잘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보이거든요. 책임감과 따듯함. 그걸 조용한 카리스마라고 합시다.ㅋㅋㅋ
그러고 보니 홍이는 도망을 많이 다녔구나... 장연학이야 말로 미스케스팅입니다^^ 다만 닮고는 싶지요.

웽스북스 2009-10-04 17:38   좋아요 0 | URL
장연학 뭐 인정하기 싫으심 받지 마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어느 지점에서 비슷하다고 하신 건지, 뭐 대략 아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윤씨부인에 대한 말은. 음. 만들어낸거죠? ㅋㅋ 아래 블리언니 말이 더 설득력있구먼 ㅋㅋㅋ

블리박 2009-09-28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게... 다음을 기약 못한건 다들 피곤에 지쳐 잠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실은;;;
조웬디의 내면은 말했다시피 박블리랑 동조하지만 지향점을 향해 늘 움직이고 있기에 윤씨부인이나 유인실이 겉으로 드러나 보인게 아닐까 싶다. 그점에서 언제나 명희같이 밍기적 거리는 박블리는 부러울 따름!

웽스북스 2009-10-04 17:42   좋아요 0 | URL
근데 언니. 지향점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 어려워 ㄷㄷㄷ
늘 움직이는 건 뭔가 지향점 없이 움직이는 것들 뿐이라 더 헤매면서 사는 것 같아요. 으으.

무해한모리군 2009-10-0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토지는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는 참 좋은 글인듯 합니다.저도 다시 읽고 싶은데, 어머니가 제 토지전집을(솔이 반 해남이 반인) 창고에서 빗물에 젖게 하는 사태가 생겨 다시 구매해야 하는 지금 그것이 언제가 될지 점점 기약이 없어지는군요.


웽스북스 2009-10-04 17:43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것 같아요. 40살쯤 되면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음.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아요. ㅎㅎㅎㅎㅎㅎ 토지전집은 저어기 맨 위에 댓글다신 분께 싼값에 구매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0-05 09:12   좋아요 0 | URL
아 미스테리예요. 분명 판형이 다른데 해남은 아니네 --;;(해남은 어디서 나온 출판사명이랑 말인가. 태백산맥 출판사랑 헷갈린걸까요 ㅎㅎㅎ) 집에 가서 다시한번 찾아봐야겠어요.

기픈옹달 2009-10-0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아는 웬디양이 아닐지... 아이디를 보니 맞다는 확신이 듭니다.
선생님 책을 통해 선배의 서재를 찾게 되는 군요.
^^ 반갑습니다.

웽스북스 2009-10-04 17:44   좋아요 0 | URL
훗. 누군가 했습니다.
반가워요 HS군. 알라딘 유저였군요!

2009-10-04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4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주는 좀 파란만장하고 고달프게 보내고,
다음주는 두근두근하고 스펙터클하게 보낼 예정인데

다음주가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으면 좋겠다
 


8월 언젠가의 일기, 
모든 것 가지는 아니지만,  
정말, 저 때의 저 두근두근과 스펙터클로 인해서,
많은 것이 바뀌게 된, 9월을 보내고 있다  


익숙한 환경에서 잘하던 일들을 넘겨주고,
새로운 환경에서 누군가가 잘하던 일들을 고스란히 넘겨받는,

한순간에 유능하고 빠른 직원 모드에서,
무능하고 느릿느릿한 직원으로의 (스스로의 평가) 변화라는
이 현실의 지속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거의 발악을 하고 있는데,

갈 길이 만만치 않다. 휴.

일상이 사라진 삶 가운데,
써내려가는 일기들은 뭐, 거의 일 얘기로 점철되는 요즘.


그렇다 해도, 그 가운데,
자꾸만 나의 다른 면들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낯설고, 또 즐겁다.

일단은 이것만 생각하려고.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Jade 2009-09-1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태그는 저에게 하는 말로 듣고싶어요 ㅋㅋ

웽스북스 2009-09-13 00:10   좋아요 0 | URL
쓰면서 제이드님 생각, 했게요- 안했게요

이매지 2009-09-1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한 잔 마시러 갈께요 :)
힘내세요. 빠샷!

웽스북스 2009-09-13 00:10   좋아요 0 | URL
웰컴!

다락방 2009-09-1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요즘 새직장에 적응하느라 그런지 알라딘에 뜸해지셨어요. 그렇지만 다시 유능하고 빠른 직원 모드로 돌아가야 하는 과정에 있는거니까, 재촉하지는 않을게요. 그러니 힘내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다른 많은 좋은 분들과 커피 한잔 해요. 그리고 나랑은 소주 일잔 해요. 고기랑.

웽스북스 2009-09-13 00:10   좋아요 0 | URL
오예. 역시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09-09-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잘하고 계시면서 엄살, 이라는 짐작이 갑니다요.
커피도 소주도 다 좋아요 ~

웽스북스 2009-09-14 01:08   좋아요 0 | URL
사루비아 다방, 데려가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우아하게 커피한잔 하고 소주일잔
둘다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도대체 언제 ㅜㅜ)

그옛날팀장님 2009-09-1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커피~

웽스북스 2009-09-18 00:18   좋아요 0 | URL
흥. 팀장님 바쁜거 저한테 다 걸리셨어요 ㅋㅋㅋ

Arch 2009-09-1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힘내용~ 화이팅! 다락방님 댓글(찌찌뽕~)^^

웽스북스 2009-09-18 00:18   좋아요 0 | URL
아치님도 아치님도.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