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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 안았다. 이 때 나루터는 읍내 갔다가 나룻배에서 내린 장연학이 둑길에서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모자와 두루마기는 어디다 벗어던졌는지 동저고리 바람으로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토지 21권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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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조금 넘는 시간을 넘게 이끌어온 토지 읽기 모임이 끝났다. 조금 더 빨리 올 수도 있었는데, 한달에 두권 이상은 절대 못읽겠다며 버팅겨온 나 때문이다. 마지막 모임은 내 생일에 하자며 한달 더 미룰 것을 요청한 나의 이기적인 요구에도 말없이 응해준 동지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세상에나. 내가 토지 모임에서 이렇게 독재를 한 결과일까. 마지막으로 서로 비슷한 인물들을 이야기하는데 이니나와 향편님은 글쎄, 내가 윤씨부인이란다. 사실 나로서는 수긍하기 매우 어려운. 윤씨부인은 굉장히 개인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인데, 나는 그만큼의 존재감, 영향력,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토지모임 사람들이 편하다보니 내가 너무 막 군림했나, 싶기도한데, 응? 정말 그런가? 박블리언니는 '고맙게도' 유인실을 말해주었는데. 그 역시 나로서는 고맙고 제일 마음에 들지만, 역시나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창덕형님이 말해준 건 누구였더라? 잘 기억나지 않고, 누군가는 두만이 누나 선이를 얘기하기도 했었고. (그녀도 뭐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지) 알리샤가 써준 보연 정도만이 내 생각과 겹쳤다. 아. 나는 나의 여러 층위를 반영해 썼는데 어떤 면에서는 보연과도 비슷하고, 내면의 어떤 강박 같은 것은 환국의 것과도 비슷하다. (뭐 그렇게 말하자 일면 인정은 해주었지만, 어쨌든 서희든 윤씨부인이든 환국이든 너는 주인공 집안의 피가 흐른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놔 ㅋㅋㅋㅋ)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여옥도 내가 많이 공감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나조차도 비슷하다고 쓰지는 못했지만, (ㅋㅋㅋㅋ 너무 비슷한 박블리가 계셔서) 명희나 찬하와 같은 인물들도, 나와 비슷한 면이 많다. 오가다지로 역시. 나의 내면은 이럴진대, 비슷하다고 나온 인물이 윤씨부인과 유인실이라니. ㅋㅋㅋㅋ 나는 그런 인물이 되지 못한다. 김승옥의 60년대 식에서도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이 그 정열없음 아닌가, 그리하여 그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광장에 나오는 최인훈의 문장처럼 '힘껏 살았더니' 결국은 그렇게 기억되는 것이다. 그렇게 명희나 찬하, 환국이의 말에 밑줄을 그어서 읽어댔어도, 결국에는 1년 넘도록 모임이 진행되면서도 나의 표면적인 모습만 기억되는 것인가 싶어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결국에는 지난 번 그 '단순' 논란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그 역시 누구 말처럼, 실은 내 탓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기도 하지만, 역시나 본인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는 지점.
마지막 모임을 마치며 우리는 아무것도 기약하지 않았다. 다음엔 뭘 읽자, 라는 것도, 우리 언제 또 만나자, 라는 것도. 그것은 어쩌면 말하지 않아도 이것이 마침표가 아닌 쉼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굳이 무언가 우리를 매개하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스레 만나고, 또 함께 읽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그렇게 다시 나누게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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