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쯤 전에 아침을 먹었다. 여기 병원 사람들은 부지런해서 새벽 6시도 되기 전에 혈압과 맥박을 체크한다. 그러면 나는 그 때 부스스 잠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간다. 6시에서 7시 사이에 간호사 언니가 와서 그날의 링겔을 팔에 꽂아주기 때문에, 내가 씻을 수 있는 시간은 그 때가 유일하다. 이렇게 맞이한 병원에서의 아침이 벌써 5번째. 아침에 머리를 감고 오면 머리가 마를 때까지 다시 누울 수가 없다. 첫날, 다시 잤다가, 머리가 아주 우울하게 말라서 후배에게 샤기컷 했냐는 얘기도 들었다. -_- 

독감과 열감기 후유증으로 위에 장애가 온 줄 알았던, 나의 정확한 병명은 A형 간염이었다. 지난 토요일에 울면서 링겔을 맞았던 원효로의원에서 간염인 경우에도 이런 증상이 올 수 있으니, 피를 뽑아놓고 가라고 했던 말에 울상이 되어 툴툴대며 피를 뽑았었는데 (피뽑는거 무서워요) 월요일날 피검사 결과를 본 의사가 깜짝 놀라 전화를 했다. A형 간염이라고. 수치가 3,000이 넘는다고. 일상 생활이 불가능했을텐데 어떻게 생활했느냐며, (택시타고 출퇴근하고, 그나마 가서도 일 거의 못하고, 헉헉거리며 앉아있다가 반차내고 왔었어요. 흑흑흑.) 소견서 써줄테니까, 내일(화요일) 아침에 당장 병원에 들러 받아서 큰 병원 가서 입원하라고. 아. 놔. 입원이라뇨. 아니아니되옵니다. 라며 애꿎은 원효로의원 의사선생님께 항변했으나, 항변한다고 이게 어찌 될 문제이던가. 아침에 소견서 조용히 받아서 곧장 안양 집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A형 간염은 음식 등을 통해서 균이 입으로 들어와서 생기는 병이란다. 친구 C는 그 와중에도 너 흙주워먹었지, 뭐 이런 얘기를 -_- 정말로 흙주워먹던 우리 윗세대 분들은 어렸을 때 흔적도 없이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내 또래 세대들의 경우는 비교적 깨끗하게 자란 세대라 어린 시절 앓고 지나가지 않아 뒤늦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 우리 병실에도 내 또래 한 명이 A형 간염으로 함께 고생중이다. 우리 아래 세대들은 예방접종을 통해서 거의 항체를 가지고 있고, 아마 지금 내 또래가 주사도 안맞고, 어렸을 때 앓지도 않은 낀 세대쯤 되나보다. 어쨌든 뚜렷이 치료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병이라, 한달 정도의 충분한 휴식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간 잘 먹고, 잘 쉬는 것만이 방도라, 정말 잘 먹고, 잘 쉬고 있다. 그야말로 이런 웰빙병도 이런 웰빙병이 없다.

병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비위가 약해질대로 약해져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음식 만드는 냄새도 못맡아서, 기름기 쪽 빠진 병원 음식이 오히려 좋았고, (그래봐야 고작 1/4 공기 정도를 먹는 게 다다) 엄마가 만들어준 죽은 안먹고 나는 병원밥만 먹겠다고 선언해 엄마의 비웃음을 샀는데, 아, 이제는 병원밥이 좀 지겹고 너무 자연적인 음식(담백한 밥과 과일)들만 먹었더니, 막 정크푸드같은 게 먹고싶다. 며칠 전에는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서 양심상 커피는 못먹고(라고 말하지만 실은 병원 커피가게 영업이 끝났었다. ㅜㅜ) 커피 아이스크림을 먹고 결국은 탈이 났다. 하하하. 난 이래서 안되는 거다. ㅜㅜ 하지만 그날의 하겐다즈 커피 아이스크림은 나의 구원이었다며. ㅜㅜ 나는 앞으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어도 하겐다즈만 먹겠다는 기도 안차는 결심도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병원에 들어오니 이래저래 보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고, 또 생각할 것도 많다. 그 와중에, 아팠던 친구들 얼굴이 많이 떠오르더라. 얼마 전 대장암으로 고생했던 친구 H. 옆에서 대장 내시경만 받는 분들 봐도 그렇게 힘들어보이는데, H는, 정말 힘들었겠구나. 위 아파서 고생하던 옛직장 D대리님. 이렇게 위가 아팠던 거였구나. 경험을 했을 때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 우리는 무지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다소 폭력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여실하게 느껴진다.

아. 아직도 할 말이 한바탕 남아 있는데, 이게 아무리 웰빙병이여도, 오래 앉아있기가 살짝 힘들어서... 그간 노트북이 있으면서도 꺼내지도 않고 있었다. (실은 병실에 무선 인터넷이 된다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다. 아이팟이 안잡히길래 안되는 줄 알았다.) 이제 다시 자리에 누워야겠다. 그래도, 이제 노트북 꺼냈으니, 좀 덜 심심하겠다.

좋은 봄날, 병실 얘기만 계속 쓰게 되서 유감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쓰겠다는 얘기)
다들, 좋은 봄 보내시고요. 드디어 봄다운 날씨가 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실은 날씨 몰라요. 하늘 보고 추측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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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5-0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 큰일 치렀군요. 아직도 병실이라니...ㅜ.ㅜ
웰빙병이라고 하니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아야 해요!!
웬디님을 기다려주느라 미친 봄이 늑장부리다가 이제사 오나봐요.
팔랄라 원피스 아직 안 늦었어요. 다 낫고 나서 예쁘게 봄나들이 해요. 화이팅!

웽스북스 2010-05-02 13: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얼른 다 나아서 살랑살랑 봄나들이 가고 싶어 죽겠어요.
근데 봄은 기다려줬는데, 아무래도 힘센 여름이 더 급하게 와버릴까봐
겁나요, 정말.

마노아님, 마노아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이거 정말 무섭더라고요. 마노아님도 은근 몸 안챙기시고 열심히 열심히 사시는 스타일이신 것 같은데 말이죠...

마늘빵 2010-05-0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빨리 나아야 할 텐데. A형 간염 찾아보니 이건 약도 없다구. 근데 최근 한국에서 증가하는 추세래요. 정말 웬디님 말대로 푹 쉬는 거밖에는... -_- 언능 완치해서 퇴원해야죠. 병원에 하루 종일 있는 것도 답답할 거 같은데.

웽스북스 2010-05-02 13:20   좋아요 0 | URL
네. 아프님. 예방주사 안맞으셨으면 꼭 챙겨서 맞으세요.
좀 비싸도, 그게 싸게 먹히는 길일 수도 있어요. (아. 내 병원비.ㅜㅜ)
병원에 하루종일 있는 건 답답한데,
그래도 10층이라 자리에 누우면 병실 창문으로 하늘이 보여서 참 좋아요.
완치해서 퇴원하면 저는 병원비 내느라 허리가 휠 거 같고요 ㅎㅎㅎㅎㅎㅎ
보통 일주일 조금 넘게 입원하는 거 같더라고요~

다락방 2010-05-0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뭘 먹어서..아니 도대체 왜 어릴때 그토록 깨끗한 것만 먹어가지고.... 때때로 잡스러운 걸 먹고 때때로 드럽게 지내고 그런게 인간에겐 필요한데 말이지요. 제가 충치가 없는건 다 어릴때 양치를 잘 안해서라구요. ( '')

잘 먹고 잘 쉬어요 웬디양님. 그게 낫는 방법이라면서요. 그렇게 지내봐요. 노트북 꺼내서 신나게 놀기도 하면서 밀린 책도 읽으면서 잘 지내요. 어차피 입원한거, 제대로 쉬라구요. 퇴원하면 우리 삼겹살 쌓아두고 먹어요!!

웽스북스 2010-05-02 13:2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그게 아니라 복이 많은 인간이어서 선천적으로 튼튼한 이를 타고나신 거라고요. 흥이에요. 흥.흥. 나는 복도 없어서 이도 약하고 A형 간염도 걸리고. 어휴. 어렸을 때 안한 볼거리도 하면 어쩌죠? 응? 응?

노트북 꺼내서 노는 것까지가 제 허용선이에요. 병원에서의 제 컨셉은 생각없는 아가씨, 모드라 책은 꺼내지도 않을 거고, 아무것도 없어요. 실은 문병온 언니를 줘버렸어요. 안읽으려고. 흐흐흣.

대신 저에게는 노트북, 아이팟, psp, 휴대폰, 뭐 이런 것들을 가지고 놀아요. 디지털 환자 웬디~

무스탕 2010-05-0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래 페이퍼에 어여 나으세요~ 댓글달고 왔더니 여기 페이퍼에선 두 배로 놀랄일이네요. 언제까지 입원해 계셔야 하나요? 한 달을 꼬박 입원해 있으라는 건가요? 퇴원하고 당분간 엄마 슬하에서 보살핌을 받으셔야 겠어요. 에효..
어여 나아요. 그리고 다시는 아프지 말고요..

웽스북스 2010-05-02 13:25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무스탕님.
무스탕님 말씀처럼 일주일 정도만 입원해 있다가 나머지는 엄마 슬하에서 보살핌 받는 모드에요. 한달 정도 휴직하고 쉴 예정이고요.

고마워요, 얼른 나을게요. 다시 아프지 않고 싶은데, 마음대로 꼭 되주었으면 좋겠어요. 무스탕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이매지 2010-05-0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웬디양님 그냥 감기인 줄 알았는데, A형 간염이라니...
푸우~욱 쉬고 빨리 건강해지세욧!!

웽스북스 2010-05-02 13:26   좋아요 0 | URL
크르릉. 그냥 감기면 제가 한달이나 휴직, 양심이 없어서 못하죠.
푸우욱 잘 쉬고 있습니다아.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쉬고 잘 살고 잘 놀고,
이러다가 복귀해야지요. 헤헷.

춤추는인생. 2010-05-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작년초에 a형간염을 앓았어요. 그게요 웬디양님. 정말 사람잡는 병이죠. 열나고 토하고 저혈압증세가 계속되구요. 저도 나흘밤을 꼬박 토하고 쓰러져있다가. 결국 죽기전에서 병원가서 살아났답니다.
근데요 이건 낫고 나서도 굉장히 중요하답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요. 저는 지금까지도 체력회복이 안되고 있어요. 인턴하는 의사친구는 이질환으로 인해 의사도 그만두더라구요.
한 삼주는 편안히푹 쉬셔야 할거예요. 정말 아무생각없이. 이제 위에 이상이 없다고 느껴지면 마음껏 많이 드시면서요.완치가 되었다하더라도 보약이나 영양제 꼭 드셔야 할거예요. 전 체력이 너무 많이 떨어졌거든요.
저번 페이퍼 보면서 혹시 a형 간염 아닐까 했는데...
마음 편안히 푹 쉬세요. 푸욱...

웽스북스 2010-05-02 13:28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 춤추는 인생님...
세상에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이렇게 확 느껴질 때가 있을까요.
춤추는 인생님도 같은 병을 앓으셨다는 마음에 와락... 동질감이 느껴지고 있어요. 아. 춤추는인생님은 몸도 가녀리셔서 더 고생하셨을 것 같은데...아아..

그러게요, 정말 사람 잡더라고요. 저도 정말 쓰러져 있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어요. 춤추는인생님 말 들으니 저도 쉬는 기간 동안 정말 잘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약이나 영양제도 꼭 챙겨서 먹을게요. 너무 고마워요.


2010-05-02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2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5-0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때 알라딘을 지키던 웬디양에게 이건 가히 쓰나미격이네요.ㅜㅜ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씀이 정말 맞는 말씀이죠.
머리는 싹 비우고 잘 먹고 잘 쉬고~~ 체력보강 보약도 먹어주고...
엄마 품에서 모두 회복해야 또 혼자 버틸 수 있을거에요.

웽스북스 2010-05-05 09:39   좋아요 0 | URL
네. 엄마 품에서 회복하러 이제 집으로 들어왔어요.
머리는 싹 비우려고 책은 손에도 안들고 있는데
이제 좀 근질근질하네요. 헤헤헤. 좀 살만 한가보죠. ㅋㅋㅋ

L.SHIN 2010-05-0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수가! A형 간염이라니! 도대체 어디서 뭘 먹은 거에요, 웬디님! ㅜ_ㅡ
아아...저는 어릴 때 하도 흙을 주워 먹어서....면역이...
뱀파이어 마냥 그렇다고 내 피를 수혈해줄 수도 없고..( -_-);
문제는 뭘 제대로 못 먹는다는 거잖아요. 잘 먹어야 체력이 살아나서 빨리 쾌차할텐데.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요. 일요일날 가도 돼요? 가고 싶어요.
웬디님에게 잠시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지난번의 짧은 만남도 아쉬웠고...)^^

웽스북스 2010-05-05 09:4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어릴 때 흙좀 먹어줬어야 됐는데 말이죠....

이제 제대로 엄청엄청 잘 먹고 있어요.
체력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고요. ㅎㅎㅎ
오신다는 건 마음만 받을게요. 저 이제 퇴원했어요. ^-^v
말씀만으로도 힘이 되었답니다. ㅎㅎㅎ

도치 2010-05-0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병실이 갑갑하실것 같아 작년 겨울에 안면도에서 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MMS로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두번 실패해서 포기하고 말았네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건강이 최고!!

웽스북스 2010-05-05 09:42   좋아요 0 | URL
아. 도치님. 감사합니다. 세상에나 그런 감사한!
병실 갑갑하지 않게, 이것저것 하면서 잘 놀았어요.
날마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ㅎㅎㅎ

마그 2010-05-0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맛있는 아이스크림. 팔라조(흰쌀맛)를 대접하려 하였더니만. 영양제를 쏴드려야하는겐가요. 병원은 좋아요? ㅋㅋ 은근 부럽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 부럽지않아요.
아는 동생왈. 언니 진짜 죽게아퍼. 그러니까 온김에 예방주사맞고가..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저는.어렸을때 흙 많이 먹은거 같아서 아직 안맞았어요. ㅋㅋㅋㅋ
지겹지만 3주에서 4주는 진짜. 꼬옥 쉬셔야합니다. 그거 힘든병이에요. 소식이 무척 궁금해도 참을테니. 노트북도 왠만하면 자제해서보시고. 먹고 자고.음악듣고를 삶의 목표로 삶아 주세욧!

웽스북스 2010-05-05 09:44   좋아요 0 | URL
소식 궁금하면 전화하면 되지요. 헤헤.
먹고자고 하도 누워만 있었더니 굴러다니겠어요.

흰 쌀맛 아이스크림이라니. 우와. 진짜 맛있겠다.
역시 저와는 아는 수준이 달라요. 전 기껏해야 하겐다즈 나뚜루~
팔라조 완전 기대하고 있을게요. 앗싸~ ㅎㅎㅎ

pjy 2010-05-0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기증상 완죤 감기--; 기냥 열나고 설사나고 지치고~ 저도 잠깐 의심했으나 넘치는 식욕 멀쩡한 간수치로 기냥 유행하는 감기였지요,,초반에 의심할때 의사왈,, 화장실에서 큰거보고 손잘 안 씻는 편이신가요? 내가 그렇게 보였단 말인가^^ B형감염도 급성으로 앓고 나중에 알아서 의사한테 많이 혼났는데..제발 좀 깨끗이 댕기라고ㅋ 연약해보이지 않는 몸은 이런 말을 의사에게 듣습니다

웽스북스 2010-05-05 09:45   좋아요 0 | URL
그 의사 너무한데요 ;;;;; 제가 가서 막 혼내드리고 싶어요.
문근영한테도 가서 그렇게 말씀해보라고 하시지....쳇쳇.
(연약해보이지 않는 자의 분노. ㅋㅋㅋ)

레와 2010-05-0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맙소사, 이게 무슨일이래요!!!! ㅡ.ㅜ


얼른 나아요, 얼른! ㅠ_ㅠ

웽스북스 2010-05-06 18:04   좋아요 0 | URL
뭐 사람이 살다 보면..ㅎ
얼른 낫고 싶어도 이게 시간이 필요한가봐요 ㅜㅜ
고마워요 레와님.

BRINY 2010-05-0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냥 감기몸살이 아니었군요! 이 기회에 푸욱 쉬세요. 그나저나 부모님께서 그만 들어오라는 말씀은 안하시나요?

웽스북스 2010-05-06 18:0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아빠가...
하지만 전 이미..대출도 받았고, 살림도 너무 많이 사놔서...
강을 슝~ 건너가버렸어요...

멜라니아 2010-05-0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으니까 흰 수건 덮어 쓰고 누워 있는 줄 알았더니
웬디님이나 굿바이님이나 참,, 이렇게 글 없인 못 사는 인간님들과
친구를 맺게 되어서 매우 반갑기도 하다는.
이렇게 글을 쓸 때가 2일이었고 내일은 어버이 날이니 일주일 이상
그 사이 병문안도 안 오면서 이 방도 안 왔다는 게 몹시 미안하여요.

그래도 지금은 부모님댁에 가셨다고 하니, 다행
그만큼 나아졌다는 뜻이니까.
쉬어 주라고 몸이 경고를 보냈는데 아이스크림이랑 커피를 퍼주어주다니

몸이 주인을 알아보고 다음부터는 왠만하게는 안 아프겠다고 하겠어요.
그런데 그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요?

어제부터 아줌마 셋이서 다이어트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음식들이 눈 앞에서 걸어다녀요 떠 다니기도 하고.


웽스북스 2010-05-07 17:27   좋아요 0 | URL
뭐가 미안해요. 멜라니아님 그간 정신없이 사시는 거 다 아는데요.
몸이 주인을 알아보고 안아프다니. 와. 이거 정말 재밌는 발상인데요.
제발 좀 그래줬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아줌마 셋, 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아까운 분 세분이서
다이어트를 하신다니, 저같은 아가씨는 어찌 살라고요.
제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동참하는 건데. 아이고. 아까워라. 아까워라.
 



꼬박 일주일간을 정신 못차리게 아팠다. 그러니까, 지난 일요일 온몸에 열이 뜨겁게 오르던 열감기를 시작으로, 그 이후 나를 더 고생시킨 열감기 후유증 위 기능 장애까지. 그렇지 않아도 없는 휴가에, 동료가 출산휴가를 떠난 악조건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여러 번 써야만했고, 애꿎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 고생해야했으며, 그 무엇보다 나 역시 너무 고생이었다. 정말이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잔병이야 여러 번 치렀지만 이렇게 정신 못차리게 아파본 건 처음이었다.

날씨가 눈이 부시게 좋던 토요일 어제는 혼자 병원으로 걸어가 링겔을 맞으면서 병실에서 좀 울었다. 세상에 이게 왠 청승. 내가 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 아름다운, 진정 봄같은 이런 토요일에 병실에서 링겔을 맞고 있어야 되는건가,라는 생각에서 울었던 거였는지, 링겔 두번에 봄바람처럼 날아가버린 봄원피스값이 아까워서 울었는지, 그냥 혼자 아픈 게 서러워서 울었는지, 도무지 원인은 모르겠다. 암튼, 뭔가 서럽고, 뭔가 슬프고, 뭔가 외롭고, 아파서 죽겠는, 뭐 그런 잔인한 봄날이었다.

내 목소리를 듣자 친구는 깜짝 놀라 달려왔다. 평소 골골대기로 유명한 이 녀석은 병자 9단인데, 과부가 홀아비맘 안다고, 많이 아파본 녀석이기에,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친구의 손을 꼭 붙잡고, 너 그동안 많이 아파서 진짜 진짜 힘들었겠구나, 라며 뒤늦은 공감과 동정의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또 아프기 하면 병자9단 B양과 배틀 붙어도 좋을 G언니 역시 여러모로 많이 도와 주었는데, 역시 아픈 순간, 아픈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파본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다. 나 역시 건강했던 것을 이유로, 누군가 아플 때, 그게 얼마만큼 아픈 건지 잘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적어도 그 부분에서만큼은 조금 성숙한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친구가 끓여놓은 보리차와 흰죽 덕분에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어제는 흰죽 두숟갈을 겨우 먹는 수준이었다. 그저께는 그조차도 못먹고 100% 다 토해버리는 상황이었고. (한의원에서 먹으라고 알려준 설탕물까지 다 토해버렸으니...) 오늘은, 드디어 점심에 흰 죽 한컵을 거뜬히 다 먹었다. (그래봐야 평소 식사 1/4 수준이다.) 물론 지금도 5분만 앉아있으면 머리가 띵하고 기운이 떨어져 그대로 침대 직행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많이 나아진 거다. 빨리 빨리 나아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열심히 버티고 있다. 어이없게도 내가 먹고 싶은 건 딸기, 파인애플통조림, 바닐라아이스크림 뭐 이런 것들이다. 나는 아플 때 먹고 싶은 게 몸이 진정 원하는 거라는 이상한 이론을 믿고 있었던 터라, 그간 위기능 장애가 있는줄도 모르고, 먹고 싶은 것들을 찾아 먹었다가 몸을 더 망가뜨린 위인이므로, 이번에는 꾹꾹 참아 당당하게 달콤한 아이스크림 한 입의 호사를 누리리라.


아. 오늘도 날씨는 잔인하게 좋다. 다음부터는 좀, 무지하게 춥거나, 무지하게 더운 날 아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것도 그런 날 아파보지 않은 무지한 자의 발언인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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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양님. 그정도인줄 몰랐네요. 저는 그저 단순 감기인줄 알았는데, 왈칵 울어버리고 싶게 만들정도로 아팠군요.

맛있는거 먹어서 더 건강해질 수 있다면 충분히 맛있는거 먹어야죠. 조만간 만나서 몸에 좋은 돼지고기 잔뜩 먹어요. 그리고 아프지 말아요. 혼자 있을때는 특히 아프면 더 서럽잖아요. 아프지 말아요, 웬디양님.

웽스북스 2010-05-02 06: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 맛있는 거 먹어야 건강해지는 거래요. 그리고 고기 많이 먹어야 낫는 병. 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이런 웰빙 병이라니. ㅎㅎㅎㅎ 환자식에도 매끼 고기가 나오고 있어요. 흐흐.

Alicia 2010-04-2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돼지고기는 체질에 따라서 안맞는 사람도 있어요;;
언니 제발 뭐 하지 말고 가만히 쉬어요. 몸 좀 아끼구-
조만간 또 같이 딸기 먹어야겠네! 아프지 말아요.♡

웽스북스 2010-05-02 06:37   좋아요 0 | URL
헤헤헤. 병실에서 딸기는 정말 지겹도록 많이 먹었어요.
그래도 맛있어. 너무 좋아. 딸기. ♡

마노아 2010-04-25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후유증 중 하나일까요. 돌봐줄 사람 없을 때 이렇게 아파버리다니, 야속하고 서러울만 해요. 지금은 좀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에요. 어여 다 나아서 맛난 것 모조리 섭렵해 버리세요!!

웽스북스 2010-05-02 06:38   좋아요 0 | URL
네. 얼른 나아서 맛있는 거 다 먹어야지.
이렇게 아파버린 바람에 야심찬 나의 독립이 사람들에게 구박 받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어요. 아아아. ㅜㅜ

마그 2010-04-2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능 언능 나아요 제발. 나으면 진짜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드리께요. ^^

웽스북스 2010-05-02 06:38   좋아요 0 | URL
마그님이 진짜 맛있는 이라고 하면 진짜 기대되는 거 아시죠?
(라며, 기대치를 잔뜩 올린다 ㅋㅋㅋㅋ)

2010-04-25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2 0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0-04-2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웬디양님 아프지 마세요. 아흑아흑.

웽스북스 2010-05-02 06:39   좋아요 0 | URL
아흑아흑. 이매지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pjy 2010-04-2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찮아서라도 안가는 병원에 가서 주사맞은 1人 추가입니다..요새 유행하는 그 무기력 열감기에 걸렸고, 설사를 반복했으나 불굴의 의지를 가진 절대적인 식욕?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있는중입니다ㅋㅋ 역시 사람은 먹어야 기운이 납니다!

웽스북스 2010-05-02 06:41   좋아요 0 | URL
pjy3926님. A형 간염 예방 주사도, 주사맞으신 김에 가서 꼭꼭 맞으세요.
이거 진짜 힘들어요. 어휴.

개인주의 2010-04-2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마셈.. 일단 아프면.. 서럽고 기운 떨어지고
먹는거 조절해야하는 큰 고통이..
안아픈게 장땡입니다.

웽스북스 2010-05-02 06:4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더라고요. 스누피님도 아프지 마세요.
먹는 거 조절. 옆 병상에 계신 분들 보니, 정말 그게 고통도 그런 고통이 없더라고요. 흑흑. (저는 아무거나 먹고 있어요. 커피만 좀 참고 있을 뿐)

레와 2010-04-2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양님.
내가 봄을 꽉 잡고 있을께요. 얼른 나아서 봄을 즐겨요.

아프지 말아요.::;;

웽스북스 2010-05-02 06:45   좋아요 0 | URL
레와님이 봄 잡고 있어서,
그 동안 봄이 주춤하느라 추웠구나.

매직 레와님~
이제 좀 따뜻해지게 해주세요~

2010-04-25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2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04-2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저도 그냥 허리가 좀 삐끗, 혹은 몸살 정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이런.
혼자일 때 아픈 건, 먹거리 때문에 가장 서러운데, 누군가 와서 보리차와 흰죽도 해주었다니 다행이에요. 봄이라서 앓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침 저녁 날씨가 들쭉날쭉 개판 치구, 그 와중에 마음도 이것저것 신경 많이 쓰면, 몸이 그냥, 에라이 자빠지자 이렇게 될 수도.
쾌차 기원!

웽스북스 2010-05-02 06:47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요. 그런데 또 저것도 아니고. 하하하. 격동의 병. ㅋㅋㅋㅋㅋ
찜질은 위 때문에 받았던 거였어요. 아직 허리삐끗, 은 해본 적 없는데, 이것도 엄청 괴롭겠죠? 아.. 그냥 무조건 아프지 말아야해.

도치 2010-04-2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많이 아프셨군요. 빨리 쾌차하셔서 남은 봄을 즐겨보세요.

웽스북스 2010-05-02 06:47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해요 도치님.
좋은 봄, 보내고 계시죠?

굿바이 2010-04-2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 파인애플통조림, 바닐라아이스크림 사줄테니, 아프지마라.

웽스북스 2010-05-02 06:48   좋아요 0 | URL
파인애플통조림 포도로 퉁치고. 통과.
언니 덕분에 맛있게 잘먹었어요. ^-^

BRINY 2010-04-2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하셨는데 아프셔서 더 기분이 안좋으셨겠어요. 이게 다 날씨 때문이에요. 잘 드시고 기운내세요.

웽스북스 2010-05-02 07:1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브라이니님. 잘 먹고 기운차리고 있습니다. 으쌰으쌰.

또치 2010-04-26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위에 '도치'님도 계시네)
이번 봄엔 안 아픈 사람이 드무네요. 이게 다 ... 그놈 때문!
아플 때 먹고 싶은 거 있음 저도 아낌없이 먹어준답니다. 지지난주에 감기 걸렸을 땐 날마다 딸기 1kg씩 먹었어요. 잘 챙겨먹고 얼렁 기운 차리세요. 예쁜 원피스 입고 나들이도 해야죠.

웽스북스 2010-05-02 07:15   좋아요 0 | URL
아아. 올 봄 원피스 한장 못사고 지나가고 있어요.
이게 다 그놈때문이에요. ㅎㅎㅎㅎㅎ (누굴까)

순오기 2010-04-2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생활이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페이퍼!
이래서 부모 슬하에 있을 때가 좋은 거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욧~~ ^^
웬디양님 많이 아팠다는데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모성애의 궤변을 눈감아주실거죠?
어여 털고 일어나 맛난 것 많이 드시고 원기를 회복하세요.
아~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먹고 싶은 건 아닐까....

웽스북스 2010-05-02 07:16   좋아요 0 | URL
그런 소리 이번에 많이 들었어요. 하하핫.
엄마들의 존재증명. 인 셈이죠

멜라니아후니엄마 2010-04-3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떤 사람의 글에 보면 많이 아프다 하잖아요
죽게 죽게 아픈 상태, 살짜기 그런 아픈 상태를 그려보면서
나도 퍽 하고 쓰러지게 아파봤으면 했다가 그 일을 기도처럼 응답 받았을 때
건강한 게 어떤 맛인지 쓰리게 알았었지요.

이제 막 그리웁지요?
건강한 웬디의 모습이 남의 것 같으면서 언제면 그때로 돌아갈꼬..

우선 따뜻하게 하시고, 뭐든 따뜻한 음식을 잘 드셔야 해요
집안도 따뜻하게.. 이런 걸 온열 요법이래요

딸기 좋겠지만, 아직도 하우스 딸기니까 그리 좋은 거 아니구요
아이스크림은 여름 과자이니 여름에 드시구요.
이거 지키는 거 잘 하셔야지, 빨리나아요

그런데 빨리 나을 거에요 젊잖아요
얼른 쾌차 하시고 나면, 더욱 더 사랑받으실거에요
그 사이 웬디님 없는 세상을 겪어 본 사람들이
이제 절대 안 아프게 잘 모셔줄 것 같아요.

이 아픈 상황에도 이걸 글로 써내는 웬디님
역시 웬디님은 글의신명으로 살아가야 하는
글귀신이 붙어 있는 거에요

이불 아래를 보세요
납짝 엎드려있네요 기지개 펼라하네요 으흐^^

웽스북스 2010-05-02 07:1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좀 아파보고 싶었고, 심지어 입원에 대한 로망도 있었는데,
이렇게 아파버리니, 안아픈게 참 좋다, 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나저나 이 글 읽고 진짜 침대 밑 봤잖아요. 하하하하.
글귀신, 에에에 없어요 그런거.
전 그냥 탱자탱자. 룰루랄라. ㅎㅎ

風流男兒 2010-05-0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여름에 오한걸린적 있었는데, 확실히 하나도 안덥긴 하더이다.
그렇다고 무덥고 무지추울 때 아픈게 그나마 낫다는 소리는 아니고..
아이스크림 사드릴테니, 빨리 나아요



웽스북스 2010-05-02 07:18   좋아요 0 | URL
아이스크림, 며칠전에 1층 내려가서 하겐다즈 커피아이스크림을 사먹었어요. 먹고 탈나긴 했지만, (이 와중에) 너무 맛있어서 그날 저의 구원이 되어주었지요. 전, 앞으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어도 하겐다즈만 먹을테야,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결심을 했는데.

앗싸. 꼭 사주세요. ㅎㅎㅎㅎ

2010-05-02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2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05-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지난주 마~~이 아팠어요 ㅠ.ㅠ 그런데 열은 안나서 입원은 생각도 안했는데 웬디양님은 나는 댈것도 아니게 아팠군요 ㅠ.ㅠ
지금은 좀 괜찮나요? 그래도 잘 먹어야 빨리 회복될텐데.. 어여 건강 되찾으셔서 황홀한 5월을 보내세요~
 



지난 주 금요일에 꽃무늬 치마를 하나 샀다. 흰 치마에 살랑살랑 꽃그림이 그려져 있는 치마를 지난 주말 내내 입고 추워서 못입다가, 어제 다시 꺼내 입었다. (엘형님. 다락방님. 바로 그치마에요)

나는 일기예보를 잘 보지 않는다. 그냥 그날 그날의 기분과 예상되는 일정, 만나는 사람 등에 따라 옷을 입는 편인데, 어제는 3월하고도 11일쯤 됐고, 좀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고, 겨울옷은 정말이지 지겨워서 못입겠으니, 이쯤은 입어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꽃무늬 치마에, 겨울과 봄 사이 어디쯤에서 봄에 더 가까운듯한 자켓을 입고, 꽃무늬 스카프까지 빙 두르고, 샤방샤방한 걸음으로 집을 나서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오니. 우와.

날씨가 너무 춥다. 잔뜩 화를 머금은 날씨. 아. 정말 이렇게 을씨년스럽고 우중충한 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두껍고, 검은, 표정까지 칙칙해보이는 검은 의상으로 다니고 있는 가운데 살랑살랑 꽃무늬 치마를 입고 덜덜덜 떨면서, 때론 사람들의 안쓰러운 눈길을 한몸에 받으며 걸어다니고 있는 나는 흡사, 





한 송이의 미친개나리 같았다.





그 생각을 하니, 자꾸만 헐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나는 원래 봄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때이르게 고개를 불쑥 내밀어 사서 고생을 하는 미친개나리를 안쓰럽도록 좋아한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녀석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온몸으로 미친개나리 퍼포먼스를 나도 모르게 해버린걸까. 저녁에 내가 있는 곳에 잠깐 들렀던 친구에게, 아무래도 나 오늘 미친 개나리같아. 라고 말을 해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이 당혹스러운 눈길로 쳐다봤지만, 친구와 나는 손뼉을 치며 아주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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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7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2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03-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겨울 날씨 초봄의 미친개나리 ㅎㅎ
조금 성급하지만 뭐 어때요. 그김에 미리 봄바람 살랑 느껴보는거죠. 아, 코 앞에 왔구나, 봄이라는 녀석이. 뭐 이렇게. ^^

웽스북스 2010-03-17 00:1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요. 그런데, 또 갑자기 날씨는 왜이리 추워졌는지.
아. 그런데, 리얼 미친 개나리는 도대체 어디에 피어있는걸까요?

L.SHIN 2010-03-1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글 읽다가 중간에 추천 눌러보기는 처음이네.

정말이지, 그 치마! 웬디님하고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다리가 그렇게 이쁘고 길면...
죄라구요,정말. -_- 괜찮아, 웬디님은 미친개나리여도 아름다우니까.
그러니까 정말 꽃무늬 봄옷을 사주고 싶어지네.ㅋㅋ

웽스북스 2010-03-17 00: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엘신님 고마워요. 고마워.
근데 그 다리는 사기에요. 부츠로 가려서 그래요. ㅎㅎㅎㅎ
이제 부츠의 계절이 가서 너무 슬픈. ㅜㅜ

hnine 2010-03-1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개나리라고 해주세요...개나리가 서운하겠어요 ^^
꿏무늬 샤방샤방한 치마, 웬디양님 웃는 모습과 함께 연상하니 참 잘 어울리네요.

웽스북스 2010-03-17 00:20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전 미쳤다는 말을 좀 좋아해요. 대학 때 친구들 모임 이름도 광 시스터즈. 광숙이 광호 광수 등등 앞글자에 광 부쳐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3-1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개나리, 라니! 하트 뿅뿅 날려주겠어욧!
♡.♡

웽스북스 2010-03-17 00: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하트 받고 2배 얹어 반사!

레와 2010-03-1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꺼운 겨울옷 따위 벗어 던지고 싶어요!!!



그러나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는 구라청.ㅡ.ㅜ



아, 또, 인증샷을 보고 싶은건 오직 나뿐?! ^^;

다락방 2010-03-16 09:37   좋아요 0 | URL
난 인증샷이 아니라 실재하는 웬디양님을 봤는데. 움화화화화화화화화홧

어쩐지 뻐기고 싶은 1人

웽스북스 2010-03-17 00:22   좋아요 0 | URL
우후후훗. 레와님. 봄에 살랑살랑하게 한번 볼 수 있음 좋을텐데.
아. 레와님 계신 곳은 멀기만 하고...

뻐기는 다락방님. 흥. 다음엔 더 이쁘게 입고 만나요.
아. 그런데... 예쁜 옷이 없다...윽.

風流男兒 2010-03-1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암 미친개나리라니 ㅎㅎㅎ 개나리가 들으면 좋아하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개나리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구나 ㅎㅎ

웽스북스 2010-03-17 00:2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제가 너무 개나리 입장을 생각을 안했나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ㅋ가 몇갭니까 이거 -_-
비웃음쟁이. 흥입니다. (비웃음근절!!!!!!)

메르헨 2010-03-17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나리...저도 그러고 싶어요.
온통 옷이라곤 흑백이 전부에요.ㅜㅜ
봄이와도 입을게 없어요. 흠...
오늘 엄청 춥던데 오늘은 무얼 입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웽스북스 2010-04-13 22:49   좋아요 0 | URL
저도 실은 요즘 엄청 칙칙해요.
세상에. 이 댓글로부터 한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춥네.

도치 2010-04-1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방명록 사용법에서 좌절하다가 이곳에 엄청시리 늦은 안부인사 남겨요.

음.... '미친 개나리'같은 표현은 제가 즐겨사용하는 표현방식입니다. 일상에서 말이죠.^^ 좀더 구수한 육두문자로 치장을 하기도 하지만요.

그날 잠에 취해 제대로 인사도 못드려서 죄송했습니다. 제 생체리듬이 그렇다 보니 하루 일과가 고된날은 스스로도 겁날정도 입니다. ^^;; 듣기로는 잠을 제대로 못주무셔서 일요일에 고생 좀 하셨다고 하셨던것 같은데 정상컨디션을 찾으셨죠?

제게 이번 모임은 정말 엄청 큰 추억과 행복을 주었습니다. 민정님과 더불어 모님준비하시고 진행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웽스북스 2010-04-13 22:51   좋아요 0 | URL
도치님. 얌전하게 생겨가지구. 육두문자를 즐겨쓰시는군요. ㅎㅎ

저는 성격이 못되먹어서, 못일어날 것 같으면 그냥 안자기 전법을 즐겨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굿바이언니가 옆에서 고생을 좀 한 것 같아요.

그나저나, 부지런하게 후기도 쓰시고, 대단 대단하십니다. 저는 후기도, 문답도 어찌 정리해야 할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아침에 커피를 내렸는데, 아, 기절하도록 맛이 없는거다. 매일매일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삶이여, 아무래도 물온도 맞추기에 실패한 것 같다 (물을 식힌다고 식혔는데 너무 식었어 ㅜㅜ)

미련없이 버리고 서랍을 뒤적뒤적하다보니 샘플티로 받았던 로네펠트의 모닝드림이라는 차가 있다. 이거라도 마셔야지. 별 기대없이 마셨는데. 이건. 완전.

굿모닝 

찌뿌드드한 아침의 기운이 한방에 사라지는 기분이다. 너무 기쁜 마음에 리뷰를 쓰려고 왔는데 알라딘에는 입고가 안되어 있다. 로네펠트에 전화를 해보니, 제휴몰들에는 잘 나가는 상품들 위주로 입고를 시켜놔서, 이건 오직, 로네펠트 홈페이지에서만 주문이 가능하단다. ㅠ_ㅠ 내가 막 알라딘에도 입고시켜달라고 졸랐는데, 앞으로도 계획에 없단다. 눈물을 머금고 로네펠트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하려는데,

와. 너무 비싸요. ㅜㅜ

일반 티들은 16,000원인데, 이녀석은 25,000원이구나. 티백 스무개. 하나에 1,000원도 넘는 차다. 무려. 나는 이제 대출녀가 될건데. 이렇게 비싼 차, 사서 마셔도 될까, 하는 생각 저편으로는, 그래도 커피값보다는 싸잖아, 라는 안일한 마음이 스믈스믈. 그런데 스무개 다 마시기 전에 질리면 어쩌지? 여전히 내적갈등. 일단, 남은 차를, 아껴, 아껴, 마셔야겠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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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0-01-0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즈는 윈터드림과 레몬스카이를 애용하는데, 모닝드림도 있군요. ㅎㅎㅎ
그래도 사먹는 차&커피보다는 싸잖아요 ㅠ_ㅠ

웽스북스 2010-01-10 01:07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저도 그렇게 생각 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1-0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미 대출녀인데 오늘 아침에도 캬라멜마끼아또를.. ( '')

웽스북스 2010-01-10 01:07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게 그나마 캬라멜 마키아또가 아니라 싼 커피들이라는게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그랬음 돈 엄청 깨졌을 거야

2010-01-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웬디양님의 독립 계획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요? ^^

2010-01-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 뭐지, 로그인이 안됐다. 나 아프락사스에요. 위에 댓글.

웽스북스 2010-01-10 01:08   좋아요 0 | URL
윗사람이 아프님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보아요 ㅋㅋ

차좋아 2010-01-0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오늘 난생 처음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내려 마셨는데~ 와! 신기하다 ㅋㅋ
난 맨날 맛있던데~~~ 웬디양님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래요~

웽스북스 2010-01-10 01:08   좋아요 0 | URL
향편님은 원래 뭐든 맛있게 타잖아요 -_-

차좋아 2010-01-0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처음이라도 웬디양님이 맨날 아침에 커피 마시면 신기할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금에야... 어쨌든 반가운 마음에 ㅎㅎ

웽스북스 2010-01-10 01:08   좋아요 0 | URL
네. 빙고. 저 매일 마십니다 ㅋㅋㅋㅋㅋ

레와 2010-01-0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셔요! 마셔요! 웬디양님! ㅎ

웽스북스 2010-01-10 01:08   좋아요 0 | URL
최고 최고 레와님!

L.SHIN 2010-01-0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향이 좋은 '수프리모'를 마시고 있답니다.
개별포장은 쓸데없는 환경쓰레기라고 생각해서 병에 들은 걸 샀더니, 뚜껑을 열 때마다
향이 달아나서 처음보다는 못하지만, 다른 커피보다는 부드러워서 좋아요.
재료가 일본산이랬나, 일본에서 만들고 판매만 한국회사에서 한다고 했던가..
어쨌든 일본이니까 먹을 거 가지고 장난은 안치니까요.^^;
저렴한 가격 치고는 괜찮더군요. 커피 안 마시는 사람도 꼬셔서 매일 마시게 만들었으니까요

웽스북스 2010-01-10 01:10   좋아요 0 | URL
저도한때 깡통에든 이구아수 커피를 마셨는데, 그러고보니 그것도 안마신지 꽤 되었네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1-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시다 질리면 저에게 보내주면 되는 어마어마어마하게 참신한 방법이 있잖습니까?
이리되면 저나 웬디양님이나 꿀모닝이 되는 겁니다~~

웽스북스 2010-01-10 01:11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참신한데요 -_- ㅋㅋㅋㅋㅋㅋㅋㅋ
간장게장 사주시면 생각해보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1-10 14:14   좋아요 0 | URL
아쉬운데로 생게 몇마리랑 간장 한 병 보내드릴까요???

웽스북스 2010-01-10 14:25   좋아요 0 | URL
(일단 5초간 째려본후...)
네!!! 보내주세요!!!!!

메르헨 2010-01-0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에 중독되었다가 살짝 깨어났는데 요즘 다시 중독 중이에요.^^ㅋ

웽스북스 2010-01-10 01:11   좋아요 0 | URL
저는 중독이 있어서 삶이 더 즐거운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ㅋㅋ
메르헨님의 즐거운 중독도 화이링 ~

2010-01-09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0-01-10 01:1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

Jade 2010-01-0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저도 아직 제가 내린 드립커피에는 영 만족이 안되요 ㅋㅋ 근데, 뜨거운 드립커피와는 달리 아이스커피는 신기하게도 맛이 나요! 지난 여름 제가만든 아이스커피 자화자찬하면서 드립 실력이 늘었나 했더니, 역시나 뜨거운 커피는 여적 젬병이랍니다. ㅋㅋ

날 더워지면 풀무원 돌얼음 사셔서 맛있는 아이스 드립커피 드세요~!

웽스북스 2010-01-10 01:12   좋아요 0 | URL
힛. 역시 그렇죠 ㅎㅎ
우리 똑순이 제이드님 1등 축하해요.
그 놀라운 명성의 풀무원 돌얼음. 아아. 그래야겠어요.

BRINY 2010-01-0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모닝드림? 그건 뭔가요? 윈터드림처럼 루이보스 들어간 차인가요? 어제 트와이닝즈 티백을 잔뜩 샀는데, 로네펠트도 오랫만에 땡기네요. (저도 대출자클럽회원이지만, 티백과 핸드드립커피는 삽니다 ㅎㅎ)

웽스북스 2010-01-10 01:13   좋아요 0 | URL
녹차베이스에 과일 및 꽃향 가향된 티인데 조화가 제법이에요. ㅎㅎ
이런거 잘못 조화되면 아주 이상한데 말이죠.

감히 추천해드려봅니다. ㅎㅎ
 



그 곳에 찾아갔던 건 뭐, 어떤 비장한 각오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껏 한 번도 찾아가지 못한 부채감, 뭐 이런 것들로 찾아가기도 했다지만, 또 어떤 사람은, 이런 정치적 행위를 통해 그 문제의 진상이 빨리 규명되고, 해결되기 원하는 정치적 이유로 가기도 했다지만, 나는 그보다는 좀 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였다. 그냥, 예배에 대한 갈급함.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그저, 내가 조금 위로를 받고 싶었다.

날이 꽤 풀렸음에도, 그곳의 바람은 꽤 서늘했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그 곳의 분위기는 참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유가족 분께서 나오셔서 여전히 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를 하는데, 저 분의 올 한해는 참 지옥같았겠구나. 이런 일로 주목 받는 삶 같은 거, 결코, 단 한번도 원한 적이 없었을텐데, 싶어 마음 한구석이 쌔하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었으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화려하고 번쩍번쩍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다른 갈 곳들도 많았을텐데, 선택 뒤켠의 마음이 그대로 보여, 다른 어떤 것은 굳이 필요치 않아 보였다. 크리스마스라는 날의 의미를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시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그 힘이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그 힘이 허상,이라는 자조섞인 절망. 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스스로가 참 안타깝기도 하지만, 실은 나는 희망이라는 것을 거의 믿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는지, 혹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는 불가능한 것을 희망해온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바꿔왔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내년에도 나는, 아마도 희망과 절망 그 중간즈음의 어디에서 그 어느곳으로도 몸을 옮기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내몸하나 겨우겨우 건사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는 자들이 그 마음을 디딜 수 있는 작은 표식이나마 될 수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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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2-2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웬디양님....메리 크리스마스가 너무 이른 건..아닐런지...^^=3=3=3=3

웽스북스 2009-12-26 14:18   좋아요 0 | URL
메피님 메리메리메리메리메리메리크리스마스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2-2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메리메리메리 하게 보내셨나요?
제가 맛난 선물줄테니 데이트를 해요 우리 이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