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는 예전에 모 웹진에 대학생 기자로 있을 때 엄청 인터뷰를 하고 다니던 시절 막 세시간짜리를 죽도록 풀었던 기억, 교회 주보 때문에 교회 사람들 인터뷰 하던 시절, 뭐 이런 시절에 주로 했었다.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는 건 어차피 내가 다시 글을 다듬는 것이니 팩트만 옮기면 됐는데 이번 녹취는 좀 급이 다르다.
N언니가 아트앤스터디라는 사이트에서 스크립트 알바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는데, 도저히 언니가 혼자 다 못하겠다고 같이 하자고 이야기하는데, 자신 없으면서도 귀는 얇아서 또 홀랑 네~ 해버린 거다. 문학개론, 뭐 거의 이런 건데 사실 문학 수업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어서 대학생 기분으로 수업 듣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어후, 이거 장난 아닌거다. 6강을 해야하는데 하나당 3-4교시씩 있고 하루에 1교시 이상은 못하겠다. 어후후후. 이것도 나름 수업이라고 빡센 거지. ㅋㅋㅋㅋ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아저씨가 말을 명료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거다. 문장은 흐르듯 끝나고 과거사 얘기 너무 많고, 암튼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는 수준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님에도, 실제 입에서 나온 말이 문장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뭐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갑자기 아침에 내가 교육할 때나, 혹은 외부 프리젠테이션 같은 걸 할 때 내가 하는 말을 녹음해보면 어떨지가 궁금해졌다. (음주 인터뷰 하다가 녹음기를 안꺼서 자신의 술주정을 듣는 형벌을 받은 N이 갑자기 떠오르는 건 왜일까)
사실, 나는 문학 전공생들을 좀 부러워하는 편인데, 그건 어쨌든 이 별 쓰잘데기 없는 내 전공도 가끔씩 쓸모가 있는데, 문학 전공생들은 별 재미 없이 배웠다고 말은 해도 머릿 속에 차곡차곡 들어있을테니,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도 보이지 않겠는가. 그게 설령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라 해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사실 그 힘든 녹취의 길을 가보겠다고 했던 건 그 스멀스멀 남아있는 부러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수업은 학생때나 지금때나 듣기 싫은 거고. 나는 으으으으 괴로워 하면서도 이 수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하루에 1교시 이상은 절대 못하겠다는 게 문제다. 난 학교 때도 연강 수업을 힘들어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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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인훈 선생이 강연 와서 그 이야기 했다는 이야기 이 앞번에 했었죠.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 길가의 거지가 없어질 수 있느냐. 방법을 이야기해봐라. 온갖 방법을 다 이야기해도, 나는 절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방법은 딱 한가지이다. 그 문제를 쓴 명작이 나와서 지상에 존재하는 모은 사람들을 한 차례 다 울린다면 가능하다. 인과 관계가 달라져버려요.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순간 그 작품이 옹호하는 가치에 동의하게 됩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발생하는 상처, 폭력, 이건 발생 안해요. 문학이 그런 식으로 사회적 작용을 합니다. 안으로는 자기 인식을, 작용을 하고, 바깥으로는 방금 그런 식으로 사회적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내가 서툴게 할 땐 그 기능과 작용이 내 눈에 안보이니까 작용을 안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세상이 새로워지는 길은 그 방법 밖에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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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이런식인거다 ㅋㅋ 이 아저씨 고향은 어디일까요. 말투가 느껴지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