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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평점 :
아테네에서 활놀이 하는 오뒷세우스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초(Francesco Primaticcio, 1504~1570), 16세기경, 퐁텐블로 성
그리하여 그들의 마음을 확실히 알았을 때
오뒷세우스는 이런 말로 그들에게 대답했다.
"그분은 벌써 집에 와 있다. 여기 있는 내가 바로 그분이다!
나는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하인들 중에 오직 자네들만이
내가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나는 자네들이 나를 잘 알아보고 마음속으로 믿도록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겠다. 자, 이 흉터를 보라! 이것이 전에
내가 아우톨뤼코스의 아들들과 함께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1권 제205∼220행
그러니 자, 반들반들 닦은 그 활은 내게 주십시오. 그대들 앞에서
나는 내 손과 힘을 시험해보고 싶소이다. 전에 나의 나긋나긋한
사지에 들어 있던 것과 같은 힘이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지
아니면 방랑과 영양 부족으로 기력이 이미 쇠진했는지 말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그들은 모두 격분했으니 그가 혹시
반들반들 닦은 활에 시위를 얹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1권 제281∼286행
'진실로 훨씬 못한 자들이 나무랄 데 없는 남자의 아내에게
구혼하지만 반들반들 닦은 활에 시위를 얹지 못하는구나.
그런데 어떤 떠돌이 거지가 오더니 힘들이지 않고
활에 시위를 얹어 화살로 무쇠를 꿰뚫었구나.'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고 우리에게는 치욕이 될 것이오."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그에게 대답했다.
"에우뤼마코스여! 어떤 훌륭한 남자의 집을 업신여기며
살림을 먹어치우는 자들이 백성들 사이에서 훌륭한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어차피 안 될 일이지요. 그대들은 왜 그의 성공을 치욕으로 여기는 거죠?
저 나그네는 키가 아주 크고 체격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자랑하고 있지 않소!
자, 누가 이기는지 우리가 볼 수 있도록 그대들은 그에게 반들반들
닦은 활을 주시오. ······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1권 제325∼337행
······ 한편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는 큰 활을 집어 들어 두루 살펴보고 나서
마치 포르밍크스와 노래에 능한 어떤 사람이
손쉽게 새 줄감개에다 현을 메우고는
잘 꼰 양의 내장 양 끝을 고정할 때와 같이,
꼭 그처럼 힘들이지 않고 큰 활에다 시위를 얹었다.
오뒷세우스가 오른손으로 잡고 시위를 시험해보자
시위가 감미롭게 노래하니 마치 제비 소리와도 같았다.
······
그는 앉았던 의자에 앉은 채로 그 화살을 줌통 위에
얹더니 시위와 오늬를 당기며 똑바로 겨누고 쏘아
도끼의 자루 구멍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으니,
청동이 달려 묵직한 화살이 그것들을 모두 꿰뚫고
지나갔던 것이다. 그러자 그는 텔레마코스에게 말했다.
"텔레마코스야! 홀에 앉아 있는 네 손님이 너에게 치욕을
안겨주지는 않았구나. 나는 표적을 놓치치 않았고 활에 시위를
얹느라고 지치지도 않았으니까. 나는 아직도 기운이 팔팔하니
구혼자들이 나를 없신여기며 욕하던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은 아카이오이족을 위해 만찬을 준비할 시간이다,
아직 밝을 동안. 그러고 나서 나중에 춤과 포르밍크스로
다른 놀이를 즐기도록 하자꾸나. 그것들이야말로 잔치의 극치니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1권 제404∼430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