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113kg을 뺐다 - 비만 전문의 Dr.닉의 다이어트 성공 7원칙
닉 이판티디스 지음, 김태 옮김 / 넥서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My Big Fat Greek Diet]
어디서 많이 듣던 제목이라고? 빙고!
영화 [My Big Fat Greek Wedding](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패러디한 제목이다.

이 책의 저자인 Nick은 그리스계 미국인 의사.

그리스인들은 가족애가 징그럽도록 끈끈하다.
한국처럼 서른이 넘어서도 결혼 전에는 부모와 함께 살고,
결혼하고 나서도 부모 옆집, 앞집에 형제들이 우르르 모여 사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 이민자들도!

이 책은 단순히 200kg 넘었던 한 뚱보 의사의 체중 감량기가 아니라,
그리스 문화를 영화 보듯 즐겁게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에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번역 제목이 <나는 이렇게 113kg을 뺐다> 같은
원색적이며 화끈한(?) 문장이라는 건 아쉽다. (지하철에서 읽기도 쩍 팔렸다.)

또한... 이 책이 "건강/다이어트"로 분류된 것도 아쉽다.
요스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처럼 "에세이/산문"으로 분류되었더라면(품격있는 제목으로!), 장수하며 널리 애독되는 스테디 셀러가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출판사 기획/편집자들도 반성을 쩜 해야 한다.
넘 공식대로, 구닥다리 마케팅 관습대로 일을 한다.

예를 들어, 강금실의 <서른의 당신에게>.
독서시장의 거대 수요자 20~30대 여자,
그 중에서도 target을 분명히 하여 "서른의 당신에게!"

이 책... 제목 때문에 뻘쭘해서 못 읽고, 안 읽는다는 사람들
주위에서 참... 많이 봤다.

강금실의 <서른의 당신에게>를 선물 받아 읽었는데
진정성이 느껴지는 훌륭한 에세이였다.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출판사의 target인 서른의 당신,
그러니까 78년생(97학번)들 보다는 40대 여자들에게 어필할 것 같았다.

서설이 길었던 건...
이 책 <나는 이렇게 113kg을 뺐다>가 단순한 "체중감량기"로 분류되어 잊혀지는 게
안타까워서!
정말 유익하고 좋은 에세이다.

212kg이나 나가던 뚱보 의사 닉은 30세의 어느 날,
고환암 판정을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 두려웠다. 다행히 우측 고환절제를 받고 12주간 적극적인 방사선 치료를 받고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암이라는 총알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또 다른 관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대한 체구가 심장, 폐, 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골격계에도 무리가 가고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중략)

암이라는 무서운 병마와 싸우면서 '죽음'이라는 문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더블 디럭스 베이컨 치즈버거' 한 입을 먹을 때마다 무덤으로 한 발 더 다가간 것이 분명했다. 건강 상태와 신체적 어려움, 새로운 적응의 필요성, 주변으로부터 받은 모질고 심한 비판들.... 나는 절망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p12)

"암"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계기로 다이어트를 결심한 닉은
직장을 그만 두고 8개월 간 야구여행을 떠난다.
8개월 간 미국 전역의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의 야구장을 모두 가 봤다. 야구경기 109회 관람. 오직 단백질 보충제만을 마시며!

"팔자 좋네!" 라고 말하기에 그는 너.무.도 절박했다.

팔자가 늘어지게 좋아서, 돈이 튀어서
직장을 그만 두고 여행을 떠난 게 아니라,
그에게는 다이어트가 절박한, 살기 위한 일이었다.

212kg라는 고도비만의 특성상 일상생활을 계속 하면서 다이어트를 하기는 힘들었다.
단백질 보충제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절식"하는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했던 그에게는
음식 대신 "좋아하는 일"이 필요했다.
음식을 포기하는 박탈감과 상실감을 보완할 수 있는 제일로 좋아하는 일!

이 책에는 2001년 4월 1일 LA다저스의 첫경기(212kg) 부터
뉴욕 매츠의 시스타디움(126kg)까지 시간의 경과에 따른 닉의 수많은 사진들이 있다.
물론 113kg을 감량하고 난 후의 완죤 다른 사람 사진도!

8개월 동안의 다이어트 여행 동안
닉이 겪었던 배고픔, 좌절감, 포기하고 싶은 마음.... 그 과정을 넘어서며 얻은 새로운 삶!

다이어트를 떠나... 한 인간이 자기파괴적인 삶의 양식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가는 과정이 사뭇 감동적이다.

바뀌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의 양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자명하게 보여주는 훌륭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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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5-2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봐야 겠습니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듯....
아이 낳고 13킬로나 쪘어요. ㅠㅠ

kleinsusun 2007-05-2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홧팅!^^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
그렉 버렌트 지음, 이수연 옮김 / 해냄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친구 Y는 자기 얘기를 남의 얘기하듯이 말한다. 툭툭.
엄청난 얘기도 대수롭지 않게, 감정을 담지 않고 말한다.

처음엔 Y가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자기 얘기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안 힘드나? 센 척 하는건가?

그런데....Y를 몇번 따라해본 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 당장 죽을것처럼 심각했던 문제가 멀리 보인다는 것을.
남의 일처럼 말하다 보면 엉켜있던 감정이 분리되면서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무엇 보다도 그렇게 말하다 보면 고백의 카타르시스 같은 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실연을 당한 남자는 자살을 하려 한다. 자신을 떠난 그녀에게 후회와 고통을 안겨주려고!
그러나...자살을 하기 직전, 죽고 나면 그녀의 고통도, 후회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는 섬광 같은 깨달음을 만난다.

나는 죽음으로 인한 무능력 때문에[적어도 세속적인 틀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을 바라볼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판이었다.(p259)

그렇다. "자기 파괴"는 복수가 아니다.
실연을 당했다고 울고 짜고 식음을 전폐하거나,
딥치즈 피자, 초코 쿠키, 아이스크림을 폭식하거나,
술독에 빠지거나 담배를 물고 살거나 그 두가지를 동시에 하거나,
일손을 잡지 못하고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거나,
하루 종일 핸펀만 들여다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처럼 멍청한 일은 없다.

왜 자기한테 해가 되는 일을 하는가?
"자기 파괴"는 말 그대로 자기를,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기"만" 파괴할 뿐이다.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
정말....유익한 책이다. 실용서의 백미라고나 할까?
(쩍 팔리지만....밑줄까지 치면서 읽었다!)

결국 이 책은 당신의 사랑이 옳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관계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그 엉터리 관계에서 벗어나 앞에 놓인 기회를 잡을 만큼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p15)

이 책에서 실연을 극복하는 첫번째 방법으로 강조하는 건,
헤어진 후 60일 동안은 절대 헤어진 남친이나 여친을 만나지 말라는 거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핑계가 있어도!

그와 어떤 접촉도 하지 않는다면,
그가 계속 권력을 휘두르며 당신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지는 못할 것이다....(중략)
60일은 당신에게 완전한 회복에 꼭 필요한 정서적 거리를 만들어준다.
(p189~190)

앞으로 이별을 하고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술을 사주는 대신 이 책을 사줘야 겠다.

이별을 한 사람들에게 "술"은 정말 쥐약이다.
마음을 다스렸다가도 센티해져서 전화를 하고 마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발신목록을 보고 머리를 쥐어 뜯으니까!

어떤 상황에서건 자신을 사랑하기.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기.
Respect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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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 그 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
안철수.박경철 외 지음 / 이미지박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작년 5월, 신임과장 연수를 받을 때,
제일기획 A차장을 알게 되었다.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인 A차장은
<머리를 감기 전에 생각부터 감아라>는 실무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A차장과 나는 "회사원의 글 쓰기, 책 쓰기"에 대해서
신나게 얘기를 나눴다.
연수원에서 말 통하는 사람을 만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란!

회사원이 책을 낸다는 건
한 권의 책의 저자가 되는 물리적 변화 뿐 아니라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엄청난 사건이다.
A차장도 책을 내고 나서 여기저기서 강의 청탁이 들어 온다고 했다.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은 제목처럼 23명의 다양한 저자들이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서 쓴 책이다.

icaru님의 리뷰를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뭘까....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주문했다.

박경철, 김용택, 최윤희, 박원순, 안철수, 양귀자, 임진모, 최석기 등
선정기준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쓴 글들.

이 책에 실린 23편의 글들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나 잘났어!를 외치는 글.
- 심하게 드라마틱한 재구성이 거슬림.
차라리 홍보 찌라시를 뿌리지....
아님 드라마 작가로 전업을 하거나. 쩝

둘,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
- 솔직한 글은 힘이 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김용택, 양귀자, 최석기, 김순권, 오윤홍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부산상고 입학시험에서 나는 보기 좋게 낙방했다. 부산상고는 경상남도에 있는 상고 가운데 제일 커트라인이 높은 학교였다. 그러니까 가난한 집 수재들이 많이 몰리는 바람에 내가 시험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낙심을 했지만 훗날을 생각해보면 떨어지길 잘한 것이었다. 만일 내가 그때 부산상고에 합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부산상고 출신들이 제일 많이 취직을 하는 은행에 입사했을 것이고, 은행원으로 일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 모습은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아마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얼마쯤은 출근을 했겠지만 오래 다니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뒀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내 삶은 그만큼 뒤처지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 p170, 김순권의 <악마의 풀과 옥수수 추장 이야기> 中

세계적인 옥수수 박사 김순권은 계속 되는 "불합격"으로
옥수수를 연구하게 되었다.

부산상고 불합격 → 울산농고 진학
농협 입사시험 불합격 → 농촌진흥청 입사(작물시험장 농업연구사)
서울대 대학원 불합격 → 고려대 대학원 진학

어쨌든 나는 농촌진흥청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쌀을 연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직책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를 얻지 못했다. 서울대 대학원 출신이 아니라 고려대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맡겨진 것은 옥수수 연구였다. 말하자면 학벌에 밀려서 그 당시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쌀 연구를 하지 못하고 옥수수 연구를 하는 자리를 맡은 것이었다.
(p174)

학벌에 밀려서 한직을 맡은 회사원의 전화위복!
한직을 맡은 서러움과 형평성 없는 고과로 고통 받는 회사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인생은 새옹지마! Tomorrow never knows!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생각하면
당시에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니까.....지금은 힘들어도
20년 후, 2년 후, 아니 2달만 지나도
지금의 힘든 상황 또는 아픔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쩜 힘든 일이 있다 해도
넘 오버해서 힘들어하지 말자.

Tomorrow never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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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3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07-05-13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넘 오버해서 힘들어하지 않으려구요.. 명심!! ^___^

마늘빵 2007-05-1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버해서 힘들어하지 않겠심다. 이래저래 저도 '不'의 순간들이 떠오르는군요.

BRINY 2007-05-1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네. 추천.

kleinsusun 2007-05-1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찌리리~~~뽕..공감해 주셔서 기뻐요.^^

스파피필름님, 네...우리 오버해서 힘들어하지 말자구요. 인생은 새옹지마! 즐겁게~ 홧팅!^^
아프님, 저도 不의 순간들이 많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다행인 不들도 많아요.^^

Briny님, 인생 까잇거 뭐 있나요? ㅋㅋ 즐겁게,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홧팅!^^

2007-05-15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술 2007-05-1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선님 서재 즐겨찾기 해 놓고 와서 읽고만 가다 글 첨 남겨봅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왜 뻔히 들킬 거 아시면서 A차장님이라고 쓰셨어요?

kleinsusun 2007-05-16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술님,안녕하세요!^^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회사 이름, 책 제목도 썼으면서 "A차장"이라고 썼네요. 하하 머쓱! 글 쓸때 이니셜로 쓰는게 습관이라 그런가봐요...

심술 2007-05-1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무심코 몸에 밴 습관이 참 바꾸기도 어렵고 무서워요.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셀러라면 웬지 읽기 싫은 삐딱함과 까칠함으로
이 책을 외면했었다.
초판 1쇄 06년 12월 11일, 초판 4쇄 07년 1월 22일.
이렇게 많이 팔린 책을 나까지 읽어야 할까? 하는 심드렁함으로.

또한...<사람 풍경>을 읽고 김형경의 "단정적 어조"에
불편함과 심리적 저항을 느꼈었기에 이 책을 읽는 게 더더욱 망설여졌다.

어쨌거나...어제 하루 종일 방에 콕 틀여 박혀 이 책을 읽었다.
침대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돌아 누우며...

아마도 이 책은 제가 하는 말이 옳다고 믿는 나르시시즘,
틈만 나면 잘난 척하려는 열등감, 자신의 삶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을 타인에게 충고하는 투사 방어기제의 산물일 것입니다.
- 책머리에 中

본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김형경은 이렇게 "콕" 찔러 말한다.
그녀는 다 알고 있다.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여자!

세계일주를 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해 쓴 <사람풍경>과 달리
이 책은 "한겨레 상담 코너"에 연재됐던 독자들의 질문과 김형경의 대답을 묶어 낸 책이다.

이번 책도 역시...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이번에는 김형경의 "단정적 어조" 때문에 그랬다기 보다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독자들의 질문에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떤 독자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기도 했다.
책장을 넘기며 찔리기도 했고, 속내를 들켜버린 것처럼 뻘쭘하기도 했다.

신입사원 때, 단학선원(지금의 단월드)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 "심성수련"이라는 걸 갔었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사람들은 엉엉 울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하면서
처음 보는 타인들에게 자신의 응어리를 털어 놓았다.
내 파트너는 OO은행의 엘리트 지점장이었는데,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버림 받은 자신의 한을 얘기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고, 번듯한 명함을 가진 그 많은 사람들 중
상처 없는 사람이 없었다.

그 후로 한동안 지하철을 타면
마주 보고 앉은 7명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또 어떤 상처가 있을까?
어떻게 살았기에 저렇게 사나운 눈매를 가졌을까?
얼마나 지쳤기에 저렇게 꾸벅꾸벅 졸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겨레 상담 코너에 질문을 올린 사람들이
유독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고 끊임 없이 일이나 취미에 열중하면서
문제를 외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 비해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종교에서도, 정신분석에서도,
결국 모든 답은 내면에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는 결국...허무하다. 그걸 누가 모르나?)

김형경은 답을 하면서 정신분석 용어를 참 많이 쓴다.
김혜남이나 정혜신 같은 신경정신과 의사들 보다 더 많이!
유형별 이론을 사례에 적용해서 설명을 한다고 할까?

지나친 "초자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거세 불안", "분리 불안" 등 전문용어의 남발은
논술 모범답안을 보는 듯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거의 모든 문제를
"유아기에 충족되지 못한 부모의 사랑"에서 원인을 찾는다.
김형경 또한 직장상사와의 갈등도 직장상사에게 부모의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다며
유년기에 형성된 생존법에서 탈피하라고 말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
이것도 쫌....허무하다.

어쨌거나....읽으면서 내심 찔리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상당히 도움이 된 책이었다.

긍정적인 건....나는 내가 좋다.
지승호의 <금지를 금지하라>에서 지승호는 셀프 인터뷰에서
자신을 "열등감에 가득 찬 나르시스트"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나 또한...그렇다.

열등감이 가득 하고
때때로 나의 못나고 약한 모습에 화가 나서 밤잠을 못자고 괴로워하지만,
나 아닌 다른 누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열등감에 가득 찬 나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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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4-0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셀러라면 웬지 읽기 싫은 삐딱함과 까칠함으로
이 책을 외면했었다.

아, 저도 같은 생각으로 이 책을 아직도 쳐다보지도 않고있어요. 이제, 읽어봐야 할까요? 흐음.
반가운 수선님의 리뷰네요 :)

kleinsusun 2007-04-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죠? 베스트셀러는 괜히 읽기 싫죠? ㅋㅋ
아...월욜이 다가오네요. 월욜이 두렵지 않을 만큼 즐건 주말 보내셨나요?^^

2007-04-0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07-04-0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책 조만간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놨는데.. ㅋㅋ
김형경은 이상하게 별로 안좋아함에도 신간은 계속 읽게 된다는 -_-;
그런데 사람풍경도 그렇고 이 분 정신분석에 상당한 관심이 있나봐요. 직업이 작가라서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구요.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

프레이야 2007-04-0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등감에 가득찬 나르시스트, 여기도 한 명 있어요. 호호~

kleinsusun 2007-04-0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네...저도 김형경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신간이 나오면 계속 읽게 되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자전적 체험을 갖고 썼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김형경이 정신분석을 오래 받았데요. 황사가 심하지만 상쾌한 월욜 보내세요!^^

kleinsusun 2007-04-0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도요? 모임을 하나 만들어야 겠어요. ㅋㅋ

시비돌이 2007-04-04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지승호씨 책에 나온 얘기였군요. ^^ 모임을 하게 되면 저도 끼워주세염.. ㅋㅋ

icaru 2007-04-0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한 리뷰여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
이것도 쫌....허무하다. ㅋㅋㅋ

언제, 어디에서 나오든..
정말 어렵고도 복잡해요... 부모의 영향관계 부분...말이죠.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 꽂혀 있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라는 책 제목 보다
저자가 강준만 혼자가 아니라 "공저"라는데 호기심이 발동했다.

강준만이랑 책을 같이 쓴 낯선 이름, 오두진은 누굴까?

궁금한 마음에 책 날개를 펼쳐 저자 소개를 봤다.
놀랍게도 오두진은 강준만의 제자였다. 그것도 학부생!

오두진_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1년 6개월 동안 커피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흔치 않은 자료를 구하기 위한 저자의 집요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탄생한 이 책은, 일상의 중심에 있지만 잊혀졌던 '커피와 '다방'의 역사를 복원해 한국인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도 커피의 사회사와 관련해 연구를 계속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05년 현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다.


오...강준만은 "쿨한" 교수군. 학부생과 공저를 하다니!
다른 꼰대들은 자기들의 레벨(?)에 맞는 유명한 교수들하고만
공저를 하려 할텐데! (그래서... 그들은 책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데....또 머리말을 읽다 보니 긴가민가 했다.

이 책의 대부분의 자료 수집과 초고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오두진의 몫이었으며,
강준만은 그 초고를 요리하는 역할을 맡았다.(p 8)


이 책은 강준만의 다른 저서들과 같이
신문/잡지 등 정기간행물 인용이 텍스트의 대부분이라 각주(脚註)가 많고,
각주에 무슨 신문 몇 월 며칠자라는 걸 일일이 밝힌
‘메타 서술'(서술에 대한 서술)로 작성되었다.

즉, 관련 사료/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배치하는 것이
강준만씩 글쓰기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학부생 오두진이 자료 수집에 초고까지 썼으면
오두진이 단독 저자가 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그러니까..."오두진 지음, 강준만 감수"가 맞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또....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학부생 오두진이 단독저자였다면 책이 팔렸을까?
텍스트가 아무리 좋아도 알려지지 않은 저자,
그것도 학부생이 쓴 책이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강준만이 공동 저자가 됨으로써 책이 알려질 수 있지 않았을까?

본문을 읽기도 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막상 읽어보니? 훌륭하도다!

'커피'와 '다방'으로 읽는 한국의 근대사.
고종에서 맥심, 티켓다방, 스타벅스까지!

특히 61년 군사정권의 "커피 금지령"을 읽으면서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이런 몰상식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한 제도가
아직까지도 비상 사태마다 터져 나오고 있음에 씁쓸했다.

조흥만 치안국장은 '어제 다방 업자들을 불러 양담배를 팔지 않고 피우는 것도 삼가고 있는 이 때 막대한 외화를 소비하고 있는 커피를 팔지 말고 생강차나 기타로 대체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고 권장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p97)

"외화 수지 흑자"라는 대의 명분으로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바꾸라고 명령하는 정부!

공무원들 다방 출입 금지,
특정 외래품 판매금지를 통한 커피 수입 제한,
이래도 안되니까,
오히려 밀수, 미군 PX 물품 유출 등 역작용만 발생하니까
차라리 세금을 걷자!며 국내에서 커피를 생산할 수 있게
동서식품을 "커피 수입 대체 산업체"로 지정하여
커피 시장 점유율 99%를 차지하게 한 정부!

아.....블랙 코미디!
쑈는 계속 되어야 한다지만,
정부의 블랙 코미디는 왜 아직도 계속되는 걸까?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을 정리했다.
강준만은 좋은 교수다!
학부생이 이런 책을 쓸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고
글쓰기의 방식을 지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훌륭한 교수다...
라고 생각한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를 다룬 이 책이나
<화장실의 역사>,<돈가스의 탄생>,<아스피린의 역사> 이런 책들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별 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더더욱 다양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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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3-0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리뷰는 늘 감상 자체보다 더 많은 생각이 담겨있어요. 책 한권을 읽으셔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하시는게 고스란히 느껴지거든요. 이번 리뷰도 상당히 똑똑해요. 멋져요, 수선님!

사마천 2007-03-0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선생에 그 제자...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더군요. 그 전에 한번 미디어 비평 가지고 책을 냈었죠. 학부생들 글 모아서. 내용은 별로 였는데... 하여간 이번 책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더군요. 강교수 단독책이라고 하기에는 약하지만 제자의 책으로는 칭찬해줄만한...

마태우스 2007-03-0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강준만 좋은 교수네요. 전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스파피필름 2007-03-04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책 재미나게 읽었었어요~ ^^
그러고 보니 수선님 말대로 강준만이 좋은 교수 네요.. ㅋㅋ

비로그인 2007-03-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교수 맞네요. 그만큼 그의 책을 보기는 해야 할텐데.

kleinsusun 2007-03-0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금 저...춤추고 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ㅋㅋㅋ

kleinsusun 2007-03-0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 네...오두진군의 차기작이 기대되요.^^

마태님, 마태님도 좋은 교수예요.^^

스파피필름님, 네...강준만 교수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바람난책님, 네...좋은 교수 같아요.^^

2007-03-05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7-03-0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의 댓글에 완전동감해요~!

stella.K 2007-03-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정말 멋진 교수네요. 수선님 이렇게 쓰시니 정말 읽어보고 싶잖아요! 수선님이 미워요. 흐흑~!

2007-03-05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6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