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 우리시대의 지성 5-011 (구) 문지 스펙트럼 11
주경철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선물 받았다.
누구에게?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고 "교환은 생산이다." 라고 말한 남자.
Eric Clapton 콘서트 때, "Wonderful tonight"을 들으며 눈물을 글썽인 남자.

"책 한권 줄까요?"
그는 술 마시다 갑자기 생각이 난 것처럼 말했다.

그러더니 점퍼 주머니에서 이 책을 꺼냈다. 불쑥.
(문지스펙트럼 시리즈는 포켓북 사이즈다.)

그가 읽던 책이라 군데군데 그가 친 밑줄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책을 읽으며 먼저 읽은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서점에 갈 때 마다 뜬금 없이 전화를 해서
"야, 뭐 읽을만한 책 없냐?" 묻는 친구가 있다.
얼마 전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을 때 이 책을 추천했다.

피렌의 「중세 유럽의 도시」, 포스탄의 「중세의 경제와 사회」,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맥네일의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합하우스의 「역사를 바꾼 씨앗 5가지」, 크로스비의 「녹색 세계사」, 토드의 「유럽의 발견-인류학적 유럽사」등
12권의 중요 역사서들(한국어 미번역서 포함)을 요약한 이 책은
크게 세가지를 선물한다.
- 관심 영역의 확장
- 12권을 모두 읽은 것 같은 착각 또는 대리 만족
- 소개된 책들을 정독하고 싶은 강한 열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학부 수업용 프린트물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썼다고 한다.
※ 수업 한번 알차다! 요즘 대학 등록금 정말...살인적으로 비싸다.
값을 하려면 모든 강의가 이렇게 알토란 같아야 한다.
요즘 대학에는 제발.....열정도 사전학습도 없이 중얼중얼 하다 시간 채우고 나가는
늙은 꼰대들이 없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며 낄낄 거리며 웃기도 했고,
분노에 떨기도 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chapter는
<흰 설탕, 검은 비극 - 노예 무역의 잔혹사>.

노예무역이 잔혹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책에 실려 있는 노예들의 "중간 항해" 그림을 보고 경악했다.

아프리카에서 구입한 노예를 배에 싣고 대서양을 건너는
소위 '중간 항해 middle passage'는 처참한 비극이었다.
90톤급 배가 390명, 또는 100톤급 배가 414명을 실어나른 기록이 있다. 이 경우 각 노예들에게 할당된 공간은 대략 167cm*40cm여서 흑인들은 '책꽂이의 책들처럼' 실려갔다.
이들은 두 사람씩 서로 쇠사슬에 묶여 항해를 해야 했다.
한 사람의 오른쪽 다리, 오른쪽 팔이 다른 사람의 왼쪽 다리, 왼쪽 팔과 묶여 있어서 관 속에 누운 것보다도 더 비좁은 공간만 허락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전염병이 돌기라도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특히 배가 적도 무풍대에 들어서면 한 달 이상 배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도 있었다.
자살 방지를 위해서 노예들을 쇠사슬로 묶어두었기 때문에 자신의 분뇨 속에서 몇 달 간 공포의 여행을 해야 했다.
(p204)

노예 상인들에게 흑인 노예들은 "상품"이었고,
농장 주인들에게 흑인 노예들은 "자산"이었다.
그 누구도 흑인 노예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1783년 종Zong호 사건이 이를 입증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선상에 물이 부족하자 이 배의 선장은 132명의 노예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선장은 살인 혐의로 구속되는 대신, 보험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자신의 행동은 배가 위험에 처했을 때
"상품"을 바다에 투기함으로써 배와 선원을 구하는
"해상 위험"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더 놀라운 것은....보험 회사는 이 경우가
'바다에 말(馬)을 던진 것과 똑같다.'고 보고
흑인 1인당 30파운드씩 계산해서 손해 보상금을 지불했다.

세상에.......이런 일이 있었다.
불과.....224년 전에!

이 책을 읽고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6권을 완독할 계획을 세웠다.
번역자가 주경철 교수라 번역에도 신뢰가 간다.

이런 좋은 책을 선물해준 그에게 감사를!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7-02-2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겉보기에는 별로 재미없을거 같이 보이는데, 재밌나봅니다. 역사에는 다소 무관심한 저도 찜해놓겠습니다. 근데 그 남자분이랑 어떤 사이일까요 =333

kleinsusun 2007-02-2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이 책 정말 유익하고 잼 있어요. 강추!
어떤 사이냐구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ㅋㅋ

외로운 발바닥 2007-02-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가 누군지 궁금해지네요. ^^
앞으로 맘 편하게 독서할 날이 얼마 없는 저에게는 여러 권을 읽은 듯한 대리만족을 주는 이 책이 참 유용할것 같네요. ^^ 보관함에 넣고 갑니다.

kleinsusun 2007-02-2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 발바닥님, 곧 일을 시작하시나 봐요. 축하드려요!^^
네...이 책 강추!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니며 읽기도 좋답니다.

BRINY 2007-02-2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도 이 비슷한 구성으로 보충교재를 만들어보고 싶네요. 3월용 보관함으로~~

2007-02-25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7-02-2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와.......기대기대! 보충교재 나오면 저도 한권 부탁드려욤.^^

사마천 2007-02-2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로델 책의 경우 아마 노력은 이 책의 100배가 들 것입니다. 한번에 사지는 마세요 저도 몇권이 고스란히 놓여서 일부만 읽고 남아 있습니다 흑흑 ^^;

kleinsusun 2007-02-2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사마천님, 한권만 먼저 사서 읽어볼께요.^^

다락방 2007-02-2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듯 좋은책을 선물하시고 게다가 감성까지 풍부한 그 남자분은 누구실까요? 호홋. 어쩐지 수선님의 서재가 앞으로 더 흥미진진해질것 같은데요. :)

릴케 현상 2007-02-2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행 상황이 심상치 않아요^^

바람돌이 2007-03-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경철씨의 책은 예전에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한권 봤는데 좋았어요. 역사를 보는 관점을 아주 쉽게 잘 써놨더라구요. 근데 이런 책도 나왔네요. 님덕분에 좋은 책 한권을 더 안게 됐습니다.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다 사놓고 엄두를 못내서 몇년째 제 책꽂이에서 먼지를 안고 있는 책입니다. ㅠ.ㅠ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 지음, 장동숙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써 있다.
"당신은 아내, 남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까?"

이 책을 1월 핀란드 출장 때,
Helsinki에서 Frankfurt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는데
같이 출장 갔던 Y과장이 이렇게 말했다.

"성과장, 준비는 참 많이 하네요.
중요한 건.....실전인 거 아시죠?"

그렇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아무리 이런 책을 많이 읽어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100번 읽어도
실제에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이 책은 나의 주치의 S선생님이 선물해 주신 책이다.
나의 "연애"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사랑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의 3장 "사랑에 빠진다?" 에서는
Scott Peck의 [The Road Less Travelled](아직도 가야 할 길)를 상당 부분 인용하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고. 왜냐?

첫째,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나 의식이 있는 선택이 아니다.
둘째, 사랑에 빠지는 것은 노력 없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의 개인적인 성장을 촉진시키는 데 진심으로 관심이 없다.

120% 공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식 있는 선택"이 아니다.
외로울 때, 결핍이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이런 상태는 지속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에 의하면 사랑에 빠지는 감정은 평균 2년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스멀스멀 환멸이 다가오고 많은 커플들이 헤어지거나, 결혼을 한 경우에는 이혼을 한다.

그렇지만 사로잡힌 감정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결혼
생활이라는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사로잡힌 감정은 단지
서론에 불과하다. 그 책의 본론은 이성과 결단에 의한 사랑이다.
이 사랑이 바로 현인들이 우리에게 말한 사랑이다. 그것은 의지적인
사랑이다. (p52)

이러한 이유로....저자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5가지 사랑의 언어"를 배우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5가지 사랑의 언어는?

1. 인정하는 말
2. 함께 하는 시간
3. 선물
4. 봉사
5. 육체적인 접촉

사람마다 사랑 받고 싶은 방식이 다르다.
문제는 자신이 사랑 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한다는 데 있다.

배우자의 사랑의 그릇이 늘 가득 차 있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반드시
그의 제 1의 사랑의 언어를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전에 우선
당신 자신의 사랑의 언어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p171)

내게 있어서 제 1의 언어는 뭘까?
인정하는 말, 또....사랑을 표현하는 유치 찬란한 말들.
(난 "말이 전부가 아니다."는 무심한 남자들의 말은
자신의 게으름 또는 무관심에 대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라! 고
저자는 열변을 토한다.
사실...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가네시로 카즈키의 <꽃>이 생각났다.
※ 소설집 <연애소설>에 실려 있는 단편

고전적 드라마의 플롯.
가난한 남자와 부잣집 딸이 결혼을 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
친구차를 빌려 타고 떠난 가난한 신혼여행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묻는다.
결혼생활에서 바라는 게 뭐냐고.
곧잘 넘어지는 여자는 말했다.
걸을 때 항상 손을 잡아 달라고.

사랑하는 여자의 너무도 소박한 대답에 남자는 말했다.
고작 그거야?

결혼 후, 남자는 여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다.
쉬지도 않고, 밤잠을 자지도 않고.
아내에게 피아노도 선물하고, 비싼 보석, 옷, 으리으리한 집도 사 줬다.
아내가 외로워하는 줄도 모르고
남자는 아내에게 더 많은 선물을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다.
그러다가.....그들의 아이가 죽었다.

화장한 아이의 유골을 들고 백사장을 걸을 때,
아내는 넘어졌다.
그 때서야 남자는 깨달았다.
아내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음을.

<꽃>의 남녀를 <5가지 사랑의 언어>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의 언어는 함께 하는 시간.
남자가 표현한 사랑의 언어는 선물.
사랑의 언어의 불일치로 인해 헤어지고만 커플.

유명한 스캇펙 박사가 말하지 않아도,
이 책의 저자가 열변을 토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랑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실천을 안 해서 그렇지!)

사랑도 학습을 필요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공부하고 탐구하고 그리고....이해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이며,
내가 읽은 지승호의 첫 번째 책이다.

한 저자가 책을 10권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공병호 아저씨처럼 인용과 편집의 대가로서
다작으로 승부한다면 몰라도,
"인터뷰"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한 길을 파며 10권을 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또한 그의 인터뷰집이 10권이나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지승호라는 개인 브랜드의 상품성(?)을 입증해 줌과 동시에
"인터뷰"라는 영역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말해 주는 인덱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본소설 읽듯이 아무 생각 없이 쇼파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과자를 먹어가며 읽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禁止를 금지하라>에서 지승호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박원순, 조정래, 마광수, 문정현, 정태인, 이상호, 최승호,
지승호(셀프 인터뷰)

이름만 들어도 논쟁의 소재가 되는 사람들이다.
인터뷰하기에 "헐렁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런데...희한하게도 지승호의 인터뷰는 참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인터뷰어, 즉 지승호가 숨어 있다고 할까?

끊임 없이 질문을 하는데도,
엄청난 사전학습을 하고 와서 예리한 질문들을 쏟아 내는데도,
지승호는 자신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성실한 카운셀러처럼 묵묵하게 대답을 이끌어 낸다.

지승호는 뛰어난 인터뷰어다.
어떻게 아냐? 읽어 보면 안다.

인터뷰어가 스스로
"평소에 인터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나한테는 술~술 거리낌 없이 자기 얘기를 한다."며
자화자찬을 하지 않아도,
좋은 인터뷰는 독자가 알아 본다.

이 책을 읽으며 김경(본명 김경숙)의 인터뷰집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를 읽으며
왜 그렇게 불편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김경의 DJ DOC와의 인터뷰를 보자.

그래서 인터뷰가 성공적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인터뷰 직후 이하늘이 내게 던졌던 질문을 상기하고 싶다.
"그런데 너는 주로 어디서 놀았어?"
나로서는 제법 놀 줄 아는 날라리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성공이 또 있을까 싶다.

-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page 36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인터뷰는 인터뷰이를 취재하려고 있는 거다.
인터뷰어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있는 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김경을 비롯한 많은 인터뷰어들이
인터뷰이 보다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승호 같은 성실하고 훌륭한 인터뷰어가 있어 기쁘다.
앞으로 그의 20번째, 30번째 인터뷰집이 쭈~욱 나오기를 바라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aru 2007-02-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어그제 책 주문했는데....
이건 2월 되면 주문 넣어야겠네요..
땡스투요!

2007-02-20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 살림지식총서 159
이정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아침마다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려
오늘의 커피 grande를 하나 산다.
환경 보증금 50원까지 합해 3,550원!

어느날 아침, 옆팀의 L팀장이 내게 물었다.
" 성과장, 그거 하나 얼맙니까? "

난 뻘쭘해 하며 대답했다. 뭔가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 삼천....오백원요."

40대 중반의 L팀장이 놀라며 말했다.
" 허...디게 비싸네.. 공제회관 밥값 보다 비싸네."

그렇다. 커피 한잔이 밥값보다 비싸다.
별다방의 부르조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재수 없어 보일 수 있다.

왜 커피 값 얘기를 하는가?
"살림 지식 총서"는 스타벅스 커피 보다 싸다.
정가 3,300원.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15% 할인(2,800원)에 무료 배송!
이렇게 싸도 되는가....미안하기 까지 하다.

<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는
강준만의 <인간 사색>을 읽다가 알게 된 책이다.
인용과 편집의 황제 강준만 교수의 레이더에 이 책도 걸려 들었던 것!

만약 이 책이 만원짜리 단행본이었다면
솔직히...돈이 좀 아까웠을 것 같다.

왜냐?
<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는 거창한 제목에 비해
헤겔의 "주인-노예 변증법"을 성실히 요약설명한
"범생이표 개론서"이기 때문이다.

"인정"을 향한 욕망은 인간의 본질,
"인정 투쟁"은 인간의 역사!
그 어떤 훌륭한 저자라 하더라도
이 손바닥만한 책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

그러니까...요 작고 앙징 맞은 책의 역할은 맛배기?
마트 시음대에서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에 따뤄주는 커피 한잔?

이 책을 읽으며 강유원이 제시한 "공부법"이 생각났다.
요런 얇은 개론서들을 야금야금 읽지 말고
그가 말한 대로 힐쉬베르거의 <서양 철학사>를 무식하게 50번 읽어야 겠다고!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 상권을 샀다.
상권만 761페이지! (들고 다니면서 읽는 게 거의...불가능하다. 분권을...해야 할까?)

p.s) 김윤식 선생님 특강 때,
헤겔의 주인-노예 변증법 얘기를 하시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얘기를 하셨다.
아...<노인과 바다>를 "주인-노예 변증법"으로 해석할 수도 있구나!

도대체...그 짧은 4일간의 강의시간에 김윤식 선생님은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하셨나?

그를 존경하지 않는 건.......불가능하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7-02-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이거 지르셨군요. 저도 있는데 다 보진 못했죠. 필요할 때 펼쳐놓고 골라 봅니다. 흠... 이건 읽는 책으로 삼기엔...

moonnight 2007-02-0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어려워. 라는 고정관념이 머리에 새겨져 있는 사람. 털푸덕. ㅠㅠ;;

사마천 2007-02-0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퇴릭히 책이 저는 더 좋더군요. 임석진 교수가 번역한 책입니다. 칸트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나머지들도 대체로 좋습니다. 힐쉬베르거책은 보다 다 못 읽었구요

프레이야 2007-02-05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를 무식하게 60번 읽어야겠어요, 전... ^^

kleinsusun 2007-02-0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전 아직... 서문 밖에 못읽었어요.ㅋㅋ

달밤님, 오늘 날씨 봄 같아요.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당. 랄랄라~ ♪

사마천님, 사마천님은 정말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난 분야가 없군요.^^ 얼마 전 님 서재에 놀러갔다 식객 리뷰 잘 읽었어요. 궁금한 게 있는데... 만화책도 다 사서 읽으시나요?

혜경님, 60번을요??? You win! ㅋㅋ

2007-02-06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마천 2007-02-06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이 책입니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1971403 저는 강력 추천이에요 ^^

2007-02-07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09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소설가인 나의 知己 P언니는 습작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필사"라고 했다.

신인작가상을 탄 소설가들의 인터뷰를 봐도 습작 시절의 "필사" 얘기를 많이 한다. 선배 작가들의 좋은 소설을 여러 번 베껴 썼다고.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에서 이승우도
"베껴 쓰기"를 "느리게 읽기"의 한 방법으로서 추천하고 있다.

작년 9월 암스테르담 출장 때,
시간을 쪼개 "Van Gogh Museum"에 갔었다.

Van Gogh의 초기 습작들을 보면서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왜냐?
밀레의 작품들을 "필사"한 것이 몇 점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밀레의 드로잉을 베낀 다음에(똑 같이!)
페인트 연습을 한 작품이 몇 개나 있었다.

난 그 앞에서 오랫 동안 입을 딱 벌리고 서 있었다.
"아.....고흐 같은 천재도 필사를 했구나!"

고흐의 밀레 필사는 내게 정말.....큰 충격이자 깨달음(?)이었다.
뭐든 혼자 뚝딱 만들어지는 건 없구나!
천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구나!

왜 자꾸 필사 얘기를 하냐면,
좋은 문장이나 그림을 베끼고 또 반복하는 건
공부에 있어서도 기본이기 때문이다.


쩍 팔리지만 내 사례를 들자면....
고등학교 때 성문종합영어 20번 봤다.
그 덕에 "토종"임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교포와 유학파들 사이에서 잘(?) 버티고 있다.

강유원도 이 책 <몸으로 하는 공부>에서
"베끼기"를 "공부하는 방법"으로 강추하고 있다.

"철학 공부도 마찬가지다. 철학 공부에서 베끼는 것은 철학사를 여러 차례 읽는 것이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이문출판사)가 너무 두껍다면 얇은 것이라도 골라서 열심히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다.
베끼기를 할 때는 베낄 책을 잘 골라야 한다. 일테면 서양 근대철학사를 공부하려면 최소한 코플스턴의 철학사를 잡아야 한다....
(중략)......
하여튼 철학사를 50번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죽 읽으면 철학의 기본적인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왔는지를 알게 되어 맥락이 잡히는데 이 쯤에서 그걸 가지고 뭘 해보겠다고 나서면 안된다. 아직 베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철학의 제문제>(벽호)처럼 주제별로 다룬 책을 읽는 것이다. 이 책은 철학의 근본 문제들을 정확한 문맥 속에서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주제에 관련된 철학자들의 원전을 부분적으로 정확하게 번역하여 덧붙여 주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책도 50번은 되풀이해서 읽어야 한다. 철학사를 읽든 철학의 제문제를 읽든 주의할 점은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서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어야 한다. .....(중략)......
베끼기는 초심자 시절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에 걸쳐 해야 한다. 어느 정도 공부를 한 사람들은 더 이상 철학사를 읽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공부에 있어서 균형을 무너뜨리게 된다. ...(중략).....
베끼기는 독학이 가져다주는 폐해도 막아준다. 독학하는 사람은 어떤 분야의 책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기 마련이다. 역사적인 연관이나 주제의 관련성에 유의하지 않고 읽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그 결과 아는 게 많아져서 장광설을 쏟아놓는다. 게다가 그들은 최근의 것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서 항상 시대에 맞춰 살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그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글을 써보라고 하면, 장광설은 사라지고 말을 더듬게 되며, 그 점을 지적하면 원래 제대로 된 공부는 체계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우격다짐을 하곤 한다. .............(중략).....
베끼기를 열심히 하다 보면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을 체득하는 이점이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면 대개는 참고문헌 목록을 작성하고 이 책 저 책 들춰보면서 노트에 정리한 뒤 끝내는 것이 가장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그 어떤 책도 기억에 남지 않고 문장 몇 개만 막연한 추억처럼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차라리 가장 표준적인 책을 한 권 정해서 모든 말과 문장을 따져가며 끝까지 읽는 게 낫다."
(p181~184)

이 책을 읽으며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를 50번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쭉~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불끈!

아쉬운 건 <철학의 제문제>도 읽어보려고 결심했는데,
절판되었다는 거다.
인터넷 헌책방을 몇군데 검색해 봤는데도 없고,
동네 도서관에도 없다.
이런....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다니!

강유원의 <몸으로 하는 공부>는 사실 그닥 기대하지 않고 읽은 책인데,
일단 강유원의 시니컬한 글쓰기 스타일 자체가 재미있었고,
공부하는 방법에 있어서 유용한 tip을 많이 얻었다.

새해를 맞아 공부 한번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7-01-14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베껴쓰기...이것 좀 피해가는 법 없나요? 몇번을 시도했다 실패한게 베껴쓰기죠. 베껴쓰기는 고사하고 거듭해서 읽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근데 수선님 대단하셔요. 성문종합영어 20번!^^

kleinsusun 2007-01-1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님, 정석하고 담을 쌓았기 때문에 성문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ㅋㅋ

사마천 2007-01-1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말이 있잖아요. 우리는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탄 난장이다. 루소가 그랬던가...
삼빡한 박사논문 하나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남의 주장들을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99.99%는 밖에서 온 것이죠. 필사와 유사한.
그리고 고흐는 그림을 워낙 늦게 시작해서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좀 독창적이고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했죠.

이게다예요 2007-01-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문 종합 20번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그때부터 열정적이셨네요.^^
많은 작가들이 베껴쓰길 하더라고요. 욕심이 나서 흉내내 봤는데 전 힘들어서 못하겠던데요. 그래서 독자는 독자고, 작가는 작가인가 봐요. ^^

외로운 발바닥 2007-01-15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성문종합 20번...대단하시네요. 철학공부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과 동경 같은 것이 있었는데 수선님 글 읽고 다시 한번 의욕을 가져봅니다. 이글도 감히 쑥 퍼갑니다...;;;

moonnight 2007-01-1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문종합 20번! (난 몇 번 봤더라. 곰곰;) 저도 수선님의 정열을 본받고 싶어요! ^^

2007-01-16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8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8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0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3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9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석현 2010-08-0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보고 갑니다. 중요한 정보를 얻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