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님의 페이퍼를 보다 보니 갑자기 오래된 얘기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입학후 사귄 친구들은 성격도 다 다르고 어디 하나 공통점이라고는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친구가 되었고 그 중간 중간 여자애들의 그 말도 안되는 흥~에 몇년간 말도 않고 지내다 우리가 왜 그랬다니 하면서 다시 지금은 고1때처럼 뭉쳐다닌다.
중학교때 까진 가정환경조사서 같은걸 써 낼때 형제들이 많아서 너네 엄마는 산아제한하는 포스터도 안보셨다던 하는 그런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러던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재밌는 경험을 하는게 4남매라고 하면 "어머.. 너희 엄마는 단산하셨다..."
켈켈켈.. 4남매가 단산이라면 도대체 뭐냐구???
그랬다.. 우리집은 2남2녀의 비율도 딱인데 내 친구들은 어쩜 다 5남매의 셋째딸들 이었다.
얼마전 결혼한 친구는 학교 다닐때 까지 딸셋중 둘째딸로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친구들 중엔 그 친구와 나만 단산한...아주 단란(?)한 가정의 아이로 취급 받았던 것이다. (겨우 한명 차이 인데 넷과 다섯이 주는 어감이 틀려서 그랬나???)
딸 셋이라고 우기던 그 친구네 집에 전화를 하면 항상 꼬맹이 남자애가 전화를 받는다.. 어머 귀엽다 누구니 하면 응 조카야 라고 얼렁뚱땅 넘기던 그 친구... 나중에 졸업 후에 진실을 알게 되었다.. 7남매..
학교 다니면서 너무 창피해서 자기는 늘 딸만 셋이라고 했다고.. 진실은 7남매중에 셋째딸이다.
그때는 사회 분위기상 아이들이 많다고 하면 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아주 몹쓸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던 시대였다.
그러고 보면 우리반만 그렇게 모아놨나.. 반장네는 8공주의 막내.. 4남매인 우리집이 단산했다는 소릴 들을 정도면 우리반 엄마들은 산아제한 포스터를 안 보신게 분명했다.
어쨌거나 우린 그런 공통분모를 가지고 뭉쳐 5총사가 되었다.
ㅎㅎ 아마도 성격좋은 나때문에 이렇게 뭉쳐서 오랜시간을 같이 한건지도 모르겠다... (앗 내친구들이 돌을 마구 던지고 있다.. 지 성격 안좋았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사람됐다는 소릴 듣는다구요..)
친구들이 자기네는 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셋째딸이라고 얼마나 뻐기던지... (친구 세명은 4녀1남중 셋째딸. 한친구는 5녀2남의 셋째딸.. )
그래서 그랬나 우리 친구들 시집 못 간 사람은 없다.. 안 간 사람도 없고...
한 친구는 23살에 시집가고.. 나머지 셋은 28살에 한두달 차이로 가고 남은 한명은 올해 갔고.. 결국은 다 갔다... (친구라서 편드는건 아니지만 내가 봐도 형제들 중에 내 친구들 인물이 제일 좋다..)
재밌는 사실하나..
결혼을 했는데 신랑들 이름에 다 ㅎ 자가 들어간다.. 이런 우연이 어딨을까...
학, 협,호, 호, 훈 여기다 아이들 이름도 훈, 현, 현 이렇게 ㅎ자가 들어간다.. 이런 우연은 만들래야 못 만들겠지..
저 공통점을 찾아낸게 바로 나고.. 친구들은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구박을 하면서도 이건 정말 굉장한 인연이라면서 좋아라들 한다.
남편들도 여자들의 모임에 따라와선 자기들 끼리 즐겁게 형님 동생하면서 재미나게들 놀고..
친구들은 아이들이 둘씩인데 이렇게 자주 얼굴보고 살면서 다 형제처럼 만들어 주자고 약속했다.
우리가 자라면서 형제가 많아서 추억 거리가 많듯이 아이들에게도 형제들이 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느끼면서 자라게 해주고 싶어서다.
앞으로 이모도 고모도 삼촌도 다 사라지고 만다는 소리가 참 뜨끔하다.
어렸을때 난 얼마나 젊은 이모를 꿈꿨던가... 왜 우린 고모가 이렇게 나이가 많아.. 슬퍼 하면서 젊고 젊은 이모나 고모가 친구들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그저 부러워만 했었는데 ... 이젠 그런 존재조차도 없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쏴해진다.
학교 졸업하고 친구 엄마와 우리 엄마가 만났을때 나누던 대화의 한자락도 아니 **이 엄마는 저보다도 나이가 더 있으신데 왜 넷만 낳으셨데요?
그러게요.. 사는게 바쁘다 보니...
크허헉... 그때 두분의 얘길 들으면서 친구랑 나랑 뒤집어 지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남들이 들으면 욕한다니깐...하면서..
친구들도 말하길.. 나이가 먹어 가면서 친구들은 다들 살기 바뻐 못 만나게 되지만 형제는 친구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더라고...
지난 번 결혼식날 제일 먼저 시집가서 애를 낳은 친구의 딸내미(내년에 중딩이 된다..)가 나를 보면서 이모는 왜 아기 안낳아요.. 하면서 귓속말로 이모가 아기 낳으면 제일 예쁠것 같아요 하면서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
**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솔직히 다른 이모들 얼라들은 인물이 좀 빠져 그치?
이모 당근이죠.. 제가 이모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아시죠?
유일하게 나랑 말이 통한다고 좋아라 한다.. 그날 아침도 올라오는 길에 엄마랑 싸우다가 드라이기 망가졌다고...
요즘 유행은 앞머리 깡총잘라서 윗머리 바짝 눌러 내리는 것인데 내 친구는 그게 뭐냐면서 드라이기 들고 붕띄우려 하고 아이는 누가 요즘 그런 머리하냐면서 실갱이를 하다가 결국 애꿎은 드라이기만 가버렸다고 한다.
친구야... 생각 안나냐.. 우리때도 그랬다..
선생님이 그넘의 스프링머리 안내려 할때 우린 죽으라고 스프링 머리 했잖아..
지각은 해도 앞머리 드라이해서 스프레이 뿌리고... 잡아 당기면 코끝까지 내려오는데 놓으면 눈썹있는데 까지 올려 붙는 그 머리 스탈 생각안나더냐..
세상은 그런것이다.. **이 머리 그렇게 못하게 하는거 아무 소용없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 먹어서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다..
ㅎㅎ 형제가 많다는것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난 전생에 삼천포 태생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