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터미널에서 꽃동네까지 바로 가는 버스편이 있어 그걸 타고 가려 했더니 남편이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갔다가 오려면 시간이 그럴테니 데려다 주겠다고... (지가 결혼을 좀 잘하긴 했지요?)

그런데 차가 어찌나 막히던지 서울을 벗어나는데만 1시간반이 걸렸답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니 그때부턴 좀 수월하던데.. 우리나라 차 정말 많아요..

진천톨게이트로 나가 꽃동네로 가는 길... 초행길이라 멀게 느껴졌지만 꽃동네가 다가 올 수록 설레이긴 하더라구요...

5시에 도착...

수녀님과 통화가 잘 안되어서 꽃동네를 둘러 보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나게 넓은 곳이었답니다.

작은수녀원에 전화를 해도 자리에 안계시고 그래서 물어 물어 이곳 저곳을 보러 다니던중 애덕의 집에 갔습니다.

식사시간무렵이었는데 식사를 마친 할머니들이 한두분 나오기 시작하시더니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주십니다..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처음 겪어 보는 상황에 (누가 제게 먼저 말을 걸어 사랑합니다라고 말해 준 적이 없었어요..) 뻘쭘... 그렇게 두분 세분을 만나면서는 저도 모르게 안녕하세요 소리가 나오는데 뒤이어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왜 안나오던지...

몸이 많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이지만 얼굴엔 그래도 웃음기 가득하시니 평화로워 보이셨어요...

5시 40분이 되어서야 드디어 수녀님을 만났습니다.

언니...

어머 너무 똑같다.. 하나도 안 변했네...

이렇게 7년만에 만났습니다.. 참 무심하죠... 언니한테 한 번 간다고 말로만 했지 쉽게 가지지 않았는데 ..

언니가 수녀님께 저녁미사에 빠진다는 허락을 받으시곤 저희들에게 꽃동네를 안내해 주셨답니다..

천사의 집에 갔을땐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어떻게 버릴 수가 있을까...

생후 하루된아이부터..데려온다고 하던데.. 개월수에 따라 방이 다른데 방문을 하나 하나 열때마다 깜짝 깜짝 놀래요.

울 조카가 커가는 모습은 슬라이드 처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서 언제 이렇게 컸지 하고 느끼는데 이곳의 아이들은 조각 조각 그림이 되어 이렇게 작은 아이들이 이렇게 커가는 구나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답니다.

그중에 이제 6개월 된 아기는 언니가 병원에 계실때 부터 안아 주던 아이라 언니가 부르니 방긋 웃더라구요..  언니가 안아 주니 칭얼대다가 조용해 집니다.. 이방 저방을 열어 아이들과 인사를 하는데 한 아이가 자꾸 안아 달라고 수녀님께 달려드니 언니가 안고 있던 아기를 제게... 얼른 손을 닦고 안아주었는데 그 작은 손으로 얼마나 꼭 쥐던지... 잠이 들었는데 내려 놓으려니 잡은 손을 풀지 않는거예요...

정말 가슴 찡합니다... 한방에 15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노는 방법을 터득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바닥을 뒹굴며 놉니다.

약먹자 하는 소리에 얼른 달려 오는 아이들... 얘들은 약 싫어하지 않나봐요.... 그러자 그곳에서 봉사하시는 이모님 말씀이 약을 먹을땐 한번이라도 더 안겨야 하니깐 서로들 약 먹는걸 좋아 한다고 하네요..

음악이 나오니 엉덩이를 씰룩 거리면서 춤을 추는 아이도 있고... 자라는 과정은 똑같은데 왜 이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버려져 이곳에 있는것인지 정말 안타깝고 슬펐답니다.

 

오웅진 신부님도 뵈었어요... 으 피부도 새까맣고.. 걷어 올린 바지를 보니 마치 시골의 농부님 같으십니다.

수녀님이 소개를 시켜주시니 악수를 청하며 이따가 미사 드리고 가라고.... 참 호탕하신 분이셨어요..

제가 냉담한지 하도 오래 되었는데 언니 말이 이게 다 기회인거라고..그동안 그렇게 오라고 해도 마음이 동하지 않던 제가 남편과 함께 온 것이요..

그곳 수사님께서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아무튼 좀더 있다가를 외치는 제게 손을 내밀어 잡아 주시는것도 같았고...

 

결정적으로 울 남편이 미사 보는것엔 반대를 해서.. 피곤하다고 이제 가고 싶다고 어찌나 조르던지... 결국 12시에 나왔답니다..

큰수녀님께서 꼭 다시 성당에 나가라 하시면서 손으로 직접 만드신 묵주를 선물해 주셨답니다..

이걸 어찌 손으로 하나 하나 깍을 셨을까...

집으로 오는길에 도저히 졸려서 운전을 못하겠다고 해서  한강 시민공원에 차를 대고 잠시만 잠을 청한다는게 눈을 뜨니 5시였어요...이런...눈을 뜨고 보니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더만요.. 그 시간 5분만 달리면 집인데... 에고 목이야 다리야...

 

집에 와서 푹자고 일어났더니 울 대단한 남편님 조기축구 가셨습니다...

이제 슬슬 청소 좀 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이렇게 컴을 잡으니 시간은 잘도 가네요...

 

꽃동네에 후원금을 아주 조금 보내는데 금액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게 먼저 사랑합니다 라고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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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4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5-09-0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해지며서도 아파오네요,,

인터라겐 2005-09-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님... 가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곳에 기도하러 오시는 분들도 참 많으시더라구요...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가보시면 좋을것 같다는생각이 들어요...

울보님.. 꽃동네에 대한 안좋은 시선도 많지만 가보니깐 그건 정말 해주지도 않으면서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소리인걸 알겠더라구요...

날개 2005-09-0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동네 후원은 쬐끔 하고 있는데.. 가끔씩은 돈만 부친다는게 미안스럽기도 해요..
그런데서 일하시는 분들 보면 참 존경스럽다는......^^;;

인터라겐 2005-09-0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이모님으로 불리우는 분들이 계시는데..정말 너무 대단하시더라구요.. 요즘은 청소년 연수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이들도 이곳에 왔다 가면 바뀐데요.. 발로 모든걸 다 하는 분이 계시는데 발에 숟가락을 끼고 밥을 퍼 자신보다 못한 분들에게 밥을 먹여 주시는 분을 보면 아이들이 안 달라 질 수가 없다고 하네요.. 정말 존경스런 분들이 많으세요...

검둥개 2005-09-0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좋은 일 하고 오셨네요. ^^

세실 2005-09-0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군님 천사표시군요~~~ 멋지세요.
오웅진 신부님도 뵙고, 언니도 뵙고, 미사도 하고 오셨음 더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이제 성당 다니실거죠?

인터라겐 2005-09-0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미사를 보고 오고 싶은 마음 반 그냥 올라오고 싶은 마음 반... 그랬어요.. 언젠가 성당에 나가야지 하는데 마음이 무겁답니다...

검정개님... 보고 오면 마음이 아파요.. 봉사를 생활화 하시는 분들이 너무 존경스러운거 있지요..

모1 2005-09-0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가 수녀신가요? 저희 사촌언니도 수녀인데..이번에 한 무슨 의식을 한다고 하더군요. 못본지..꽤 됬는데...

인터라겐 2005-09-04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언니는 아니고 학교 다닐때 맨날 붙어 다니던 언니예요.. 저보다 한살 많은... 아 모1님 사촌언니 분도..

perky 2005-09-05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다닐때, 주로 방학때 꽃동네에서 자원봉사 한 적이 있었어요. 정신지체아들, 치매환자들 식사 떠먹여주고, 목욕시키고, 같이 대화도 나누고 했었는데요.. 맘도 너무 아팠고, 세상의 불공평함에 분노했었던 기억이 나요.

인터라겐 2005-09-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차우차우님도.. 주변에 보니 그곳에서 봉사활동 하신 분들이 많으세요..
저야 뭐 그냥 수녀님 만나러 갔던 것인데.. 그죠... 전 잠시 잠깐 그 분들으르 만났던 건데 마음이 아팠어요.. 나라에서 해주지도 못하면서 그곳에 대해 안좋은 말을 하고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더 열불이 나구 화가 나더만요..

2005-09-06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5-09-0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 주신님.. 가까이에서 뵈니깐 그런게 다 오해 같았어요.. 진정 농부의 모습이셨어요.. 그곳에 계신 분들도 밖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한번씩 오해가 있다고 하면서 안타까워 하신던걸요... 다녀오니 마음이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