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문학3 1호 - 2017년 1호, 창간호 문학3 1
문학3 기획위원회 엮음 / 창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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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문학사상과 현대문학이라는 월간지와 함께 수많은 문학계간지를 정기구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창작과 비평이라는 계간지도 있었다. 문학지를 받으면 제일 먼저 단편소설들을 주목하여 읽었다. 현실에서 고뇌하고,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해 헤매이고, 무엇이 진리인지를 고민하는 생각들이 깨끗이 정제된 커피처럼 담겨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문학잡지에 실린 글들이 문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쓰이는 용어와 그들만의 고민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문학지에 실린 대담 역시 대부분 문학계의 현실이라든지, 문학의 나아갈 방향 등과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이 읽을 때 이방인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와 함께 현실의 삶이 각박해지고, 문학이 이런 현실을 닮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하나씩 구독을 끊어갔다. 이제는 시골집에 십 년 넘게 구독하던 문학잡지들이 거대한 유물처럼 쌓여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겨우 몇 권의 계간지만을 정기구독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요사이 다시금 문학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예전의 틀에서 벗어서 새롭게 현실과 소통하려는 문학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나무에서 출간하는 예술과 문학을 접목한다는 Axt라는 잡지를 읽고 있다. 또 민음사에서 출간하는 현실적인 주제들과 문학을 접목사는 Litter라는 잡지도 구독하고 있다. 이제는 세상과 소통하려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학잡지가 출간되었다. 창비에서 출간한 [문학3]라는 잡지이다.

 

창간지의 인사글에 해당되는 '문학3'을 시작하면서'에는 이런 표제를 담고 있다. "문학은 모두의 말이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문학은 단순히 '읽기'와 '쓰기'가 아닌 '하기'의 방식으로 다시 사유되어야 합니다." 이 잡지가 문학이 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잡지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종이 잡지의 한계를 넘어서 인터넷을 통한 토론과 만남도 병행하려는 시도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주목'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공간에는 문학의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김미정 평론가는 아우슈비츠의 고발을 담고 있는 쁘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이다]라는 책을 통해 문학은 비록 개인이 쓰는 것이지만, 개인과 연관된 타자와 삶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쓴다는 행위는 어쩌면, 명확하게 구분되어 존재한다고 믿어온 나와 타자의 완고함이 지워지는 과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일무이한 '나'의 완고함 마저도 지워진다. 그러므로 쓰는 이는 기쁨, 슬픔, 안타까움, 분노 등등을 쓰기도 하지만, 실은 기쁨, 슬픔, 안타까움, 분노 등'이' 쓰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현실구속력이 없는 유동적 주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나'의 특이성을 지우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오히려 쓰는 '나'의 내면이나 자기의 '비밀'이 주변 세계와 마주치며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세계가 어떻게 나의 비밀을 경유해 고유한 세계로 재창조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 P 16

 

시 부문에서는 워낙 시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유독 이수명 시인의 '아무도 태어나지 않은 해였다'라는 시가 마음에 와 닿는다. 홍수라는 이미지 속에서 느끼고 있는 화자의 혼란이 마치 이 시대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소설에서는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모두 지금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대부분의 소설이 이 시대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김경욱 작가의 [V:최근 발굴된 인류세 호모사피엔스 유물의 특이점에 대하여]라는 소설은 매우 실험성이 보이면서 현실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미래의 인류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볼까? 마치 찰톤 헤스톤이 주연했던 [혹성탈출]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잡지 곳곳에는 탄핵정국의 현실을 담고 있는 사진들과 글들이 있었고,  현실을 담고 독자와 소통하려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월 3회 발행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 잡지가 계속해서 많은 독자와 소통하는 가운데 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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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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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치열한 삶을 꿈꾸었다. 세상에서 살면서 내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잡고 평생 씨름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그런 삶이 부담스럽다. 그냥 물 흐르듯이 흐름에 몸을 맡기는 삶을 살고 싶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 그럼에도 아직도 삶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 열정과 몸부림이 부럽다.

[영혼의 무기]라는 방대한 이응준 작가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한 마디로 정리하라면 바로 이 '치열함'이다. 이 책은 작가가 그동안 써왔던 많은 양은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두께가 무려 800페이지가 넘는다. 내용 역시 단순한 삶에 대한 감상에서부터 시작해서 영화나 책에 대한 감상, 정치적인 이야기,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인터뷰 내용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느낌을 한 편의 서평에 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앞에서 이야기한 바로 그 '치열함'이다.

이 책의 서문에 해당되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바로 자신의 이 치열함을 이야기한다. 그는 스무 살 때 가졌던 세상을 향한 열정을 아직도 간직하며 글을 쓰고 있다고 회고한다.

"스무 살 무렵을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삶의 해답에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근접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맹랑했던 것일까, 어리석었던 것일까. 그때로부터 자못 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냉정한 결과는 비참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라리 허망에 가깝다. 확실한 패배보다 오히려 더 괴로운 오리무중 속에서 나는 고정 중이다. - 중략- 나는 무턱대고 내 인생과 싸우듯 다만 세상에 지지 않으려는 본능에 기대어 이 산문들을 써 내려갔다. 때로는 멍하니 걷던 길 위에서의 작은 수첩 속 몇 줄이었고 대로는 하루 이틀을 꼬박 뜬 눈으로 버티는 고단한 몇 장이었으나 분명한 것은, 뜻밖에도 바로 그것이 맹랑하고도 어리석기 그지없는 내 인생이 세상과 화해하는 유일한 길이었다는 사실이다. 스무 살 무렵의 나와 지금의 나는 아직도 사막과 가시덤불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지만, 그때의 그와 오늘의 나는 죽음과 같은 안식에 눕기보다는 불구덩이 같은 생을 가로지르려 노력하기에 여전히 이렇게 한 사람이다." P 10-11

 

그의 치열함은 단순히 글쓰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치에 대한 그의 견해 역시 편안한 길을 가기보다는 모두에게 돌을 맞는 중도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중도란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모두 공격을 받고, 무능하거나 우유부단함으로 비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도야 말로

"우리의 습관 같은 선입견과는 완전 다르게, 사실 중도만큼 정치적으로 래디컬 한 입장도 없다. 극우와도 싸우고 극좌와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주의자는 그 어느 혁명가보다 치열하고 그 어느 애국자보다 중후하다. 흰옷에 떨어진 피보다 선명한 중도는 회색주의자가 아니다. 중도는 어설픈 화해를 거부하고 옳은 판단을 내려 행동하는 강력한 이성의 실현이다. 사랑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아닌 너의 무관심은 중용이 아니라 한갓 중간이며 사랑할 때는 사랑하고 미워할 때는 미워하는 절도에 중용의 본질이 있노라고 철학자 우송 김태길 선생은 갈파하지 않았던가. 아직도 대한민국 안에서 좌에게 이용당하고 우에게 휘둘리고 있는 중도주의자 백범에게 아쉬웠던 것은 정당성도 의지도 아니었다. 오직 힘이었다. 실력 없는 중도는 그저 갈등하는 소수일 뿐이다." - P 159

이 얼마나 예리하고 날카로운 지적인가? 나 역시 정치적 중도를 표방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항상 보수와 진보에게 욕을 먹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사람들의 목소리만이 항상 진리인 것처럼 포장되는 것일까? 극단은 결국 자신 외의 사람들은 모두 적으로 돌리고, 결국에는 끔직한 학살?을 꿈꾸는데도...

 

사랑에 대한 그의 메시지 역시 남다르다.

"사랑은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부러 사랑을 해서 고통을 받는다. 그 고통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삶의 비밀에 한 발짝씩 접근할 수 있다. 그 비밀을 풀어낸다는 소리가 아니다. 불꽃에게 다가가듯 이 세계와 사랑에게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일 뿐, 와중에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그 사람마저도, 전부 불에 타 사라질 수도 있다. 사랑의 고통을 맛볼 것인가, 아니면 회피할 것인가. 선택은 각자에게 달려 있다. 대체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죽음이며 무엇이 이 세계란 말인가? 내가 사랑한다고 미고 있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재에게서는 재의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다. 죽은 불의 냄새가 난다. 우리는 불꽃인가? 자, 이제 어쩔 작정인가?" P 376-7

글을 읽으면서 글 속에서 그 사람의 치열함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짜릿한 즐거움인가? 내가 살지 못한 그 치열함을 타인의 글로서나마 대신 맛볼 수 있으니... 스스로를 산문가도, 소설가도, 대설가도 아닌 이설가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지옥과 연옥의 국경선에 참오를 파고 전쟁을 기다리는 말단 병사와 같은 심정으로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과연 그런 심정이란 어떤 심정일까? 비록 치열한 글 쓰는 삶은 살지 못했지만, 이응준 작가의 이설집을 통해 그런 삶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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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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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에서 주인공과 아사코의 세 번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 던 사람들이 우연이라는 접점에서 부딪히게 된다. 마치 거대한 빙하가 충돌하듯이, 멘틀과 멘틀이 부딪히듯이, 두 세계가 겹치게 된다. 한차례의 거대한 충돌이 일어난 후 서서히 두 세계는 멀어지고, 다시 서로의 세계로 돌아간다. 피천득 작가의 글처럼 인생에서 이런 세 번씩의 충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한 번의 거대한 충돌 이후 두 세계는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가 다른 세계에 산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인생을 살아가단다.

중국 작가 장자자의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장자자는 왕가위 감독과 양조위와 금성무 주연으로 유명한 [파도인]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중국에서는 그의 소설도 매우 인기가 있는데. 특히 이 소설은 중국의 웨이보 블로그에서 올린 작가의 시리즈이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남녀의 이별 이야기들이 47개가 올려져 있다. 하나같이 가슴 아픈 사연들이다. 이런 아픈 사연들은 작가의 특유의 감각적인 필치로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작품마다 하나의 이미지를 강하게 떠오르게 하는 내용들이 많은데, 첫 번째 소설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에서는 모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른다. 도시가 오래되어 모래로 변하는 이미지이다. 작가는 그 모래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모래로 변해가는 것은 한때 절실했던 사랑의 순간을 의미한다.

소설에서는 작가인 '나'는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친구인 마오시바와 리즈라는 여자와의 사랑을 이어준다. 마오시바는 리즈에게 청혼하고, 선물로 내비게이션을 선물한다.  그 내비게이션에는 마오시바의 목소리가 친히 녹음되어 있다. 리즈는 운전을 할 때마다 남자친구의 익살스러운 목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리즈는 선물로 받은 내비게이션을 '나'에게 던져주고 마오시바를 떠난다. 마오시바가 선물을 돌려받지 않았기에 나는 마오시바의 목소리가 나오는 내비게이션을 들으며 운전을 한다. 그리고 마오시바의 절실했던 사랑, 그리고 변해버린 사랑에 안타까워한다. 우연히 마오시바가 리즈에게 프러포즈했던 다오청을 갈 때 다시금 마오시바의 절실한 사랑고백을 듣게 된다.

내비게이션 속 마오시바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어.
그날 마오시바는 구름이 드리운 산 중턱에서 부드러운 풀 위에 무플을 꿇고 그녀에게 말했겠지.
"리즈야, 사랑해."
오늘도 마오시바는 구름이 드리운 산 중턱에서 부드러운 풀 위에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말했어.
"리즈야 사랑해."
다오청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마오시바와 리즈에게는 이미 모래 도시가 되어 버렸어.
사람의 기억은 도시와 같아. 시간은 모든 건물을 좀먹고 높은 빌딩과 도로를 사막으로 만들어버리지. 만약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금세 모래에 파묻히고 말 거야. 그러니 얼굴이 온통 눈물로 범벅되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뒤돌아보더라도, 앞으로 나가야만 해. (P 22)

소설에는 작가 장자자의 사랑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실화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모호함 속에서 작가의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필치로 펼쳐져 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 소설에 실린 여러 편이 영화화되고 있다니 한국에도 개봉되면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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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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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할런 코벤을 접한 건 몇 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6년]이란 작품을 통해서이다. 책 띠지에는 큰 표시로 "세계 3대 장르문학상 석권! 스릴러의 제왕 할런 코벤"이라고 쓰여있었다.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은 얼마나 대단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구입해서 읽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그때는 조금 실망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워낙 기대가 컸던 탓인 것 같다. 읽은 후 '도대체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은 누가 지정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 [영원히 사라지다] [숲]이라는 작품들을 읽으며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신작인 [미싱 유]까지... 지금까지 읽은 네 권의 할런 코벤의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유명한 스릴러 작가가 그렇듯이 그의 최신작보다는 예전 작품으로 갈수록 그 구성이나 필치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프리 디버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생각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주인공이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 속에서 가족이나 애인과 같이 중요한 사람이 사라졌다. 어린 시절 형이 강간 살인사건으로 사라졌거나(영원히 사라지다), 가족이 운영하는 캠프장에서 실종사건으로 여동생이 사라지거나(숲), 애인이 말도 없이 사라졌다(6년). 그리고 어느 날 이들이 갑자기 나타난다. 과거의 트라우마와 함께...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사건과 직면하고, 감추었던 어마어마한 진실을 알게 된다.

비교적 할런 코벤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시선]이 비채에서 다시 재 출간되었다. 원래 이 책은 모중석 스릴러로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합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예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새로운 모습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다시금 할런 코벤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단 한 번의 시선]에서도 과거의 트라우마와 사라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과거에 보스턴 대학살로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그레이스라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많은 사람이 죽은 이 사건에서 뇌와 온몸에 부상을 입은 그녀는 겨우 살아남았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가정적인 남편인 잭과 함께 두 자녀를 데리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가끔 당시의 악몽에 시달리지만, 이제는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그녀의 삶에 갑자기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던져진다. 어디서 끼워졌는지 모르지만, 단란한 가족사진을 현상한 곳에 낡은 사진이 한 장 끼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5명의 남녀가 행복한 듯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가운데 여성의 머리 위에는 엑스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레이스는 자세히 사진을 살펴보다가 그중 한 명이 자신의 남편 잭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잭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자, 무척 당황한 잭은 어디론가 통화를 한 후 사라진다. 그레이스는 실종된 잭을 추적하면서, 점점 그 사진에 담긴 진실을 다가간다. 그리고 그 사진 속의 남녀가 결국 자신이 연관되어 있는 보스턴 대학살까지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할런 코벤의 소설은 마지막 반전 속의 반전으로 유명하다. 흔한 이야기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이 소설 역시 끝의 반전에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쯤, 마지막에 또 한 방 큰 것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할런 코벤의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들이 완벽하게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 언급하는 사소한 내용들이 후반의 퍼즐을 맞출 때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라는 인물이다. 우는 소설 속에서 잭을 납치하고, 그레이스를 끝까지 괴롭히는 잔혹하고 뛰어난 킬러로 등장한다.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 사람이다. 너무나 잔혹하게 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우'라는 인물이 사건에 뛰어든 이유가 조금 모호하다. 그가 단지 감방 동료의 부탁으로 이런 대단한 일에 끼어든다는 것이 조금 납득이 안 갔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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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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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안타까운 과거의 기억들이 있다. 그때 그 일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렇게 행동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때 그 사람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상처에 사로잡혀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만약 그런 사람들에게 과거로 돌아가게 해 준다면... 그래서 그때 그 사건과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일본 작가 이누이 루카의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는 바로 이런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소설집이다. 이 소설에는 과거의 아픔과 만나는 6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소설 [한 밤의 동물원]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부모님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한 소년이 한 밤중에 몰래 동물원을 찾으며 발생하는 이야기이다. 그는 그곳에서 동물원 관리인을 만난다. 그는 소년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인생에 대한 소중한 조언도 해 준다. 그러나 관리인은 소년이 보는 앞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고 만다. 소년은 관리인의 도움으로 친구들이 괴롭힘에서 벗어나 청년이 되고, 자신이 어린 시절 방문했던 동물원의 관리인이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자신이 어렸을 때 만났던 관리인의 모습과 자신이 닮아 있음을 발견한다.

두 번째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년]은 가장 멋진 구성을 보인 소설이었다. 하지메는 아빠와 젊은 새엄마와 산다. 하지메는 새엄마를 좋아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를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진이 나고, 겨우 하지메만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새엄마와 비슷하지만 훨씬 나이가 든 중년의 아줌마를 만난다. 하지메는 하루 동안 그 아줌마의 집에 머물며 새엄마와 하지 못 했던 것들을 한다.

세 번째 소설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은 읽는 내내 가장 안타까움으로 읽은 소설이다. 소설은 한 여성 복지사 실습생이 같은 이름의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이시바시라는 할아버지는 평생 한방을 노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짐을 지우며 살았다. 그럼에도 항상 자신을 믿어주는 아내가 있었다. 결국 아내는 암이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시바시는 아내가 죽는 그 장소로 다시금 돌아가고자 한다. 그곳에 돌아가면 그는 꼭 바꾸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네 번째 소설 [뱀 불꽃]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평범하게 나이를 들어가는 한 여성이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들과의 약속대로 15년 전의 학교를 찾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쩐 일인지 그녀는 15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15년 전의 친구들을 만난다. 15년 후에는 세상에 없는 친구들을...

다섯 번째 소설 [did not finish]는 평생 변변치 못한 성적만 내고, 인생의 후회만 남은 스키인이 사고로 죽으며, 자신의 과거를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 소설인 [밤 산책]은 앞의 소설과는 달리 그나마 희망적인 소설이었다. 눈의 고장이 삿포로로 전근을 간 한 여성이 한 노인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는 단지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빠져서 인식을 못했는데, 막상 읽고 나서 생각하니 이 소설에서 대부분 주인공들이 만나는 사람들이나 주인공 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죽은 존재였거나, 환상 속에서 만나는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무서움의 감정보다는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이 지배를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의 과거를 향한 안타까움이 읽는 내내 전해져서 나 자신의 안타까운 과거를 생각해 보기도 했었다.

대부분 심리학이나 자기개발서 등의 책에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보면 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존재는 과거의 사건들이 모여서 지금의 자신이라는 인격체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싫든 좋든 과거를 버릴 수는 없다. 과거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과거까지도...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이런 가슴 아픈 과거까지도 결국에는 삶의 일부분이었음을 이야기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너무 아픈 과거는 아무리 부정해도 그 역시 삶의 일부분이다. 돌이키거나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까지도 내 삶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그렇게 아픈 과거이지만, 그 아픔 속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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