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문학3 1호 - 2017년 1호, 창간호 문학3 1
문학3 기획위원회 엮음 / 창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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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문학사상과 현대문학이라는 월간지와 함께 수많은 문학계간지를 정기구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창작과 비평이라는 계간지도 있었다. 문학지를 받으면 제일 먼저 단편소설들을 주목하여 읽었다. 현실에서 고뇌하고,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해 헤매이고, 무엇이 진리인지를 고민하는 생각들이 깨끗이 정제된 커피처럼 담겨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문학잡지에 실린 글들이 문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쓰이는 용어와 그들만의 고민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문학지에 실린 대담 역시 대부분 문학계의 현실이라든지, 문학의 나아갈 방향 등과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이 읽을 때 이방인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와 함께 현실의 삶이 각박해지고, 문학이 이런 현실을 닮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하나씩 구독을 끊어갔다. 이제는 시골집에 십 년 넘게 구독하던 문학잡지들이 거대한 유물처럼 쌓여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겨우 몇 권의 계간지만을 정기구독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요사이 다시금 문학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예전의 틀에서 벗어서 새롭게 현실과 소통하려는 문학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나무에서 출간하는 예술과 문학을 접목한다는 Axt라는 잡지를 읽고 있다. 또 민음사에서 출간하는 현실적인 주제들과 문학을 접목사는 Litter라는 잡지도 구독하고 있다. 이제는 세상과 소통하려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학잡지가 출간되었다. 창비에서 출간한 [문학3]라는 잡지이다.

 

창간지의 인사글에 해당되는 '문학3'을 시작하면서'에는 이런 표제를 담고 있다. "문학은 모두의 말이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문학은 단순히 '읽기'와 '쓰기'가 아닌 '하기'의 방식으로 다시 사유되어야 합니다." 이 잡지가 문학이 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잡지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종이 잡지의 한계를 넘어서 인터넷을 통한 토론과 만남도 병행하려는 시도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주목'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공간에는 문학의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김미정 평론가는 아우슈비츠의 고발을 담고 있는 쁘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이다]라는 책을 통해 문학은 비록 개인이 쓰는 것이지만, 개인과 연관된 타자와 삶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쓴다는 행위는 어쩌면, 명확하게 구분되어 존재한다고 믿어온 나와 타자의 완고함이 지워지는 과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일무이한 '나'의 완고함 마저도 지워진다. 그러므로 쓰는 이는 기쁨, 슬픔, 안타까움, 분노 등등을 쓰기도 하지만, 실은 기쁨, 슬픔, 안타까움, 분노 등'이' 쓰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현실구속력이 없는 유동적 주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나'의 특이성을 지우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오히려 쓰는 '나'의 내면이나 자기의 '비밀'이 주변 세계와 마주치며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세계가 어떻게 나의 비밀을 경유해 고유한 세계로 재창조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 P 16

 

시 부문에서는 워낙 시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유독 이수명 시인의 '아무도 태어나지 않은 해였다'라는 시가 마음에 와 닿는다. 홍수라는 이미지 속에서 느끼고 있는 화자의 혼란이 마치 이 시대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소설에서는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모두 지금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대부분의 소설이 이 시대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김경욱 작가의 [V:최근 발굴된 인류세 호모사피엔스 유물의 특이점에 대하여]라는 소설은 매우 실험성이 보이면서 현실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미래의 인류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볼까? 마치 찰톤 헤스톤이 주연했던 [혹성탈출]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잡지 곳곳에는 탄핵정국의 현실을 담고 있는 사진들과 글들이 있었고,  현실을 담고 독자와 소통하려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월 3회 발행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 잡지가 계속해서 많은 독자와 소통하는 가운데 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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