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평점 :

내가 처음 할런 코벤을 접한 건 몇 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6년]이란 작품을 통해서이다. 책 띠지에는 큰 표시로 "세계 3대 장르문학상 석권! 스릴러의 제왕 할런 코벤"이라고 쓰여있었다.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은 얼마나 대단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구입해서 읽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그때는 조금 실망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워낙 기대가 컸던 탓인 것 같다. 읽은 후 '도대체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은 누가 지정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 [영원히 사라지다] [숲]이라는 작품들을 읽으며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신작인 [미싱 유]까지... 지금까지 읽은 네 권의 할런 코벤의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유명한 스릴러 작가가 그렇듯이 그의 최신작보다는 예전 작품으로 갈수록 그 구성이나 필치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프리 디버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생각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주인공이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 속에서 가족이나 애인과 같이 중요한 사람이 사라졌다. 어린 시절 형이 강간 살인사건으로 사라졌거나(영원히 사라지다), 가족이 운영하는 캠프장에서 실종사건으로 여동생이 사라지거나(숲), 애인이 말도 없이 사라졌다(6년). 그리고 어느 날 이들이 갑자기 나타난다. 과거의 트라우마와 함께...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사건과 직면하고, 감추었던 어마어마한 진실을 알게 된다.
비교적 할런 코벤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시선]이 비채에서 다시 재 출간되었다. 원래 이 책은 모중석 스릴러로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합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예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새로운 모습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다시금 할런 코벤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단 한 번의 시선]에서도 과거의 트라우마와 사라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과거에 보스턴 대학살로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그레이스라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많은 사람이 죽은 이 사건에서 뇌와 온몸에 부상을 입은 그녀는 겨우 살아남았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가정적인 남편인 잭과 함께 두 자녀를 데리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가끔 당시의 악몽에 시달리지만, 이제는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그녀의 삶에 갑자기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던져진다. 어디서 끼워졌는지 모르지만, 단란한 가족사진을 현상한 곳에 낡은 사진이 한 장 끼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5명의 남녀가 행복한 듯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가운데 여성의 머리 위에는 엑스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레이스는 자세히 사진을 살펴보다가 그중 한 명이 자신의 남편 잭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잭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자, 무척 당황한 잭은 어디론가 통화를 한 후 사라진다. 그레이스는 실종된 잭을 추적하면서, 점점 그 사진에 담긴 진실을 다가간다. 그리고 그 사진 속의 남녀가 결국 자신이 연관되어 있는 보스턴 대학살까지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할런 코벤의 소설은 마지막 반전 속의 반전으로 유명하다. 흔한 이야기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이 소설 역시 끝의 반전에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쯤, 마지막에 또 한 방 큰 것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할런 코벤의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들이 완벽하게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 언급하는 사소한 내용들이 후반의 퍼즐을 맞출 때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라는 인물이다. 우는 소설 속에서 잭을 납치하고, 그레이스를 끝까지 괴롭히는 잔혹하고 뛰어난 킬러로 등장한다.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 사람이다. 너무나 잔혹하게 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우'라는 인물이 사건에 뛰어든 이유가 조금 모호하다. 그가 단지 감방 동료의 부탁으로 이런 대단한 일에 끼어든다는 것이 조금 납득이 안 갔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