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안타까운 과거의 기억들이 있다. 그때 그 일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렇게 행동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때 그 사람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상처에 사로잡혀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만약 그런 사람들에게 과거로 돌아가게 해 준다면... 그래서 그때 그 사건과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일본 작가 이누이 루카의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는 바로 이런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소설집이다. 이 소설에는 과거의 아픔과 만나는 6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소설 [한 밤의 동물원]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부모님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한 소년이 한 밤중에 몰래 동물원을 찾으며 발생하는 이야기이다. 그는 그곳에서 동물원 관리인을 만난다. 그는 소년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인생에 대한 소중한 조언도 해 준다. 그러나 관리인은 소년이 보는 앞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고 만다. 소년은 관리인의 도움으로 친구들이 괴롭힘에서 벗어나 청년이 되고, 자신이 어린 시절 방문했던 동물원의 관리인이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자신이 어렸을 때 만났던 관리인의 모습과 자신이 닮아 있음을 발견한다.

두 번째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년]은 가장 멋진 구성을 보인 소설이었다. 하지메는 아빠와 젊은 새엄마와 산다. 하지메는 새엄마를 좋아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를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진이 나고, 겨우 하지메만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새엄마와 비슷하지만 훨씬 나이가 든 중년의 아줌마를 만난다. 하지메는 하루 동안 그 아줌마의 집에 머물며 새엄마와 하지 못 했던 것들을 한다.

세 번째 소설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은 읽는 내내 가장 안타까움으로 읽은 소설이다. 소설은 한 여성 복지사 실습생이 같은 이름의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이시바시라는 할아버지는 평생 한방을 노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짐을 지우며 살았다. 그럼에도 항상 자신을 믿어주는 아내가 있었다. 결국 아내는 암이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시바시는 아내가 죽는 그 장소로 다시금 돌아가고자 한다. 그곳에 돌아가면 그는 꼭 바꾸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네 번째 소설 [뱀 불꽃]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평범하게 나이를 들어가는 한 여성이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들과의 약속대로 15년 전의 학교를 찾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쩐 일인지 그녀는 15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15년 전의 친구들을 만난다. 15년 후에는 세상에 없는 친구들을...

다섯 번째 소설 [did not finish]는 평생 변변치 못한 성적만 내고, 인생의 후회만 남은 스키인이 사고로 죽으며, 자신의 과거를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 소설인 [밤 산책]은 앞의 소설과는 달리 그나마 희망적인 소설이었다. 눈의 고장이 삿포로로 전근을 간 한 여성이 한 노인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는 단지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빠져서 인식을 못했는데, 막상 읽고 나서 생각하니 이 소설에서 대부분 주인공들이 만나는 사람들이나 주인공 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죽은 존재였거나, 환상 속에서 만나는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무서움의 감정보다는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이 지배를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의 과거를 향한 안타까움이 읽는 내내 전해져서 나 자신의 안타까운 과거를 생각해 보기도 했었다.

대부분 심리학이나 자기개발서 등의 책에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보면 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존재는 과거의 사건들이 모여서 지금의 자신이라는 인격체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싫든 좋든 과거를 버릴 수는 없다. 과거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과거까지도...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이런 가슴 아픈 과거까지도 결국에는 삶의 일부분이었음을 이야기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너무 아픈 과거는 아무리 부정해도 그 역시 삶의 일부분이다. 돌이키거나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까지도 내 삶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그렇게 아픈 과거이지만, 그 아픔 속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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