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을 읽다 보니. ESC에 술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나도 뭐 별로 술을 섞어 마시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용 중에 콘비라라는 술이 있단다. 맥주에 에스프레소를 섞은...고소한 흑맥주 맛이 난다는데.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당장 맥주 캔 하나 사서 에스프레소 하나 사서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에스프레소....

                  +      +      +       +       +

  시원한 맥주... 

이 두가지가 더해지면...콘 비라가 되겠지!!

근데, 맥주 사진 정말 잘 찍었다. 정말 시원해 보이는군.....캬~~ 

ps : 보드카 레몬도 맛있다는데...이번 참에 언제 한번 꼭 먹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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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서의 사랑 - 친밀성의 코드화
니클라스 루만 지음, 권기돈 외 옮김 / 새물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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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너무 어렵다.  그리고 쉬운 내용을 너무 비비꽈서 어렵게 쓰는 것 같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소개 기사를 읽고 아...'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을 '코드'로 해석하는 관점도 그렇고...그러나 역시 다른 책들에 밀려 읽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알라딘 중고샵에 있어 구입한 읽고 있다.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갑자기 선뜻 나만의 리뷰를 쓰고 싶었다. 밖에 비도 내리고. 오랜만에 창 밖에 내리는 비가 상쾌하다는 기분이 드는 날이다. 

오랜만에 줄 쳐가며 읽고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본다. 

01 사회와 개인  

02 상징적으로 일반화된 소통매체로서의 사랑

p. 36 "사랑을 오직 사회의 연대성으로만 요구해왔던 일체의 전통에 맞서 이제 사랑은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자 개인적(인격적)인 것으로 선언되기에 이르렀다. 몽테뉴의 유명한 정식화에 따르면 '그것은 그였기 때문에, 그것은 나였기 때문에' 사랑인 것이다." 

p.37 "사랑이라는 매체 자체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소통 코드이다." 

p.37-38 "사랑의 코드 안에 정박되어 있는 의의가 커지는 것, 바로 이것이 사랑하기를 학습하기, (사랑의) 징표를 해석하기, 미세한 징표를 통해 심대한 감정을 전하기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차이를 경험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흥분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바로 이 코드이다." 

p.45 "사랑은 그에 해당하는 소통의 문제들을 전적으로 고유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역설적으로 정식화하자면, 사랑이란 소통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소통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은 간접적 소통을 폭넓게 이용하며, 예감이나 이미 이해되어 있는 것에 의지한다." .... "연인들이 서로 맞추어 나가기 위해 소통적 행위, 질문, 사랑받는 자의 당부 등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받는 자의 체험은 사랑하는 자의 행위를 가능한 한 직접 유발해야 하는 것이다.

p.49 "하지만 신체적 접촉이라는 비언어적 소통은 언어적으로 통지되는 것에 대한 중요한 비논리적 해석 지평을 제공한다. 즉 비언어적 소통은 언어를 무력하게 하거나 보충할 가능성, 다시 말해 언표된 말을 그 의도가 드러나도록 구체화시켜 해석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p.56 "(성에 기초한) 친밀성의 코드화는 처음에는 일체의 기성 질서 바깥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런 코드화가 시작될 가능성은 의미론에서 '양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무엇보다도 친밀성이란 비이성적이고 허황된 것이며 불안정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런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사회적 재귀성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안정화된 체계 형성을 목표로 삼는 일 - 그 성공 여부는 오늘날까지도 논란거리이지만 - 이 진지하게 시작될 수 있었다. 사랑에 근거한 결혼이 그 성과이며, 이혼 가능성의 확장은 그에 대한 교정책이다. 그래서 결혼이 지속될지의 여부는 결혼 자체에 내맡겨져 있다."

03 소통 가능성들의 진화

p.58 "어떤 '본래적' 원인들에 행동이 귀속되는가?" 

p.59 "결혼은 천상에서 맺어지고 자동차 안에서 결별한다. 왜냐하면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상황에 맞추어 그가 생각하기에는 최선을 다해 운전하지만, 차에 동승해 운전자를 관찰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의 운전 방식에 의해 다루어지고 있다고 느끼면서 그런 운전 방식을 운전자의 성격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동승자는 오직 한 가지 방식으로만, 즉 잔소리를 하거나 비판하는 식으로만 행위할 수 있다. 그런 행위가 운전자의 동의를 얻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 택시 안에서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운전 방식에 관해 소통을 할 만한 계기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친밀관계에서는 바로 이런 상황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의해 테스트된다. 그는 (그의 세계가 아닌) 나의 세계에 근거를 두고 행위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의심이 생길 경우 소통을 통해 이를 밝혀보려고 시도하는 일을 어떻게 자제할 수 있겠는가? 체념한 채 말없이 그런 테스트는 감행하지 않겠다고 자신과 타인에게 다짐하는 다른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p.60 "사랑 본연의 경험은 사랑하는 주체 속으로, 즉 더이상 충분히 소통할 수 없고 무엇보다 성공적으로 소통할 수 없는 주체 속으로 물러나게 된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고려한다면, 오늘날 다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소통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왜 소통에 나서는지, 그것은 어떻게 제약되는지 또 소통을 위해 놓인 다리가 얼마나 좁고 위험한지 등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친밀 소통에서는 어떤 주제와 어떤 관찰의 도움을 받건 간에, 사랑이 지속되고 있음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해주는 의미의 과잉을 재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다."

p.61 "그런데 이런 노력이 다시 인사, 선물, 작별키스와 같은 습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반복된다는 징표를 띠지 않으면서 반복되어야 한다."

p.62 "즉 '언제나-동일하게-있는-것처럼'으로가 아니라 '사랑을-접하며-자라나고-있는'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 "사랑을 하는 자는 그가 애인을 통해 그리고 애인에 대한 사랑을 통해 그의 고유한 나(我)를 펴쳐나간다는 점을 바로 애인(자기 자신이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알고 있는 자)에게 증명하는데, 이런 일이 곧 위에서 말한 관념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체성을 다룰 때는 안정성 개념과 상승 개념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p.63 "관찰자인 타아는 자아의 행위를 보면서 사랑에 대한 각별한 신호를 탐색하는 데 반해, 자아는 상황이 요구하는 것들에도 사로잡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아의 입장과 타아의 입장을 빈번히 교체하는 것, 즉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교체를 막는 구조나 상황 - (여자는 요리를 하고 남자는 식사를 기다리는 식의) 경직된 역할 분화에 의해서건 (자동차 운전과 같은) 기법상의 필요에 의해서건 - 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p.64 "행동 기대나 역할 기대보다 높은 수준에서 갈등을 규제하던 사랑은 사회적 관계들이 인격화(개인화)됨과 동시에 그런 규제력을 잃게 된다. 사랑이 갈등 자체에 휘말려들기 때문이다." ... "혹시 너무나 많은 것을 약속했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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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에 1만5090개 파편 등록…우리 위성 7개 ‘미아’  

미국러시아 위성 충돌도…로봇팔로 수거기술 연구 

지구 궤도에는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이래 6600여개의 인공위성이 쏘아 올려졌다. 유럽우주국(에사)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물이 3만6131개에 이르며, 이 가운데 94%는 임무를 마치고 떠도는 인공위성이거나 부서진 파편들이라고 밝혔다. 에사는 2040년에 그 숫자가 12만7884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파편사업부’가 운용하는 미 우주감시망(SSN)에는 지난 1월6일 현재 위성체 3299개와 로켓 잔해물 및 파편 1만1791개 등 모두 1만5090개의 우주파편들이 등록돼 있다. 이는 지름이 10㎝보다 큰 경우만 추적한 것으로, 이보다 작은 파편까지 합치면 20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위성을 띄워 보내는 과학자들로서는 언제 ‘기뢰’를 만날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sat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파편사업부’가 광학망원경과 레이더 관측자료 등을 참고해 만든 컴퓨터 그래픽. 하얀 점 하나하나가 인공위성이나 로켓 잔유물 등 우주 파편을 나타낸다. 출처: 미국 항공우주국  

우리 위성 7개도 떠돌아

한 달 뒤면 우리나라는 자체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통해기위성)을 보유하게 된다. 통해기위성은 다음달 말께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발사장에서 발사돼 궤도에 안착하면 우리나라가 보유하는 11번째 위성이 된다. 그러나 실제 운용하는 위성으로 따지면 4번째다. 11개 위성 가운데 1992년 8월 최초로 발사된 ‘우리별 1호’를 비롯한 우리별 시리즈 3기, 과학기술위성 1기, 상용통신위성인 무궁화 시리즈 2기, 다목적 실용위성인 무궁화 1호 등 나머지 7개의 위성은 임무를 모두 마치고 우주를 떠돌고 있다. 이들이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와 산화하려면 적게는 수십년에서 많게는 1세기가 넘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대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관제팀장은 “위성에 센서를 달아 파편을 피하는 연구 등을 하고 있지만 아직 장착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아이티유)에 위성 궤도와 주파수를 등록할 때 특정 파편이 많이 몰린 궤도를 피해 등록을 한다”고 말했다. 항우연에서는 운용 중인 아리랑 2호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수백개의 파편을 추적하고 있다. 강경인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 위성연구실장도 “우주 파편에 부닥칠 확률은 백사장에서 모래를 맞추는 격으로 극히 낮다”고 했다.
table_sat 

충돌 남의 일이 아닐수도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 군사용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미국 상업용 통신위성 이리듐 33호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확률은 낮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나사 우주파편사업부는 실제로 지난해 우주 파편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모두 9차례에 걸쳐 인공위성과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궤도를 수정했다. 나사는 인공위성의 경우 충돌 확률이 1만분의 1 이상일 때, 우주정거장이나 왕복우주선은 1천분의 1 이상일 때 실제 대응을 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좀 더 적극적으로 우주 쓰레기를 직접 수거해 치우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로봇팔을 가진 소형 우주선을 띄워 올려 지구 궤도에 남아 있는 우주 쓰레기들을 붙잡아 활용도가 떨어지는 궤도로 보낸다는 것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시제품 실험 중으로 2~3년 안에 실 궤도상에서 시범 실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의 경우 수명이 다한 무궁화위성 1호를 잔여 연료를 이용해 애초 선회하던 궤도보다 150㎞ 이상 더 밀어올려 폐기궤도로 보내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2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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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댐·보 없애 한국과 대조
수질 악화·홍수피해 되레 심해지자 ‘재자연화’
10년 조사뒤 10년 공사 시민 ‘1급 휴식처’ 변신


» 20세기 초 제방을 쌓아 직선 수로로 바뀌었던 이자르강의 8㎞ 구간이 21년 동안의 복원 사업을 거쳐 자연하천으로 돌아갔다. 백사장과 여울이 되살아난 이자르강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강수욕을 즐긴다. 임혜지 박사 제공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물 위에 수십 마리의 고니떼가 따스한 봄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바로 옆 은빛 모래밭에서는 시민들이 옷을 벗어젖힌 채 일광욕과 강수욕을 즐기며 느긋하게 오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한없이 평화로운 이 풍경은 150년 전 만든 콘크리트 인공제방을 걷어내고 원래의 자연하천으로 돌아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시 이자르강의 최근 모습이다.

이자르강은 뮌헨을 통과해 도나우강으로 유입되는 총 길이 289㎞의 하천으로, 20세기초 독일은 홍수 등 기상 재해를 막기 위해 강을 직선 수로로 바꾸고 인공제방을 쌓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질이 점점 악화되고 지하수는 고갈됐으며, 홍수 피해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홍수란 강물이 굽이굽이 돌며 주변의 낮은 지대로 물이 넘쳐 흐르면서 그 위력이 줄어드는데, 완충지대가 없는 직선 수로는 피해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제방으로 물길을 가둔 일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뮌헨 시민들과 시민단체, 시 의회 등은 1989년 수로를 뜯어내 원래의 자연 하천으로 바꾸는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에 착수했다. 뮌헨시는 289㎞ 가운데 우선 8㎞를 복원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결합된 조사단을 만들어 10년 동안 철저한 사전조사와 준비기간을 거친 뒤, 2000년부터 3단계로 나눠 2010년에 완공한다. 8㎞를 복원하는 비용으로 약 3000만유로(458억원)가 소요됐다. 634㎞에 이르는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단 4개월만에 끝내고 22조원이 넘는 거대한 사업을 2년만에 완성하겠다는 한국 정부와는 사뭇 다른 신중한 모습이었다.

마침내 직선 수로에 갇혔던 강물이 원래대로 굽이굽이 돌아 흐르면서 여울과 모래밭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 주변엔 인공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조차 포장하지 않는 상태로 강둑 위에 조성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로만 가득 찼던 콘크리트 수로를 뜯어내자 강변의 자연이 되살아나 뮌헨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됐다. 뮌헨의 이자르 강변에 사는 독일 거주 동포 임혜지 건축가는 “아직 복원되지 않은 인공 수로 쪽에는 사람이 드물지만 여울과 모래밭으로 되살아난 강변에는 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찾아오고 있다”며 “자연 하천은 완공 직후 들이닥친 역사적 대홍수도 훌륭하게 막아냈다”고 말했다.

뮌헨시와 뮌헨시 수자원국은 이자르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공로로 독일수자원협회(DWA)가 2007년 제정한 ‘하천발전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단체 게올린데는 “작은 조약돌과 모래로 이뤄진 섬이 생겨났고 강이 생명을 되찾았다”며 “이제 이자르강은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반겼다.

지난해 이자르강을 탐방한 심우배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강살리기 사례’ 보고서에서 이자르강 복원의 주요 성과로 △홍수 때 피해 줄임 △유속을 낮춰 제방과 하상의 침식 막음 △취수시설 보호와 발전시설 안정에 기여 △여울과 백사장 등을 시민들이 활용, 다른 지역으로 가는 휴가자 줄임 △생태계 복원, 생물 다양성 증진 등을 꼽았다.

최근 <강은 살아있다>라는 책을 펴낸 환경운동가 최병성(47) 목사는 “유럽의 자연하천 복원사업은 원래의 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제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며 “만약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여 여울과 백사장을 없애고 수로를 만든다면 우리 후손들은 나중에 이를 자연하천으로 돌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예산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목사는 또 “정부는 유럽이 100년 전 시도했던 사업을 당장 멈추고 수중보와 제방에 갇힌 한강을 새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건강한 강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2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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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소식을 들을 때 느끼는 것은 일종의 ‘기시감’이다. 방송사 “좌파 청소”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전직 교수(!)를 보거나, 정권과의 유착에 대한 강한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한 종단의 지도자를 보거나, 옛날에 이미 본 듯한 느낌이다. 지배자의 충신이 되는 데에 스스로 자긍심을 내비치는 ‘지식인’, ‘반공’이나 ‘호국’의 기치를 내걸어 지배자들과 어울리는 종교인…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일상’일 뿐이다. 그러나 이 ‘일상’과 질적으로 다른 ‘사건’ 하나에 최근 깊은 감동을 받았다. 바로 고려대 여학생이 영혼이 없어진 대학을 자퇴 내지 거부하기로 한 일이었다. 이 결정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단순히 기업화되어가는 대학의 타락과 이 타락을 부추기는 ‘기업형 국가’의 문제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고통스러운 이 세상을 인간이 왜 사는가, 우리가 인생들에 부여하는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문제다.

이 여학생을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취업학원’이 돼버린 대학을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취업’이란 무엇인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다수의 무산자들이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노동력을 생산수단 소유자들에게 파는 방법, 즉 생존의 방법이다. 동물이면 단순한 생존 이상을 구하지 않겠지만,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간에게 생존 이상의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데에 있다. 만족스러운 인생의 필수조건은 생존이겠지만, 충분조건은 자아실현, 즉 자기만의 꿈을 가꾸는 것이다. 어르신들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꿈이든, 모든 이들에게 ‘소리’를 통해 기쁨을 주는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꿈이든, 무슨 일을 해도 늘 여유를 두고 역사책을 읽는 인문학 애호가가 되려는 꿈이든, 꿈이 없는 인생은 곧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의 연속이 된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어느 정도 복지국가의 기틀이 잡힌 사회에서는, 대학이란 꿈을 찾으러 오는 곳으로 인식된다. 4년 전에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의 중국학 전공 학생 150명에게 물어본 결과 전공을 선택했을 때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나 취업 가능성을 생각한 이는 3∼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나머지는 그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중국과의 “만남”을 원해서 왔다고 응답했는데, 이것이 정상적인 공부관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사회복지사를 꿈꾸어도 사회복지사의 59%가 비정규직으로 고생한다는 현실 앞에서 졸업 후에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등록금 대출금을 갚을 능력도 없지 않을까 겁이 나고, 개인레슨의 천문학적 비용과 음악인 취업시장의 포화상태로 집안이 부유하지 않은 한 음악인이 되려는 꿈을 애당초부터 접고, 아르바이트와 ‘스펙’ 쌓기에 정신없어 인문서를 읽는 걸 ‘사치’라고 여기게 되고…. 사회에 의해서 제어되지 않는 시장의 지배하에 사는 이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영원히 불안해서 꿈까지 생각할 심적인 여유가 생길 리 없다. 그저 ‘빵’을 위해 앞만 보고 계속 달려야 할 뿐이다. 기업형 국가, 기업형 대학의 현실에서는 우리는 꿈을 빼앗긴 채 하루하루 단순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해야 하는 ‘동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동물농장이 된 대학을 탈출해 ‘인간’으로서의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는 것은 이번 ‘대학 거부 사태’의 본질이 아니었는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된 사회에 대한 ‘거부’를 선언하지 않는 한 인간으로서의 본면목을 되찾기 힘든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한겨레신문 2010.3.29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ps : 물론 그 여학생의 선택을 존중한다. 내 개인적으로 힘든 선택이고 고귀한 선택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물농장'같은 이 세상에 순응(?)하며 적응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약육강식의 이 사회의 진면목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많은 숨어있는 '거부자'들을 사회의 양지로 떳떳이 나오게 할 수 없는 사회의 분위기와 구조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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