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댐·보 없애 한국과 대조
수질 악화·홍수피해 되레 심해지자 ‘재자연화’
10년 조사뒤 10년 공사 시민 ‘1급 휴식처’ 변신

» 20세기 초 제방을 쌓아 직선 수로로 바뀌었던 이자르강의 8㎞ 구간이 21년 동안의 복원 사업을 거쳐 자연하천으로 돌아갔다. 백사장과 여울이 되살아난 이자르강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강수욕을 즐긴다. 임혜지 박사 제공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물 위에 수십 마리의 고니떼가 따스한 봄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바로 옆 은빛 모래밭에서는 시민들이 옷을 벗어젖힌 채 일광욕과 강수욕을 즐기며 느긋하게 오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한없이 평화로운 이 풍경은 150년 전 만든 콘크리트 인공제방을 걷어내고 원래의 자연하천으로 돌아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시 이자르강의 최근 모습이다.
이자르강은 뮌헨을 통과해 도나우강으로 유입되는 총 길이 289㎞의 하천으로, 20세기초 독일은 홍수 등 기상 재해를 막기 위해 강을 직선 수로로 바꾸고 인공제방을 쌓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질이 점점 악화되고 지하수는 고갈됐으며, 홍수 피해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홍수란 강물이 굽이굽이 돌며 주변의 낮은 지대로 물이 넘쳐 흐르면서 그 위력이 줄어드는데, 완충지대가 없는 직선 수로는 피해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제방으로 물길을 가둔 일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뮌헨 시민들과 시민단체, 시 의회 등은 1989년 수로를 뜯어내 원래의 자연 하천으로 바꾸는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에 착수했다. 뮌헨시는 289㎞ 가운데 우선 8㎞를 복원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결합된 조사단을 만들어 10년 동안 철저한 사전조사와 준비기간을 거친 뒤, 2000년부터 3단계로 나눠 2010년에 완공한다. 8㎞를 복원하는 비용으로 약 3000만유로(458억원)가 소요됐다. 634㎞에 이르는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단 4개월만에 끝내고 22조원이 넘는 거대한 사업을 2년만에 완성하겠다는 한국 정부와는 사뭇 다른 신중한 모습이었다.
마침내 직선 수로에 갇혔던 강물이 원래대로 굽이굽이 돌아 흐르면서 여울과 모래밭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 주변엔 인공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조차 포장하지 않는 상태로 강둑 위에 조성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로만 가득 찼던 콘크리트 수로를 뜯어내자 강변의 자연이 되살아나 뮌헨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됐다. 뮌헨의 이자르 강변에 사는 독일 거주 동포 임혜지 건축가는 “아직 복원되지 않은 인공 수로 쪽에는 사람이 드물지만 여울과 모래밭으로 되살아난 강변에는 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찾아오고 있다”며 “자연 하천은 완공 직후 들이닥친 역사적 대홍수도 훌륭하게 막아냈다”고 말했다.
뮌헨시와 뮌헨시 수자원국은 이자르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공로로 독일수자원협회(DWA)가 2007년 제정한 ‘하천발전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단체 게올린데는 “작은 조약돌과 모래로 이뤄진 섬이 생겨났고 강이 생명을 되찾았다”며 “이제 이자르강은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반겼다.
지난해 이자르강을 탐방한 심우배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강살리기 사례’ 보고서에서 이자르강 복원의 주요 성과로 △홍수 때 피해 줄임 △유속을 낮춰 제방과 하상의 침식 막음 △취수시설 보호와 발전시설 안정에 기여 △여울과 백사장 등을 시민들이 활용, 다른 지역으로 가는 휴가자 줄임 △생태계 복원, 생물 다양성 증진 등을 꼽았다.
최근 <강은 살아있다>라는 책을 펴낸 환경운동가 최병성(47) 목사는 “유럽의 자연하천 복원사업은 원래의 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제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며 “만약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여 여울과 백사장을 없애고 수로를 만든다면 우리 후손들은 나중에 이를 자연하천으로 돌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예산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목사는 또 “정부는 유럽이 100년 전 시도했던 사업을 당장 멈추고 수중보와 제방에 갇힌 한강을 새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건강한 강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20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