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최근에 지리 관련 서적들이 꽤 출판되었다. 정리를 한번 해야되는데 나의 천성, 게으름 때문에 하지 못했는데, 생각난 김에 머리 속에 떠오르는 책들 몇 권 정리를 해본다. 

 

  

 

우선, 경기도 고양시 백신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고 계시는 유상철 선생님의 <카툰 지리>이다. 만화를 중심으로 한 지리 서적은 몇 권 존재한다. 예전 전국지리교사모임에서 만든 <한국지리 만화 교과서>, <세계지리 만화 교과서>, <경제지리 만화 교과서>가 있으며, 얼마 전 박정애 선생님이 만드신 <한 권으로 끝내는 만화 세계 지리>, 엄정훈 선생님이 만드신 <질문을 꿀꺽 삼킨 사회 교과서 : 세계지리>가 대표적이다. 물론 지리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낸 책까지 포함하면 책의 종류는 더욱 많다. 그리고 학생들 수능 교재로는 조성호 선생님이 만드신 <완전변태 그림교과서 한국지리>가 있다. 만화라는 소재상 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좋을 수 있으나 그림의 수준이 조금만 떨어지면 책의 수준까지 떨어져 보일 말큼 일러스트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만화'는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접근하기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책의 내용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책들을 자세하게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침체된 지리교육의 상황에서 이런 서적들이 많이 출판된다는 점은 우선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카툰 지리>는 일러스트나 책의 내용이 상당히 좋은 듯 하다. 그리고 본문 내용들도 읽기에 어렵지 않고 설명이 쉽게 되어 있어 학생들이 이해하기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때 머리말을 맨 처음 읽고 그 책의 느낌을 받은 다음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머리말을 읽어보면 저자의 지리에 대한 사랑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다. 일부분을 옮겨 본다.

2009 개정교육과정 <한국지리>와 <세계지리>의 단원별 주제를 기본으로 삼고 시중에 나와 있는 지리학 서적, 잡지, 신문, 영화, 소설, 음악, 고전 등에서 소재를 뽑아 재조직하였. ....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요리하기 전에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몸에는 어떤 것이 좋은지 생각하고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책과 인터넷을 뒤져 레시피를 찾습니다. .... '어떻게 하면 교실에서 더 많은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의 답은 '어머니의 마음'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이라.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책의 첫번째 꼭지 제목이 "지리학은 재미있다."이다. 저자의 지리에 대한 '애정'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그리고 이 책을 출판한 '황금비율'의 경우 출판사의 대표가 지리 전공자인 것으로 들었는데, 상당히 좋은 지리 교양서적을 많이 출판하고 있다. 책들이 많이 팔려서 출판사가 더욱 크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DMZ와 관련된 책이 비슷한 시기에 두 권 출간되었다. 한 권은 김창환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의 <DMZ 지리이야기>이고, 한 권은 생태지평연구소에서 펴낸 <DMZ 원정대>이다. <DMZ 원정대>의 경우 "비무장지대의 서쪽 백령도로부터 동쪽 강원도 인제군까지, 자연과 문화를 답사한 기록"을 담았으며, "10여살 아이들과 이들을 인솔하는 어린이 신문 기자로 구성된 ‘원정대’가 아이들의 시점으로 비무장지대를 직접 돌아보며 관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여느 책들과는 달리 청소년들도 어렵지 않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또한 <DMZ 지리이야기>의 저자인 김창환 교수님은 ‘DMZ HELP 센터’ 연구 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강원도민일보에서 나온 소개 기사를 일부 옮겨 놓는다.

세계 유일의 냉전 유산에서 삶의 공간,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나려는 ‘희망의 땅 DMZ’. ....

‘DMZ HELP 센터’와 ‘GIS 연구 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창환 강원대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교수가 ‘DMZ 지리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그는 책에서 지난 10여년간 DMZ와 접경지역에 대한 현지답사와 학술조사를 통해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DMZ에 대한 환상과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애썼다. .... 6·25전쟁으로 탄생한 특별한 공간인 DMZ. 제1장에서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DMZ’를 통해 DMZ의 탄생 비화를 생생하게 실었다. ‘삶의 터전이었던 DMZ’를 제목으로 한 제2장은 6·25 전쟁이 발생하기 전 형성된 마을 이야기를 다루고 DMZ와 접하고 있는 7곳의 접경지역의 등록문화재들을 재조명한다. 제3장 ‘남방한계선을 따라가는 지리여행’은 경기 파주와 연천군을 비롯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도내 접경지역들에 깃든 전쟁의 흔적과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지리여행을 떠난다. 제4장 ‘세계 유일의 DMZ, 어떻게 활용할까?’에서 저자는 DMZ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 다음 책은 아주 묵직한 두 권의 책이다. 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손일 교수님의 <앵글 속 지리학>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국의 곳곳의 모습을 담은 일종의 '사진첩'이다. 이런 류의 책으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권혁재 교수님의 <남기고 싶은 지리 사진들>과 2004년 나온 <남기고 싶은 지리이야기>의 개정판으로 2011년 나온 <우리 자연 우리의 삶; 남기고 싶은 지리 이야기>가 있다. <남기고 싶은 지리 사진들>은 아마도 권혁재 교수님이 고려대학교에서 퇴임하실때 즈음에 나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책 속의 1970년대 사진들을 보며 많은 생각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저 사진속 학생들은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좀 쓸데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사진의 매력이라는게 그런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나같은 경우 지금 현재의 모습을 찍은 사진보다는 과거의 모습을 담은 오래전 사진들이 나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사람이건 풍경이건.

 

얼마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학으로서의 지리학의 과제'란 주제로 대한지리학회 지리학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시간이 있어 오랜만에 학회 나들이(?)를 갔다, 그 때 <앵글 속 지리학>을 살펴 보았는데, 상당히 알찬 책이었다. 그리고 머리말에도 나오지만 손일 교수님이 사진과 사진기에 대해 준전문가적인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진의 '질'이 상당 수준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책의 판형이 좌우로 긴 형태라서 보관과 읽기에 좀 불편하다는 게 단점이다. 이것은 사진이 많은 책의 특성 때문인 것 같긴 하지만, 여하튼 개인이 읽고 소지하기에는 불편하다.

 

  

 

 

 

다음으로는 라루스 세계지식 사전 시리즈로 나온 <세계의 인구>이다. 이 책 뿐만 아니라 <석유의 종말>, <지속 가능한 발전>, <세계의 기후 지도>등 이 시리즈에는 지리학에서 참고하기에 좋은 책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비슷한 시리즈가 한겨레지식문고인데, 책의 내용이나 주제의식, 판형, 분량 등 거의 모든 점이 라루스 시리즈와 유사하다. 참고할 만한 책으로는 , <중동 전쟁이 내 출근길에 미치는 영향은>,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 등이 있다.

 

다음 책은 <땅의 마음>이다. 교보문고를 어슬렁 거리다. 매대 위에 있는 이 책을 본 순간, '최창조 교수님 책이군...'이라 생각 했는데, 책을 들추어 보니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를 보니 윤흥기. 우선 처음 보는 이름이다. 약력을 살펴보니 희한하게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대학교 환경학부 문화 지리학 교수라고 한다. 한국의 전통 풍수 사상을 영미권에 체계적으로 소개한 <한국의 풍수 문화> The Culture of Fengshui in Korea의 저자라고 한다. 또한 전공 분야 중 하나가 뉴질랜드 마오리 족의 생태 지리 사상이라고 한다. 풍수와 관련된 지리 서적은 그래도 몇 권 있으니, 나중에 우리 글로 된 마오리족의 생태 지리 사상과 관련된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는 고려대 지리교육과 남영우 교수님이 쓰신 <도시의 역사>이다. 남영우 교수님 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은 최재헌 교수님과 같이 쓰신 <도시와 국토> 제3판과 제4판이다. 임용고사 준비할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도시의 역사>에 대한 나의 기대는 좀 딱딱하지 않은 도시에 관한 역사지리 서적이었는데, 교보문고에서 살짝 읽어본 느낌은 아쉽게도 좀 '딱딱'하다는 것이다. 다분히 내 생각이지만. 그 다음 책은 제목부터 좀 고리타분(?)한 <촌락지리학>이다. 촌락지리학하면 학부 시절에 워낙 재미없게(?) 수업을 들었던 터라 좋지 않은 기억뿐이다. 그때 사용했던 책이 경북대학교 지리교육과 홍경희 교수님의 <촌락지리학>이다. 표지부터 모조리 '한자'다. 지형학은 좋아라 하고 재미가 있어 한자가 많은 3판 지형학 책을 옥편을 찾아보며 읽었는데, 이 책은 도저히 읽지를 못했다.(지금도 서재 한켠에 덩그리너 꾲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읽기 쉬운 촌락지리학(이 책은 교양서적은 아닌듯 하다.)을 쓰신 경상대학교 지리교육과 이전 교수님에게 너무나도 고마울 따른이다. 그런데 역시 아쉬운 점은 이 책 역시 너무 '딱딱'하다는 점이다. 젊은 학생들이 촌락지리학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기에는 너무 고리타분한 내용인 듯 하다.('촌락지리학'이라는 분과학문의 특성때문일수도) 좀 더 내용이 보완되어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 책들은 좀 무거운 내용의 책이다. 허우긍 교수 외 2명이 번역한 <경관으로 이해하는 미국>은 미국에 관한 본격적인 지리 안내 서적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기후, 역사, 공업 ....으로 시작하는 기존의 정형화되어 형식의 책은 아니다. 제목처럼 시대별 대표적인 '경관'을 중심으로 미국 사회를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책 소개글 일부를 옮겨 본다.

미국 경관을 노래하는 웅대한 교향곡
<경관으로 이해하는 미국>은 미국 중심의 지리서이다. .... 대부분의 주제가 현장 검증이 이루어진 결과로 정리되어 객관적이며 구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 논문처럼 어렵거나, 교과서처럼 따분한 내용은 없다. .... 우리나라에 소개된 미국에 관한 서적은 주로 역사, 정치, 외교, 경제 분야에 치우쳐 있었으며 대통령, 장군, 기업가와 같은 이른바 엘리트들의 이야기가 태반이었다. 그에 비해서 경관이라는 실질적인 방법은 미국의 거대 조직 이외에 ‘보통 사람’과 그들이 이룬 커뮤니티와 제도의 관점을 곁들여 독자의 시야를 넓혀 준다. 무심코 지나갈 법한 돌 표지판과 작은 가옥에서부터 거대한 인공 구조물, 유럽에서 건너 온 전통부터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질서, 보이지 않는 권력이 미친 영향을 담고 있는 경관을 담고 ....

마지막 책은 검색을 하다 알게 된 책이다. City College of San Francisco의 지리과 교수인 Darrel Hess가 쓴 <자연지리학>이다.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윤순옥 교수 외 12명이 번역한 책이다.(2011년 3월에 출판된 책이다.) 원본이 되는 책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책 내용의 수준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그래서 '번역'이 중요하겠지만, 아직 읽어보질 않아서 나중에 한번 들추어봐야 겠다.) 이 책은 Tom McKnight가 25년 전 처음 출판한 <McKinght’s Physical Geography> 제10판을 번역한 것이다. Tom McKnight는 UCLA에서 1956년 부터 1993년 까지 38년간 지리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한 권의 전공서적이 20여년간 꾸준히 수정, 증보되면서 발전되어 가는 그들의 출판 문화가 부러울 따름이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인 시그마프레스는 이런식의 번역서를 꾸준히 내 놓고 있다. <환경지리학>, <현대 인문지리>, <지리정보시스템 입문>과 Blij, H. J. De의 을 번역한 <개념과 지역 중심으로 풀어 쓴 세계지리>가 대표적이다.(이 책은 기근도 교수님과 지평 선생님들이 번역했다.)

 

책 욕심은 많아서 이렇게 정리는 해 놓고 눈여겨 보고는 있는데 이 중에 과연 몇권이나 구입을 하고 읽을지는 나도 모르겠다.(물론 이미 있는 책도 있지만...) 와이프가 장기간 출장이라 졸지에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다. 밥하고 빨래하고 설겆이 하고 규진이 어린이집 데려다 주고 집에 데려오고, 밥먹이고 목욕시키고 재우고 ㅠ.ㅠ 새삼 여자의 '슬픔'을 느껴보는 방학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2-02-0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툰지리 장바구니에 쏘옥~~~ 요 페이퍼 맘에 드네요^*^

햇빛눈물 2012-02-06 15: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ㅋㅋ

아무르호랑이 2023-11-16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 관련 서적 찾고 있었는데 정리를 잘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70억 인구의 날'을 맞이하여 비슷한 시기에 여러 신문에서 관련 글이 실렸다. 한번 모아봤다. 묘하게 논점이 조금씩 다르다.특히, 한국일보의 기사는 특히 눈에 띈다. 균형적이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글 같다. 사실 인구 증가가 정말 문제이기나 할까?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의 인구 감소도 문제일 수 있을까? 난 잘 모르겠다.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애기하는 그 문제들을....?  

사실 인구 문제는 '절대적인 수'의 문제라기 보다, 분배와 균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겨레신문 2011.10.24  인구 70억 

기원전 8000년 세계 인구는 500만명가량이었다. 그로부터 10억명이 되기까지 약 1만년의 시간이 걸렸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기원전 500년에 1억명을 넘었고 기원후 500년에 2억명으로 불어났다. 이후 세계 인구는 전염병과 전쟁으로 크게 증가하지 못하다가 베토벤, 나폴레옹이 활동했던 1805년쯤 10억명에 이르렀다. 19세기 들어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100년여 만에 20억명이 됐다. 

유엔은 10월31일을 ‘인구 70억의 날’로 정했다. 아동인권 비정부기구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의 인구밀집지역인 우타르프라데시에서 31일 태어날 여아를 70억번째 아기로 선정하기로 했다. 인도의 인구 증가세가 가장 빠른데다 남아선호 사상으로 여아 살해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초 5명의 아기가 태어난다. 분당 300명이고 하루 40만명꼴이다.

세계 인구는 2025년 80억명에 이르고 2100년 10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유엔은 전망한다.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의 인구가 크게 늘어 현재의 3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인도는 2030년 16억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될 전망이다.

인구 70억 시대는 유엔이 ‘70억 행동’에서 밝힌 대로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다. 인구과잉에 자원고갈 우려가 나오지만 진짜 자원은 인간이고 식량이 절대 부족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10억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보다 많은 15억명은 비만으로 고민하고 있다.

지구상에 살았던 생명체의 개체수를 세어온 아벤티스그룹이 2000년 내놓은 연구결과를 보면 태초부터 지금까지 태어난 인간의 총수는 1060억명에 이른다. 현존하는 우리는 1000억~1070억번째 생존대열에 놓여 있다.  

  

한국일보 2011.10.25  지구 인구 70억

아프리카대륙이 얼마나 넓은지 잘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적 상상을 초월하는 넓이다(3,000만㎢). 세계지도에서 북극 주위에 몰려 있는 러시아(1,700만㎢), 캐나다(997만㎢), 알래스카지역(153만㎢)를 합친 것보다 훨씬 넓다. 미국과 중국(각 960만㎢), 서유럽 전체(500만㎢)와 인도(316만㎢)를 합친 것보다도 넓다. 그런 아프리카가 '크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의 세계지도에서 왼쪽 끝에 위치해서도 그렇지만 위도를 기준으로 원통 형태로 쪼개 세계지도를 그렸기 때문이다. 둥근 지구본을 보면 아프리카대륙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 유엔이 10월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70억이라면 어른 아이 모두 인간 띠를 만들 경우 적도를 260바퀴 이상 돌 수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현생인류의 출현을 약 4만년 전으로, BC 8000년 경의 세계인구를 500만 명으로 추정했다. 서기 1년에 2억 명으로 추산됐던 것이 1800년 지나 10억 명이 됐다가 다시 200여년 후에 70억 명이 된 것이다. 산업혁명 과정에 살았던 맬더스(1766~1834)는 불과 50년 전(1750년)에 8억 명이었던 인구가 10억 명이 되는(1805년) 과정을 보면서 "인구는 기하급수적, 식량은 산술급수적 증가"라고 경고했다.

200여년 전 맬더스의 경고가 '70억 인구의 날'을 앞두고 가장 적나라하게 적용되어 가는 곳이 아프리카대륙이다. 전세계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대륙에서 중국 인도가 그 절반 이상이며 증가추세는 꺾이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중국 인도는 인구와 식량 관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과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와는 달라 보인다. 2007년 아시아 인구 40억, 아프리카 8억이었으나 2050년엔 아시아 52억, 아프리카 18억 명이 된다고 한다. 아시아 인구가 30% 늘어나는 동안 아프리카는 125% 증가한다는 얘기다.

그 넓은 땅덩어리에 그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어난다면 아프리카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와 식량 관계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미래사회의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겠다. '70억 인구의 날'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 주고 있다. 국가 단위 우리(남한)의 인구는 1950년에는 세계 24위였으나, 2007년엔 26위로 됐다가 2025년엔 31위, 2050년엔 44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는 갈수록 급증하는데 우리는 갈수록 격감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거시적인 담론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신문 2011.10.25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먹을거리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나눠먹을지가 문젭니다  

 누구는 이달 말이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미 넘었다고도 한다. 누가 맞았는지 정확히 알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 인구 70억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꼼수’가 등장했다. 유엔은 아예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동인권운동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시아주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를 ‘70억번째 아이’로 공인한다고 발표했다. 1초마다 2.5명, 1분에 150명씩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죽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누가 70억번째인지 어차피 알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벤트인 셈이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70억이 사는 지구는 마냥 축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 ‘덕택’에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지며 지구는 이미 완벽히 ‘연동’된 상태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해줄 만한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역사상 가장 ‘비관적’인 책을 쓴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다. 지난 200여년간 그의 저서 ‘인구론’에 비할 만한 논쟁을 낳은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일하다고 평가된다. 인구 10억명 시대에 살았던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 맬서스는 오늘날의 지구를 어떻게 평가할까. 2011년에 부활한 맬서스의 인구론 1, 2강을 들어보자.

제1강 ‘음울한 과학’ 인구론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강연을 기대했는데,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의 표정이 보이는군요. 네. 전 선천성 구개파열, 소위 말하는 언청이죠. 그래도 지금 보시다시피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은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한 이후에 여러 웅변대회를 휩쓸 정도였으니 강연에 대한 실망은 접으셔도 됩니다. 강단에 올라오기 전에 좀 들어보니 다들 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시더군요. 이해합니다. 200년이 지났으니, 제가 한 일만 남고 제 자신은 희미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우선 간단히 제 배경을 얘기하면서 시작하죠. 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목사로 일했고, 나름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1793년에는 지저스 칼리지의 평의원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주요한 관심은 당시의 정치와 경제에 있었습니다. 특히 복지정책이나 식량가격정책에 대해 깊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39살에는 이스트인디아컴퍼니 칼리지의 교수가 되면서 역사, 정치, 상업, 금융을 가르쳤습니다. 담당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처음 만들어진 분야였죠. 흔히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시조라고 여기지만, 스미스는 도덕철학 담당 교수였어요. 결국 제가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가 된 셈이죠.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오늘 여기 선 이유가 된 책. 바로 ‘인구의 원리에 관한 소론:고드윈, 콩도르세 및 기타 저술자의 연구를 논평하면서 장래의 사회개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함’이죠. 너무 기니까 그냥 여러분들이 부르는 대로 ‘인구론’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원래 제 아버지와의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목사였던 제 아버지 대니얼 맬서스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당시 철학가나 정치인들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고 양모 수요가 늘어나면서 귀족과 중간계급이 대규모 목양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빈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부양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전 이 정책이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악수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초판의 서문에 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책은 사라지고 이 문구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구는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죠. 인간은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구는 1, 2, 4, 8, 16, 32…로 증가하죠. 반면 식량은 마음대로 증산할 수 없기 때문에 1, 2, 3, 4, 5, 6, 7, 8…로 늘어납니다. 그럼 지금 인구와 식량이 1:1이라면 200년 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은 259:9, 300년 후에는 4096:13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식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면서 격차는 좁아지겠지만 균등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인류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인구론은 그 해결책 역시 담고 있었습니다.

인구 증가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전쟁, 기아,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와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가 있습니다. 전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습니다. 목사인 제가 어떻게 적극적 억제를 하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혼을 늦게 하거나 빈민에게 청결을 권고하지 말고, 도시의 거리와 집은 더 좁고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면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평균수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잔혹하다고요. 인구증가로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구론은 ‘성경’이 아닙니다. 단지 제 스스로 생각했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 주장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 평생 악평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사회학적으로 해결책을 고찰했던 제 이론들은 빈민구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 근거로 사용되며 기득권만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18세기에 저보다 앞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사람은 많았죠. 단지 제 이론이 산업혁명 급변기의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당시를 대표하는 이론이 되지 않았을까요. 




제2강 ‘수정 인구론’

자, 그럼 현실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11년의 오늘을 보니 제가 예측했던 것과 확실히 다르군요. 200여년이 지났으니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259:9여야 한다는 말인데 전혀 그렇지 않군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전 산업혁명의 초창기의 암울한 분위기에 치중했던 나머지 인류가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할지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와 식량에 대한 제 전제를 다시 써야 하겠죠. 다만 변명을 하자면 저는 생전에 제 의견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겁니다. 인구론은 개정판이 나왔고 그때 내용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초판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2판에서 인구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기도 했죠. 또 빈민구제도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보며 조절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강조했던 예방적 억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인구억제 정책을 썼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이를 적게 낳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결혼연령을 늦추고 피임을 유도하는 등 제 200년 전 주장을 쓰고 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지만 인구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 실질적으로 줄어드느냐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인구증가가 식량과만 연관을 맺는 것뿐 아니라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인구증가는 아직도 막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제 전제는 분명 틀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생산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높아진 경우도 있더군요. 그러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 굶어죽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비교적 충분해진 식량을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분배의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의 강연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사회상황에 치중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전문가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몫입니다. 제 시절에 장 바티스트 세이는 “공급이 수요을 창출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전 공급 과잉 현상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훨씬 적합한 얘기 아닌가요. 이래도 제가 단순히 한물 간 경제학자, 거짓 예언자이기만 할까요.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습니다. 70억이 살아가는 지구라면 더 그렇습니다. 2025년에는 80억의 지구가 됩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 역시 글을 읽고 공부를 하다 보면, 원문을 꼭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울신문의 기사에서도 나오지만 우리들이 알고 있는 멜서스의 '인구론'의 내용은 사실과 다른 면이 많은 듯 하다. 한번 구입해서 읽어봐야 겠다. 또한 얼마전에 라루스 세계지식 사전 시리즈로 <세계의 인구>란 책도 나왔다. 미리보기를 통해 살펴보니 상당히 보기 쉽게 나온 책같다. 디자인도 좋고, 같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1-10-2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억..대단한 숫자네요. 5천만원의 몇배? 감이 안와요.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건 참 비극이죠...

오늘도 화이팅해요, 우리~~

햇빛눈물 2011-10-26 12:39   좋아요 0 | URL
70억. 대단한 숫자이죠!! 사실 요즘 뉴스에서 수 억에서 수 천억에 이르는 숫자들을 애기하다보면 숫자에 대한 감이 없어지는 듯해요. ㅋㅋ
'우리' 멋진 세실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이우평 선생님이 집필한 <모자이크 세걔지리> 소개 기사를 스크랩을 한다. 기사 말미에 나오는 아주 인상적인 문구다. '책으로 돌려 보는 지구본'. 더이상 이 책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필요없을 듯 하다.

 

---------------------------------------------------------------------------------------

매일경제 2011.7.30  [주목 이책!] 모자이크 세계지리

저자가 교사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세계지리와 관련하여 궁금하게 여겼던 내용들을 정리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그리고 각 대륙별, 국가별로 각각의 주제를 선정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간결하고 흥미롭게 구성했다. 저자는 각 주제별로 씨줄과 날줄이 엮여 옷감이 짜이듯이 세계 지표 공간상의 다양한 인문, 자연 현상들은 역사와 지리가 함께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지리적이면서 역사적이고 또한 문화적이다. '중국인들이 가을을 싫어하는 이유는?' '추우면 추울수록 교통 사정이 좋아지는 나라는?' '잉카 제국의 공중 도시 마추픽추의 비밀은?' 등 145가지의 질문을 통해 탄탄한 교양과 상식을 쌓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와 통신 발달로 ‘먼 나라 이웃 나라’의 경계조차 사라지고 세계는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 된 지 오래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세계의 소식은 곧바로 우리 삶 속을 파고들며 일상에 영향을 끼친다. 요란하게 들썩이는 세계의 뉴스를 접할 때 그곳의 역사와 문화의 맥락이 궁금하지 않은가? 오늘 세계의 흐름 밑바탕에는 분명한 지리적 요인이 존재한다. 지리는 지도 속에만 잠자코 있는 정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지식이다. 지금의 세계 지도가 만들어진 결정적이고 우연적인 사건들의 조각들을 ‘아하 그렇구나!’ 끄덕이며 재미나게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세계로 가는 여행 가방을 준비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와 방식, 역사와 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채 가십으로만 만나는 세계 곳곳은 이질적이고 생소하여서 멀기만 하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로만 흘려버리는 각국의 현상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원인을 좇아가며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책으로 돌려 보는 지구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디어 나왔다. <살아있는 지리교과서>. 예전부터 역사과의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시리즈를 보며 "왜 지리에서는 저런 책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하는 의문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야 그 안타까움이 조금(?)은 사라질 듯 하다.  

주위에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곁다리로 지켜보았기에 나름 기대를 했던 책이었는데, 서점에 나온 책을 살펴보니 기대 이상이다. 내용도 좋고, 특히 삽화 및 디자인이 너무 깔끔하다. 시간 내어 조곤조곤 읽어봐야 겠다. 소개 기사가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 기사가 하나 올라와 스크랩한다.

    

한겨레 신문 2011.9.9  현역 교사들이 함께 쓴 ‘지리 길잡이책’ 

지리는 가장 접점이 많은 분야다.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지구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와 이어진다. 제국주의 시절 서구열강 국가들엔 가장 중요한 학문이었다. 물론 지리가 반드시 나쁜 학문만은 아니었다. 1854년 영국 런던에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의사 존 스노는 사망자 주소로 통계지도를 작성해 유독 사망자가 많은 동네를 발견했다. 그 지역의 공동펌프를 폐쇄하자 콜레라는 사라졌다.  

지리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3D 안경 같은 학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그동안 어른부터 학생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교양 지리책은 극히 드물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현역 지리교사들이 함께 쓴 <살아있는 지리 교과서>는 청소년은 물론 어른 독자들이 생활 속에서 지리적 관점으로 사고하도록 이끌어주고자 만든 길잡이책이다. 여러 필자들이 힘을 합쳐 3년에 걸쳐 모여 회의한 열정과 온갖 풍성한 시각 자료를 꼼꼼하게 집어넣은 편집의 정성이 절로 드러난다.

1권은 전세계의 기후와 지형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소개하고 2권은 지구 전역에서 현재 진행중인 인종·종교·노령화·환경 등 다양한 현상을 지도와 함께 지리적으로 접근한다. 500장의 사진, 200장의 지도, 100컷의 세밀화만 봐도 시야가 절로 넓어지는 느낌을 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9-10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빛눈물 2011-09-13 20:39   좋아요 0 | URL
동네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네요. 저도 어제 와이프가 보름달 보자구 나가자는거 살짝 귀찮아서 못들은척 했는데 미안해지네요...ㅋㅋ
양철나무꾼님도 메리메리하시기 바랍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나오는 잎새통문 10월호에 나온 책 소개글을 옮겨 놓는다.  

---------------------------------------------------------------------------------------

강의 생명에 바치는 치열한 기록

한강의 기적 


한강을 살리는 책이 나왔다. <한강의 기적>은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고 콘크리트를 바르고 댐처럼 거대한 보가 세워지고 있는 현재의 한강을 복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디. 4대강 사업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박창근 교수, 최병성 목사, 홍성태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009년 10월부터 여러차례 세미나와 현장답사, 리서치 등 한강 '탐구'를 한 뒤 그 연구 결과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렇다면 다향한 자료와 사례를 바탕으로 연구를 해온 필자들의 결론은 무엇인가? 첫번째 걷어낼 수 있는 콘크리트를 걷어낸다. 두번째 유람선을 띄우려고 수위 조절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기능이 없는 신곡보와 잠실보를 철거한다. 그렇게 되면 한강 곳곳에 모래톱이 생겨나고 강변에 넓고 완만한 모래와 자갈밭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개체수가 급감했던 남생이와 자라 등이 번식하고 한강을 떠났던 도요, 물떼새가 다시 찾아 올 것이다. 또 다양한 습지식물이 들어와 한강의 경관은 다양한 새들과 풀, 나무로 바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그럼 정말로 한강의 보를 철거하고 콘크리트를 걷어내도 괜찮을까? 필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를 철거해도 한강의 수위와 수면 폭과 수심은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보 때문에 '고여 있어' 나빠진 수질을 개선할 수 있으며, 취수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강 둔치의 콘크리트를 걷어내면 생태계는 살아난다. 1968년 폭파된 밤섬이 그냥 내버려뒀더니 스스로 살아나듯 말이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도심속의 철새도래지 밤섬은 람사르 습지 등록을 눈앞에 두고 있따. 하지만 도심 속에서 '야생의 습지'를 그대로 간직한 밤섬은 대규모 토목공사인 한강운하가 중단되지 않고 신곡수중보가 철거되지 않는다면 유지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강의 기적>을 읽으면 한강복원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모래톱이 되살아나고, 도요새와 물떼새, 큰고니가 날아오고, 은어와 황복, 황쏘가리가 돌아오고, 물억새와 갈대숲이 무럭무럭 자라는 한강...콘크리트가 아니라 모래톱이, 개발이 아니라 복원만이 한강을 살릴 수 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기적은 신비로운 무엇이 아니라, 30년 전의 한강 모습이다. 한강과 별로 관계도 없는 경제성장의 이야기인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사라진 모래밭과 새들 그리고 물놀이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강종합개발사업 기공식(1982년 9월23일)에서 한, "우리는 필요와 편의에 의해 그동안 일방적으로 혹사해 왔던 한강에 우리들의 정성을 되돌려줘야 할 바로 그때를 맞이했습니다"라는 말을 실천하는 것 뿐이다.(9쪽, <한강의 기적>)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 

나는 반대한다 


"4대강 공사를 왜 해서는 안되는가? 이것은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처럼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다." 수많은 토건개발의 실상을 밝혀온 한국의 대표적 환경학자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양심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욱 교수는 "정부가 논리로 말하겠다면 나 역시 이 책에서 논리로 말하겠다. 나는 40여 년 연구해온 환경공학을 기반으로 정부의 모든 주장을 검토해보았지만 단 하나의 타당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과학과 상식에 입각한 풍부한 자료와 손으로 그려낸 도표와 생생한 사진들이 4대강 토건공사의 실상과 문제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현장기자의 강 살리기 정책 제안 

한국의 5대강을 가다 (책이 검색되지 않는다)

내일신문에서 오랫동안 환경을 전담해왔던 남준기 기자는 자신이 '모래의 강'이라고 부르는 낙동강을 설명하면서 진정한 강 살리기는 강의 자정작용에 기대어야한다고 강조한다. "낙동강의 특징은 금빛 모래톱입니다. 흔히 강에는 강물만 흘러가는 줄 알지만 하상의 모래도 강물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내려갑니다. 모래는 수질 정화작용이 뛰어난 물질입니다. 낙동강이 웬만한 오염에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비법은 바로 모래의 여과작용입니다." 10여년 동안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금강, 한강에서 5번이나 발원지에서부터 탐사해온 남준기 기자는 무려 370여 컷의 사진과 200자 원고지 600매 이상의 텍스트로 강의 생생한 현장을 엮어냈다.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 

강은 살아있다 


"여러분은 수상스키를 타기 위한 수로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할 수 있는 여울과 모래밭이 있는 지금의 4대강을 원하시나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쉽게 폄하되기 일쑤다. 여기에 대해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그러나 '찬성을 위한 찬성'이 더 위험합니다. 국민과 국토와 생명에 대한 국가권력의 폭력을 옹호하는 무책임한 행위기 때문입니다."고 역설한다. <강은 살아있다>는 발로 쓴 책이다. 최병서 목사는 대운하가 4대강 사업으로 바꿔치기 된 지난 2년 남짓 동안 강의 현장을 발로 뛰며 사라질 비경과 생태계를 카메라에 담고 관련된 책과 논문을 독파해나갔다. 그의 말대로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