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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1 (금) 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7번 성시연 부지휘자

역시나 공연 후기 페이퍼를 느즈막히 작성한다.(이번주 금요일에는 9번 교향곡이 잡혀있다) 요즘 ‘말’들이 많다. 정명훈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연봉이 20억이 넘으며 너무 과하다고 말이다. 사실 연봉은 2억이 조금 넘는다. 문제는 그 이외의 부수 비용과 그 지출내역이 문제다. 제대로 회계처리가 되지 않은 듯 하다. 

그런데 이 논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 왜 소수의 사람들만이 듣는 클래식 음악에 그것도 우리 음악도 아닌 서양음악에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가, 그 돈 있으면 ‘국악’에나 투자해야 한다. 이런 식의 비판은 정말 아닌 듯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 서울시장을 지지한다. 그리고 정명훈 지휘자의 정치적인 색깔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정명훈 지휘자의 음악은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취임 이후 서울시향의 발전은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이제 공연 애기를 해보자. 벌써 1년이 지났다. 작년 8월 26일 말러 교향곡 2번의 감동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그 전에도 말러의 교향곡을 좋아했지만, 그 날의 공연 이후 더한 애착과 ‘실연(實演)’ 감상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은 교향곡 10번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명훈 지휘자가 아닌 성시연 부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았다. 제임스 드프리스트의 교향곡 10번 공연(사실 이 날 공연도 다른 어떤 공연보다 상당히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때는 객석의 빈자리가 꽤 보여서 이번 공연에서도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걱정했던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날 첫곡은 Wagner의 Lohengrin 1막 전주곡이다. 예습은 DG에서 1971년 녹음한 Rafael Kubelik 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의 연주를 들었다. 아직 오페라를 듣고 있지는 않아 느낌은 사실 별로다. 오페라 전주곡 정도 듣는 정도이니, 하여튼 이 음반은 로엔그린 음반중 손에 꼽히는 명반이라고 불리우는데 음질은 그렇게 좋지는 않는 듯 하다.  



서울시향의 로엔그린 1막 전주곡의 러닝타임은 8분 30초 정도였다. 다른 연주와 대동소이한 수준이였다. 도입부에 천천히 이어지는 1바이올린과 2바이올린의 묘한 멜로디 라인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음반으로 들을 때는 그렇게 따로 구분해서 듣지는 않는 편이지만 공연장에서 보게 되면 눈에 보이는 연주자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자연스럽게 구분해서 듣게 된다. 그러면서 악기에 대해서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하여튼 도입부 주요 멜로디 라인의 선율 처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담백하면서도 유려하다. 그리고 호른의 소리도 상당히 깨끗하다. 이런적 처음이다. 살짝 아쉬운 점은 후반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의 심벌즈의 소리가 너무 소심하게 처리된 듯 하다.

드디어 말러 교향곡 7번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곡이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이들이 이 곡을 어려워 하는 것 같다. 우선 예습은 크게 두 앨범으로 들었다. SONY에서 1965년 녹음한 Leonard Bernstein과 New York Philharmonic의 앨범, 그리고 Hanssler에서 1993년 녹음한 Michael Gielen과 SWR Sinfonieorchester Baden-Baden und Freiburg의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곡인 이 곡의 나름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이는 ‘길렌’ 옹이다. Hanssler에서 나오고 있는 그의 앨범들의 경우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그렇게 쉽지 않아 가지고 있는 것은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다행히 음원으로는 좀 가지고 있다.) 처음으로 그를 알게 된 것은 헌책방(신촌에 있는 ‘숨어있는책’)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었을 때이다. 그때 들은 곡은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이었다. 내가 처음 브루크너 교향곡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교향곡 3번 부터였다. 헌책방에서 이리저리 책을 고르며 귀에 들어오는 길렌 옹의 브루크너 사운드를 들으며 기분 좋게 책들 사이를 헤매던 기억이 난다. 책을 구매한 이후에 친절하신 사장님께 음반을 빌려 들어보게 되었다.  



나 같은 경우 아직 애기가 어려 집에서 여유 있게 오디오에 CD를 넣고 감상을 하지는 못하고 거리를 헤매며 헤드폰(AKG K-450 3년 정도 전에 샀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소리도 괜찮은 듯 하다. 다른 놈 하나를 사고 싶은데 혹 좋은 헤드폰 아시는 분?)을 통해 듣거나 운전(이번에 새로 산 차가 Bose 스피커가 달려 있어 나름 들을만 하다)을 하며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길렌의 말러 7번의 경우 1악장 도입부터 내 귀에 ‘쏙’ 들어왔다. 음질도 상당히 맘에 들었다. 멜로디의 변화가 크고 소리의 폭이 큰 이 곡의 경우 잘 못하면 귀가 상당히 피로할 듯 한데, 79분이나 되는 이 곡을 상당히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Gustav Mahler Sinfonie No.1 4mov Sinfonieorchester des Südwestfunks
Dirigiert von Michael Gielen Freiburg, 2002 

그러면 서울시향 성시연 부지휘자의 말러 7번은 어떨까? 1악장. 러닝타임은 21분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다들 기대하고 있을 도입부의 테너호른(실제로는 처음 봤다. 연주자가 악기를 잡는 방법이 좀 특이하다) 솔로. 연주자도 외국인으로 전용 연주자를 따로 기용한 듯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처음부터 어긋난다. 도입부의 “빰빠~빰빰~~”하는 부분부터 이상하다 싶더니 중간부분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이탈이 발생했다. 번스타인의 1965년 앨범처럼 당당하게 쭈욱 뻗어나오길 기대했는데 너무 과한 기대였나? 그리고 워낙 튀는 부분이라 조금의 음이탈도 귀에 쏘옥 들어올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아쉬웠다. 그 이후 보니 연주자의 얼굴도 멀리 있는(난 항상 2층 A블록 맨 오른쪽 통로 부분에 앉는다) 나에게 보일 정도로 티나게 좀 붉어진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자신감이 상실된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호른 파트는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서울시향의 공연 후기를 쓰며 항상 언급하는 부분이 호른 파트의 약점이었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1부의 로엔그린 1막 전주곡에서도 느낀점이지만, 오늘 호른 파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보였다. 호른 부수석인 미샤 에마노프스키(Michal Emanovsky)의 오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나머지 한명 전 6번 공연때 보였던 인물인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1악장의 발전부 초기 부분의 바이올린 소리는 신경질적으로 들리더니 끝부분 하프의 아름다운 소리에 이어지는 바이올린 솔로는 왠지 전체 음악과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너무나도 확연히. 'solo'라고 하면 왠지 "나야 어때 멋있지.."해야 할 것 같은데, 이때는 "제 뭐야 별것도 아니네..."하는 듯한 인상이라고 할까?  

사실 1악장 중 최고(?)는 후반부였다. 언제나 만족감을 주는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숑(Adrien Perruchon)도 후반부에서 실수를 한 듯 보였다. 치면 안되는 부분에서 한 번 친 듯 보였다. 이것은 다분히 내 느낌이다. 미묘한 연주자의 표정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서는 완전히 모든 악기들이 따로 노는 듯 했다. 비유하자면 지휘자 4명이서 연주를 하는 듯 했다. 연주자들이 집중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듯 보였다. 당연히 잔실수도 많이 들렸다. 그런데 당시 공연장에서 듣기에도 이 곡은 지휘자건 연주자건 상당히 까다로운 듯 한건 사실이다.

2악장 ‘Nachtmusik I’이다. 러닝타임은 15분 약간 넘은 듯 했다. 다른 곡들도 찾아보면 14분에서 17분 정도로 연주되고 있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긴 시간은 EMI에서 1968년 녹음한 클렘페러와 뉴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음반으로 22분이다. 2악장 또한 음산한 호른 솔로 파트가 시작을 알린다. 그에 이은 클라리넷. 정말 ‘베리 굿’이다. 서울시향의 목관 특히 클라리넷 파트는 지금까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으레 그러려니 한다.(ㅋㅋ) 그러나 전체적으로 패시지(passage)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딘지 자꾸 귀에 거슬린다. 단순히 원래 곡의 특징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많은 부분이었다. 2악장을 들으며 드는 생각은 확실히 어려운 곡이라는 생각이다. 조금만 집중이 흐트려지면 ‘삼천포’로 가기 딱 쉬울 듯 하다.

3악장 Scherzo이다. 런닝타임은 10분 정도이다. 아르떼 TV를 통해 몇 번 본 성시연 지휘자의 모습도 그랬지만(물론 머리스타일은 조금 바뀌었다) 지휘 동작을 보면 나에게는 좀 부담스럽다. 좀 ‘과도’하다는 느낌이다. ‘감정의 쓰나미’? 하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검은색 연미복의 안감이 보였다. 그런데 검은색과 너무 대비되는 분홍색이었다. 내 스타일이 뭘 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면을 보는 스타일이라 이런 것 까지 눈에 들어왔다. 나도 쓰고 보니 내 자신이 좀 웃기긴 하다.

연주 내내 느끼는 거지만, 이번 연주에서는 유독 지휘자가 첼로 파트를 보지 않았다. 지휘자 왼쪽부터 1바이올린, 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연주 내내 첼로쪽은 보지를 않는게 아닌가? 왜 그런지 지금도 궁금하다. 참고로 이날 첼로 수석은 이정란 부수석이 맡았다. 완전히 상황이 첼로 파트가 지휘자에게 ‘따’ 당하는 느낌이었다.(심지어는 4악장 첼로 솔로 파트에서 조차 눈길을 주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내가 예민했던 걸까? 그리고 재미있던 사건은 연주를 들으면 정명훈 지휘자처럼 암보로 지휘하는 사람도 있고 간단한 총보를 보고 지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날 성시연 지휘자는 조그만 총보 두고 지휘를 했는데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렸다. 왠지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나에게는 크게 느껴진다. 지휘자가 그렇게 크게 소리날 만큼 총보를 넘기는게 무슨 의미였을까? 긴장을 했다. 아니면 뭔가 연주에서 틀리거나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신경질적이었다? 하여튼 별 생각을 다하는 듯하다!!

다시 Nachtmusik II이다. 4악장의 러닝타임은 14분 정도이다. 4악장의 백미는 1바이올린 맨 뒤편에 있던 기타와 만돌린이었다. 음반으로만 들을 때는 절대 알 수 없는 이 악기들의 매력 말이다. ‘띵띵띵띵...’하는 소리가 아주 묘하게 들렸다. 타악기 주자들은 편히 쉬고 있었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 말이다. 그런데 불연 듯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지휘자들의 왼손과 오른손 지휘봉의 움직임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물론 지휘법과 관련된 책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것까지 손대기는 힘들 것 같다. 하여튼 궁금하다. 그리고 왼손으로 지휘봉을 드는 지휘자들도 있을까?  

  

 

Gustav Mahler, Symphony No. 7 Mov. 5, "Rondo-Finale: Tempo I (Allegro ordinario)"
Conducted by Leonard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  

대망의 5악장이다. 러닝타임은 17분 30초 정도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성공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5악장이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는 5악장이 어색하기도 하련만 시작을 알리는 페뤼숑의 팀파니 타격은 정말 발군의 실력이었다.(아마도 4악장에서 쉬면서 힘을 많이 비축한 듯 하다. ㅋㅋ) 또한 발전부에 나오는 팀파니 솔로 부분은 거의 드러머의 현란한 움직임과 다르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팀파니의 북도 5개였다.) 왼손, 오른손 반대로 움직이며 타격하는 모습은 전성기 젊은 시절의 메탈리카 드러머 라스 울리히(Lars Ulrich)를 보는 듯 했다.  

철학자이자 음악학자인 아도르노는 5악장에 대해 “화려한 외부와 궁핍한 내부 사이의 불균형”이라 비판했고, 음악학자 데릭 쿡 역시 이 악장을 실패작으로 애기 했다고 한다. 물론 전문적이 식견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의 ‘복잡’한 의견일 것이다. 범인들이 보기에는 그냥 ‘밤의 노래’라고도 불리는 음악에 난대 없이 튀어나오는 ‘팡파르’이지 않을까 한다. 물론 ‘난대없다’는 건 역시나 전문적 식견 없는 나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이제 3일만 있으면 말러의 9번 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있으면 대망의 8번 ‘천인 교향곡’도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기도 하다. 다음에 꼭 다른 악단이든 서울시향이든 말러 치클루스를 진행 했으면 한다. 하지만 다행히 내년 서울시향 시즌 티켓을 전체 패키지로 싸게 구매해서 정명훈 지휘의 1월 13일 볼로도스와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부터 12월 28일 대망의 베토벤 교향곡 9번까지 표를 벌써 예매해 두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공연을 다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벌써 기대된다. 
  

ps : 내년 시즌 프로그램은 보면 객원지휘자들의 면모가 상당히 매력적인건 사실이지만, 정명훈 음악감독의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이 정도면 사실 상임 지휘자라고 애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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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1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랜만에 서재에 글을 남김다. 오늘 보고온 교향악 축제 첫 공연인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대한 간단한 인상을 글로 써봤다. 고클래식 사이트에 올린 후 옮겨 본다. 아쉬움이 큰 공연이었다. 궁합이 있다면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나와는 맞지 않은듯 하다. 그래도 다른 공연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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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어김없이 교향악 축제 기간이 다가왔다.
올해 그 시작을 알리는 교향악단은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였습니다. 공연 후기를 쓸만한 능력은 없어 간단한 인상과 궁금증을 올려 봅니다.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에서 협연자인 루실 정은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해야하나, 그나마 서정적인 2악장 멜로디는 좋을 법했는데 그나마 오른손 터치가 불안정한 느낌이었습니다.

연주 후 앵콜 곡이 하나 있었는데, '의례적 앵콜'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습니다. 커튼콜도 앵콜 곡 이후 한번 밖에 없었습니다. 박수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더군요. 그 후 약간의 어색함이 지난 후 악장이 일어났습니다. 안 들으니만 못한 앵콜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리고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우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음 기회에 꼭 좀 더 완성도 높은 차이콥스키 4번 교향곡을 듣고 싶다는 '욕심'을 만들어준 공연이었습니다. 곡의 성격상 또한 제 스타일상 뭔가 '박살'낼 듯한 기세의 4악장을 좋아하는데 그 기대에 약간(?) 부응은 했습니다만, 현악기 주자들이 힘, 스태미너가 부족해보였습니다. 그러나 바그너의 리엔치 서곡에서도 그랬지만 강남심포니의 금관 주자들의 연주는 상당히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물론 중간중간 실수도 있었습니다만)

그리고 아르떼 TV를 통해 강남심포니의 연주를 봤을때부터 궁금한 점입니다. 뭐 제 생각이 좀 보수적이라(다른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뭐 이걸 보수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을 듯 합니다만.)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오늘 강남심포니 여성 단원들의 복장은 정말 '민망'함 그 자체였습니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볼때는 음반으로만 듣던 소리를 직접 연주자들의 몸의 움직임을 통해 확인하고 보며 감흥을 받는 재미가 크죠. 그런데 오늘 강남심포니 여성 단원들의 화려한(?) 복장은 청중들의(물론 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연주를 방해할 정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모든 단원들이 '솔로이스트' 수준의 드레스를 입은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좋은 지휘자들은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개별적인 '솔로이스트' 수준으로 대한다 하지만, 그건 다분히 연주 실력으로 애기할 부분이겠죠.

특히 제2바이올린 파트에 여성 단원은 허벅지 위쪽까지 크게 트인 드레스를 입어 연신 치마를 추스리더군요. 제가 거의 정면이었는데, 보는 제가 민망했습니다. 그렇게 추스리고 신경쓰이는데 어떻게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연주에 집중은 할 수 있을까? 걱정 아닌 걱정이 되더군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복장에 대한 규칙은 없을 듯 보이지만 연주자가 연주에 집중할 수 있고 청중의 감상을 방해 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화려함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남은 공연이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공교롭게도 향후 전주시립교향악단과 목포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다고 합니다. 물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곡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올해 최대의 관심 공연은 서울시향의 볼레로와 마지막 날 공연인 운파메모리얼 오케스트라의 브루크너 교향곡 4번 입니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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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함께하는 2012교향악축제

 

자세한 공연 프로그램은 아래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나옵니다.

http://www.sac.or.kr/bannerPage.jsp?htmlURL=/lab2012/april_festival/index.jsp

 

작년 교향악 축제때도 공연을 보러 갔었다. 많은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KBS교향악단의 공연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단원들의 태도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현재 KBS교향악단은 아주 시끄럽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이때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를 처음 봤다. 아주 매력적이었다.

 

올해는 서울시향의 전체 공연을 패키지로 구매해서 서울시향의 공연만으로도 충분할 듯 하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나 올해는 작년보다 좀 바쁠듯 해서 예매를 해도 일이 생겨 못 볼 것 같아, 주저했지만 결국 예매했다. 예매한 공연은 총 4개다.

 

4월1일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서현석, 피아노 루실 정, 바그너 리엔치 서곡,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가장 관심은 차이콥스키이며,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궁금하다. 강남심포니의 경우 베토벤 교향곡 전집 앨범을 구매해서 들었는데 인상적이었다.

 

4월11일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임헌정, 바이올린 조가현,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 베토벤 교향곡 5번. 브후흐의 환상곡은 작년 교향악축제때도 신현수씨의 독주로 들었는데 올해도 또 듣게 되었다. 부천필의 공연은 예전부터 한번 꼭 들어보고 싶었다. 국내 교향악단 중에서는 나름 평가가 상당히 좋은 편이며 연주도 준수하다 들었다.

 

4월12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정명훈. 프로그램은 미정이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일정상 4월15-19일에 걸쳐 있는 북미투어 프로그램 중 일부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월간 SPO에 보니 북미 프로그램 중 일부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이라고 한다. '불새' 모음곡은 1월 공연에서 이미 했고, 비창 교향곡은 작년 공연에서도 했던 곡이라 이번 공연은 아닐 듯 한데, 그럼 혹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궁금하다.

 

4월24일 운파메모리얼 오케스트라, 지휘 도야마 유조, 프로그램이 아주 좋다. 포레의 레퀴엠,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이다. 오케스트라 이름이 생소해 찾아보니, 운파는 임원식 선생의 호라고 한다. 서울예고를 만들고 KBS교향악단의 초대 상임지휘자를 지낸 말그대로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의 1세대이신듯 하다. 그 분의 10주기를 추모하는 의미해서 김민씨와 NHK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영구지휘자 도야마 유조씨가 조직한 듯 하다. 국내 연주자 중 훌륭한 연주자들을 섭외해서 연주를 한다고 하니 사뭇 기대된다.

 

이밖에도 브람스 교향곡 4번과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는 이화여자대학교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라던가, 좀처럼 듣기 힘든 번스타인의 곡과 처음 들어보는 테리헨의 팀파니 협주곡(와우~) 등을 연주하는 정치용 지휘의 크누아심포니오케스트라도 관심이 가는 공연이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정치용 지휘자를 좋아해서 보고 싶은 공연이다. 4월23일 공연인데...한번 고민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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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로 됐어....

 

너무 뒤늦은 후기다.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메모까지 해뒀던 터라 간단하게라도 페이퍼를 작성한다.(며칠 후에 말러 8번과 베토벤 교향곡 9번에 대한 후기도 천천히 작성할 생각이다.) 한 달 전 공연이지만, 4악장 후의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말러 교향곡 1번처럼 시원하고 박력있게 끝나는 곡이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이나 말러 교향곡 9번처럼 느리고 숙연하게 끝나는 곡이 좋아졌다. 그런데 비슷한 느낌의 말러 교향곡 4번은 그런 느낌이 들지를 않는다. 그건 아무래도 곡 전체의 느낌이 숙연한거와는 거리가 멀고 장조 곡이라서 그런 것 같다.

 

커튼콜을 몇 번 하고 혼자 나오면서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 혼자 궁시렁 궁시렁 하면서 나온 기억이 새롭다. 왠지 모를 비장미, 숙연함 또는 어쩔 수 없는 ‘동의’라 할까. 어떤 글에서 보니깐 번스타인이 말러 교향곡 9번 4악장에 이런 메모를 해 놓았다고 한다. ‘Let it go'. ’그걸로 됐어....‘ 전체 곡을 듣고 난 후의 내 입에서 나온 첫 단어 또한, ‘Let it go'였다. 이 단어 이외 더 이상의 말이 사실상 필요 없는 공연이었다.

 

2011. 12. 8 말러 교향곡 9번, 서울시향, 정명훈

 

단원들이 들어온다. 주연선 첼로수석의 출산휴가로 공석인 파트는 송영훈 솔로이스트가 맡았다. 공연을 볼 때 마다 연주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게 자리와 전방 시야인데, 다행히 오늘은 시야가 아주 좋다.

 

  

 

우선 예습은 1952년 녹음의 Jascha Horenstein, Wiener Symphoniker 음반(이 음반은 레브레히트가 극찬한 앨범이어서 들어봤다)과 1999년 녹음된 Claudio Abbado

, Berliner Philharmoniker의 음반을 들었다. DVD로는 2010년 Abbado와 Lucerne Festival Orchestra와의 DVD를 봤다. 호렌슈타인의 연주는 1952년이라고 하는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때도 발터 이외의 지휘자 중에 말러를 연주할 줄 아는 지휘자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 그 이상의 감흥은 솔직히 없었다. 그러나 음질은 생각보다 좋은 편이다. 가장 자주 들은 음반은 아바도옹의 1999년 BPO와의 연주이다. 모 클래식 사이트에서 이 음반에 대한 평이 모두 최고(별 다섯 개)라 하지만, 사실 나에게는 서울시향의 실연만큼은 아닌 듯 하다. 음반과 실연은 엄연히 별개의 평가가 필요할 것 같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우선 1악장의 런닝타임은 29분 정도다. 대부분의 연주가 24분에서 27분대인 것을 생각하면 좀 긴 편이었다. 29분 정도의 연주는 1961년 Bruno Walter, Columbia Symphony Orchestra의 연주와 1971년 Bruno Maderna와 BBC Symphony Orchestra와의 연주 그리고 예습으로 들었던 호렌슈타인의 1952년 앨범 정도가 비슷한 시간대를 보이고 있다.

 

   

 

도입부에 들려오는 하프 소리. 청초한 느낌이다. 그러나 힘이 느껴진다. 봤더니 하프 연주자 한명이 남자였다. 꼭 남자여서 그런건 아니겠지만, 음반과는 다르게 상당히 울림도 크게 들렸다. 호른 소리 또한 연주장에 부드럽게 울려 퍼진다.

 

영상물을 보건 실연을 보건 항상 생각 하는게 하나 있다. 뭐 내 생각이 보수적일 수도 있게다. 타악기 주자들을 보면 현악기 연주자처럼 항시 연주를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긴 시간동안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를 바라만 봐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보면 어떤 연주자들의 경우 팔짱을 끼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게 좀 보기에 좋지 않다. 연주를 하지 않더라도 연주를 듣고 참여해야 할 듯한데, 팔짱 낀 연주자는 연주자가 아닌 관람자(방관자) 같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이런 경우 보는 진짜(?) 관람자는 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그렇다.

 

하여튼 연주는 이어진다. 전개부에 나오는 트럼펫의 선율은 아주 시원시원하다. 또한 이어지는 하프의 몽환적인 반복구 선율. 띵. 띵.... 띵띵.... 머리가 '띵'했다. 또한 에드워드 최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긴 쇠막대기로 된 튜블러 벨(tubular bells)을 연주했는데, 이 놈이 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그 소리가 단순히 쇳 소리라기 보다는 좀 더 깊은 여운을 주는 무게감 있는 소리였다. 그리고 클라리넷은 연주를 한다기 보다는 춤추는 듯, 무슨 코브라 뱀을 부르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보일 정도였다.(작년 여름에 인도여행 갔을 때 거리를 지나다 보면 피리를 불며 코브라 뱀을 보여주는 할아버지들이 많았는데, 사진 찍고 구경하려고 얼굴을 내밀면 손바닥을 내밀며 ‘one dollar'하더라. 뭐 그들도 돈벌이니 당연하겠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후반부에 튜바 연주자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이유인즉슨 약음기을 끼웠다 뺐다를 반복하며 연주하는데 워낙 악기가 크다 보니 약음기도 워낙 커 연주자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 보조 연주자가 필요해 보일 정도였다.

 

말러의 교향곡 9번은 곡의 여러 부분들에서 몰락과 죽음의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어 전 4악장 가운데 특히 1, 4악장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연주에서 또한, 1, 4악장에 무게감이 있어 보였다. 물론 여러 음악학자들이 지나치게 ‘죽음’에 무게를 두고 해석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음악학자 피터 브라운은 교향곡 9번의 메모에 나타난 ‘이별’은 ‘젊음과의 이별’이지 ‘삶과의 이별’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키며 교향곡 1번과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장 파울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된 교향곡 1번에는 젊은 날을 그린 활기찬 팡파르와 장례식 음악이 나타나는데, 이는 교향곡 9번 1악장과 유사하다. 또한 음악학자 스폰호이어는 말러의 교향곡 9번의 의미를 지나치게 죽음과 이별 쪽으로 몰고 가는 식의 해석은 “애매한 죽음의 신비주의”와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하찮은 형이상학”이라 비판하면서 이 교향곡이 “이별과 슬픔의 분위기가 깔려있는 작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품은 거대하고 구조적이며 건축적인 힘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신음악의 첫 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 네이버 캐스트 명곡 명연주 말러, 교향곡 9번에서 인용>

 

곡 전체로 보면 큰 문제는 없었지만 1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악장 말미에 바이올린의 실수로 곡이 끝났는데 ‘띵’하며 현을 튕기는 소리가 난 것이다. 작은 소리였지만 워낙 조용한 순간이어서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순간 다들 ‘이게 뭔 소리지’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순간 정명훈 지휘자의 표정은 ‘그런건 괜찮아, 신경 쓰지마’하는 표정이었다.

 

렌틀러 풍인 2악장의 런닝타임은 13분 30초 정도였다. 대부분의 앨범들이 14분에서 18분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축에 속한다. 비슷한 시간대를 보이는 앨범은 1악장과 마찬가지로 1971년 Bruno Maderna와 BBC Symphony Orchestra와의 앨범 그리고 1952년 호렌슈타인의 앨범이 비슷한 시간대로 연주되고 있다. 

 

 

 

장난끼어린 바순, 클라리넷에 이은 저돌적이며 전투적인 제2바이올린의 연주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왈츠 풍의 리듬과는 다른 '어긋남'이 확연히 느껴졌다. 또한 2악장에서 인상 깊은 점은 연주자들의 집중력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지난 성시연 지휘자의 7번 공연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너무나도.... 그리고 악장의 끝은 ‘장난’스러운 느낌으로 끝맺었다.

 

이어지는 3악장 12분 30초 정도였다. 다른 앨범들도 13분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Rondo - Burleske. Allegro assai. Sehr trotzig. 론도 - 익살스럽게. 매우 빠르게. 매우 완고하게. 말 그대로 빠르고 휘몰아치듯이 하지만, 부를레스크(Burleske)라는 타이틀이 의미하듯이 ‘풍자’와 ‘조소’의 느낌도 살아있어야 하는 악장이다. 이 날 서울시향의 연주는 휘몰아치는 질주감과 안정적인 호른 그리고 돋보이는 클라리넷 연주자들의 호흡 또한 돋보였다. 특히,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으나 자주 나오는 A clarinet(이것도 찾아보니 우리가 흔히 보는 클라리넷의 명칭이 이것인것 같다.) 보다 좀 작은 클라리넷의 연주는 너무 부드러웠다. 악장의 후반부 홍웨이 황의 비올라 솔로는 구슬퍼서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악장의 말미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정명훈 지휘자의 템포 루바토는 나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지휘 동작에서 템포를 잡았다 빼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4악장 Adagio - Sehr langsam und noch zuruckhaltend. 아다지오 - 매우 느리게 그리고 주춤하듯이. 런닝타임은 25분 정도였다. 대부분의 앨범들이 20분에서 24분대의 연주 시간을 보이고 있으며 25분 이상의 연주를 보여주는 앨범으로는 1979년 실황 녹음으로 Leonard Bernstein과 Berliner Philharmoniker의 연주, 1966년 녹음된 Jascha Horenstein, London Symphony Orchestra와의 연주, 1952년 녹음의 Jascha Horenstein, Wiener Symphoniker의 연주이다. 내가 들은 연주 중에 가장 긴 4악장은 1991년 일본 Suntory Hall에서 실황으로 녹음된 Gary Bertini, Kölner Rundfunk-Sinfonieorchester와의 연주인데, 무려 28분 34초이다.

 

  

 

 

나긋하게 이어지는 25분은 좀 지루할 만도 한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초반 바이올린 파트로 시작되는 부분과 더블베이스의 소리는 처절했다. ‘어쩔 수 없어....’, ‘그럴 수 밖에.... 받아들이자.’라고 음들이 말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미련 두지 말자.’

 

NHK Symphony Orchestra conducted by Chung Myung-Whun. NHK Hall, Tokyo, 2008.

 

현악기 위주이고 특히 저음현의 배경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더블베이스와 첼로 그리고 비올라 파트가 아주 안정적으로 연주를 해주었다. 종결부에 가 모든 악기들은 연주를 마치고 오직 현악기만이 마지막을 이어나간다. 말 그대로 ‘죽어가듯이’(ersterbend). 2010년 루체른페스트벌 오케스트라 아바도옹의 연주는 4악장이 백미(白眉)였다. 죽음과 싸우며 지휘를 하는 노거장의 마음과 말러의 마음이 통했던 걸까? 모든 관객이 숨을 죽인채 지휘자를 주시하며 그의 연주에 대한 ‘예’(禮)를 표하듯이 끝까지 적막을 지켜주는 모습은 우리의 관객 문화에 비춰보면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었다.

 

Mahler 9th Symphony 4mov - 2010 Lucerne Festival Orchestra - Claudio Abbado

 

정명훈도 종반부로 달려가고 있다. ‘그걸로 됐어. 정말이야.’ 꼭 그러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첼로의 소리는 나지막히 말하고 있다. ‘이제 됐어....’ 그런데, 그런 여운과 생각의 말미를 남기지 않고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려 놓은 순간이 너무 빨랐다.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조금만 더... 1분 정도만....’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처음으로 연주를 듣고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축 처지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게 정명훈 지휘자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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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1-0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눈물님. 공연 후기 잘 읽었습니다.

메모해 두신 것이 아니라면, 기억력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서울시향의 말러 6번 이후 다른 공연은 본 적이 없지만 올려주시는 후기 덕분에 그 연주회 느낌이 잘 전해 오는 것 같습니다. 올 핸 공연장 갈 기회가 정말 없을 것 같은데, 햇빛눈물님 페이퍼가 있어서 많은 위안이 됩니다.

벌써 1월의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즐거운 날 되시고, 즐거운 일요일 되셨음 합니다 :)

햇빛눈물 2012-01-09 18:2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메모도 조금 해두었고, 교향곡에 대한 글들을 찾아 읽으면서 당시의 기억을 살려서 조금씩 작성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영화나 공연을 보고 난 후 바로 감상문을 쓰는 것보다는 시간을 좀 두고 천천히 쓰는게 오히려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더군요. 2012년에도 바람결님의 좋은 글들 많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나무 2012-01-1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말러리안을 위한 1,000부 한정(고유번호) 말러앨범이 출간되었네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797312

햇빛눈물 2012-02-06 15:47   좋아요 0 | URL
네, 서점에 뿌려지기 전에 서울시향 말러 8번 공연때 출판사에서 나와 판매를 하더군요. 그때 구입했습니다. 10만원이라는 가격이 좀 부담스러웠지만, 질렀죠!! 좋습니다.
 

우선,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서, 혹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공연을 다시금 생각한 후에 쓰고자 하는 생각으로 인해 공연 후기가 많이 늦어졌다. 20일 가까이 지났으니, 좀 지나친듯 싶기도 하다.(그런데 내 경험상으로 여행을 다녀와서도 바로 여행때 찍었던 사진을 보는 것은 별 감흥이 없다. 한 두달 정도 지난 후에 사진을 보면 나름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어 좋더라.) 

공연을 본게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도 말러 6번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더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다. 90분 가까이 되는 공연이 끝난 후의 내 느낌을 한마디로 애기하면 "90분의 시간이 10분 처럼 느껴"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이다. 이런 경험 처음이었다. 공연 내내 '긴장과 이완'의 반복으로 인해 숨 쉬기 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럼, 전반적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자. 공연 전 예습삼아 들어본 음반이 뭔가 생각해보니 좀 많은 듯 싶다.(이러는 거 솔직히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세개 정도의 음반을 찬찬히 들어보는게 곡의 이해를 더 도와줄듯 싶은데, 워낙 내 스타일이 이것저것 찔러보는 스타일이라...ㅠ.ㅠ)

Leonard Bernstein, New York Philharmonic, 1967, SONY

Sir John Barbirolli, New Philharmonia Orchestra, 1967, EMI

Herbert von Karajan, Berliner Philharmoniker, 1975(1977), DG

Leonard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 1988, DG

Klaus Tennstedt,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1991, EMI

Pierre Boulez, Wiener Philharmoniker, 1994, DG

Michael Gielen, SWR Sinfonieorchester Baden-Baden und Freiburg, 1999, HANSSLER
 

바비롤리의 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1967년 음반은 노먼 레브레히트의 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음반이라 고클래식에서 다운받아 들어보았다.(솔직히 잘 모르겠다. 바비롤리의 말러는 나에게는 그닥이다.) 카라얀의 베를린필하모닉 음반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나에게는 좀 심심한 연주인 듯 하다. 나에게 가장 와닿는 음반은 역시 레너드번스타인과 빈필하모닉의 1988년 녹음 앨범과 텐슈테트와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1991년의 전설적인 실황 녹음이 딱이다. 거기다 하나 추가한다면 이들과는 스타일이 조금(?) 다른 불레즈의 앨범일 것이다.  

하여튼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을때마다 느끼는 건, 아무리 레퍼런스 급의 앨범이라 하더라도 중간정도 실력의 실황 공연을 직접 듣는 것이 곡의 이해, 느낌 전달이 더 쉽다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이번 서울시향의 공연이 중간 정도의 실력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절대!!) 

8시 조금 넘어서 단원들이 모두 자리를 잡았다.(공연장에서 잊어버렸는지 공연전 매번 나오는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악장은 루세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공연의 악장은 웨인 린이 맡았다. 금관 파트를 보니 호른이 10명 트럼펫이 5명으로 금관 파트에서의 화력이 기대되었다. 악장이 인사를 한 후 드디어 정명훈 지휘자께서 포디움에 자리를 잡았다. 1악장이 시작되었다. 우선 러닝타임은 23분 정도였다. 느린 연주가 25분 정도인것을 생각하면 중간 정도의 러닝타임이었다. 드디어 연주 시작. 1악장의 첫 주제 "빰빰빰~~"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특히, 첼로주자들의 표정과 활놀림은 절도있으면서도 강하게 느껴졌다.(그날 좀 충격적인 장면은 첼로 수석인 주연선씨가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살이 쪄있었다는 것이다. 급격하게...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좋아라하는 2바이올린 제2수석 김효경씨를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오케스트라 여성단원들이 공연장에서 좀처럼 입지 않는 단정하지만 여성미 물씬 느껴지는 깊게 파인 검은색 V-neck을 입고 나왔다. ㅋㅋ 좀 변태스럽나??) 

1악장에서의 백미는 첫주제부에 해당하는 부분에서의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박력있는 "빰빰~"이지만 그것만큼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부분은 15분 정도에 나오는 호른 솔로 파트였다. 처음보는 호른주자였다. 내 생각으로는 객원수석인 것 같았는데, 나이도 20대 중반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저음부분을 길고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실력이 아주 안정적이며 미려한 느낌이었다. 서울시향의 공연에서 내내 호른 파트가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좀 기대를 해도 될 듯 싶었다. 그런데 이날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트럼펫 파트에서 불안정한 모습이이 많이 나타났다. 얼굴 표정을 보니 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매번 잘 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이번 공연은 스케르조가 2악장에 배치되었다. 연주시간은 13분 정도로 대부분의 음반이 12-13분대 런닝타임을 보이고 있다. 스케르조 악장을 들으며 든 생각은, 확실히 말러의 음악에는 뭔가 '정신착란'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말들을 여러 글에서 들은 듯 싶은데, 이번에는 내 스스로 온전히 느껴본 것이다. 그리고 스케르조 악장에서는 목관악기군에서의 잔실수들이 몇번 들렸다. 

3악장의 16분 정도로 다른 음반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안단테 악장에서도 호른 솔로 부분에서 보여준 이 이름 모를 연주자의 실력은 대단했다. 이 부분에서 보여준 소리는 말러 5번의 아다지오 악장에서 현악기군이 보여주는 애절함보다 훨씬 더 가슴에 와닿았다.(솔직히 서울시향의 5번 공연에서의 아다지오 악장은 좀 지루했다.) 앞으로 이 호른 주자를 자주 공연장에서 봤으면 하는 바램이 자연적으로 생겼다. 

고등학교 때 한창 Rock 음악 들을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그냥 듣다가 계속 들을수록 하나의 습관이 생기는데, 악기 소리를 전체적으로 듣는게 아니라 기타, 베이스, 드럼(나중에는 심벌, 베이스드럼, 스네어드럼, 탐탐 등으로 구분해서 듣게 된다) 등 악기별로 소리를 구분해서 듣곤 했다. 이번 공연장에서도 음반으로 들을때와는 다르게 각 악기별 소리를 구분해서 듣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러면서 알게된 것은 클라리넷의 음역이 생각보다 넓은 것 같았다. 이럴때 좀 아쉽다. 내가 음악을 좀 잘 알면 찾아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을텐데...나중에 기회되면 좀 더 자세하게 클라리넷의 소리를 듣고 싶다. 

드디어 하일라이트 4악장이다. 운명의 망치질이 이어질... 1악장부터 느낀것이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소방울 및 타악기들의 소리는 곡의 분위기를 멜랑콜리하게 만드는 요소인듯 하다. 4악장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나무망치의 등장을 숨죽여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냐, 언제냐, 언제냐...하는 마음이 이어지며 가슴을 옥죄어 오는 찰나 드디어 타악기 수석인 에드워드 최의 나무망치 타격이 이어졌다. 정말 소름이 확~~ 절대 스피커, 헤드폰으로는 들을 수 없는 공연장에서만 느낄수 있는 나무망치 타격음의 잔향, 진동이 느껴졌다. 그런데 첫번째 나무망치 타격에서 아쉬운 점은 최수석의 타격이 좀 소심한하게 억제된듯 보였다. 그런데 이것은 뭔가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 타격에서는 좀 더 강하게 이어졌다. 두번째의 충격은 더욱 컸다. 

 <사진_한국일보>

그런데, 최수석의 움직임에서도 느껴졌지만, 이번 공연에서의 나무망치 타격이 2번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지없지 세번째 망치 타격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정말 아쉬웠다. 내가 곡의 해석적인 측면을 애기할 필요는 전혀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단, 세번째 망치 타격의 의미가 뭔가 비극적인 곡의 느낌을 배가시키는데 그 의미가 있다면 공연장에서 보는 관람객은 당연히 그 영웅의 죽음을 의미하는 나무망치 타격을 하는 연주자의 '액션'에서도 무언가를 느낄것다. 그런데 세번째의 타격은 정명훈 지휘자의 사인이 떨어진 후 이루어졌는데, 그때 최수석의 '액션'이 좀 주저주저하는 느낌이었으며, 자신감이 없어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세번째 나무망치 연주에 '확신'이 아닌 '의심'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곡의 느낌은 곡의 부제처럼 '비극적'이었다. 4악장 종소리는 그런 의미에서 저승사자의 발걸음처럼 들릴 정도였다. 그런 곡의 '비극미'를 정리할 시간이 역시 필요한 음악이 6번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4악장에서 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공연장에는 그럴 준비가 되 있지 않은 듯하다. 정명훈 지휘자도 '안다 박수'가 걱정되었는지 너무 빨리 손을 내려버린 느낌이었다. 이 부분은 공연문화가 더욱 좋아지면 나아지겠지 기대해본다. 

이번 공연을 통해, 더욱더 서울시향에 애정이 가게되었다. 그리고 말러의 6번 교향곡에 대해서도 애정이 가게 되었다. 다가오는 7번과 9번 대망의 8번도 기대된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와 상상은 금물. 

ps : 이 날 공연장에 가니 서울시향의 2012년 시즌 프로그램이 나왔다. 아주 관심있는 공연이 많다. 겐나니 로제스트벤스키 부자의 공연과 정명훈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그리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콘서트 버전 및 모차르트의 레퀴엠, 피아니스트 볼로도스와의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 낙소스에서 많은 음반을 선보인 안토니비트의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등. 

11월 15일이 회원 티켓 오픈일이다. 이 날 표 값 좀 나오겠다. 그래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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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zidon 2011-12-1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후기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첼로 수석 주연선씨는 현재 출산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임신으로 체중이 증가하신 겁니다. ^^; 대신 어제 말러9번 연주회 때는 송영훈씨가 객원수석을 하셨습니다. ^^

햇빛눈물 2011-12-14 08:07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전 그런줄로 모르고 갑자기 변하셔서 건강에 이상이 있으신 줄 알았네요...그리고 송영훈씨의 9번 연주는 상당히 인상깊게 봤습니다. 연주 후 지휘자가 악장이 아닌 첼로수석에게 먼저 악수를 하는 것도 처음 봤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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