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의학의 세계사 - 웃기고 때로는 속이 뒤집히는 질병들
데이비드 하빌랜드 지음, 이현정 옮김 / 베가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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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의 원제는 ‘How to Remove a Brain: And Other Bizarre Medical Practices and Procedures’. 제목의 의미만 알아도 이 책에 주로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대충 느낌이 온다.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과거에 성행했던 특이한(bizarre) 의료 기술과 처방전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뇌를 제거하는 법(How to Remove a Brain)’미라를 만드는 과정 중 하나. 기원전 3500년 전의 고대 이집트인들은 송장을 미라로 만들 때 뇌를 들어냈다. 그들은 심장을 인간 존재의 중심을 상징하는 장기로 여겼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제거한 뇌와 콩팥을 제외한 나머지 장기들은 영혼으로 부활하는 송장을 위해서 병에 담아 관 속에 넣었다. 그렇다면 미라 제작자들은 뇌를 어떻게 제거했을까? 끝에 갈고리가 달린 철사를 코에 쑤셔 넣어 뇌를 조금씩 빼냈다.


세균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과거의 사람들은 나쁜 공기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믿었다. 흑사병은 유럽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전염병이다.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균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이 사실을 몰랐던 의사들은 나쁜 공기보다 더 고약한 악취로 흑사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의사들이 권고한 악취의 종류는 다양했는데, 그중 하나가 인간의 방귀였다. 의사의 처방전을 따르는 사람들은 방귀를 유리병에 저장했다. 자신이 사는 곳에 흑사병 환자가 생기면 병을 열어 방귀를 들이마셨다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는 특이한 의료 기술뿐만 아니라 과학적이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돌팔이 의사들의 엉터리 치료법도 소개한다그렇다고 이 책이 의학사의 어두운 면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인류의 목숨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의사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우리는 양질의 의료 기술을 받으면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유사 의학과 민간요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다달이 뜨고 지는 주기와 인간의 행동 및 건강 상태의 연관성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속설이다. 특히 몇몇 과학자와 페미니스트는 여자들이 함께 살거나 일하면 월경 주기가 같아진다동기화 이론을 신봉한. 동기화 이론을 주장한 학자의 연구 방식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 반론들은 오래전에 나왔다.


책의 저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을 기반으로 상식으로 둔갑한 가짜 의학 정보를 비판한다. 이런 유익한 내용을 전달하는 저자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 책에도 잘못 알려진 내용,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




* 29




 

 1942에 교황 인노첸시오 8세는 혼수상태에 빠진 후, 세 명의 어린 소년으로부터 수혈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넷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1942‘1492의 오자. 인노첸시오 8(Innocentius VIII)의 주치의 자코모 디 산 제네시오(Giacomo di San Genesio)는 세 명의 소년에게 뽑아낸 피를 교황에게 마시게 했다. 의사가 실패한 치료를 기록으로 남겼고, 교황은 세계 최초로 수혈을 받은 사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치의의 증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Jacalyn Duffin, History of Medicine: A scandalously short introduction, 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99, p. 171.)




* 91


 해파리에 쏘이면 고통스럽겠지만 다행히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다. 또 통증은 대개 24시간 정도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몇 시간 안에 죽음을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가진 해파리도 있다.




* 145

 

 잭 더 리퍼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가운데 한 명이다. [중략] 그는 (그가 여자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1888년에서 1891년까지 대략 5~11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잭 더 리퍼가 여장 남자라고 주장한 사람 중 한 명이 코난 도일(Conan Doyle)이다.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가 저지른 것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살인 사건은 총 5이다. 이를 ‘Canonical Five’라고 부른다.




* 170




 

 60cm에 달하는 가이드 와이어 사타구니에서 가슴 상부까지 이어져 있어서 제거해야 했던 환자도 있다.



오탈자. 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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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0-1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92년의 수혈은 비극적인 결과네요. 네 명 모두 피해자가 되었으니까요.
의학사를 보다보면 이전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데, 지금과는 다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cyrus님, 차가워진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cyrus 2022-10-10 13:30   좋아요 1 | URL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그때 당시에 어린이나 젊은 사람의 피가 몸에 좋다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에요. 놀랍게도 지금도 젊은 사람의 피를 수혈하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젊은 사람의 피에 근육을 되살리는 성분이 발견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부작용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거든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네요. 서니데이님도 마지막 휴일(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공휴일입니다..ㅠㅠ) 잘 보내세요. ^^
 
모더니스트 마네
홍일립 지음 / 환대의식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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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상주의 미술에 대해서 설명하면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는 무조건 거론된다. 마네는 그림 한 점 때문에 사이가 나빠진 드가(Edgar De Gas)를 제외한 인상주의자들에게 지지받았다. 시인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와 소설가 에밀 졸라(Emile Zola)는 인상주의 화가들을 지지한 문인이다. 두 사람은 마네의 그림에서 현대성을 발견했다. 현대성이란 평범한 일상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의미한다.


오스만(Haussmann) 남작이 주도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파리를 도시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공장이 줄줄이 들어서고, 철도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먼 거리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파리는 자본주의라는 심장에 맞춰 움직이는 혁신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리의 현대인들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의 미학을 선호했다. 젊은 화가를 양성하는 미술 학교의 교사는 학생들에게 고대 로마인들의 생활이나 고대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잘 그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미술 학교를 졸업한 화가들은 스승이 가르친 대로 그림을 그렸고, 평단으로부터 재능 있는 화가로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마네는 달랐다.화가는 자기가 본 대로 그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만이 진실이다.” 그게 마네의 신조였고, 그는 파리의 민낯을 화폭에 옮겼다. 마네는 벌거벗은 여신이 아닌 매춘부를 그렸다. 그림 제목은 당시 매춘부들이 주로 사용하던 이름이었던 올랭피아(Olympia)’다. 이 그림 하나가 프랑스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마네의 그림을 본 비평가와 관객들은 불쾌감과 분노를 표출했고, 마네를 조롱했다.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걸작인 마네의 <올랭피아>는 그렇게 대중의 소란스러운 여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모더니스트 마네는 인상주의 예술이라는 표본 상자에 박제된 마네가 아닌 현대생활의 화가 마네를 주목한다마네는 화려함에 감춰진 파리의 어두운 그늘에 관심이 많았다. 파리가 재개발되면서 빈민가는 점점 파리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곳에 그늘이 생겼다. 파리의 중심부에 사는 부르주아는 빈민과 넝마주이를 살아있는 쓰레기로 취급했고, 빈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문학과 예술은 추악하다고 생각했다. 부르주아만 드나들 수 있는 전시회에 가난한 사람이 주인공인 그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마네는 가난한 사람을 파리 시민이자 현대인으로 인식했고, 이들의 삶을 예술로 옮겼다


마네가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알려졌지만실제로 그는 총 여덟 번 치러진 인상주의 전시회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마네를 제대로 알고 평가해야 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색을 포착하려고 했다면마네 시대의 흐름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기록한 모더니스트인상주의 화가들이 모여서 빛을 만난 예술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을 때마네는 전시회에 없는 그림을 그렸다. 


모더니스트 마네는 인상주의자들과 구별되는 마네의 작품 세계를 미술사에 문외한 독자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보면 모더니스트 마네는 잘 만든 책은 아니다. 내 돈 주면서 사고 싶지 않은 책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 책을 나오자마자 주문해서 샀다. ㅅㅂ 


[취소 선 사유: 저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비속어를 썼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초판본은 잘못 만들어진 파본이다. 초판본 앞표지 그림은 앙투안 르냉(Antoine Le Nain)<늙은 파이프 연주자>(1642) 일부이다. 뒤표지 그림은 마네의 <늙은 음악가>(1862) 일부이다. 마네에 관한 책인데 정작 앞표지에 있어야 할 그림은 마네가 그린 것이 아니다


더 웃긴 사실은 책 앞날개 밑에 있다. 거기에 표지로 사용된 그림의 제목이 적혀 있는데, <늙은 파이프 연주>가 마네의 작품으로 되어 있다. 제대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오자출판사가 초판본이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파악했는지, 앞표지 그림을 <늙은 음악가>로 변경한 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대구 교보문고에 있는 모더니스트 마네는 표지 그림이 잘못된 파본이다. 출판사가 대형 서점에 남아 있는 파본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책의 얼굴만 잘못된 게 아니다. 책 내부도 좋지 않은데, 책 속에 오자와 오류가 많다.


[취소 선 사유: 제 서평에도 오류가 많습니다. 삭제해야 하지만, 그냥 지운다고 해서 저의 명백한 실수는 덮어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 있는 내용에 취소 선을 표시했습니다. 서평에 확인된 오류를 짚어준 홍일립 님의 글(링크 첨부)을 참고하세요.]

 

홍일립, <cyrus님께 답변해드립니다>

https://blog.aladin.co.kr/713543113/14002326










16쪽에 여류 인상주의자 베르트 모리조’, 21쪽에 여류화가라는 표현이 있다. 오자는 아니지만, 이런 구시대적 표현을 안 쓰는 게 좋다.







59쪽 각주에 있는 존 리월드(John Rewald)의 책 제목을 수정해야 한다. 인상주의가 아니라 인상주의의 역사(History of Impressionism).





* 75

 

 가령 쿠르베의 <센 강변의 아가씨들>과 마네의 <풀밭에서의 점심> 비교해보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예술세계를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중략]프리드는 양자의 누드화에서의 근본적 차이를 지적하면서 이들이 처한 상이한 역사적 위치 때문에 상호 간에 예술적으로 반응하는 경쟁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귀스타브 쿠르베

센 강변의 아가씨들

1856~1857




쿠르베의 <센 강변의 아가씨들>누드화가 아니다.





* 107쪽, 108쪽(그림 3-12)

   

 마네는 모방의 기술을 창작에 자주 사용한다. <올랭피아> 바로 직전에 그린 <풀밭에서의 점심>에서도 이 기술을 구사했다. 마네는 그림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인공들의 포즈를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의 판화 <파리스의 심판>에서 그대로 빌려왔다.

 


<파리스의 심판>은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Marcantonio Raimondi)이 제작한 판화 작품이 아니라 ‘(판화 형태의) 복제품이다. <파리스의 심판> 원본은 라파엘로(Raffaello)가 그렸는데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라이몬디는 알브레히드 뒤러(Albrecht Durer)를 포함한 거장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복제해서 판매했다. 그 당시에 지식재산권이 없던 시대라서 거장들의 대표작을 베껴서 그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 184


 한편 그림 왼쪽 상단에는 마네의 대표작 <올랭피아>를 비롯해서 3점의 액자가 걸려 있다. 나머지 2점은 마네 회화의 참고문헌 구실을 한다. 먼저 의 동판화 <작은 기사들>은 자신의 회화에서 고야가 중요한 출처 중 하나임을 암시한다.




<에밀 졸라의 초상>에 있는 <작은 기사들>고야(Goya)의 동판화 작품이 아니다. 벨라스케스(Velázquez)의 작품을 판화로 복제한 모사품이다.





* 173쪽 각주

 




빅토르 위고 빅토르 위고가

 





* 174





 

상플리에 상플뢰리(Jules Champfleury)






* 191쪽 각주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김병화 옮김, 생각의나무, 2005.[주]




[] 2019년에 개정판(출판사는 글항아리’)이 출간되었다.






* 196쪽 각주




   

스펙터클의 사회, 이경숙 옮김, 현실문화연구, 1996.[주2]




[2] 표준어 규칙대로 쓰면 스펙터클이지만, 출간 당시 책 제목은 스펙타클의 사회. 현실문화연구에서 나온 스펙타클의 사회는 절판되었고, 2014년에 개정판(유재홍 옮김, 울력)이 출간되었다.






* 234







푸르동주의자 프루동주의자






* 274


 




마네의정치적 성향을 마네의 정치적 성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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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10-05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ㅅㅂ이 제가 상상하는 단어가 맞나요??? ㅎㅎ 여류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류 이류도 잘 안 쓰는 단어죠!! 여류… 언제적 단어인데 여전히 사용하다니 번역가의 단어 인식에 문제가 있네요!!

감은빛 2022-10-05 10:44   좋아요 3 | URL
기억의집님. 문제는 이 책이 번역본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ㅎㅎ

저자의 언어 사용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네요. 게다가 cyrus님이 본문에 캡쳐해 올린 저 많은 오류들을 생각하면 제대로 확인작업도 거치지 않고 책을 냈군요. 저자가 놓쳤다면 편집자가 걸러냈어야 하는 부분들인데. 책을 구매한 독자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울 수 밖에 없겠네요.

기억의집 2022-10-05 11:22   좋아요 2 | URL
헐,, 저는 이 책 검색까지 했어요. 22년 8월에 나왔더라고요. 근데 왜 이 책을 번역이라고 생각했을까요?? ㅎㅎㅎ 아마 저의 사고 밑바닥에 번역책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나봐요!!!

cyrus 2022-10-08 02:56   좋아요 2 | URL
저는 다양한 해석을 존중합니다. ‘ㅅㅂ’이 ‘사비’일 수 있고요. 제가 이 책을 사비로 샀거든요.. ㅎㅎㅎ

mini74 2022-10-05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살까말까 고민했던 책인데 말이지요. ㅠㅠ

cyrus 2022-10-08 02:56   좋아요 2 | URL
사지 말고 도서관에 대출해서 읽어보세요. ^^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 - 어원에 담긴 매혹적인 역사를 읽다
김동섭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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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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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언어를 쪼개 보면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언어를 만들고 썼던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있다.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그것이 만들어지게 된 시대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언어는 만질 수 없는 유물이다.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는 유물과 같은 100가지 영어 단어를 소개한 책이다. 100가지 단어에 중세 유럽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강대국이었다. 이 두 나라는 여러 차례 전쟁과 휴전을 되풀이하면서 백년전쟁(1337~1453)을 치렀다. 현대 영어가 영국과 미국의 언어라면, 중세 영어는 영국과 프랑스의 언어다. 북유럽에서 터를 잡고 살던 노르만족은 세력 확장을 위해 서유럽 쪽으로 눈을 돌렸다. 프랑스에 정착한 노르만족은 1066년에 영국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고, 그 이후로 프랑스어는 영어가 되었다.

 

‘e-mail’mail은 원래 중세 영어가 된 프랑스어다. mail의 어원은 ‘malle’. malle은 지갑, 여행 가방을 뜻한다. 비스킷(biscuit)두 번 구웠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세에 만들어진 빵은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빵은 장기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휴대 식량이 되기에 부적합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두 번 구운 빵이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비스킷이다. 비스킷은 크기가 작아서 휴대하기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노르만족은 영국 사법 제도의 기틀을 다졌다. 영국 법정 단어 대부분은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중세의 재판은 영주의 땅인 마당에서 진행되었다. 마당을 뜻하는 프랑스어 cour법정(法庭)’을 뜻하는 영어 court가 되었다.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는 단어가 된 중세 유럽사를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각 단어의 의미와 관련된 역사를 정리한 글의 분량이 길지 않아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금방 다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중세 유럽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언어학자다. 역사 전문가가 아닌 유럽 언어 및 문화 전문가가 역사책을 썼다. 이렇다 보니 책 속에 역사적 정설로 잘못 알려진 내용이 버젓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주] 이 정도면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를 역사책이라고 소개하기가 민망하다.

 





[주] 책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는 811일에 작성된 배보다 배꼽이 큰 서평이라는 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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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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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쓴 유일한 소설 콘택트(Contact, 1985)에 나오는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앨리 애로웨이(Ellie Arroway)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천문학자다그녀는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인간 이외에 또 다른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세이건은 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올해 92일에 작고한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1961년에 열린 SETI 프로젝트 회의에서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문명의 수를 계산하는 일명 드레이크 방정식을 제안했다이 방정식을 이용해 계산해 보면 우주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문명의 수는 수십 개에서 최대 수천만 개까지다드레이크 방정식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과학자들은 우주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가설과 계산법을 제시했다. 인류와 비슷한 수준의 외계 지적 생명체는 당연히 존재한다는 믿음이 팽배했던 학계에 이탈리아 출신 미국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에 있는데?”

 

57년간 SETI 프로젝트의 선봉대 역할을 했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2020년에 해체되었다. 그래도 세계 각국 기관과 과학자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전파 신호를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실제로 있다면 그들은 우리가 보낸 전파 신호를 확인하고 우리에게 회답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페르미가 던진 질문에 제대로 한 방 먹어서 얼얼할 텐데 그래도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대답하지 않는 이유를 나름 그럴싸하게 설명한다. 그중 하나가 동물원 가설이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우리를 동물원에 갇힌 동물처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동물원 가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인간들이 자신들의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인간이 지구와 우주의 중심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침묵하는 이유가 못마땅하다. 우주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 이 XX들이 생까고 있는 거라면 우리는 쪽팔려서 어떡하나?”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지구와 인간의 존재를 알리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존중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인간 중심주의를 다 벗어버리지 못했다. 인간이 보기에 지구는 우리의 이다. 인간은 집주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살기 시작한 동식물을 학살했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했다. 자연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인간은 우주도 개발하려고 한다우주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의 집은 더 넓어진다그런데 우주에 정말 우리 인간만 있을까? 우리만 있다고 해서 공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지구와 우주는 인간을 위한 터전이 아니다.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우주에 우리가 볼 수 없는 존재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미생물이라고 부른다우주는 혼자가 아니다.


한 사람의 몸 안에 있는 미생물의 수는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계산해서 나온 외계 지적 생명체 문명의 수보다 많다. 우리 몸 안에 1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미생물은 지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미생물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지구의 집주인이다미생물보다 한참 늦게 나타난 인간은 미생물이 만든 지구에 염치없이 얹혀살고 있다.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는 천문학 관련 팟 캐스트를 진행하는 과학 저술가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Florian Freistetter)와 생물학자 헬무트 융비르트(Helmut Jungwirth) 함께 쓴 책이다. 두 사람은 과학 대중화를 위해 만들어진 모임인 사이언스 버스터즈(Science Busters)’ 소속 회원이다. 이 책은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주거나 악영향을 주는 100개의 미생물을 소개한다. 우리는 수많은 미생물과 접촉(contact)하면서 살고 있으면서도 아주 작은 고마운 존재를 모른그저 미생물을 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미생물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빵과 맥주는 미생물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방사성 폐기물은 우리가 만든 쓰레기인데도 버리지 못한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지하 암염층에 묻는 것이다. 그렇지만 암염층에 물이 들어가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이 흘러나올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면 암염층에 사는 할로박테리움 노리센스(Halobacterium noricence)라는 미생물이 필요한데, 이 미생물은 방사성 폐기물의 확산을 막아준다인간이 우주에 정착하려면 미생물과의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우주 온실에 사용되는 비료는 소변이다. 그런데 소변에 있는 암모니아는 해롭다연두벌레라고도 불리는 유글레나 그라실라스(Euglena gracilis)는 암모니아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광합성 작용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






믹소트리카 파라독사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린 마굴리스는 칼 세이건의 전처다. 




이 책에 미국의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가 언급해서 유명해진 미생물 믹소트리카 파라독사(Mixotricha paradoxa)가 나온다.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특정 지역에만 서식하는 흰개미 몸속에 있다. 이 미생물의 몸에 있는 25만여 개의 섬모는 박테리아다믹소트리카 파라독사에 섬모처럼 생긴 수많은 박테리아가 기생하고 있다그런데 박테리아가 없으면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끈적한 소화액이 가득한 흰개미 내장 속에 살지 못한다.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은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보답으로 박테리아에게 양분을 공급해준다. 해러웨이는 이들의 공생 관계에 주목하면서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를 독립적인 하나의 개체로 분류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두 생명체는 한 몸이 되어 서로 도우면서 살아간다.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를 읽으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가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 폭발로 우주를 떠돌던 별의 물질들이 뭉쳐져 지구를 만들고, 이것을 재료 삼아 모든 생명체와 인간이 만들어졌다. 이 책에서 세이건은 인간을 별의 먼지라고 했다.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를 읽으면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에 또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병균에 맞서고, 우리 몸에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서 공급해준 미생물 덕분에 우리는 지금 여기에 서 있다. 인간은 미생물로 만들어졌. 아주 오래된 우리의 친족(kind)인 미생물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들을 알면 더 잘 보인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51





카톨릭 가톨릭

 





* 71





로버트 코흐 로베르트 코흐[주1]



[1] 코흐는 독일인이므로 ‘Robert’독일식으로 표기하면 로베르트. 94쪽과 222쪽에 로베르트 코흐로 표기되어 있다.






* 95





페트라의 접시 페트리의 접시






* 106






탐사선 호이겐스 탐사선 하위헌스 [주2]



[2] 네덜란드어 이름인 하위헌스의 구() 외래어 표기는 영어식 발음인 호이겐스였다. 토성 탐사선의 정식 명칭은 카시니-하위헌스(Cassini-Huygens)’.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이탈리아 우주국(ASI)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토성의 고리 사이에 있는 틈인 카시니 간극을 발견한 이탈리아 출신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시니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을 발견한 하위헌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본체인 우주선 카시니호와 부속 착륙선인 하위헌스호로 이루어져 있어서 카시니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327쪽에 언급된 우주탐사선 카시니는 하위헌스호다.






* 167쪽


 세균은 아주 미세하다. 전형적인 박테리아는 1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다. 100만분의 1미터로, 우리 머리카락 지름보다 60배 정도 작다. 이런 점에서 1999년에 발견된 티오마르가리타 나미비엔시스(Thiomargarita namibiensis)라는 박테리아는 아주 거대하다.[주3] 최대 0.75밀리미터 크기다. 이 문장의 마침표만 한 크기다. 현미경 없이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3] 세상에서 가장 큰 세균은 티오마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 올해 623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보고된 이 박테리아는 서인도 제도의 과들루프섬의 맹그로브 숲에서 발견되었다티오마가리타 마그니피카의 길이는 1cm로 일반 박테리아보다 5,000배나 크다(사진 출처: <“에베레스트만한 사람 나온 셈길이 1초거대 박테리아 발견>, 조선일보, 2022624)

 





* 308





 요나트는 2009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토머스 스타이츠,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과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는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네 번째 여성이었다.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은 그보다 45년 전 상을 받은 도러시 호지킨(Dorothy Hodgkin)이었다.[주4]




[4]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은 마리 퀴리(Marie Curie). 그녀는 190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1911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 354





 울프사이먼 팀이 ‘GFAJ-1’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모노호에서 서식하는 할로모나다세아(Halomonadaceae)에 과의[5] 박테리아는 유독한 비소가 보통의 생물에서 인이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5] 오자. 할로모나다세아과 또는 할로모나다과로 써야 한다.






* 377





 롭 던(Rod Dunn)집에서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미생물에서 다지류, 꼽등이, 꿀벌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 자연사 [주6]




[6] 집에서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2020년에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생물학자의 집 안 탐사기(홍주연 옮김, 까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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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과 종이 만날 때 - 복수종들의 정치 아우또노미아총서 80
도나 해러웨이 지음, 최유미 옮김 / 갈무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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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도나 J. 해러웨이(Donna J. Haraway)20세기 후반기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 철학자 중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녀는 철학은 물론 문학, 생물학, 과학기술학, 페미니즘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새로운 문제와 관점을 제시하면서 얽히고설킨 지적 모험의 지평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화려한 명성에 비해 생소하고 까다로운 학자가 해러웨이다. 그녀는 인공지능 기술과 유전공학의 발전 속에서 과학과 페미니즘을 접붙인 철학자로 명성을 누렸다. 해러웨이는 1985년에 발표한 논문사이보그 선언(A Cyborg Manifesto)에서 남성 중심 과학이 초래한 여성과 과학기술의 분리된 관계를 비판하고, 인간과 비인간인 기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그녀에게 사이보그는 /, 백인/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인간/비인간(동식물, 기계) 등의 근대적 이원론을 극복하는 존재이다.


해러웨이의 이원론 해체는 단순히 공동체 안에 있는 서로 이질적인 의견과 정체성을 하나로 융합하기 위한 숙원의 과제가 아니다. 다양한 의견과 정체성이 만날 때 생기는 모순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서 돌보는 주체적인 결속이 가능해진다근대적 이원론의 재료인 인간중심주의는 지구상 모든 존재의 공존을 도모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는 단절과 차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해러웨이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게 만드는 모든 형태의 인간중심주의를 거부한다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인간, 기계, 동물, 주류로부터 배제됐던 그 밖의 존재와의 만남을 선호한다. 그들은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합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모순을 외면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모순에 응답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세상을 만들려는 해러웨이의 지적 모험은 2003년에 나온 반려종 선언(The Companion Species Manifesto)에서 이어진다해러웨이가 첫 번째 지적 모험에서 만난 존재가 사이보그라면, 두 번째 모험 중에 만난 존재는 개는 인간과 아주 친한 반려동물이다. 개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보는 관점은 개와 인간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한다. 그렇지만 개를 친근하게 바라보는 인간의 눈앞에 인간과 비인간을 무 자르듯이 구분하는 인간중심주의가 아른거린다. 인간중심주의를 투과한 인간의 시선에 비친 개는 반려동물이다반려동물이라는 언어로 된 철창에 갇힌 개는 인간의 손길을 받으면서 자라는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반려동물은 인간이 허용한 관계의 영역 안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거대한 감옥이다. 반려견은 산책할 때마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한다. 인간의 보호와 통제에 벗어난 반려견이 인간을 공격하는 순간, 그들은 동물이 되고 안락사해야 할 존재가 된다.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온정적이지만, 여전히 개를 인간에게 의존하는 비인간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에 갇힌 개를 구출한다. 반려종은 사이보그와 마찬가지로 종(, Species)의 경계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반려종에 속한 개와 인간은 자연과 문화 또는 동물과 인간으로 구분되는 이원론을 아늑한 거처로 삼지 않는다. 거처 밖에 이원론에 맞지 않은 기이하고, 잡다한 존재들이 돌아다닌다. 해러웨이는 이들을 묶어 크리터(critter)’라고 부른다크리터와의 만남이 지속되면 범주가 무의미해지고, 모든 존재가 뒤죽박죽 섞인 관계망이 만들어진다. 이 관계망 속에서 종과 종은 서로에 대해 관심을 멈추지 않으며 차이를 존중하면서 만난다. 해러웨이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돌보는 함께 되기(becoming with)의 삶을 강조한다.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은 나온 지 상당히 오래된 글이다. 이 두 편의 글은 2019년에 번역되었다(해러웨이 선언문: 인간과 동물과 사이보그에 관한 전복적 사유, 황희선 옮김, 책세상). 우리말로 번역되기 전까지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은 일부만 인용된 채 소개되었다. 길어야 서너 줄인 인용문은 해러웨이의 철학을 설명하는 글에 박힌 장식품에 가까웠다. 그동안 독자는 해러웨이의 철학을 장식품에 의존하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이접근해야 했다. 이러면 얽히고설킨 해러웨이의 철학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는 오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래서 해러웨이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철학자다종과 종이 만날 때: 복수종들의 정치(When Species Meet, 2008)해러웨이가 쓴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의 주석서반려종 선언에 일부만 소개된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도 수록되어 있다. 해러웨이는 스포츠 기자로 살아온 장애인 아버지의 삶과 가족 전체의 일상에 영향을 준 반려종을 되돌아본다(respecere).[주1] 독자는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에 기록된 그녀의 지적 모험을 유쾌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해러웨이는 반려 종 선언의 초기 원고를 토대로 종과 종이 만날 때2장과 4장을 썼다. 그래서 종과 종이 만날 때134쪽에 있는 사진은 해러웨이 선언문222(반려 종 선언)에도 나온다.


종과 종이 만날 때을 혼자 읽어도 버겁다면, ‘반려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반려(companion)’는 라틴어 쿰 파니스(cum pains)’에서 유래됐다. 쿰 파니스는 빵을 함께 하다(먹는다)’라는 뜻이다. 해러웨이가 강조한 반려는 식탁에 함께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서로 돌보면서 식사하는’ 존재. 내가 생각하는 해러웨이식 반려 독서는 이렇다. 여러 사람이 탁자에 함께 앉아서 혼자 읽은 책을 다시 본다(respecere). 반려 독서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가 읽은 내용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힌다. 이 모임에서 본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이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존중해주고 받아들이자. 반려 독서의 목적은 지식을 더 많이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반려종인 우리는 ‘함께 읽기를 통해 서로 다른 지식과 정체성이 만나면 생기는 차이(또는 모순) 속에서 함께 번영하는 법[2]을 배워야 한다.






[주1]레스프레체라고 읽는다. respecere는 종의 어원인 specere로부터 나온 말로 respect의 어원이다. specere보다라는 의미이므로 respecere 거듭해서 보다는 뜻이다. (종과 종이 만날 때: 복수종들의 정치, 1장 종과 종이 만날 때: 서문, 31쪽 각주)


[주2] 종과 종이 만날 때, 371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96




 

P. T. 바눔 P. T. 바넘(P. T. Barnum)

 

 




* 198쪽 각주(옮긴이 주)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 1883[주3]~1966)는 간호사로산아제한 운동을 활발히 벌였던 여성 운동가이다.


[주3] 마거릿 생어의 출생 연도는 1879이다.

 

 




* 204




 

콜로라도 록키즈(Colorado Rockies) 콜로라도 로키스

   

 

 



* 후주, 381


 



A. N. 화이트헤드, 과학과 근대세계, 오영환 옮김, 서광사, 1990.

[주4]

 


[주4] 2008개정판이 출간되었다.

 

 




* 후주, 402


 



낸시 파머, 아프리카 소녀 나모, 김백리 옮김, 느림보, 2007.[주5]

 

[주5] 초판이 출간된 연도는 2005이다.

 

 




* 후주, 428

 




Brian Harre Brian Hare [주6]

 

 

[주6] 브라이언 헤어는 작년에 화제가 된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이민아 옮김, 디플롯)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이다.

 

 




* 후주, 448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닥터 아인의 마지막 비행[주7]



[주7] 번역명: 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이수현 옮김, 체체파리의 비법, 아작, 2016.

 


 



* 후주, 449

 




드니 디드로의 달랑베르의 꿈[주8]

 


[주8] 김계영 옮김, 한길사, 2006.

 

 




* 후주, 452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여장을 한 발데모트 경 

볼드모트(Lord Voldem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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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선 필독으로 읽어야 할 페이퍼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축하드립니다 *^^*

cyrus 2022-10-08 02:57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어요. 출판사가 제 글을 확인했고, 오자를 고친다고 답변을 주셨어요. ^^

그레이스 2022-10-07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2-10-07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cyrus님^^

서니데이 2022-10-07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