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를 6화까지 보았다. 이것은 놀라운 이야기다. 내가 보았던 6편까지의 이야기들 속에, 이 나라에서 여자들이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꼰대질에 맞서야 하는 젊은 여자가 나오고, 남편에게 맞고 사는 아내가 나온다. 게다가 성추행당했다는 어린 딸에게 '그러게 왜 치마를 입고 다녀!'라고 말하는 아버지가 나온다. 어린 딸은 '바지 입었는데도 그랬다고!!' 하며 울부짖는다. 미친듯이 고생해 이제 쉬어도 될 때쯤, 몸이 아파 요양원에 누워있어야 하는 여자의 삶은 어떤가. 수많은 식구들의 삶을 온전히 유지하도록 돕느라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 삶은? 


나이들어가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를. 물론 나는 내가 나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긍정한다.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적에 내가 했던 어떤 말이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알라딘에 내가 쓴 과거의 글들만 뒤져도, 아아, 어쩌면 이런 생각을 잘도 바깥으로 꺼내서 말했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진다. 그보다 더 어릴 적에 내가 했던 말들, 혹여라도 누가 그걸 기억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후회되는 말들도 많다. 그리고 그것을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며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지금의 내가 된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물론 지금의 나를 또 훗날 부끄러워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찬란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십대가 또 어떤 사람은 이십대 젊은 시절이 본인에게 가장 찬란하다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지금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말들을 조심스럽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더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싶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십 수백번 생각하지만, 그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지금의 나와 젊었을 적의 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지금이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내가 기울어져가고 있음도 사실이다.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운동하는 삶을 살고 있고 예전보다 조금 덜 먹는 삶을 살고는 있지만(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시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고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지는 것 같다. 생리일수는 확 줄었고 취침시간도 빨라졌다. 이런 것들은 노화가 가져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반면,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 훅훅 찾아와 나를 놀라게 한다. 나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여전히 과음 후 다음날에 숙취도 별로 없어서 친구들로부터 체력이 짱이라는 말을 듣고 살지만, 사흘동안 연달아 술마시면 코피가 터지고(응?), 피로감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며칠전엔 아침에 일어나서 귀가 잘 들리지 않고 멍멍했다. 금세 낫겠지 하고 하루를 보내는동안, 머릿속엔 점점 더 안개가 차는 느낌이었다. 종국에는 머리의 반쪽에 가득 안개가 찬 기분이 되고, 그러자 곳곳에서 들리는 소리를 견딜 수 없어지게 되었는데, 오후에, 팩스가 들어오는 소리와 프린터에서 출력물이 나오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자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고, 창문 밖으로 떨어져버리고 싶어지는 거다. 사무실인데, 크게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도 참느라 폭발할 지경. 결국 나는 부랴부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게 뭔지 일단 병원가서 치료하자, 귀지가 있다면 파내고, 염증이 있다면 약을 먹어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자, 싶었던 것. 이비인후과의 닥터는 내 증상을 듣고 일단 콧구멍 양쪽을 살피고 귀도 양쪽을 살펴 사진을 찍었다. 모두 이상없이 깨끗하다고 했다. 선생님, 그렇다면 저는 왜그런가요? 왜 이렇게 멍멍하죠? 그러자 닥터는 청력 검사를 해보자고 했고, 청력검사를 한 뒤에 '한 쪽 귀의 청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돌발성난청 이란 병입니다


라고 했다.



................뭐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나는 닥터가 입밖으로 낸 '병'이란 단어에 놀란다. 이거 치료가능한가요? 물었더니 닥터는 가능하다고 약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약을 처방받고 돌발성난청에 대해 여러차례 검색했다.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재발 가능성이 높다, 그중 몇 프로는 아예 귀가 안들리게 된다 등등, 여러가지 것들이 나왔다. 나는 평소에 건강한 사람이니, 금세 낫겠지. 무섭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약을 먹었다. 이게 너무 서러웠다. 나에게 한 번도 찾아올 줄 몰랐던 병이, 심지어 그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병이 나에게 찾아왔다니. 어째서 이럴까. 왜 지금 찾아왔을까. 그게 너무 슬펐다.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늙어감이 이렇게 드러나는 거야.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희자(김혜자)는, 일흔의 나이로, 계속 자신에게 새기는 말이 있다. '혼자 할 수 있어', '혼자 살 수 있어'가 그것이다. 망상증 초기를 진단받고 막내 아들이 씨씨티비로 그녀의 안전을 살펴야 하는 순간을, 그녀는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들다. 자신의 존재가, 자신이 살아가는 일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야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다들 자기 삶을 살고 자신 역시 혼자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너가 혼자 살 수가 없어'라고 모두가 그녀에게 얘기한다. 그녀는 절망스럽다.



이런 잔병치레쯤은, 얼마든지 내가 병원에 스스로 찾아가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으니 괜찮다. 사실, 내가 잘 낫지 않고 귀가 멀어버리는 건 아닐까 너무 무섭기도 하다. 그런데 십년후 이십년후엔 어떨까. 더한 어떤 병이 찾아온다면, 그런데 내가 혼자 살고 있다면, 내가 혼자 할 수 없고 혼자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 누워서는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까. 나는 아마도 계속 혼자 살테고, 혼자 지내게 될텐데, 자주 친구들을 만난다고 해도 그들과 늘상 함께 붙어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내 몸을 가눌 수 없게 된다면 어쩌나. 왈칵 두려움이 밀려왔다. 돈을 벌어야겠다, 돈을 벌어서 차곡차곡 모아야겠다, 모아서, 내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생겨온다면, 내 돈을 챙겨 요양원에 들어가자, 그런 생각을 했다. 어제, 일자산에 오르면서, 여기에 주말마다 오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건강하자, 조금 더 신경쓰자, 지금보다 술을 좀 줄이고, 이제 영양제를 챙겨먹자. 영양제는 나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고 자만해왔지만, 앞으로도 아주 오래 '혼자 할 수 있고' , '혼자 살 수 있'으려면, 영양제를 먹는 걸로 생각을 바꿔야겠다. 면역을 좋게 해준다는 프로폴리스도 사먹고, 비타민 씨..같은 거 사먹을까. 보약을 한 재 지어먹는건 어떨까. 내가 나를 조금 더 챙기자, 생각했다.



토요일엔 이비인후과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내가 나아짐을 느꼈다. 분명 완치됐을거야, 생각하고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날이 좋았고, 나는 가슴골이 보이는 원피스를 입었다. 이런 옷 입고 나가는 걸 알면 분명 아빠 엄마가 뭐라 할텐데 싶어서, 아빠 엄마가 안계신 틈을 타 후딱 집을 나왔다. 그런데 집 앞 횡단보도에서 엄마를 똭- 마주쳤다. 으이크, 한소리 듣겠군, 했는데, 나를 마주친 엄마는 멀리서 손을 흔들었고, 가까이 와서 나를 보고는 '예쁘네'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 만세!!!!!!!!!!!!!!!!!!! 룰루랄라 병원에 갔다. 그리고 청력 검사를 했다. 안들리면 어떡하지, 하고 잔뜩 긴장했는데, 정말 잘 안들렸다.


.....


당황스러웠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닥터는 완치가 안됐다고 했다. 약을 더 먹으라며 처방전을 또 써줬다. 생활하는 데 지장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아직 치료를 더해야겠다고. 병원을 나오는 내내 너무나 우울했다. 너무 우울해서, 정말 우울했다. 너무 우울해서 정말 우울하다는 개같은 문장을 쓸 정도로 우울했다. 그래서 그 날, 떡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 대낮부터 밤늦게까지 마셨다. 



완(고현정)과 연하(조인성)에 대해 생각했다. 5,6화에서의 완과 연하는, 나를 완으로 만들고 또 연하로 만들었다. 저렇게 지내는 거, 저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사랑하는 사이었다가 지금은 멀리 떨어져 연락만 하고 지내는 상태. 그렇지만 상대를 '여전히', '아직도' 사랑하는 상태. 널 사랑해, 라고 말하고 나도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하는 상태. 서로를 사랑함을 인정하는 상태, 그러면서 친구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완은 연하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지울 수 없고, 머릿속을 지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동진선배(신성우)를 이용한다. 동진선배랑 가까워지지만, 완이 동진선배를 선택한 건, 연하를 잊기 위해서였다. 결국 완은 동진선배에게 '미안'을 말해야 한다. 자신이 잘못했음도 뉘우치고. 그래, 저건 별로야. 이 사람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척 하는 거. 그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아. 나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사귀어본 적이 있었고, 그 후에 늘상 자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떤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그걸 이제 경험으로 안다. 사랑은 다른 사람으로 잊혀질 수 있겠지만, 사랑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딱히 권할 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어떤 사람에겐 더 그러한데, 나는 그런 '어떤 사람'중에 한 명이다.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고 억지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억지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는 일을 나는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거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건 사랑하기 때문인거지,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나는 그냥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거야. 나를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거야. 내 사랑은 그런 거야.




오늘 아침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소리를 쳐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스맛폰을 보고 있다 고개를 드니, 저기 반대편에 나의 남동생이 자신의 차 안에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다. 녀석이 출근하는 방향과 내가 출근하는 방향이 다른데,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흔들면서 웃었다. 좋았다. 방금전에 집 안에서 만나놓고는, 이렇게 집 밖에서 만나도 소리쳐 불러 손을 흔드는 사이라는 것이. 방금 봤는데 또 반가웠다. 아아, 돌발성난청, 아직 가족들에게 얘기안했는데... 낫겠지?



그리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동료1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노래 하나를 링크해주었다. 들어보았더니, 와, 끝내주더라.





너무 좋아서 반복해 들으면서 동료에게, 나는 이런 기분으로 출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이 기분으로 출근 못해, 라고 했지만, 출근했다. -_-

인생............



토요일에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니 남동생이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얼굴이 두꺼비가 됐냐.

ㅎㅎㅎ 거울을 보니 어처구니 없는 얼굴이 되어 있더라. ㅋㅋㅋㅋㅋㅋ 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ㅏㅏㅏㅏㅏ모르겠다 진짜. 뭘? 


참. 김이듬 시인이 신간을 낸 것 같던데???? 슬로베니아 여행기로 알고 있는데, 아니, 연하가 있는 곳이 슬로베니아잖아??? 게다가 겨울휴관의 김이듬 이잖아? 그러면 이 책 사야겠네, 또?????
































말할 수 없는 애인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알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건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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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라슈 2016-07-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 좋아서 들어와 글 보다가 돌발성 난청이란 병 보고 댓글 남깁니다. 아무쪼록 빨리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글 잘봤습니다^^

다락방 2016-07-04 14:17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잘 보셨다니 좋네요. 흣 :)

레와 2016-07-0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병들거나 내 주변에 누군가가 병들거나.
지금은 이 `병` 들수도 있다는 현실이 너무 버겁고 무서워. 다락방.





다락방 2016-07-04 15:52   좋아요 0 | URL
응. 아프다는 소식도, 누군가의 부고도, 예전보다 더 많이 듣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우리가 나이 들고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듣게 되겠지. 그런것들을 다 감당하고 또 꿋꿋이 버티는 게 삶인걸까.

치니 2016-07-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그래서 오늘은 좀 어때요? 오늘도 병원 가보셨어요?

다락방 2016-07-04 17:09   좋아요 0 | URL
약간 불편해요. 모레쯤 다시 가보려고요. ㅠㅠ

야홍이 2016-07-0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정인이 부른 ˝뜨거운 안녕˝ 때문에 가슴이 확 다 뜯겨나갔는데 이런노래를 또 ... 요즘 가슴이 너덜너덜합니다.
저는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증 이라는 너무나 긴 병명을 병원에서 들었는데... 그냥 좀 어지러운 병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얼른 완쾌바랍니다.

다락방 2016-07-04 17:58   좋아요 0 | URL
야홍이님, 그 이름도 긴 병명을 검색해보니 이석증 비슷한건가 봐요. 그건 완치가 되는건가요? 어휴..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뜨거운 안녕은 토이의 노래를 정인이 다른 버전으로 부른거네요? 이 댓글 읽고 방금 검색해봤어요. 오늘 아침의 정인의 <장마>내내 반복해 들으면서 어휴,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ㅠㅠ

이래저래 잘 지냅시다 ㅠㅠ

singri 2016-07-0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매달 4-7일만 되면 어김없이 파내고 싶을 정도로 눈이 건조해져서 결국 염증생기고 낫기가 반복이라 대학병원 가서 검사 다해봤는데도 건조증에 인공눈물 처방만 나와요. 반년됐는데 다시 건조증 없는 눈은 안돌아 오는 건지..ㅜㅠ

글 읽으니 예전에 귀지로 염증이 생겨서 일주일 어지럼증으로 고생했던거 생각나네요ㅡ 치료 잘 하셔서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아프지 마세요 ㅡ

디마프는ㅜㅜ 건조증인데도 막 엉엉 울었던 적 몇번 됨. 인생 드라마

다락방 2016-07-05 08:13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야홍이님도 그렇고 싱그리님도 그렇고.. 각자 자기만의 질병을 갖고 사는군요 ㅠㅠ 저는 알러지성 비염이라 환절기마다 혹독하게 앓아요 ㅠㅠ 크..인간이란 이토록 불완전한 존재로군요 ㅠㅠ

어제는 디마프 7화를 봤어요. 또 눈물이 왈칵차오르더라고요. 어휴, 이 드라마는 사람 울리기로 작정했어요. 우앙 ㅠㅠ

세실 2016-07-04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힘내요. 다락방님^^
완치될때까지 술은 조금만 마셔요^^

다락방 2016-07-05 08:13   좋아요 0 | URL
네, 세실님 고마워요.
안그래도 어제 삼겹살 먹는데 술은 한 방울도 안마셨어요! 으하하하핫
 
시사IN 제459호 2016.07.02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이번 호 시사인은 읽을 거리가 아주 많았다. 특히나 과학책 번역가 김명남의 글은 더 좋았다.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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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도 1등을 해본 적이 없고, 뭘 했다하면 1등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공부가 아닌 다른 걸로 상을 받거나 할 때도 '대상'이 아니라 항상 우수상 같은 거였어.. 1등 하고 장학금 받아볼까 하는 생각에 방통대도 들어갔다가 반학기 다니고 자퇴했지.. 난 안돼.. 하고. 내 인생에 장학금과 1등은 없는건가... 아, 문학동네 리뷰대회 1등해서 책 백권 받았었지. 후훗. 

어쨌든 그렇게 나는 1등이나 최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데, 분하다... 서초구에서 책 구매도 1등이 아니라 28등이라니. 왜 나는 언제나 이렇게 어정쩡한 등수를 받아드는가...왜때문에...









사무실이 이사를 가는데, 이사를 가도 근처라 어쨌든 '서초구'에 있을 터. 내년에는 서초구 1등을 하리라! 기필코! 반드시! 꼭!



기록이 보고 싶다면 요기 알라딘 메인 → 알라딘 굿즈 → 17주년의 기록 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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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7-0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8위도 대단한데 하면서 내려오다가 헉! 2천만원이요?? 😭👏👍🏻😍 근데.. 서초구 1위의 총 구매금액이 궁금한 것은 저만 그렇습니까. ㅎㅎㅎ 그나저나 이거 어떻게 보는거에요? 제 구매 총액을 보려면..

다락방 2016-07-01 12:48   좋아요 0 | URL
여기로 가보세요. 17주년 기록 이벤트래요. 후훗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51267

얼룩말 2016-07-01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주..예약 잡았어요. 그 동안 두 번 예약 잡으려고 했는데..계속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못했거든요. 다음주 금요일날..다녀오고 말씀드릴게요. :)

다락방 2016-07-01 13:02   좋아요 1 | URL
두근두근... 잘 다녀오세요! 후기 기다리고 있을게요. 후훗 :)

건조기후 2016-07-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8등도 엄청난데요! 저는 생각보다 책을 많이 안 샀던데 카드명세서에 매번 주르륵 찍혀 나오는 알라딘은 어떤 알라딘인지 모르겠어요 ㅋ 7월이니 굿즈가 바뀌었겠거니 하고 들어와봤더니 무려 17주년 기념 비틀즈 머그.. 에코백.. 북마크 ㅜㅜㅜ 보자마자 욕 나오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대체 뭘 고르라는 말이야, 여우같은 알라딘.

다락방 2016-07-01 13:22   좋아요 0 | URL
저는 에코백 엄청 탐나더라고요. 안그래도 오늘쯤 책 지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코백과 함께 받아야 할까요... 삶은 뭐고 지름은 뭡니까, 건조기후님... 하아-

에코백 받기 위해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며 이 오후를 보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레와 2016-07-0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서초구에 책부자들이 많이 사나..?? ㅎㅎ


마성의 알라딘 굿즈. =.=
이러다 일반회원에서 실버회원 되겠으.................. 하..............................

다락방 2016-07-01 13:40   좋아요 0 | URL
서초구에 책부자들이 좀 많긴 많은가봐. 나보다 책 적게 산 알라디너가 동작구에서 23등이더라고 ㅋㅋㅋㅋ 내가 진짜 내년에 1등에 도전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외서구입하고 받는 에코백이 너무 갖고 싶은데 어쩌지.. 난 외서를 살 게 없다요 ㅠㅠ

레와 2016-07-01 13:42   좋아요 0 | URL

이봐 친구, 왜이래.
외서는 장식용이잖아.
표지가 제일 예쁜걸로 골라봐.
어서어서.

다락방 2016-07-01 13:43   좋아요 0 | URL
정글북 에코백 받아야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예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07-0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7-01 15:16   좋아요 0 | URL
아니, 이런 깨알팁을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진정 감사합니다! 꺅 >.<

고양이라디오 2016-07-0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ㅎ;; 알라딘 상위 0.02%라니 저도 확인해볼래요^^ㅎ
전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봐서 순위가 높지 않네요ㅠ
지역에서 상위 0.1% 네요ㅎ

다락방 2016-07-07 13:01   좋아요 1 | URL
저게 그냥 책을 구입하는 순위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는 순위가 아니라요. 사는 거에 비하면 읽는 건 한참 모자라죠. 읽는 속도는 감히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를 못해요. 고양이라디오님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상위 0.1프로라니, 정말 많이 구입하시네요!!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07-07 16:20   좋아요 0 | URL
월평균 8권이었는데 지역이 시골로 되어 있어서 그런거 같아요ㅎ
 

어제 직장동료 p 와 오랜만에 마주쳤다. 층이 달라 하루에 한 번도 못보고 지나칠 때가 많은데 요 며칠간 교육을 다녀와서 아예 볼 수 없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하고 물으니, "힘들어요, 차장님.." 하고 울먹이는 소리를 낸다. 일전에 애인하고 관계가 예전같지 않았던 말을 들었던 터라 혹시나 싶어 애인하고 헤어졌나고 물으니, p 는 이렇게 답했다.



헤어지는 중이에요.



아..가슴이 너무 아팠어. 헤어지는 중이라고 답해야 하는 저 상황을, 저 마음을, 너무나 잘 알겠어. 나는 잠깐 p 의 팔에 손을 올려두었다. 응, 술이나 마실까? 하니, 네, 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1과 사람2가 만나서 좋아하고 사랑하다가 감정이 식어 헤어질 수 있다. 아니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감정이 식을 때는 사람1과 사람2가 동시에 식는 게 아니다. 어느 한 쪽이 먼저 식는다. 좋아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 이별을 맞닥뜨렸을 때, '우린 이제 헤어져'라고 한다해서 '오늘 이별했으니 쫑!' 이렇게 되는 게 아니다. 이제 그 사람에게 적응했던 나를 혼자에 적응하는 나로 만들려는 시간은 아주 많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내내 '헤어지는 중'이라고 표현한다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헤어지는 중이에요, 라는 p 의 말이 너무 아팠다. 그렇게 말하는 p 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그녀가 떠난 뒤 나는 어지간히 엉망이 되었다. 더는 일하지 않았고, 더는 먹지 않았다. 온종일 더러운 이불 속에 누워 그녀와 그녀의 맨몸을 담은 사진을 바로 눈앞에 붙여서 내가 자위를 하면 림멜(영국의 화장품 브랜드로,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등 아이 메이크업 제품이 유명하다:옮긴이 주)칠한 그녀의 짙은 속눈썹이 그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고 상상했다. (p.11)

















'얀 볼커르스'의 소설 [터키 과자]는 이별을 겪은 남자가 자신이 엉망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글로 시작한다. 남자는 그녀와 헤어진 게 너무 아프고 그녀가 너무나 그리워서 이불 속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고 야위어간다. 그러다 아주 많은 여자들과 의미 없는 섹스를 하기도 하고. 


이런 시간을 지나온 그가, 더이상 '엉망'인 모습은 아니라 해도,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 붉은 머리 올하를 그리워하는 건 지속된다. 몇차례 그녀를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말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그녀의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미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어가고, 이 여자가 내가 사랑한 그여자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달라진다.



이별은 사람을 엉망으로 만든다. 일전에 본 영화 [러브, 비하인드]에서의 여자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고, 술에 취하고, 약을 하고, 울고.....하지 않았던가. [터키 과자]에서의 남자도 올하를 내내 그리워하고 언제든 돌아오기만 하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른 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는데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해서 올하가 '네가 이렇게 나를 내내 사랑하니 너에게로 돌아올게, 내가 있을 곳은 너야' 하고 돌아오진 않는다. 올하가 그랑 함께 하는동안 내내 즐거웠던 건 아니니까. 너무 섹스만 한 것도 불만이었고. 누가 아무리아무리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선택하고 싶다면, 나는 그럴 수 있는 거다. 나 역시 내 사랑이 중요하니까. 


p 생각을 했다. p는 헤어진 애인과 다시 잘 되기를 바랄까? 그가 돌아오기를 혹은 자신이 돌아가기를 바랄까? 



대단한 성애소설일줄 알았던 [터키 과자]는 쉴새없이 '박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재미는 없다. 자신이 사랑한 올하가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있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 어딜가나 남자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건 좀 병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보면 그렇게 한결같이 찝적대기만 하나? 게다가 그녀를 가난에도 잘 적응하고, 그 와중에도 주어진 재료로 요리까지 잘하는 여자로 표현한 건, 뭐랄까, 좀 병맛이었다. 게다가 남자가 언급하는 소설이나 시를 다 못알아듣고... 이건 판타지잖아...



그러나 올하는 소설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보여지기' 보다는 말을 하는 존재가 된다.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그때 자신이 행복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지금 자신이 하는 선택에 대해 그녀는 얘기한다. 남자가 보는 올하가 빛을 잃을수록, 올하는 목소리를 찾는다. 그녀가 빛을 잃은 건, 그녀의 젊고 찬란했던 시절이 지나치게 피곤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 열등감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한때 아름다웠던 삶에 지쳤던 거라고. 아름다운 여자를 가만 놔두지 않는 삶에. 심지어 올하의 어머니 조차도 올하의 미모를 이용하니까. 그래서 올하가 마지막에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준다'며 다른 남자와 다시 결혼을 선택할 때의 그 마음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찬란했던 젊은 시절의 사진을 지금의 남편에게는 보여주려 하지 않는 올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 겉모습이 아닌, 그저 나라는 사람 그 자체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어떻게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낮에는 절대 옷을 벗지도 않으며 위 팔뚝의 주근깨가 이제 미워져서 항상 긴소매 차림을 한다고. 나라면 여전히 그 주근깨 하나하나에 입 맞추고 싶겠다고 하자 그녀는 내가 아직까지 옛날 모습으로 자기를 본다고 되받았다. 내가 그녀를 이상화시킨다 한들 그녀는 오래전부터 이미 이상적인 여자가 아니라고. 지금 결혼하려는 남자는 현재 그녀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고. 그녀가 브리지 게임에서 글쎄 술에 취하여 자신이 숫제 도사라고 생각한 나머지, 패를 엉터리로 낸다거나 혹은 머리 모양을 싹 바꾸었을 때조차. 어떤 남자냐고 묻자, 내 눈에는 지독스레 흥미로운 얼굴일 것이라고 했다. 지독스레 못생겼다고. 생김새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얼굴이 얽었다고. 인디언 얼굴. 험프리 보가트를 닮았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그리고 쿠르츠말러(1867~1950 독일 여성 소설가. 신분 차이를 극복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주로 썼다. 당대 할리퀸 시리즈물의 대명사: 옮긴이 주)의 표현을 가져와 쓰면서 그녀를 숭배했다고. 나도 그랬었다고 했더니, 그녀는 그건 잘 안다면서도 대뜸 비난을 퍼부었다. 자신이 갇혀 있다고 느꼈고 그 시절 동안 한 번도 혼자 시내에 가 본 적이 없다는 것. 내가 그녀를 너무 자주 침대로 데려갔다는 것. 그녀가 아침에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으면 벌써 씨작됐다고. 그러면 그녀는, 또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따져 보았더니 하루에 일곱 번일 때도 있었다. 그건 더 이상 정상이 아니었다고. 나는 그저 색광증 환자였다. 내가 여태 그러느냐고 그녀가 묻기에, 그녀가 곁에 줄곧 있었더라면 그랬을 터라고 대답했다. 옛날 일을 떠올리며 웃을 수는 없느냐고 했더니, 그녀는 말했다. "아니, 나는 이제 웃지 않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인생은 동화라고. 난 결혼할 테고, 난 행복해질 거야. 그런데 난 예상보다 훨씬 덜 행복해졌거든. (p.216-217)



하루에 일곱 번...이 가능한가??? (  ")




올하의 삶은 올하가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삶이란 게 워낙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거지만, 올하는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손에 쥘 수가 없다. 올하는 몰랐던 것 같다. 혼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누가 곁에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꾸만 행복하지 못한 길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올하가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그래서 조금 더 나이를 먹게 되었다면, 그랬다면 '아 이놈 저놈 다 귀찮아 혼자살래!' 하게 되었을까? 



올하를 잃고 괴로워하는 남자에게 친구가 편지를 보낸다. 



나는 그녀가 떠난 직후 한 친구가 보내온 편지에 있던 구절을 떠올렸다. '너희는 지독히도 행복하게 살았고, 거기에 끝이 온 것뿐이야.' (p.124)



p에게도 이 말을 해주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어쩌면 많은 다른 연인들처럼 다시 만나 다시 연인이 될지도 모르기에 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끝이 온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실례일테니.




올하가 남자를 처음 만났던 차안에서 카섹스를 하는데, 섹스를 다 하고난 후, 아아, 이런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 으윽-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청바지 지퍼를 잠글 때 내 막대기가 미처 속옷 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나는 아파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이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내 자지의 살 껍질이 구리 선로에 끼인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우스워했는데, 내가 예전에 스웨터 지퍼에 낀 목의 살갗을 빼냈듯이 그것도 빼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나는 투홀스키의 그 단편소설에 나오는 지퍼 발명가를 이 문제에 써먹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독일 작가 쿠르트 투홀스키의 단편소설 「누가 지퍼를 발명했나?」(1928)에 나오는 지퍼 발명가 이야기. 공장에서 지퍼가 제작되어 팔리지만, 아무도 지퍼의 원리를 모르며 정작 지퍼를 만드는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지퍼 발명가만이 그 원리를 알고 있으나, 정작 그는 빈털터리이다:옮긴이 주). 하지만 그녀에게는 뜻 모를 이야기였다. 그나저나 아무리 만지작거려 보아도 그 괘씸한 지랄맞은 것은 열리지 않았다. 진짜 사람 살이 트램의 선로전환기에 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통증으로 인해 내 막대기는 끄트머리가 벌게져서 우스꽝스럽게 발딱 선 채였고, 구리 사이에 낀 살 껍질은 그동안 보라색이 되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서 비명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지퍼를 펜치로 집어 살살 떼어 낼 도리밖에 없었다. (p.44)



아... 너무나 아프겠다 ㅠㅠ 진짜 아프겠다 ㅠㅠㅠㅠ 아 너무나 끔찍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악. 내가 그 옆에 있었다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다. 올하와 남자는 누군가로부터 펜치를 빌려서 일을 처리하지만, 아, 지금의 나라면..... 119 불렀을 것 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아플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아프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엊그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다가 몸을 움찔움찔했다. 막 내가 아픈 것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저녁에 친구가 인스타에 김치볶음밥을 해서 올렸던데, 그걸 본 뒤로 김치볶음밤 생각밖에 안난다. 오늘 아침에 해먹을까 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일요일에 시장에서 사두었던 애호박 생각이 나, 호박전을 부쳐 먹었다. 저녁에는 술약속이 있고.. 내가 김치볶음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오늘 점심 뿐이다! 나는 점심을 같이 먹을 동료에게 김치볶음밥 먹으러 가자고 벌써 말해두었다. 


일전에 e 가 내게 '너랑 다니면 내가 할 게 없어서 너무 편해, 니가 계획 다 세워놔서'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머릿속에 동선과 시간표 다 짜놓고 움직여가지고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얘기를 들었던 날, d 와 e 그리고 내가 셋이서 레스토랑에 가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기로 했는데 와인 콜키지가 1만원이라 와인을 사가기로 했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d 는 도착해서 주문을 해두고 나와 e 는 근처에 있는 마트로 가 와인을 사가자고 했던거다. 그리고 마트로 가서 와인을 선택하고 계산하기 전에 e 에게 '포인트 카드 미리 준비해, 후딱 적립하게' 했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가 이 모든 일에 빵빵터지면서 '너랑 다니면 너무 편해' 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점심의 계획을 나는 미리 세워둔다. e 는 나를 너무 신기해한다. 다른 친구들 만나면 길에서 만나서 같이 걸으면서 어디갈까, 어디갈까, 하는데 널 만날 때는 미리 '삼겹살 먹으러 어디로 가자' 같은 거 다 정해놔서 길에서 방황을 안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야 먹으려고 만나는건데 길에다 시간 왜 뿌려,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 천천히 더 많이 먹어야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빨리 점심이 되어서 김치볶음밥 먹었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아홉시 반인데!! 우어어-




아 마지막으로, 제목이 '터키 과자'라서 터키 소설일 줄 알았는데, 이 소설은 네덜란드 소설이다. 



원제 Turks Fruit는 글자 그대로는 `터키 과일`이라는 뜻으로, 터키의 과자 이름을 일컫는 네덜란드 말입니다. 끔찍하게 달콤하고, 너무나도 부드러워 곧 바스러집니다. (옮긴이의 말,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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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06-2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회사에 다락방 님 한 분 들여놔야겠어요 ~ 아이고, 점심시간마다 아무도 어디 갈까 생각도 안하고(제가 생각하자니 생각 안나고) 구내식당은 구내식당 대로 맛이 없어 불만이고. ㅠ 울적해져요.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인데!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힝.

다락방 2016-06-29 10:26   좋아요 0 | URL
저는 결정장애가 별로 없어요 ㅎㅎ 확확 결정해버려서 ㅋㅋㅋㅋㅋ 식당에 가서도 뭐 먹을지 사람들 한참 생각하는데 저는 비교적 가자마자 결정하는 타입이고요. 그러지만..음 .. 제가 항상 생각해서 말한다면, 저는 너무 일방적인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ㅠㅠ 제가 치니님 회사에 입사하면 가끔만 제가 결정하는 걸로.. 해야겠죠? 아하핫 (너무 멀리 나갔네요ㅎㅎ)

hellas 2016-06-2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명하신 여성캐릭터 설정이 너무 병맛이라 보게될것 같진 않지만... 전엔 그냥 쩝.. 하고 읽었을 것들이 이젠 너무 으악!!!하고 발끈 진저리치게 되네요. 뭐.... 읽을 책은 안그래도 널리고 쌓이고 넘쳐나니까. 으악할만한 몇몇은 그냥 패스하려구요. ㅋㅋㅋ 그런의미 말고도 좋은 감상 리뷰. 즐겁게 쓸쓸하게 읽었어요. 저의 지나간 인연들도 생각하면서. ㅋㅋ:):):)

다락방 2016-06-29 10:29   좋아요 0 | URL
네, 마지막엔 괜찮아졌지만 중간에 빡침이 너무 오더라고요. 무슨 남자들이 백이면 백 죄다 이쁜 여자만 보면 칠렐레 팔렐레 하고...다들 머저리 같았어요. 게다가 남자 주인공도 세번째 남편도 여자를 주먹으로 때려요. 질투심으로. 어디서나 이모양의 남자들이 있네요. -_-
다른 좋은 책을 많이 많이 읽읍시다.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저는 얼마전에 지나간 연인들을 차례로 생각하다가 기분이 급격히 다운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좋았던 거 생각해서 괜찮았는데 나중엔 나빴던 게 생각나니까 우울해지고.. 힝 ㅠㅠ

역시 연애는 안하는 게 답인가...뭐 그런 생각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하핫.

syo 2016-06-2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하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쓰신 글을 읽고 나니 아싸, 이 책 제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읽어야 될 책 읽게 만드는 리뷰보다 제껴도 될 책 제껴주는 리뷰가 더 좋으면 전 변태일까요......

다락방 2016-06-29 12:23   좋아요 0 | URL
그게 왜 변태입니까! ㅎㅎ 실제로 되게 많은 사람들이 안읽어도 되는 책에 대한 감상을 원하는 것 같아요.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읽어라 읽어라 이러면 아아, 너무나 어려운 것입니다. ㅎㅎ

syo 2016-06-29 12:31   좋아요 0 | URL
와서 다시 제가 쓴 댓글 보니까 ˝아싸! 이 책 `안` 제껴야지˝라고 써 있어서 화들짝 놀라 고쳤습니다.

안 제낄거라고 좋아해놓고 제껴주는 리뷰가 좋다고 쓰다니 정말 변태같은 댓글을 남겼었네요......

다락방 2016-06-29 13:49   좋아요 0 | URL
ㅎㅎ 아, 오타였군요. 저는 문맥상 `안`이 들어가면 안될것 같은데, 어떤 인용문으로 인해 `안`제껴야지로 바뀌었다고 하신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제끼게 해주는 리뷰가 좋은데, 이건 안제끼겠다...이런...뜻으로... ㅋㅋㅋㅋㅋ

레와 2016-06-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김치볶음밥 먹었어요???? 후식은요?????? 이히히히히~

난 오늘 쌈밥 먹었어요!!! 볼이 터질만큼 한쌈 크게 크게 만들어서 싹 비웠지요~

^____________________^

다락방 2016-06-29 13:49   좋아요 2 | URL
김치볶음밥 먹었어요 .배터지게 먹었어요. 그런데 어제 레와님이 만든 그 김치볶음밥이 더 맛있었을 것 같아!! ㅎㅎ

책읽는나무 2016-06-2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사는 내 친구가 락방님과 비슷하구나!!생각했어요
그친구집에 놀러가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려고 약속잡아 그집에 가면 식탁에 이미 점심이 똬악~~!!
전날 짜장면을 먹을까?한 마디 했다면 집 도착후 10분을 안넘겨 짜장면이 똬악!!! 때론 짜장면 배달 아저씨랑 함께 엘리베이터를^^
적립카드 준비해!!란 말들도 그친구랑 비슷해요 전 늘 멍하게 있어서 놓치는 것들이 많은데 친구는 옆에서 딱 지켜보다가 뭘 챙겨라면서 제정신 돌아오게 만들어주죠ㅋ
가끔 그런 것들이 나를 긴장시켜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니 좋네요^^
결정을 잘 못내리는 사람들은 신속 정확한 결정을 잘내리는 락방님과 같은 사람을 곁에 둔 건 행운입니다^^

다락방 2016-06-29 16:45   좋아요 0 | URL
저는 뭔가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미리미리 준비하고 계획 세우고 하는 것도 시간낭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그렇거든요. 그렇지만... 인생 자체는 되게 헐렁헐렁하게 사는 느낌이에요. 뭔가 맹렬하게 열심히 하는 것도 없고, 그저 회사만 왔다갔다 하고..... 인생은 뭘까요, 책나무님? ㅜㅜ

제 성격이 이래서 누군가는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어떤 사람, 어떤 성격이든 마찬가지겠죠. 근데 친구분 짜장면 배달 너무 웃겨요. ㅋㅋㅋ 저도 배달 음식 먹기로 하면 집에 미리 전화하거든요. 야, 나 집 가는 중이고 여기 어디니까 지금 시켜놔, 이렇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분 저랑 비슷하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6-06-2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헤어지는 중이신 분은 참 안타깝네요ㅜㅜ

다락방 2016-06-29 16:42   좋아요 0 | URL
이친구도 헤어짐을 원했고, 그래서 본인이 한 결정이긴 한데, 어쨌든 힘들겠죠. 오래 사귀었거든요. 휴... ㅠㅠ

2016-06-29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9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6-06-2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찌찌뽕 입니다. ㅎㅎ 저도 어제 지나간 인연들을 쭈욱 생각해 봤어요. 노트에 끄적 대면서.

근데 참 한심한게 이름들(?)이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뇌가 벌써 쪼그라들기 시작했나 싶어 울쩍 했어요. 당시에는 힘들고 , 울고 , 밤낮으로 고민하고 , 부모님도 나 자신도 힘들게 하고 그랬는데 , 지금은 이름도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 뭡니까 이게 ) 애를 써도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저는 시작하는 것보다 헤어지는게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어려워요 , 인연을 끝는 건.

다락방 2016-06-30 11:23   좋아요 0 | URL
아니, 몬스터님!
저도 요즘에는 전남친들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이게 뭔가.. 싶어요. 그래도 한때는 좋다고 만났던 사람들인데 어쩌면 이렇게 이름이 생각안날까... 누구는 성이 기억이 안나고 누구는 이니셜만 기억나고 누구는 가운뎃글자가 기억이 안나고.. 그렇더라고요. ㅎㅎ 저는 첫키스 한 남자는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생각안나요. 아하하하하.

몬스터님, 헤어지는 게 몇 배는 더 힘들죠. 맞아요. 정말 그래요. 그러니까 `헤어지는 중` 이라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 같아요. 아 댓글 쓰다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울고싶어요 ㅜㅜ
 

복숭아



여름 한철

내 입술을 핥다가

사라진다


쾌락은 강하지만

순간


달아서 

슬픈


달지만

슬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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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6-06-2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시라니.
아 정말 좋네용^^

다락방 2016-06-27 13:51   좋아요 1 | URL
히히히히히

^____________^

루쉰P 2016-06-2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써주신 거 읽었어요 ㅎ 우울이 폭풍처럼 오는군요. 저도 그럴 때가 있어요 ㅠ.ㅠ 다락방님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심!

시가 기쁨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지면 그 순간 사라지는 가지고 싶던 욕망에 대해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약간 슬프기도 한 시에요.

금연을 하니 잠을 적게자도 안 피곤하네요 ㅋ

다락방 2016-06-29 11:01   좋아요 0 | URL
금주를 해도 덜피곤하죠. 그건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피곤하면서도 반복하는 이 어리석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써놓고나니 생뚱댓글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