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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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부부가 올해 오르가즘 계획은 어떻게 되나를 말할 때 아차!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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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11-01-2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획을 세워야하는군요 ㅋㅋㅋㅋㅋ

치니 2011-01-28 00:20   좋아요 0 | URL
정확히 말하자면, 계획을 세워야 한다기보다 좀 더 자주 신나게 오르가즘을 느껴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은 잘 되고 있나 점검하는 차원? 부부 간에 그런 대화를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좋아보였어요. 호호홍. 그러면서, 아 - 나는 이런 중요한 생활의 변수를 왜 잊고 사는가, 이제라도 잘 좀 따져보자 싶었죠.

굿바이 2011-01-2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어제 말입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제가 뭘 좀 써보려고 예전에 남성들의 은밀한 사생활 혹은 심리에 관해 인터뷰를 했습죠. 주로 남자선배나 동기를 그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분들이 체면이 있어 그러신지, 아니면 경계를 하느라 그러신지, 뭔가 진짜를 말을 안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치사하다 쳇쳇쳇! 뭐 이렇게 포기했는데요,
어제 어떤 분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들이 말을 안한 것도 있지만, 그들도 뭘 잘 모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답니다.

음...그러니까 뭘 알고 이렇게 계획까정 세울 수 있는 분들은 상을 줘야 한다, 막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드는 점심먹기 전 굿바이입니다 ;)

치니 2011-01-28 15:16   좋아요 0 | URL
캬 - 지금이라도 다시 인터뷰 따서 써보심 안될까요? 그거 쓰시기만 하면 제가 배포는 자신 있는데. 히힛
저도 그 퍼뜩 든 깨달음이 맞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도 그렇지만 남성들도 사실, 유교적인 관습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서 야동으로 소화하는 성교육이 대부분이잖아용.
상 줘야죠, 암만. ㅋㅋ

또치 2011-01-2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게 제대로 염장 지르는 영화군요!

치니 2011-01-28 15: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염장과 성찰을 동시에 퍼붓는 참으로 감각적인 영화였어요.
오르가즘 계획 뿐 아니라, 쿠바 여성 왈, 남성의 도움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즉 혼자서도) 자신은 여러 회 가능하다고 자랑질;;; ㅋㅋㅋ

네오 2011-02-0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이거 보지는 않았는데요,,영화인가요? 다큐멘타리인가여? 어디선간 이런이야기를 들었는데~ 남미여자들이 한국오면 완전 우울증이라고요^^;;

치니 2011-02-02 12:49   좋아요 0 | URL
다큐멘터리 영화에요.
쿠바의 남성과 한국의 여성이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고 결혼하는 과정을 그리는 거라 하면 간단히 요약이 될라나요. :)
 
토일렛 - Toi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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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몇 번 울었다.
처음에는 코가 시큰하더니만, 후반부 두어 장면에서는 넋놓고 울었다.
내 옆자리 처자들은 그 순간 막 웃고 있었는데 내가 우니까 조금 머쓱한 듯, 그러나 그 처자도 마지막엔 울었다, 내가 보기엔.

지나치게 깔끔하고(아, 물론 내 기준에서 그렇단 소리다) 연대감을 강조하는 이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보면서도, 가끔은 살짝 당황스러운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 감독의 작품 중 <요시노 이발관>을 빼고 전작을 봤는데, 늘 그 연대감이 너무 좋으면서도 섣불리 나로서는 건드릴 수 없는 어떤 것 같아서, 그러니까 아주아주 진정성을 가지거나 무언가를 확 놓아버려야만 그런 감정을 소유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한숨나게 부럽기는 해도 에이 영화니까, 어떻게 다들 저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화에 대한 걱정이 엿보이지 않아, 너무 잘 먹고 너무 잘 지낸다구, 라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나는 굴복했다.
이것은 이상향이나 동화가 아니라, 사실 마음만 조금 다시 먹으면 가능한 것이고, 때로는 여기 나오는 마사코 모타이가 분한 할머니처럼 현명하고 아름다운 사람만 곁에 있어도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어깨를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신파가 아니라는 것에도, 이제는 편안하게 동의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어쩌면 영화란, 이렇게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삶이란 고통이라는 리얼리티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보다 때로 더 훌륭해질 수 있는, 가장 눈 감고 아웅 하기 좋은 문명이 준 선물같은 장치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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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0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면 정말 훌륭해!! 나도 보고싶다 이영화~~~~
꽃양배추님도 보샸다든데,,,,영화관에서 본거 맞지????
대전에선 찾아봐도 안 보임..ㅠㅠ

치니 2011-01-06 11:06   좋아요 0 | URL
으에, 대전에선 안해줘요? 이런, 중앙중심사회 같으니라구!
서울에서도 여러 영화관에서 해주기는 하지만, 시간대가 저녁에 별로 배치가 안되어서 불만들이 많아요.
언니는 피아노 연주 장면을 특히 좋아할 것 같은데...흠, 그 장면을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디비디보다는 극장이 나을텐데.

웽스북스 2011-01-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ㅜㅜ 계속 못보고 있네요. 이번 주말엔 꼭!!!

치니 2011-01-06 13:21   좋아요 0 | URL
ㅇㅇ 봐요 봐요. 난 참 좋더라요.
관객 반응이 꽤 좋아서 모모하우스나 스폰지에선 좀 오래 할 거 같아요.

레와 2011-01-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존심 따위버리고 (ㅎㅎ;) 꼭 볼꺼에요!

치니 2011-01-06 19:23   좋아요 0 | URL
네, 레와님 보셔요. 근데, 흑, 거기 또 상영관이 별로 없담서요.

nada 2011-01-06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감독 영화는 보고 나면 뭐가 자꾸 하고 싶어져요.
바느질을 하고 싶어지고, 만두를 굽고 싶어지고, 사랑하고 싶어지고.^^

치니 2011-01-07 11:12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정말! 피아노도 다시 쳐보고 싶어지고.
그리고 이 '-싶어진다'는 마음이 불온한 욕망 같은게 아니라, 그저 소박한 바람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지고요.
 
카페 느와르 - Café 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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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허우 샤오시엔(이 발음이 맞는 건지 여전히 헛갈림), 김기덕, 심지어 임권택까지 보이는 장면장면들을 보면서 '어 어 그런데 정성일은 어디 갔지?' 라고 의구심을 가졌다.
이 모든 오마쥬, 이 모든 기시감, 그 속살에 정성일은 어디 숨었지?

정성일이라는 이름 석자가 그렇게나 비평가로써 맹위를 떨치지 않았으면,
이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는 영화였을텐데.
그러나 분명한 사실, 이것은 그 누구의 영화도 아닌 정성일의 영화다.

어차피 그런 오해와 이해와 누명까지 감수하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으므로,
정성일의 영화는 정성일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 했던가.
다 보여주려고 작심해서인지, 아니 다는 아닐 지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실컷 해보자는 욕심이 보여서였는지, 영화는 부러 차용했을 문어체에도 불구하고 '할 말이 많아 죽겠는데 그래도 다 못하는' 어떤 사람의 갑갑한 심사처럼, 그러나 그 할 말이 많아 죽겠는 심정 만큼은 알아주고 싶은, 영화에 대한 열정이 지독하게 깊은 어떤 소년을 바라보는 너그러운 감상으로 보는 이를 묘하게 이끈다.

배우들 역시 각기 그 열정에 지독하게 오염되어 있었는데, 그런 그들의 진지함과 열의에 박수를 쳐줄 망정 어째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그들이 숭배하는 영화인에 대한 동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는데,
정유미 - 그녀만이 이 어색함과 불편함을 시원하게 날려주는구나.
그녀는 이것이 정성일의 영화든 아니든, 소위 예술영화이든 아니든, 그저 '연기'하는데 집중한 유일한 배우로 보인다.
오래오래 살아남고 오래오래 사랑받을 배우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하는 순간.

입장 전 화장실은 필수, 가능만 했다면 인터미션이 있어도 좋았을 러닝타임 3시간 20분의 영화.
만드느라 고생한 만큼, 보느라 고생해도 그럴만 하다고 고개를 주억거려줄 수는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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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3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는 가장 좋은 세 가지 방법은, 첫번째,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기, 둘째, 영화에 관한 글을 써보기. 셋째,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보기라지요.
키노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1인으로서 이 영화가 무척 궁금했습니다(만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치니 2010-12-31 14:58   좋아요 0 | URL
오, 그랬군요! 셋째,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기까지 세 가지 방법을 다 해본 거군요, 정성일씨.
혹자는 '그렇게 남의 영화 잘도 까더니, 그래 니 영화는 얼마나 깔 수 있나 어디 한번 보자'는 심보로 이 영화를 보러 갈 지도 몰라요. ㅎㅎ 이렇든 저렇든 많은 사람들이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Jude님, 올해 안 좋았던 일은 다 버리고 좋았던 것만 소중하게 잘 감싼 채 내년을 맞이해요, 우리. :)

... 2010-12-31 18:0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남의 영화 잘도 까더니, 그래 니 영화는 얼마나 깔 수 있나 어디 한번 보자"==> 오호, 갑자기 저도 이런 맘이 생기는 데요? 하핫 --;; 그래도 심하게 까이면 상처받지 않을까요? ^^

치니 2011-01-01 20:38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제가 접한 정성일씨는 상처 잘 받으실 거 같은 이미지였지만, ㅎㅎ 그래도 뭐 어느 정도 각오는 하시지 않을까요.

네오 2010-12-3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진짜 인터미션 없더군여^^; 많이 잡히지 않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한 영화였습니다.

치니 2011-01-01 20:39   좋아요 0 | URL
아, 네오님, 제 서재에 처음 댓글 달아주신 것 같은데 반갑습니다. :)

인터미션이 영화에선 안 되라는 법 없으니까, ^-^;; 몸이 좀 안 좋으시거나 방광이 작은 분들을 위해 고려해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진짜루. ㅋㅋ
네오님이 하셨다는 생각은 어떤 것들인지 궁금합니다.

네오 2011-01-02 13:0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여(인사가 늦어네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여,,댓글 고맙습니다..흠;; 우선 (정성일의 말을 빌려) 즉각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아 이 영화가 남자에게는 절대로 희망을 보이지않고 절망만 보는구나였구 여자에게는 지속적으로 살아야만한다. 어떻게 해서든지,,아마도 이런말이 허용된다면 이 영화는 우리세대의 어린소녀가 다음세대의 성숙한 엄마가 되는 과정을 (그러니깐 3시간 영화보다는 그를 둘러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너무나 중요하게 보였습니다.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마치 서울이라는 공간, 현대라는 시간안에서 한번 사유해보게끔 한 영화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아마도 저는 이 영화가 위대한 영화는 아닐지라도 제 개인적인 체험에 기대어서 본 연애예찬기록문이었습니다..

치니 2011-01-02 12:44   좋아요 0 | URL
예, 각자의 개인적 체험에 따라 내용이 시사하는 바도 다르게 느껴질 거 같은 영화였어요. 남자와 여자라는 대상을 나누어 각기 희망과 절망을 보게 해준다는 시점이 신선하십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못해봤네요. ^-^; 다만, 저더러 만들라고 해도 못하겠지만, 왠지 정성일씨에게는 영화 속 사족처럼 느껴지는 것들을 조금만 더 다듬어서 다음에는 좀 더 깔끔한 영화를 만들어보시라고 말하고 싶은 장면들이 있었어요. 뭐, 이런 심정이야 관람자의 오만이고요. ㅎㅎ 아무튼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에요.

네오 2011-01-02 12:50   좋아요 0 | URL
치니님의 말씀이 저에겐 큰 가르침입니다..진심입니다^^

치니 2011-01-02 13:11   좋아요 0 | URL
어이쿠야, 그럴 리가요. :)

프레이야 2011-01-0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이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중 마지막 세번째 방법으로 '영화 만들기'에 도전한
영화라지요. 상영시간이 긴 이유도 영화가 말하는 게 그것에 포함되었다고 말할 정도니
더욱 궁금해지는... 보기 전 화장실 필수겠네요, 정말.
정유미 때문에라도 보고싶어지는 영화에요.
치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치니 2011-01-01 20:4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함 보시고 또 좋은 감상평 써주세요.
저는 글쎄, 아직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애매한 리뷰가. 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레와 2011-01-0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전 고민하다 일단 패스해두었습니다. ^^;

치니 2011-01-03 17:40   좋아요 0 | URL
하하, 네, 엉클분미 보고 이 영화를 바로 본다면 그것은 고문이 될 지도;;;

산사춘 2011-01-0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3시간 20분짜리로 나왔군요.
키노세대로 살았던 20세기가 떠오르네요.
세심한 평 잘 참고하겠습니다~

치니 2011-01-10 12:03   좋아요 0 | URL
산사춘님 이 영화 보고 리뷰 남겨주시면 디게 재밌겠다요. ㅎㅎ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 The Secret in Their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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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꼭 올리고 싶었는데 어찌 된 셈인지 html 입력이 안 되네요. 히융. 그래도 들어보고 싶은 분은 여기 클릭. 

장면 1. 

월요일 오후, 3시30분, 사람 없는 극장에서 큰 스크린을 마주할 호사를 누리려고 예매한 시각. 뭉기적거리며 깜박 졸기도 하다가 조금은 급하게 집을 나섰다. 없는 시간에 커피는 또 어찌나 마시고 싶은지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며 종종걸음 쳐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씨네큐브로 걸어가는데, 척 봐도 '도를 아십니까' 포즈인 청년이 나를 가로막고 '직장인인지 학생인지'를 묻는다. '이봐요, 나는 직장인도 학생도 아니지만 지금 안 보면 크게 후회할 것 같다는 영화를 보러 간단 말이요, 그러니 매우 바쁩니다!' 라고 하지는 않고 맨 뒷 말 '매우 바쁩니다'를 외치고 잰 걸음을 다시 옮겼다.  

(커피를 마셔두기는 참 잘했다, 영화 속에서 어찌나 커피 한 잔 하자는 대사가 자주 나오는지. :) 

장면 2. 

나는 어떤 영화든 우선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중하기 힘들다. 이 영화의 시작 음악은 내 가슴을 이상하게 뛰게 만든다. 바깥까지 들릴 정도로 쿵 - 쿵 - 왜 이럴까. 아주 유니크한 음악 사용이 아닌데도, 사연을 잔뜩 담았지만 숨 죽여 겨우 몇 마디 말 밖에 못 내놓는 사람 같은 음악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 때문에 뛰기 시작한 가슴은 끝나는 순간까지 평소보다 높은 떨림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아 - 오랜만이다, 이렇게 오래 뛰는 가슴)

장면 3. 

영화를 보는 중간에, 왜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기가 힘들다고 한 건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다른 이야기를 빼놓는 것이 마음에 잔뜩 걸려서 그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버리자니 각각의 이야기가 지닌 아름다움을 약간 훼손하는 느낌도 든다.  

장면 4. 

중간에 그런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쓴다. 나는 주인공 남자보다 그의 친구 산도발이 좋다고 쓰고, 이런 영화는 충분히 대중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데 왜 홍보를 그 정도로 밖에 못했을까 라고 쓰고, 열정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고 쓰고, 사랑...그래, 세상에 널리고 널린 사랑에 대해 또 쓴다. 

장면 5. 

하루가 지났다. 나는 (여전히) 두렵다. 사랑이 두렵고, 사랑만으로는 살아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세상이 두렵다. 그래도 용기를 내기로 했다. 두려움에 단 한 글자 A를 표기하는 것만큼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용기를, 끊임없이 내면서 살아보리라 다짐했다. 그래야 내가 '고를 수 있는' 기억이 차곡차곡 쌓일테고, 그래야 이 어지럽고 미친 세상에서 버틸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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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번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사랑이 A 자 하나 차이라는 걸, 영화를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는 생각을, 이 글을 읽으면서 막 하게 되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말은, 저는, 이 영화를 봐서,

뿌듯하다는 겁니다, 치니님.

좋다고 말한 영화를 정말로 좋게 봐줘서 고마워요.(어쩐지 감독모드, 어쩐지 배우모드)

치니 2010-11-30 14:4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참 대단해요, 다락방님이 좋다고 하면 안 보고 못 베기는 심정을 만들고야 마니. :)

네, 5번은 스포일러일 수도 아닐 수도, 보지 않은 분들도 어렴풋이 이해하시겠지만 봐야만 그 맛이 훅 ~ ㅎㅎ

아웅, 저는 막 스페인어 배우고 싶어져서 큰일이에요. 공부도 디게 싫어하는 주제에 이거 참 난감.

굿바이 2010-11-3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참 좋았죠?^^
그나저나 영화를 함께 봤던 H군에게 그대의 열정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평화라고 하더라구요. 미친 세상을 버티는 한국형 산도발과 함께 있는 기분이었답니다 ㅎㅎㅎ

치니 2010-11-30 16:24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음악이었어요. 요즘은 이상하게 음악도, 대충 흘려듣게 되어서.
열정이 평화인 분, 한국형 산도발인 분과 함께 보셨다니, 우와 ~ 감동을 나누기에 가장 적절한 파트너였네요.
산도발, 아흑, (대담하게 스포일러) 전화 받을 때마다 다른 장소로 말할 때 어찌나 귀엽던지요!

레와 2010-11-3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까지 별다섯의 리뷰를..!!!
디비디 쬐끔한 화면말고 저도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이 영화를 보고싶어요.
지금 못 견디게 보고싶네요. 이 영화. (어쩔..;)


치니 2010-11-30 19:46   좋아요 0 | URL
아, 설마 레와님 계신 곳은 상영 안하는 거? 흑, 그렇담 정말 어쩔;;

Kir 2010-11-3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매일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커져가는 기대치만큼이나 후폭풍이 두려워지는군요^^;
이 음악처럼 참 좋지만, 먹먹함에 어떤 말도 선뜻 꺼낼 수 없는 영화일 것 같아요...

치니 2010-11-30 19:48   좋아요 0 | URL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뭐랄까, 영화의 완성도나 스토리 전개가 남녀노소 취향을 거의 다 어우르는 면이 있어서, 그런 걱정은 안 드는 영화 같아요.
하지만 후폭풍은, ^-^;; 개인 차가 클 것으로 사료됩니당.

웽스북스 2010-11-3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저도 음악이 참 좋았어요 :) 디지털 싱글도 있던데.
http://music.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2392437000
생각난 김에 들어야겠다. 흐흣.

덕분에 오늘밤이 풍성할 예정.

저도 음악 거슬리면 영화보기 힘들어하는데, 못미쳐도 그렇고, 또 앞서가도 그런 것 같아요. 음악이 이렇게 좋은데, 앞서가지 않다니, 아, 영화가 정말 좋았던 거에요. 헤헷. 스포일하지 않은 저를 칭찬해주시죠 ㅋㅋ

그리고, 저도, 치니님과 같은 생각. 뭐 하나 말하면 다른 뭐가 아쉬워지는 그런 거요. A빠진 타자기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치니님이 해주셨고, 역시 40자평보다는 리뷰를 썼어야했나봐요. 암튼,

치니님도 잘 봤다니 신나요!!

치니 2010-12-01 11:41   좋아요 0 | URL
오, 알라딘 뮤직 샵 은근 다양하군요.

음악은 영화에 너무너무너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감독님은 미워요. 뭐 제 느낌이 다 맞을 리 만무하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버리면 그 영화까지 대충 보게 되더라고요. ^-^;

스포일 하지 않은 웬디님, 완전 고마워요!! 히히, 전 원래 무정보 상태로 보는 걸 좋아해서 글키도 하고 이 영화는 다락방님이랑 두 분이 막 좋다고 하시니 더더욱 두 분이 왜 좋았는지 안 듣고 봐야 온전히 내 감상대로 볼 거 같았거든요.

40자평 썼다고 리뷰 못 쓰라는 법 없습니다. 또 쓰면 되쥬 ~ ㅎㅎ

프레이야 2010-11-3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꼭 보고 싶어요.
아직 이곳에는 개봉하지 않네요.
치니님이 별 다섯을 준 영화라니!! 더더^^

치니 2010-12-01 11:41   좋아요 0 | URL
아, 아무래도 이 영화가 서울만 먼저 개봉한 모양이네요 저 위에 레와님네도 그렇구.
프레이야님이 보시면 또 얼마나 멋진 리뷰를 써주실 지 벌써 기대되네요. 흐 -

토니 2010-12-0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리뷰 올려주셔서 저도 작으나마 감사의 표시로 이 영화를 추천하려고 했는데, 아 이런... 살찐 토니는 점점 굼뱅이가 되어가고 있나 봐요. 이거 하나 딱딱 못맞추니... 옛날엔 미국 영화가 전부인줄 알았는데 참 보석같은 유럽영화가 많더라고요.

치니 2010-12-02 11:04   좋아요 0 | URL
아, 토니님도 보셨구나. :)
근데 이 영화, 아르헨티나 영화로 알고 있는데 유럽영화였어요? 안 그래도 배경은 아르헨티나인데 만든 건 스페인인가 어쩐가 좀 궁금.

토니 2010-12-0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헨티나 맞아요. 제가 최근 유럽영화를 많이 보고 있거든요. 혹시 "블라인드"라는 네델란드 영화 안보셨다면 추천하고 싶어요.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치니 2010-12-02 14:37   좋아요 0 | URL
블라인드는 처음 들어보는 영화네요. 오케이, 접수 ~ ^-^

Forgettable. 2011-01-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어제 봤어요. 스포일러 싫어해서 리뷰는 지금 읽고. 여튼 태그가 그렇게 맘에 남았었는지 계속해서 좋아하는 친구에게 보자고 보자고 막 그래서 같이 봤어요. 설득하면서 리뷰가 좋은게 많았었다고 했는데 ㅋㅋ 읽지도 않고선 좋다고 ㅋㅋ

내말이 딱 치니님 리뷰네요. 정말. 영화 보고 나서 마음속에 고여 있던 말이 다른 사람 리뷰로 이렇게 나오니까 신기해요.

치니 2011-01-06 19:2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스포일러 조금이라도 보는 거 딱 질색이라, 보겠다 맘 먹은 영화는 아무리 좋아하는 리뷰어가 썼더라도 미루고 안 읽어요. ㅎㅎ
어어, 포게터블님도 비슷하게 생각하셨어요? 그렇담 저도 신기해요!
 
행복할 수 있는 조건 하에서의 행복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 Cherry Blossoms - Hanam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얼마 전 행복전도사 최윤희씨가 자살(이라고 쓰고 나는 존엄사 했다고 읽는다)한 이후 사회적 파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먼댓글로 붙인 웬디님의 생각 정도만 공감하며 알았을 뿐, 잘은 모른다. 

고백하자면, 나는 굳이 자살을 옹호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생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하나의 형태라고는 생각한다. 완벽한 무신론자는 아니고 정확히는 우주론자(라는 말이 있다면)인 나는, 때때로 어딘가 영혼이 자리하는 장소가 따로 있어서 '여기' 살고 있는 사람과 죽은 뒤에도 교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 생에서의 삶이 지치고 힘들고 더구나 남에게 피해까지 주는 경우라면 스스로 그 연을 끊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 도리스 되리가 코멘터리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우주에서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는 다른 자연과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것 뿐.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지 않겠는가 싶어서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이분법 논리에 따라 구분 가능한 명제라고 여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던 자연 진화를 했던간에 감정에 나약한 동물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을 참아내기 힘들다. 죽고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 하고 못 견뎌 하는 것은, 반복하건대, 그를 애도하는 순수한 감정만이 다가 아니라 '지금 내가 여기에서 힘든 것이 싫은' 감정이 더 우위에 있는, 이기적인 감정이이라고 생각한다(영화 속 자식들이 부모가 죽고 난 뒤에 보여주는 행동과 감정 표현이 이를 아주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최윤희씨의 남편이, 여기, 사랑했던 아내가 없는 생을 살아내는 것보다 따라 죽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짐작, 이 영화에서 남편 루디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나서 먼저 죽어버리는 아내의 불가사의한 돌연사가 그런 내 생각에 굳건한 믿음을 더 하게 한다. 

그렇다면, 다른 묘안이 없다. 삶과 죽음이라는 도돌이 표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면, 그들과 함께, 이 생을 낱낱이 즐기고 떠날 때는 미련 없이. 이제 중년이라고 일컬어지는 내 짧은 인생살이에서는 이것만이 답이다.

* 좋은 영화는 보고나서 수천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 준 영화, 가을밤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뿌듯해 하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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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10-1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까 말까 하다 안 봤는데, 그 결정이 후회가 됩니다.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차치하고 저를 위해서 말이죠.

치니 2010-10-13 13:41   좋아요 0 | URL
네, 꼭 보세요.
저는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이제서야 봤어요. 극장에서 봤음 더 좋았을 걸! 약간의 후회가 듭니다요. :)

프레이야 2010-10-1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려다 기회가 안 닿아 지나쳤던 거에요.
정말 삶과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요즘 자주 들어요.
죽음도 하나의 현상이라고 볼 때 그 현상을 두고 백 사람이면 백 가지의 생각이
있다는 것도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죠.
치니님, 저도 존엄사로 읽었어요.
감히 제 생각이지만, 충분히 행복한 죽음이었지 싶어요.
그리고 이 영화, 치니님 추천으로 얼른 찾아봐야겠어요.

치니 2010-10-13 13:4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존엄사로 읽으셨다니, 어째 반갑습니다. :)
영화 많이 보시는 프레이야님이 이 영화를 보고는 어떤 생각을 하실 지, 궁금합니다. 보고 글 올려주시기! :)

stillyours 2010-10-1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한 달 동안 네 번 본 영화에요.
한 주에 한 번씩.
그러고나서 디비디로 또 네 번을 더 봤어요.
왠지 열 번을 채우면 더 안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두 번을 남겨두고 있어요.
너무 좋죠 치니 님.
치니 님 글 보니 또 보고 싶어졌어요.
그러면 이제 아홉 번.

치니 2010-10-13 16:24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이거 보고 moon님 생각을 했어요.
또 일본에 가고 싶어지기도 했구요.
발트해는 추울 거 같아서 아직 엄두가 안 나요.
영화가 좋으면 열번이 다 될 때까지 보고, 채우면 더 안 보게 될까봐 아끼는 moon님이 예뻐요. :)

레와 2010-10-1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비디를 오랫동안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이제 주문해야겠어요!

^^

치니 2010-10-15 11:49   좋아요 0 | URL
아, 레와님 아직 안 보셨구나. 보고나서 소감 알려주셔야 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