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렛 - Toil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중간에 몇 번 울었다.
처음에는 코가 시큰하더니만, 후반부 두어 장면에서는 넋놓고 울었다.
내 옆자리 처자들은 그 순간 막 웃고 있었는데 내가 우니까 조금 머쓱한 듯, 그러나 그 처자도 마지막엔 울었다, 내가 보기엔.

지나치게 깔끔하고(아, 물론 내 기준에서 그렇단 소리다) 연대감을 강조하는 이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보면서도, 가끔은 살짝 당황스러운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 감독의 작품 중 <요시노 이발관>을 빼고 전작을 봤는데, 늘 그 연대감이 너무 좋으면서도 섣불리 나로서는 건드릴 수 없는 어떤 것 같아서, 그러니까 아주아주 진정성을 가지거나 무언가를 확 놓아버려야만 그런 감정을 소유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한숨나게 부럽기는 해도 에이 영화니까, 어떻게 다들 저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화에 대한 걱정이 엿보이지 않아, 너무 잘 먹고 너무 잘 지낸다구, 라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나는 굴복했다.
이것은 이상향이나 동화가 아니라, 사실 마음만 조금 다시 먹으면 가능한 것이고, 때로는 여기 나오는 마사코 모타이가 분한 할머니처럼 현명하고 아름다운 사람만 곁에 있어도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어깨를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신파가 아니라는 것에도, 이제는 편안하게 동의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어쩌면 영화란, 이렇게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삶이란 고통이라는 리얼리티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보다 때로 더 훌륭해질 수 있는, 가장 눈 감고 아웅 하기 좋은 문명이 준 선물같은 장치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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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0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면 정말 훌륭해!! 나도 보고싶다 이영화~~~~
꽃양배추님도 보샸다든데,,,,영화관에서 본거 맞지????
대전에선 찾아봐도 안 보임..ㅠㅠ

치니 2011-01-06 11:06   좋아요 0 | URL
으에, 대전에선 안해줘요? 이런, 중앙중심사회 같으니라구!
서울에서도 여러 영화관에서 해주기는 하지만, 시간대가 저녁에 별로 배치가 안되어서 불만들이 많아요.
언니는 피아노 연주 장면을 특히 좋아할 것 같은데...흠, 그 장면을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디비디보다는 극장이 나을텐데.

웽스북스 2011-01-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ㅜㅜ 계속 못보고 있네요. 이번 주말엔 꼭!!!

치니 2011-01-06 13:21   좋아요 0 | URL
ㅇㅇ 봐요 봐요. 난 참 좋더라요.
관객 반응이 꽤 좋아서 모모하우스나 스폰지에선 좀 오래 할 거 같아요.

레와 2011-01-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존심 따위버리고 (ㅎㅎ;) 꼭 볼꺼에요!

치니 2011-01-06 19:23   좋아요 0 | URL
네, 레와님 보셔요. 근데, 흑, 거기 또 상영관이 별로 없담서요.

nada 2011-01-06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감독 영화는 보고 나면 뭐가 자꾸 하고 싶어져요.
바느질을 하고 싶어지고, 만두를 굽고 싶어지고, 사랑하고 싶어지고.^^

치니 2011-01-07 11:12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정말! 피아노도 다시 쳐보고 싶어지고.
그리고 이 '-싶어진다'는 마음이 불온한 욕망 같은게 아니라, 그저 소박한 바람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