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일렛 - Toil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중간에 몇 번 울었다.
처음에는 코가 시큰하더니만, 후반부 두어 장면에서는 넋놓고 울었다.
내 옆자리 처자들은 그 순간 막 웃고 있었는데 내가 우니까 조금 머쓱한 듯, 그러나 그 처자도 마지막엔 울었다, 내가 보기엔.
지나치게 깔끔하고(아, 물론 내 기준에서 그렇단 소리다) 연대감을 강조하는 이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보면서도, 가끔은 살짝 당황스러운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 감독의 작품 중 <요시노 이발관>을 빼고 전작을 봤는데, 늘 그 연대감이 너무 좋으면서도 섣불리 나로서는 건드릴 수 없는 어떤 것 같아서, 그러니까 아주아주 진정성을 가지거나 무언가를 확 놓아버려야만 그런 감정을 소유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한숨나게 부럽기는 해도 에이 영화니까, 어떻게 다들 저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화에 대한 걱정이 엿보이지 않아, 너무 잘 먹고 너무 잘 지낸다구, 라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나는 굴복했다.
이것은 이상향이나 동화가 아니라, 사실 마음만 조금 다시 먹으면 가능한 것이고, 때로는 여기 나오는 마사코 모타이가 분한 할머니처럼 현명하고 아름다운 사람만 곁에 있어도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어깨를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신파가 아니라는 것에도, 이제는 편안하게 동의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어쩌면 영화란, 이렇게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삶이란 고통이라는 리얼리티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보다 때로 더 훌륭해질 수 있는, 가장 눈 감고 아웅 하기 좋은 문명이 준 선물같은 장치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