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맛폰 켜면 보이도록 써둔 글귀다. 나이들수록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입'인데... 그저 뭐든 가르치려 들고 말하려 들고 간섭하려 들려고 할 때마다 생각을 고쳐먹으라고 올려 두었다. 다들 보고 웃는데... 뭐지... 난 진지하다구.

 

말은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더 좋을 때가 많다. 예전처럼 속사포처럼 바로바로 뭐가 튀어나가지는 않지만, 나의 성향은 계속 참다가 결국은 말을 해놓고 보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후련하기보다는 찝찝하다. 그런 말들은 대개 나쁜 말이거나 불평불만이거나 그럴 경우가 많으니까 표정도 썩 좋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뱉고 나면 사실 늘 후회다.

 

방금도 그랬는데... 회사 생활은 참 녹록치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어렵게만 느껴진다. 요즘처럼 생계형 자살이 늘어나는 판국에 회사생활에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자체가 참 비겁하고 모자란 일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아마 나도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일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고 스트레스가 가중되니까 계속 속에 불만이 쌓여가는 듯 하다. 소화가 안되고 잠이 잘 안 오고 (내가?!?!?) 쉽게 피곤하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지 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 게 또 나약한 인간인지라.

 

암튼 아까 그 말은 안 할 걸 그랬다.

 

요즘 든 책은 <다윗과 골리앗>이다.

 

 

 저 괴상하게 생긴 아저씨, 말콤 글래드웰의 책은 여러권 읽었다. 심지어 영어로도 읽었... 다가 말았지만..ㅎㅎ 자기계발서라고 하기는 뭣하고 그렇다고 인문학이라고 하기도 뭣한 책이지만, 뭐랄까 참신하고 현실적이고 그러면서도 안심하게 하는 글이다. 안심이 뭐가 안심이냐. 그냥 그렇게 하면 잘 될 거 같은 느낌. 부정적인 생각으로 아 이걸 어떻게 하지? 라든가 이게 가능해? 라든가 이런다고 되겠어? 라든가 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끔 하는 묘한 재주가 있다.

 

자기계발서라고 다 나에게 힘을 주는 건 아니란 말이지. 마지막 장을 탁 덮을 때 이건 나한테 맞지 않아 라는 생각이 아주 머리끝까지 치미는 책들도 여러번 만났었다. 그런 사람의 책은 다시는 고르지 않는데... 말콤 아저씨는 그래도 그런 축과는 거리가 멀어서 여러 권 나올 때마다 사게 되고 읽게 되나보다.

 

아직 첫장 넘긴 정도라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소수가 다수를 이기고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 그런 걸 쓴 것 같다. 영원한 상징인 다윗과 골리앗을 표제로 삼은 것을 보니.

 

오늘은 백만년 만에 술약속이 있다. 프로젝트 하면서 고객과 한팀을 이루어 가끔 만나곤 하는데 이 사람들이 그렇게 편할 수 없다. 시청까지 가야 하지만, 얼른 일 마치고 갈 생각에 오늘은 그래도 마음이 좀 괜챦은 편인다. 룰루~ 까지는 아니라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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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3-0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아저씨 것, <티핑포인트>를 읽었어요. 괜찮았어요.
이 저자가 글을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쓰는 사람이라는 소개 글을 어디선가 보고
구입했는데, 과연~ 그랬어요.
<아웃라이어>에 이어 <다윗과 골리앗>도 안타를 칠 것 같아요.


비연 2014-03-09 11:40   좋아요 0 | URL
ㅎㅎ 아마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전 개인적으로 <아웃라이어>가 좋았더랬어요.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알리는 책, 박쥐. 다 읽었다. 

 

아마도 20대의 해리 홀레. <스노우맨>에서의 그 지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좀더 액티브한 모습이 보인다. 요 네스뵈가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서 이 책을 썼기 때문에 배경도 오스트레일리아고 그 곳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린 살인사건들이 일어나는 데에 해리 홀레가 뛰어들게 된다.

 

사실 흥미로운 캐릭터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애버리진 형사인 앤드류 켄싱턴. 상당히 재미있는 것이 예전에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 가정에서 구출해 문명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부모에게서 격리시켰던 적이 있었다 한다. '도둑맞은 세대'라고 불리는 이 아이들은 대부분이 정체성 혼란에 빠져서 피폐한 삶을 살았다고 하고. 별 그지같은 정책이었다. 이런 걸 어디 가서 보상을 받을 수 있겠는가. 요 네스뵈는 이들의 아픈 역사도 함께 묘사하고 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전해지는 전설 같은 것들을 전면에 내세워 신비로움도 자아낸다. 앤드류 켄싱턴 형사는 그 핵심에 있는 사람으로 인간적이고 뛰어나고... 그 아픔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이었다.

 

고대 오스트레일리아의 전설인 왈라와 무라, 버버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것이었다. 이 책의 소제목들도 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아주 먼 옛날에 왈라라는 전사와 무라라는 아가씨가 사랑에 빠졌는데, 왈라가 무라와 혼례를 치르기 위해 지참금으로 바칠 전리품을 가져오기 위해 잠시 떠난 순간, 무라가 잔치에 쓸 꿀을 따러 갔다가 황갈색 거대한 뱀인 버버에게 목숨을 잃게 되고. 돌아온 왈라는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버버를 이겨낼 방법을 찾아내서는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 앤드류는 말한다. 교훈이 뭐에요 라는 질문에.. '사랑은 죽음보다 더 신비롭다. 그리고 뱀을 조심해야 한다."

 

이야기는 점점 비극으로 치달아 가고 알콜중독자로서의 해리 홀레가 등장하게 된다. 사건이 해결되었으나 남은 것은 상처뿐. 해리는 높은 곳에서 생각한다.

 

어쩌면 그녀의 선택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약통이 비어 있었던 걸 보면 적어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일말의 미련이 없었던 것 같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끝이 나야 했다. 언젠가는 그때가 올 터였다.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이 세상을 떠나려 하는 건 소수의 사람들이 가진 자만심, 즉 나약함 때문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4500피트.

다른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을 만큼 나약했다.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어쩌면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사람들 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까마득한 저 아래 사는 모든 사람... - pp451

 

 

 

 

 

맨날 모자 뒤집어쓴 사진만 있어서 찾아보니 요 네스뵈는 이렇게 생겼더라. 우리나라 나이로 55세. 뮤지션이자 경제학자이자 소설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 멋쟁이. 항상 사회의 약자에 대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점이 맘에 든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지금까지 10권이 나왔다 하고 번역은 5권이 되었다. 이제 다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만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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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Hole Series

 

Harry Hole #1. The Bat.

 

 

 

 

 

 

 

 

 

Harry Hole #2. The Cockroaches.

 

 

 

 

 

 

 

 

 

Harry Hole #3. The Redbreast

 

 

 

 

 

 

 

 

 

Harry Hole #4. Nemesis

 

 

 

 

 

 

 

 

 

 

Harry Hole #5. The Devil's Star

 

 

 

 

 

 

 

 

 

Harry Hole #6. The Redeemer

 

 

 

 

 

 

 

 

Harry Hole #7. The Snowman

 

 

 

 

 

 

 

 

 

Harry Hole #8. The Leopard

 

 

 

 

 

 

 

 

 

Harry Hole #9. Phantom

 

 

 

 

 

 

 

 

Harry Hole #10. Po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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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3-0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가끔 이런 리스트를 만들다보면 물만두님 생각이 난다. 모든 쟝르작가들의 연도별 작품들을 이렇게 올려주곤 하셨었는데. 한번도 실물로 본 적 없음에도 참 안 잊혀지는 물만두님.

알케 2014-03-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스뵈는 번역자 노진선씨께 감사인사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레오파드를 영문판과 한국어판 번갈아 읽었는데 노진선의 번역이 참 좋더군요. 위화감없는 번역...

비연 2014-03-06 10: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정말 번역자를 잘 만난다는 건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점심 먹고 바로 앉아서 도닥거리는 이넘의 버릇 없애야 불룩 나온 뱃살이 쏘옥 들어갈텐데.. 원체 몸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밥먹고 와서 앉아 이러거나 아니면 누워 자니 뱃살이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요즘 우리 팀 분위기가 아주 나쁜데.. 그게 승진결과가 내일 나오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면 이넘의 승진이라는 게 상당히 큰 건이라서 해당사항 있는 사람들은 발표나기 며칠 전부터 부들부들 떨게 마련. 소심한 사람들은 특히나. 그넘의 승진이 뭐라고... 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건 당사자가 아닌 사람만 할 수 있는 얘기이다. 남들 다 올라가는데 나혼자 제자리걸음하는 건 쇼트트랙할 때 자빠져서 아무리 좇아가도 앞 사람의 엉덩이만 저 멀리 보이는 꼴에 해당하는 것. 그 좌절감을 이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내 옆사람은 특히나 매우 소심한 사람이라... 과장에서 차장으로의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나는 사실 결과를 알고 있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본인은 매일 분 초를 세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말하자면, 그냥 기다리지 말고 술약속이나 잡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는 거지. 다 알고 지켜보면 참 안스럽고 얼른 결과 나와서 저 애매한 심정이나 빨리 없애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사실 요즘 우리 회사가 승진 %를 많이 낮추어서 올해 우리 팀 승진율이 매우 저조하다. 덕분에 윗사람들도 기분 안 좋고 (부하직원의 승진률은 본인의 업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승진에 여러번 누락된 사람들은 회사 때려 치우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으니... 아 가시방석이다. 며칠 전부터.  사람 사는 게 별 게 아니고 그래서 그게 죽고 사는 일도 아닌데 싶어도 당사자들은 지금 이게 생사를 다투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암튼. 내일까지 다 나고 나면 아마 어느 한 구석에서 질펀한 술자리가 벌어질 기미다. 나는 여기저기서 짱돌 맞아 어제부터 부들부들 떨며 화를 내고 있지만, 옆에서 승진 땜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 그나마 난 저런 걱정은 지금 없쟎아 하며 위안하게 된다.

 

좀 있다가 또 회의 가야 한다. 허허. 이젠 웃음만 날 뿐. 그나마 오후 늦게 잡혔던 서울에서의 회의는 다음 주로 미뤄져서 마음이 조금 가볍다는 게 불행 중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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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고 싶어 미치겠으니까 앞에 3,000원은 안 보이고 '세계여행'만 보인다.  나야 '초보' 여행자는 아니니까 이런 책이 필요는 없겠지만 그냥 여행 가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주문 주문... 근데 이걸 보니 하루 3,000원씩 커피값을 아끼면 일년 백만원이 되고 이걸로 여행 경비를 마련할 수가 있다.. 라고 되어 있는데... 오 이건 맞다 싶다.

 

내가 (어울리지 않게) 가계부란 걸 쓰는데 커피를 하도 사먹어서 몇 년 전부터 일년에 쓰는 커피값을 계산해보고 있다. 근데 정말 100만원 쓴다는.. 더 쓸 때도 있다. 스벅 커피 한잔을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좀 비싼 걸로 가끔씩이라도 먹으면 한달 10만원은 눈깜짝할 새라는 거. 나는 이거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 매년 커피값으로 쓰는 돈 만큼 어디다 기부해야지.. 라고 마음 먹었더랬는데.. 흠... 그걸 결심한 자가 비연인가 삐연인가... ㅜㅜ;;;; 올해는 꼭 해봐야겠다..;;;

 

 

 

여행가고 싶다고 주문을 외우니까 신간도 그만큼 나오는 건가.. 가 아니라 눈에 많이 띄는 건가.

규슈는 조만간 갈 일이 있을 것 같다. 방사능이 어쩌고 해서 자중하고 있었는데.. 내 나이에 노출된다고 해도 얼마나 영향이 있겠는가 라는 (자포자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일단 가볼까 싶다.

 

고비사막은 멀어 보이네. 짜투리 시간밖엔 여행에 활용하지 못하는 내 인생이 좀 화가 나는 점심시간이다. 도대체 한달씩 팍팍 휴가를 쓰게 하면 덧날까? ... 아마 회사는 덧난다고 생각할 지도. (철푸덕)


 


 

 

 

이런 책을 신간이라고 고를 때마다 생각한다. 얼마나 인생에서 '더' 잘 지내고 싶으면 맨날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느냐. 가엾은 비연.

 

사람이 뜻대로 살아지지 않고 그렇게 나이를 차곡차곡 먹다보면 어느 새 지나온 세월이 다가올 세월보다 길어지고 그런 즈음에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깝게 느껴지고 꿈보다는 포기가 더 친근해진다. 그런 걸 (억지로) 떨쳐버리고자 이런 책들을 (억지로) 머리에 쑤셔넣으며 나를 지키고자 한다. 참으로 불쌍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인생이란 뭔지. 사람들은 왜 이런 책들 자꾸 읽는 건지. 성공이라는 키워드가 어느 새 나의 것이 아닌 그 순간에도 이런 걸 읽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저 정신 수양인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노벨 문학상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노벨 문학상이라든가 신춘문예라든가 등등등의 감투를 뒤집어 쓴 (노벨 문학상과 신춘 문예를 병렬로 놓는 건 좀 그런가...) 책들을 구태여 들여다보지 않게 된 지도 꽤 된 것 같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흥미가 떨어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어떤 글을 제 3자가 그것도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 평가해서 상을 준다는 게 과연 맞는 건지가 의아스럽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글만큼은 내가 끌리는 대로 내가 느끼는 대로 찾아서 읽고 싶다. 상 아무리 많이 받아도 내 마음에 호소가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니까.

 

그런데도 이걸 신간으로 고른 이유는 문득, 아주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노벨 문학상이란 걸 타는 작품들은 어떻지? 라는 괜한 호기심? 단편이라니까 가볍게(과연?)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미시시피의 샤봇이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만난 흑인과 백인 두 친구의 짧은 우정과 20여 년의 세월을 두고 발생한 두 건의 실종 사건을 통해 미국의 어두운 정서를 드러낸 걸출한 작품" 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2010년 작품이라 한다.

 

꽤 괜챦은 작품인 것 같아서 이건 바로 구입해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스릴러물이라고는 하지만 성장소설의 분위기를 풍긴다 하니... 사실 요즘 범죄소설과 일반 교양소설과의 경계가 많이 흐릿해져서 말이다... 그나저나 피아졸라의 음악들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참 좋네..우히히. 뜬금없는 멘트다.

 



 

 

 

 

 

 

 

 

 

 

 

 

 

 

 

 

에릭 호퍼의 책들이 세 권 연달아 나왔다. 오. 좋아하는 사람의 책이 이렇게 한꺼번에 나올 때, 정말 반갑고 좋지만 두렵다. 다 사겠구나.. 라는. 넘쳐나는 책장을 바라보며 한숨 한번 푹. 근간에 책들 정리해서 중고로 팔아치워야겠구나... 라는 결심 아닌 결심도 하게 된다.

 

 

 

점심 시간 지나가기 전에 한 판 자야겠기에 황급히 마무리하려던 차. 요 책들은 얘기하고 넘어가야지 싶어서 찾아 올린다. 요 네스뵈의 따끈따끈한 신간 번역물들. 아 북유럽 아저씨의 멋들어진 이야기를 두 권이나 한번에 만날 수 있다니. 기뻐서 발가락 세워 춤을 추고 싶을 지경이다.

 

물론 난 이 책들을 이미 '예약주문' 했고 이번 주에 온다고 해서 손꼽아 발꼽아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그 특유의 두꺼움으로 자다가 베개 역할까지 겸하게 하는 이 요 네스뵈의 책들을 이번 주말에 부둥켜 안고 지내봐야지... 약속을 하나만 했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뻔 했지 뭔가.

 

나는 <네메시스>라고 하면 예전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느 책이 생각나곤 한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잘 안 나기는 하는데...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를 충분히 연상시키고도 남음이 있는 섬찟한 내용에 전율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어서 말이다.

 

<박쥐>는 우리의 해리 홀레가 처음으로 등장한 책이라고 한다. 오호호. "노르웨이 여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해리. 저항의 흔적도, 범행패턴도, 범인의 인상착의를 아는 자도 없는 묘한 사건에 맞닥뜨린다. 올림픽을 앞둔 시점이라 모두가 쉬쉬하며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가운데 해리만이 사건의 심연에 귀를 기울이지만,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같은 방법의 연쇄살인이 이어진다. 함께 수사하던 동료경찰마저 죽음을 맞고 미끼가 되기를 자청한 해리의 연인은 실종되는데…..." 라고 소개가 되어 있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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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과.

 

오전 7시 00분 출근.

 

오전 8시 30분 회의.

clients와의 미팅 1시간 30분. 발표하고 지적질 당하고 어쩌구저쩌구 푸념까지 들었다.

다시 30분... 간단히 커피 타임. 야구 얘기(이건 좋다)와 (나에겐 있지도 않은) 아이 얘기를 일방적으로 들었다. 내일 client 분의 쌍둥이 아이 둘이 한꺼번에 유치원 졸업식 한단다..=.=;;

 

오전 12시 00분 귀경 후 점심 간단히.

 

오후 14시 00분 회의.

회사 내부 몇몇 팀 모여서 회의. 부사장이 한번 던진 말에 오바들을 해서 안 모여도 되는 회의를 무려 6명이나 모여서 30분이나 했다. 끝나고 다시 커피 타임. (난 관심도 없는)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들. 그리곤 잡담.

 

오후 15시 00분 회의.

팀 내에서 내가 2년간 해온 과제의 3차년도 추진을 다른 사람이 맡기로 해서 (맨날 같은 데 가는 게 지겨워서 바꿔달라고 했다.. 다행히 억셉트) 그 분에게 전체 정황과 프로젝트 구도 등등등을 인수인계했다. 1시간. 그리고 30분 더 앉아서 예전 프로젝트 하셨던 이야기나 (나는 궁금하지도 않은) 자기 어릴 때 이야기를 연이어 했다. 전화 왔길래 냉큼 받아서 황급한 척 회의 마무리했다.

 

오후 17시 00분 회의.

그룹장이 날 불렀다. 오늘 오후 14시에 했던 회의 결과에 따라 우리 자료를 만들라는 이야기. 나는 지금 3개의 과제에 대한 제안을 추진하고 있고 매일 그것 땜에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회의를 하고 있고 그래서 시간이 없고 그래서 주말마다 뻗는데... 또 자료를 만들라니. 그렇게 30분 작성 내용 공유... 그리고 (나는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은) 중기계획에 대한 의논. 무려 3달 동안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앞이 안 보이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 것인지. 

 

오후 19시 00분 퇴근하려는데 팀장에게 잡힘.

나오는 데 부른다. 왜...요? 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입밖으로 나오려는 걸 간신히 누르고 가서 생글생글. (아 이 사회생활의 비루함이라니) 요즘 어떻게 지내냐. (피곤해 죽겠슴다) 일은 잘 되느냐 (하는 일마다 잘 안되고 있슴다) A 프로젝트 진행은 왜 이리 더디냐. (그 쪽에서 진행 안 해주는 걸 어쩌겠슴까) ... 나는 속으로만 대답하고 팀장은 질문하고. 그리곤 '잔소리' 20분. 네네.. 네네. 생글생글. 비실비실. 회사 문 나서니 20시.

 

 

귀가 후 돈까스 구워서 하이네켄 한 캔이랑 먹었다. 그러고 나니 하루의 노곤함이 풀리는 느낌..

진정한 회의 4회에 잔소리 미팅 1회. 난 오늘 뭘 한 걸까. 이게 일일까. 뭘까.

 

 

 

(이런 거라도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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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2-2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까스에 하이네켄, 그 순간이 아주 소중하게 느껴졌겠어요, 비연님. 가끔은 술맛 좋으라고 드러운 직장생활이 존재하나..뭐 그런 생각도 합니다.

비연 2014-02-26 12:4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동감백배에요... 그 짧은 순간이 어제 하루를 다 보상하는 느낌이었구요. 맥주 맛이 아주, 아주 좋았죠. 직장생활이 드러워질수록 술맛은 점점 깊어지네요. 오늘은 그나마 회의는 없는데 일폭탄이라... 가다가 맥주 한 캔 또 사갈 거 같아요..

antitheme 2014-02-2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힘든 프로젝트 할 때 그나마 위로해준게 맥주 한캔이었는데...
가끔은 일을 위해 회의를 하는지 회의를 위해 일을 하는지 헷깔릴 때도 있는데 암튼 힘내시고 2월 잘 마무리 하세요.

비연 2014-02-27 09:22   좋아요 0 | URL
antitheme님. 감사합니다... 어제도 결국 맥주 한캔 해버렸네요...;;;;;
오늘도 회의 투성이고... 그래도 힘내야겠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