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스웨덴 사람들은 왜 피곤하지 않은 거지? 나는 맨날 피곤해 피곤해 죽겠어 죽겠어 그러면서 살고 있는데? 왜지 왜지?

 

어디가 딱히 아픈 것도 아닌데 늘 "피곤해"를 입에 달고 산다면 당신은 이미 병들고 있다는 증거다. 피로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소홀히 넘겨버리기 쉬운 피로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법으로 안내한다. 스웨덴 왕립 의과대학 출신의 저자는 스웨덴 스타일로 피로 없이 건강하게 사는 법에 주목한다... (후략) - 알라딘 책소개 中

 

웅.. 난 병들어 있는 거구나. 흑흑. 그래 그래 알고는 있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이를 당연시 여기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흔들어 깨운다. 스웨덴은 야근과 밤샘 공부가 이상한 나라여서 버스에서 조는 일 또한 생소하기 때문이다. 육아에 지치고 과중한 업무로 피곤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로회복제를 사먹지만, '국가는 국민의 집'이 정책의 모토인 스웨덴에서는 국가 자체가 국민의 피로회복제다... (후략) - 알라딘 책소개 中.

 

버스나 전철에서 앉았다 하면 조는 나로선... 이런. 어디 아프냐고 흔들어 깨울 대상이로구나. 이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책 보고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싶다. 도대체 난 뭘 위해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거지? 뭘 위해서일까..? 라고 다시한번 생각.

 

 

 

가끔, 아니 요즘 들어 자주. 너무 역사책을 읽지 않는 게 아닌가 불안해지곤 한다. 심리학이니 사회학이니 소설이니 어쩌구 저쩌구는 계속 읽는데 유독 역사책은 사놓고도 잘 안 읽게 되는 것 같다. 역사라고 하면 중고등학교 때 학습의 일환으로 배우기만 해서인지, 뭔가 부담을 느끼는 것일까. 역사는 그냥 우리 생활의 일부이고 내가 사는 지금도 역사인데 역사를 모르고 뭘 도모하고 뭘 할 수 있겠는가... 라고 기본적으로 생각은 하면서도 그냥 선듯 시작하지 않게 된다.

 

<쿠바혁명사>의 표지모델은 역시 체 게바라. 물론 쿠바혁명에 있어서 체 게바라를 무시하고는 말이 안되긴 하겠지만, 이젠 혁명전사에서 광고의 대상이 되어버린 체 게바라를 보면, 어쨌거나 씁쓸하다. 잘 생겼고 똑똑하고 글도 잘 쓰고 게다가 혁명의 리더였다니. 신드롬을 만들어내기 위한 완벽한 대상체가 아닌가... 그러나 체 게바라는 그런 걸 바랬을까... 라고 잠시 옆길로 새는.

 

 

 

살수록사람이 힘들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마음에 와닿는다. 아마 살수록 사람관리가 제일 중요하고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행복이나 성공이나 등의 핵심이라는 걸 느껴서이겠지.

 

인간관계가 힘든 이유는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고유한 성격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성격은 그 사람의 ‘타고난 독특성’이고, 가치관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이자 믿음’으로 이 두 가지는 잘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바꿀 수 있다고 여긴다. 나의 성격과 가치관도 바꾸기 힘든데 심지어 타인의 성격과 가치관까지 바꾸려고 든다.
저자는 왜 성격과 가치관이 잘 변하지 않는지를 다양한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증명해 보이면서, 상대를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어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 더 쉬운 이유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도 직원을 채용할 때 성격이나 가치관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능력은 교육이나 경험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성격과 가치관이 다른 직원을 조직 내에 적응시키고 기업 문화에 맞추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후략) - 알라딘 책소개 中

완전 동감. 사람이 어떻게 변하냐. 사랑은 변해도 사람은 안 변한다. 아니 사랑이 변할 만한 사람이니까 변했던 거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안 변했기 때문에 사랑이 변한 거다. 그래서 어렸을 때의 경험이 중요하고 가정교육이 중요하고 그런 거다. 이 책, 봐야겠다, 당장.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쟝르소설가들의 '귀한' 에세이 3편. 레이먼드 챈들러이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후세의 작가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준 건... 더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이 자명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롱 굿바이'를 12번이나 읽었다 하니. 레이먼드 챈들러의 말로 시리즈는 명작 중의 명작이고 나도 절대 중고로 내어놓지 않을 책들이다.

 

이 시리즈는 두 권이 미리 나와 있다. 사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산책>은 읽으려다가 생각보다 별로라는 평이 있어서 아직 구입도 안 한 상태이긴 하지만. 레이먼드 챈들러의 에세이는 한번 볼까나 싶다. 이미 챈들러는 소설 작법 등에 대해서도 좋은 글들을 많이 남긴 사람인지라, 그의 에세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다.


 

 

 

 

 

 

 

 

 

 

 

 

 

 

 

 

 

출판사 <클>에서 나오는 쉼표 여행 시리즈가 있다. 사진도 좋고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곳들을 소개해둔 게 괜챦은 것 같다. 요즘처럼 바빠서 휴가를 길게 내고 어쩌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문득 문득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저번에 강릉 다녀왔었는데, 참 편안하고 좋았다. 전라도 쪽의 여행을 한번 생각해보고 있는데 순천 보성도 좋을 듯 하고 군산도 좋을 듯.

 

 

 

출판사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쟝르소설이라면 한번 더 눈길이 간다. 에드 맥베인 시리즈도 그렇고. 이번엔 가마슈 경감 시리즈다. 모르던 작가였는데, 이 사람 루이즈 페니. 영어권과 불어권이 공존하는 캐나다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라니 관심이 간다. 사실 나는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하드보일드보다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마플 시리즈와 같은, 소도시나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전부 선하게 살 것 같고 서로 잘 알아서 범죄라는 건 없을 것 같은 동네에서 오히려 사람의 본성이 더 드러난다는 것은, 무섭기도 하지만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천국이나 다름없는 캐나다 퀘벡주 시골 마을의 단풍나무 숲에서 노부인의 시체가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것은 분명 사슴 사냥철 사냥꾼의 오발에 의한 사고였음이 틀림없다. 누가 온화하고 선량한 아마추어 화가의 죽음을 원하겠는가? 하지만 눈부신 경력의 퀘벡 경찰청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하얀 말뚝 울타리 너머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채는데...(후략) - 알라딘 책소개 中

퀘벡에 여행다녀오고 싶다. 그 곳은 좀 다른 곳일 것 같은 느낌. 그러고보니 캐나다를 한번도 못 간 게 기억이 나는. 뭔가 캐나다라고 하면 자연을 벗삼아 지내야 할 것 같아 항상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런 호젓한 곳이 그리워진다. (켁)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 중 하나는 평전이다. 어떤 사람의 일생을 고찰하고 거기에서 그 사람이 그렇게 되어야 했던 clue들을 발견하는 게 재미있고, 몰랐던 이면의 세계를 보는 것도 즐겁다. 이 <문제적인간> 시리즈도 그래서 내가 늘 주목하는 시리즈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쓴 <가장 균형 잡힌 트로츠키 전기>. 이 책에서 서비스는 트로츠키 자신과 트로츠키 추종자들이 빚어낸, 흠결 없는 순결한 혁명가라는 신화화된 이미지를 걷어내고 트로츠키의 맨얼굴 그대로를 보려고 한다.


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트로츠키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인간 트로츠키의 삶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깊숙이 들여다본다. 트로츠키가 혁명 투사이자 혁명 사상가로서 일군 놀라운 업적과 그가 저지른 과오와 모순까지 낱낱이 살펴봄으로써, 마침내 트로츠키라는 한 인간의 삶을 ‘가장 객관적으로’ 조명한 ‘균형 잡힌’ 전기가 완성되었다... (후략) - 알라딘 책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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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은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구나.

회사 일은 미어 터지고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내 직업이 책과 관련된 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잡념 속의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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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를 읽었다. 대단한 사건이 벌어진 건 아니고 또 이런 류의 이야기가 아주 드문 것도 아니라서 평온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 심장에 아릿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마흔 한살의 래리 오트는 고등학교 때 첫 데이트를 했던 신디 파커가 실종되는 바람에 살인자 강간자의 의혹을 받으며 20여년을 버틴 사람이다. 아무도 안 찾아오는 집과 직장인 정비소에 앉아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책만 파고들고 닭들과 벗삼아 지낸다. 20여년을... 혼자. 말상대라고는 치매 걸리기 전의 어머니와 닭뿐인. 상상이 안되는 적막강산 속의 그. 그런데 최근에 그 지역 유지의 대학생 딸이 실종되면서 다시 의심을 받게 된다. 보안관이 매일 와서 정탐을 하고... 어쩌면 그 보안관이 와주기라도 해서 외로움 의 한 켠에 빛이 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동갑내기인 사일러스 존스는 예전엔 잘 나가는 야구선수였다가 지금은 형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앤지라는 여자친구가 있고 홀어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셨고... 야구팀 등번호가 32이라서 '32'라고도 불리워지는 사람. 인구 5백명 정도의 작은 도시 미시시피 주 샤봇의 유일한 경찰관.

 

그 둘은 30년 쯤 전에 친구였고 그 추억은 3개월에 불과했다. 그리고 래리는 백인이고 사일러스는 흑인이었다. 래리는 흑인들이 절반 이상인 동네에서 어리버리하고 독특하여 따돌림받는 백인이었고 사일러스는 180cm가 넘는 장신의 멋진 야구선수가 되어 인기가 아주 많은 흑인이었다. 래리는 근방에 2백만평의 땅을 소유한 부유한 집 아들이었고 사일러스는 쫓기듯 시카고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엄마가 하루종일 노동을 하여 근근히 먹고 사는 집 아들이었다. 인종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고 가정환경도 다르지만... 그들은 친구였다.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추억을 공유한.

 

가면을 쓴 남자가 고개를 가로젓더니 총을 다른 손으로 옮겨 쥐었다. 장갑 두 짝 모두 빨갛게 핏물이 들어 있었다. "죽어." 라고 남자가 다시 말했다. 래리는 그것도 괜챦겠다고 생각했다. - p22

 

누군가가 나에게 총구를 겨누며 죽으라고 하는데.. 어떤 상황이면 그것도 괜챦겠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나같으면 두려워서 살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를 그 짧은 시간에 마구마구 생각했을 것 같은데... 죽으나 사나 매한가지의 상황에 처한 사람은 어떤 걸까... 저릿.

 

"사일러스?: 녹음된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날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나 래리야. 래리 오트. 귀챦게 해서 미안하지만, 그냥, 어, 통화를 하고 싶었어. 내 번호는 633-2046이야." 래리가 목소리를 가다듬는 동안에도 사일러스는 받아 적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돌아온 거 봤어." 래리가 말을 이었다. "고마워, 사일러스. 잘 자." - p47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건 래리. 그리고 전화번호조차 받아적으려 하지 않는 사일러스. 나중에 이 둘의 인연이 밝혀지게 되고, 사일러스가 왜 래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는 지를 알게 되면 이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지만... 이 대목을 읽으면서 사일러스. 외로운 친구에게 전화 한통 해주지.. 라는 아쉬움과 원망감이 깃들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런 적이 있었던가. 아마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가끔, 그 사람, 꼭 그 사람과 통화하고 애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도 일종의 외로움일테지. 그 사람이라야 채워지는 외로움.

 

헛간 문에 기대선 그는 수십 년 전 여기 왔던 날을 떠올렸다. 어른도, 선생도, 여자애든 남자애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아무도 없었고, 자신과 래리 뿐이었다. 래리를 따라 집 안을 돌아다니던 일이, 소총과 엽총이 선반에 줄지어 서 있는 총기 수납장을 지나 뒷문을 열고 거대한 마당으로 나서서, 바퀴 달린 헛간 문을 굴려서 열고 헛간 안으로 들어갔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 p116

 

남녀노소, 흑인과 백인, 어른과 아이, 선생과 학생... 이렇게 성별과 연령과 인종과 권력구조 등을 다 무시하고 이 헛간에 있는 사람은 사일러스와 래리, 두 소년 뿐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구별들과 그로 인한 갈등들, 오해들을 다 물리치고 이 공간에서는 이 소년들의 존재와 그들의 어린 시절만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때의 추억이 수십 년이 지나도 떠오르는 지 모른다. 온전히 나라는 인간으로만 비추어질 수 있는 공간, 세계, 그리고 벗.

 

................. 좋은 소설이다. 그냥 소설이다. 무슨 범죄소설이라고 명칭 붙이기에는 사건이나 추리나 이런 것들이 없는. 사건 뒤에 숨겨진 운명과 긴긴 세월의 이야기들이 담겨진 책이다. 표현도 섬세하고 담담하고. 그래서 읽는 내내 그냥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톰 프랭클린의 작품이 번역된 건 이 책 하나 뿐인 듯 하다. 앞으로도 나오면 읽어볼 용의가 생기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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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일드는 도대체 재미있는 게 없었다. 내가 좋아라 하는 아마미 유키가 나온 <긴급취조실>도 그 재미가 덜했고 곤노 빈이 쓴 <은폐수사>를 드라마화한 것도 책보다 못했고. 이렇게 볼 게 없었던 분기가 있었나 싶다. 그러다가 보게 된 일드가 <내가 있었던 시간(僕のいた時間)>이다.

 

사실 재미가 있어서 보는 건 아니다. 미우라 하루마가 나오니까 어떤가 싶어서 보다가 결국 계속 보게 되었다.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천덕꾸러기로 성장한 타쿠토가 ALS(루게릭병)에 걸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라서 꽤나 우울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계속 웃고 있지만 보는 나로선 아 정말 괴롭다 싶다고나 할까.

 

타쿠토와 천생연분 배필인 메구미는 계속 그의 곁을 지킨다는, 현실적으로 좀 믿어지지 않는 아니 대단히 진기한 일로 어디 다큐멘터리에나 나올 법한 일이 그 드라마에서는 벌어진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병에 걸렸다고 마음에서 몰아낼 수 있을까. 그 사람과 말하면 영혼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 사람과의 교감으로 나는 계속 웃을 수 있는데, 떠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메구미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는...

 

 

 

 

 

그런 게 사랑이 아닐까.. 라는 감상적인 생각이 드는 드라마이다. 점점 아파지면서, 손과 발의 근육이 약해지고 그래서 자꾸 넘어지다가 걸을 수 없게 되고 글자를 어렵게 쓰다가 못 쓰게 되고 밥을 스스로 먹다가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게 되고 그러다가 호흡근육이 약해져서 숨을 스스로 쉴 수 없게 되는 그 과정에서, 참다가 참다가 한번씩 터지는 주인공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환자의 고통은 현실적이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착한 분위기는 여전해서, 친구도 착하고 친구의 여자친구도 착하고 메구미의 엄마도 착하고 타쿠토의 엄마 아빠 동생도 착하다. 게다가 타쿠토가 근무하게 된 가구회사 직원들은 거의 천사에 가깝다. 거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껏 도와주니 말이다. 아픈 거 빼고는 완벽한 환경이다, 사실.

 

마지막회는 가슴이 넘 아플 것 같아서 일단 보류. 나중에 낮에 보려고 한다. 역시 이런 드라마의 최후를 밤에 보면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서 말이다.

 

2분기에는 좀 좋은 드라마가 나오려나. 기대해봐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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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3-2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회도 봤다. 뻔한 스토리인데도 눈물이 나네..ㅜ
 

 

헨닝 만켈의 책들 중 번역되어 나온 것들은 ... 꽤 된다. 번역 된 것 중에 읽은 건 정말 <다섯번째 여자>밖에 없네.. 

 

그러고보면, 북유럽 작가들의 문체가 나와 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요죰 조금씩 번역되어 나오는 쟝르소설 중에서 북유럽 작가들의 그것은 좀 독특하다. 약간 건조하고 지나친 폭력은 없고 그러나 사회적인 색채는 짙은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쟝르소설 작가 중에 유명한 북유럽 작가들이 많다. 스티그 라르손도 스웨덴,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 라슈 케플레르(최면전문의 등)도 스웨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아이슬란드군. 아..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책은 왜 더이상 안 나오는 건가... 이게 나와야 하는데...

 

 

이 분 책 좀 더 번역해주세요.. 라고 제목엔 헨닝 만켈이라고 써놓고는 딴소리 하는 비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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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3-1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책들이 몇 권 보이네요.^^

포근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비연 2014-03-19 15:41   좋아요 0 | URL
앗. 후애님..^^ 저도 한 두권 더 볼까 하고 있어요...
오늘 날이 따뜻한데.. 좋은 하루 되세요~
 

 

생각해보면 스웨덴 사람의 쟝르소설은 헨닝 만켈에게서 시작했던 것 같다. 북유럽 사람들의 책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던 시절부터 이 작가의 책은 계속 나왔던 듯. 아마 <좋은책만들기>라는 출판사에서 비슷비슷한 표지의 책들을 줄줄이 낼 때 였던 것 같다, 처음 봤을 때가. <다섯번째 여자>였던가. 그 때는 뭐 나쁘지 않네 하다가 그 후에 한 권 정도 더 읽고 그냥 접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헨닝 만켈의 책 <불안한 남자>를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별다르게 흥미가 막 생겨서는 아니고 발렌데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문구에 슬쩍 당겼던 듯 싶다. 대개 시리즈물은 마지막 권을 쓰는 게 어렵지 않을까 한다. 시리즈에 열광하는 독자들이 자꾸만 더 내라고 재촉하고 작가 자신도 어렵사리 창조한 캐릭터의 인물을 쉽게 놓지 못하는 면이 있을테다. 그런데 마지막 작품이라니. 용케도 발란데르를 놓을 수 있는 거구나 하는 마음에 구입 버튼을 꾸욱..

 

 

사실 내용은 무미건조한 편이다. 오래 전에 끝나서 있었는 지 없었는 지도 가물가물한 그넘의 냉전시대의 유물에 농락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발란데르는 환갑이 되어 버렸고 (헐) 그 딸 린다는 30대 후반이 되어 남자친구와 딸까지 낳고 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굳이 호칭을 붙이자면)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차례로 사라져버렸다는 거다. 그들의 과거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파헤쳐가는 이야기이다. 말하자면, 제목인 <불안한 남자>는 시아버지격인 호칸 폰 엥케인 것이고 이 사람으로 인해 모든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줄거리에는 큰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 대충 짐작이 간다고나 할까. 그거보다는 발란데르의 넋두리들이 더 재밌다고나 할까. 나이든 남자의 푸념이라든가 건망증이라든가 이런 게 어쩐지 옆에 사는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대부분 이런 류의 소설에 나오는 형사나 경찰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호색한에 매력이 좀 있어서 여자가 주위에 여럿 포진해 있기 일쑤인데, 발란데르는 그저 가끔 와서 주정부리는 전처 이외에는 여자가 붙지를 않는다. 심지어 괜히 한번 히치하이킹 '당해'줬던 여자는 부모를 죽인 살인자이기까지..

 

12월 초에는 동료 경찰관들을 불러 집들이를 했다. 심지어 그날 밤에도 정전이 되었지만 이제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낡은 등유 램프 두 개와 더불어 촛불도 마련해두었다. 약 한 시간쯤 지나자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발란데르는 그날 저녁을 기억하겠노라 다짐했다. 아직은 다 때려치우고 인생 이모작을 시작할 만큼 늙은이는 아니었다. 여전히 친구도 있었고, 모종의 의심스러운 의무감 때문에 오는 동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p21~22)

 

나이들수록 도대체가 이 사람이 친구인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역시나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친구는 아니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발란데르는 그에 비하면 억쑤로 운이 좋은 듯. 나이들면 역시 친구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35세 이후에 만난 사람들을 친구라 할 수 있을까.

 

회의가 끝나고 모두들 문서와 서류철을 챙기던 바로 그때, 발란데르는 딸에게서 받은 깜짝 선물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왠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짓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동료들을 그 정도로 자신의 사적 공간 깊숙이 들어오게 한 적이 없었다. (p31~32)

 

그러면 그렇지. 역시나 동료는 동료인 게지. 나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에는 조금 멋적은 거다. 내가 할아버지가 됩니다.. 라는 얘기를 나누기에도 망설이게 되는. 그러니까 친구는 아니라는 거다.

 

"알츠하이머병인가요?" 진료를 거의 다 받았을 때쯤 물어보았다. 의사는 빙긋이 웃었다. 환자의 심정을 헤아린다기보다는 그저 몸에 밴 친절함이었다. "아니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인생이란 다음 모퉁이를 돌면 뭐가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p79)

 

자꾸만 뭔가를 잊어버리는 발란데르. 이게 치매인가 덜컥 겁이 나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그런다.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기억 안나는 것도 서러운데, 위로는 없다. 아 이래서 병원은 가기가 싫다. 심정을 헤아리는 말 한마디 친절하게 던질만한 의사가 별로 없다. 나이들면 치매가 가장 걱정인데, 정말이지 이 대목에서 울컥한다.

 

'내 평생 누구보다 사랑한 여인이었는데...  오늘 또 하나의 사랑을 만나러 가기는 하지만,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여인이 모나라는 걸 부인할 순 없지. 내겐 절대 불변의 사실이니까. 사랑의 빈자리는 또 다른 사랑이 채울 수 있으나, 옛사랑은 항상 그 자리에 남는 법.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삶의 바닥은 두 겹이야. 그래야만 한 겹에 구멍이 생겨도 금방 푹 꺼지지 않으니까. (p238)

 

고주망태가 된 전처를 바라보면서 발란데르가 이렇게 쓸쓸한 생각을 한다. 더 이상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이. 그저 과거를 쳐다보고 있는 거다. 산다는 게 참 뭔지. 그 때는 정말 미쳐서 몰두했던 그 사람을 오랜 시간 지나 다시 바라보면 그 때의 감정은 간 데 없고 회한만이 남게 된다. 간혹 그런 날이 있었나 라는 의문감까지 생길 정도로 말끔히 정리된 감정에 놀라기도 하고. 아..

 

가끔 소설에 감정이입이 될 때가 있다. 내가 아직 그 나이는 안되었지만, 뭐랄까. 발란데르의 마지막 소설에서는 그의 나이듦이, 회한이, 쓸쓸함이 정말 절렬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간혹 생각해서일까. 유난히 발란데르의 이런 모습을 열심히 쳐다보게 된다. 이제 마지막 등장이니 노년은 편하게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손녀와 따뜻한 시간도 보내고. 시리즈물의 주인공이다보니 마치 나와 동시대에 사는 사람같은 이 느낌이라니.

 

마저 다 읽어야겠다. 이제 '불안한 남자'의 비밀이 벗겨지기 일보직전까지 왔다. 그의 불안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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