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
백창화.김병록 지음 / 이야기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나처럼 책을 좋아하고 책마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아라 할만한 책이다. 내용이 아주 자세하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서점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지은이의 꿈은 충분히 전달되는 책이다. 그것은 또한 나의 꿈이기도 해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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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2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아날로그 서점'이 많은데
그곳을 단골로 드나드는 분은 너무 적어요 ㅠ.ㅜ

에그...
작가나 비평가나 기자나
유럽이나 다른 나라 '아날로그 책방 이야기'에는 눈길을 두면서
정작 한국 책방에는 눈길을 안 두니.... ㅠ.ㅜ

비연 2013-09-29 18:18   좋아요 0 | URL
한국 책방기행이 필요할 듯 하네요..
저도 주위를 아무리 돌아봐도 아날로그 책방, 작은 책방,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책방은 눈에 띄질 않거든요...;;;;
 

 

어제 주말의 추리소설이라며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를 단숨에 읽고는 심정이 상해버렸다. 아버지의 수기로 시작해서 그걸 파헤쳐가는 린타로 탐정의 활약상(?)이 더해진 내용이었는데 첫 몇장을 읽으면서 아 반전이 이렇게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대로 전개되어 그닥 긴장감이랄까 궁금함이랄까도 없었다. 특히나 이런 류의 반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찝찝함만 남더라는.

 

그래서 이걸 상쇄시키고자 조금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어야겠다 싶어 펼친 책이 <페티그루 소령의 마지막 사랑> 이라는 소설이다.

 

 

 

 

 

 

 

 

 

 

 

 

 

 

 

 


 

그러니까, 6년 전에 아내를 잃고 이젠 동생마저 잃은 68세의 페티그루 소령이라는 전형적인 영국인이 근처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 잃은 58세 파키스탄 여자와 늘그막에 사랑이라는 걸 하게 된다..라는 게 주요한 내용이다. 그런 내용만 있다면 절대로 재미있을 수 없겠지만 그들의 사랑이 아주 서서히 진행되는 동안, 영국이라는 나라의 분위기, 작은 마을의 사람들 관계, 그 속에 묻혀 사는 이주민인 파키스탄 사람들과의 이질감, 조심스러움, 다른 문화, 다른 생각.. 이런 내용들이 함께 버무러져 꽤 재미있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괜챦은 선택이었다고 나름 만족하고 있는 중.

 

"운전을 좋아해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로지 나와 엔진뿐이니까요. 내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죠. 장부도 없고 물품 목록도 없고... 그저 열린 길이라는 수많은 가능성과 보이지 않는 수많은 목적지 뿐이에요."

 

 

나도 운전을 좋아하는데, 왜 좋아하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갇혀진 공간에 나만 있을 수 있다는 자유로움 정도. 주인공 미시즈 알리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 걸 보면 나도 이런 이유를 가지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일대일 대면의 즐거움. 나와 차. 나와 엔진. 그래서 얻어지는 자유로움, 조용함, 격리감...

 

 

소령은 며칠 사이 비탄이 더욱 격해진 것에 놀랐다. 비탄이 수학책에 나오는 그래프처럼 직선으로 또는 완만한 곡선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님을 잊고 있었다. 그렇게 되는 대신, 몸이 묵직한 흙덩이와 뾰족한 가시덤불 - 그가 마음을 푹 놓고 있을 때 그를 찔러대곤 하는 - 이 가득한 커다란 정원의 쓰레기 더미가 된 것 같았다. 미시즈 알리가 들렀다면 - 그리고 그는 그녀가 들르지 않은 것이 다시 약간 얹쨚아졌다 - 그 사람은 이해했을 텐데. 미시즈 알리라면 자신에게 버티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었을 것이라고 소령은 확신했다. 땅속에서 이미 분해되어가는 죽은 몸뚱이가 아니라 예전의 버티에 대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가 조금씩 달리 느껴진다. 젊었을 때는 불타는 감정, 없으면 못 살 것 같고 보고 싶고 옆에 있고 싶은 심정으로 늘 휩싸여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감정들만으로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되어간다. 지나온 세월이 길어서일까. 그 지아노 시간들에서 켜켜이 쌓인 감정들, 느낌들을 말하고 싶다는 게 사랑과 동치된다. 아 말하고 싶다기보다는 공유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이해해주고 싶은 느낌이 더 적확하려나. 그리고 확 타오르는 감정은 없어졌지만, 은근히 조금씩 진전되는 느낌이 더 편안해졌다.

 

 

"친애하는 미시즈 알리, 나라면 당신보고 늙었다고 말하지 않겠어요. 당신 나이라야 여성의 성숙함이 한껏 피어난다고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거창한 말이긴 했지만 소령은 그녀가 놀라서 얼굴을 붉히기를 바랐다. 그러는 대신 그녀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무르익은 중년의 주름과 지방층 위로 그렇게 두꺼운 아첨을 바르시다니, 소령님. 들어본 적도 없는 아첨이시네요." 그녀가 말했다. "난 쉰여덟이고 전성기는 훌쩍 지났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제는 그저 변치않는 부케로 건조되기만 바라는 처지죠."

"나는 당신보다 열 살이나 많아요." 그가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난 진짜 화석이게요."

그녀는 다시 웃었다. 소령은 미시즈 알리를 웃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값진 일은 없다고 느꼈다.

 

이런 게 사랑의 시작이란 걸까. 무엇보다 남자의 아첨 아닌 아첨에 얼굴을 붉힐 수 있는 것은 젊은 처자의 통통한 볼이 어울릴 터. 나이든 여자에게는 웃음으로 화답할 내용이라는 데 동감. 그러나 모든 사랑의 처음은, 상대가 웃어주는 것이 가장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로구나. 젊으나 늙으나. 상대가 나의 말에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 그의 얼굴에 웃음이 만연하게 해주는 것. 이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역시나 사랑이로구나.

 

 

소령은 버티의 유언을 엘릭에게 들려준 것을 후회했다. 부당하다는 생각에 다시금 억울한 마음이 든 소령은 백나인 어딘가에서 슬쩍 이야기를 흘렸다. 사람을 믿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당신이 들려준 이야기를 항상 기억한다. 그래서 몇 년 후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에도 그 이야기는 여전히 당신 얼굴에 단단히 붙어서, 당신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의 음성에도, 당신의 손을 잡는 손길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당신은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에게 나를 안 보여주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속에 꽁꽁 넣어둔 채 들려주고 싶은 말만 골라서 얘기하고자 머리를 쉼없이 굴린다. 그래서 피곤하고 적막하다. 어쩌면 이 소설의 페티그루 소령도 그래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리고 자신과 관심사(책과 작가)가 비슷한 미시즈 알리에게 은근한 사랑을 느끼는 지도 모른다.

 

이제 한 1/3 정도 읽었는데 이 일요일을 하루 들여서 다 읽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다. 작가인 헬렌 사이먼슨의 데뷔작이라는데, 노년의 섬세한 감정의 결을 잘 짚어서 무리없이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일요일을 무난하게 만든 헬렌,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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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부터 반전이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터라 내내 그닥 긴장은 되지 않았던 작품. 비극의 가정사라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암튼간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라서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다.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은 플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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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바닥의 달콤함 플라비아 들루스 미스터리 1
앨런 브래들리 지음, 성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역시나 유쾌하고 재미난 이야기. 그 속에 우표와 화학, 그리고 문학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도 엿보이는 작품. 읽고 있으면 분명 살인사건이 주제이긴 한데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끼게 된다. 이걸 영화로 만든다면, 11살짜리 플라비아는 누가 하면 좋을까? 라는 생각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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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신간이나 한번 올려볼까나.

어제 과제 결과 하나 제출하고 지금 평온한 - 사실은 폭풍 전야 - 상태를 누리고 있으니 심심.


 

 

1. 히라시노 게이치로의 <결괴>


 

히라노 게이치로? 처음 듣는 사람이라는..;;;; 그러나 내용을 보니, <일식> 이라는 책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고 심지어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는 격찬을 받았다니! 내가 이 사람을 왜 몰랐지? 표지는 맘에 안 들지만... (뭐냐 시커먼게..) 그리고 소설가 김연수 추천이라는 말도 좀 거슬리지만 (이런 거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한번은 봐야겠다 싶은 책이다.


 

 

 


 

<장송>, <달>, <일식> 이렇게가 로맨틱 3부작이란다. 왜 로맨틱이지? 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결괴>라는 책이 괜챦다면 난 이 책 시리즈를 몽땅 사겠지. 그렇겠지...(으이구)

 

 

 



2. 지식과 책임 총서 - 고종석과 복거일

 

'곰' 이라는 출판사가 지식과 책임 총서라는 시리즈를 내고 있고 이 시리즈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최근 지식인들을 포괄하는 모양이다. 고종석과 복거일이라. 고종석의 낭만미래에는 미래는 현재보다 더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라는, 복거일의 자유롭게 한걸음에는 너그러움은 진화를 바라는 기본적 자세이다..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들이 말하는 게 뭐일까 궁금증이 유발되기는 하지만.. 역시나 표지는 에러다. 이런 표지를 보면서도 한번 읽어볼까? 라는 맘이 드는 걸 보면 이 시리즈는 좀 매력적인 것일까?

 

 

 

 

 

 

 

3. 마커스 세이키의 <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서 나오던 책들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 이번에 나온 건, 마커스 세이키라는... 성이 좀 일본스러운 사람의 책이다. 이런 류의 내용은 좀 흔하게 사용되는 편이라 사실 흥미가 딱 당기는 건 아니다. 기억을 잃고 나도 모르는 장소에서 나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런데 살인사건에 연루가 된다는 거지. 그리고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도 그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일 수 없음을 알게 된다는, 나름의 쇼킹 스토리. 읽어봐야 알겠지만, 좀 식상한 감이 없지 않다. 일단 이것도 표지가 맘에 안 든다.. (오늘은 불량 표지 시리즈라고 제목을 바꿔야겠다ㅜ)

 

심지어 황금가지에서 2010년에 이 사람의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라는 책이 출간되었었다!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손을 씻고 잘 살던 남자가 다시 과거의 범죄로 인해 다른 범죄에 발을 담그게 된다는...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것 보니까 좀 영화스러운 내용인가보다. (표지부터 그렇다)

 

 

 

 

4. 스벤 스키퍼, <빅 아카이브>

 

마르셀 뒤상부터 소피 칼까지, 요식주의에서 비롯된 20세기 예술..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기록의 보관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시대마다 기록 보관의 기술적 양상은 달라졌다. 또한 형식적이고, 단순한 이 문서의 조합에 영감을 얻은 예술가들은 기록의 불완전성과 우연, 단절의 시간 등을 포착하며 새로운 예술을 창작했다. 이 책은 20세기의 예술가들이 아카이브를 어떻게 영감의 원천으로 사용해 왔는가에 대해 통시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인 저자는 아카이브를 영감의 소재로 사용한 20세기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그 핵심에서 19세기 모더니스트의 아카이브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뒤집는다. 이 책에서 지루하고 단조로운 문서의 조합인 아카이브는 하나의 거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떠오른다. <알라딘 책소개 中>

 

아카이브라는 개념과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연결지어 분석하고.. 기타 등등의 사람들과 연계하여 아카이브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말하는 책이라고. 파일, 기록, 보관.

 

 

 

5. 미셀 마페졸리, <디오니소스의 그림자>

 

디오니소스의 집단적 광란, 성적 방탕, 폭력성, 탐닉, 비도덕주의가 만들어내는 '미쳐 돌아가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

 

생산성과 효율성, 유일신 숭배가 지배하는 역사적 시대와 비교해서 그는 “시적이며 에로틱한 시대, 사랑하는 육체의 시대, 그리고 그 주위로 사교성이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숨겨져 있고 부수적인 시대가 존재한다”라고 지적하고 이 과정을 은밀한 중심성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동시에 일상에서 겉으로 순간순간 드러나는 힘이고 움직임이며 함께하는 힘이다. <알라딘 책소개 中>

 

내가 좀 좋아라하는 주제다..ㅎㅎㅎ

 


 

 

6. 여행책들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여행가고 싶다.  여행책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요즘, 보는 것만으로도 가고 싶고, 못 가서 속상하고, 가고 싶어 아쉽고... 그렇다... 특히 발트해는 꼭 가고 싶다는.

 

 

뱀꼬리) 자리에 앉아 딴 짓하고 있는데 회사 사람이 오랜만에 잠깐 왔다. 그리고는 보면서 손으로 나의 두리뭉실한 몸 모양을 만들어내더니 '아이구.. 그간 살이..' ... '쪘다는 말씀이신가요?'... '많이 쪘네요. 빼셔야겠어.' 이런...방구똥꾸같은 말을 하고 사라진다. 아 정말. 오늘이 정녕13일의 금요일이 맞는 모양이다. 저주를 들었다..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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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9-16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그런 말을 가지고 저주라고 합니까.ㅋㅋ
통통한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매력이 있다고 봐요.

책이 다양하네요.
그중 저는 2번의 책 두 권에 맘이 가네요.
그리고 해외 여행을 못해 본 저로선 여행에 관한 책을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천은 하지 않고 생각만...

비연 2013-09-17 09:09   좋아요 0 | URL
pek0501님.. 그래도 제 이 두 귀로 직접 듣는 순간, 정말 낙망스러웠거든요..ㅜㅜ
저도 2번의 책들 중에 한 권 정도는 볼까 생각 중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