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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첫째, 한 우물만 열심히 파면 무엇이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둘째, 남들이 아직 접근하지 못한 블루오션을 찾아라. 셋째, 환경친화적, 자연친화적 제품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세 가지 관점에서 모두 접근이 가능한 책이다. 첫째 메세지로 접근하면 자기계발서로, 둘째 메세지로 접근하면 경영/실용서로, 셋째 메세지로 접근하면 환경 도서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이 책은 알라딘에서는 '자기계발>성공전략/성공학>성공 스토리'로, 예스24에서는 '문학>에세이>외국에세이'로 분류되고 있다. '자기계발'과 '문학'은 완전히 다른 범주인데, 책의 성격상 알라딘의 분류 체계가 더 정확하다. 세 가지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했지만 책의 서술 방식과 줄거리를 참고했을 때 환경 도서로 분류하는 건 너무 어거지고, 경영/실용서로 접근하는 건 가능하지만, 주 테마는 역시 '자기계발', '성공학'이다.
2006년 일본의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에 소개된 내용을 프리랜서 작가가 책으로 엮었다. 눈물 나게 맛있는 사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환호하는 사과, 심까지 먹어 버리게 되는,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원래 농사꾼이 아니었고, 농사를 지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농사꾼 집안의 딸과 결혼하면서 장인, 장모의 집에서 머물며 결국 할 일은 농사구나 하는 마음에 시작을 했다고 한다. 기왕 농사를 하는 김에,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려고 시도했다고.
실패의 연속이었다. 벌레 먹고, 사과도 안나고, 나무는 점점 힘을 잃고, 재배를 못했으니 내년에 심을 씨도 없고, 그렇게 일년, 이년, 삼년, 사년 세월만 무상하게 흘러갔다. 먹고사니즘으로 바쁜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미련하게(?) 될 것 같지도 않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있다. 책 읽으면서 참 답답했다. 이 사람 너무 우직하다 못해 미련하다. 정말. 그렇게 육칠년 했는데도 안 됐으면 어쩔 뻔 했나. 이 책이 나오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빚은 빚대로 다 지고, 장인 장모와 처, 아이들을 모두 굶길 뻔 했다.
사실 성공했으니 그가 그동안 겪어온 이야기가 '성공 스토리'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지, 실패했다면 '그냥 미련한 사람'으로 식구를 다 굶기고 거리에 앉을 뻔 했다. 몇 년이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준 식구들도 정말 대단하다. 지금 그는 "한 입 베어 물면 온몸에 세포가 환호하는" 사과를 스프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크기가 작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과가 맞냐고 물을 정도로 정말 크기가 작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너무 맛있어서 온라인 판매시 삼 분만에 품절이 되고, 이 사과로 만든 스프를 먹기 위해 일 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인내의 사과다. 이 사과를 재배하기까지 아키노리 씨가 보낸 세월, 가족의 기다림, 소비자의 기다림까지. 농약이 있기 전까진 어떻게 농사를 지었을까 의문을 제기하며, 흙과 바람과 햇볕의 힘을 믿고, 인내한 세월들이 있어 지금의 그가 있고, 지금의 이 맛있는 사과가 있다. 사과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흙이 만든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이끌었다. 무슨 일을 하건 그처럼 맨땅에 헤딩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맨땅에 헤딩하다 성공한 그의 스토리는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