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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위키 백과에 의하면 사회학은 사회적 힘과 더불어 사람들을 서로 연결 혹은 분리시키는 사회적 과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대개의 사회학 교과서에는 "개인의 사회적인 삶, 집단, 사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한다. 철학에 관한 정의 -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 - 못지 않게, 사회학에 관한 정의도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장소에 사회학이 걸쳐 있다.
대개 학자들은 무엇을 일반화 혹은 보편화하기를 좋아한다. 한정된 집단 내의 특수한 사실은 그곳 말고 다른데에 써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학자들은 모든 개인과 모든 집단에 적용되는 일반화된 이론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사회학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괴짜 사회학자는 극히 제한된 영역의 표본 집단 안에 들어가, 그것도 직접 몸을 담그고 - 대개 학자는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는 관찰자 - '조직'에 개입하기까지 했다. 시카고 마약 갱단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 괴짜 사회학자는 자서전이 아니라 논문을 쓰고 있었지만 갱단의 작은 두목은 이 괴짜 사회학자가 자신의 자서전을 쓰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를 현장에 자주 불렀고, 자신이 하는 일을 관찰하게 했다. 모두 자서전에 담길 것이므로.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목 제이티가 <괴짜 사회학>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사회학자는 논문과 자서전,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책은 다소 엉뚱한 사회학 보고서인 동시에 제이티의 자서전인 셈이고, 또 어떻게 보면 수디르 벤카테시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애초 연구의 목적은 프랑스와 미국의 도시 빈민을 비교하는 것이었지만, 주제를 살짝(?) 벗어나 시카고의 마약 갱단이 운영하는 빈민가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도시 빈곤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러 들어왔다가, 이 살벌한(?) 동네에서 갱단과 만나게 되었고, 갱단의 두목과 친해지면서 빼도박도 못하게 됐다. 교수에게 알릴까 말까, 제이티에게 나는 네 자서전을 쓰는 게 아니야! 라고 말할까 말까, 여러번 고민을 했다. 무엇이 진짜 사회학인가, 사회학은 무엇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놓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갱단의 내부에서 사회학 조사를 하였고, 이런 특이한 이력으로 확실히 눈에 띄는 사회학자로 자리잡았다. 그의 연구 내용은 책과 논문, 다큐멘터리 등으로 제작되었고, 그는 각종 티비와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고 한다. 연구 당시 박사 과정 대학원생이었던 그가 현재 컬럼비아 대학의 사회학 교수가 된 것이 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교수님치고는 모범 궤도를 이탈한 사례다. 의도치 않게 그는 "소외된 이들과 세상 사이의 소통을 위한" 살아있는 사회학자로 불리고 있다.
진짜 사회학이 무엇인지는 판단하기는 어렵다. 보편적으로 널리 적용해 생각해 볼만한 사회학 이론도 사회학이고, 수디르 벤카테시처럼 특정 지역에 들어가 보고 들은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사회학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낀 덕분에 나름 주목받는 엉뚱한 사회학자가 되었지만, 그와 같은 연구를 한 사람이 그가 처음도 아닐 것이고, 그런 점에서라면 별난 것도 없다. 다만, 갱단 속에 들어가 보스와 친구가 되고, 위험을 감수한 것은 인정해줘야겠다. 스케치하듯 현장을 서술한 글은 쉽게 잘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