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교육입국론 - 혁신교육감시대를 위한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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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우리가 지금 ‘도덕’이라는 말을 서양말의 모랄리티에 해당하는 말로서 의식 없이 쓰고 있는데, ‘도덕’이라는 말은 본시노자의 사상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것은 도와 덕의 합성어이다. “도덕경” 51장에 보면, “도는 생하는 것이고 덕은 축하는 것이다.”라는 함축된 명제가 있다. 도는 생생하는 천지 그 자체를 일컫는 것이라면 덕이란 그 천지의 생생지덕을 몸에 축적해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도는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 그것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이란 축적해 나가는 과정, 즉 덕의 측면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59-60
평균적 가치의 시민상의 핵심을 ‘자유’로 생각하는 것은 거대한 오류이다. 민주는 오직 성숙한 인간의 관계망 속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도덕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민주 사회 제1의 명제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시민의 제1의 덕성은 자유가 아니라, 협력이다.” 자유는 소극적 가치이며 협력은 적극적 가치이다.

60
시민은 개인의 모든 덕성을 포섭하지만, 반드시 협력을 전제로 해야만 시민다움을 구현할 수 있다.

64
서울대학은 학부가 폐지되고, 그 전체가 새로운 고등 교육기관으로 승격되어야 하며, 전국의 국립대학이 국립서울대학 부산캠퍼스, 광주캠퍼스, 대구캠퍼스, 전주캠퍼스, 제주캠퍼스, 청주캠퍼스, 대전캠퍼스, 춘천캠퍼스…로 통합된다. 그리고 전국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사립대학의 3분의 1이하가 된다. 그리고 교수들에게는 정당한 재원이 지원되며 주기적으로 각 캠퍼스를 따라 이동한다. 우수한 교수들의 이동은 대학을 평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학생은 통합시스템 속에서 학점을 자유롭게 트랜스퍼할 수 있다.

76
인간이 소유를 통하여 삶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형성한다는 꿈은, 결국 소비를 조장하는 극소수 대기업과 그 기업과 결탁된 관료제의 폭력이 조작하는 자국민의 식민지화정책의 일환일 뿐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면 허망한 것이 되고 만다. 소유모드에 빠져있는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이 자기가 소유하는 것의 양과 질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에 되도록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며, 이를 위하여 힘을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힘의 요청이 ‘여민동락’을 거부하는 ‘독락’의 폭력 사회를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77
자율이란 반드시 교육을 통하여 달성되는 교양이며 이 교양의 집합을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81-82
나는 우리나라의 사범대학제도와 교사임용고시제도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대학에 문리과 대학의 국문과, 물리학과와 사범대학의 국문과, 물리학과가 2원적 구조로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대학에서는 무전제의 순수학문을 전공하고, 교사의 임용은 대학원 레벨의 고등교육기관의 심오한 훈도를 받은 자들에게 자동적으로 허락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100
교사의 자질을 결정하는 두 가지 위대한 덕성이 있다. 그 첫째는 학생들에 대한 따사로운 인간적 사랑이다. 학생들을 인격적 개체로 존중하고 그들의 마음상태에 이입하는 정서적 폭을 갖춘 인격이다. 둘째는 자기가 소유한 지식과 자기가 신념으로 생각하는 정당한 가치를 가급적인 한 효율적으로 학생에게 분유시키고자 하는 지적 열정이다.

102
국민의 의견이 획일주의적으로 통일되면 국가가 강해진다는 생각은 모든 우파적 성향의 꼴통들이 지니는 독단이다. 의견의 제일성은 국가멸망의 첩경이다.



 
 
 
노동자, 쓰러지다 - 르포, 한 해 2000명이 일하다 죽는 사회를 기록하다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7
희정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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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법 형식상으로는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 계약을 맺으며, 경제적으로 생산 수단을 일절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노동자에 대한 정의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노동자이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노동자일 확률이 매우 높다.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을 하는 사람도, 사람들 잠든 새벽에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도, 갖가지 먹을거리로 진열된 대형 마트의 계산원도, 편의점 시간제 직원도 모두 노동자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기업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


그런데 어떤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어떤 노동자는 제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벌지만 개인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고, 어떤 노동자는 자신을 향한 모욕과 폭력에도 미소를 지으며 일하고, 어떤 노동자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려 죽는다. 


“스웨덴 사람에게 ‘일하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사람이 일하는데 왜 죽느냐’고 의아해했다. 나는 당시 그 답변이 한국의 상황과 너무 달라서 충격을 받았다.”(노동건강연대 임준 교수)


“지구상 어딘가에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사람이 일하다 죽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먹고 살려고 일을 하는 이들이 일하다 죽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일을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일을 하다 다치고, 일을 하다 죽는 사람들을 썼다. 


신문 기사나 텔레비전 뉴스, 각종 시사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 쓰여 있는 내용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선다. 가령 이런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안 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산재 신청과 노조 활동. 퀵서비스와 택배 기사들은 분명 노동자다. 그런데 이들은 산업 재해를 신청할 수 없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에나 신청 자격이 생겼지만, 산업 재해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의료보험, 연금보험은 맨날 적자라고 그러잖아요. 고갈된다고. 그런데 국가가 관리하는 보험 중 산재보험만 흑자예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얼마 전 2014년 7월 현재 포털에서 ‘건강보험 인상’이라고 치면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이 뜬다. ‘2016년 건강보험 적자 전환 전망, 건보료 인상될까?’(파이낸셜 뉴스), ‘건강보험 2년 뒤 적자 예상, 건보료 대폭 인상 우려’(JTBC) 등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한 제목을 달고 있다. 어느 기사에서 공단 관계자는 “앞으로 5년 동안 건보료 인상률을 연 1.35%로 가정하고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 등 국정과제 계획에 따라 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하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건강보험 인상 우려에 대해 그 이유를 말했다. 공단이 적자를 보는 데에는 공단 관계자의 말과 같은 요인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도 있다. 


“2011년 근로복지공단은 1조 원가량 흑자를 냈다. 우스운 이야기로, 조선소 지역에서 산업재해를 밝혀내는 유일한 국가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고 한다. 산업재해를 당해놓고도 산재보험이 아닌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이들이 많아, 적자에 시달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런 환자들을 찾아내어 산재신청을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청해봐야 되지도 않을 뿐더러 신청하면 기업에서 나쁘게 생각하여 제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고 예상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아마도 예상이 아니라 현실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미 이전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내가 일하다 다친 것이 분명하지만 그런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 외주 노동자이기에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치료한다. 


한 철도 노동자가 야간 선로 작업 중 열차 파편에 맞아 죽었다. 그러나 동료들은 구급차를 부르지 않는다. 허가받지 않은 작업이었고,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인명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죽은 동료를 선로에서 먼 곳으로 옮긴다. 선로 사고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다행스럽게 이것은 현실이 아닌 영화 ‘네비게이터’의 내용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읽다가 현실처럼 느꼈다면 우리 현실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실제 이보다 더 한 일이 벌어졌다. 코레일테크 산하 협력업체 노동자 다섯이 야간 선로 작업을 하다가 순간 덮친 불빛에 목숨을 잃었다. 이미 지나갔다고 여긴 열차가 그들을 친 것이다. 작업자 과실을 외치던 철도 공사의 주장과 달리 그들은 작업 장소에 대한 정보, 안전 장비를 제공받지 못했다. 

 

영국에서 한 회사에 대해 기업 살인법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는 판결문에 이렇게 덧붙였다. “벌금 때문에 회사가 파산한다 해도 이것은 불행하지만 필연적인 결과다.” 한국 사회라면 어떨까. 노동자 스스로 산재 신청을 꺼리게 만들고, 산재 신청을 해도 인정되지 않는 나라에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책을 구입하고 첫 장을 넘기면서 발을 떼 보자. 

 




5
300여 명이 탄 배가 바다로 가라앉고
구조라는 말이 무성해도 살아 돌아오는 사람은 없을 때,
거대 기업의 조선소에서 8명의 노동자가 차례차례 죽어나갈 때,
나는 이 책이 소꿉장난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행위도 어떤 사물도 노동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커다란 선박과 이를 관리하는 안전 시스템 또한 노동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그 노동의 어딘가가 고장 나면
배는 가라앉고 누군가 목숨을 잃는다.
지금도 삐걱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동에,
그리고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50
“의료보험, 연금보험은 맨날 적자라고 그러잖아요. 고갈된다고. 그런데 국가가 관리하는 보험 중 산재보험만 흑자예요.”
2011년 근로복지공단은 1조 원가량 흑자를 냈다. 우스운 이야기로, 조선소 지역에서 산업재해를 밝혀내는 유일한 국가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고 한다. 산업재해를 당해놓고도 산재보험이 아닌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이들이 많아, 적자에 시달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런 환자들을 찾아내어 산재신청을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런 아이러니는 산재를 은폐하는 기업과 이를 방조하는 국가 덕분이다.

57-58
노동안전보건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은 적이 있다. 인간이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냐고. 그는 ‘감수성’이라 대답했다. 안전장치와 관리 감독과 구조와 시스템을 제치고, ‘감수성’이라니.
그는 인간이 일하다 죽는 것을 아파하는 감수성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대답이 오래 남은 까닭은 죽음을 하찮게 보도록 연습되어진 우리 삶 때문이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회보다 더 문제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다.

86
원칙적으로 모든 산재는 예방 가능하다.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산재 예방의 기본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놓고 노동자 실수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면, 왜 유럽 주요 나라 건설 현장에서는 사고가 적은 것인가? 문제는 한국 노동자의 ‘안전 불감증’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노동자 생명과 건강에 대한 책임 회피, 속도 경쟁, 실적 위주의 관리와 운영이 문제인 것이다.(2012년 최악의 살인 기업 시상식)

142
우리의 역할은 기업이라는 논에 키워지는 미꾸라지이다. 눈을 감고, 메기에게 쫓겨 숨이 차고 지느러미에 경련이 일 정도로 아팠던 헤엄질을 떠올려보자. 위험을 가까스로 피했을 때 대신 메기 입으로 빨려 들어간 동료를 떠올려도 좋다. 죽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더 빨리 헤엄치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통통한 몸이라는 단기적인 실적과 짧아진 수명뿐이다.

321
감정 노동은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위치와 맞물리면서, 재미있지만 씁쓸한 경로를 그린다. 얼굴과 젊음마저 하나의 서비스가 되는 20대 여성은 주로 화장품 등의 판매직에, 육아와 병행을 할 경우가 많은 30~40대 여성은 콜센터에, 젊음을 잃은 40~50대 여성은 마트 판매직으로 간다. 그리고 더 이상 사회가 그들에게 젊음의 싱그러움, 환한 웃음과 같은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은 나이가 되면 청소, 식당 노동자로 또는 어머니의 역할이라 믿어지는 간병인, 산모 도우미 등 돌봄 노동자로 변모하게 된다.

352-353
영국에서 ‘기업살인법’으로 첫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은 지질환경측정회사였다. 노동자가 시험 광구에서 샘플으 채취하다 웅덩이에 빠져 사망한 것이다. 기업에 부관된 벌금은 38만 5,000파운드(한화 7억 원)였다.
당시 판사는 판결문에 이 말을 덧붙였다.
“벌금 때문에 회사가 파산한다 해도 이것은 불행하지만 필연적인 결과다.”

353
모든 것을 ‘비용’의 문제로 다가가는 것이 기업이다.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을 때 자신들이 져야 할 부담이 크다는 것을 말해주어야 한다.



 
 
 
창의융합 콘서트 - 급변하는 세상을 꿰뚫어보는 힘
최재천 외 지음 / 엘도라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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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7
잘 유통되는 콘텐츠에는 또 3가지 공식이 있습니다. 첫째, 연관이 있어야 합니다. 상관이 있는 것이라는 걸 알려줘야 하죠. 둘째, 유용해야 하죠. 유스풀. 쓸모 있는 것임을 보여줘야 합니다. 셋째, 재미죠. 펀하게 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잘 유통되는 콘텐츠의 기본적인 공식입니다.
그리고 성공하는 콘텐츠에도 3가지 공식이 있습니다. 첫째, 단순해야 합니다. 머리 쓸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돼야 하죠. 둘째, 쉬워야 해요. 매뉴얼이 필요 없을 정도라야 합니다. 사용 설명서가 필요한 서비스는 성공할 가능성이 그 페이지 수만큼 뚝뚝 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셋째, 달라야 합니다. ‘뭔가 좀 다른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있어야 하죠. (박용후)

76
중국에서는 디자인을 설계라고도 해요. 설계를 한다는 건 가상의 일이잖아요. 계획 단계인 것이죠. 그런데 저는 가상의 것을 현실화시키는 작업까지를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계획을 하고 설계를 하고 구도를 만들고 하는 것은 디자인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영혜)



 
 
 
메디치 효과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31
프란스 요한슨 지음, 김종식 옮김 / 세종서적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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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쪽
교차적 혁신의 특징
놀랍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비약시킨다.
참신한 분야를 개척한다.
창안자는 추종자를 끌어 모으며, 그들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몇 십 년간에 걸쳐 지향적 혁신의 원천을 제공할 것이다.
전례 없는 방식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155쪽
우리가 브레인스토밍을 제대로 실행하면 오히려 교차적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중략)
첫째, 그룹별로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하기 전에 구성원 개개인이 먼저 약 20분간 브레인스토밍을 미리 진행한다. 그러면 실제 브레인스토밍에서 아이디어를 잊어버릴까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브레인스토밍 진행자는 문제를 명확하게 진술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서 더욱 효과적이다.
둘째, 그 다음에는 구성원들을 모아 집단 회의를 시작한다. 단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목록을 읽어서는 안 된다(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서로의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모든 참가자들로 하여금 회의 속도를 좀더 신속하게 하고, 또 이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끝으로 발언이 끝날 무렵에 참가자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모두 난상토론을 실시한다.

162쪽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즉시 판단하지 않고 조금은 미뤄두는 게 현명하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마음은 교차적 통찰력의 가치를 기존 분야에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과 비교하여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기존 분야는 우발적인 발상의 결합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를 평가하기에 좋은 지침이 되지 못한다. 그 대신에 냉정한 관점에서 이 교차적 아이디어를 평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교차적 아이디어를 생각할 시간을 두고서 판단하는 게 더 낫다.



 
 
 
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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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는 “번역으로 인해 작품의 흠은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된다”고 말한다. 해럴드 블룸 같은 이는 “모든 독서는 오독이고, 모든 번역은 오역이다”라고까지 말한다.
-7쪽

에드먼드 버크는 편견을 일컬어 ‘인류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한 집단적 지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11쪽

번역이 전제되지 않는 지적 활동이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동양철학자 김용옥의 말처럼 제아무리 훌륭한 논문을 써도 그 논문에 관련된 고전이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으면 그 논문이 전개한 아이디어는 ‘우리 문화’의 일부로 편입될 수 없다. 제아무리 영어 도사들이 많이 출현해도 그들이 ‘우리말’로 그들의 학식을 표현할 수 없는 한 그들은 ‘우리 문화’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다. 외래 문명의 새로운 개념들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우리 어휘와 개념, 더 나아가 우리 문화가 풍성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근대 일본의 번역 활동을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한 고종석의 평가는 다소 과장되어 보이기는 하나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21쪽

서양 철학자 강영안은 “우리에게 철학은 무엇인가”에서 우리가 2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번역 작업을 통해 서양 문화를 수용하고자 애쓴 일본 지식인들에게 너무나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철학은 일본을 통해 번역된 서양 철학 용어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대 서양 철학이 한국에 수용된 시기가, 번역에 대한 고뇌와 시행착오가 일본인들을 통해 거의 끝난 뒤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쓰고 있는 학문 용어들을 마치 옛 조선총독부 건물 헐어내듯 일거에 철거한다면, 우리는 논문은커녕 의사소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23쪽

도교의 개념은 불교의 초월적 관념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했다. 예컨대 도가 철학의 중심 개념이며 예부터 중시되어온 용어인 ‘도’는 때로 가르침이란 뜻의 불교 용어인 ‘다르마’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다른 경우 ‘도’는 ‘교화’라는 의미의 ‘보디’ 또는 ‘요가’를 번역하는 데 이용되었다. 불멸의 인간을 가리키는 도교 용어인 ‘진인’은 ‘완전히 교화된 사람’이란 뜻의 불교 용어인 ‘아르하트’를 번역하는 데 사용되었다. ‘무위’는 불교의 궁극적 해탈인 ‘니르바나’를 번역하는 데 이용되었다.
-32쪽

불문학자 김화영의 표현대로, ‘참다운 번역은 원작은 가치에 대한 이해에서 생겨난 존경과 감동’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 못한 번역은 지루하고 고통스럽고 의미 없는 노동일뿐이다. 자신이 각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나 전공하는 분야의 텍스트를 선정해 번역하는 것이 원칙이다.
-110쪽

역주는 번역자가 독자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성의요 배려라고 생각한다. 번역은 결국 ‘문화’를 번역하는 것이고, 번역자가 한 권의 책을 번역하다 보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원문의 의미가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은, 미심쩍은 부분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대목을 짚어서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 번역자? 나는 그런 번역자를 신뢰할 수 없다.
-122쪽

충실성에 중점을 둔 번역, 가독성에 비중을 둔 번역 등 다양한 개성과 특징을 지닌 번역서가 출판되어 독자들이 ‘골라 읽는 재미’를 만끽하는 상황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리라.
-143쪽

당시(18세기) 사회 지도층은 독서가 너무 지나치게 보편화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특히 하층계급의 독서량 증가로 가져올 위험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예컨대 자유주의의 비조로 알려진 존 로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157쪽

당연한 일이지만, 번역자와 편집자에게는 각기 고유 영역이 있다. 번역자에게는 일차적으로 ‘정확한’ 번역을 할 의무가 따른다. 19세기 영국 역사가 액튼 경이 말했듯이 ‘정확성은 미덕이 아니라 의무’이기 때문이다. 반면, 편집자에게는 넘겨진 번역 원고를 ‘다듬는’ 임무만을 맡겨야 한다. 정확성의 의무까지 편집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운 일이다.
-160쪽

학문적 자부심에 충만한 학자들은 자신의 문장력에 대해서도 ‘환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글쓰기에 약점이 추호라도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자신의 문장에 대한 편집자의 지적을, 마치 자신의 논문이 비판을 당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기고 정색을 하며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161쪽

“진정 ‘이상적인’ 작가는 자기 작품의 홍보며 표지며 책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일일이 자기가 확인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항상 결과적으로는 출판사 측의 판단은 존중하고, 출판사 측이야말로 자기 못지않게 책을 많이 팔았으면 하는 쪽이란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인 것이다.”(랜덤하우스 설립자 베네트 서프)
-161-162쪽

“번역이 바라는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 채 편집자에게 넘어오는 경우, 편집자는 고심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제 있는 부분을 다시 번역하거나, 새로운 역자를 찾든지, 아니면 어느 정도 수위에서 교열 작업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번역자와 편집자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 마련인데, 제대로 책을 내자는 뜻을 서로 잘 이해해 별다른 대립이나 갈등이 없이 작업이 이루어지면 다행이지만, 서로의 자존심 내지 자신의 의견에 대한 고집 때문에 불편한 관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책이 나오더라도 감정의 앙금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며, 책의 완성도도 떨어진다.”(전응주, ‘역자에게 멱살 잡힌 사연’, 2004년 8월 26일 교수신문)
-163쪽

나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으면서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직업이 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사서와 편집자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아직 문화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167쪽

“출판인은 대학 총장에 못지않은 사명을 지닌 사람이다. 총장이 훌륭한 교수를 찾아서 학생을 가르치게 하는 것과 출판인이 좋은 저자를 찾아내어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는가?”(현암사 사장 조상원)-169쪽

“서적의 우량 여부 평가는 독자가 자기 호주머니에서 자기 돈을 꺼내어 그 책을 사는 데서 결정된다. 사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효용에 의해서 도서의 구매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일조각 사장 한만년)
-173쪽

김교신은 책을 남에게 빌려주는 법이 없었다. 서재란 마치 ‘군함’과도 같아서, 마치 해상에서 전투가 발발했을 때 대포가 필요할지, 소총이 필요할지 알 수 없듯이, 서재에서 글을 쓸 경우에는 언제 어떤 책이 필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적 생활자에게 책은 양도할 수 없는 값진 무기이다.
-193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한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전자는 귀중한 것이고 후자는 비천한 것이다. 나는 개인주의는 존중하지만 이기주의는 전적으로 배척한다. 개인주의는 개인을 존중한다. 자기를 존중함과 동시에 또한 남도 존중한다. ……개인주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서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우치무라)-208쪽

“‘관한 논문’을 쓰는 일은 그것에 대한 철저한 지식이 없더라도 가능하다.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은 슬쩍 넘어갈 수도 있고, 또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동초서초하여 적당히 일관된 논리의 구색만 갖추면 훌륭한 논문이 될 수도 있다. 허나 번역의 경우는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그 작품의 문자 그대로 ‘완전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모르는 부분은 슬쩍 넘어갈 수도 없고 또 전체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부분의 철저한 해석조차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인용출전에 대한 완전한 조사를 강요당한다. 그야말로 에누리 없이 그 번역자의 스칼라십이 완전히 노출된다.”(김용옥)-220쪽

저명 학자들의 조악한 번역서들에 대해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교수 본인이 불성실하게 번역한 경우인데, 명색 교수라면서 일개 대학생에게 책잡힐 정도로 부실한 번역을 했다면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 대학원생들에게 적당히 나눠 번역을 맡긴 다음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낸 경우인데, 이것은 도덕 불감증 차원을 넘어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일이다. 조악한 상품에 그럴듯한 가짜 상표를 붙여 종종 말썽을 일으키는 이태원의 가짜 외제상품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주간동아’ 제279호(2011년 4월 12일))
-231쪽

저의 경우에는 함께 번역한 사람들이 전부 저보다 나이도 많고 학력도 높고, 개인적 관계로는 나의 스승이기도 하다보니 처음에는 남의 글에 손을 대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일이 안 되니까 전체 논의 하에 수정을 적극적으로 할 것, 다른 사람의 수정에 대해 낫다면 전적으로 수용할 것, 개인적 감정을 갖지 말 것 등을 합의하게 되었습니다.(저자의 주간동아 글에 달린 댓글, ‘또 다른 번역의 문제점은’, ID: 번역의 실제)
-254쪽

“내가 보기에 바른 독서란 이인삼각 경기와 같다. 때문에 독자는 저자가 그 책을 쓰기 위해 펜을 내어 달렸던 그 열정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읽어 내려가야 한다. 어떤 저자도 아침에 5분, 저녁에 5분 하는 식으로 책을 쓰진 않았으므로 그런 식의 독서는 이인삼각 경기를 파탄 낸다. 똑같은 책을 자투리 독서로 한 달이 걸려 읽은 독자와 한달음에 해치운 독자는 엄밀히 말해 다른 책을 읽은 것이다. 폭풍처럼 읽어야 한다. ‘나는 그 책을 밤새워 읽었다’라든가, ‘나는 이 책을 들자마자 손에서 놓지 못했다’는 경험은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장정일, “장정일의 독서일기5”)-263쪽

김영민은 우리 학계에서 중요시되는 미덕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김밥 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틀에 꼭 끼어서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기, 재주 없이도 오래 버티기, 인용과 표절 능력, 명절치레나 관혼상제 챙기기’(“탈식민성과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
-2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