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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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출판 시장에 서른살 마케팅이 한창이다. 한 2년 전쯤엔 20대 재테크 어쩌고 하면서 20대를 타겟으로 삼았는데, 이제 서른 살이다. 그때 돈 버는 20대가 이제 서른이 되었단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서른살 심리학, 서른살 경제학, 서른살 직장인 10억 벌다, 서른이라도 괜찮다, 서른살 꿈에 미쳐라, 서른살 경영학 기타 등등 셀 수가 없다.  '서른살'로만 검색을 해도 책이 40여 권이 나온다. (남자로서) 서른살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한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이들은 불안해 한다. 회사를 옮겨야 할까, 분야를 바꿔서 다른 일을 해볼까, 공부를 더 해볼까, 결혼은 언제할까 기타 등등등.  

 서른살, 적당히 자신을 위해 쓸 정도의 돈을 벌 나이면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 라고 정의내리고 싶다. 서른살, 이들은 이런저런 고민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서른살, 책읽기인가? 이들은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가면서 뭔가 대단한 걸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자기계발이란 게 책읽기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돈 투자해가면서 뭔가 배우고, 자격증을 따고, 점수를 내야만 자기계발이 아니란 말이다. 여기 이 책의 대상이 된 독서달인(?)들은 "가장 간단하고 뻔한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자기계발이 바로 책읽기"라고 말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책읽기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쉽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자기계발이다. 그 어떤 자격증이나 점수보다 나를 성장시킨다.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과 - 어떤 책이냐에 따라서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그 가치관과 철학, 방식이 모두 다르다. 이 책의 부제 '지식에서 행동을 끌어내는 독서력'은 이 부분과 닿아있다. 총 열 네명의 독서 달인이 인터뷰이가 되었고, 인터뷰는 구본준 기자와 김미영 기자가 맡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크게 변화되었다고 말한다. 열 네명이 한결같이. 그 중에는 어릴 때부터 독서광이었던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한 늦은 나이에 우연히 책을 손에 쥐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왜 그들은 책을 읽었고, 책을 통해 변화했을까. 인터뷰 글을 읽고 있으면 마치 이들이 책을 매개로 한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그건 내가 인터뷰 대상이 되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을 손에 든 이후부터 크게 변했다. 그들과 내가 모두 같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니다. 어쩌다 분야가 비슷해서 읽은 책이 겹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어떤 책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책을 읽었느냐'이다.  

  인터뷰이들이 책을 열심히 읽은 것은 사실인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독서의 달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열심히 읽고, 좋아하고, 책으로 자신이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달인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독서의 달인이 맞겠지만, 그들을 달인이라고 부르기엔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은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한편,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많은 비슷한 부류의 달인들 중 그들이 인터뷰의 대상이 된 거라고. 저자는 인터뷰 대상을 고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주변에 부탁도 해보고, 여기저기 수소문도 해보고 했지만 딱히 선발의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회원수가 많은 널리 알려진 독서클럽에서 대상자를 추천받는 것이었다.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데 좀더 고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언젠가부터 새해가 되면 자동으로 백 권의 책을 읽겠다고 목표를 세운다. 그러나 백 권의 책을 읽은 해는 기억상 딱 한 번밖에 없었다. 목표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해는 우연찮게 소설만 열심히 읽다가 그렇게 됐다. 근래 몇년간은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다. 딱딱한 사회과학, 인문서 등을 즐겨 읽는데, 그래도 언제나 목표는 한해 백 권이다. 애초에 목표를 세우면서도 '달성하지 못할 목표'로 생각하고, 강박관념을 갖지 않는다. 억지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충분히 하고도 남겠지만 무게가 가벼운 책을 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손에서 책을 떼지 않는다는 자세로만 꾸준히 읽고 있다. 쪽수와 분야와 무게를 재지 않고 끌리는대로 읽는다. 말이 백 권이지 백 권의 무게에 해당하는 책을 읽겠다는 말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경쟁 대열에서 이탈한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큰 결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주어진 조건에서 살아야 하는 범인들은 자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최장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이 나라의 직장인들은,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불철주야 자기계발에 목매고 있다. 언제 잘릴지 모르니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려고 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준비한다. 나쁘지는 않다. 나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자기계발은 "단순히 실용서 몇 권 읽고, 외국어 좀 배우고, 대학원 진학으로 이력서 한 줄 늘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돈과 시간을 따로 들여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즐거워하며 자기의 내면과 대화하고 그런 대화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밀도 있게 채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깨우쳐가는 것이 내가 만나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진짜 자기경영이었다. 그리고 가장 손쉽고 재미있는 자기경영법이 바로 책읽기였다."  

  자기계발을 위해, 자기경영을 위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느냐가 중요하다. 왜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했다지 않은가.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책 읽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그 목표에 도달하는 이유와 방법을 좀더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불안에 떠는 서른살 직장인이 책읽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배움이라고 해서 책 읽는 법 강좌를 들으란 말이 결코 아님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요새는 별의별 강좌가 생기다보니 어디 책 읽는 강좌도 있을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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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 2009-08-27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이 책을 읽고 있어서 반갑게 글 읽고 갑니다^^

마늘빵 2009-08-27 09:43   좋아요 0 | URL
^^ 술술 잘 읽히더라고요. 인터뷰 형식과 서술 방식을 결합해서.

승주나무 2009-08-2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못보던 책들은 열심히 읽는군요. 이제까지 봤던 아프 님 블로거뉴스 중에서 추천과 조회가 가장 높은 듯... 이주의 블로거특종 강추합니다. 아니닷.. 이주의 리뷰 보니까 됐던데.. 하나만 가지세요 ㅋㅋㅋ

마늘빵 2009-08-28 00:16   좋아요 0 | URL
네, 이만한 조횟수는... 책은 계속 읽는데 밑줄긋기만 올리고, 리뷰를 안써서 밀린 숙제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