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윤리 - 실천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의
피터 싱어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카넷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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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싱어다. <세계화의 윤리>(원제 : One World)는 2000년 11월에 예일 대학의 테리 강좌에서 한 강의 내용을 핵심으로 했다고 하는데,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도 의미있게 읽힌다. 크게 6개의 장 - 변화하는 세계, 하나의 대기, 하나의 경제, 하나의 법률, 하나의 공동체, 더 나은 세계란? - 으로 나뉘어져 있고, '하나의 공동체' 부분의 논의가 점차 확대되고 깊어지며 최근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원제 : The life you can save) 로 나온 듯 하다. 

  "어떻게 세계화를 진행시킬 것인가?" 싱어는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을 썼다. 싱어는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우리가 어떻게 전 지구화의 시기를 잘 겪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 윤리적으로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실천윤리학의 대가인 싱어는 이 책에서 정의론의 대가 존 롤스를 비판하는데, 그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이 부분에 촛점을 맞춰 읽었다. 이유는 두 사람 모두에게 관심이 있는데다, 좋아하기 때문. 다음은 싱어가 롤스를 비판하는 대목이다.

  "원초적 선택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면서 롤스는 선택하는 사람들 모두가 동일한 사회에 속해 있으며 그 사회 내에서 정의를 이룩하는 원칙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으로 단순하게 가정한다. 그러므로 그가 규정한 조건 하에서 선택하는 사람들은 평등한 자유와 공평한 기회 균등이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가장 못 가진 자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원칙을 정의의 원칙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할 때, 롤스는 “가장 못 가진 자”라는 개념을 자기 사회 내에 있는 자들로 국한하게 된다." 

  요는 롤스가 설정하고 있는 정의의 대상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싱어는 롤스의 <만민법>에도 주목하는데, 롤스가 <만민법>에서 정의의 원칙이 적용되는 대상을 세계로 확대시켰다고 보지만, 이번에는 <정의론>에서 주장하는 부분과 <만민법>에서 주장하는 부분이 서로 충돌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정의론>에서 롤스가 주장한 바와 일치하려면 모든 민족이 평균적인 공리주의의 원칙을 받아들인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롤스의 발언은 "최우선적인 것은 미국 국민들이다."라고 말하며 교토 의정서를 탈퇴한 부시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모든 민족은 고전적인 즉 평균적인 공리주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 의해 조직된 그 어떤 민족도 다른 민족의 이익을 자기 민족의 곤란보다 중요하게 간주하는 것을 제1 원칙으로 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롤스, <만민법>)  

  롤스는 <정의론>을 내놓고 수많은 학자들로부터 '무지의 베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비판을 받으며 너무 이상적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싱어는 이런 롤스의 현실적인(?) 주장을 비판한다. 그렇다면 롤스보다 싱어가 더 이상적이라고 봐야하나. 그러나, 싱어는 "어떤 민족도 다른 민족의 이익을 자기 민족의 곤란보다 중요하게 간주"해야 한다는 '지극히 옳은' 당위를 내세우면서도,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한다. 세계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소득의 1%를 내놓는데 모든 사람이 동참한다면 "사실상 빈곤을 반이 아니라 깡그리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에 거의 육박"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출간된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는 소득의 5%를 주장했다. 모두가 1%를 내놓지 않는다면 가능한 다수가 5%를 내놓는 방안을 택한 듯 하다.) 이건 현실적인 방안이다.

* 무지의 베일 : 원초적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자신과 상대방의 계급, 지위, 직업, 지능, 체력, 재산, 선에 대한 생각 등 사회, 경제적 모든 정보를 모른다고 가정하는 일종의 사고 실험

  싱어는 여러 군데서 롤스를 비판했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화의 개념은 롤스의 이론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롤스가 내세운 정의의 두 원칙은, 첫번째,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의 할당에 있어 평등이고, 두번째,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정당한 것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세계화는 적어도 한 사회 내에서 우리가 정치적인 평등에 부여하는 만큼의 가치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사회 간의 평등에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싱어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싱어가 지구 온난화 해결 방안을 이야기하며 롤스의 두 원칙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싱어가 적용하는 원칙은 롤스의 원칙과 다르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싱어의 롤스 비판 지점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롤스의 <정의론>과 <만민법>을 겹쳐 읽을 예정이다.  


* 참 번역이 너무 투박하고 어색해서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건 한국판 <세계화의 윤리>의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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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2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스와 싱어..
관점의 차이, 인격적 성향의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싱어가 좀더 쉽고 직설적이지요.


마늘빵 2009-08-26 17:46   좋아요 0 | URL
넵, 싱어가 더 직설적이고 실천적이죠. 롤스는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이고. 두 사람의 차이를 더 알아봐야겠네요.

[해이] 2009-08-26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군요@@

마늘빵 2009-08-26 21:05   좋아요 0 | URL
해이님 싱어와 롤스에도 관심이?! ^^ 책 안 읽고 음악 듣는다면서 금방 또 책 읽게 생겼다.

[해이] 2009-08-2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녜요. 재미있겠지만 전 안읽을거에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