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출간된지 20여년이 지난 책을 읽은 것을 자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책을 처음 접한 건 이책을 기반으로 영화 ‘Adaptation (2003)‘를 먼저 보고 원작이 어떤지 궁금해서 책을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Movie Tie-in 표지의 책을 구입했었지만 서재에 처박혀 존재를 모른 체 시간이 흘렀습니다.

난초(Orchid)라는 식물자체도 미지의 세계이고( 정원이나 조경에 도무지 관심이 없는 한사람으로 말이죠), 책의 배경이 되는 미국 플로리다의 늪지Florida Swamp)도 생경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선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존 라루쉬( John Laroche)라는 주인공이 플로리다의 늪지에 불법으로 들어가 야생난초를 불법채취해서 재판에 넘겨지고 그 이야기를 추적하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입니다.

주인공을 비롯해서 난초에 미친 여러 사람들이 책에 나옵니다. 대부분 난초를 기르는 이들이지만 난초애호가 중에서도 가격과 상관없이 원하는 난초를 구하려는 이들이 보이고 과거에도 자신의 저택에 온실을 꾸미고 난초를 수집하던 귀족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이기에 집착(obsession)이라는 말이 선택되었겠죠.

하지만 여기에 플로리다에서 언제부터 난초를 재배해 왔는지, 플로리다 늪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인디언 (Seminoles)의 이주사, 그리고 플로리다 법원이 이들 인디언의 권리와 백인 정착자들의 권리를 늪지 자연환경과 관련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흥미로운 관점들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난초라는 관상용 식물을 중심으로 17세기 이후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이 어떻게 야생난초를 채취해 관상용 재배를 시작했는지 주로 영국의 경우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난초의 새로운 종이 발견되면 영국에 학명을 등록한다고 합니다.

이책은 본문 282쪽의 작은 책이지만 난초를 중심으로 한 식물학(Botany)적인 내용이 들어가고 앞서 언급한 야생난 수집과 재배에 대한 기록이 나오며 미국에서도 외진 곳 중 하나인 플로리다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어찌보면 지역색이 무척 강한 마이너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이 쉽게 읽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말미에 저자가 20여년이 지난 후 쓴 후기가 있는데 조자 역시 이 책이 좋은 평가를 받고 헐리우드에서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줄 생각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저자 후기는 논픽션 작가가 어떻게 우연히 소재를 발견하고 몇년동안 이야기를 추적하고 책으로 펴내는지 쉽고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약 책과 영화 중 고르라면 우선 영화를 먼저 보실 것을 권합니다. 메릴 스트립과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한 영화이고 난초의 아름다움을 화면에서 구현한 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내용 자체는 이 책과는 상이하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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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04 0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네 작은 도서관으로 달려가야 겠어요. 난 영화보다는 오히려 책파이니까요.ㅎㅎ
 

이화여대에서 한국현대사를 연구하시는 정병준 교수님의 최신작입니다.

2023년 12월 출간된 책이고 이책에 대해서는 역사학자 심용환 선생님의 방송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본문 425쪽으로 전체 4장으로 이루어진 책으로 언론에는 ‘아무도 아닌 자‘인 미국인들이 미군정 치하에서 어떻게 한국의 정치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최초 발굴했다고 소개되었고, 실제 1945년 9월 미군의 남한 진주이후 통역과 문고리권력의 등장에 대해 이 책 2장이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책의 내용 중 1장의 미군 진주 전 건국준비위원회와 조선총독부의 공작에 대한 내용은 전에 소개해드린 다른 책에서도 상당부분 내용이 겹칩니다. 즉 일제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한 이후 권력의 진공 상태에서 유일하게 정권인수를 준비하던 리더가 여운형이었습니다. 조선총독부는 패망이후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을 습격할까봐 두려워 치안대책을 여운형과 논의하려 했습니다. 이 당시 친일세력이던 한민당과 우파는 패전이후 친일행적에 대한 처단이 두려워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해방 후 첫 26일동안의 행적을 그린 르포로 한겨레 길윤형 기자가 아래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길윤형 지음, 26일 동안의 광복 (서해문집,2020)

이 책은 8월 15일 해방이후 미군이 진주하기 직전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실상 한국이 일제 패망이후 실질적인 해방을 만끽했던 짧은 26일간의 이야기입니다.

1945년 9월 미군정이 시작되고 야전군인 출신으로 행정과 정치경력이 전무한 하지 중장 (General Hodge)가 미군정을 위해 남한 땅에 들어옵니다.

이미 카이로회담, 테헤란 회담 그리고 포츠담 회담에서 미국은 연합군( 미 영 중 소)측과 패전국에 대한 전후처리를 합의한 바 있고, 그 원칙은 어느 특정세력에게 권력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한국의 경우 신탁통치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진주한 미24군단장 하지는 미국 국무부 전쟁부 및 도쿄에 주재하는 맥아더 장군의 명령에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한국의 전후 정치와 정부에 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미국이 독일과 일본의 전후처리에 골몰해 한국에 대한 훈령을 내리지 않고 방치하면서 이런 월권행위를 일으킨 겁니다.

통념과 달리 미군정의 하지장군은 미국의 전후처리 방침인 한국의 신탁통치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과거 친일전력이 있는 한민당 세력과 김구의 중경임시정부 세력을 간판으로 활용하여 과도정부를 세우려고 했습니다. 현재 국우진영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이승만은 귀국조차 하지 않던 시점이었습니다.

통념과는 다르게 1945년 후반기까지 이승만은 조선에서도 미국에서도 모두 잊힌 인물이었고, 미국조야와 사이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승만을 과도정부 수반으로 세우려고 했던 건 하지장군의 독단적 결정에 불과한 것이죠.

미군정은 조선총독부로부터 사실상 행정권을 회수하여 서울과 지방에서 행정권을 행사하고 있던 건준과 인민위원회를 ‘공산주의’로 몰아 사실상 배제한체 일제시대 친일을 했던 한민당 세력과 구한말부터 한국에서 교육사업을 했던 개신교 선교사 세력을 우대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보수주의적 과도정부를 독자적으로 수립하고자 한 겁니다.

일제시대 미국에 유학할 정도면 조선총독부와 관계가 원만했을 것이고 또한 집안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미군정 초기 고위직을 차지했던 대부분 인사들은 미션스쿨( 연희전문, 숭실전문)출신에 미국 유학파로 영어에 능통한 이들이었습니다. 하지장군의 전담통역이던 이묘묵(李卯默)은 연희전문 출신 미국 유학파로 일제말기 유명한 친일파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일리노이 출신 야전군인인 하지는 그의
이력따위는 관심없었고 덕분에 이묘묵은 통역이자 문고리 권력으로 일제시대 이후에도 권력을 누렸습니다.

이묘묵을 포함한 초기 미군정 고위직들은 대체로 미션스쿨출신의 미국 유학파였고 지역적으로는 기독교의 영향력이 강했던 서북지역( 평안도) 출신으로 이들은 반공주의로 무장되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인지하게 된 사실은 현재 기득권의 일부가 된 보수 기독교 세력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공주의의 산실이 된 영락교회도 신의주 출신 한경직 목사가 미군정의 후원으로 세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1945년 이후 서북출신 보수 기독교의 원류를 찿아보는 건 정치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로 보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아무것도 아닌 자’로 영향력을 행사한 윌리엄스가 일제하 조선에 거주했던 기독교 선교사 출신 자손이라면 하지장군의 정치고문이던 버치는 미군 하급장교이지만 해방정국 막후에서 활약한 인물입니다.

버치가 남긴 문서에 대해서 이 책은 말미에 약간 언급하고 있지만 버치문서에 대해서도 별도의 책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박태균 지음, 버치문서와 해방정국 (역사비평사,2021)

영관급도 아닌 일개 위관급 미군장교가 해방이후 남한정국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끝으로 이 책의 단점을 하나 말하려고 합니다.

역사서가 대체로 사료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시기가 겹치는 경우 동일한 설명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좀 더 간명하게 설명되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느낀 건 미군정 시기가 전문 연구자 이외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체 보수세력들의 설명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대중에 유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장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고 이 책에서 언급했다시피 아직도 미군정에 대해서는 미스터리한 부분이 남은 불완전한 시기라는 점입니다. 친일세력이 일부러 당대의 역사를 왜곡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시기는 좀 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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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잘못 없다 - 신민재 건축가의 얇은 집 탐사
신민재 지음 / 집(도서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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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남아있는 작고 비정상적으로 잘린 필지에 들어선 얇은 건축물에 대한 답사기입니다.

건축가이신 신민재 작가가 서울의 이런 특이한 건축물을 답사하고 쓰신 연재물을 책으로 엮어내신 결과물입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건물이 들어설수 없을 것 같은 작은 필지( 대체로 삼각형모양으로 잘리거나 지나치게 얇고 좁게 남은 자투리 필지) 에 지어진 건축물을 보고 작가께서 그
건축물이 그 자리에 들어선 사연을 옛지도와 건축물 대장을 토대로 설명을 해주고 계십니다.

건축물이 들어설 공간의 자연지리적 환경과 경제적 입지가 건물 자체만큼 중요하지만 쉽게 중요성이 간과되곤 해서 설명이 생략되거나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는데 이 책은 건물을 둘러싼 여러 환경적 요인들을 설명해주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책에 소개된 이런 작은 필지들은 대체로 복개된 옛하천의 지형에 영향을 받았거나 옛시가지의 길이 새로 나거나 확장되면서 기존의 건물들이 헐리면서 생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이책에 소개된 건물들 자체의 특이한 외관에 일차적 관심이 쏠리지만 결국 그 건물의 입지와 필지에 대한 추적이 이어지면서 지난 시간동안 서울에서 일어난 도시계획과 개발의 역사를 되짚어보게 됩니다.

조선사대 이래 서울의 각 입지의 경관이 변해온 상황을 살펴보지 않고는 각각의 건물들이 왜 현재의 상태로 남아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건축에 대한 이야기의 상당수가 아파트, 재개발, 부동산 등 주택시장에 대한 담론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주거생활이나 공간 자체의 역사적 맥락, 그리고 한말이후 일제를 거쳐 이루어진 서울의 도시개발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답사지역을 중심으로 설명한 게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서울이라는 공간의 변화요인에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겠지만 경제적 요인만으로 공간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니다.

도시는 이전 시대의 흔적을 이 책에서 소개한 이런 좁고 기형적인 필지와 건물형태를 통해 남기고 있는 것이죠.

저자가 책이름을 ‘땅은 잘못없다’라고 지으신 건 그래서 이런 정상적이라고 볼수 없는 작고 좁은 팔지들의 입장을 대변한 센스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가 있었던 파트는 서울에 흐르던 작은 하천들이 복개되어있는 지역들을 소개한 ‘물길의 흔적’입니다.

현재 한강의 지류로 탄천이나 중랑천 그리고 얼마전 인공적으로 복원된 청계천 정도만 알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용산과 마포, 서대문 등에도 한강의 지류인 만초천과 후임천(용산) 그리고 홍제천과 세교천( 마포), 월곡천( 강북)주변과 복개후 달라진 도심의 이야기는 처음 접해본 이야기라 흥미로웠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 동네에 있던 개울가가 복개되어 도로로 변하던 모습을 목격했던 터라 이 책에 보이는 여러 하천들이 도시개발을 이유로 모습을 감춘 이유는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아 알수가 없었다고 해야겠죠.

서울은 지난 40여년간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이 급격하게 변화해 과거의 흔적을 거의 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보통 사람들이 살던 일반적인 주거형태의 흔적을 찿기는 더 어렵습니다.

일제시대 지어졌던 적산가옥부터 1960-70년대 지어졌던 수많은 양옥집들이 대부분 없어지고 초기 서울개발 당시 지어졌던 자층 아파트들이 헐린 자리에 위압적인 20-30층 짜리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것도 경기침체( recession)과 고물가 시대를 맞아 과연 아파트만 주택으로 지어서 공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입니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그리고 아파트 살 사람도 없는데 건설사가 PF끼고 고분양가를 내걸고 후분양 장사를 하는지 맞냐는 겁니다.

초기 아파트는 서울에 인구가 폭증하고 주택문제가 심각했을 때 고육지책으로 나온 정책으로 압니다. 1970년대만 해도 대부분 가정에 아이들이 최소 2명에서 3명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자녀가 1명이거나 아이가 없는 딩크족도 많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 1인 가족도 많습니다.

인구감소로 주택수요가 줄었는데 건설사가 예전 사업방식을 고수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개발시대 주택건설모델은 이제 시장에서 더이상 통용될 수가 없다고 보는데 답답합니다.

물론 이 책이 가정집에 국한된 건축물을 보는 건 아니었지만 상당수 주택가에서 도시개발이후 남은 자투리 땅에 지은 건물이라는 점이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런 시간의 흔적을 모두 밀어버리고 그저 새것만을 쫓아 크고 비싼 건물만 지으려는 풍토는 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물러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도시의 건축물들에 대한 그리고 도시계획에 대한 다양한 책이 나왔으면 합니다. 너무 조선왕조에만 매몰되어 있는 건축문화유산에 대한 관리는 바뀌어야 합니다.

눈앞에 남아있는 우리 당대의 멀지않은 과거 ( 예를 들어 1980년대)의 건축물이 없으면 지금 세대들은 그 당시의 삶을 직접적으로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망한지 100년이 넘은 조선시대 건축물보다 일제가 이땅에 세운 건축물이 더 중요하고, 그보다 개발시기 한국의 건축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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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 뒤의 여자들 - 피드 안팎에서 마주한 얼굴
김지효 지음 / 오월의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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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집어든 책입니다.
그리고 요새 젊은 여성들이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읽었습니다.

고백부터 하자면 사실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는 저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매체라서 20-30대 여성들이 ‘인생샷’이라는 스타일의 사진을 올리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남성입장에서 낯선 이런 시간투자는 한편 젊은 여성들에게 ‘외모’가 무시못할 자산이고 한편으로 사회생활의 방편이면서 성차별을 보여주는 기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어플로 보정된 사진이 자신의 또다른 ‘디지털 자아’를 대변한다는 인식도 그렇고 예전과 다르게 가족들만이 보는 전통적 사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전시’한다는 인식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책의 상당부분이 인생샷과 관련된 다양한 여성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경험상 인터뷰를 통한 연구가 생각보다 품이 많이들고 어렵습니다.

2010년대 이후의 새로운 사회현상이고, 사진 자체도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해지고 카페들도 이에 맞춰 인테리어를 바꾸는 마당이니 아마 인스타그램 인생샷의 경우 인터뷰말고 다른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웠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사회와 도시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이책에서 논의된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민감한 주제이고 섣부를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끝으로 책에 대해 소개를 덧붙이면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책으로 본문 329쪽입니다. 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역사와 정치, 경제관련서를 많이 읽는 입장에서 보면 확실히 여성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보려면 별도로 여성에 대한 책이나 인류학 관련 책을 찿아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책의 여성주의 입장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여성들이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결국 자연스럽게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 있다고 봅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고 나의 어머니도 나의 딸도 여성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삶이 결국 여성들이 지향하는 삶이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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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에서 빈곤을 연구하시는 인류학자 조문영 교수의 책입니다. 총 9장으로 본문 398쪽인 이 연구서는 저자의 지난 20여년간의 빈곤 연구의 중간결산 같은 성격의 책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들어가서 관찰하고 인터뷰한 연구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취약계층에 대한 관찰기이기도 합니다.

보통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사회학이나 경제학 영역에서 다루어지기 때문에 인류학자가 빈곤의 현장에서 빈곤의 역사성과 관계성에 주목해 빈곤문제를 잘 설명해 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의존(dependency)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에 맞서 사실 이 세상의 누구도 상대방에 대한 의존없이 살기 힘들다는 지극한 명제를 상기시켜주는 대목은 인상적이었습니다(p64).

개인이 가족에 의존하거나 속한 공동체에 의존하는 건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경제개발이 시작된 한국에서 스스로 살수 없는 사람들을 무능력하다고 ‘낙인(烙印)을 찍고 경멸해 온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마지막 9장은 코로나 19 팬데믹과 기후위기로 서구의 학자들이 개념화하기 시작한 인류세 (Anthropocene, 人類世)시대에서의 빈곤에 대한 담론으로 단순히 인간사이에서의 빈곤 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사이의 관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주장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빈곤활동가들이 현장에서 같이 살며 삶을 살아가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계몽이 아니라 활동가들이 사회의
일부에서 그 변화를 일으키고 스스로도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봅니다.

경제현상과 경제정책의 역사, 정부와 정치의 역할, 민주주의가 어떻게 왜곡되어왔는지, 디지털 생태계가 사회와 경제구조를 어떻게 바꿔왔는지에 주로 주목을 한 반면 최근에 읽은 빈곤에 대한 이 책과 대한민국 초기 정치적 혼란으로 국내에서 난민으로서 삶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에서의 난민 을 다룬 연구서 , <난민, 경계의 삶, 역사비평사,2023>은 먹고 사는 문제와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정치권력의 통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으로 생각합니다.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은 생각보다 매우 가까이 있는 분야고 둘다 사회구성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밀접한 분야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사회정책을 너무 등한시하는 건 국가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세금 낸 만큼 국가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특히 인류학(anthropology)은 서구의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 경영을 위한 통치방식의 하나로 비서구사회를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온 서구학문인데, 그 방법론을 가지고 한국사회의 복지구조와 관료와 복지수급의 관계를 살핀다던지, 중국 선전(Shenzhen深圳)의 폭스콘 노동자의 삶을 추적해 노동자로서의 삶이 어떠한지를 보여줍니다.

중국에 관심이 많은 독자로서 그리고 저자 자신도 중국학을 하는 정체성이 있어서 그런지 옆나라 중국의 사회에 대한 글은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 하얼빈(哈尔滨)을 배경으로 하얼빈에 자리잡은 여러 한국인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중국과 한국의 수교이후 한국에서 돈을 벌어 신흥 부자가 된 소위 ’신조선족‘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조선족‘의 이미지와 매우 달라 매우 전복적입니다. 영화에서 보던 거친 조선족이 아니라 중국인으로서 하얼빈에 새로정착한 ‘찌질한’한국인의 서사가 소개됩니다. 이런 개별적 사례는 조선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립니다.

연구서이고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학자들의 빈곤담론과 인류학자들의 연구인용(citation)으로 가볍게 읽기는 분명 어려운 책입니다. 하지만 사회를 접근하는 다양한 시각을 보고 인류학자들이 심층인터뷰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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