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약이 되는 잡초음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25
변현단 지음, 안경자 그림 / 들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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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중에 맛기행과 관련된 프로그램이었는데, 방랑식객이라고 일컫는 임지호 요리사가 산과 들을 헤메면서 내가 보기에는 잡초와 같은 풀들을 씹어보고는 그 풀들을 망태에 담아서는 어느 민가에 들어가서 살짝 데치기도 하고,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튀기기도 하면서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내 눈에는 풀에 불과한 그 잡초들이 한 접시의 음식이 되는 것은 "아는만큼 먹을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봄이 되면 우리 아파트 근처의 낮은 산에도 쑥을 캐는 아줌마들이 간혹 보인다. 그들이 캐는 것은 쑥이 아닌 다른 풀들인 경우도 때때로 보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나물인지 잡초인지 모르는 풀들이 우리 식탁에 올라 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방랑식객처럼 산과 들에 있는 풀들을 식탁의 접시 위에 담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연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잡초와 자연이 공존하는 자연스런 농사를 실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연두농장에서는 한방찌꺼기를 모아서 퇴비로 쓰고 천연농약과 비료를 만들어서 농사를 짓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런 착한 농사법을 하시는 분에 들어오는 지천에 널린 풀들. 그 풀들은 우리의 식탁위에 올라올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서는 가르쳐 준다.
거기에 화가 '안경자'의 풀들의 세밀화는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이 풀은 내가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그 풀인데...." 하는 생각들이 연방 터져 나온다.
봄이 되면 아파트 화단의 돌 틈새로 보랏빛 얼굴을 내미는 제비꽃. 아주 작은 그 제비꽃의 새 순도 나물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노란 민들레도, 개망초도, 쇠비름도, 질경이도, 엉겅퀴도  모두 우리 밥상의 착한 반찬으로 변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집은 다른 집보다는 나물을 많이 무쳐 먹는 편이어서, 비름나물이나 유채나물, 드릅나물, 취나물을 즐겨 먹는데, 이런 나물은 너무 보편적인 나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잡초 50가지를 선정하여 그 잡초들의 조리방법, 그리고 약재로 사용할 수 있는 잡초들은 그 효능과 약으로 먹는 방법, 그리고 차로 마시는 방법 등도 소개된다.   



 
흔히 가을날의 산국 (국화)를 말려서 차로 마시는경우는 있지만, 제비꽃의 꽃, 해바라기의 꽃 등도 좋은 차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음식 못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양념을 많이 넣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산나물, 잡초나물은 '단순 식재, 단순 조리법, 단순 밥상'을 그 원칙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그들마다의 향과 맛이 색다르니, 양념은 되도록 적게, 그래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시립미술관을 가는 길에 주황색 원추리가 너무도 아름답게 핀다. 바람에 살랑살랑 넘실거리는 원추리, 그 원추리도 새 순이 나올 때에 나물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이런 내용의 이야기도 함부로 말하기가 겁이 난다.
한때는 민들레가 몸에 좋다고하니까, 산과 들의 민들레들이 수난을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유익한 정보 중의 하나.
여기 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는 '꽃다지'
 
  (사진출처: 네이버) 
 
바로 이 '꽃다지'를 나물로 무쳐서 오래 식용하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병이 저절로 낫는다는 설이 있다고 하다. 만병통치약이라고 해야할까.
그만큼, 잡초들에는 우리 몸에 좋은 약재와 같은 성분이 들어 있다는 말이겠지.
우리가 직접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잡초를 캐고, 새 순을 따서 나물로 먹지는 못할지라도, 가끔씩 재래시장을 둘러보다가 아주머니들이 한 바구니씩 삶아 온 나물들이 있으면 계절의 미각을 맛보기 위해서 구입해서 먹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잡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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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밥상머리 교육의 비밀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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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에도 생활의 패턴이서로 다르다 보니,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에는 아침밥을 먹지 않고 등교를 하는 학생들도 많아졌고, 점심 식사는 가정이 아닌, 학교나 직장에서 하게 되고, 저녁도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다르니, 많지도 않은 가족들이 따로, 또는 홀로 식사를 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예전의 큰 밥상에 둘러 앉아서 식사를 하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는 반면에 미국과 일본에서는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이런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밥상머리의 기적'이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지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연구진들이 3세 자녀를 둔 83 가정을 대상으로 2년 여에 걸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식사가 많은 가정의 자녀들은 어휘 습득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여 개의 중고등학교의 전교 1등을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더니, 주중 10회 이상 가족식사를 하는 가정이 40%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중고등학생들의 절반은 부모와 전혀 밥을 먹지 않는 경우도 절반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어떻게 하다가 우리나라의 현실이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지 않는 풍토가 되었는지 안타깝기만하다.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시키거나, 학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거나 이런 현상들이 이런 현상을 초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상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간의 밥상머리의 대화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임혜지'의 '고등어를 금하노라'에 보아도 독일에서 살고 있는 그들 가족은 저녁 식사 시간이 그들 가족의 토론의 장이 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가족간의 화목도 증진될 수 있는 것이며, 언어 능력도 탁월하게 향상되는 것이다. 밥상머리의 하루 20분의 대화가 언어발달의 촉진제가 되기도 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도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밥상머리에서의 대화는 다양한 주제가 나올 수 있기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밥상머리. 이것은 인생 최초의 교실이며, 인생 최고의 교실이기도 하며 가장 좋은 조기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은 자신의 가정과 비교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가정에서 왜 밥상머리 대화가 단절되었는가를.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가족간의 서로의 식사 시간을 조절하여 함께 식사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는 조금씩 가족간의 조절을 통해서 함께 식사를 하여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식사 시간에 대화를 좀더 폭넓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녀의 두뇌발달만이 아닌 즐거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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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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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분량이 적기에 아무 때나 생각날 때에 즐겨 읽는다. 그녀의 작품을 비교적 빼놓지 않고 읽은 편인데, '키친' '아르헨티나 할머니' '데이지의 인생'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죽음과 관련지어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상실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과정이 결국에는 작중 인물들이 성숙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책표지만을 보았을 때는 예쁜 이야기들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밝은 분위기보다는 죽음과 연관된 우울함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그녀에 대하여'는 첫 장면부터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쌍둥이 자매의 각각의 아이들인 '유미코'와 '쇼이치'.
이종사촌간의 마지막 만남으로 화자인 '유미코'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의 정원에서의 소꼽장난. 그런데, 유미코는 이것이 서로의 인생을 전혀 다른 삶으로 이끌어갈 것임을 감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과연, 7~8살 정도의 아이가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을까?
또한, 아이들의 엄마인 쌍둥이 자매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와 이모는 종교 비슷한 특수단체 교주의 딸들이었기에 않은 환경에서 마술학교를 다니고 주술을 불러오고....
아니, 동화 속의 이야기도 아닌, 판타지 소설도 아닌....
이런 설정이?

[책의 내용 간추리기]
화자의 엄마와 이모는 유미코의 추억 속에서도 쌍둥이이지만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방향의 삶을 살아 가는 것이다.
유미코의 기억 속의 엄마는 많은 것에 집착하고 어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일까지 주술의 힘을 빌려서 승승장구하던 사업체를 가진 욕망의 인물로.
그리고 이모는 어떤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생활의 끝은 자신의 엄마처럼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는 일을 하지도 않고 조용히 살다가 평범하게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미코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엄마가 저지른 살인의 추억이다.
어느날, 엄마는 자신의 집에서 강령회를 열다가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는 것이고, 그 소리를 들고도 불안함에 떨면서 자신의 일에 열중했던 그 순간의 기억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이종사촌 '쇼이치'
이모가 죽기 전에 유미코를 '엄마의 저주에서 풀어주고 싶다'는 유언을  따라 그들은 오래전 기억을 쫒아 사건이후에 엄마가 치료를 받던 클리닉, 그녀의 옛 집을
찾아다닌다. 쇼이치와 자신의 과거를 찾아 나선 여행에서 그녀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엄마와 이모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큰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이 소설의 내용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 '트라우마'를 모티브로 쓴 판타지 소설이었던 것이다.
판타지 소설?
난, 이 책을 유미코가 자신의 추억 속의 트라우마를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거나,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종사촌'간의 사랑이야기쯤으로 간단하게 생각했기에.... 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석연치 않은 장면들에 맞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런 의구심은 커졌는데, 반전의 내용에 그 모든 것들은 풀릴 수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 문장들이 있었던 것인가를...
떠나온 곳에서의 일은 생각하면 언제나 그리움으로 빛난다. (p47)

그리고 항상, 유미코는 쇼이치의 생활을 부러워했다.
자신은 부초처럼 떠다니면서 살았지만, 쇼이치는 제 발로 설 수 있도록 이모는 키웠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 소설의 끝부분의 반전이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쇼이치와의 여행 도중, 유미코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모든 것이 쇼이치의 꿈 속의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해 본다.
왜 유미코는 쇼이치의 꿈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왜 이모는 그토록 도움을 주고 싶어하던 유미코를 그동안 나몰라라 하면서 죽었으며, 왜 유언으로 아들에게 유미코를 그녀의 엄마의 주저로부터 풀어주라고 이야기했을까.
바로 유미코는 엄마가 강령회에서 살인을 저지를 때에 엄마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이다. 1층에서 살인을 저지른 엄마는 저벅 저벅 발소리를 내면서 2층의 유미코의 방으로 들어와 딸을 살해한 것이다.
지금까지 유미코가 기억하는 살인사건 후의 이야기는 모두 그녀가 황천을 떠돌면서 보고 들은 것들이다.
어느 순간, 죽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황망하게 죽은 영혼들. 그들은 유미코처럼 구천을 떠돌면서 부초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유미코의 넋을 이모는 보듬어 주고 싶었지만, 살아있기에 해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모는 죽으면서 아들의 꿈을 통해서 그녀에게 안식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타인도 아닌 엄마 손에 살해당한 유미코의 넋. 황망하게 죽어버린 그 넋을 위로해주고 안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이모의 마음과 쇼이치의 마음.
이제 유미코는 모든 진실을 확인하고 그녀의 영원한 안식을 찾았을 것이다.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는 '키친'이후에 줄곧 소설 속에 담아 왔던 죽음에 대한 상실과 그로 인한 상처의 치유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번에는 황천을 떠도는 황망한 죽음에 대한 치유까지로 그 폭을 넓혀 간 것이다.
이 소설의 내용은 이렇게 추리소설의 구성인 마지막 부분의 기막힌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그 이전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과는 다른 기법의 판타지 소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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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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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생활에 있어서의 일상은 왜 그리도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사고방식으로 인식의 차이를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연애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잘한 마찰들이 결혼한 부부들의 삶에서는 항상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별 탈없이 그럭저럭 잘 넘아가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진다.
그 바탕에는 자녀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rosso편을 쓴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묘사하는 결혼 10년차가 지난 부부. 그리고, 자녀까지 없는 가정의 풍경은 어떨까?
평범한 가정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나왔겠는가.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결혼을 했겠지만, 이 소설의 아내 '히아코'는 왠지 남편 '쇼조'와의 만남과 결혼에 즈음했던 이야기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일상의 무료함에 계약직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일상은 대체로 무료하고 그저 그런 나날들이다.
남편 '쇼조'가 집에 오면 아내 혼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보지만 남편한테서 돌아오는 대답은 짧은 한 마디. "어", " 응" 뿐이다.
남편의 행동에 이것 저것 잔소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아~~ 아내는 외롭다. 그리고 답답하다.

- 어째서 당신하곤 말이 통하지 않는거야?
공원을 걷는내내 히와코는 화가 나 있었다. 여름날이었고, 하늘은 덧없으리만치 푸르게 개어 있었다.
-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 같아.
말은 연이어 입을 타고 나왔다.
- 그런 건 외롭다고. 나, 당신이랑 있으면 자꾸 외로워져.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다구.
쇼조는 "응". 혹은 "어." 하고 대답했다.
(...)
'진실'은 계기가 무엇이든 마지막에는 반드시 거기에 다다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위험한 것이다. 결론은 늘 명백하다. 우리, 함께 있지 않는 편이 나을거야.
2초만 늦었어도, 히와코는 그 말을 입에 담을 뻔했다. (p109~110)

그러나, 그래도 직장에서 끝나면 총알처럼 집으로 향해서 남편을 기다리고, 친구를 만나도, 취미활동을 해도, 남편 생각에 오래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 어찌보면 곁에 있어도 혼자 있는 것과 같은 부부.
그래도 10년 넘게 결혼 생활의 일상은 거듭된다.
그런데, 이런 가정이 '빨간 장화'에 나오는 이 가정뿐이랴~~~
우리네 가정들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이렇게 살거면 왜 결혼을 했느냐고....
아마도 그래서 요즘은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환상도 아니고, 무지개를 잡는 것도 아니고, 백마탄 왕자님과의 동행도 아니기에.
결혼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이미 결혼전에 서로 다른 환경과 인식 속에서 굳어질대로 굳어졌으니까.

히와코는 빨간 장화 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나는 상징처럼.
그러다 보니 히와코 스스로도 설명 못할 어떤 이유때문에, 선뜻 그것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빨간, 고전적인 모양새의, 새 것 같고, 반들반들한 쾌활함이 더해진 장화. 내버리기에는 너무나 티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것을 정색하고 미워하는 건 어른답지 못할뿐더러 몰인정한 행도이 아닐까. 장화는 쇼조의 선의자체이자 자신의 어리석음 자체 같다고 히와코는 느낀다. (p162)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히와코'와 '쇼조'의 결혼 10년차가 넘은 부부의 일상 속을 들여다 보듯이 평범한 문장으로 그려나간다.
금방이라도 파탄이 날 것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일상을.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단편 형식의 구성으로 펼쳐 보여준다.
얼마전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 '빨간 장화'의 후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이야기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많은 점이 닮아 있다.

'빨간 장화'의 단조로운  일상의 불협화음이 결국에는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 이르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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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웅진 세계그림책 132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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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그림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간결하고 깔끔하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어른들도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정도로 우리들의 가정과 사회에 대한 폭넓고 깊은 사회의식이 담겨져 있다.
아마도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이야기는 모두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빠곰, 엄마곰, 새끼곰. 어느날 세 마리의 곰이 저녁식사로 죽을 끓였는데, 죽이 너무 뜨거워서 잠깐 나갔다가 오니, 금발머리 소녀가 그 죽을 먹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는~~~~
바로 이 동화를 앤서니 브라운을 '나와 너'의 모티브로 차용한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누구이던가?
세계 최고의 그림책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인데, 독자들이 그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강렬하지 않고 포근한 색채의 그림과 함께, 그림책의 내용이 간단하면서도 그 내용 속에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점들을 그림책의 내용으로 표현할 때에 튀지않고 간결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나와 너'의 이야기는 영국의 전통적 옛이야기을 잘 살리면서도 새로운 또 하나의 사람들의 가정을 보여줌으로써 가정의 중요성, 그리고 부모와 자녀, 부부간의 의사 소통의 단절, 그리고 어린이들의 소외감에 관한 내용을 첨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너'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전하는 내용은 그 어떤 책의 내용보다도 많은 것을 전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잠깐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림책의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는 그 느낌부터가 확 다르다.
왼쪽은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 그러나 머리색은 금발이 뚜렷한 그림이다.
그리고 왼쪽 페이지에는 단 한 단어의 글도 쓰여져 있지 않다.
 
한 가정의 엄마와 딸임을 그냥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전혀 없는.... 그리고 배가 고픈. 아이는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날려버리고 헤매던 중에 곰의 집에 들어가고, 그 이후는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의 이야기와 같은.
 

 
 오른쪽 페이지는 곰 세마리의 가정. 옛 이야기와 같다. 그러나, 곰 세마리는 가족이기는 하지만 다정함은 없는.그래서 서로 무감각한. 그리고 의사 소통의 단절을 겪는. 이 페이지는 강렬하지 않은 은은한 톤의 채색화이다.그리고, 글의 내용도 나와 있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는 서로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소녀와 곰의 가정이 대비되는데, 그 두 가정은 서로 다른 듯 하지만 서로 닮아 있는 가정이다.
소녀의 가정이 가난하고, 곰의 가정은 부유할지 몰라도, 두 가정은 가족간의 의사 소통이 단절된 현대 사회의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 닮음꼴을 가지고 있다. 그 가정에서 가난한 아이든, 부유한 아이든, 모두 소외감을 느끼며 외톨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앤서니 브라운이 '나와 너'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가정내에서의 소통,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바로 작가가 전달하려는 것은 '호기심'이라고 한다.
소녀가 풍선을 따라 가다가 호기심에 자신의 가정이 아닌 가정을 엿보게 되면서 느끼는 느낌이나, 곰이 자신의 집에 들어온 소녀가 불쾌하기는 하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나. 그 호기심이 결국에는 서로의 소통을 가져 올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은 가정의 화초처럼 자라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의사소통이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족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가정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생활을 바꾸어 줄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아닐까 한다.
'나와 너' 이 그림책은 절제된 표현으로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깨달아 가도록 하는 것이기에 어린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그림책을 읽고, 다음에는 왼쪽 페이지만 보면서 어린이들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에는 오른쪽 페이지를 읽으면서 생각을 하도록 하고, 다시 전체적으로 그림책을 본다면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림책은 어린이 스스로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 이상의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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