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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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생활에 있어서의 일상은 왜 그리도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사고방식으로 인식의 차이를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연애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잘한 마찰들이 결혼한 부부들의 삶에서는 항상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별 탈없이 그럭저럭 잘 넘아가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진다.
그 바탕에는 자녀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rosso편을 쓴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묘사하는 결혼 10년차가 지난 부부. 그리고, 자녀까지 없는 가정의 풍경은 어떨까?
평범한 가정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나왔겠는가.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결혼을 했겠지만, 이 소설의 아내 '히아코'는 왠지 남편 '쇼조'와의 만남과 결혼에 즈음했던 이야기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일상의 무료함에 계약직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일상은 대체로 무료하고 그저 그런 나날들이다.
남편 '쇼조'가 집에 오면 아내 혼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보지만 남편한테서 돌아오는 대답은 짧은 한 마디. "어", " 응" 뿐이다.
남편의 행동에 이것 저것 잔소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아~~ 아내는 외롭다. 그리고 답답하다.

- 어째서 당신하곤 말이 통하지 않는거야?
공원을 걷는내내 히와코는 화가 나 있었다. 여름날이었고, 하늘은 덧없으리만치 푸르게 개어 있었다.
-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 같아.
말은 연이어 입을 타고 나왔다.
- 그런 건 외롭다고. 나, 당신이랑 있으면 자꾸 외로워져.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다구.
쇼조는 "응". 혹은 "어." 하고 대답했다.
(...)
'진실'은 계기가 무엇이든 마지막에는 반드시 거기에 다다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위험한 것이다. 결론은 늘 명백하다. 우리, 함께 있지 않는 편이 나을거야.
2초만 늦었어도, 히와코는 그 말을 입에 담을 뻔했다. (p109~110)

그러나, 그래도 직장에서 끝나면 총알처럼 집으로 향해서 남편을 기다리고, 친구를 만나도, 취미활동을 해도, 남편 생각에 오래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 어찌보면 곁에 있어도 혼자 있는 것과 같은 부부.
그래도 10년 넘게 결혼 생활의 일상은 거듭된다.
그런데, 이런 가정이 '빨간 장화'에 나오는 이 가정뿐이랴~~~
우리네 가정들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이렇게 살거면 왜 결혼을 했느냐고....
아마도 그래서 요즘은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환상도 아니고, 무지개를 잡는 것도 아니고, 백마탄 왕자님과의 동행도 아니기에.
결혼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이미 결혼전에 서로 다른 환경과 인식 속에서 굳어질대로 굳어졌으니까.

히와코는 빨간 장화 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나는 상징처럼.
그러다 보니 히와코 스스로도 설명 못할 어떤 이유때문에, 선뜻 그것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빨간, 고전적인 모양새의, 새 것 같고, 반들반들한 쾌활함이 더해진 장화. 내버리기에는 너무나 티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것을 정색하고 미워하는 건 어른답지 못할뿐더러 몰인정한 행도이 아닐까. 장화는 쇼조의 선의자체이자 자신의 어리석음 자체 같다고 히와코는 느낀다. (p162)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히와코'와 '쇼조'의 결혼 10년차가 넘은 부부의 일상 속을 들여다 보듯이 평범한 문장으로 그려나간다.
금방이라도 파탄이 날 것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일상을.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단편 형식의 구성으로 펼쳐 보여준다.
얼마전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 '빨간 장화'의 후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이야기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많은 점이 닮아 있다.

'빨간 장화'의 단조로운  일상의 불협화음이 결국에는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 이르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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