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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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이와 똑같은 제목으로 검색되는 책도 여러 권이 있고, 책 제목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산티아고 순례기를 걸었던 체험을 담은 여행기는 더 더욱 많다.

내가 읽은 ;산티아고 순례기'에 관한 책으로는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푸른숲' 과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서영은, 문학동네' 등이 있다. 그외에도 여러 여행 서적 중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부분으로 담은 책들도 여러 권을 읽었다. 이렇게 국내에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한 서적들이 많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아 나선다.

요즘 '브리다'로 또다시 독서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파울로 쿄엘로'도 산티아고 루드 중의 '카미르'가 일컫는 길에서 영적  깨달음을 받았다고 하지 않던가.

'산티아고 가는 길'- 이 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으로 로마와 예루살렘에 이어 유럽 3대 성지 중의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으며,  그중에서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서 피레네 산맥을 스페인의 메세타고원을 지나는 지도상에서는 스페인 북단의 동쪽에서 서쪽에 이르는 한쪽 방향을 향해 800Km 가량을 걸어가는 길이 가장 안전하고 단순한 길이라고 한다.

이 길 위에는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어서 이 길을 통해 걸어서 순례를 하기에 순례자의 길이라고도 한다. 길위에는 성당들이 많이 있으며 이 성당들에서는 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홀로 걷기도 하고, 또 길을 걷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또 헤어지면서 순례자들은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도 이런 길일까?
이 책의 저자인 '세스 노터봄'은 '나의 청소년기는 만사가 빗나갈 대로 빗나가 버린 시절이었다'고 회상할 정도로 마음 속 깊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독실한 카톨릭 신자의 새 아버지에 의해 수도원 기숙 학교에 보내지면서 적응을 하지 못해서 유럽 각지를  떠돌아 다니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그가 여행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노터봄'은 시, 소설, 에세이, 여행기, 희곡, 평론, 샹송 작사, 번역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쓸 정도로 필체가 수려하다는 것을 '산티아고 가는 길'의 책장을 펼치는 순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는 네덜란드 사람인데, 이 책은 이미 1992년에 네덜란드에서 간행 된 책이며, 그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이미 1980년에서 1990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그것 보다 더 '산티아고 가는 길'이 빛나는 것은 저자는 1954년에 처음 스페인을 찾았고, 그 이후에는 거의 매 해마다 스페인을 찾을 정도로 스페인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이다. 반 세기가 넘도록 스페인의 매력에 취해서.... 스페인에 숨겨진 보물들을 하나 하나 캐어서 이 책 속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은 단순한 순례기을 걷고 쓴 순례 체험기나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에는 너무도 많은 깊이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흔히,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사람들이 걷는 길을 따라서 걷는 순례의 길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그는 이 길의 출발점을 배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들어가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순례길의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교회에서 이 글을 끝맺는다.


누구나 다 가는 순례길을 노란 화살 표를 더듬어 가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차를 타고, 또는 걸어서 샛길을 찾아 찾아 마을 구석 구석을 휘젓고 다닌다고 해야 할까. 그 길 위에 성당이 있으면, 수도원이 있으면, 아름다운 풍광이 있으면, 그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박식한 생각들을 풀어 놓는다.


나는 이중으로 여행을 한다. 하나는 렌트카를 몰고 다니는 여행이고, 하나는 요새와 성과 수도원이, 또 그곳에서 마주친 문서와 전설이 불러 일으키는 과거를 누비고 다니는 여행이다. (p69)

나에게 여행은 질러 가는 길이 아니라 둘러 가는 길이다. 나그네는 옆길로, 시골길로, 큰길에서 샛길로 빠지는 유혹,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을 가리키는 표지판의 유혹, 오솔길 하나만 난 저 멀리 성채의 윤곽이 주는 유혹, 저 언덕이나 산맥의 맞은 편에서 나그네를 기다릴지도 모를 수려한 장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제 발로 일부러 영원한 미로를 만들어 간다. (p497)

화가 벨라스케스와 수르바란의 그림에 얽힌 이야기, 세르반테스의 문학 이야기, 성당이나 수도원의 유래와 무어 양식, 로코코, 바로크 건축 양식, 소포클레스의 비극, 헤겔의 역사철학 등~~

 
 그는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면서 그 속에서 시간 여행, 공간 여행을 한다. 그래서 역사, 정치, 자연환경, 예술, 건축,문학, 문화, 정서 등의 다방면에 걸친 폭넓은 지식들이 심도있게 다루어 지는 것이다.




수르바란의 '거룩한 얼굴' (일명: 베로니카의 손수건)

"천막, 예배당, 십자가." 서서 그림을 보는데 독일어로 누눅가가 뇌까렸다. 딴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막처럼 펼쳐 놓은 수건은 어떻게 보면 예배당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십자가 같기도 하다. (p148)





프란시스코 데 수리바란, [세라피우스의 순교]

"수르바란은 천을 하나의 속성이  아니라 어엿한 주체로 다루었다. 순교한 세라피우스의 그림에서 머리와 손을 벗겨내면 남는 것은 곧추선 천의 유품이다. 감상자가 그림을 어디서부터 보아 내려가는가와는 무관하게 천이라는 구성물은 인물과 동급의 비중을 가진 대상으로 눈앞에 떠오르면서 감상자에게 수수께끼를 던진다. (p153)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은 성당과 수도원의 건축 양식의 설명에서 부터 시작하여 문학과 예술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해박한 지식으로 설명해주는 책이기에 여행에세이의 장르를 뛰어 넘어서 문학적, 예술적 차원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들려주던 종교적인 순례길, 명상의 길을 벗어나  '세스 노터봄'만의 독특하고 차원높은 새로운 순례길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산티아고 관련 서적들과는 차별화가 되는 '산티아고' 관련 최고의 서적으로 돋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해서 전혀 문외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기에 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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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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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책읽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중의 하나는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항상 고프다(?)는 것이 아닐까...
여행은 떠났다가 돌아오는 그 순간에 또 다른 여행을 갈망하게 되고, 독서도 역시 책장을 덮는 순간 또 다른 책이 손에 들려 있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가 보았던 곳. 언젠가 읽었던 책. 그 곳과 그 책을 다시 찾고 읽는다고 해도 전과 같은 느낌은 아닌 것이다. 그것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 속으로 들어 오는 것이다.


여행과 책. 이 두가지의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바로 '여행자의 독서'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부제는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이다. 물론, 나는 책을 읽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 보지는 않았다. 여행길에 읽기 위해서 여행 가방 속에 책 몇 권을 넣어서 떠나기는 하지만.... 그것도 오랜 시간 비행기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에 달콤한 휴식과 같은 청량제 역할을 해 주곤 하는 것이 책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여행자의 독서'를 쓴 저자의 이력이 상당히 다채롭다. 문학과 음악, 사진, 여행, 광고 등 문화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을 하고, 또 그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 사람. 그가 십여 년간 쌓아온 여행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살짝 궁금해진다.

이 책은 지난 십여 년간 세상 구석구석에서 겪은 인상깊은 여행들과 그와 연관된 책 (특히,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말 중에서 p5)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 (p6)
이 책의 저자는 문명의 밝은 부분을 누리고 있는 유럽이나 북미보다는 문명의 그늘에 가려있는 동남아시아, 인도, 티벳, 중동지역, 남미 등을 주로 여행하면서 책을 읽는다. 그 지역과 관련이 있는 책을 주로 선택해서 읽는다. 때론, 여행지와 어울리는 책들을 여행가방이나 배낭 속에 집어 넣고 길을 떠난다.

 
 
그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도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문학과 함께 소개되곤 하는 곳. 문학과 음악이 함께 있는 곳. 소설가와 음악가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 곳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자연스럽게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와 '죄와 벌' 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시간여행이자, 문학(소설)속으로의 여행이 되는 것이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한때라도 극심한 문학의 열병을 앓아 본 사람이라면 통과의례처럼 만나고 물리쳐야만 했을 그 이름, 좀처럼 그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지구 둘레 1/4의 거리, 9300km. 7박 8일이 걸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열차여행인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1/3지점인 이르쿠츠크 에서 모스크바까지를 열차에 몸을 싣고 4박 5일의 여행을 즐긴다. 러시아 문호들의 책과 함께.

 
 
또 다른 여행지. 안나푸르나. '산은 내게 내려오지 않는다. 내가 산을 찾아가야 한다. ' 그래서 그가 산을 찾아간다. 역시 책과 함께. 그는 어떤 책을 만났을까?
곡식(안나)이 풍요로운(푸르나)땅이라는 설산에서 만난 책 중의 한 권은 현지에서 구한 '인듀어런스' 그가 들려주는 이 책의 줄거리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에겐 '오래된 미래'로 다가오는 라다크. '슬럼독 밀리어네어', '적절한 균형'이 어울리는 곳이란다.
강대국에 의한 침탈과 전쟁의 상처를 가진 베트남에서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하얀 아오자이' '전쟁의 슬픔'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등. 이외에 빈곤, 아버지의 폭력, 희망없는 미래가 담긴 책 '끝없는 벌판'도 그의 여행가방에 들어 있게 마련이다.


스페인의 겨울. 침울한 안개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누군가를 따라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과 그림자'는 추리형식의 소설이 어울리는 것이고, 터키를 여행하면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이 어떨까.


낯선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처럼 미지의 내용들을 읽어 내려가는 매력은 여행과 독서의 또다른 닮은 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있다. 여행은 이름난 장소와 풍광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 사람의 냄새가 곧 여행의 향내가 된다. 낯설거나 익숙한 향내를 찾아 그 사람에게 가고 싶다. (p179)

여행지에 관한 묘사와 그가 그곳에서 읽은 책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흥미로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을 하게 된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도, 읽다 읽다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난해해서 포기했던 책들도, 그 책에 푹~~ 빠져서 감명을 받았던 책들도, 아니, 그 보다는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 그 많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리도 재미있게 펼쳐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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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상하이
신동흔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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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하면 떠오르는 단상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상하이임시정부'가 생각난다. 잃어버린 조국을 찾겠다고 이국땅에서 고군분투하셨을 김구 선생님과 독립투사들. 지금은 루쉰 공원(鲁迅公园)으로 이름을 바꾼 홍커우공원 (虹口公园) 에서 도시락 폭탄을 투척했던 윤봉길 의사와 함께.
그러나, 21세기의 상하이는 한적한 어촌 마을에서 아편전쟁에 이은 열강의 침략속에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푸둥금융지구를 비롯한 마천루의 숲을 이루는 경제도시로 더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상하이는 어떤 도시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되는데, 상하이 교통대 학생으로 공부하고(신문사 기자 신분),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들을 토대로 상하이의 얼굴을 공개해 주는 책이 '페이스 오프 상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소개글을 통해서

(...)이후 미래와 과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세련됨과조아함이 뒤엉겨 공존하는 상하이 (...) 번화한 푸둥금융지구의 마천루보다 100년 전의 서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하이 뒷골목 (...) 그곳에는 중국의 규모와 덩치에 눈이 팔려 놓치기 쉬운 섬세한 '결'들이 살아 있었다.  (소개글 중에서)

푸둥금융지구의 마천루 바로 밑에 민공들의 낡은 거주지가 버젓이 공존하고, 화려한 귀부인의 옆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가정부가 뒤를 따르고, 관광객과 비즈니스 맨이 거니는 도시 한 가운데는 가난한 하루벌이 민공들이 있는 곳.

 
  중국에서 빛과 어둠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가 상하이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이런 상하이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발전의 모습과 쇠락을.... 화려함뒤에 숨어 있는 추한 모습까지 고스란히 책에 담아 내고 있다.
(책의 구성)
Prologue _상하이가 그립다
Part 1. 悲情城市 비정성시
Part 2. 공산주의, 오래된 습관
Part 3. 色, 戒 색 계 그리고 상하이
Part 4. 현대와 과거의 공존
Epilogue_新중화주의의 부상

 
  경제 발전의 최첨단 도시, 상하이는 1842년 아편전쟁으로 세계사속으로 들어왔다. 2004년 세계 최초의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의 상용화. 공식 최고 속도 시솔 501km라고 한다. 그런데, 거리에는 아직도 인력거가 돌아다닌다.
 
외지에서 온 노동자들이 민공들은 호구문제의 불편을 겪어야 만한다. 교육, 사회제도, 특히,의료보험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또한, 개혁 개방이 이루어진지 30여 년이 되지만, 공산주의 체제에 익숙한 오래 습관들 중의 하나인 불친절은 외국인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것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권탄압, 언론탄압, 그리고 국가홍보가 있어서 그것을 자국민들은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시내를 잠옷 패션으로 돌아다녀도 그것은 그들에겐 하나의 '기호'이자 '부'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상하이 사람들의 천성이라니.
중국을 가본 사람들은 누구나 겪었을 엽기 화장실 실태. 그것은 어쩌면 사회주의 체제의 억압된 사회에서 화장실조차 완전히 사적인 공간으로 허용하지 않으려는 잔재일지도 모른다. (독재체제하에 화장실에 쓰여졌던 낙서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가짜, 짝퉁이 판치는데도 그것은 중국인 특유의 가짜에 대한 무감각, 무의식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보다 더 상하이, 나아가서 중국을 이해해야 할 점들이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신중화주의 사상'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중국인들의 야심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구 13억의 거대국가, GDP 규모 세계 4위의 대국, 미국과 함께 G2로 까지 불리는 나라. 그것이 상하이의 모습이고, 중국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야심은 얼마전,2010년 4월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각국 언론에 실렸다. 왜 이런 장면이 '연출'됐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사를 돌아보면 한 장의 사진이 세월이 흐른 후에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P268)
이 책은 상하이의 모든 면을 꿰뚫어 보는 내용의 글들이지만, 단순히 상하이의 모습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하이의 모습을 통해서 중국 전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는 중국. 언젠가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야심을 가진 나라. 그러나, 중국은 덩치만 커진 아이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중국인은 사회주의 체제의 잔재가 남아 있고, 그것은 사회, 문화, 경제, 정치적으로 성숙함을 갖추지 못한 불균형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거대 국가인 중국이고, 거대 도시인 상하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하나의 모습이 아닌, 두 얼굴 이상의 모습을 가진 것이다.
참고로, 이 책에는 QR Code를 만들어 넣었다. 책 속에서 QR Code를 만나기는 처음인데,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면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열광을 유발하는 스토리가 대부분 인구나 면적, GDP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에 관한 것이지만, 중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상하이는 계획경제 시절의 유산과 100여 년 전 제국주의가 남겨놓고 간 흔적을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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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깨어 있네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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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민들레의 영토'를 통해서이다. 나에게도 첫 만남이었지만, 이해인 수녀님 역시 첫시집이었던 것이다. '민들레의 영토'는 1976년에 초판이 발간되었고, 내가 소장하고 있는 시집은 1986년 25쇄, 1,800원 정가이다. 그후로도 그녀의 시를 읽으면서 아침이슬과도 같이 맑고 투명한 싯구에 마음이 설레이기도 했던 기억들이 새삼스럽다.


그런데, 2010년 1월에 시인은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서 '희망은 깨어 있네'라는 책을 선보였다.
희망, 감사, 작아짐, 사랑. 이런 생각이 듬뿍 담긴 시와 단상들, 그리고 추도의 글까지......

아침에 잠이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임을 (...) 희망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불러야만 오는 것임을, 내가 조금씩 키워가는 것임을, 바로 곁에 있어도 살짝 깨워야만 신나게 달려오는 것임을 (...)   (책머리글 중에서)


이 책을 손에 드는 순간부터 마음이 숙연해지고 경건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이해인 수녀의 근황을 익히 들어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암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그리고 그런 일련의 생활들 속에서 그녀를 더욱 힘겹게 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이었을 것이다.
절친한 사람인 장영희 님, 김점선 님, 그리고 그녀에겐 신앙에서 있어서 아버지와 같았던 분이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일생에 있어서 한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도 힘겹건만, 약간의 시차를 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병마에 시달리는 수녀에게는 그 어떤 시련보다도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래서, 수녀는 자신을 '작은 이'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외로움과 추위를 / 기도 안에 녹여주는 작은 이가 되리라/ 누구에게나 / 정겨운/ 작은 수녀 / 작은 천사가 되리라.  (시 '작은 이' 중에서)
단아하신 모습의 이해인 수녀가 작은 이가 되고 싶어 싶어하는 맘은 평소의 생각이기도 하겠지만, '고통의 학교'에서 수련을 받은 학생이기에 고통 속에서 우러나오게 된 진심어린 고백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잡은 손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왜, 이리도 숙연해지고 내 자신이 작아지고 있는지....
나 자신 욕심없이 살아 왔고, 살아가는 삶이건만, 수녀앞에선 너무도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그러니, 내 삶의 모습을 어찌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희망은 깨어 있네'의 구성은
1장: 희망은  깨어 있네
2장: 병상 일기
3장: 계절 편지
4장: 채우고 싶은 것들


 


아픈 날의 편지
내가 / 살아서 몇 번이나 더 / 당신을 볼 수 있을 지 / 뜨는 해 지는 해를 / 볼 수 있을지요/ 그리고 / 몇 편의 시를 더 / 쓸 수 있을지요 / 그런 생각을 하면 / 졸다가도 / 정신이 번쩍 들어요 / 언젠가 내가 / 세상을 떠나는 날 / 나는 당신을 위한 / 하얀 새가 되어 / 날아가고 싶어요 / 사랑의 시를 쓰는 바람으로 / 땅에 묻혀도 자유롭고 싶어요 / (p84)

여기까지는 시인이 그동안 써 놓았던 시 100여 편이 실려 있다. 특히, 2장의 병상 일기는 암투병 속에서 겪게 되는 고통 속에서 몸의 아픔은 그녀를 겸손하게, 맘의 아픔은 그녀를 고독하게 해 주고 있음을 섬세하고 깊이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 고통 속에, 아픔 속에서 멀잖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꿈 속에서의 그리운 어머니와의 만남이 절절하게 쓰여지기도 했다.

오늘의 행복
오늘은/ 나에게 펼쳐진/ 한 권의 책/
두 번 다신 오지 않을 / 오늘 이 시간 속의 / 하느님과 이웃이 / 자연과 사물이 / 내게 말을 걸어오네 /
시로 수필로 / 소설로/ 동화로 / 빛나는 새 얼굴의 / 첫 페이지를 열며 /읽어달라 재촉하네 /
때로는 / 내가 해독할 수 없는 / 사랑의 암호를 /사랑으로 연구하여 / 풀어 읽으라 하네 /
아무 일 없이 / 편안하길 바라지만 / 풀 수 없는 숙제가 많아 / 삶은 나를 더욱 / 설레게 하고 / 고마움과 놀라움에 / 눈뜨게 하고 /
힘들어도 / 아름답다 / 살 만하다 / 고백하게 하네/
어제와 내일 사이 / 오늘이란 선물에 / 숨어 있는 행복! (p137)

5장: 언제나 그리움

  
이 장에서는 절친했던 장영희 교수, 그리고 화가 김점선도 암 투병끝에 홀연히 그녀의 곁을 떠나갔고, 그녀들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던, 베풀지 못했던 맘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대한 봉헌기도도 수록되어 있다.

6장 : 시를 꽃피운 생각들
마지막 장인 6장은 시가 아닌 자신의 일상은 일기형식으로 날짜별로 써나가고 있다. 아주 짧은 일기이긴 하지만, 그 글들 속에서 투병과 치료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감사하는 맘을 표현하고 있다.
'희망은 깨어 있네'는 이처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사랑과 기쁨을,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따뜻하고 속깊은 시와 글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수녀로서의 모습도, 그리고 딸로서의 모습도, 모두~~ 모두~~ 희망을 놓지 않고, 우리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희망을 이야기해 준다.  

이해인 수녀님의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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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의 공부 벌레들 - 조선 최고 두뇌들의 성균관 생활기
이한 지음 / 수막새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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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은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교육기관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는 조선시대에 미래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국립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성균관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기숙하면서 공부도 하고, 생활도 함께 하던 곳인 것이다.
이곳에는 거의 200명 가량의 유생들이 있었다고 하니, 성균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봄직도 하다.
또한, 정은궐의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통해서 잘금 4인방의 이야기가 인기를 끌면서 이 소설 속의 무대가 성균관이기에 과연 유생들이 저런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기에 조선 시대의 성균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도 많아 졌다는 생각이 든다.
반듯하기만 할 것같은 유생들의 생활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성균관의 공부벌레들'을 통해서 소개된다.

그런데, 의외로 그들은 지금의 학생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학생들인 것이다.
때론, 대리출석도 하고, 땡땡이도 치고, 스승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고, 스승들은 촌지를 받기도 하고...
정조때에 일어난 사건으로는 통독제 시험 후에 여기 저기에서 커닝페이퍼가 발견되고, 성적이 좋지 않았던 유생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가 하면, 성적이 좋았던 유생은 그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라고 하면 유교사상이 생활의 기반이 되던 시대인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의아심이 생기는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된다.
유생들에게 있어서 성균관의 생활은 수업이나 시험일정이 빡빡하고, 생활도 불편하였으며, 여기에서도 빈부의 차이에 따라서 식사와 생활이 달라질 수도 있었단다.
성균관의 식사와 생활이 불편하여 돈이 있는 집의 자제들은 근처에서 하숙도 하였다고 하니, 우리들이 생각하는 개념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책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조선의 과거제도는 성균관 유생들의 빛나는 목표이자, 조선시대 교육제도의 꽃이기도 하고, 유생들에게는 가시밭 지옥길과 같은 길이었다고 하는데, 이런 과거 시험을 볼 때도 우리들의 생각처럼 정숙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단다.
여기에서도 컨닝과 비리가 있었으며, 시험을 보는 중간에 술도 마실 수 있었다니, 그야말로 오합지졸의 일면도 있었는가보다.
성균관의 역사는 단순히 한 나라의 교육기관의 역사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제도라는 것은 일종의 그 나라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한 나라의 교육제도나 교육기관에 대한 것을 안다는 것은 그 나라를 알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성균관은 때론 패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의 한 가운데에 있기도 하였기에, 나중에는 성균관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성균관이 해야 할 일을 지방 향교나 서원이 대신하였으니, 지금으로 말하자면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교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는데, 공교육이 무너졌으니, 어떻게 보면 현재의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든다.  
'성균관의 공부벌레들'에는 재미있고, 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소개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현재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역사를 알면 그 속에서 지금의 상황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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