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폴란드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외 지음, 정병권.최성은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장바구니담기


문득 풍경 속에서 무언가가 변했음을 알았다. 이제 더이상 무관심할 수만은 없었다. 풍경 속에서 슬픔과 기쁨이 엇갈리는 게 느껴졌다. 스타시는 자신의 환상에 웃었다. 그러자 문득 놀랍게도 환희가 몰려 왔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며칠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남아 있는 나날들이 끝없는 영역으로 뻗어갈 것만 같았고, 저녁 무렵까지 불과 몇 시간 안 남은 그 시간이 영원을 향해 길게 연장되는 듯 느껴졌다. 자기에게 주어진 매 순간이 마치 그에게 허락된 귀한 선물처럼 소중하기만 했다.


-3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 - 2009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생각하는 책이 좋아 6
인그리드 로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월
장바구니담기


초능력을 잘 다스리면 아주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자신의 비법이. 지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아주 특별하게 빛나도록 해야 해. -148쪽

하지만 사고를 당하기 전과 똑같이 살 순 없었다. 사고든 초능력이든 아니면 첫 입맞춤이든, 인생살이라는 게 어차피 한 번 일어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 그걸 잊지 않고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뿐이다.

-2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장바구니담기


'창밖에 있는 창살을 보면 무척 마음이 놓인다. 창문을 열고 자도 괜찮다.(...) 사실 창살은 환자가 창문 너머로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워있는 곳은 삼층이다. 이곳에서 뛰어내린다고 정말 죽을까?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다 부질없는 것이다. 이런 병원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일찌감치 여기로 오는건데.... 그 누구도 못된 장난을 칠 수 없는 이곳으로.


-15쪽

우정이란 서서히 싹트는 것이다. 서로를 위해 옆에 있어 주면서 믿음과 함께 천천히 자라는 것이다. "우리 이제부터 친구야."라고 한다고 해서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 기분이 내키면 아무 때나 나무에서 딸 수 있는 과일쯤으로 아나?"

-97쪽

'메스꺼운 문자 메시지 한 통쯤은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지속적으로 굴욕적인 문자를 받는다면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더 심하게.... 이런 식의 정신적인 폭력은 소량의 독이 담긴 음식을 매일 먹는 것과 같다, 한두 번은 몸이 정화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독이 오랫동안 몸속에 쌓이면 나중에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

-242쪽

'나처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컴퓨터 켜는 것을 두려워하던 사람만이 내가 겪은 일을 이해하리라. 나는 영혼을 망가뜨리는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 우는 모습을 마음 놓고 보여주어도 괜찮은 사람이 없다면 누구든 끝장이다.'

-267쪽

'언뜻 보기에 이 사진들은 전에 올라왔던 것들보다 더 끔찍하지는 않았다. 안나와 내 사진을 합성한 것보다 더 교활하지도 않았다. 사진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소름끼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끔찍했던 것은, 그 아이들이 나의 마지막 은신처를 찾아내어 파괴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 아이들을 피해 달아날 곳은 이 세상에 한 군데도 없었다. 단 한군데도.... -27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품절


13세기 코카서스 지대에 진군했던 몽골군의 후예 칼무이크인은 아주 멀고 먼 친척 몽골을 뜨겁게 동경하고, 18세기에 러시아에 거주하던 독일인의 자손은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는 구소련을 버리고 속속 독일로 이주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현실은 오히려 '가까운 이웃은 먼 친척만 못한'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인이 흔히 말하는 "이웃은 이사가지만, 이웃 나라는 이사가지 않는다, 이웃나라는 선택할 수 없다."라는 표현은 썩 그럴듯해 보인다. -34쪽

물론 화려한 꽃다발에서 죽음의 기색을 읽어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홀로 되었을 때, 꽃다발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눈에는 보이지 않은 죽음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 허공으로서의 죽음, 혹은 영원성으로서의 죽음을 말이다. 그리고 삶의 가능성이 다 발현된 아름다움으로서의 죽음을. 장례식에서 꽃을 바치는 풍습은 죽음이 삶의 정점이며 완성이기도 하다는 사실의 비유는 아닐까. 참고로 덧붙이자면, 인류와 꽃의 관계에 대한 가장 오래된 흔적이 확인된 것은 아라크 북부의 샤니달 동굴이다. 6만 년 전의 구석기시대 지층에서 매장된 네안데르탈인이 발결되었는데, 거기에 수레국화와 톱풀과 접시꽃 등의 꽃이 바쳐져 있었던 것이다. 구석기 시대 사람이 구애의 징표로 꽃을 보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159쪽

이탈리아의 롬바르드 주를 친구와 여행한 때는 11월 하순이다. 완만한 기복을 이루는 초원 여기저기에서 양들이 갈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풀을 뜯어먹는 모습에 반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빨갛고 주황색을 띤 꽃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추위에 설마...' 하며 차를 세웠다. 꽃을 따서 향기로운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건 그렇고 가엾은 꽃이다. 수선화 비슷했지만, 좀 더 닮은 꽃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사프란이야, 가을 화초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양들이 낮 잠을 잘 때 편안히 꿈을 꿀 수 있게 꽃의 여신 플로라가 준 카펫이라고들 하지 -223쪽

기억력이 희미해져가는 인간은 얼마나 순수하고 맑아지는 것인가. 어머니를 관찰하면서 곰곰 그런 생각이 든다. 멋을 부리거나 뻗대는 것, 욕망과 원망에서 해방된 어머니는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한없이 상냥하다. "많이 힘드시죠?" 라고 주위 사람들이 동정을 표하지만, 어머니랑 살면서 내가 얻게 된 마음의 평온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24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