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생활속에 스며들다
조원용 지음 / 창의체험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니, 이렇게 깊은 뜻이~~~"
한때 이윤석과 서경석이 함께 하던 개그에 나오는 유행어이다.
내가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를 읽으면서 느낀 것을 한 줄의 글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흔히, '건축'하면 우리와는 좀 동떨어진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건물이든 건축사들에 의해서 설계되어 지는 것이니, 그냥 우린 지나가는 길에 멋진 건물이나, 특색있는 건물이 있으면 보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를 지탱해주는 '의식주'중의 '주'는 항상 우리곁에 있는 것이다. 현재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도 건축물이니까.
조금 움직여서 백화점에 가거나, 은행에 들리거나, 영화관이나 전시회장에 가더라도, 우린 '건축'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이 선뜻 읽으려고 하지 않는 책 중의 하나는 '건축' 관련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유럽의 건축관련 서적이나, 국내의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종종 읽어 왔기에 나에게는 낯설지 않은 책이라는 생각에 읽게 된 이 책.
과연,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국내외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감칠 맛나는 글솜씨로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생활 속에서 접해 왔지만,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건축에 담긴 이야기들을.

 
 

전시회장에 가서 전시실의 창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내 경우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는 63빌딩 꼭대기 층의 전시실에서 사진전을 관람한 적이 있다. 물론, 전시실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모습들이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멋있었지만, 창문너머 들어오는 측광이 전시된 사진들에 반사되어서 제대로 감상을 하기가 힘들었던 경우가 있다. 저자는 전시실의 창이 왜 태양광이 좋지만 인공조명을 사용하는지, 아니라면 왜 천창으로 태양광이 들어오게 하는가를 설명해 준다.
그렇다면 백화점 건물에는 왜 창이 없을까? 또 백화점은 왜 동선을 미로처럼 꾸며 놓을까?
주차장의 출입구는 어디에 두고 있을까?
주방의 냉장고 위치는 어떤 것을 고려해서 두어야 할까?
이런 아주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우리의 한옥 이야기, 친환경 주택 이야기, 장애인을 위한 건축, 어린이를 위한 건축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가 그동안 설계했고, 많은 칭찬을 받았던 건축들은 왜 그렇게 설계했는가를 알게 되면 건축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다.

 
건축은 건축가들마다 정의하는 바가 조금씩 틀리기는 하지만
건축은 흔히 술과 기술이 융합된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축은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건축은 문화의 근간으로서 행복을 담고 사랑을  엮어가는 아름다운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건축을 생각할 때는 공간과 함께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당시에 구조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건축가로서 건물의 붕괴가 그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강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그는 " 건축은 사랑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삼풍 백화점이 사랑으로 설계되었다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건축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건축가는 타고난 소질보다 중요한 것은 후천적 노력이라고 말한다.
건축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말해준다.

스케치능력 (건축가의 스케치는 미술가의 스케치와는 달리 간단한 그림과 기록이어야 한다.),줄자를 가지고 다녀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설계하고 그에 따른 삶을 디자인하는 것을 포함한다), 모형만들기, 계절에 따른 꽃과 나무 살펴보는 습관은 건축과 조경의 조화로움을 나타내기 위해서, 기본에 충실하기 위한 연필심 알기, 방향감각을 위한 지도와 나침반,여행을 떠나라 등을 이야기해준다



  

"'건축이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므로 건축가가 되려면 사람들 삶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는 것이다.


이렇듯 '건축'은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건축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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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나의 기차여행
카트린 쉐러 글.그림, 지영은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내용은 분홍 돼지 요한나가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 이야기를 그린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의 특색은 그림책 작가가 작품을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첫 장면은 작업실의 책상 위의 모습이다. 그림책 작가가 두 손을 올려놓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한 모습을 소묘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곤, 기다란 기차를 그리는 모습, 기차 속의 광경. 주인공 분홍 돼지 요한나가 혼자 기차 여행을 떠나려는 모습.....
그런데, 돼지의 모습이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평범한 분홍색 돼지에게 점을 찍어 볼까...
돼지는 화가 아줌마에게 말한다.


 

 
 

난 평범한 분홍색 돼지는 싫다고요.
아니, 아니! 이건 아니죠.
엉덩이는안 돼요.
차라리 여기에....
어깨 위에 점을 그리는 게 좋겠어요.
좋아요, 바로 그거에요!
회색에 파랑색을 좀 섞는 건 어떨까요? (책 속의 글 중에서)
이렇게 이 책의 주인공인 요한나는 화가 아줌마에게 이것 저것 그림의 방향을 지시해 준다.
자신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옷은 어떤 옷을 입을까.


터널을 통과하면 어떨까.


객실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은 싫은데, 다른 친구를 그려주면 어떨까.
그런데 누군가 들어오지요.

그런데, 어째서
객실에는 누구나 혼자 앉아 있는거죠?
내 객실에 누군가 들어오는 그림을 그려보면 어때요?  (책 속의 글 중에서
)


  

농담이겠죠!
다른 걸로 그려주세요. (책 속의 글 중에서)


 
 
이건 어때, 요한나? (책 속의 글 중에서)

이처럼 '요한나의 기차여행'은 그림작가가 자신이 작업하는 과정을 소묘형식의 그림을 통해서 주인공과 작가가 책의 내용과 이런 저런 상황들을 서로 의논하고 이야기해 가면서 한 편의 동화를 그려나가는 것이다.
어떤 그림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며,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기도 하는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한 편의 그림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엄마와 어린이가 함께 읽으면서 이 부분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이야기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요한나의 옷을 어떤 색으로 할까?"
"옷의 무늬는 어떤 무늬가 좋을까?"
" 요한나와 함께 기차여행을 할 친구는 누가 좋을까?" 하는 식으로~~
다음에 다시 읽을 때는 어린이 혼자 자신이 상상력을 동원해서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작가와 함께 그려나가는 그림책.
참 재미있고, 신선하고, 독특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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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씨의 나비효과 - 당신의 작은 날갯짓, 세상을 바꾸다 폰더씨 시리즈 3
앤디 앤드루스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나비효과'
지금은 누구나 수긍하는 이론이지만, 이 이론이 제시된 당시에는 도무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으며, 다만 흥미진진한 가설이기에 공상 과학 소설이나 만화책, 영화의 소재가 될 뿐이었다고 한다.


이 이론은 1963년에 에드워드 로렌츠가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공기 속의 문자들을 움직일 수 있고, 이것은 다시 대기중 다른 분자들을 움직이고, 이어 더 많은 분자들을 흔들어 놓아 - 결국 지구 반대편에서는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 (p6)
는 이론이다.


얼마전에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서 한 사람이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 탄소를 배출하게 되고, 그것은 남극의 빙하를 녹이고, 결국에는 몰디브가 물에 잠기게 되는 것임을 자각시켜주는 내용을 예능 프로그램다운 재치로 보여준 적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비효과'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을 것이다.
이런 '나비효과'를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등의 '폰더씨' 시리즈의 책을 펴냈던 '앤디 앤드루스'가 아주 작은 그림책 형식의 책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의 '폰더씨의 나비효과'는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와 '나비효과'를 접목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당신의 작은 날개짓, 세상을 바꾸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두 가지 사례를 들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남북전쟁 당시에 빈선트 대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군이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오!" (P12) 이 한 마디를 지키기 위한 체임벌린의 부대가 수차례의 전투에 의해서 총알마저 떨어진 상황에서 총검을 들고 새로 증강된 남군의 부대에 돌격을 가했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 왔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체임벌린의 이런 행동이 없었다면,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는 없었을 것이며, 미국은 여러 개의 국가로 분열되었을 것이며, 1940년대의 히틀러의 출현에 의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승리는 없었을 것이며, 지금의 미합중국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나비효과'를 인용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결론은 이렇듯 나의 작은 행동이 어떤 본보기가 될 수 있으며, 나 역시 '나비효과'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2004년 4월 2일 ABC 뉴스의 "이 주의 인물"에 소개된 91세의 남자인 '노먼 볼로그' 이야기이다.
수많은 세월 동안에, 이십억 명 이상의 목숨을 기근으로 부터 살린 인물인데, 과연 그것은 '노먼 블로그'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성과일까하는 이야기이다.


 

그가 옥수수와 밀을 교배한 성과는 당연히 그런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 과정을 되짚어 보게 되면 그것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 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 그 과정은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이렇듯이 우리 모두는 우리들이 하는 작은 행동들이 그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며, 모든 것들은 단순한 우연도 아니고, 운명의 장난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 누구나 내부에 이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나비효과'를 이해하고 수긍하듯이, '나비효과'는 과학적인 사실들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바로 인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곰곰히, 우리들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소한 일들까지도 생각해 보도록 해 보자. 거기에는 반드시 그 누군가의 언행이 작용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우리의 작은 언행들이 결국에는 또 다른 어떤 일들의 실마리가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생활해야 될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보통 책들보다도 더 작은 사이즈의 책. 그리고, 책의 내용도 그림책처럼 단순하게 느껴지는 책이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그 어떤 책보다도 더 값진 의미를 가지고 있는 책. 그건 '폰더씨의 나비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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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서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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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 소설의 화자인 소녀 유리코가 어느날 사라져 버린 오빠의 실종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웅의 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기이한 일들이 펼쳐지는 판타지 소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비밀스러운 책 속의 세계.

 
이야기의 발단은 유리코의 오빠인 히로키가 교실 안에서 왕따로 지내게 되는데, 이것은 담임 교사인 하타 선생님이 히로키를 '영웅인 척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은 학생의 본분을 모르는 행동이라는 생각에 학생들까지 부추겨서 히로키를 공격하게 만든다.   

그러나, 히로키는 여기에 맞서게 되고 자신을 따돌리는 학생들을 그대로 두는 선생님에게까지 맞서는 일종의 반란을 일으키면서 사건이 전개되게 된다. 
동생 유리코는 오빠를 찾고자 하는 마음에 안타까워하다가 오빠 방에서 낡은 책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책은 "네 오빠는 영웅에 홀려 버렸어"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 낡은 책 속의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그릇이 되어 버린 오빠 히로키.

히로키를 구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동생인 자신, 유리코라는 생각에.

인을 받을 수 있는 건 그릇이 된 희생자의 육친뿐, 그것도 어린아이에 한정되거든. (p25)

그리고, 유리코의 동반자들.
미치루, 아쥬, 애시, 소라....                    
유리코가 비밀스러운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그곳은 미지의 세계인 '헤이틀랜드'
그곳은 애시의 고향이기도 하고 유리코의 오빠가 휘말려들 사건의 나라.
지구본 위에서는 손끝으로 가려질 만큼 작은 나라. 150 년 동안 계속 내전, 내란이 계속되는 나라. 그런데, 그곳에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금기의 마법이 전설로 구전되어 오는 것이다.
'엘름의 비법'.


'엘름의 서'를 해독했지만 처형되어야만 했던 엘름과 오빠인 모리사키 히로키는 어떤 점에선가 많이 닮아 있었다.
그렇다면 오빠는 '영웅의 서'를 홀딱 빠져서....
영웅이 되기 위해서 헤이틀랜드로 떠난 것은 아닐까.
'인을 받은 자'인 유리가 헤이틀랜드에 왔으니 오빠를 만나고 함께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런데,또 다른 의외의 인물인 작은 할아버지인 '미노치 이치로'.
작은 할아버지는 또 왜 헤이틀랜드에 와 있는 것일까.
그는 '엘름의 서'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죽은 자까지 되살릴 수 있다는데....
오빠는 '영웅'에 씌었고, 최후의 그릇이 되었는데, 어떻게 오빠를 찾을 수 있을까.
유리코는 현실세계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진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석들.


오빠의 경우에 먼저 왕따가 되는 험한 꼴을 당했다고 해서 복수의 칼을 휘둘렸는데, 과연 그것은 정당화 될 수 있는 일일까.
인간세계에는 그래서 법이 존재하는데, 자신의 독단으로 벌을 내릴 수 있는 것일까.
오빠의 사건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영웅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서 진실과 거짓, 선함과 악함.
그리고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거짓은 거짓일 뿐이고, 거짓은 결국에는 죄일 수 밖에 없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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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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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책장을 덮는 내 마음은 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느낌이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여행이 아닌, 20세기초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투포와 로마, 그리고 미국의 뉴욕, 클리블랜드, 오하이오를.
그곳의 한가운데에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자유를 찾으려고, 사랑을 지키려고 허우적거리는 헐벗고 굶주린 이민자인 디아만테와 비타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Vita는 이탈리아어로 삶, 인생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자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 한층 이 단어가 나타내는 중의성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의 국민작가라고 할 수 있는 '멜라니아 마추코'가 자신의 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전설처럼 내려오는 집안의 이야기를 추적하면서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마추코' 가문의 가계도와 집안의 내력이 밝혀지게 되는 과정을 소설로 엮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의 할아버지인 '디아만테'와 여자 주인공 '비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물들이 실존인물인 것이다. 거기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마피아 '검은손'그리고 장례업자인 '본조르노 형제'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 역시 실존인물인 것이면 소설의 후반부에 디아만테에게 자선을 베풀어서 병원비를 내주는 '찰리 채플린'은 그당시 무명 유랑극단의 배우로 작품에 까메오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작가가 '마추코'집안의 내력을 추적하는 과정과 이 소설을 쓰게 되는 과정이 이야기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거기에 '다이'대위, 즉 '디아만테2세'의 소설 첫부분부터의 등장은 이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 주기도 한다.
1903년 4월 12일, 이탈리아에서 대서양을 거쳐서 미국에 도착한 한 척의 배에서 내리는 12살 디아만테와 그의 손을 꼭 잡은 소녀 비타. 이미 십여 년전에 하모니카 하나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하숙집과 가게를 운영하면서 뉴욕에서 살고 있는 투포 사람중에서는 가장 부유한 아넬로, 그는 비타의 아버지이며, 이탈리아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투포 사람들을 미국으로 건너 올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아넬로의 주선으로 단 돈 12달러를 들고 미국땅에 들어오는 디아만테에게 미국은 화려한 신기루의 나라가 아닌 가난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 땅인 것이다.
가난은 굴레가 아니던가.
맨해턴의 화려함이 아닌 세계 각지에서 도착한 이민자들로 들끊는 가난한 도시의 뒷골목, 그곳에는 거지, 도둑, 살인이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이민자들, 특히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초대받지 않은 외국인이자 달갑지 않은 이방인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겨운 것은 먼저 온 이탈리아 이민자들. 그리고 힘있는 이탈리아인들이 이들에게 행하는 폭력과 착취가 더 힘겨운 것이다.

이 힘겨운 곳에서 버티어 나가는 디아만테의 이야기가 너무도 안타깝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비타와의 엇갈리는 운명과 사랑이 애잔하게 느껴진다.
이 시대의 이탈리아 젊은이들에게는 미국은 환상의 나라였고, 친숙한 나라처럼느껴졌기에 그들은 돈을 벌어서 가족들을 부양하고자 하는 마음에 미국으로 향했지만 돌아온 것은 그 무엇이었는던가.....
디아만테가 뉴욕을 떠나기로 한 날에 비타와 함께 춘  축제의 춤.
그리고 우승의 순간.
바닷가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비타와 결혼을 하겠다고 다짐을 하곤 그녀의 곁을 떠나지만....


 
그 길은 디아만테에겐 더 힘겨운 워터보이의 길이었고, 4년동안 강제노역과 감옥 생활과 같은 삶 속에서 남은 것은 고작 30달러.
그리고, 도망쳐서 비타를 찾고, 사랑의 날을 보내지만 또다시 그녀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디아만테의 삶과 사랑.
이 소설의 내용은 시대의 순서가 약간 뒤바뀌어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뒤바뀐 순서때문에 나중에 나오는 내용들의 심리파악이 더 쉬워지기도 한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들 중에는
어느날 로마에 돌아와 살고 있는 디아만테를 찾아온 미군 대위 '다이'.
다이가 생각하던 디아만테는

그는 신비에 싸인 남자였고 부모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유령이었다. (...) 그는 실제 인물이면서 동시에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페르세 폴리스의 공주를 영원히 사랑했지만, 10년 만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녀를 떠난 궤린 메스키노처럼, 그리고 레프쉬 처럼 말이다. (p229)
뜻하지 않은 그의 방문에 '디아만테'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지만, 그가 누구인가를 어렵지 않게 짐작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번의 안타까운 만남은
오랜 세월이 흐른후, 로마까지 찾아온 비타와의 만남.

하지만 모든 것은 그들이 마시는 커피, 너무 진하고 씁쓸하고 추억처럼 먼지가 낀 커피와 함께 침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사람이 맞나? 이렇게 투명한 눈을 가진 이 남작 디아만테였나?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실물처럼 나타났던 그 소년이 맞나? 구명보트에서 그녀에게 와서 그녀를 꼭 안고 밤을 보냈던 그 소년인가? 다이아몬드는, 아주 귀하고 눈부시게 빛나고 유리를 자를 수 있기도 하지만 빛이 비칠 때에만 빛이 난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 가치도 없다. (p339)

그토록 잊지 못했던 사랑앞에 디아만테는 그녀와의 짧은 만남을 끝으로....


다이 대위앞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그리고 비타와 마지막 남은 생을 함께 하지도 못하는 디아만테의 마음이 쓸쓸하고 서글퍼 보인다.
마치 한 사람의 쓸쓸한 작은 뒷 모습을 보는 듯한 그런 마음이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추천의 말'들에서 찬사가 쏟아지는 글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 궁금증은 이 책을 몇 페이지 읽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거의 100 여년에 걸친 '마추코'집안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작가의 섬세하고 치밀한 구성과 문체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흥미롭게 그려진다.
그당시의 미국 사회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민자들의 고달프고 힘겨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그 이야기들에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바탕이 되면서 소설적 요소인 허구의 인물이 함께 하기도 하는 사실과 허구가 어우러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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