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0  ♡

 

     

 

'더글라스 케네디'는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0>로 인하여 독자들에게 충분히 그의 소설에 매혹될 수 있게 해 주었다. 월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변호사인 '밴 브래드 포드'. 그는 어릴 적에 할아버지의 콘도에서 뷰 파인더로 본 세상에 매료되어서 사진작가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가 된다. 인생에 있어서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 그의 인생을 험난한 길로 내몰게 된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완전한 범죄를 위하여, 은둔형 사진작가였기에 대중에게 그 모습이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의 삶을 살게 된다.

게리 서머스변신하여 사진작가로서 유명세를 타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고 사랑도 얻게 되지만, 그 삶 역시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게리 서머스를 교통사고로 죽게 만들고 또다시 얻은 새로운 삶인 앤드류 타벨 삶.

그러나, 세 사람의 삶을 거치며서도 '밴 브래드 포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하던 사진작가의 삶도 살아 보았고, 부와 명예도 잡아 보았지만, 그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식에 대한 사랑과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삶이 있었기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가지 못했던 노란 길을 그리워하면서, 그 길로 갔다면 지금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한다. 그래서 <빅 픽처>는 세 사람의 인생을 살아 갈 수 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삶을 통해성공과 몰락, 명예와 부, 사랑과 이별, 자녀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출간될 때마다 망설임없이 읽게 되는 것이다. 

 

♧   위험한 관계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1 ♧

 

 

작가가 남자임에도 주인공인 여성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도 잘 꿰뚫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은< 위험한 관계/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l 2011 >이다.

이미 유럽 독자들에게는 널리 사랑받는 작품인데, 이 책의 주인공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책 속에서 보여주는 심리묘사는 남자 작가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산후 우울증, 그에 따른 감정의 기복까지도 리얼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특히, 샐리(여자 주인공)가 결혼과 임신, 출산에서 겪는 우울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야기는 <보스턴 포스트>의 중동 동아프리카 전역 담당 기자인 샐리가 겪게 되는 결혼과 출산후의 남편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샐리는 소말리아 홍수를 취재가던 중에 영국 <크로니클> 카이로 특파원 토니를 만나게 되면서 급속히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들은 생각지도 않았던 임신에 의해서 결혼을 하게 되고, 토니가 <크로니클> 외신담당을 하게 되면서 영국으로 함께 가게 된다.
샐리는 유능한 워킹우먼이지만, 영국 <보스턴 포스트>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게 되고, 여기에 임신 중독증까지 걸리게 되면서 휴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난산에 의한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서 아들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되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이런 와중에 잠깐 형부의 죽음으로 미국에 간 사이에 토니의 잘 꾸며진 계략에 의해서 아들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한 법정공방전이 있게 되고, 샐리는 어디에선가 토니의 헛점을 찾아야만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며, 아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초반부에는 샐리의 남편에 대한 행동이나 출산 후의 행동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샐리와 토니는 30대 후반까지 독립적으로 살아오면서 자신의 직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결혼이 행복을 가져 오기는 힘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토니는 너무도 무심한 남편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아내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인물이다.
샐리 역시 오래전의 부모의 교통사고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자신의 아들이 태어나자 마자 혹시라도 잘 못 될 수도 있다는 자책감에 산후 우울증을 앓게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준비되지 않은 부부, 부모 역할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위기감이 감돈다.
그러나 더글라스 케네디가 어떤 작가이던가?
이야기는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로 끝을 맺지 않는다.
소설이 중반이후에 접어 들면서 아연실색할 정도의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남편 토니의 배신, 배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재력가 애인과의 계략으로 아들을 빼앗아가는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는 법정 소설 못지 않은 법정 공방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부부란 과연 "등돌리면 남남이다"라는 말을 뛰어 넘는 무서운 배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 토니에 대한 분노가 치솟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샐리와 토니의 사랑은 한 눈에 반한 운명적인 사랑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대책없는 바람둥이의 순간적인 사랑이었고, 순간적인 결혼 합의 였던 것이다.
임신 역시 예기치 않은 임신이었고, 그것은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없는 결혼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더 흥미로운 것은 샐리는 미국인으로서 결혼으로 인하여 영국에 거주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오는 영국과 미국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그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언어, 관습, 인간관계, 법적인 부분 들에서 뛰어 넘을 수 없는 문화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영국인 대 미국인", "영국사회 대 미국사회"의 대결구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토니와 샐리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 여자 대 남자 ", " 진실 대 거짓"이라는 상반된 대결구도까지 겹쳐지게 되는 것이다.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가 여행을 좋아하여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고, 그가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영국에서 주로 살았으며, 그의 소설이 프랑스인들에게 각광받기에 그런 모든 점들이 그의 소설 속에는 녹아 있는 것이다.

 

★ 모멘트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1 ★

 

<모멘트>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열 번째 소설이자,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세 번째 소설이다. 
역시 <모멘트>도 첫 장부터 빠르고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속도감이 붙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의 내용은 어디선가 읽었거나 드라마도 본 적이 있는  분단 한국의 현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소설이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날 수 없었던 이야기이지만, 1984년의 서베를린에서는 일어날 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통독이전인 1984년, 서베를린을 무대로 전개된다.
미국인 여행작가인 토마스는 서베를린에 있는 방송국 <라디오 리버티>에서 페트라를 만나는 순간에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한다. 페트라는 토마스의 원고를 번역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동베를린에서 추방당한 여자로 가슴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토마스 역시, 부모들의 원만하지 않은 결혼 생활에서 오는 불안감에서 언제든지 도망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여자와의 결혼이나 그밖의 선택의 순간에 있어서 결정을 못하고  어디론가 도망치게 된다. 그가 베를린에 오게 된 이유도 일종의 현실 도피였다. 
토마스와 페트라는 첫 만남 이후에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데, 토마스는 그들에게 닥친 위기의 순간에 페트라에게 변명의 말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그녀와의 사랑을 배신한다. 토마스는 그녀가 먼저 배신을 하였기에, 선택한 배신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상황은 그의 마음을 평생 어둡게 하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운명적 사랑을 했던 때로부터 25년이 지난 어느날 토마스에게 날아 온 페트라의 소포를 보게 되면서 그가 오래 전에 써두었던 소설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어서 페트라의 소포 속의 두 권의 노트를 읽는 것으로, 그리고 그후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전개된다.
" 소설이 소설이 아닐 때는? 작가의 체험담일테지,
설령 그 소설이 작가의 체험담이더라도 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경험아닌가. 그래, 내 이야기,
내 시각으로 그린 이야기, 그리고 이렇게 세월이 흐른 뒤에 내가 '지금의 나'로 있게 된 이유" (p35)

"우리는 언제나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운명을 조종하는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의 바람과 달리, 우리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조종한다. 아무리 끔찍한 비극과 맞닥뜨려도 우리는 그 비극에 걸려 넘어질 지 아니면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비극에 맞설지 피할지조 선택할 수 있다. " (p 574)
말하자면 소설 속의 소설인 액자소설과 소설 속의 편지글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모멘트>는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1984년이란 시대적 배경 속의 동베를린에 대해서 세심한 묘사 했다는 것이 더 흥미롭다.
잿빛의 도시였던 동베를린,
그리고 장벽을 사이에 둔 서베를린.
두 곳사이에 존재했던 비밀경찰이란 존재.
이중간첩이 될 수 밖에 없는 여인의 이야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은 '더글라스 케네디'가 1984년대에 동베를린을 갔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묘사는 당시의 동베를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작품은 2011년 신작이니, 그 시절, 그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1984년에 작가가 동베를린을 방문했었고, 어딘가에 그 기록을 남겨 두었다가 이제야 풀어 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니....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순간"이다.
순간의 선택을 해야 할 때에 항상 도망치고 달아났던 토마스를 통해서 선택의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모든 순간 순간이 모여 지금의 삶을 이루었다 !"는 것을....
"살다보면 행운을 만나는 순간도 있다는 것. 운명의 손길, 별의 기운, 신의 입김 등이 나를 위해 힘을 발휘할 때가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50)
페트라와의 마지막 날에 그는 왜 그녀에게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그는 그 때문에 평생을 페트라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페트라 역시 왜 운명적인 사랑 앞에서 결혼까지 결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지 못했을까?
그 순간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그리면서 살아갔는데....
그들에게서 그날의 일을, 그날의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삶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 순간으로 되돌아 가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들은 후회없는 삶을 살았을까? 
" 오랜 세월, 내가 남몰래 페트라를 그리워할 때, 아련한 추억을 떠올릴 때, 내 자신이 망가뜨리고 잃어버린 사랑에 안타까워할 때, 그녀의 해명을 끝내 묵살한 게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플 때....
오랜 세월, 페트라는 여전히 나를 사랑했고,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 (p558)
"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려 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p592)

<빅 픽처>는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신에 또다른 변신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로우면서도 읽은 후에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그에 비하여 <모멘트>는 결말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중간 중간  소설의 줄거리 보다는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들이 산재되어 있다.
그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가지게 해준다. 
삶에 있어서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어떤 행동을 했던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혹시 나도 토마스처럼 선택의 순간에 도망치고는 그 순간을 회피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힘겨워 하지는 않았던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 소설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운명적 사랑을 통해서 인생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기에 읽은 후에도 깊은 감동이 마음 속에 남게 된다. 

♤ 파리 5구의 여인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2 ♤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중에서 스릴러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으면서도 로맨스가 담겨 있고, 거기에 판타지 요소까지 가미된 소설은 <파리 5구의 여인> 이다.

책 표지 그림의 아름다운 여인의 머리에 꽂힌 것이 머리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소설 속 주인공이 노트북에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바로 이 그림 속에 <파리 5구의 여인>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해리 릭스.

'인생에 있어서 이처럼 처참하게 추락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한순간에 곤두박질을 치게 된다.  화학과 교수였던 그는 18살 제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단 한 번의 외도로 그의 명성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 것이다.

여제자의 거짓 임신, 그것을 악용한 대학 학장인 가드너 롭슨의 술수로 여제자는 자살을 하고, 해리는 사회적으로 매장이 되었다.

" 내 인생이 산산이 부서진 날, 나는 도망치듯 파리로 갔다. " (p. 5)

파리로 떠나 오게 된 해리는 가진 돈도 없으니, 파리 10구의 터키 이주민들이 사는 파라디스 가의 지저분한 쪽방에서 살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자신이 20 년전부터 쓰고 싶어 했던 소설을 쓰는 것이다.

그것만이 자신이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 '내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리리라'는 생각은 실패한 사람, 바닥까지 내려간 사람들이 흔히 내보이는 허망한 꿈일지도 모른다. 비록 바닥까지 추락했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하기보다는 소설로 마지막 기회를 부여잡고 싶었다. " (p. 67)

그러나, 해리의 생활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파라디스 가에서의 생활은 예의도, 도덕도 존재하지 않는 터키인들과의 갈등을 빚게 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야간 경비일을 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불법적인 일이 자행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상 속에서 잠깐 탈피하기 위해서 찾아 간 살롱에서 헝가리 국적의 여인 마지트를 만나게 된다.

오십대 후반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

그녀와의 1주일에 2번의 밀회에서 그들은 자신의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 사람에게는 절대로 치유될 수 없는 비극이 있다. 다만 슬픔을 떠안은 채 적당히 적응하면서 살아갈 뿐이리라. 그러면서 차츰 상실감을 품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리라. " (p. 189)

'완벽하게 순수한 선의에서 나오는 행동은 없다' 했던가...

 

살롱에서 그에게 다가왔던 파리 5구의 여인.

그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함정으로 들어가는 악마의 덫이었을까.

" 당신이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내가 당신 인생에 들어간거야" (p. 404)

 

해리 릭스를 둘러싸고 그를 힘들게 하였던 사람들은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사라진다.

그 누군가에 의해서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당하는 것이다.

살인의 끝은 어디일까?

해리 릭스는 그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차츰 흥미롭게 진행되고, 언젠가 본 스릴러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가 해리 릭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니 그의 머릿속의 생각들까지를 모두 읽어 내는 것이다.

 

" 마침내 쿠타르 형사가 말했다.

" 선생은 귀신에 씌었군요."

그렇다. 나는 정말로 귀신에 씌었다. " (p.420)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스릴러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라니....

해리는 죽기 전에는 그 악마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자살로 귀결될 것만 같은 그의 인생이 안스럽게 느껴진다.

 

<빅 픽처>의 마지막 부분처럼, 뒤돌아 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너무도 먼 길을 와 버린 그런 느낌이 마지막 문장을 통해서 느껴진다.

해리가 나락으로 한없이 굴러 떨어졌을 때에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준 일탈은 그의 발목을 잡는 악마의 덫이자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블랙 홀이 아니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내려 놓는 나의 손은 무겁다.

마음은 더 씁쓸하다. 깔끔하게 끝맺음이 되지 않은 상태의 결말은 주인공의 불행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행복의 추구 1,2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2  ▶

       

 <행복의 추구>는 1권, 2권으로 출간되었다. 그런데,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 중에 국내에서 출간된 책 중에 이 책만 읽지를 못했다.

 

◈ 템테이션 /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2 ◈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를 여러 권 읽다보니, 그의 작품 속에서 한 번쯤은 다루었던 소재와 주제가 거듭 나오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템테이션>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너무도 낯익은 이야기들에 '더글라스 케네디'가 주로 쓰던 장치들이 조금씩 변화를 주어서 다시 쓰여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상황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과 같은 성공,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승승장구,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팽겨지는 삶, 권태로운 결혼생활, 그리고 새로운 여자의 등장, 이혼, 이혼 후에 아이를 그리워 하는 부정, 아이를 만날 수 없게 되는 상황 등.... 그래서 또 그 이야기... 하는 순간,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책을 잡으면 놓을 수가 없구나 '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이 소설은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가 배경이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데이비드에게 시트콤 <샐링유>의 시나리오가 맡겨지게 되고, 시트콤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2부, 3부를 거듭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갈망하던 꿈이 이루어지면서 부와 명예는 뒤따르게 되고, 그와 함께 따라오는 것이 새로운 연인 샐리와의 사랑. 어려운 날들을 함께 했던 아내 루시와는 이혼하게 되고.

" 새로운 성취를 이루면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모든 걸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는 그 모든 것에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 (p. 121)

미국 8위 부자이자 한때 감독인 필립 플렉의 제안으로 그의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별장에서 즐거운 날들을 보내면서 자신의 무명시절의 시나리오를 개작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신문 칼럼에서 자신의 글이 표절이라는 기사가 뜨면서 그의 화려한 작가 인생은 끝이 나게 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진 플렉이 의도적으로 그의 작품들을 자신의 작품으로 둔갑시키고 데이비드를 추락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데이비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몰려오는 시련 속에서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성공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도 어렵고, 성공 후에 오는 추락은 재기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무명시절에 투덜거리면서도 묵묵히 곁에 있어 주었던 루시, 그러나 자신의 실패를 아는 순간 싸늘하게 변해 버리는 샐리, 그리고 플렉의 별장에서 만나게 된 플렉의 아내 마사.

세 여인과의 사랑은 각각 빛깔이었는데... 루시와의 결별은 후회를, 샐리와의 결별은 무감각을, 마사와의 결별은 아픔으로 남는다. 인생의 타이밍을 놓쳤기에 마사는 너무도 낭만적이지 않은 플렉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게 되는 너무도 낭만적인 사람인 것이다.

"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디에' 다다르기 위해 몇 년 동안 애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게 발 아래에 있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불현듯 낯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말 내가 어디에 다다르긴 한 것일까? 아니, 그저 중간 지점에 다다른 게 아닐까? 더 바랄 게 없을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또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건 아닐까? 종착지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겠나? 그런 생각들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하나였다.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나에게는 마사가 그런 사람이었다. " (p. p.446~447)

할리우드에서의 영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그 영광은 타인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또 그 영광을 차지한 사람은 또 타이에 의해서 끌어내려질 수도 있는 것이니,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은 한순간인 것이다.

인생에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 위기를 통해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수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이 행복과 불행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 갔던 성공, 그로 인한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

데이비드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서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사랑을 생각하게 해 준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의 전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책의 내용을 더욱 흥미롭게 해준다.

그동안 읽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중에 <빅 픽처>가 가장 사랑받는 책이라면 그 뒤를 이을 수 있는 소설이 <템테이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인생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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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처를 꽃으로 / 유안진 ㅣ 문예중앙

 

 

  1월에 새로 나온 에세이 중에는 시인의 산문집이 여러 권 보이네요. 시인이 시를 쓰는 짬짬이 일상 속에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쓴 글들을 모았습니다.

유안진 시인의 시를 좋아하기에 산문집도 기대가 됩니다.

1부: 사랑

2부: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

3부: 엄마라는 대지는 초록에서 진초록으로.

오늘의 소중한 조각들이 모여서 내일을 희망으로 만들어 줄 것같아요. 사랑, 이별, 가족, 삶...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는데, 아마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ㄴ다.

 

 

 

 

 

2. 희망을 걷다 / 박원순 ㅣ 하루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백두대간을 종주하신 49일간의 여정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시정을 보시기에도 바쁘실텐데, 언제 이곳을 가셨을까요.

만약, 설악산에서 더 올라갈 수 있었다면, 금강산을 지나 백두산까지 단숨에 다녀오셨을텐데.

그동안 박원순 시장이 쓴 몇 권의 책을 읽어 보았는데, 이 책은 그 책들과는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행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테니까요.

 

 

 

 

 

 

 

3. 오픈 샌드위치 / 데비 리 ㅣ 에이엠 스토리

 

샌드위치라는 단어만 보고 빵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네요, 북유럽 행복 레시피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인생의 여정을 샌드위치에 비유하였답니다.

그림도 참 예쁘네요. 이 그림은 을 그린 분이 그렸기 때문인지, 행복이 물씬 풍기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4.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 마디/ 정호승 ㅣ 비채

 

 또 시인이 쓴 산문집입니다. 정호승하면 시도 생각나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인 <항아지>, < 연인> ,<의자> 등이 떠오릅니다. 이 책 역시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을 듯합니다.

졸업시즌에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을 듯합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보다 책 한 권을 선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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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읽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알게 된 시리즈로는 가치창조(쉼>의 '번지는 ' 시리즈, 21세기 북스의 <일생에 한 번은> 시리즈, 알에치코리아의 < 100배 즐기기>, 혜지원의 <반하다>, 에디터의 <클로즈업> 그리고 시공사의 <소도시 여행> 등이 있다.

이 시리즈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 읽는 책들이기에 새로 출간되는 책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니 이런 책들은 여행을 갈 때에는 좋은 친구가 되는 책들이다. 그런데, <번짐>시리즈와 만나게 된 것은 크로아티아를 여행하고 싶은 맘에서 출발하였다.

동유럽을 여행하긴 했지만, 지금부터 십수 년전에 했기에 그당시만해도 동유럽을 여행간다고 하면 좀 위험한 나라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었던 때이다.

그래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를 이곳 저곳 돌아 보았다. 그러니 크로아티아나 루마니아, 불가리아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크로아티아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었는데, 눈에 뜨인 책이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였다. 잔잔하고 감성적인 글과 함께 번짐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수채화, 그리고 멋진 풍경 사진은 내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모은 책이 벌써 10권이 되었다. 이 시리즈는 11권까지 나왔는데, 그중에 프라하에 관한 책만 아직 갖추지를 못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처음에는 백승선, 변혜정이었지만,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 설렘이 번지는 파리감성여행><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은 백승선이, <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은 김현정이, 그리고 유럽을 너머 미국 뉴욕으로 가서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은 문지혁이 썼다.

몇 년간에 걸쳐서 <번지는>를 따라잡다 보니, 책 속의 수채화도 미세하게 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셀렘이 번지는 파리 지성여행>에는 수채화가 사라져 버렸다. 이 책에는 감성적인 글들보다는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여행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할까?

떠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 그들에게 여행은 어떤 빛깔일까?

그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 <번짐> 시리즈라고 생각된다.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 -2009년에 쓴 서평 중에서

크로아티아 !!

듣기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가보고 싶은 나라....

10년전에 동유럽을 여행할 때는 이 지역자체가 소련의 위성국가들이었기에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기우를 해야만 했다.

그당시 크로아티아는 여행지로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곳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과 맞서야 했던 곳이니 여행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전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크로아티아... 아드리아의 보석이라고 불리면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광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이 책은 다른 여행서와는 달리, 가는 방법도, 주요한 관광지의 정보도 상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지은이가 이곳을 여행하면서 찍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광의 사진들, 그리고 이 사진을 다시 펜화(?)로 그린 잔잔한 채색화, 그리고 아주 간단한 글들.....

그렇치만 어떤 긴 글의 설명보다도 이곳의 사진들이 크로아티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자극한다고나 할까?

 

두브로브니크. 플리트비체,스플리트, 자그레브의 네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이 소개된다.

책속의 짧은 글들이 많은 감동을 주고 눈부신 천혜의 풍관에 마음이 설레이는 그런 책이다.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중에서

" 미소가 번져 웃음이 되고

웃음이 번져 행복이 된다.

나의 미소와 당신의 웃음이

우리의 행복이 되는

여기,

달콤함이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번지는 곳,

벨기에"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 서평 중에서

불가리아, 은은한 장미향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하면 장미향수가 생각난다.
그리고 불가리아는 장수의 나라이니 요구르트도 생각이 난다.



번짐시리즈 세 번째 책이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이다.
그리 쉽게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 곳을 백승선, 변혜정은 여행을 하는 것이다.
번짐시리즈에서 이미 낯익어진 감성적인 글들. 운치있는 사진들, 수채화풍의 그림.
3가지를 모두 그대로 갖춘 책이지만, 식상하다는 생각보다는 반갑다는 생각이 더 드는 채이다.
이 책은 여행 정보지가 아닌, 여행길에 느낀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기에 더 정감이 간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길을 떠나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서평 중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수채화의 느낌이 백승선의 <번짐 시리즈>의 책 느낌과 같기에 출간될 때마다 구입하게 되는 책.

 

이 책들에 소개되는 도시나 나라가 독자들이 여행한 곳이라면 추억을 되새기면서,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라면 언젠가 가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아니, 읽는다는 표현보다는 본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짧은 글들과 함께 사진, 수채화가 돋보이는 책이다.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서평 중에서

내 기억 속의 폴란드는 언젠가 기억은 없지만, 교과서에 실렸던 퀴리부인의 일화에서부터 시작된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침략을 당한 뼈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에게 가장 큰 아픔을 당했던 나라.
바르샤바의 80%가 파괴되었고, 바르샤바 인구의 2/3인 65만명이 사망했으며,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나치의 수용소가 아직도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나라.
그리고, 폴란드는 퀴리, 코페르니쿠스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큰 인물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또한, 누구나 알고 있는 폴로네즈나 야상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한 쇼팽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여행자는 쇼팽의 심장이 숨쉬는 희망의 도시 바르샤바
비스와 강가의 서정적인 도시 토룬
난쟁이들과 숨바꼭질하는 곳 브로츠와프
중세의 숨결이 배어 있는 500년 고도 크라쿠프
그리고.... 아픔을 품은 슬픔의 장소 아우슈비츠
이야기한다.
바르샤바하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생각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선율은 쇼팽의 녹턴이 아닐까.
이 영화를 몇 번 보고는 녹턴에 빠져 버렸었던 때도 있다.
황량한 폐허의 도시 바르샤바. 그곳에서 홀로 남은 한 사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를 발견한 나치장교와의 음악으로의 교감.
영화 속 장면, 장면이 지금도 선할 정도로 완전히 <피아니스트>에 빠져 버렸었다.
그것은 다시는 그곳을 절대로 찾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졌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모습이 폴란드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내 가슴에 자리잡았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추억이 번지는 곳 유럽의 붉은 지붕> 서평 중에서

흘러간 날들에 유럽의 한 복판에서 붉은 지붕도 만났고, 잿빛 지붕도 만났고....

유럽의 각 도시의 붉은 지붕, 잿빛 지붕은 이 한 권의 책 속에 모두 다 모였다.

잿빛 지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건물마다 삐죽 삐죽 올라온 빨간 굴뚝이 특색이다.

건물의 방 갯수만큼 올라온 빨간 굴뚝이 잿빛 지붕과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이 책은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번짐시리즈>를 통해서 마주쳤던 익숙함이 더 강하다.

지붕들이 이 책의 주제인만큼, 책 속의 사진들의 눈높이는 붉은 지붕을 볼 수 있는 첨탑이나 언덕 등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들이다.

붉은 지붕, 잿빛 지붕은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또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사라예보의 붉은 지붕을 보면서 저자는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라는 책을 떠올린다.

나 역시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곳이다.

" 이런 풍광을 날마다 볼 수 있다면 아무리 걸어도 나의 여행은 지치지 않겠지" ( 책 속에서)

저자는 이 풍경 속에서 자신이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 골목 골목, 건물 사이를 흐르는 수로와 그 위로 수채화처럼 그림자처럼 비치는 오래된 건물. 그림 속 풍경같은 이곳에서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다. " (책 속에서)

그리고 떠남에 대해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 사람들은 누구나 어디론가 늘 떠나고 싶어한다. 일상에 지친 여행자는 낯선 풍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걷기만 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소박한 정답을 발견한다. " ( 책 속에서)

 

 

 

 

 

 

 

 

 

 

 

 

 

 

 

<설렘이 번지는 곳 파리지성여행> 서평 중에서

파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도시를 여행할 때에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문화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한다.

볼거리는 많으나 시간은 없으니, 훌륭한 예술품을 바로 눈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할 때의 그 마음.

대부분의 여행자는 파리에서도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다.

설렘의 장소이지만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곳들인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에는 38만점의 컬렉션이 있으나, 그 중에 1/10 인 3만 5천점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것도 하루종일 관람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작품들인 것이다.

" 거칠게 말하자면 루브르에는 '이렇게 그려야 해서' 그린 그림이, 오르세에는 '이렇게 그리고 싶어서 '그린 그림이 있다. 예술의 정의도, 방법론도 달라졌다. 둘 사이에 우열을 따질 수는 없다. 그저 세월이 흘렀고 시대와 기술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듯 예술도 그랬을 뿐이다. " (p. 255)

설렘이 번지는 파리감성여행>이 감성에세이라면 <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파리의 역사, 문화, 건축, 예술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파리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그동안 파리에 관한 여행서만도 수십 권을 읽었지만, 그 책들마다 특색이 있는 것은 역시 여행이란 여행자에 따라 그 도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여러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 같은 듯, 다른 파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렘이 번지는 파리감성여행> 서평 중에서

파리를 3번을 가도, 4번을 가도 언제나 에펠탑 아래에서 서성거린다는 저자를 따라서 파리를 여행한다.

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인 에펠탑은 파리의 어디에서도 우뚝 솟은 그 모습을 대할 수 있다.

아마도 에펠탑이 가장 멋있는 순간은 석양이 지면서 에펠탑에 점화가 되는 그 순간이 아닐까 한다.

에펠탑의 불이 하나 둘 켜지는 순간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은 탄성을 지른다.

그 모습을 센 강을 흐르는 유람선 위에서 보았던 그때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에펠탑을 가까이에서 볼 때의 철구조물의 모습은 나에겐 거대한 괴물처럼 다가왔지만, 멀리에서 보는 에펠탑은 운치가 있다.

센 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유람선에 앉아 있으면, 파리의 유명한 건축물도 만나게 되고, 강둑에 앉아서 사랑을 속삭이는 파리 시민의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세계 최대 박물관이라고 하는 루브르 박물관에는 약 40만 점 이상의 예술품이 소장되어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 보려면 하루가 다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예술품들은 경이롭기만 하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모나리자>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미술품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이다.

 

그 그림의 배경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림의 크기에 압도당하게 된다.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서평 중에서

현실세계가 아닌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건축물들이 가우디의 상상력과 천재성을 말해 주는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책에서 처음 보았던 때의 기억은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도 있었지만, 너무도 튀는 건축양식들 때문에 과연 이런 건축물이 도시의 다른 건축물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만약에 우리나라 어떤 도시에 이런 건축물이 들어선다면 대중들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어떻게 보면 스페인이기에 가능한 건축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타일을 그리도 좋아하는 가우디는 깨진 타일의 아름다움까지도 소화해 낼 수 있는 건축가이다. 자연을 꼭 닮은 그의 작품들, 푸른 지중해를, 햇살이 찬란하게 비치는 태양을, 뱀이나 카멜레온과 같은 동물을, 옥수수와 해초와 같은 식물을, 심지어는 해골까지도 그의 건축물을 빛나게 하는 소재들인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늘어 놓았던 여행책자들도 꼭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그 나라에 대해서, 그 도시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생각이 날때마다 읽곤 하는 책들이다.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서평 중에서

그러나, 뉴욕의 첫 인상은 그리 밝거나 희망적이 아닐 수도 있다.

지저분한 지하철 역, 거리의 쓰레기 더미, 홈리스의 눈빛.

아주 특별한 곳일 것이라는 생각은 한순간에 실망으로 변하기도 한다.

뉴욕을 처음 찾는 여행자들이 느끼게 되는 실망감은 며칠 그곳에 머물다 보면 슬며시 사라지고, 뉴욕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여행자가 많이 가는 곳, 거리의 찻집, 맛있는 음식점을 돌다 보면,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가 넘쳐 나는 것이다.

 

 

그래서 뉴욕은 이야기가 번지는 곳이 되는 것이다. 그곳에 내가 있고, 이야기가 있기에 아름다운 도시인 것이다.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은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문지혁의 여행 에세이이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기 직전인 2005년 1월에 훌쩍 뉴욕으로 떠난다. 180일간 미국 전역을 돌며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게 된다.

그가 미국을 가게 된 것은 구직과 사랑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함이었는데,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서 한국종합예술대학원 서사창작과에 입학하여 글을 쓰기 시작한다.

" 나는 오랜 꿈을 간직해 오던 작가의 길을 걸어 가겠다고 결심했다. 이제는 꿈을 '닮은' 현실이 아니라 꿈 자체를 좇아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 (책 속의 글 중에서)

 

<번짐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가 출간된 것은 2009년 5월이었고, 나는 이 책을 2009년 11월에 읽었다. 그리고 11번째 책이 출간될 때까지 1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그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한 권, 한 권의 서평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그 감정이 가슴에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나온 곳 중에 아직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스페인을 여행해 보지 못했다. 그곳들에 가게 된다면 다시 이 책을 꺼내서 읽고 가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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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3-01-2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라일락님..
저도 이 시리즈 좋아해서 다 가지고 있어요**
반갑고 또 글과 사진이 좋아서 읽고 인사남깁니다!
잘읽었어요^^

라일락 2013-01-22 00:19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책이 마치 수채화의 번짐 효과처럼 가슴에 잔잔하게 번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지요.
이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같은 책으로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반갑네요.

oren 2013-01-2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짐>시리즈가 무려 11권이나 나와 있었군요. 다음에 언젠가 이들 나라로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을 때 꼭 이 책들을 사서 들고 다니며 읽고 싶네요.
2년 쯤 전에 제가 잠시 만났던 어떤 분은 '불가리아'에서 직접 가져온 '아주 특별한 와인'을 꺼내 놓고 '불가리아'에 관한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를 침이 넘어가도록 들려주시던 기억도 납니다.(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불가리아 명예대사쯤 되시는 것 같더라구요.)

라일락 2013-01-22 00:21   좋아요 0 | URL
아마도 앞으로도 시리즈가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유럽에서 그칠 줄 알았는데,바다 건너 뉴욕까지 갔네요.
처음에는 저자가 같았는데, 지금은 각 책마다 저자가 달라지네요.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러브캣 2013-02-1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이 모았어요 ㅎㅎ 볼수록만족하는 시리즈지요

라일락 2013-02-19 07:44   좋아요 0 | URL
아직 1권을 못 모았습니다. 프라하인데, 그 책도 곧 구입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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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에 읽고 싶은 책

1.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이지상 / 중앙북스

  이지상은  <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를 통해서 알게 된 여행 작가이다. 프라하의 황금소로에 대한 추억을 기대하면서 읽었던 책이기에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그의 신간 서적은 꼼꼼하게 챙겨 읽는 편이다.

잔잔한 여행의 감상이 좋아서 이번에도 이 책을 선택해 본다.

여행길은 낯설고 셀레지만 그것이 여행의 멋이 아닐까.

 

 

 

 

 

 

 

 

 

2. 나의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 /윤형주 / 삼인

학창시절 윤형주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다. 특히 '웨딩 케잌'을 들으면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했는데, 그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세시봉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윤형주의 모습을 보면서 연륜이 쌓인 가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윤형주의 노래, 인생, 가족 이야기를 듣고 싶다.

 

 

 

 

 

 

 

 

 

3. 나무심는 여자 / 샬럿 길 ㅣ 굿모닝 미디어

 이 책을 보는 순간 '장 지오노'가 생각났다. 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었다. 몇 번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찾아 오는 그 감동.

<나무 심는 여자>도 그와 유사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또 다른 감동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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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에는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비단 올해만이 아닌,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이다.

오래전, 사회초년생이었을 때 언니처럼 이것 저것 가르쳐주고 보살펴 보았던 K 선생님이 생각난다.

특히 K 선생님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소설을 읽을 때면 한 번쯤 떠오르는 분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소읍에 위치한 중학교 사회교사로 부임하였다. 서울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었지만, 고속버스를 타고 1시간쯤 가서 시외버스로 15분 가량을, 그리고 걸어서 약 15분 가량을 더 들어가면 아주 예쁜 학교가 있었다.

철따라 아름다운 꽃들이 울긋불긋 수를 놓는 그런 학교였다.

K 선생님은 내 옆자리에 앉으신 음악 선생님이었는데, 취학전의 아들과 딸, 그리고 시어머니와 함께 학교 사택에 살고 계셨다. 남편은 미국에 계셨기에 가족들과 서로 떨어져 살고 있었다. 나는 출퇴근길에 읽기 위해서 집 앞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책을 사서 읽곤 했다. 그중에는 최인호, 한수산, 박범신, 김홍신 등의 소설책도 있었는데, 당시 출간만 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인기 작가들의 소설책이었다.

K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한수산의 소설을 특히 좋아하셨는데, 그런 소설을 읽으실 때는 소녀적 감성에 젖으시곤 하셨다.

서울에 살고 있던 나는 신간서적을 비교적 빨리 구입할 수 있었기에 그런 인기 소설들은 내가 먼저 읽고 그 선생님에게 빌려 드리곤 했다.

그래서 K 선생님은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셨고, 같이 읽은 책들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2년인가, 3년인가를 같이 근무하고 선생님은 자녀들을 데리고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떠나셨다. 그후에 한 번 서울에 오실 기회가 있어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벌써 아들은 중학생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지금은 사회인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이런 오래전 추억에 잠겨서 K 선생님과 읽고 싶은 소설 5권을 골라 보았다.

한수산 작가의 소설이 담겨 있다면 좋았겠지만, 작가는 필화사건이후에 글을 접으셨다가, <용서를 위하여/ 해냄 ㅣ 2010>란 장편소설을 쓰셨지만, 여기에서는 '문학동네' 소설 5권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 '한강'의 <희랍어시간>, '김훈'의 < 내 젊은 날의 숲>,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그리고 '박완서'의 <기나긴 하루>이다.

이 5권의 소설 중에 K 선생님의 독서 취향과도 맞아 떨어지는 책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박완서' 작가나 '황석영' 작가의 책들은 그때도 함께 읽었던 책들이기에 버킷 리스트에 담아 보았다.

'박완서'의 <기나긴 하루 / 문학동네 ㅣ 2012>

'박완서'소설 중에 <나목>,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오만과 몽상>등은 선생님과 함께 읽었던 작품들이다. 그래서 '박완서'작가의 마지막 소설집인 <기나긴 하루>를 추천해 드리고 싶다.

작가는 1970년,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등단하여 40 여년이란 긴 세월을 작가로 살아 왔다. 떠나는 그날까지도 작가로 남겠노라고 말씀하셨으니, 말년까지도 작품 활동을 게을리 하시지 않으셧다.

작가는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녀의 소설이나 에세이에는 한국전쟁이 가져온 불행한 오빠의 죽음, 그리고 작가 어머니의 유난스러운 교육열, 그리고 남편과 아들과의 사별.에서 온 상실감과 허무감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래서 박완서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새롭다는 생각보다는 '또 이 이야기가 등장하네!' 하는 식상함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얼마나 가슴에 사무쳤으면 이리도 우려 내고 우려내도 또 그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도 박완서의 작품들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녀의 작품 속의 이야기는 평소 우리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고, 등장인물들도 우리 주변의 인물들, 때론 거부감이 들 정도로 속물스러운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이 속마음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거침없이 작품 속에 담아 낸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작가는 독자들의 시각으로는 파헤치지 못했던 상황과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박완서가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가의 필치는 얼마나 날렵하던가, 그러니, 그녀의 작품을 아니 읽을 수 없는 것이다.

박완서가 세상을 떠난 후에 출간된 <기나긴 하루>에는 단편 소설 6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 3편은 문예지를 통해서 발표는 되었지만, 책으로 묶여지지 않았던 소설이고, 나머지 3편은 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신경숙, 김애란이 추천하는 소설이다.

그중의 <빨갱이 바이러스>는 역시 박완서의 단골 소재인 한국전쟁, 빨갱이가 등장한다.

우연히 만난 세 여인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들은 언제 다시 만날 사람들이 아니기에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 속에 숨겨졌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것이다.

엄청난 이야기 속에는 박완서가 그리도 치명적으로 생각했던 빨갱이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짧은 소설 속에도 녹아 있는 빨갱이 바이러스는 그녀가 평생을 짊어지고 살았을 바이러스임을 자각하게 된다. 또다른 이야기인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그동안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다루었던 여자들의 심리 묘사가 기막히게 잘 표현되어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딸과 친정어머니.... 며느리 입장일 때와 딸 입장일 때가 다르고, 시어머니일 때와 친정 어머니입장일 때가 다른 것이 여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딸이면서 며느리, 시어머니이면서 친정어머니라면 누구나 느꼈을 그런 소통에 관련된 이야기가 잘 표현되어 있어서 여자들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소설이다.

'신경숙'은 자신의 소설인 <모르는 여인들>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데,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도 역시 소통할 수 있는 입장과 소통이 단절되었을 때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해 준다.

이 책 속에 3편의 추천작 중에 작가 '신경숙'이 추천하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1993년작품>은 아마도 박완서의 작품 중에서도 독자들에게 많이 읽힌 소설일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아들을 잃은 후에 그 아픔으로 집필을 하지 못하다가 그 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질투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줄 때는 가슴이 찡해짐을 느끼게 된다.

박완서는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다정다감한 듯하면서도 때론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호되게 꾸짖기도 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작가이기에 우리들의 어머니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반하여 오래전부터 작가들의 작품을 따라 읽었기에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는 작가로는 신경숙 작가와 황석영 작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두 작가의 작품은 세월을 뛰어 넘어 언제든지 책이 출간되면 서둘러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 문학동네 ㅣ 2011>

신경숙의 작품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기에 너무도 익숙하다. <모르는 여인들>은 그동안 작가가 침울하거나 혼란스러울 때마다 써 두었던 단편 소설 7편이 실려 있다. 장편소설은 장편소설대로의 느낌이 있고, 단편소설은 단편소설대로의 느낌이 있다.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은 짧은 호흡으로 읽어내려가기는 하지만 읽은 후의 여운은 장편소설보다 더 길게 남는 소설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린 어쩌면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닐까 !'

하기야, 내가 나를 잘 모르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나를 알 수 있겠는가?

우리는 소통의 단절, 소통의 부재 속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았던가?

또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다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입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단절, 서로가 이해를 하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오는 불통이 아닐까 한다.

7편의 단편 중에 <세상끝에서의 신발>,< 어두워진 후에>,< 모르는 여인들>에는 신발, 맨발 등이 등장한다. 삶의 가장 내밀하면서도 누추한 것이 맨발, 신발이 아니던가? 자신의 무게를 짊어진 그 부분들을 이야기함으로써 관계맺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경숙의 소설에는 맛깔스러운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여자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면서 봄나물을 맛깔스럽게 무쳐 놓았는다. 그 나물 무치는 과정을 설명해 주면서 기다림을, 무쳐 놓은 나물의 색이 추하게 변색해 감을 통해 연인들의 결별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처럼 신경숙은 음식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사랑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내가 K 선생님에게서 느꼈던 그 마음을 보는 듯하다.

내 추억 속의 그때는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었던 때이다. 교사들도 교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K 선생님의 시어머니는 선생님을 위해서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싸 주셨는데, 보통 도시락이 아니었다.

점심 시간에 맞추어서 따뜻한 도시락을 가져다 주셨는데, 큰 찬합에는 가지 가지 반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선생님들은 그 도시락을 선망의 눈초리로 쳐다보셨다. 가까이 앉은 교사들끼리 나누어 먹던 점심 도시락.

그중에서도 여름날이면 밭에서 딴 호박으로 부쳐낸 호박전, 겨울이면 김치전, 때에 따라 잡채를 비롯한 별미 반찬.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면서 음식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그 선생님이 내밀던 맛있는 음식들을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그 따뜻했던 선생님의 손길을....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내가 신경숙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상 속의 묘사가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없는 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묘사하는 관찰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작품 속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같으면서도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항상 내 말만 들어주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마음이나 아픔보다는 나의 마음을 더 드러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선을 넘게 되면 그때는 상대방과의 소통보다는 입을 닫아 버리고 체념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속의 주인공들도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소통의 단절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통의 단절 속에서 서로 무관심하게 살아가다가 어느날, 어느 사건을 계기로 그때서야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

이 7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가족을, 그리고 우리 주변의 내가 아는 그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아프면 아프다고, 마음이 울적하면 울적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 황석영'의 < 낯익은 세상 / 문학동네 ㅣ 2011>

황석영의 소설로는 <삼포가는 길>이 그즈음에 읽었던 소설이다. 그후에는 <오래된 정원>, <모랫말 아이들>을, 그리고 최근의 작품으로는 <개밥바리기별>, <바리데기>, <강남몽>을 읽었다.

<모랫말 아이들>, <개밥바라기별>, <바리데기>,<낯익은 세상>들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낯익은 세상>의 장소적 배경인 쓰레기 처리장인 꽃섬.
작가는 이 소설의 배경을
"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매우 낯익은 세상이다. 지옥 또는 천국처럼 낯선 것이 아니라 너무도 일상적으로 낯익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이다." (p234- 작가의 말 중에서)
" 내가 도시 외곽의 쓰레기장에 주목한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 (p235- 작가의 말 중에서)
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이런 마음을 알기 전에는 이 소설의 배경이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작가의 배경 설명으로 낯익은 세상이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다가 필요없어서 버린 물건들이 뒹글어 다니는 쓰레기 하치장의 모습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일반인들에게는 쓰레기같은 (?)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도 쓰레기 하치장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기에 조금은 낯익은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들에게는 멀고 낯선 세상이 바로 낯익은 세상인 것이다.
꽃섬에서 만나게 되는 두 소년 딱부리와 땜통.
산동네에 살다가 엄마와 함께 쓰레기차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처럼 꽃섬에 흘러 들어오게 된 딱부리.
그리고, 쓰레기 하치장의 반장인 아수라의 아들인 땜통.
이 두 소년은 더럽고 삭막한 이 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고, 거기에 도깨비와 같은 김서방네 꼬마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무르익게 된다.
<개밥바라기별>이 성장소설인 것처럼, <낯익은 세상>도 딱부리와 땜통의 성장소설인 것이다.
꽃섬을 벗어나면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서 나는 냄새때문에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소년들이지만 두 소년에게는 그들만의 일상이 있고, 그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가장 가난한 곳이지만 가장 풍요로운 곳이 꽃섬일 수도 있으며, 그 꽃섬에서 살기에 다른 소년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작품에 소외된 곳의 이야기를 담아 냈듯이 이번에도 꽃섬에서 맑고 고귀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내는 것이다.

내 추억 속의 작은 시골 중학교의 학생들을 지금도 가끔씩 생각한다. 도시락을 못 싸오던 아이, 공납금을 못내던 아이, 고등학교 입학을 할 수 없었던 아이...

그런 가난한 아이들을 보아 왔기에 <낯익은 세상>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가는 것이다. 물론, 꽃섬처럼 쓰레기 처리장은 아니었지만, 가난이 얼마나 뼛 속 깊이 스며드는 아픔이었는가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 주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 아이들, 보고싶다~~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문학동네 ㅣ 2010>

만약, K 선생님이 '김훈' 작가의 소설을 읽는다면 <칼의 노래>, <남한산성>보다는 <내 젊은 날의 숲>을 좋아하실 것 같다. 그만큼 순수하고 맑은 분이시기에.

나는 역사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칼의 노래>,< 남한산성>을 읽었지만, 이 소설들은 역사 속의 인물들의 영웅적인 모습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가지게 되는 인간적 고뇌와 번민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의 새로운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그렇지만, 나도 '김훈'의 소설 중에는 <내 젊은 날의 숲>을 훨씬 더 좋아한다.

소설 속의 한 문장, 한 문장은 아주 아름답다. 그 문장들이 모여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청정지역과 같은 소설을 만들어 낸다. 자연과 합일을 이룰 정도로 세밀하고도 날카로운 관찰이 토대가 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다.

이 소설은 한 권의 에세이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문장 문장이 가슴에 와서 꽂힌다. 그 어떤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쓰여져야 할 내용이 적확하게 씌여졌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허세에 찬 할아버지에서 안요한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을, 아니 겨울을 닮은 것처럼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서로가 잘못 얽힌 관계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한 것처럼....

그러나, 그 외로움의 색깔은 각각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그 외로움을 나타내는 방법도 다른 것이다. 아니, 인간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외로운 존재들이기에 이렇게 자연의 묘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김중위가 내민 명함 한 장. 그것은 또 다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가방 속에 오래도록 담겨 있다가 정리되는 한낱 종이일 수도 있다는....

화자인 연주에게 '젊은 날의 숲'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숲의 자연 속에서, 그리고 또다른 인연들과의 관계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그 무엇을 얻을까. 아니면, 그 이전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가. 독자들은 그들의 수준에서, 그들의 시각에서 나름대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주인공인 연주의 ' 내 젊은 날의 숲'이라기 보다는 약 1년 여의 시간을 전국 방방곡곡의 숲을 벗삼아 다닌 김훈 자신의 '내 젊은 날의 숲'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책 속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아직도 '쟁쟁쟁' 울린다.

' 한강'의 <희랍어 시간 / 문학동네 ㅣ 2011>

'한강'은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그녀는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눈물상자>를 비롯한 동화와 소설은 그이후에 읽게 된 작품들이다.

그만큼 <희랍어 시간>이 준 감동이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강의 글은 어떤 작가의 글에서도 느낄 수 없는 평범하지 않은 문체가 돋보였고, 어떤 문장들은 마치 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성적이었다.

이 소설은 내용도, 주인공도 평범하지 않다. 인문학 아카데미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남자와 여자.

희랍어, 그것은 오래 전에 죽은 말, 구어(口語)로 소통할 수 있는 말이다. 두 사람은 신체적으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시력을 잃어가는 것은 운명적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고, 여자가 말을 잃어 가게 된 것은 마음의 상처가 가져다 준 의지적인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마음에 큰 멍울이 한가득 차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왜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을까.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은 지금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 보다는 그들의 지난 날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게 된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는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났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그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들은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도 어떤 공감을 느끼지도 않았었다.

그들에게는 흘러가 버린 시간들, 지나간 세월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흔적들은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어느날 두사람이 새의 출현으로 겪게 되는 장면들에서 그들은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게 되고, 서로가 상대방의 모습에서 서로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게 되고, 그것이 새로운 인연의 기쁨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3인칭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남자와 여자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옥같은 5편의 소설.

혼자 읽기보다는 함께 읽으면 훨씬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책들.

K 선생님은 아직도 열심히 책을 읽으실 것이다. 미국에서도 한국 소설을 구입할 수는 있으니, 우리나라 소설을 꾸준히 읽으시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내 마음이 담긴 이 5권의 소설책을 선물로 드리고, 그 감동을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과의 연락은 이미 끊어졌다. 지금도 민구와 정화라는 아들과 딸의 이름 석 자를 알고 있는데...

선생님, 보고 싶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고, 그 감동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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