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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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이옥과 박지원의 글이 정갈하지 못하다하여 분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펼치신 정책이 문체반정, 문체를 바로 세우자 ( 노론 어쩌구 정치와 역사는 ㅠㅠㅎㅎ. )
이옥의 < 시장> 이란 글을 보면 시장에 가는 이들의 모습이 재미있게 묘사되어있지만, 그냥 사람들이 장에 갔다고 하면 되지 뭐가 이리 쓸데없이 기냐고 역정을 내셨다는데, 혹시 이 구역의 끝판왕을 만난다면?
프루스트를 읽는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삐죽 나온다. 불같이 화를 내며 귀향을 보낼까 아니면 곱씹다보면 느껴지는 매력에 빠지게 될까.
내가 진짜 현실에서 저녁밥 먹는 속도보다 더 긴 호흡으로 저녁시간을 묘사하는 이 애증의 책, 그런데 왜 주섬주섬 2권을 찾게 되는거지?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봐도 표지만 다른 1편이 두 권이다. 급우울하다가도 까짓것 커피 두 잔이면 책이 한 권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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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6-03 1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과장 아주 조금 보태어 열번 도전했다가 읽기 포기했습니다. 이 책 어떤 부분에 매력 있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

mini74 2021-06-03 19:06   좋아요 5 | URL
저도 한 열번쯤 ㅎㅎ 이제 1권 완독. 매력이라하면 어린 주인공의 그 찌질함과 엄마에 대한 애증과 그 동네 아줌마들의 관음증 등 제 맘대로 해석하며 읽고 있습니다. 읽다보니 마치 인물들의 감정이 해부되고 사방으로 엑스레이 찍혀 눈 앞에 보이는 느낌. 읽는게 아니라 돋보기 들고 윌리를 찾아라! 미션을 해결하는 마음으로 ㅎㅎ 아직 1권밖엔 읽지 못해서 ㅠㅠ 2권에선 다시 포기하고 책장을 부여잡고 울지도 모릅니다 ㅎㅎ 새파랑님 리뷰 보며 힘 내서 읽었어요 ㅎㅎ

새파랑 2021-06-03 1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태형을 당했을수도 ㅎㅎ저도 1권이 두권 있어요^^ 치킨 한마리 안먹었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mini74 2021-06-03 19:12   좋아요 4 | URL
태형은 너무 약합니다 ㅎㅎ

미미 2021-06-03 19: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3권을 읽어본 결과 반드시 사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옵니다!!ㅋㅋㅋ

mini74 2021-06-03 19:49   좋아요 5 | URL
태장도유사! 사형에도 여러방법이 있사옵니다 . 사약은 너무 쉽게 보내는줄 아뢰오 ~ ㅎㅎ

scott 2021-06-04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르셀에게 기억을 소환하는 ‘냄새‘가 콱! 막혔다면 ‘관음증‘이 시들했을지도 ㅎㅎ

태형- 사형
넘 잔인함 ʕ→ᴥ←ʔ
 

미지가 콩브레에서 보낸 나날과 멀리 떨어져 보다 최근 날들과 연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오랫동안 기억 밖으로내던져진 추억들로부터 아무것도 살아남지 않아, 모든 것이다 붕괴되어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형태는 ㅡ 그리고엄격하고도 경건한 주름 아래 그토록 풍만하고 관능적인 제과점의 작은 조가비 모양은 — 이제 파괴되고 잠이 들어 의식에 합류할 수 있는 팽창력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아주 오랜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존재의 죽음과 사물의 파괴 후에도, 연약하지만 보다 생생하고, 비물질적이지만 보다 집요하고 보다 충실한 냄새와 맛은, 오랫동안 영혼처럼 살아남아 다른 모든 것의 폐허 위에서 회상하고 기다리고희망하며, 거의 만질 수 없는 미세한 물방울 위에서 추억의 거대한 건축물을 꿋꿋이 떠받치고 있다.
그것이 레오니 아주머니가 주던 보리수차에 적신 마들렌조각의 맛이라는 것을 깨닫자마자(그 추억이 왜 나를 그렇게 행복하게 했는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고, 그 이유를 알아내는 일도 훨씬 후로 미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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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이세진 / 청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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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이 책은 일기형식이다. 프랑스의 시골에 사는 할머니 잔이 아흔살을 맞아 쓰기 시작한 시작을 위한 일기가 아니라, 마무리를 위한 일기.

우울과 쓸쓸함보다는 노년의 삶에 대한 잔잔함이 담겨 있다.

정원의 꽃과 채소들, 그리고 이웃들, 친구들.

남편도 먼저 가 버렸다. 친구들과 이웃들도 하나 둘 요양원으로 혹은 있다면 더 좋을 하늘이라는 곳으로 간다.

하느님을 만나면 좋겠지만, 못 만나더라도 그것으로도 좋다. 길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으니.



잔은 우리네 할머니와도 닮았다. 전쟁을 겪었고, 새로운 것엔 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귀찮고 힘들지만 손자들과 자식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쟁인다.

미래보단 과거가 더 많이 섞여 있는 삶 속에서, 깨어 있음보단 잠듦이 더 편한 삶 속에서도 숲 길을 걷고, 소박하고 검소하게, 남들에게 기대기보단 타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로 남고 싶어한다.



소소한 청소며 화단 가꾸기, 가까운 병원에 가거나 조금 먼 곳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몇 번을 와 본 길을 운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다 결국은 시골의 작은 집에 고립되어 살아 갈 것이 두렵지만, 그래도 아침에 부는 바람과 햇살이, 따스한 차 한 잔과 흙냄새가 싫지 않다.

평탄하게 살아왔음에 감사하며, 가진 것에 만족하는 잔 할머니의 노년모습은, 당연히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할머니가 소원하는 것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매가 싸우지 않기를,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길 그 욕심 하나.



내 모습을 보기도 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던 것들에 화가 난다. 각종 생활용품에 붙어 있는 손톱만한 스티커와 깨알 같은 글씨들은 결국 돋보기나 휴대폰의 확대기능을 통해서 보게 된다. 매번 사용법대로 왜 사용하지 않냐고 엄마를 답답해 했는데, 어쩌면 눈이 빠질 듯 사용법을 보고 있노라면 에라이, 대강 사용하자며 입에서 욕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것이 정신건강엔 또 더 나을 수도.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 받아들이며 남은 삶들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책이다.

온갖 것들이 가득 찬 내 주변을 보며 문득, 가져갈 수 있는 건 추억뿐인걸, 그 순간 순간 느꼈던 행복의 기억도 결국은 모두 흘려버리는 것,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



이집트에선 죽은 사람의 심장과 마아트의 깃털 하나를 저울에 재 본다고 한다.( 심장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암마트란 이름의 괴물이 죽은 자의 심장을 먹어버리고, 결국 죽은 자는 그저 무의 상태로 돌아간다. 평형을 이루면 부활을 하게 된다. ) 내가 재 보고 싶은 것은 심장도 깃털도 아닌, 추억의 무게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아쉬운 일들보다, 그래도 즐거웠고 사랑했던 기억이 더 많기를.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 힘든 노년의 어느 햇살 좋은 날,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길 바란다.



( 체리파이를 만들려다가 체리토마토파이를 만들어서 망치게 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

어쩌면 떠나간 사람은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사람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저 멀리 어딘가에 그 사람이있는 것 같은데 아주 멀지만은 않은지도 모른다. 우리도 차례가 오면 그 사람에게로 갈 것이다. 그래서 죽을 날이 가까운 만큼 사별은 덜 슬픈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진즉에 그 길에 들어섰고 그 사람은 단지 조금 앞서갔을 뿐이기에..

마지막으로, 오솔길이나 숲으로 산책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자갈 깔린 마당에서 잡초를 뽑아야지, 테라스 포석(鏞石)사이로 돋아난 이끼를 긁어내야지, 여름에는 저녁마다 의자에앉은 채로 물이 새는 초록색 호스로 화단에 물도 줘야 한다.
사실 내가 유일하게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나 혼자 있을때가 아니라 지루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다. 평소에는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이 그럴 때만 축축 늘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모를까,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겨울은 혹독하다. 걸음의 속도도 늦춰야 하고, 오래 걷지도못한다. 톱니바퀴는 뻑뻑해지고 관절은 시큰거린다. 서리와 강풍 때문에 숨이 금방 찬다. 그런 것과 싸워야만 앞으로 나아갈수 있다. 겨울을 잘 버티고 다시 움이 트는 계절을 보려면 기운이 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이 길기는 또 얼마나 긴지. 그래도 날이 짧으니까 시간은 더 빨리 가는 셈일지도……삶은 느려진다. 생활이 버거워지기 시작하고 머릿속에는 우울한 생각이 늘어난다. 공기를 쐬어줘야 잊을 수 있다. 조금씩, 놓.
을 것을 놓아버린다.
겨울을 끝까지 버텨내려면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권태롭더라도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해야만한다.

아직 볼 것도 있고 할 일도 있지만나 이제 떠나니 보내주세요.
나의 길은 여기가 끝이 아니거든요.
눈물로 나를 붙잡지 말고우리가 함께한 세월을 기뻐해주세요.
그대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대들로 인하여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과연 짐작이나 할까요.
그대들이 보여준 사랑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내 길로 가야 할 때가 되었네요.
그대들이 꼭 울어야겠거든, 잠시만 울어주세요.
그러고 나서는 슬픔 대신 기쁨을 품어주세요.
우리는 잠시 헤어지는 것일 뿐이니까요. (……)나는 멀리 있지 않을 거예요. 생은 계속되니까요..
내가 필요하거든 불러주세요. 내가 올게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어도 나는 그대 곁에 있을 거예요.

마음으로 들을 수만 있다면정답고도 분명한 이 사랑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다가 그대도 여기 올 때가 되거든나, 환한 미소로 마중 나가
"우리 집에 잘 왔어요."라고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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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01 17: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흔살 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 했다니!
소소한 청소 화단 가꾸기, 가까운 병원에 가거나 조금 먼 곳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몇 번을 와 본 길을 운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나이 ㅜ.ㅜ
아프지 않고 하루 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마지막 인생의 끝자락 슬픔보다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체리 파이와 치레 토마토 파이는 맛과 향의 차이가 엄청 클텐데
레시피가 궁금합니다 ^ㅅ^

mini74 2021-06-01 18:13   좋아요 5 | URL
나이가 들면 익숙한 요리들도 낯설고 두렵지만 자꾸 실수를 하지만 뭐 어때? 젊을때도 실수했는데라며 지금의 노년을 수긍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자세한 레시피가 안 나와서 ㅠㅠ

새파랑 2021-06-01 17: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 쓸쓸함 보다는 잔잔함 느껴지네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추억을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게 중요할거 같아요 ^^

mini74 2021-06-01 18:15   좋아요 5 | URL
북플에서 좋은 분들 글쓴 거 읽고 서로 으샤으샤하는 것 책 사는 것엔 서로 언제나 진심인 것. 이 모든 것들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ㅎㅎ

미미 2021-06-01 18: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아까 체리 먹었는데, 이 표지가 더 먹음직 스럽네용ㅋㅋㅋㅋ
잔 할머니 이야기보다 미니님 결말이 어쩐지 제게는 더 좋네요~♡
나이듦이란 흘러가는 세월의 무게를 받아들이게 되는 건가 싶어요. 다시 일기를 열심히 써야겠어요!(๑•̀o•́๑)و

mini74 2021-06-01 18:17   좋아요 5 | URL
미미님 유명인사되면 일기장 경매들어갈지 모릅니다 조심해서 쓰셔야 합니다 ㅎㅎㅎ

미미 2021-06-01 18:21   좋아요 5 | URL
앗ㅋㅋㅋㅋ미니님 사람이 날아다니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심 저라고 생각하심 됩니다ㅋㅋㅋ

붕붕툐툐 2021-06-01 20:14   좋아요 4 | URL
체리의 계절이 다가왔네용! 저도 올해 🍒 많이 먹으려구용!!ㅎㅎ

미미 2021-06-01 20:26   좋아요 2 | URL
네♡ㅋㅋㅋ요즘 막 나오고 있는데 탱글탱글 달달합니다~🍒

붕붕툐툐 2021-06-01 2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좋아요~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였던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제가 늙어가다보니 저절로 되는 거 같아요~ 그만큼 늙으면서 좀 더 넉넉해지고 현명해지는게 아닌가 싶어요~ 함께 책읽으며 멋지게 늙어요, 우리~♡
 
그림 속 별자리 신화 - 선과 악, 성과 사랑, 욕망과 이성이 뒤얽힌 어른을 위한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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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 그림 속 천문학>이 미술사학을 전공한 작가님과 천문학자인 남편분의 합작? 이라면 이번 책은 오롯이 작가님이 별자리와 관련된 그림들과 신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다. 별자리들 소개, 그리고 그 별자리완 관련된 신화들과 그림을 소개하는 책.

그리스신화를 소개하는 좋은 책들은 많다. 또한 신들의 이름과 신화 속 사건들로 각종 별들을 이름지었기에, 밤하늘을 보면 당연히 그리스신화가 떠오를 수 밖에. 그런 점에선 조금 아쉽다. 동양별자리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말이다. 자미성, 자미원, 수성노인, 상제.....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왠지 무속신앙, 점집느낌이 나는 게 조금 흠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ㅎㅎ(절에 가면 산신각을 꼭 찾는다.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기존에 있던 도교의 신을 포용했다. 대신 주로제일 구석에 있다. 종교가 무속신앙이라서가 아니라, 산신각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의 모습과 신선이 타는 호랑이의 그림이 재미있고 익살스럽기 때문이다. 근엄함도 있으면서 축 늘어진 수염이나 민화에서 나온 듯한 호랑이의 모습과 지팡이 등은 불상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얼마 전 충격적인 글을 읽었다. 별자리12궁이 아니라 별자리 13궁이란다. 지구의 세차운동 등으로 황도 위의 별자리가 13개가 되었고, 별자리를 나타내는 달도 한 달씩 밀려야 한단다. 이때까지 사수자리로 알고 있었는데? 그럼 내 운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실제로 오래전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황도에 별이 13개 있는 걸 알았지만, 13이란 숫자가 불길하다 하여 12자리로, 혹은 일년은 12달이란 규칙에 맞추려 그러했다는 설도 있다. 하옇튼 억울하게 잊힌 뱀주인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데, 아무래도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

 

봄에 볼 수 있는 처녀자리

주로 메소포타미아에선 이시타로, 이집트에선 이시스 그리스에선 아테나와 페르세포네 혹은 정의의 여신인 아스트라이아를 의미한다고 한다. 아스트리이아는 법류의 여신인 테미스의 딸이며, 어머니가 준 천칭과 칼을 들고 있다. 주로 금의 시대 후 은의 시대가 도래하자 신들은 모두 떠났고, 아스트라이아만 남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도 철의 시대에는 견디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가 버렸다. 실제로 눈을 가린 모습을 많이 보는데, 눈을 가리진 않았다. 뒤러가 처음으로 눈을 가린 아스트라이아를 그렸고, 워낙 뒤러가 유명한 화가이다 보니 다른 화가들도 뒤러를 따라 정석처럼 눈을 가린 모습으로 그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처녀자리옆엔 천칭자리도 있다.

 

백조자리는 레다를 덮치기 위해 백조로 변했던 제우스와 관련이 있다. 루벤스와 세잔과 마티스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는데, 신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색을 표현한 마티스의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르페우스의 신화가 담긴 거문고 자리

병적 탐미주의의 모로가 그린 오르페우스와, 살해의 결과를 부각시킨 르동의 그림을 비교하고 있다. 너무 예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그림과 마르크 샤갈의 그림도 같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 아내 벨라를 생각하며 그린 샤갈의 그림,(그림에는 그리움이 담겼다는데, 그렇다면 샤갈의 이 그림이 가장 그림다운 그림이 아닐까.)

   

 

그리스 신화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웅 중 하나인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화가들과 조각가들의 단골소재가 아닐까. 그 중에서 헤라클레스가 악덕과 미덕의 길 중 하나를 택하는 그림은, 젊은 시절 누구나 고민하는 두 갈래 길에 대한 해답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는 페르세우스도 인기 소재이다. 페르세우스는 엄밀히 따지면 헤라클레스의 고조할아버지쯤 된다. 페르세우스의 손자인 암피트리온이 알크메네와 결혼해 낳은 쌍둥이가 이피클레스와 헤라클레스다.(물론 제우스가 암피트리온으로 변해 하루 밤을 세 배로 늘려 알크메네와 동침 후 낳았지만. 그래서 헤라클레스의 힘도 세 배로 강하다는 설이 있다.황진이는 알고 있었을까. 이미 동짓달 기나긴 밤 한허리를 베어 내어 굽이굽이 펴서 사용한 이가 그리스엔 있다는 것을. ) 페르세우스는 아이템빨이다. 아이기스 방패와 키비시스 자루에 투명투구인 튀네에, 거기다 날개신 혹은 날개 모자까지 장착했으니 메두사목을 베는 것쯤이 쉬운 일이었을 것. 거기다가 제우스가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뺏은 크로노스의 낫 또한 선물했다는 설이 있다. 가는 길에 포세이돈의 아내와 바다님프보다 자신과 딸이 더 예쁘다고 자랑한 죄로 딸을 빼앗기게 된 카시오페이아를 도와, 그녀의 딸인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기도 한다. 안드로메다 공주는 에티오피아의 공주지만 하얀 피부에 금발의 미녀로 등장한다.

 

사실 어릴 적엔 그리스 신화를 그저 재미로 읽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뭔가 넘어가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화는 그 시대의 삶과 가치관을 담고 있다. 또한 자연과 재해나 혹은 두려움과 낯섦에 대한 의인화로 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당장 머리가 백 개 달린 튀폰이나 키마이라 등은 화산의 은유로 본다.

또한 제우스가 수 많은 여신들과 혹은 공주들과 바람을 피운 것은, 그 시대 그리스가 주변국들을 정복하면서, 대지모신을 섬기는 부족들의 신마저 흡수하려 했기 때문이다. 혹은 새로 생긴 신생국의 왕들은 자신들의 아버지를 신에서 따와 좀 더 명예롭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요소들은 많다. 건국신화를 보면 대부분 해모수나 유화, 혹은 천마, (알은 태양을 의미한다. 농경사회에서 태양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혹은 새의 알, 새들은 하늘과 땅을 오고가는 전령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알에서 태어난 왕은 새처럼 하늘과 땅을 잇는다고 믿었다.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에 정확한 것은 없지만, 대부분의 책들에 이런 식의 해석들이 적혀 있다.)

메두사도 마찬가지다. 메두사는 오히려 절세미인이었고 특히 머릿결이 고왔다고 한다. 단지 포세이돈과 아테나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불경함으로 괴물로 변했고,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렸다. 거기서 나온 피에서 페가수스가 태어났다.(포세이돈을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바다파도의 포말이 밀려오는 것이 백마들이 달려오는 것처럼 보였기때문이란 설이 있다.)

하지만 메두사의 머리는 아이기스 방패에 새겨져, 천하무적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미해군 최신종합무기 시스템을 탐채한 배를 이지스함이라고 명명했다. 아이기스가 이지스 )

헤라클레스가 안티이오스와 레슬링 하는 장면이나, 제우스가 가니메데를 납치하는 장면등은 동성애코드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동성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 당시에는 공공연히 에라스테스(40세 미만)와 에로메노스(12-15)사이의 동성애가 활발했으며 권장사항이었다. 여성과의 사랑은 종족번식을 위한 숨기고 싶은 욕망쯤을 의미했다고 한다.

 

선사시대, 가장 오래된 매너드 상아 명판에 오리온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고인돌에 별자리가 새겨져 있고, 고구려의 굴식돌방무덤에도 북두칠성 등이 새겨져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별자리를 보면서 풍요와 다산을 빌었고, 세월을 기록했다.

그 외에 양자리(프릭소스와 헬레남매 이야기) 아르고(동양에선 장수의 별, 이아손과 영웅 50명이 떠난 황금양털원정대 이야기),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이야기 속 황소자리, 레다의 아들들 이야기인 쌍둥이 자리와 헤라클레스를 물어버린 거대 게 카르키노스 관련 게자리, 헤라클레스의 첫 번째 과업이었던 네메이아의 사자자리 등이 소개된다.

염소자리는 켄타우로스와 관련이 있다. 켄타는 찌르다, 우로스는 공기나 구름 등을 의미한다. 헤라에게 반한 악시온을 골탕먹이려, 제우스가 헤라형상의 구름을 보내게 되고, 구름과 악시온이 동침을 해서 태어난게 켄타우로스다. 탄생의 비밀이 이름에 고대로 담겨 있다.

예전 친구가, 오래 전 엄마의 일기장을 보고 내 태명이 뭔지 알았다며, 태명이 방실인줄 알았는데 어쩌다였다며 폭풍오열하던 게 생각난다. 켄타우로스보단 낫지 않은가.

 

 

가니메데와 관련된 물병자리 (실제로 목성의 3번째 위성인 가니메데에 지하바다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동성애적 코드였던 가니메데의 납치 주제가, 후에 유아사망에 대한 애도의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외에 물고기자리나 티폰, 애키드나, 키마이라, 케르메로스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그리스신화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지금과는 다른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그리스 신화를 읽으며 처음에는 신들에게 매료되다가, 후에는 영웅에게 그리고 지금은 괴물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화산폭발과 해일 태풍 등 원인을 알 수 없어 더 두려웠을 그 시대 사람들에게, 튀폰이나 애키드나처럼 의인화된 괴물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두려움을 상쇄시켜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믿는 신들이 결국은 이 괴물들을 퇴치해 줄 거란 믿음,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폭발도 태풍도 잦아들게 마련이지만, 그 시대 사람들에겐 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어쩌면 영원히 계속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 힘들지 않았을까.

모든 걸 돌로 만드는 메두사의 멋짐, 죽어서도 아테나와 한편이 되어 천하무적이 된 비록 방패지만, 또한 뱀 하체를 가진 애키드나나 약초등에 대한 지식들을 가진 그러나 복수를 위해 고뇌하며 자식을 버린 메데이아나 전쟁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아테나 등은 예전 그리스신화에서 찾은 현대적 여성의 한 모습이 아닐까. 밟히고 잘려도 여전히 메두사와 메데이아와 아테나는 지금도 여기 있다.

 

별자리와 신화 이야기는 식상한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림들이 볼거리를 준다. 그리스신화를 알고 싶다면 더 자세히 나온 책들도 많다. 그렇지만 적절한 그림들과 별자리에 대한 기본지식 등이 쉽게 설명되어 있는 것이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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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9 1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항상 12궁으로 재미삼아 별점보고 제 별자리에 정도 들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ㅜ(버럭) 그나저나 책에 필기 해 놓으신것 보기 좋아요~^^♡

mini74 2021-05-29 17:16   좋아요 4 | URL
저 이러고 놀아요. ㅎㅎ

scott 2021-05-29 1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별자리속에 얽힌 신화 이야기와 우리나라 전통 설화 이야기 까지
미니님 페이퍼 속에 등장한 인물들만 50여명이 넘는것 같습니다 ㅎㅎ
태명 방실이!
방실 방실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의성어가 있을까요?
그리스어 라틴어 줄줄이 줄을 세워도 이토록 사랑스러운 태명은 없을 듯 합니다 ㅎㅎ

책에 밑줄 쫘악 긋고 필기를 해야 한권 완독해도 머릿속에 남는데
뭔가 손에 쥐는게 귀찮은 1人
미니님에게 다음번에 쓰실 연필 놓고 가여 ~~

٩| ര ‿ ര |╯◌⑅⃝*॰ॱ✍

mini74 2021-05-29 20:31   좋아요 4 | URL
돌아서면 내가 뭘 썼나싶고, 내가 쓴 건지 낯설기도 하고. 가끔 내가 쓴 글을 보면서 누가 낙서했어?! 화 냈다가 머쓱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1-05-29 2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니님은 그림의 대가 시네요 ㅎㅎ ‘어쩌다‘ 이야기 정말 재미있어요 ㅋ 별자리는 잘 모르는데 리뷰보니 궁금해지네요^^

mini74 2021-05-29 21:29   좋아요 4 | URL
대가 절대!! 아닙니다 ㅎㅎ슬픈이야깁니다 새파랑님 ㅎㅎ 저희때 딸들은 어쩌다 나 혹시나헀다가 역시나 등이 많았지요. 저도 혹시나 했는데 억장이 무너진 넷째딸입니다 ㅎㅎ 지금은 모두 해피해피합니다ㅎㅎㅎ
 

5월에 산 책들과 사은품을 소개합니다 ~17권정도 되는데 관련도서를 10권까지만 올릴 수 있네요 *^^*무라카미T출판사에서 보내 준 사은품도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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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27 13: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입고 계신 옷도 예전 사은품이죠? ㅋㅋ

mini74 2021-05-27 14:00   좋아요 4 | URL
헉. 네 작년 어린왕자 티셔츠입니다. 보아뱀그림. 무섭습니다 여기 ㅎㅎ

잠자냥 2021-05-27 14:06   좋아요 3 | URL
그때 저도 받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5-27 13: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쿠션은 강아지(사실 어르신이지만;)에게 다 양보해요ㅋㅋㅋ미니님 웃으셔서 덩달아 영상보며 웃게 되는거 같아요!<탐미의 발견>은 갈등중인데 사진보여주시니 욕심납니다. 여긴 개미지옥인데 미니님은 취향 확장시키는 특수요원ㅋଘ(੭ˊ꒳ˋ)੭♡

mini74 2021-05-27 13:55   좋아요 3 | URL
제 영상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든 푹신한 것들은 저희도 강아지님꺼 ~ 저희 강아지도 사실은 중장년층입니다 ㅎㅎ

잠자냥 2021-05-27 14:06   좋아요 4 | URL
저도 쿠션, 담요, 방석은 모두 즤집 냥님들꺼- ㅎㅎㅎㅎ

새파랑 2021-05-27 1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이게 언박싱 영상이군요. 북플에서는 안봐져서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봤어요^^ 개미지옥의 주범께서 다른사람을 탓하시더라는 ㅎㅎ <전망 좋은 방>은 미미님이 범인 이신거 같고...
책 소개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시계도 눈에 들어옵니다~!!
(근데 무라카피 T 저는 사은품 안주던데 ㅡㅡ)

mini74 2021-05-27 14:00   좋아요 4 | URL
저도 몰랐는데 택배가 왔어요 *^^*아 찾아보니까 서평 썼다고 준거네요 *^^*

scott 2021-05-27 16: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굿즈때문에
책사냥, 알라딘 개미지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키옹 책을 샀다면 티셔츠를 달롸!!٩(๑❛ᴗ❛๑)۶

붕붕툐툐 2021-05-27 1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힝~ 영상 안 보이는 북플러는 웁니다~ㅠㅠ 왜? 북플에서는 안 보이는 겁니까?? 씨익씨익~
책 언박싱 넘나 좋은 것!

레삭매냐 2021-06-01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많은 책들을 다 사셨다니
고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mini74 2021-06-01 18:01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준 포인트와 아이가 준 상품권들 ( 학교에서 받았다며 기꺼이 투척을 !! ) 덕분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6-01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셰익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