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별자리 신화 - 선과 악, 성과 사랑, 욕망과 이성이 뒤얽힌 어른을 위한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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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 그림 속 천문학>이 미술사학을 전공한 작가님과 천문학자인 남편분의 합작? 이라면 이번 책은 오롯이 작가님이 별자리와 관련된 그림들과 신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다. 별자리들 소개, 그리고 그 별자리완 관련된 신화들과 그림을 소개하는 책.

그리스신화를 소개하는 좋은 책들은 많다. 또한 신들의 이름과 신화 속 사건들로 각종 별들을 이름지었기에, 밤하늘을 보면 당연히 그리스신화가 떠오를 수 밖에. 그런 점에선 조금 아쉽다. 동양별자리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말이다. 자미성, 자미원, 수성노인, 상제.....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왠지 무속신앙, 점집느낌이 나는 게 조금 흠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ㅎㅎ(절에 가면 산신각을 꼭 찾는다.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기존에 있던 도교의 신을 포용했다. 대신 주로제일 구석에 있다. 종교가 무속신앙이라서가 아니라, 산신각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의 모습과 신선이 타는 호랑이의 그림이 재미있고 익살스럽기 때문이다. 근엄함도 있으면서 축 늘어진 수염이나 민화에서 나온 듯한 호랑이의 모습과 지팡이 등은 불상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얼마 전 충격적인 글을 읽었다. 별자리12궁이 아니라 별자리 13궁이란다. 지구의 세차운동 등으로 황도 위의 별자리가 13개가 되었고, 별자리를 나타내는 달도 한 달씩 밀려야 한단다. 이때까지 사수자리로 알고 있었는데? 그럼 내 운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실제로 오래전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황도에 별이 13개 있는 걸 알았지만, 13이란 숫자가 불길하다 하여 12자리로, 혹은 일년은 12달이란 규칙에 맞추려 그러했다는 설도 있다. 하옇튼 억울하게 잊힌 뱀주인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데, 아무래도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

 

봄에 볼 수 있는 처녀자리

주로 메소포타미아에선 이시타로, 이집트에선 이시스 그리스에선 아테나와 페르세포네 혹은 정의의 여신인 아스트라이아를 의미한다고 한다. 아스트리이아는 법류의 여신인 테미스의 딸이며, 어머니가 준 천칭과 칼을 들고 있다. 주로 금의 시대 후 은의 시대가 도래하자 신들은 모두 떠났고, 아스트라이아만 남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도 철의 시대에는 견디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가 버렸다. 실제로 눈을 가린 모습을 많이 보는데, 눈을 가리진 않았다. 뒤러가 처음으로 눈을 가린 아스트라이아를 그렸고, 워낙 뒤러가 유명한 화가이다 보니 다른 화가들도 뒤러를 따라 정석처럼 눈을 가린 모습으로 그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처녀자리옆엔 천칭자리도 있다.

 

백조자리는 레다를 덮치기 위해 백조로 변했던 제우스와 관련이 있다. 루벤스와 세잔과 마티스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는데, 신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색을 표현한 마티스의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르페우스의 신화가 담긴 거문고 자리

병적 탐미주의의 모로가 그린 오르페우스와, 살해의 결과를 부각시킨 르동의 그림을 비교하고 있다. 너무 예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그림과 마르크 샤갈의 그림도 같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 아내 벨라를 생각하며 그린 샤갈의 그림,(그림에는 그리움이 담겼다는데, 그렇다면 샤갈의 이 그림이 가장 그림다운 그림이 아닐까.)

   

 

그리스 신화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웅 중 하나인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화가들과 조각가들의 단골소재가 아닐까. 그 중에서 헤라클레스가 악덕과 미덕의 길 중 하나를 택하는 그림은, 젊은 시절 누구나 고민하는 두 갈래 길에 대한 해답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는 페르세우스도 인기 소재이다. 페르세우스는 엄밀히 따지면 헤라클레스의 고조할아버지쯤 된다. 페르세우스의 손자인 암피트리온이 알크메네와 결혼해 낳은 쌍둥이가 이피클레스와 헤라클레스다.(물론 제우스가 암피트리온으로 변해 하루 밤을 세 배로 늘려 알크메네와 동침 후 낳았지만. 그래서 헤라클레스의 힘도 세 배로 강하다는 설이 있다.황진이는 알고 있었을까. 이미 동짓달 기나긴 밤 한허리를 베어 내어 굽이굽이 펴서 사용한 이가 그리스엔 있다는 것을. ) 페르세우스는 아이템빨이다. 아이기스 방패와 키비시스 자루에 투명투구인 튀네에, 거기다 날개신 혹은 날개 모자까지 장착했으니 메두사목을 베는 것쯤이 쉬운 일이었을 것. 거기다가 제우스가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뺏은 크로노스의 낫 또한 선물했다는 설이 있다. 가는 길에 포세이돈의 아내와 바다님프보다 자신과 딸이 더 예쁘다고 자랑한 죄로 딸을 빼앗기게 된 카시오페이아를 도와, 그녀의 딸인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기도 한다. 안드로메다 공주는 에티오피아의 공주지만 하얀 피부에 금발의 미녀로 등장한다.

 

사실 어릴 적엔 그리스 신화를 그저 재미로 읽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뭔가 넘어가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화는 그 시대의 삶과 가치관을 담고 있다. 또한 자연과 재해나 혹은 두려움과 낯섦에 대한 의인화로 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당장 머리가 백 개 달린 튀폰이나 키마이라 등은 화산의 은유로 본다.

또한 제우스가 수 많은 여신들과 혹은 공주들과 바람을 피운 것은, 그 시대 그리스가 주변국들을 정복하면서, 대지모신을 섬기는 부족들의 신마저 흡수하려 했기 때문이다. 혹은 새로 생긴 신생국의 왕들은 자신들의 아버지를 신에서 따와 좀 더 명예롭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요소들은 많다. 건국신화를 보면 대부분 해모수나 유화, 혹은 천마, (알은 태양을 의미한다. 농경사회에서 태양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혹은 새의 알, 새들은 하늘과 땅을 오고가는 전령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알에서 태어난 왕은 새처럼 하늘과 땅을 잇는다고 믿었다.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에 정확한 것은 없지만, 대부분의 책들에 이런 식의 해석들이 적혀 있다.)

메두사도 마찬가지다. 메두사는 오히려 절세미인이었고 특히 머릿결이 고왔다고 한다. 단지 포세이돈과 아테나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불경함으로 괴물로 변했고,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렸다. 거기서 나온 피에서 페가수스가 태어났다.(포세이돈을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바다파도의 포말이 밀려오는 것이 백마들이 달려오는 것처럼 보였기때문이란 설이 있다.)

하지만 메두사의 머리는 아이기스 방패에 새겨져, 천하무적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미해군 최신종합무기 시스템을 탐채한 배를 이지스함이라고 명명했다. 아이기스가 이지스 )

헤라클레스가 안티이오스와 레슬링 하는 장면이나, 제우스가 가니메데를 납치하는 장면등은 동성애코드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동성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 당시에는 공공연히 에라스테스(40세 미만)와 에로메노스(12-15)사이의 동성애가 활발했으며 권장사항이었다. 여성과의 사랑은 종족번식을 위한 숨기고 싶은 욕망쯤을 의미했다고 한다.

 

선사시대, 가장 오래된 매너드 상아 명판에 오리온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고인돌에 별자리가 새겨져 있고, 고구려의 굴식돌방무덤에도 북두칠성 등이 새겨져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별자리를 보면서 풍요와 다산을 빌었고, 세월을 기록했다.

그 외에 양자리(프릭소스와 헬레남매 이야기) 아르고(동양에선 장수의 별, 이아손과 영웅 50명이 떠난 황금양털원정대 이야기),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이야기 속 황소자리, 레다의 아들들 이야기인 쌍둥이 자리와 헤라클레스를 물어버린 거대 게 카르키노스 관련 게자리, 헤라클레스의 첫 번째 과업이었던 네메이아의 사자자리 등이 소개된다.

염소자리는 켄타우로스와 관련이 있다. 켄타는 찌르다, 우로스는 공기나 구름 등을 의미한다. 헤라에게 반한 악시온을 골탕먹이려, 제우스가 헤라형상의 구름을 보내게 되고, 구름과 악시온이 동침을 해서 태어난게 켄타우로스다. 탄생의 비밀이 이름에 고대로 담겨 있다.

예전 친구가, 오래 전 엄마의 일기장을 보고 내 태명이 뭔지 알았다며, 태명이 방실인줄 알았는데 어쩌다였다며 폭풍오열하던 게 생각난다. 켄타우로스보단 낫지 않은가.

 

 

가니메데와 관련된 물병자리 (실제로 목성의 3번째 위성인 가니메데에 지하바다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동성애적 코드였던 가니메데의 납치 주제가, 후에 유아사망에 대한 애도의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외에 물고기자리나 티폰, 애키드나, 키마이라, 케르메로스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그리스신화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지금과는 다른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그리스 신화를 읽으며 처음에는 신들에게 매료되다가, 후에는 영웅에게 그리고 지금은 괴물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화산폭발과 해일 태풍 등 원인을 알 수 없어 더 두려웠을 그 시대 사람들에게, 튀폰이나 애키드나처럼 의인화된 괴물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두려움을 상쇄시켜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믿는 신들이 결국은 이 괴물들을 퇴치해 줄 거란 믿음,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폭발도 태풍도 잦아들게 마련이지만, 그 시대 사람들에겐 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어쩌면 영원히 계속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 힘들지 않았을까.

모든 걸 돌로 만드는 메두사의 멋짐, 죽어서도 아테나와 한편이 되어 천하무적이 된 비록 방패지만, 또한 뱀 하체를 가진 애키드나나 약초등에 대한 지식들을 가진 그러나 복수를 위해 고뇌하며 자식을 버린 메데이아나 전쟁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아테나 등은 예전 그리스신화에서 찾은 현대적 여성의 한 모습이 아닐까. 밟히고 잘려도 여전히 메두사와 메데이아와 아테나는 지금도 여기 있다.

 

별자리와 신화 이야기는 식상한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림들이 볼거리를 준다. 그리스신화를 알고 싶다면 더 자세히 나온 책들도 많다. 그렇지만 적절한 그림들과 별자리에 대한 기본지식 등이 쉽게 설명되어 있는 것이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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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9 1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항상 12궁으로 재미삼아 별점보고 제 별자리에 정도 들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ㅜ(버럭) 그나저나 책에 필기 해 놓으신것 보기 좋아요~^^♡

mini74 2021-05-29 17:16   좋아요 4 | URL
저 이러고 놀아요. ㅎㅎ

scott 2021-05-29 1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별자리속에 얽힌 신화 이야기와 우리나라 전통 설화 이야기 까지
미니님 페이퍼 속에 등장한 인물들만 50여명이 넘는것 같습니다 ㅎㅎ
태명 방실이!
방실 방실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의성어가 있을까요?
그리스어 라틴어 줄줄이 줄을 세워도 이토록 사랑스러운 태명은 없을 듯 합니다 ㅎㅎ

책에 밑줄 쫘악 긋고 필기를 해야 한권 완독해도 머릿속에 남는데
뭔가 손에 쥐는게 귀찮은 1人
미니님에게 다음번에 쓰실 연필 놓고 가여 ~~

٩| ര ‿ ര |╯◌⑅⃝*॰ॱ✍

mini74 2021-05-29 20:31   좋아요 4 | URL
돌아서면 내가 뭘 썼나싶고, 내가 쓴 건지 낯설기도 하고. 가끔 내가 쓴 글을 보면서 누가 낙서했어?! 화 냈다가 머쓱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1-05-29 2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니님은 그림의 대가 시네요 ㅎㅎ ‘어쩌다‘ 이야기 정말 재미있어요 ㅋ 별자리는 잘 모르는데 리뷰보니 궁금해지네요^^

mini74 2021-05-29 21:29   좋아요 4 | URL
대가 절대!! 아닙니다 ㅎㅎ슬픈이야깁니다 새파랑님 ㅎㅎ 저희때 딸들은 어쩌다 나 혹시나헀다가 역시나 등이 많았지요. 저도 혹시나 했는데 억장이 무너진 넷째딸입니다 ㅎㅎ 지금은 모두 해피해피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