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DAqyrcHu04o

 

숨어 우는 바람소리는 가수‘이정옥의 데뷔작이다. 이정옥은 1993MBC 신인가요제에서 이 노래로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나는 우연히 이 노래 숨어 우는 바람소리를 듣다가, 가수의 뛰어난 노래솜씨도 좋지만 특히 그 노랫말의 특이함에 매료되었다. 까닭을 이제 밝힌다.

 

사실, 숨어 우는 바람소리의 노랫말은 부분적으로는 식상한 표현이 많았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이라든지 통나무집 창가라든지 길 떠난 소녀라든지하얗게 밤을 새우네라든지차 한 잔이라든지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이라든지길 잃은 사슴처럼등등이 그렇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식상한 표현들이 서로 결합되는 순간 뛰어난 다른 표현으로 재탄생하던 것이다.

참으로 절묘한 표현기법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핀다.

 

1.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라는 표현에서는, 평지의 통나무집이 아니라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에 있는 통나무집임을 드러냄으로써 순간 대단한 시각적 이미지를 획득했다. 넓은 갈대밭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길 수 있는 전제가 마련된 것이다.

2.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라는 표현에서는, 가슴 아픈 일로 잠을 못 이루는 소녀의 불면의 밤이 역력하다. 밤을 단색으로 나타낸다면 검은 색일 텐데, 불면은 그런 검은 색의 밤을 하얀 색으로 지새우는 현상이다.

3.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라는 표현에서는, 가을바람에 흩날리며 나지막하게 소리를 내는 갈대밭에서 헤어진 님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청각적 이미지를 획득했다. 나는 이 부분이 이 노래 노랫말의 백미라고 평가한다. 왜냐면 여기서 숨어 우는 바람소리는그 사람의 것으로 표현됐지만 어쩌면 서정적 자아(소녀)의 심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갈대밭의 바람소리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숨어 우는으로 표현한 데서 그 단서를 찾는다. 그냥 우는 것도 아닌, 숨어 우는 소녀. 남모를 가슴 아픔의 애절함이 극에 달했다.

4. ‘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이라는 표현에서는, 뒷부분의 달은 지는데가 구절 전체를 한 폭의 그림처럼 승화시켜 주었다. 둘이 갈대밭 길을 걸었던 달밤을 추억하는 장면으로써 시각적 이미지가 뛰어났다. ‘이 뜨는 게 아니라 지고 있음으로써 그 사람과의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쓸쓸한 과거지사가 됐음을 암시했다.

5.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이라는 표현에서는, 평범한 직유법이 의외로 절묘하게 쓰였음을 깨닫게 했다. ‘길 잃은 사슴은 정처 없는 서정적 자아의 마음일 텐데 길 잃은 사슴= 그리움이란 등위를 통해서 마음이란 관념의 것을 사슴이란 구체적 형상의 것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결론: 1.이 노래의 노랫말은 식상할 수 있는 표현들을 절묘하게 이어서 남다른 성과를 거둔특이한 경우다.

2. 이 노래의 노랫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각적 이미지가 청각적 이미지로 바뀌는 독특한 이미지 전환법을 구사한 경우다. 동시(同時)적인 것이 아니라서 공감각(共感覺)이라 할 수 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이종(異種) 감각들의 어울림이다.

 

      

숨어 우는 바람소리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 나는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 -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 우는 바람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 -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 우는 바람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DAqyrcHu0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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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어느 날이다. 처음 듣는 남자 가수의 숨이 끊어질 듯 애절하게 부르는 노랫소리에 나도 모르게 빠져버렸다.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한 세기에 한 명 정도 나올 절창(絶唱)의 가수, 배호의 등장이었다. 데뷔 음반을 3년 전에 냈건만 별 반응을 얻지 못해 무명 가수로 있다가 삼각지 로터리한 곡으로 대한민국 대표 가수처럼 떠오른 배호. 그 후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두메산골’ ‘안녕’ ‘파도’ ‘누가 울어등등 수많은 노래들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는데당시에는 천형(天刑) 같았던 신장염이 도져 결국은 나이 서른도 못 넘기고 71년 늦가을에 숨을 거두었다.

 

 

배호가 외국 노래들도 취입해 불렀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나는 배호가거룩한 천사의 음성. 내 귀를 두드리네하며 시작되는희망의 속삭임노래까지 취입해 불렀다는 걸 기억한다. 슬프고 어두운 창법의 그가 그런 밝은 내용의 노래를 부르니 세상에 그런 비극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런 외국 노래 중에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있다. 미국의 빙 크로스비가 중후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부른 화이트 크리스마스와는 다른 느낌의 배호 노래.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그린다면 이럴 때 한 번은 들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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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병욱님 메리크리스마스~앞으로 더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소서!

무심이병욱 2018-12-24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바랍니다. 님의 성원에 힘입어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 젊은 날에 아폴로 싸롱 있었다.

 

아폴로 싸롱은 그 이름을 분명히 몇 해 전달에 처음 착륙한 미 우주선 아폴로 11에서 따다 지었을 텐데 어울리지 않게 건물 지하에 있었다. 20평이 채 안 되는 지하공간에 트윈폴리오의 노래들이 엠프로 자주 흘러나왔고 서양 팝송들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송창식의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가 흘러나올 때에는 지하 공간 가까이로 찬 가을비가 내리거나 바람 한 줄기가 부는 듯했다. 낭랑한 음색인데도 음울하게 들리던 그의 노래는 우리 춘천의 젊은이들을 바닥 모를 우울한 심연에 가라앉히는 것 같았다.

오랜 세월 후인 이제야 그 까닭을 깨달았다. 당시는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궤변 하에 국민들의 기본 인권이 견제되던 유신(維新)치하였다. 정국의 흐름을 감지할 만한 수도권(首都圈)에 살지 않는, 지방대학생들이지만 알게 모르게 그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 당시 70년대 중반의 춘천은, 서울에서 버스나 열차로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외진 지방이었다.

 

그럴 즈음에 아폴로 싸롱에서 자주 듣던 외국 팝송에 A Whiter Shade of Pale 있었다.

어둑한 지하공간에 묵직하게 울려 퍼지던 하몬드 오르간 소리에 이어 시작되던 “We skipped the light fandango

실토한다. 그 때 아폴로 싸롱에 앉아서 이 A Whiter Shade of Pale 듣던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노랫말 뜻을 몰랐다. 다만 지하공간의 주제곡인 것처럼 음울하고 무겁게 울려 퍼지는 외국 팝송이라 괜히 심취하는 표정들로 앉아 있은 것뿐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나는 도대체 A Whiter Shade of Pale 노랫말 뜻이 무언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세상에, 이 노래는 그 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해석에 관한 한 정답이 없는애당초 해석 불가의 노래였던 것이다.

해석 불가의 팝송에 심취한 우리들이라니. 해석 난감한 그 시대에 걸맞은 모습들이 아니었을까?

 

    

A Whiter Shade of Pale  

 

We skipped the light fandango 우리는 가벼이 판딩고 춤을 추었어.

Turned cartwheels 'cross the floor 마룻바닥에서 재주를 넘으며

I was feeling kinda seasick 멀미도 느꼈지.

But the crowd called out for more 사람들은 큰소리로앵콜했을 뿐만 아니라

The room was humming harder 방안은 웅성거림에

As the ceiling flew away 천장이 날아갈 것 같았지.

When we called out for another drink 우리는 술 한 잔을 더 청했고

The waiter brought a tray 웨이터는 쟁반에 들고 왔지.

 

And so it was that later 방앗간 주인이 얘기를 꺼냈을 때는

As the miller told his tale 한참 시간이 지나서였어.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처음 봤을 때 유령 같던 그녀 얼굴이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창백한 새하얀 빛을 띠고 있었지.

She said, 'There is no reason 그녀가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라고 말했지.

And the truth is plain to see.' 진실은 분명해.

But I wandered through my playing cards 그러나 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배회했지.

 

And would not let her be 그리고 그녀를 해안으로 떠나게 될

One of sixteen vestal virgins 정결한 열여섯 명의 처녀 틈에

Who were leaving for the coast 넣지 않기로 했어.

And although my eyes were open 나는 휘둥그레 눈을 뜨고 있었지만

They might have just as well've been closed 감겨있는 거나 다를 바 없었던 거야.

 

And so it was that later 그리고 방앗간 주인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As the miller told his tale 시간이 한참이나 더 지났을 때지.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처음 봤을 때 유령 같던 그녀의 얼굴이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창백하고 새하얀 빛을 띠고 있었다고.

And so it was that later 그리고 한참 시간이 더 지나서였지.

 

 

A Whiter Shade of Pale  1967년에 결성된 밴드 Procol Harum이 발표, 전 세계적으로 천 만장이 팔려나간 유명 팝송이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D장조의 멜로디를 일부 차용했으며, 놀라운 것은 몇 해 전 영국 음악저작권협회가 지난 75년간 가장 많이 연주된 음악을 조사해 발표했을 때 뜻밖에비틀스가 아닌 바로 이 팝송이었다는 사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b3iPP-tHdA

이 수필에 나오는 아폴로 싸롱은 70년대 춘천 시내 한복판에 있었던 음악다방의 이름입니다. 당시 젊은이들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서 종일 팝송과 송창식 같은 우리나라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흡연은 허락됐지만 음주는 허락되지 않았던 나름의 멋진 음악 감상실이었습니다. ‘싸롱’이란 이름 때문에 요즈음의 젊은이들에게 오해 살 수 있어서 뒤늦게 무심이 밝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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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짧다. 어느덧 지는 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들어 한창 젊은 가수들의 Music Video를 찾아서 즐긴다. 그 시간대는 식구들이 모두 잠자고 있는 꼭두새벽이다. 나 혼자 서재 방문을 꼭 닫고 앉아 컴퓨터로 YouTube에 뜨는 MV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를 만났다. 연인 몰래 다른 여자를 잠시 사랑한 사내가, 연인이 그 사실을 알고서 곁을 떠나자 가슴 아프게 후회한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물론 여기서 연인은여자  

   강한 남성상을 상징하듯 굵은 밧줄을 두 손으로 잡고 등장해 노래 부르는 조지 마이클의 MV 연기는, 그 노래의 색소폰 연주 소리만큼이나 일품이었다. 특히 흰색 상의 차림으로 노래 리듬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드는 모습에 나는 매료되었다. 가수마다 자신의 노래 리듬에 젖어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 그중 조지 마이클의 몸 움직임처럼 나를 숨 막히게 매료시킨 가수는 일찍이 없었다  

   노래 중반에 흰색 상의를 가슴 보이도록 반쯤 펼치고서 몸을 움직일 때는식구들 잠자는 새벽이라 자제하는 것이지, 나는 경탄의 소리를 외치고도 싶었다. 그냥 맨 가슴이 아니다. 서양 사내들의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가슴 털이 드러난 가슴이다.

   

 

  조지 마이클에 대한 내 개인적 관심이 증폭되었다. 알고 봤더니 조지 마이클은 연말만 되면 흘러나오는, 'Last Christmas'를 부른 가수였다!  Last ChristmasMV에서 조지 마이클은 친구의 연인을 남몰래 그리는 순정파 사내로 연기했다. 내 노년의 새벽시간대에 만난 조지 마이클. 그는 내가 떠나온 청춘의 한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한창 젊은 사내가 보여주는여자를 향한 뜨거운 가슴 앓이라니!  

   그런데 반전(反轉)이 생겼다.

   내가 본 조지 마이클의 MV들은 그가 젊었을 때 찍은 것이며 실제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게 아닌가.  더구나 그는 공교롭게도 재작년 크리스마스 날 향년 53세로 사망하면서 전 세계 팬들에게 ‘Last Christmas’ 노래가 슬픔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단다.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성 정체성이 평범치 못한 동성 연애자였던 것이다. 그의 사망 사실을 처음 알린 사람이 바로 그의 연인 역()인 남자였다니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망의 원인은 심부전증 

심부전증이란 글자 그대로 심장이 온전치 못하게 된 증상이니, 심장 박동의 정지를 뜻한다. 그런데 그의 심부전증 사망에 대해 어떤 분이 인터넷에 이런 글을 남겼다. 

"심부전증이라고만 나오는 데 에이즈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심부전증이나 폐렴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조지 마이클 예전 애인도 에이즈로 사망했고 조지 마이클이 사망한 걸 처음 발견한 것도 동성 애인이라고 합니다. 십중팔구는 에이즈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 같은데 대스타라 그런지 사인을 정확히 안 밝히는 분위기 같습니다. 요새는 에이즈에 걸려도 매직 존슨처럼 오래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아닌 경우도 있나 봅니다.”

호남형으로 잘생긴 그가 평범치 않은 동성애자였고 그 때문에 2011년부터 병상에 누워 지내다가 황량하게 삶을 마감했다니.

   

 

  남부러울 것 없는 부귀영화 뒤편에서 발견한 어두운 삶의 그늘. 그늘은 빛이 있어서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 경우는 너무한 게 아닐까 

그의 멋진 MV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는 어두운 그늘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으로 영상 촬영 기계 앞에 서지 않았을까? 

어쨌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 MV를 감상한다. 오늘도 새벽시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zGwDsrQ1eQ&list=PLXZSNyssBYUORyznxgrmx_U9EVVNOI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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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2-20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들은 하나 같이
요절했네요.

프린스, 조지 마이클...

개인적으로 조지 마이클의 음악은 1987년
연말에 발표된 FAITH 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합니다.

대학 시절, 친구가 케어리스 위스퍼를 들으
며 댄스 플로어에서 스텝이 쩍쩍 붙는다는
말은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무심이병욱 2018-12-20 21:11   좋아요 0 | URL
캐어리스위스퍼의 색소폰 소리는, 악기로써 낼 수 있는 최상의 소리와 멜로디가 아니겠습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7mJLmpuxzaQ

 

2007년 가을이다. 아들이 군 입대를 앞두고서 밥 먹을 때 이외에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모습이었다. 학교도 휴학했으니 두문불출해도 무방하지만 한창 젊은 애가 종일 그러고 있으니 아비는 걱정됐다. 결국 어느 날 방문 가까이 귀 기울여 볼 수밖에. 컴퓨터로 듣는 것인지, 어떤 슬픈 노래를 끝없이 반복해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비는 그제야 아들이 어떤 사연을 정리하고 입대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무슨 사연이냐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살가운 편인 부자지간이지만 아들은 이미 자기 삶을 혼자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입대한 뒤 아비는 그 노래를 인터넷 동영상에서 찾아내어 감상했다. 낙엽들이 여기저기서 떨어지는 그즈음 날씨처럼 청아하나 쓸쓸한 느낌의 노래라니. 브라운 아이즈의벌써 일 년이 아비의 애호곡이 되는 순간이다.

 

연인과 헤어진 뒤 벌써 일 년이 되고 또 되고 한다는 가슴 아픔을 담은 노래 벌써 일 년.’

아들이 낯선 동해안 어느 부대에서 복무하느라 고생 심할 때 아비는 집에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이 노래를 들으며 편치 않은 마음을 달랬다. 나중에 알았지만벌써 일 년은 상도 여럿 탄 유명한 노래였다. (3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신인 그룹 부문상과 16회 골든디스크 골든비디오 부문 PAVV POP 작품상)

송창식 이장희 양희은 문주란 배호 이수미 지다연의 노래를 좋아하는 7080의 아비가 요즈음 젊은이들의 노래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벌써 일 년은 잔잔하게 치는 드럼 리듬을 바탕으로 흐느끼듯 애절한 2인조(‘나얼윤건’) 창법이 압권이다. 노랫말 중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너라는 걸이란 부분은 가슴 아픈 절규다. ‘(옛 연인)가 과거에는 나하고 사랑의 추억을 만들었는데 헤어진 이제는 다른 사람과 그 추억을 만드는구나.’절규하는 것이다. 2인조에서 특히나얼은 머리를 스님처럼 빡빡 민 모습이라 아비의 눈길을 유독 끌었는데그가 명가수 김범수의 노래 스승 박선주의 데뷔곡귀로를 열창할 때는과연 대중가요 가수와 성악 가수와의 차이가 뭔지 고민해 봐야 하는 경지라고 아비는 생각했다.

벌써 일 년.’

아들이 군대를 제대한 지도 벌써 10년이 돼 간다.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벌써 일 년의 노랫말이 랩 풍()이라 다소 길지만 아비가 이 자리에 그대로 옮긴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 년이

너와 만든 기념일마다

슬픔은 나를 찾아와

처음 사랑고백하며 설렌 수줍음과

우리 처음 만난 날 지나가고

너의 생일엔 눈물의 케익

촛불 켜고서 축하해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일 년 뒤에도 그 일 년 뒤에도

널 기다려

너무 보고 싶어 돌아와 줘 말 못했어

널 보는 따뜻한 그의 눈빛과

니 왼손에 껴진 반지보다

빛난 니 얼굴 때문에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너라는 걸

 

내가 기억하는 추억은 언제나

지난 웃음과 얘기와 바램들

또 새로 만들 추억은 하나뿐

내 기다림과 눈물 속 너일 뿐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너라는 걸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일 년 뒤에도 그 일 년 뒤에도 널 기다려 

 

https://www.youtube.com/watch?v=TPTnYq1fv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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