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짧다. 어느덧 지는 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들어 한창 젊은 가수들의 Music Video를 찾아서 즐긴다. 그 시간대는 식구들이 모두 잠자고 있는 꼭두새벽이다. 나 혼자 서재 방문을 꼭 닫고 앉아 컴퓨터로 YouTube에 뜨는 MV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를 만났다. 연인 몰래 다른 여자를 잠시 사랑한 사내가, 연인이 그 사실을 알고서 곁을 떠나자 가슴 아프게 후회한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물론 여기서 연인은여자  

   강한 남성상을 상징하듯 굵은 밧줄을 두 손으로 잡고 등장해 노래 부르는 조지 마이클의 MV 연기는, 그 노래의 색소폰 연주 소리만큼이나 일품이었다. 특히 흰색 상의 차림으로 노래 리듬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드는 모습에 나는 매료되었다. 가수마다 자신의 노래 리듬에 젖어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 그중 조지 마이클의 몸 움직임처럼 나를 숨 막히게 매료시킨 가수는 일찍이 없었다  

   노래 중반에 흰색 상의를 가슴 보이도록 반쯤 펼치고서 몸을 움직일 때는식구들 잠자는 새벽이라 자제하는 것이지, 나는 경탄의 소리를 외치고도 싶었다. 그냥 맨 가슴이 아니다. 서양 사내들의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가슴 털이 드러난 가슴이다.

   

 

  조지 마이클에 대한 내 개인적 관심이 증폭되었다. 알고 봤더니 조지 마이클은 연말만 되면 흘러나오는, 'Last Christmas'를 부른 가수였다!  Last ChristmasMV에서 조지 마이클은 친구의 연인을 남몰래 그리는 순정파 사내로 연기했다. 내 노년의 새벽시간대에 만난 조지 마이클. 그는 내가 떠나온 청춘의 한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한창 젊은 사내가 보여주는여자를 향한 뜨거운 가슴 앓이라니!  

   그런데 반전(反轉)이 생겼다.

   내가 본 조지 마이클의 MV들은 그가 젊었을 때 찍은 것이며 실제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게 아닌가.  더구나 그는 공교롭게도 재작년 크리스마스 날 향년 53세로 사망하면서 전 세계 팬들에게 ‘Last Christmas’ 노래가 슬픔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단다.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성 정체성이 평범치 못한 동성 연애자였던 것이다. 그의 사망 사실을 처음 알린 사람이 바로 그의 연인 역()인 남자였다니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망의 원인은 심부전증 

심부전증이란 글자 그대로 심장이 온전치 못하게 된 증상이니, 심장 박동의 정지를 뜻한다. 그런데 그의 심부전증 사망에 대해 어떤 분이 인터넷에 이런 글을 남겼다. 

"심부전증이라고만 나오는 데 에이즈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심부전증이나 폐렴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조지 마이클 예전 애인도 에이즈로 사망했고 조지 마이클이 사망한 걸 처음 발견한 것도 동성 애인이라고 합니다. 십중팔구는 에이즈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 같은데 대스타라 그런지 사인을 정확히 안 밝히는 분위기 같습니다. 요새는 에이즈에 걸려도 매직 존슨처럼 오래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아닌 경우도 있나 봅니다.”

호남형으로 잘생긴 그가 평범치 않은 동성애자였고 그 때문에 2011년부터 병상에 누워 지내다가 황량하게 삶을 마감했다니.

   

 

  남부러울 것 없는 부귀영화 뒤편에서 발견한 어두운 삶의 그늘. 그늘은 빛이 있어서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 경우는 너무한 게 아닐까 

그의 멋진 MV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는 어두운 그늘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으로 영상 촬영 기계 앞에 서지 않았을까? 

어쨌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 MV를 감상한다. 오늘도 새벽시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zGwDsrQ1eQ&list=PLXZSNyssBYUORyznxgrmx_U9EVVNOI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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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2-20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들은 하나 같이
요절했네요.

프린스, 조지 마이클...

개인적으로 조지 마이클의 음악은 1987년
연말에 발표된 FAITH 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합니다.

대학 시절, 친구가 케어리스 위스퍼를 들으
며 댄스 플로어에서 스텝이 쩍쩍 붙는다는
말은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무심이병욱 2018-12-20 21:11   좋아요 0 | URL
캐어리스위스퍼의 색소폰 소리는, 악기로써 낼 수 있는 최상의 소리와 멜로디가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