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에 아폴로 싸롱 있었다.

 

아폴로 싸롱은 그 이름을 분명히 몇 해 전달에 처음 착륙한 미 우주선 아폴로 11에서 따다 지었을 텐데 어울리지 않게 건물 지하에 있었다. 20평이 채 안 되는 지하공간에 트윈폴리오의 노래들이 엠프로 자주 흘러나왔고 서양 팝송들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송창식의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가 흘러나올 때에는 지하 공간 가까이로 찬 가을비가 내리거나 바람 한 줄기가 부는 듯했다. 낭랑한 음색인데도 음울하게 들리던 그의 노래는 우리 춘천의 젊은이들을 바닥 모를 우울한 심연에 가라앉히는 것 같았다.

오랜 세월 후인 이제야 그 까닭을 깨달았다. 당시는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궤변 하에 국민들의 기본 인권이 견제되던 유신(維新)치하였다. 정국의 흐름을 감지할 만한 수도권(首都圈)에 살지 않는, 지방대학생들이지만 알게 모르게 그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 당시 70년대 중반의 춘천은, 서울에서 버스나 열차로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외진 지방이었다.

 

그럴 즈음에 아폴로 싸롱에서 자주 듣던 외국 팝송에 A Whiter Shade of Pale 있었다.

어둑한 지하공간에 묵직하게 울려 퍼지던 하몬드 오르간 소리에 이어 시작되던 “We skipped the light fandango

실토한다. 그 때 아폴로 싸롱에 앉아서 이 A Whiter Shade of Pale 듣던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노랫말 뜻을 몰랐다. 다만 지하공간의 주제곡인 것처럼 음울하고 무겁게 울려 퍼지는 외국 팝송이라 괜히 심취하는 표정들로 앉아 있은 것뿐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나는 도대체 A Whiter Shade of Pale 노랫말 뜻이 무언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세상에, 이 노래는 그 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해석에 관한 한 정답이 없는애당초 해석 불가의 노래였던 것이다.

해석 불가의 팝송에 심취한 우리들이라니. 해석 난감한 그 시대에 걸맞은 모습들이 아니었을까?

 

    

A Whiter Shade of Pale  

 

We skipped the light fandango 우리는 가벼이 판딩고 춤을 추었어.

Turned cartwheels 'cross the floor 마룻바닥에서 재주를 넘으며

I was feeling kinda seasick 멀미도 느꼈지.

But the crowd called out for more 사람들은 큰소리로앵콜했을 뿐만 아니라

The room was humming harder 방안은 웅성거림에

As the ceiling flew away 천장이 날아갈 것 같았지.

When we called out for another drink 우리는 술 한 잔을 더 청했고

The waiter brought a tray 웨이터는 쟁반에 들고 왔지.

 

And so it was that later 방앗간 주인이 얘기를 꺼냈을 때는

As the miller told his tale 한참 시간이 지나서였어.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처음 봤을 때 유령 같던 그녀 얼굴이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창백한 새하얀 빛을 띠고 있었지.

She said, 'There is no reason 그녀가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라고 말했지.

And the truth is plain to see.' 진실은 분명해.

But I wandered through my playing cards 그러나 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배회했지.

 

And would not let her be 그리고 그녀를 해안으로 떠나게 될

One of sixteen vestal virgins 정결한 열여섯 명의 처녀 틈에

Who were leaving for the coast 넣지 않기로 했어.

And although my eyes were open 나는 휘둥그레 눈을 뜨고 있었지만

They might have just as well've been closed 감겨있는 거나 다를 바 없었던 거야.

 

And so it was that later 그리고 방앗간 주인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As the miller told his tale 시간이 한참이나 더 지났을 때지.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처음 봤을 때 유령 같던 그녀의 얼굴이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창백하고 새하얀 빛을 띠고 있었다고.

And so it was that later 그리고 한참 시간이 더 지나서였지.

 

 

A Whiter Shade of Pale  1967년에 결성된 밴드 Procol Harum이 발표, 전 세계적으로 천 만장이 팔려나간 유명 팝송이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D장조의 멜로디를 일부 차용했으며, 놀라운 것은 몇 해 전 영국 음악저작권협회가 지난 75년간 가장 많이 연주된 음악을 조사해 발표했을 때 뜻밖에비틀스가 아닌 바로 이 팝송이었다는 사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b3iPP-tHdA

이 수필에 나오는 아폴로 싸롱은 70년대 춘천 시내 한복판에 있었던 음악다방의 이름입니다. 당시 젊은이들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서 종일 팝송과 송창식 같은 우리나라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흡연은 허락됐지만 음주는 허락되지 않았던 나름의 멋진 음악 감상실이었습니다. ‘싸롱’이란 이름 때문에 요즈음의 젊은이들에게 오해 살 수 있어서 뒤늦게 무심이 밝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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