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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집을 낸 뒤 여러 모로 바빠졌다. 아는 문인들과, 매달 참석하는 모임의 회원들한테 책 증정부터 했다. 물론 시내 서점에도 배포했다. 내 블로그에 올릴 책 관련 소개 글들도 써야 했다

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책을 읽어본 분들의 소감을 듣는 데 소일하는 날들이다. 선배 소설가 분은 간단히 이렇게 말했다.

재미있더군. 하룻밤 만에 다 읽었지.”

초등학교 교사를 오래하다가 퇴직한 처 이모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사는 춘천 이야기가 많아 재미나게 읽었어요.”

 

총평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소감이 필요해졌다. 마치 힘들여 아기를 낳은 산모가 출산 축하차 온 분들한테 우리 아기가 어디가 제일 예쁘게 생긴 것 같나요?’묻는 심정이랄까.

알고 지낸 지 40년이 돼 가는 정() 모 후배한테 물었다. 그는 내가 책을 증정하려 하자 벌써 그 책을 구입했습니다. 책은 증정 받는 것보다 사서 읽어야 더 간절하게 읽히니까 말입니다.’한 인물이다.

‘K의 고개7편을 실었는데 자네는 그 중 어느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드나?”

그랬더니 이런 대답을 했다.

저는이발 유정이 제일 마음에 들고 뜻 깊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알게 모르게 사라져가는 사양업종이발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산 시대의 모습을 글로써 남길 책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그런 관점에서 집요하게 이발관들의 쇠락하는 모습을 그려낸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입니다.”

맞는 말씀이다. 오랜 세월 우리 남자들의 두발을 손질해준이발관이 알게 모르게 사라져가는 현실이다. 얼마 안 가 이 땅에서 이발관을 단 한 곳도 발견 못할 것 같은 두려움까지 든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이발관은 전통적인 이발관을 뜻한다. 사실상 미장원과 구별 안 되게 변한 이발관은 해당되지 않는다.

후배 이문일 작가가 내게 말했다.

형님이 어쩌면 이발관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쓴 유일한 분일지 모릅니다. 정말 뜻 깊은 소설을 이번에 남긴 겁니다.”

그건 그렇고 나는 언제부턴가 ‘이발관들이 다 사라지면 어디 가서 머리를 깎아야 하나?’하는 걱정을 좀체 지우지 못하고 있다. 남이 알면‘미장원에 가면 되지 뭔 걱정이야?할지 모르겠는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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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발 유정> 정말 그렇네요 이발관에서 미용실로 갈아타던 시절에 소외된 이발사 아저씨들이 있었네요~곧 다 읽을것 같습니다 ㅎㅎ

무심이병욱 2019-02-11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우리가 목격하는 이발사 분들이 마지막 이발사가 될 듯싶어 안타깝습니다
 

  

  작품허한철을 재미있게 봤다는 한 독자분이 사석에서 내게 물었다.

주인공 허한철이 학교 교사이던데, 그렇다면 전직 교사였다는 작가분이 실제로 허한철 같은 사람과 한 학교에서 근무했고 그래서 그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겠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끝에 이런 대답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제허한철작품은 성공했습니다. 허한철은 허구의 인물이니까 말입니다.”

사실 허한철 같은 인물은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미래를 향하여 항상 성실한 자세로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항존한다는 건 역설적으로 그렇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널려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작가 개인적으로는 정선에 있다는 도박장이야말로 당장 철폐해야 할 요물이라고 주장한다. 성실하게 잘 살던 사람들이 그 도박장에 호기심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인생이 결단 났다는 사례가 흔하다. 그런 사례는 찰나를 좇는 허한철 같은 인생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가 될 게다.

 

덧붙여 한 가지. ‘허한철이란 이름은 인생을 헛되게 한철 살듯이 사는 사람이란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그는 허구 속 인물이지만 의외로 실제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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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지으신게 너무 위트가 넘치시는거 아닌가요 ㅎ빨리 소설집 읽어봐야겠는데요 ㅎㅎ^^

무심이병욱 2019-02-06 18:44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작품을 쉽게 썼는데 뜻밖에 ‘좋다‘고 언급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 놀라고 있습니다.
 

 

1집『숨죽이는 갈대밭』에 실었던, 티베트 천장사 형제간의 갈등을 그린 라싸로 가는 길후속 작 격으로 쓴 작품이 먼동이다. 이번 제 2집 『K의 고개』에서먼동을 읽어본 어느 독자가 사석에서 자못 궁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언제 티베트에 다녀오셨습니까?”

나는 망설이다가 고백했다.

솔직히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다 상상입니다.”

먼동작품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티베트를 배경으로 방황하는 한 천장사를 그렸다. 시신을 칼로 조각내 새들 먹이로 주는 천장 일이 외면 받고 불에 태워 버리는 화장이 대세가 되자 그는 할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대도시 라싸에 가서 일자리 구할 결심을 한다. 마침 라싸에서 공부하다 느닷없이 귀향한 초등학교 적 친구 첸푸’. 귀향 이유가 모호한 가운데 함께 라싸로 여행길을 떠나는데 점차 드러나는 친구의 음험한 계획.

 

이런 뒷얘기도 있다. 2집이 나오자 평소 알고 지내는 후배 둘(‘이 아니라 이다. 장편소설 전문작가 이문일과 시인 이지평을 말함이다. 둘은 단짝 친구사이다.)을 만나 한 부씩 선사했다. 오래 전부터 제 2집이 나오면 한 부씩 선사하겠다는 약속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 이튿날이다. 후배 둘이 잇달아 내게 전화해서 먼동을 읽고 난 감동을 격하게 전하는 게 아닌가. 이문일은 밤새 그 감동에 잠을 못 이뤘다고 떨리는 음성으로 통화했고 이지평은 먼동 작품의 문장들과 사건 전개에 단박에 반했다고 통화했다. 참고로 이지평은 시를 쓰는 경찰관이다. 그는 한 때 강력계 형사로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엽기적 대형범죄도 해결했다.

나는 문학하는 후배 둘의 먼동에 대한 격한 호감 반응에 고마우면서도 솔직히 어리둥절하다. 1집 『숨죽이는 갈대밭발간 때에도라싸로 가는 길이 수록된 작품들 중 제일 낫다는 분들이 있어서 어리둥절했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가는 자기 체험에 상상을 보태어 창작하는 사람이라 알고 있는데 티베트 근처에도 가 본 적 없이 상상만으로 쓴 작품들에 독자들이 보이는 호감 반응. 하긴 체험에는 간접체험도 있어서 독서나 영화, 인터넷 검색 등으로 얻는 배경지식들이 그것이다.

간접체험이 직접체험을 앞선 것 같은 이번 사태에 대해 나는 참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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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올훼 다방에 대한 짧은 추억에서다. 지금은 건물의 용도가 바뀌었지만 6,70년대 육림극장이 있는 고갯마루 부근에 올훼 다방이 있었다, 나중에 정부에서 추진한 외래어 추방 운동 탓에 그 이름이올해 다방으로 바뀐 적도 있었다. 어쨌든 다방 이름 올훼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라는 데 착안해서시대의 아픔을 짐짓 모른 체하며 60여 년을 살아온 K라는 사내의 삶을 작품화했다. 글쎄, 혹 독자가 이 작품을 읽고 나서 ‘K는 이 작품을 쓴 작가 당신이구먼!’ 외친다면 나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까?

 

이 작품을 책에 싣기 전 화천 감성마을의 이외수씨와 문하생들이 읽어봤고 그 다음에 읽어본 사람이 책의 표지화를 맡은 친구 전태원 화백이다. 전 화백은 읽은 소감을 이렇게 문자로 전해왔다. 생략이 많아 건너뛴 듯하지만 그대로 옮긴다.

 

'K의 고개' 잘 읽었네.

감히 소감은

 

짧지 않은 시간의 흐름과 전개

느낌이 있는 많은 내용들

사회적인, 시대 상황적인,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삶에 대한 고뇌를

참기름을 바른 듯 쉽고 간결하게 잘두

표현했드만.

 

마지막 장면인

고갯마루에서의 공허함과 암울함

 

글의 내용과 현실이 오버랩 되면서

깊은 울림이 있는 글이었네!!

 

그 순간 ‘K의 고개는 내 두 번째 작품집의 대표작으로 결정됐다.

사진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ykh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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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6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편소설 ‘외출’ 창작배경, (부제) 그 날, 못 견디게 찬란하던 햇빛들

 

'햇빛'은 셀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따라서햇빛들이란 표현은 옳지 못하다. 그래도 무심은 작품 '외출'에 관한 한햇빛들이란 표현을 고집하고 싶다.

 

명퇴하자 맞닥뜨린 것은 엄청난 햇빛들이다. 직장(학교)에 있었을 때에는 무심히 보던 햇빛이 명퇴하여 집에 있자 바깥에서 떼로 극성을 부렸다. 하필 명퇴하던 해 봄은 화창한 날이 많았다.

명퇴만 하면 집안에 틀어박혀 글을 여한 없이 쓰자!’고 별렀던 재직 때의 결심은 쉬 실행되지 못했다. 컴퓨터를 켜 놓고 하루 종일 앉았으나 글은 서너 줄밖에 나가지 못했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그럴 만했다. 30년을 시계바늘처럼 직장생활 하다가 느닷없이 글을 쓰겠다니, 무심 자신의 생체리듬부터 거부했던 거다. 그 증거로, 퇴직했는데도 새벽 6시 반이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나던 일이다. 그 시간은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로서 새벽같이 출근해야 했던 오랜 세월 습관이었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었다. 밤 시간은 밤 시간대로 하는 일 없이, 자정 가까이 돼야 잠들 수 있었다. 오랜 세월 학교에서야간자율학습 감독한 뒤 귀가해 잠자리에 들던 습관까지 생체리듬이 돼 있었다. 명퇴 처음부터시간에 구애받음이 없이 글을 쓰겠다는 무심의 재직 때 결심은 비현실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을 환기하려고 혼자 외출해 보았다. 젠장, 환한 낮 시간의 외출이란 생경하기 짝이 없는 거리 풍경과의 맞닥뜨림이었다. 의외로 인적 뜸한 거리에 햇살들만 가득했다. 불경기라 그랬을까, 상점들도 문은 열었으나 약속이나 한 듯 개점휴업처럼 적막 속에 잠겨있었다. 차량들마저 도로를 오가지 않았더라면 너무나 쓸쓸한 거리 풍경.

사실, 그런 풍경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었다. 명퇴 전 직장생활을 할 때도 휴일이라든가 방학 기간 중에 목격했을 흔한 거리 풍경이었다. 하지만, 바쁜 직장생활 중에 잠깐 보던 것과 명퇴 후 널널한 시간 속에서 유심히 보던 것과는 차이가 컸다. 더구나, 앞으로는 항상 이런 거리 풍경을 보며 살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을 때는 절망할 것 같았다.

30분도 못 돼 귀가했다. 다시 혼자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앉아 있게 되었다. 글은 물론 서너 줄밖에 나가지 못했다. 며칠을 그러고 있을 때 어느 날 오전 10시 경 누군가 밖에서 비디오폰의 초인종을 눌렀다. 비디오폰의 화면을 켜자 아무도 없었다. 아니다. 화창한 햇살들만 있었다. 무심 혼자 앉아 있는 단독주택 밖으로 온통 햇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혼자 앉아 있는 집은 성난 햇살들의 바다 한가운데 난파선 같았다.

한 달 후, 아내가 백여 리 떨어진 곳에 출장가게 되면서 무심한테 차 운전을 부탁했다. 아내가 그런 것은 자신이 길치인 까닭도 있겠지만 혼자 집안에 유폐된 듯 보이는 남편을 배려한 마음이 컸던 건 아니었을까?

여하튼 그 날 무심은 목적지에 아내를 데려다준 뒤오후 5시경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 시간부터 무심 혼자 낯선 시골지방을 차 몰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맙소사, 티 하나 없는 시골 햇빛은 그토록 맑고…… 무거울 수가 없었다.

엄청난 분량으로 청량하게 떨어지는 햇빛들이라니. 그 날의 일을 몇 년 뒤, 작품외출로 완성한 거다. ‘외출이 완성될 즈음에는 더 이상 햇빛들이 무겁지 않았다. 무게 하나 없이 그저 밝은 햇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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