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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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할머니ㆍ할아버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하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 같은데, 처음엔 의아 했었다.

어르신들보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아이들을 이해시키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데 이내 수긍할 수 있었다.

당신들은 세상을 한참 사신 분들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자아와 습관이 형성되어 있는 고로,

대충 알고있는걸 주먹구구식으로 강요해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아웅~그는 이런 진부한 표현은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할 수 없다, 난 요기까지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저 요건을 충분히 채우고, 거기에 재미는 '옵션'으로 장착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임금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고 알라딘 서재의 마태우스 '서민'이다.

그의 전작들을 두루 읽은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그래도 그에게 이렇게 호의적이었을지 '솔직히' 알 수 없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010년 알라딘 서재에 둥지를 튼 이후에,

작년에 아들이 고3이어서 뜸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름 서재활동을 열심히 했었다.

올라오는 많은 이들의 글을 읽었고, 그의 서재 글들도 열심히 읽었었다.

 

이 책이 서평집이니까 알라딘 서재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을테고 그런 의미에서 새로울게 없어야 하겠지만,

난 두가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고 그를 보는 시선이 하트 뿅뿅하게 바뀌었다.

 

한가지는 이 책이 서평집이라고 하여 알라딘 서재에 올랐던 글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설혹 서재에서 읽었던 글들도 종이로 인쇄되어 책으로 읽게 되니 사유의 깊이와 무게가 달라진다.

 

지난번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를 읽고 리뷰에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동안 그가 서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중에게 다가가려 하는 노력을,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려는데서 오는 가벼움이라고 생각했었다.

 

일단, 글의 처음에서 인용했었던 아인슈타인의 말을 전제로 하고,

사람은 자기가 제대로 알아야 다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거고,

어렵게 말하지 않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굳이 아무에게나 그런 친절을 베풀 필요는 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집 나간 책'이란 책 제목을 출판사에서 정해준 거라고 너스레를 떨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해할 수 있을 뿐더러 내가 지향하고 싶어하는 독서 활동이다.

독서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를 흔히들 혼자만의, 개인적 차원의,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의 입장은 다르다.

제대로 된 독서는 개인만이 아니고, 사회를 향해야 하고,

그러려면 책은 자신만의 공간인 '집을 나가'  세상 속에서 다른 이의 손을 잡을 수 있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지 책을 읽고 느낌을 기록하는 것을 떠나서,

읽은 느낌과 배운 점이라든지 따위를 자기 것으로 체화하여 다른 이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하고,

자기것으로 체화하였다면 구태여 어려울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리하여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 내고 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두가지를 깨닫고 나니,

그가 달라 보이고, 그의 책이 달리 읽힌다.

그동안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리뷰들은 가치가 모호하게 읽혔었는데,

그게 고도의 반어법과 역설법을 구사하였던 것이었다.

작가의 기지를 엿볼 수 있는 문장을 몇 개만 옮겨 보겠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의 서평 일부이다.

물론 비판적 팟캐스트들이 존재하지만, 책을 통한 앎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듣는 팟캐스트는 말초신경 수준에서 소비될 뿐, 사회를 바꾸는 에너지로 승화되지 못한다.(77쪽)

 

'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서평이다.

그는 이 책에서 오찬호가 책 속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꼬집어 낼 뿐만 아니라, 소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코멘트한다. 기득권이라면 기득권이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그가 이런 의견을 내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저자는 열심히 노력해도 취업이 안 되는 작금의 시대가 20데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KTX승무원들이 약솓대로 정구직이 되고, 쌍용차 파업이 그들의 해고를 막아준다면 장차 정규직이 되고, 쌍용차 파업이 그들의 해고를 막아준다면 장차 직장인이 될 그들의 입지도 더욱 단단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려울수록 연대해야 한다는 말은 당위일뿐, 실제로 실천하기는 힘든 법이다. ㆍㆍㆍㆍㆍㆍ문제는 20대가 아니라 지금의 20대에게 그런 절박한 현실을 물려준 기성세대다. ㆍㆍㆍㆍㆍㆍ저자는 젊은이들의 독서가 자기계발서에 치우치는 점을 우려한다. 그런 류의 책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보다 자신을 채찍질해서 한 발 더 앞서라는 경쟁심만 부추긴다는 것.ㆍㆍㆍㆍㆍㆍ그것은 잘나가는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학생들의 고민인것을ㆍㆍㆍㆍㆍㆍ(82쪽)

 

'남경태'의 '종횡무진 한국사'에선 재치만발 필력을 제대로 과시한다.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청나라를 적대시하는 바람에 초래된 두차례의 호란은 당시 집권층이 생각이라는 걸 하는지 의문을 일으킨다.

지배층이 잘하는게 있기는 하다. 바로 피난. ㆍㆍㆍㆍㆍㆍ조선이 조금 더 일찍 망했더라면, 그래서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졌다면 역사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빈사 상태에 빠진 조선은 쓸데없이 오래 존속해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게기를 마련해준다.(95~96쪽)

 

로쟈라는 필명을 쓰는 이현우는 고전을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은 책'으로 정의한다.(212쪽)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 아무리 못 미더운 의사도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민간요법보다 낫다.(285쪽)

그의 직업적 윤리관이랄까 소신이 돋보여서 멋진 문장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그가 멋지다고 하트 뿅뿅하며 설레발 칠 수 있는 것은,

윤리관이나 소신을 고수해서가 아니라,

황우석 사태 때도 그렇고, 그 후 서평에 언급되는 사안에서도 그렇고,

자신이 틀린 걸 알게 됐을 때 쿨하게 인정하고,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54권 소개되고 있다.

그 중 내가 읽은 것은 20권 정도이고, 한 15권 정도는 읽을려고 쟁여두고 있는 책들이었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나머지 것들도 다 읽어버고 싶단 욕심에 장바구니가 불룩해진다.

여름 휴가때, 길 위에서 고생하지 말고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 겠다.

'집나간 책'이고 '나의 휴가 계획'되어 주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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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는다는 것, 배운다는 것에 대해서
    from 공 음 미 문 2015-07-26 11:55 
    양철나무꾼님이 서민 <집나간 책> 리뷰 마지막에, 여름 휴가책으로 책을 잔뜩 챙기셨다는 얘기에 미소를 지었다.집 나가서 집 나간 책을 읽는다...굉장히 역설적인 재미를 주는 말이라 생각을 더 키워보면, 자신의 앎 속에서 벗어나 앎을 찾을 때 우리는 굉장한 장소에 도착할 지도 모른다. 원했던 것과 다른 장소일지라도...이건 소설가들이 말하던 그런 상황 같기도 하다.댓글을 쓰다 지우고 내 서재로 가져온 동기는 다음 문장 때문이다."내가
 
 
AgalmA 2015-07-26 11:27   좋아요 0 | URL
댓글쓰다 제 서재로 가져 갑니다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1:28   좋아요 0 | URL
집 나간 책.. 아무리 생각해도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테우스 님이 아니라 출판사 작명이었군요... ㅎㅎㅎㅎㅎㅎ.
제목만 보고 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렇습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9 09:06   좋아요 0 | URL
전 제목만 보고 사고싶은 책, 표지만 보고 사고싶은 책,
그렇게 따지면...집을 팔아야 한답니다, ㅋ~.

책읽는나무 2015-07-26 16:15   좋아요 0 | URL
저 이책 제목 도서관에서 봤는뎅~
부지런히 책을 내시고 계시구나!!
생각만!! 다른책들을 너무 많이 빌려 차마 못빌렸건만 또 님때문에 읽어야하는거지요?^^
아아~~책이 쌓여만 갑니당!!!ㅜ

양철나무꾼 2015-07-29 09:08   좋아요 0 | URL
저 때문이 아닙니다여~!
이 책을 펼치시는 순간, 서민 님이 추천하시는 54권의 책 목록이 님의 보관함으로 쪼로록 옮겨갈 테니까요~^^

프레이야 2015-07-26 21:01   좋아요 0 | URL
이 책 리뷰를 여기저기서 봤는데 드디어 양철나무꾼님 리뷰로 담아갑니다. 54권의 책, 저는 또 얼마나 장바구니가 불룩해질지 기대하면서요.

양철나무꾼 2015-07-29 09:11   좋아요 0 | URL
부비 부비~(( ))
이렇게 댓글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운걸요~^^
님의 리뷰들도 제게는 완전 지름신이거덩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