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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이렇게 하면 낫는다 - 꼭 알아야 할 치료법과 생활관리법, 환자 돌보기
조기호 옮김, 사쿠타 마나부 감수 / 리스컴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꼭 알아야 할 치료법과 생활관리법, 환자 돌보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다른 의료 관계 서적에 비해서 턱없이 얇고 일본 사람이 감수(일본 사람이 썼다는 얘기)했다고 해서,
대충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앞으로 이 출판사의 책은 믿고 신뢰하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읽어온 이런 책들은 건강 염려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듯,
대상도 모호하고,
일본 책을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용어도 통일되지 않아 혼란스러웠고,
누구를 독자로 설정하고 만들어지는지도 불명확하고,
때문에 막상 그런 질병에 걸린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웠었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그냥 의사의 말만 믿고 따를 수 있었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정보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넘쳐나는 시대이니 그런 환자나 보호자들은 없다.
환자나 보호자도 그렇고,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환자 개개인의 기왕력에 맞춰 적응과 금기를 나누고 고려해야 하는데,
다른 책들의 경우, 설명이 없이 '~라 카더라'로 기술해 놓고 있고,
그걸 무조건 외우게 되니까 양이 방대해진다.
게다가 참 이상한 습성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은 알리랬다고 하면서,
이 사람 저사람에게 병을 떠벌린다.
그렇게 되면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정확한 의학지식이 아닌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병의 민간 요법까지,
심지어 사돈의 팔촌까지 총출동시킨다.
이 책의 좋은 점이기도 한데,
파킨슨병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의 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뇌질환이나 뇌외상으로 흑질이 손상되어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들어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나,
향정신성 약, 위궤양 약, 구토억제제 따위의 부작용으로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니, 향정신성 약, 위궤양 약, 구토억제제 따위의 복용 여부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필수적인 것이 되는데,
우리는 가족력이나 기왕력에 대해서 소극적이다.
파킨슨 병은 다른 노인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해를 거듭하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병으로,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상태가 호전되고 증세가 가벼워지는 듯 보일 수도 있다.
약을 사용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고 방치하면 악화된다.
궁극적으로 호전이 아니라 유지를 목표로 한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goal을 너무 높게 잡으면 환자가 쉽게 좌절할 수 있고,
적정 goal을 알아야 가족과 환자가 하나가 되어,
기다리면서 지켜볼 수 있는 부분은 기다리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파킨슨병 약과 함께 사용할 수 없는 약이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환자 또는 가까운 보호자가 약 이름은 몰라도, 어떤 종류의 약인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환자는 파킨슨병으로 알고 있는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약물 부작용도 있는데,
향정신성은 그렇다고 쳐도,
소화기약이나 위산억제제 변비약 정도는 흔히 아무 생각없이 먹게되는 약이니까 말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801/pimg_7451441771251052.png)
내가 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계속 설레발을 치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택해서 꾸준히 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도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고,
작은 동작도 천천히 정성스럽게 하는, 소근육을 사용하는 것은 흔치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 중 하나가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집어내고,
목소리에 이상이 나타날때 당황하지 말고 꾸준히 발성연습을 하라고 권하는 것,
다시말해, 배로 복식호흡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웬만해선 쉽지 않은 일이다.
파킨슨병 환자와의 대화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얘기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이야기할 때 말이 빨라지거나 반대로 도중에 멈춰버리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와 이야기를 나눌때는 묵묵히 듣고만 있거나 그냥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소리를 내서 반응해주도록 한다. '응', '그래서?'와 같이 맞장구를 쳐주면 좋다. 듣는 사람의 이런 반응이 신호가 되어 환자는 이야기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만약 대답이 늦어질 경우에는 재촉하는 표정을 짓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려준다.(123쪽)
이 책은 파킨스병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유용한 이유이다.
지나친 도움과 간섭은 역효과이니,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환자로선 항상 도와주기만 하면 의지하느라 점점 더 할 수 없게 되거나,
간섭만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 질 수도 있고,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가까이 있으면 간과하게 되는 것이 있을 수도 있으며,
너무 멀리 있으면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기 어렵다.
자기 생활을 유지하며 환자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끝부분에 정부의 의료지원정책에 대해서 안내되고 있다.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인데도, 이 부분은 우리나라 최근 자료다.
이것마저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니,
그때그때 효용에 맞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나라에는 '대한 파킨슨병협회'가 있으니, 궁금한 자료는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