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밥이나 먹자, 꽃아
나무가 몸을 여는 순간/뜨거운 핏덩이가 뭉클 쏟아지듯/희고 붉은 꽃떨기들이/허공을 찢으며 흘러나온다
봄뜨락에 서서 나무와 함께/어질머리를 앓고 있는데 꽃잎 하나가/어깨를 툭 치며 중심을 흔들어 놓는다/누군가의 부음을 만개한 꽃 속에서 듣는다(권현형, 하략)
봄날
오늘 나무가 수상했다/하루 종일 가슴이 불룩했다/우연히 깃들었다가 날아가지 못한 바람을 붙잡고,/우드득 우드득 이빨을 갈다가 가슴을 열었다/가슴에서 튀어나온 말 한마디 같은 서툰 꽃 한 송이/집으로 들어서는 골목길 어귀/늘어진 꽃가지를 확 젖히니/길바닥에 봄이 벌렁 나자빠져 있었다(최민자, 하략)
봄의 줄탁
모과나무 꽃순이 나무껍질을 열고 나오려고 속에서 입술/을 옴질옴질거리는 걸 바라보다 봄이 따뜻한 부리로 톡톡 쪼며 지나간다/봄의 줄탁/금이 간 봉오리마다 좁쌀알만한 몸을 내미는 꽃들 앵두나무 자두나무 산벚나무 꽃들 비틀며 알에서 깨어나오는 걸 바라본다/내일은 부활절(도종환, 하략)
후기, 인근 읍내를 가는 길, 붉은 낮, 산은 꽃덜기들이 허공을 찢고, 가슴맺힌 꽃들로 가득하고, 시인들의 색깔만큼 내비치는 방법이 다른 듯 하다. 여기저기 아우성소리는 여름으로 가는 중심을 흔든다.
2.
<공부>, 방송 소개에 혹하여, 어제 문닫은 동네서점을 마지막으로 들러 고르다. 다른 독서일기가 궁금하다
1.
<캐비닛>, 추천받은 책, 재미있다. 박민규 소설같다. 박민규가 이 소설을... 뒤로 갈수록 색깔이 옅어졌다.